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제언]릴렉스 쌈바

2014-07-09 16:17

작은글씨이미지
큰글씨이미지
너클볼러 추천7 비추천0

2014. 07. 09. 수요일 

너클볼러










쏴리

 

11.JPG


2014년 7월 9일. 시간은 우리시간 대충 오전쯤 되겠다. 독일 축구대표팀의 슈바인슈타이거는 브라질과의 4강전 승리 이후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브라질에 사과하고프다. 7-1은 예상하지 못했다”


격려도, 입에 발린 겸손의 멘트도 아니고 사과랜다. 사과. 이거 먼가 심상치 않다. 읭???



7-1

 

우리시간 7월 9일 새벽 5시에 벌어진 브라질과 독일의 경기결과로 인해 많은 기록들이 세워졌다. 독일은 오늘의 승리로 최다 결승 진출국(8회)이 되었고, 독일 대표팀 클로제는 개인 통산 최다골(16골)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것도 브라질의 호나우두(15골)를 제치고 말이다. 그뿐인가. 월드컵 준결승 사상 최다 점수차 패배(기존 1930년 아르헨티나 5골차 승리 / 1954년 서독의 5골차 승리)의 기록도 갈아치웠다. 동시에 브라질 홈 연승 기록(62승)도 중단되었고, 브라질 축구 역사상 최다 점수차 패배(1939년 아르헨티나와의 친선경기에서 4점차 패배)라는 위업까지 달성하고야 말았다.


1950년 월드컵 이후 64년 만에 자국에서 벌어진 월드컵. 브라질은 잘해도 우승, 못해도 우승만이 살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슈퍼스타들이 즐비한 천하의 브라질이라 해도 홈에서 느끼는 심리적 압박은 졸라 남달랐을 것이다. 크로아티아와의 예선 첫 경기, 국가를 부르는 장면에서부터 그들이 얼마나 비장하고 흥분했는지를 엿 볼 수 있다. 애국가의 반주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선수들과 관객은 국가를 멈추지 않았고, 선수들의 표정은 영화 <300>에서의 크세르크세스의 페르시아 100만대군과의 결전을 앞둔 레오니다스의 스파르타 쌈꾼 300명의 표정과 다를 바 없었다.


10.JPG


하지만 독일과의 준결승에서 브라질이 독일에게 내준 골은 무려 7골. 충격적인 패배 이후 수많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수많은 기사들 속에서 유독 많이 등장하는 이름이 있었다. 경고누적으로 벤치에서 경기를 볼 수 밖에 없었던 수비의 핵심이자 주장인 티아고 실바, 그리고 8강전에서 불의의 일격을 받고 출전하지 못한 명실상부 브라질의 에이스 오브 에이스인 네이마르, 그리고... 8강전에서 네이마르에게 허리 니킥을 시전한 콜롬비아 대표팀 수니가, 그리고 살짝 잊혀었던 이름 에스코바가 바로 그들이다.


몇 명의 이름들이  필자의 눈 앞에서 아른거리던 중  걸려든 트윗 하나.


2.JPG


오. 이거 심상치가 않다. 이쯤되니 슬슬 무서워진다.



오... 지져스


1994년 7월 2일 콜롬비아 메데인시의 한 술집 주차장. 국가대표 선수였던 안드레스 에스코바는 술집 안에서 3명의 축구팬과 자신의 자책골(94년 미국 월드컵 당시 미국과의 경기에서 자신의 자책골로 인해 미국에게 2-1로 패배, 16강 진출 좌절)로 시비가 붙어 12발의 총알세례를 받고 27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당시 단순한 똘아이팬의 소행인지, 축구 도박과 연관된 사건인지, 마약갱단의 개입으로 인한 사건인지 등에 대한 논란이 있었으나 뚜렷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 하지만 확실한 건 축제라 불리우는 경기로 인해 선수가 세상을 떠난 ‘비극’ 이었다는 것. 그것 하나다.


1.jpg


콜롬비아 축구 역사상 비극은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2006년, 국가대표 공격수 엘손 베세라는 나이트클럽에서 괴한이 쏜 총에 맞아 세상을 떠났고, 2004년엔 전 국가대표였던 알베이로 우수리아가가 집에서 친구들과 카드놀이를 하는 도중 괴한이 쏜 총에 7발을 맞고 세상을 떠났다. 그뿐 아니다. 2009년에는 콜롬비아의 아마추어 축구선수 10명이 실종된 후 베네수엘라에서 총상을 입고 사망한 채로 발견된 충격적인 사건도 있었다. (당시 베네수엘라는 콜롬비아가 미군 기지 건설을 수용하자 우고차베즈 대통령이 콜롬비아 국방장관을 정신 박약아라고 비난하는 등 갈등상태였다) 이거 비극의 연속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죽하면 콜롬비아엔 ‘축구와 평화’라는 비영리단체도 있다.


그래서였을까. 브라질과의 8강전을 2일 앞둔 7월 2일(에스코바가 세상을 떠단지 정확히 20년이 되는) 에스코바의 고향이자, 그가 피살된 메데인시에서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추모식이 거행되었다. 우리에게도 익숙한 콜롬비아의 발데라마는 “에스코바, 넌 영원히 우리 가슴 속에 있다. 너의 친절함 겸손, 파이팅을 잊지 않을게. 보고 싶다 형제여’라 말했고, 앞서 말한 ‘축구와 평화’의 운영자 안레한드로 아레나스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에스코바의 죽음은 너무 큰 아픔을 줬지만, 콜롬비아 국민은 다시 축구를 통해 그러한 것들을 초월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 응원간 콜롬비아의 응원단 중 일부는 경기장에서 에스코바의 사진을 들고 있기도 했단다.


그리고 이틀 뒤 벌어진 콜롬비아 최초의 4강 진출전에서 콜롬비아는 브라질에게 패했다. 이 경기에서 브라질의 에이스 네이마르는 수니가의 반칙으로 인해 경기장 밖으로 실려나갔고, 4강전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리고 오늘 벌어진 독일과의 경기에서 브라질이 독일에게 7-1로 패하자 브라질 최대 마피아 조직인 PCC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분노를 느낀다. 결코 용서할 수 없는 만행이다. 그는 브라질에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며 보복을 선언하고 수니가에게 현상금까지 걸었다는 기사들이 보도되었다. 하지만 네이마르 부상 이후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오 지져스, 나를 보호해 주세요’라는 글을 페이스 북에 남기는 등 불안을 호소한 수니가는 이미 호위를 받고 고향으로 돌아가 독일에게 지고 있는 브라질을 향해 “브라질 아직 추격할 수 있어”라고 응원도 하고, 승리한 독일팀을 향해 “위대한 선수(뮐러)에게 가장 큰 축하를 보낸다”며 칭찬도 하고 있었다.


5.JPG 


그리고 충격적인 패배를 경험한 브라질의 각지에서는 강도와 폭력, 소요사태 등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축제에 가장 필요한 덕목이 ‘평화’임이 확인되는 순간이다.



“3차 세계 대전이 터진 줄 알았다”


1950년 브라질 월드컵, 당시 월드컵은 조별리그로만 우승을 가리는 방식이었다. 1위는 브라질, 2위는 우루과이였고, 당시 브라질은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비기기만해도 우승하는 상황. 브라질은 이미 축제였고, 브라질 축구 협회에서는 우승메달을 미리 제작하고 있었다. 허나 이거 왠 일. 우루과이와의 경기에서 2-1로 역전패 해 준우승에 머물고 말았다. 당시의 결과로 브라질은 멘붕. 총 4명이 사망(2명은 심장마비, 2명은 권총자살)했고, 공포를 직감한 우루과이 대표팀은 서둘러 귀국길에 올랐다.


그로부터 4년 뒤인 1954년 스위스 월드컵, 지난대회의 멘붕을 딛고 8강까지 순항한 브라질은 헝가리와의 경기에서 수비수가 헝가리의 히데구티의 바지를 냅다 잡아댕겨 똥꼬가 그대로 노출되는 기가막힌 장면이 연출 된 것. 이에 빡이친 헝가리의 보츠시크와 브라질의 산토스가 원투펀치를 주고 받아 퇴장, 게다가 위험한 태클로 브라질 험베르트 추가 퇴장. 경기장은 순간 ‘축제의 장’이 아닌 ‘으리의 장’이 되어 난투극 2판이 벌어진 뒤에 헝가리의 4-2 승. 하지만 거기서 끝나지 않고 헝가리 팬이 던지 병에 브라질 선수가 맞자, 브라질 선수들이 빈병을 들고 헝가리 라커룸으로 돌격 특급 난투극을 펼쳤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베른의 전투’. “3차 세계 대전이 터진 줄 알았다”는 말의 주인공은 바로 이 경기의 심판이었다.


그 뿐 아니다. 1962년 칠레 월드컵에서도 이탈리아가 칠레에게 2-0으로 패하자 편파판정을 이유로 칠레의 라커룸에 난입하는 사건이 있었고, 인간죠스 수아레즈의 나라 우루과이의 경우 2013년 자국 리그경기에서 심판에게 항의하던 선수를 제지하는 경찰을 오히려 선수가 폭행하는 일이 발생하자 집에서 경기를 보던 판사가 빡이 돌아 심판을 팬 골키퍼 호르헤 바바를 당장 구속하라 지시한 ‘특급 구속’사건 이후 열흘 간 모든 경기가 중단되기도 했다. 어른이 폭력적이면 아덜도 폭력적인 법, 퇴장에 항의하며 주심을 패려고 했던 아르헨티나 청소년 팀의 에스나이더로 인해 아르헨티나 청소년팀이 1993년도의 모든 대회의 출전을 금지당하기도 했다.


축구의 ‘평화롭지 못함’은 사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1331년 에드워드 3세가 축구선수, 팬 간의 싸움 때문에 축구를 전면 금지하는 법을 만들기도 했고, 1500년 엘리자베스 1세는 사고친 선수들을 감옥에 가두고 교회에서 고해성사를 시키기도 했을 정도로 나름 유구한 역사와 전통이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릴렉스 쌈바!


브라질의 충격적인 탈락으로 인해 브라질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가뜩이나 마약, 갱단하면 알아주는 동네가 브라질 아니던가. 2013년 은퇴한 축구선수 산토스(당시 35세)가 경찰인 아내에 대한 보복에 의해 납치되어 살해되기도 했던 바로 그 나라 아니던가.


브라질은 자국 축구가 낳은 역사상 최고의 스타라해도 과언이 아닌 펠레가 축제를 어떻게 즐기고 있는지 복기해보길 바란다. 1966년 웃으며 브라질의 월드컵 우승을 예언했지만 브라질은 예선 탈락했고, 1974년 웃으면서 아르헨티나가 결승에 진출할 것이라 했지만 8강에서 떨어졌고, 1991년 가나의 축구선수 ‘니 램프티’가 제2의 자신(펠레)이 될 것이라 예언했지만 유럽리그 적응 실패, 두 아들 사망이라는 비극의 주인공이 되었고, 1994년 브라질은 1위할 자격이 없는 나라고 우승은 콜롬비아가 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앞서말한 에스코바 사건이 발생했고,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때는 스페인이 우승할거라 예상했지만 스페인은 특급 예선 탈락. 2002년에는 그 유명한 “브라질은 예선에서 떨어질거야”라고 했지만 브라질 우승.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브라질, 잉글랜드, 아르헨티나가 우승후보여 이거뜨롸”라고 했지만 모두 8강에서 탈락. 하지만...


펠레가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예언한 우승 후보는 바로 ‘스페인과 독일’ 어라! 독일이 브라질을 꺾고 결승에 진출한 것이다. 세상만사 그 어느 종목에서도 필요한 덕목은 인내와 끈기임을 펠레는 예언을 통해서 입증한 것이다. 씨바 하다보면 언젠가는 맞는 거다. 일곱 번 자빠져도 여덟 번 일어나 예언하면 언젠가는 맞는 것이다. 좌절할 필요도, 좌절의 펜스를 넘어 흥분할 필요도 없는 거다. 항상 말하지 않나. ‘공은 둥글다’고 말이다. 펠레처럼 둥글둥글 틀려도 계속 예언 때려가믄서 즐기면 되는 거다. 이탈리아 선수를 깨물었고, 결국엔 졌다고 해서 해서 잔인하기로 소문난 이탈리아 시칠리아 마피아가 우루과이의 수아레즈를 현상수배하고, 잡아다가 죽을 때까지 깨물겠다고 협박하지 않듯 더 이상의 비극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2013061200000000000072611.jpg

아이...씐나...



“그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


얼마전 함께 술처묵던 한화의 오랜 팬인 후배로부터 들은 말이다. 나는 한화의 3년 연속 리그 꼴찌가 눈앞이라며 그를 놀렸고, 그는 (보스턴 레드삭스 팬인)내게 니(보스턴)도 리그 꼴찌라며 신나게 비난 배틀을 벌이고 있던 차였다. 나의 비난에 후배녀석이 “누구도 원망하지 않는다”며 평점심을 보여줬고, 나는 “팀내 유망주를 테스트하고 끌어올리는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다”는 원대한 포부를 내비쳤다. 한화는 여전히 꼴찌고, 보스턴 레드삭스도 여전히 꼴찌다.


전세계 축구팬들이여, 브라질 마피아여. 얼마 남지 않은 축제를 축제답게 즐기자. 승과 패를 떠나 마냥 즐겁게 즐기는 것. 그것이야 말로 브라질로 향해있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특급 덕목이 아니겠는가. 축제가 축제답게 끝나길 바라는 마음담아 우리 모두에게 보낸다.


“따봉”


3.jpg

따~봉







축구를 사랑하는 야빠위원회 위원장 너클볼러

트위터 : @kncukleballer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