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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6. 30. 월요일

물뚝심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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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너무 한다. 도저히 눈을 뜨고 지켜볼 수가 없을 정도로 뻔뻔한 사람들이다.

 

박근혜 정권이 출범한 이래 처음부터 제대로 된 인사가 이루어진 적이 없더니, 갈수록 그 도가 심해져서 이제는 국가적 규모의 참사인 세월호 사건에 대해 책임을 지고 사표를 냈던 총리를 다시 유임시키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더니, 마치 청문회 규정이 잘못되어 제대로 된 인사를 할 수 없다는 식으로 발뺌을 하면서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를 담은 발언이 여기저기에서 튀어 나온다.

 

그거 당신들이 주도해서 만든 거다. 그런 걸 이제 와서 막상 자기들이 정권을 잡고 운영을 해 보려니 너무 힘든 모양이지? 그래서 니가 정권 잡으면 청문회 하고, 내가 정권 잡으면 맘대로 하겠다는 심보를 노출시키는 건가?

 

가히 뻔뻔의 시대라고 할 수 있겠다.

 

 

청문회의 역사

 

인사청문회는 지난 16대 국회 시절, 2000년 6월에 도입된 인사청문회법에 의해 시행된 공직자 임명 절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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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공직자가 청문회 대상은 아니다. 또 청문회 대상이어도 반드시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직책은 한정되어 있다.

 

청문회 이후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직책은 국무총리, 대법원장, 감사원장, 헌법재판소장, 대법관으로 한정되어 있다. 이 밖에 청문회는 반드시 해야 하고, 공직 적격 여부에 대한 보고서를 국회에서 제출하기는 하지만, 대통령이 반드시 이 보고서에 따를 의무는 없는, 그러니까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은 직책들도 있다.

 

이런 직책에는 행정부 각 부의 장관, 국정원장, 검찰총장, 국세청장, 경찰청장, 방통위원장, 공정거래위원장, 금융위원장, 국가인권위원장, 원자력안전위원장, 헌재 재판관, 중앙선관위원장, 합동참모의장, 한국은행 총재가 있다.

 

그러니까 진짜 별거 아니다. 겨우 다섯 명. 국무총리, 대법원장, 감사원장, 헌재소장, 대법관 이 다섯 명. 그 중에서도 대법원장이나 헌재소장, 대법관 같은 직책을 놓고 시끄럽게 난리가 난 적이 있던가? 막상 따지고 보면 국무총리와 감사원장 정도가 논란이 되는 수준이다.

 

이 두 자리에 청문회를 통과할 만한 사람들을 임명하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 현 박근혜 정권의 실태인 것이다. 이래 놓고 무슨 청문회 핑계를 대는가?

 

거기에 더 황당한 것은, 김대중 정권 시절에 이 청문회를 도입하는 데에 앞장섰던 세력이 바로 당시 한나라당, 지금의 새누리당의 전신이며, 현직 대통령 박근혜는 당시 한나라당의 부총재였다는 사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청문회 못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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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래, 낙마한 사람들을 보자.

 

국민의 정부 시절, 장상 국무총리 후보자는 최초의 여성총리 후보로 주목을 받았지만, 결국 위장전입 및 부동산 관련 의혹으로 임명동의안이 부결되었었다. 뒤이어 장대환 총리 후보자 역시 비슷한 이유로 임명동의안이 채택되지 못한다.

 

참여정부 들어서 역시 두 건이 있었다. 하나는 윤성식 감사원장 후보. 별다른 문제도 없이 그저 거대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이 이른바 "정권 길들이기" 차원에서 반대를 해버린 사건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김병준 부총리의 경우는 논문표절 의혹이 불거지면서 본인이 스스로 임명 13일만에 사퇴한 경우였다.

 

일단 후보자들이 큰 문제가 없다면, 청문회 제도는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별다른 문제도 없는 감사원장 후보를 다수당의 위력으로 무조건 부결시켜 버리는 잘못된 일은 한나라당이 저질렀던 일이다. 그 외에는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되어도 별다른 문제없이 인사는 진행되었고, 큰 무리 없이 정권은 국정 운영을 할 수 있었다. 진짜 인사청문회가 문제가 되는가?

 

오히려 문제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은 이명박 정권 들어서면서부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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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호 여성부 장관, 부동산 투기로 청문요청 철회, 남주홍 통일부 장관, 자녀 이중국적 문제로 청문요청 철회, 박은경 환경부 장관, 부동산 의혹으로 청문요청 철회, 천성관, 김태호, 신재민, 이재훈 줄줄이 청문회 후 사퇴를 하게 된다.

 

이 사람들, 다 국회의 동의도 필요가 없는 장관 후보들이었다. 이명박 시절 총리 지명자는 모두 청문회를 통과했었다는 얘기이며, 국회의 동의가 필요도 없는 장관후보들이 청문 요청 자체를 철회하거나, 청문회 이후 청문회에서 드러난 비리로 인해 여론이 악화되자 사퇴한 것들뿐이다.

 

이게 어떻게 청문회 제도의 문제인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 용납이 안될 수준의 비리를 안고 있는 후보자들의 자질 문제이며, 그런 불량후보를 추천한 인사권자, 즉 대통령의 문제일 뿐이지, 청문회 제도가 잘못된 것이라고 볼 근거가 도대체 어디 있는가?

 

청문회 핑계를 대지 말자. 그건 뻔뻔한 짓이다.

 

 

뻔뻔한 박근혜 정권

 

사람이 없다고 주장한다. 사람을 찾을 수가 없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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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회 가기도 전에 개인적 비판이나 가족들 문제가 거론되는 데는 

어느 누구도 감당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고, 

높아진 검증 기준을 통과할 수 있는 분을 찾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웠다."

출처 - 한겨레



당연히 국무총리 급의 공직자를 인선하는데 개인적인 비판이 없을 수 없다. 개인의 사소한 과오도 용납이 안 되는 것이다. 선출직도 아니고 임명직을 고르는데 그 사람이 과연 사람들 앞에 나서서 행정부 최고 요직을 감당할 사람인가 여부를 따져보는 절차는 필수적인 것이다. 가족들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가정생활을 어떻게 영위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 그 사람의 사람됨을 따져 보는 데에 제일 중요한 포인트가 아니라고 할 수 있는가?

 

그리고 검증기준이 높아진 적이 없다. 당연한 기준일 뿐이다. 최저임금 5천 얼마 겨우 받는 시대에 법관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전관예우 연봉 수십억을 받는 것을 비난하는 것이 기준이 높아져서인가?

 

아니면, 일국의 총리를 감당할 사람이 "조선민족은 게으르고 천박해서" 따위 소리나 하고 있는 자기비하적 역사관의 보유자라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 높아진 기준인가?

 

제자의 논문을 가로채고, 자기 이름으로 발표되는 신문 칼럼조차도 제자들보고 써오라 하며, 학회 발표자료도 제자가 만들고 요약도 제자가 해 주고, 학회에 가는 길에 운전까지 제자가 하도록 시키는 학자를 비난하는 것이 높아진 기준인가? 김병준 부총리 역시 논문 표절 문제로 낙마했었다. 무슨 기준이 높아졌는가?

 

더 할 수 없이 뻔뻔하다.

 

자신들이 야당이던 시절, 청문회 제도를 만들어서 국민의 정부, 참여 정부, 10년에 걸친 민주정부 시절 내내 정권의 인사를 비난하던 사람들이 이제 와서 정권을 잡고 나니까 그런 거추장스러운 제도는 불필요하게 느껴진다는 말인가?

 

승부에서 이기자 마자 게임의 룰을 바꿔 버리는 파렴치한 선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그런 것은 뻔뻔의 정도를 넘어서 규정도 룰도 없는 야만의 통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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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권에는 사람이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단지 인사 청문회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인사청문회 제도가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개선할 점이 있을 수도 있다. 인사청문회 역시 하나의 제도에 불과하지, 지고지순하고 완벽무구한 그런 어떤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정국의 가장 큰 문제는 그런 한 가지 제도의 문제에 멈추는 수준이 아니다. 아주 심각하고 불길하며, 훨씬 더 크고 위험한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세상이 썩을 대로 썩어서 겨우 아파트 좀 큰 걸로 두어 채 가지고 사는 사람들도 위장 전입에 다운 계약서에 부동산 투기 정도는 안 한 사람이 없다고 해도, 대한민국이라는 거대한 국가 사회 공동체에 청문회 검증을 통과할 만한 사람이 없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있다. 분명히 있고, 많다.

 

그러나 그런 멀쩡한 사람들을 뽑으려고 하지도 않고, 그 와중에 뽑아도 본인이 거절한다. 정권은 멀쩡한 사람들을 뽑을 생각이 없고, 멀쩡한 사람들은 이 정권 하에서 총리직을 수행하길 원하지 않는다. 이것이 가장 심각한 문제다.

 

이런 상황이니 도대체 사람이 없다고 푸념을 하고 청문회가 잘못 된 거라고 하소연을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지금 그게 문제인가?

 

총리라면, 고전적인 표현으로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자리다. 국가 권력의 넘버 투이며, 공직자라면 평생의 기회, 가문의 영광인 자리이며, 정치인이라면 대권으로 가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기도 하다. 이런 자리를 공직자도, 정치인도, 심지어 학자들도 거절하는 상황이다. 왜일까?

 

정권이 잘못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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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라면 대통령 다음의 권한이며, 특히나 책임총리제 하에서의 총리라는 직책은 거의 대통령에 버금가는 수준의 권한을 누리게 된다. 그러나 이 박근혜 정권은 총리에게 그런 권한을 주려고 하질 않는다. 총리뿐 아니라 장관들도 마찬가지다. 최소한 자기가 담당한 부서의 업무에 관해서는 확실하게 자신의 의견을 제출하고 국무회의에 참석하여 의견을 개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정권은 애초부터 국무회의 자체를 무력화시켜 버렸다.

 

국무총리나 장관이나 누구나 이 국가를 운영할 책임을 진 국무위원들이 국무회의에 참석해서 받아쓰기나 하고 있어야 하고, 자신이 담당한 부서에서도 모르는 정책이 위에서 결정되어 내리 꽂히고, 그러다가 문제가 생기면 대통령이나 청와대는 모른 척하고 장관이 책임지고 사퇴해야 하고, 심지어 총리가 책임지고 사퇴를 했음에도 다시 불러다가 뽑을 사람 없으니 네가 좀 더 하라고 요구하는, 사람 불러다가 핫바지 만들고 모욕에 가까운 대접을 하는 그런 정권인 것이 가장 큰 문제라는 얘기다.


이러니 어떤 멀쩡한 사람이 총리직을 수락하고 장관직을 수락하겠는가?

 

국가의 모든 중대사가 청와대도 아니고, 어디서 뭘 하는지 누구인지 어떤 사람들인지도 모르는 비선 조직에서 모두 결정되고 국무회의 국무위원들은 그 비선조직이 내려주는 일을 입 다물고 수행만 해야 되는 상황인데, 거기다가 그렇게 날림으로 만들어진 정책들이 실패하고 사고가 터지면 책임만 져야 되는 자리인데, 어떤 미친 공직자가, 어떤 덜 떨어진 정치인이, 어떤 세상 물정 모르는 학자들이 그런 자리를 수락하겠는가 말이다.

 

이런 상황이니 당연히 뽑을 사람이 없고, 아무리 뽑아봐야 본인이 손사래를 치면서 도망가게 되는 것이다. 이미 사퇴해버린 안대희 총리 후보자는 지금 얼마나 다행스러워 하며 가슴을 쓸어 내리고 있을지 상상이 갈 지경이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은 아직도 자신들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다. 그러니까 '청문회가 까다롭고 수위가 높아져서 사람들이 안 하려고 하나 보다...' 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공적 의사결정 시스템의 붕괴

 

정치라는 것, 행정이라는 것, 나아가 국가를 운영하는 것, 이 모든 것을 한 마디로 줄이자면 의사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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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환경에서 주어진 제안들을 모아 관련된 모든 사람들의 이해관계를 고려해서 발전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 이런 의사결정 과정을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진행해서 과연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국민 모두가 알 수 있게 하는 것. 이것이 민주 공화국을 운영하는 것의 알파이자 오메가이다.

 

그러나 이 정권, 박근혜 정권은 그러한 공적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완전히 무력화시켜 버렸다.

 

이래서는 정말 안 된다. 잘못된 의사결정이 반복되면 국가의 동력이 낭비되고 문제 해결이 어려워진다. 지금도 계속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치명적인 문제들이 하나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있다. 결국 이 사회 전체가, 이 사회를 돌아가게 만드는 시스템 전체가 붕괴한다. 이미 그런 조짐이 여기저기서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상황에서 인사가 어렵다는 것은, 뽑을 사람이 없다는 것은, 이 사회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이미 이 정권을 실패한 정권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손으로 꼽을 정도의 소수의 비선들이 이 나라 전체를 좌우하는 상황, 그 상황에서 발생하는 위기감을 일반 유권자들보다 훨씬 더 빨리 아는 사람들이 이 정권과 함께 일하기를 거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제 겨우 1년 반 지나왔다. 대통령 임기 5년 중에 이제 겨우 1년 반이 지나고 3년 반이 남아 있는데, 벌써부터 이렇게 망가지기 시작한다면 도대체 남은 기간을 어떻게 유지하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지금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청문회 제도를 아예 폐지한 들, 누가 이 정권과 함께 일을 하려고 들지 모르겠다. 아마 똥물에 담궜다 건진 것처럼 더러운 이력을 가진 범죄자급 인사들이 일을 할 생각도 없이 그저 주어진 혜택만 누리려고 달려들어 아부만 일삼는 환관 노릇을 하게 될 것이 뻔하지 않겠는가.

 

그런 사람들을 데리고 국가를 운영할 수는 없다. 아니, 70년대 독재자 박정희의 시대에는 가능했을 수도 있다. 국가의 규모가 워낙 작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21세기, 2014년 현재의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의 경제규모를 가진 대국이며, 엄청난 규모의 복잡도를 가진 사회 공동체다. 그런 거대한 공동체를 이런 구시대적 방식으로 운영할 수는 없다.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시스템이 그렇게 규모가 크다면, 아무도 반대하지 않아도,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아도, 내부에서부터 붕괴할 가능성이 더 높다. 하물며, 정권의 지지율은 하루가 다르게 급락하고 있으며,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비극적인 어린 시절을 보낸 공주로 생각하던 사람들까지도 "못해도 너무 못하네!" 하면서 돌아서고 있는 중이다. 심지어 정치적 꼴통들의 집합소인 일베에서조차 박근혜 퇴진론이 나올 정도이며, 조갑제, 지만원 등도 이 정권은 끝났다고 외칠 정도이니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어쩌려고 그러는지 모르겠다. 어떻게 수습할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이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면, 청문회 제도 개선을 운운하는 소리도 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

 

다른 무엇보다 가장 걱정되는 것은 단 한가지다.

 

 

이 정권, 과연 임기를 끝까지 채울 수나 있을까?

 

 

 

 



물뚝심송

트위터 : @murutukus


편집 : 퍼그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