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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6. 26. 목요일

물뚝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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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중년 여성들, 소위 말하는 아줌마들의 수다를 통해 유통되는 루머들을 주어 들으면서 많은 것을 깨닫기도 한다. 최근 들었던 이야기 하나를 소개해 보자면 이렇다. 


안대희는 처음부터 총리를 하기 싫어했는데, 청와대의 분위기가 거절하면 큰 일 날 것만 같은 분위기라서 차마 거절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자신의 수임료 문제가 크게 불거지자 좋아라 하면서 얼른 사퇴를 했다. 심지어 여기에 부록으로 딸린 루머는 로펌의 거액 수임료 관련 정보를 언론에 흘린 것이 다름 아닌 안대희 측이라는 것이다. 


물론 신뢰할만한 정보는 아니다. 그러나 이런 루머가 유통된다는 것은 사람들이 그 루머를 그럴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총리 하기 싫어했다' 라는 얘기에는 모두가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게 단지 긴 공직 생활이 지겨워졌고, 대형법무법인이 제공하는 엄청난 보수로 평온한 여생을 보내고 싶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총리가 하기 싫다는 것이다. 특히 이 정권의 총리는 모두가 하기 싫은 자리라는 것에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과거의 모든 치부가 다 까발려지고, 온갖 신상정보가 언론에 모두 노출되며 부도덕한 행동이 있는 경우 사회적으로 매장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흠결 하나 없는 사람은 좀 드문 것이 또 우리 사회의 소위 말하는 '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의 특색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그러나 단지 그것 때문만은 아니다. 정파를 가리지 않고 따져볼 경우, 총리직을 할 정도의 사람이면서 특별히 여론의 지탄을 받을 정도의 치부가 없는 사람들도 꽤 많다. 그러나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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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되었을까? 


국무총리라는 것은 대통령 유고 시 그 권한과 책임을 물려줄 정도로 높은 직책이다. 특히나 책임총리제가 도입된 이후 총리의 권한은 엄청나게 확대되었다. 최소한 공적으로는 그렇다. 


그러니 이 사회의 엘리트 계층이라면, 또 자신이 이 사회에 공헌을 하고자 하는 생각이 있고, 그러기 위해 국가 전체에서 두 번째로 큰 권력을 가질 수 있는 기회라면 그걸 마다할 사람은 별로 없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은 문창극처럼 뭔가 머리 속 어딘가가 망가져 있는 것 같은 사람이 아니라면 총리를 하겠다고 나설 사람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문창극 같은 사람들은 결코 국회의 청문회를 통과할 수가 없다. 아니 청문회 이전에 여론이 용납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정상적인 사람, 충분한 경력을 가지고 있고 사회적으로 인정 받을만한 지위에 올라 있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사력을 다해 고사하는 것이 정상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청와대는 결국 새로운 총리 후보를 고르지 못해, 사표를 제출하고도 60일이 넘게 자리에 앉아서 밍기적 거리고 있던 정홍원 총리를 유임시키는 것으로 결정을 내리고 말았다. 아마도 헌정사상 최초의 일일 것이다. 사의를 표하고 후임을 물색하기까지 했던 사람을 총리직에 그대로 유임하도록 결정한 사건 말이다. 어찌 보면 희대의 코미디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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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심각한 것은, 정홍원 총리가 일신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한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세월호 사건이라는 참사를 맞이하여 총체적으로 붕괴해 버린 국가 시스템을 총괄하는 수장으로서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표한 것이다. 이 사의를 저버리게 된다면,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뜻이 되는 것이다. 총리가 책임을 지지 않겠다면 대통령이라도 그 책임을 져야 한다. 심지어 담당 부처였던 해수부 장관까지 유임을 하는 판에 총리마저 유임을 해 버리면 대통령이라도 나서서 책임져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아무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소리가 되어 버리고 만다. 이게 정상인가?


이 점을 청와대가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그냥 뭉개고 가겠다는 뜻이다. 아니 뭉개기 이전에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을 몸소 인정한 것뿐이다. 책임도 못 지겠다 그러고 대안도 없다 그러고, 이 정권은 내가 겪어본 정권 중에 사상 최강으로 무능한 정권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진짜 왜 이런 지경에 빠져버린 것일까?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서 우리는 잠깐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 




진영 장관의 사퇴


작년 9월, 청와대와의 갈등을 숨기지 않으며 장관자리에서 물러난 사람이 있었다. 바로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다. 


그는 기초연금 관련 방안에 있어 자신이 반대하던 안을 정부가 채택하자, 이에 장관직을 유지할 수 없다며 사퇴해 버렸다. 이는 단순하게 보면 그저 정권 내부의 갈등으로 이해하기 쉽지만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심각한 문제를 나타내는 지표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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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연금 문제의 주무부처는 다름 아닌 보건복지부이다. 만약 기초연금 관련한 안이 만들어진다면 보건복지부에서 만들어져야 하고, 그 안을 최종 결재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보건복지부의 장관이다. 그런데 현직 보건복지부 장관이 반대하는 '정부안'이라는 것이 나올 방법이 있을까? 기초연금 관련 안을 해양수산부에서 만들 수는 없지 않은가? 


정부의 안이라는 것은 해당 부처에서 만들어낸 안이어야 하고, 그 안이 청와대의 재가를 받게 되면 정부안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해당 주무부처의 장관이 반대하는 안이 어떻게 정부안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심지어 진영 장관은 그 정부안이라는 것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자신도 몰랐다고 항의하기도 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안이 청와대에서 뚝 떨어져 장관의 책상에 올라 온 것이다. 


이는 바로 정권 내부의 의사결정 구조에 심각한 결함이 생겼다는 것이다. 아니 결함이 생긴 것이 아니라 공적 의사결정 구조가 무력화 되고 소위 말하는 '비선 조직'이 가동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도대체 누가 주무부처의 장관도 모르게 특정 안을 만들어서 정부안이라고 내놓을 수가 있단 말인가? 정상적인 정권이라면 이런 일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진영 장관의 사퇴는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지만 현재의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하나의 징후였던 것이다. 


우리가 흔히 접하게 되는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의 장면을 연상해 보자. 


대통령이 나와 모두 연설을 한다. 그리고 국무위원들, 모두가 다 최소한 한 부서의 장들이며 국가 의사결정의 주축을 담당해야 할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이 일제히 대통령 얼굴도 안 보고 수첩을 들여다 보고 필기하기 바쁘다. 이것이 박근혜 정권의 국무회의 광경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발표되는 것은 대부분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에게 얘기하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아야 할 사안들이었다. 그런 사안들이 대부분 대통령의 국무회의석상에서의 연설로 발표되고 그 내용이 기자들에 의해 언론에 보도되는 것, 이런 기형적인 일이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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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국무회의의 주 기능, 국가 최고 의사결정기구의 의사결정 기능이 무력화 된 것이다. 이는 거기 참여하는 모든 국무위원들이 허수아비가 되었다는 뜻이며, 그들은 의사결정 구조의 일원이 아니라 이미 어디선가 결정된 의견을 시행하는 시행부서의 장으로 전락한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나마 장관들은 각자 맡은 부서가 있으니 시행이라도 한다.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청와대에서 어떤 안을 발표하면 그 안을 시행만 하는 것이다. 그나마 할 일이라도 있다. 


국무총리는 어떤가? 뭘 하는가? 국무총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국무회의 석상에서 각 부처간의 이견을 조율하고 협상을 시도하며 해결 방안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특정 부서에 속하지 않고 모든 부서를 관장해야 하는 직책인 것이다. 그렇게 조정한 안에 대해 대통령의 최종 결정을 돕는 것이 국무총리의 역할이다. 


그러나 이견도 없고, 아니 이견 이전에 의견이라는 것이 없는 부서간에 무슨 조율이 필요한가? 유일하게 할 일이라면,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각 부처에서 잘 지키고 있는지 감시나 하는 것뿐이다. 그나마 감시는 감사원이나 국정원이 할 테니, 국무총리는 말 그대로 뒷방 늙은이에 불과해진다. 


할 일이 없다. 자신의 의견을 낼 기회도 없다. 우리 사회가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한 자신의 철학과 입장을 국정에 반영할 기회도 없다. 그저 국무회의에 참가해서 대통령 말씀을 듣고 노트 필기나 하다가 무슨 사고 터지면 대통령 대신 책임을 지고 물러나기만 한다. 


이런 직책을 맡은 사람을 우리는 전문용어로 '바지'라 부른다. 이 정권의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모든 사람, 국무총리, 각 부처 장관들은 모두가 다 바지총리이고 바지장관이다. 심지어 대통령도 혹시 바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끔찍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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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진영 장관은 바지 장관 노릇을 거부하고 사퇴했던 것이다. 




바지 정권


대한민국의 국무회의가 바지회의가 되어 버린 것은 무척이나 심각하고 위중한 일이긴 하다. 그러나 그 이유는 무척 단순하다. 정권이 원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슬슬 공론화되고 있는 주제가 바로 '비선조직'이다. 즉 이 정권은 공식 의사결정 조직과 전혀 관계가 없는 비공식 의사결정 기구를 내부에서 몰래 작동시키고 있으며, 국무회의 같은 공식 기구들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어 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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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는 무척이나 편리한 일이다. 부처간 이견이 노출되고 사람들이 갑론을박할 일도 없다. 그냥 비선에서 결정해서 시키면 그만이다. 각 부처 장관들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기만 하면 된다. 그리고 만약 어떤 정책이 실패해서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할 때가 오면 국무회의에 참가하는 바지들을 자르면 된다. 즉, 정권이 책임질 일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어떤 정책에 대해서도 이 정책이 어디서 결정되었으며 누가 결정했으며 왜 결정했는지 알 수가 없어진다. 그러니 진짜 책임질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방법도 없다. 대통령은 언제나 무슨 문제가 생기면 "유감입니다~" 하면서 남의 얘기 하듯이 하면 된다. 그리고 바지 몇 벌 새로 맞춰서 갈아 입으면 그만이다. 


세월호 사건이 터졌다. 국가 시스템인 해경이 대처를 거의 하지 못했다. 국가 시스템이 마비된 것이다. 그러면 정상적인 국가라면 해경을 관할하는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와 국가의 안전과 행정을 담당한 안전행정부 간에 격론이 벌어져야 한다. 누가 뭘 잘못했고, 어디를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를 놓고 국무회의 석상에서 토론이 벌어져야 한다. 문제의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도 담당 부서이지만, 문제의 해결책을 제일 잘 아는 사람들도 역시 담당 부서의 실무 책임자들이다. 그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대안은 대안이 아니라 언론 플레이용 쓰레기일 뿐이다. 


그러나 이 정권은 그냥 해경을 해체해 버리면 된다. 이 방안에 해양수산부 장관도, 안전행정부 장관도 아무런 의견도 내지 못한다. 어디선가 비선이 결정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 비선 조직의 구성원들은 모든 국가 조직의 실무를 꿰뚫고 있는 세기적 천재들이란 말인가? 


그렇게 정부조직 개편안이 아무런 실무토론도 없이 그냥 결정되어 내려오면 99% 실패한 정책이 된다. 그러나 그렇게 실패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 담당 바지들이 책임을 지면 되기 때문이다. 비선은 멀쩡하고 정권은 지속된다. 대통령은 바지 말고 예쁜 치마 맞춰 입고 해외 순방을 다니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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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러 정권의 핵심 인물들이 공식 지위를 부여 받고 창피하게 사람들 보는 앞에서 갑론을박 조무래기 장관들하고 입씨름을 하고, 겨우겨우 정책 만들었다가 실패하면 책임지고 공직을 떠나고 이런 쓸데없는 일을 왜 한단 말인가. 


이것이 바로 이 정권의 본질이다. 이들은 국가 행정의 실무에도 별 관심이 없고 국가 시스템이 붕괴하면서 수많은 구성원들, 즉 우리들 중 누군가가 고통에 신음하며 죽어가는 것에도 관심이 없다. 아이들이 수학여행 가면서 탄 배가 침몰하는데 아무도 탈출하라고 얘기도 안 해주고, 구해주지도 않는다. 고통스러워 하던 병사가 동료 병사를 총으로 쏴 죽이고 무장 탈영을 했다가 자살을 기도해도 관심이 없는 것이다. 


이 정권, 그러니까 박근혜 대통령과 그 대통령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보좌하고 있는 비선조직들에게는 이런 비극적인 사건들은 그저 정권의 지지율을 약간 떨어트릴지도 모르는 악재에 불과한 일이다. 그런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고 국가의 기능을 정상화 시키는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단지 관심이 있는 '정상화'라면,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레토릭을 언론에 흘려 뭔가 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주면서 지지율을 정상으로 회복시킬 수 있겠는가 하는 것뿐이다. 이렇게 해서는 선거에는 천재적인 결과를 내겠지만 행정 실무에는 동사무소 주사만도 못한 결과를 내게 될 수 밖에 없다. 


이 정권은 좀 이상한 정권이다. 하다못해 이명박 정권도 이러지는 않았다. 결국 뻘짓으로 판결이 나고 말았지만, 또 사리사욕을 위해서였는지도 모르겠지만, 이명박 정권은 임기 내내 4대강 사업이라는 커다란 목표를 위해 일사불란하게 일이라도 했다. 이 정권은 지금 그런 것도 하나도 없다. 일을 안 한다. 아무 것도 안 한다. 그저 대기업들이 해 달라는 것만 해주고 있을 뿐이다. 


기괴한 바지 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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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 인사


이런 사실을 국민들보다도 먼저 알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적어도 총리 후보자에 이름이 오르내릴 수준의 사람들이라면 일반 유권자들에 비해서는 훨씬 더 깊숙한 정권의 내막을 알게 된다. 그들은 자신들끼리의 네트워크가 있으며 그 네트워크에 유통되는 정보는 일반인들이나 기자 나부랭이들이 알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사실적인 정보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이런 정권의 속성을 알면서 총리직에 응할 가능성은 없다. 차라리 사회적인 지위의 상승을 원한다면 어떻게 해서든 숨겨져 있는 비선조직에 줄을 대려고 움직이기 마련이다. 실제로 숨은 실력자들은 이미 비선조직에 어떻게 해서든 관여를 하려고 발벗고 뛰고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 비선조직이 최후의 할 일이 바로 차기 정권의 탄생이라는 아주 당연한 사실 때문이다. 


이 정권 하에서 생기는 모든 권력은 비선 조직이 독점하고 있다. 실세라면, 최소한 자신이 이 사회의 실세에 포함되기를 바라는 사람이라면, 바지 총리, 바지 장관 보다는 아무 직책과 명함이 없어도 비선 조직에 줄을 대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판단이다. 


그러니 공적인 인사가 망하는 것이다.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다. 바지를 할 사람, 바지가 없는 것뿐이다. 문창극은 전형적인 바지형 인물이다. 공직경험도 없고 실질적인 실세도 아니다. 정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아마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그저 모든 일은 하나님의 뜻이라고 생각하는 어찌 보면 매우 순진하기 그지없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사람을 후보로 지명하고 보니, 도저히 여론의 뭇매를 감당할 자신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바지에 적합한, 순수 바지를 고르자니 이제는 정말로 사람이 없는 것이다. 이미 이 정권이 원하는 총리는 바지라는 것이 알 만한 사람들에게는 다 알려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돌려막기 인사가 괜히 생기는 것이 아니다. 바지가 모자라니까 생기는 것이다. 


진짜 일을 할만한 사람들은 총리나 장관이 바지라는 것을 깨닫고 아예 응할 생각이 없고, 불러주면 멋도 모르고 좋아서 충성을 맹세할 사람들은 정상적인 인간이 없고, 총체적인 난국이 온 것이다. 


물론 또 다른 부류의 사람들도 있다. 이 와중에 은근히 총리 자리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김문수 같은 경우다. 그런 사람은 차기를 노리는 야심가 들이다. 총리에 임명하는 순간 대통령에게 각을 세우고, 법에 명시된 책임 총리의 권한을 휘두르면서 바지정권의 운용에 반기를 들고 나설 인간이니 더욱 더 곤란하다. 심지어 그런 총리가 등장하면 평온하게 권력을 누리던 비선 조직이 까발려 질 위기상황이 올 지도 모른다. 이건 용납이 안 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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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의 인사는 이래서 침몰하게 되는 것이다. 돌려막기로도 부족해 이제는 60일전에 책임지고 사의를 표명한 정홍원이라도 유임시키는 공전절후의 초막장 개그를 날리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대안이 없는 상황에 봉착해 버렸다. 


바지가 떨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이게 박근혜 정권의 인사 참극의 가장 큰 원인이다. 




비선 조직의 실체


그렇다면 도대체 그 비선 조직이라는 것은 또 뭐란 말인가? 실제로 있기는 한가? 


모두 다 알지만 아무도 모른다. 사석에서는 모두가 다 비선 조직에 속한 사람들의 이름을 줄줄이 꿴다. 하지만 공적으로는 아무도 발언을 하지 않는다. 정권 차원에서 그 존재를 숨기고 있는데, 그걸 공적으로 까발렸다가 어떤 꼴을 당하게 될 지 뻔히 알면서 누가 그런 발언을 하겠는가? 


본 부장 역시 꽤 오랜 시간 동안 이 비선조직의 실체를 추적하고 있으나, 아직 공적으로 발언할 만한 확실한 증거를 잡지 못했다. 그 와중에 이런 인사참극이 벌어지고, 정국이 혼란에 빠지자 몇몇 정치인들의 입에서 비슷한 얘기가 솔솔 나오기 시작한다. 


대표적으로 박지원 의원의 '만만회' 발언을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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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한겨레


만만회는 청와대 이재만 비서관, 대통령의 남동생 박지만, 그리고 숨어있는 비서실장, 문고리 권력의 최정상 정윤회의 이름 끝자를 따서 만만회라고 지은 것 같다. 그러나 이 세 사람은 동등한 지위가 아니다. 


이재만 비서관은 정윤회 전 비서실장의 보좌관 급이다. 상하관계라는 것이다. 그리고 박지만과 정윤회는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아서, 최근 박지만 측에서 "정윤회 측의 사람이 나를 미행한다"고 항의하는 소동이 있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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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시사저널


또 최근에는 정윤회의 딸이 관련된 아시안게임 승마 대표선수 선발전에 문제가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었다. 대략 승마협회가 권력의 실세를 알아보고 그 딸을 부정한 방법으로 대표선수로 선발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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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시사저널


하지만 이것 만으로는 뭐가 뭔지 알기 힘들다. 해서 대략 정리해 보자면,


비선 조직의 실체는 대략 이런 사람들인 것이다. 박근혜가 정치를 시작한 이래, 박근혜가 한나라당을 박차고 나와 미래연합을 만들어 활동하던 때, 그리고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이어지는 흐름에서 대선 후보로 활동하면서, 급기야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을 누르고 당선되던 과정, 이 모든 박근혜의 정치역정 속에서 언제나 그늘에 숨어서 박근혜의 참모 역할을 하던 팀이 있었다는 것이다. 


박근혜가 정권을 잡은 뒤에도 이 팀이 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 조직의 구성원들이 공적인 직위를 갖지도 않았다고 한다. 물론 그 라인에서 활동하던 젊은 구성원 몇몇은 현재 청와대에 들어가 각종 비서관 역할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그 대부분은 여전히 그늘에 숨어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무회의도 필요 없고, 청와대 수석 비서관 회의도 필요 없고, 심지어 만기”춘”람 왕고참 비서실장 김기춘도 이 의사결정 라인에서는 힘을 못쓴다고 한다. 7인회 할배들이나 최근 떨려나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이웃집 정무수석 이정현은 말할 것도 없고... 


이게 바로 현재까지 알려진 비선 조직의 실체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추정에 불과하다. 아주 강력한 추정 말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자신 있게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는 것이 단 하나 있다. 


박근혜 정권이 말기로 접어들면서 레임덕이 가속화 되는 순간, 이 비선 조직은 가장 큰 이슈로 떠오르게 되고 수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될 것이다. 또한 그로 인해 이 정권은 역사에 길이 남을 수준의 '정권 스스로 정부의 공조직을 무력화 시키고 국가 시스템을 붕괴시킨 최악의 무능 정권'으로 규정되고 온갖 비난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 모두의 비극이다. 


끝. 









물뚝심송

트위터 : @murutukus


편집 : 퍼그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