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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퐈 추천32 비추천0

2015. 07. 23. 목요일

경제독투 씻퐈






편집부 주


아래 글은 경제독투에서 납치되었습니다.

딴지일보는 삼진아웃 제도의 유구한 전통을 이어온 바,

톡투불패(독자투고 게시판 및 딴지스 커뮤니티)에 쓴 필자의 글이

3번 마빡에 올라가면 필진으로 자동 등록됩니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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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이야기를 하나 해볼까해. 사실 지금 세계경제는 호황을 누리고 있어. 한국이야 메르스니 뭐니 해서 불황이란 말을 많이 쓰지만, 어쨌든 2% 중후반의 경제성장을 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어. 옛날같이 5% 이상 성장하던 호황기도 아니고, 내 통장에 꽂히는 돈이 늘지를 않으니 실감나지 않을 수 있겠지만, 일단 불황은 아니야. 호황일 때 돈은 내가 없는 곳에서 도니 모를 수 있지만, 불황일 때 돈은 내 눈 앞에서 사라지니 더 확실히 느끼게 될 테니까.


눈을 조금 돌려서 다른 나라를 보면, 지금 세계 경제가 호황기라는 말이 좀 더 와닿을 거야. 미국 나스닥은 역대 최고치에 근접하고 있고, 일자리가 늘어나는 속도나 및 신규주택공사 같은 세부 경제지표를 보면 얼마나 미국경제가 호경기인지 알 수 있어. 옆 나라 일본은 4%에 육박하는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오랜만에 살아나고 있고, 유럽도 디플레이션과에 전쟁에서 승리한 모양새야. 우리 주변에 워낙에 안 좋은 일이 많아서 잘 모를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세계 경제는 호황기야.


이어서 덜 충격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아마 4년 안에 전 세계 경제에 불황이 올 거야. 9년 주기, 11년 주기 등 각종 경제주기론을 신봉하는 경제학자가 아니더라도 선진국 경제가 10년 이상 불황 없이 성장만 하는 일은 거의 없잖아. 가장 최근에 왔던 세계적인 경제 불황이 2008년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였으니까, 2009년부터 치면 올해가 경제 성장 7년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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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기준금리가 제로였으니,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넘치는 유동성들이 세계 곳곳에 있는 위험한 자산으로 흘러들어 갔을 거고, 이제 기준금리가 다시 올라가니까 서서히 그 돈들을 회수하려고 할 거야. 그러다보면 어디선가 또 뭐가 뻥하고 터질 거고…. 넉넉잡아 3~4년 안에 월가에 있는 놈들이 대형 사고를 터뜨린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는 얘기야. 만약 또 미국서 경제위기가 닥친다면,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줄줄이 악화될 거고, 지금 같은 호황기에 콩고물도 못 받아먹은 우리나라는 또 털리겠지. 늘 그래왔듯이.


이제부터 내가 하려는 이야기는 금융위기에 대한 이야기야. 무슨 자연 재해마냥 이렇게 반복되는 금융위기가 어떤 메커니즘으로 발생하고, 어떻게 봉합이 됐는지. 뭐, 이런 걸 디벼보려고 해.


그럼 가장 가까운 2008년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부터 볼게. 이 사태 이전의 미국 모기지 시장을 요약하면 ‘수건 돌리기’야. 어렸을 때 소풍가면 많이 하던 게임 있잖아. 다 같이 원으로 둘러앉아 노래를 부르다가 술래가 누구 뒤에 가서 수건을 놓으면, 그 사람이 다시 술래를 잡던지, 아니면 다시 술래가 되서 다음 사람자리에다가 수건을 놓고 그 사람 자리에 가서 앉는 게임. 2008년도 이전의 미국 모기지시장이 진짜 이랬어. 이때 수건은 리스크였고, 게임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집구매자, 브로커, 유통업자, 투자은행, 보험회사 정도야.


이게 무슨 소린지 설명하기 위해 모기지시장이 어떤 와꾸로 돌아가는지를 먼저 쓸게. 주택구매자가 집을 사려고 해. 웬만해서는 다 대출 끼고 사잖아. 그럼 보통 브로커(Loan originator)한테 찾아가. 브로커가 친절하게 커피 타주면서 대출심사서 쓰는 거를 도와줘. 그러면서 뒤로 크레딧 스코어를 조회 해보고 계산기를 두들겨 보는 거지. 이 정도 신용도와 소득에 이정도 대출을, A사를 통해서 받는 게 금리가 (그리고 내가 받을 커미션이) 좋겠다고 생각해.


브로커는 쩐주인 A사한테 전화를 걸어서 ‘내가 호구하나 물어왔는데 대출 콜?’하고 물어봐. A사, 즉, 유통업자(Warehouse lender)는 브로커가 물어온 고객을 대상으로 모기지 대출을 해주는 데야. 근데 요새같이 금리가 3%일 때 대출해봐야 뭐 남는 거 거의 없을 거 아니야. 심지어 미국은 30년 만기 고정금리가 시장 컨벤션인데, 얘들도 땅 파서 장사하는 게 아니면 30년 동안 들고 있을 리 없지. 그래서 얘들은 이렇게 모기지 준 것들을 묶어서 돈 더 많은 애들한테 30년 만기 대출의 현재가치만큼을 받고 팔아. 전문용어로 대출 깡을 하는 거지. 지금 미국엔 이렇게 여러 개의 모기지들을 묶어다 파는 기관이 두 군데가 있어. 정부 공기업인 ‘Fannie Mae’랑 ‘Freddie Mac’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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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 기관 모두 몇 년 전부터 합병한다는 썰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 다 멀쩡히 잘 있어 (아직 회계 방식 통합프로젝트 중이지만). 어쨌거나 GSE(Government Sponsored Enterprise), 미국정부가 보증하는 (직접적인 보증은 없지만 암묵적으로 보증하는) 공기업이니까.


얘들이 2008년에 워낙 크게 들어먹어서 욕을 많이 먹었지만, 미국인 입장에서는 고마워해야 할 기관이야. 얘들이 시장에 나오기 전에는 미국 모기지 시장이 동부, 서부, 중부 이렇게 나뉘어서 각각 이자율이 달랐거든. 인구가 많고 대출기관도 많은 동부가 이자가 가장 쌌고, 그 반대인 중부에서는 대출 이자율이 엄청 높았어. 또 다른 나라처럼 변동이율대출(ARM)이 많았거든.


국민들이 평등하게, 그리고 낮은 이율로 대출을 받기 위해 (그리고 집값부양을 위해) 만든 국책기관이 얘네야. 얘네가 하는 일은 미국 전국각지에서 만들어지는 모기지 들을 긁어모아서, 하나의 금융상품을 만들어. 이걸 만드는 과정을 증권화(Securitization)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서 ‘여러 개의 대출을 묶어서 하나의 증권으로 파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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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증권화라능


왜 이렇게 번거로운 짓을 하느냐면, 각각의 대출은 개별적인 위험이 너무 클 거 아니야. 집 담보 대출의 경우 집이 어느 지역에 있는지, 채무자 재정 상태는 어떤지에 따라 투자위험이 다 다르니까. 근데 성격이 비슷한 대출 수백 개를 묶어서 팔면 얼추 분산투자가 이루어져서 개별적인 위험은 줄어들고 시스템적인 위험만 남는 거지.


이런 과정을 통해서 나온 상품은 보통 기초자산, 즉, 대출의 성격에 따라 분류하는데 오늘 우리가 볼 거는 모기지 대출이니까 MBS(주택저당증권. Mortgage Backed Securities. 주택이나 토지를 담보로 발행되는 채권)이야. Fannie Mae랑 Freddie Mac은 미국정부한테 받은 돈으로 이걸 찍어내는 기관인 거지. 얘들이 워낙 자본력이 압도적이니까 조그마한 유통업자(Warehouse lender)입장에서는 모기지를 찍어내는 아주 중요한 기준이 'Fannie Mae와 Freddie Mac이 원하는 모기지'가 되었어.


정확히 말하면 Fannie Mae와 Freddie Mac에게 인공지능을 가진 모기지 심사 프로그램이 있어. 얘한테 필요한 조건을 프로그래밍하면 얘들이 스윽 보고 모기지를 살지 안 살지를 정해. 보통은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은행이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해줄 때 최대 대출 가능 한도)가 80% 미만이어야 하고, 소득대비 이자소득 등 여러 가지를 심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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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시작인 LTV(주택담보대출비율)


암튼 이렇게 정부기관 애들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미국정부가 원하는 대로 소비자 중심으로 모기지 시장이 재편되었어. 이자율은 많이 내려갔고, 고정금리 대출이 늘어났으며, 결정적으로 조기상환에 따른 패널티가 없어졌어.


소비자 입장에선 요즘같이 금리가 낮을 때 앞으로 30년 동안 낼 이자율을 고정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혹시라도 금리가 더 낮아지면 바로 더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는 거지. 그래서 앞에서 말했지만 미국에선 은행들이 이자율 가지고는 도저히 영업을 못해. 대신 모기지 만들 때 마다 1%씩 모기지 발생비용을 청구하는 거랑 앞으로 30년 동안 모기지 수금할 때마다 서비스료(Servicing Fee)라 그래서 약간씩 떼어 가거든. 이거 두 개로 먹고 살고, 모기지 자체는 Fannie Mae나 Freddie Mac에다가 바로 팔아버려.


여기까지가 Fannie Mae, Freddie Mac을 통해서 어떻게 MBS(주택저당증권 : Mortgage Backed Secyrities)가 탄생하는지에 대한 얘기야.



3.


지금부터 나올 얘기의 출처는 미국 MBA(Mortgage Banking Association) 교육과정, CFA(Chartered Financial Analyst) 교육과정, 그리고 내가 만난 고객들이랑 나눈 이야기들이여.


앞에서 여러 개에 모기지를 묶어서 하나의 자산으로 만들어서 파는거를 MBS라고 그랬잖아. 이걸 시장에서 묶음(pool)으로 파는데, 한 묶음을 보통 ‘REMIC(레믹 : Real Estate Mortgage Investment Conduits)’이라고 불러. 작은 건 천 억, 큰 건 1조 정도 하는데 단위가 졸라 크잖아. 이거 혼자 다 못 먹어. 그래서 여러 명한테 나눠서 파는데, 각 투자자들의 기호에 맞춰서 이걸 또 썰어서 팔아. 이렇게 조각내는 걸 ‘트렌치(tranche)’라고 불러.


그치만 아무리 분산 투자를 잘해도 시스템적인 위험은 분산이 안 되잖아. 일반적인 증권화 채권의 경우 시스템적 리스크는 크게 두 가지가 있어. 하나는 채무불이행위험(Default risk)인데, 모기지를 빌린 놈이 안 갚고 배째라고 버티는 거, 또 하나는 조기상환위험(Prepayment risk)이라고 돈 빌린 놈이 돈을 먼저 갚아버리는 거지.


전자는 이해하기 쉽지? 내 돈 떼이는 거니까. 그에 반해 후자는 좀 알쏭달쏭 할 수 있는데, 미국 모기지는 이자율 내려가면 냅다 리파이낸싱(Refinancing : 기존 채무를 갚기 위해 신규 대출을 받거나 기존 채무의 상환일을 연장하는 것) 해도 된다고 그랬잖아. 돈을 빌려준 사람 입장에서는 이자율이 내려갈 때 원금을 더 빨리 회수할 거고, 그때 회수해봤자 재투자 할 곳이 마땅치 않은 거지.


이 두 가지를 리스크를 조절하기 위해서 트렌칭을 하는데, 돈을 회수할 순위를 매기는 거야. 보통 알파벳으로 분류하는데, A 트렌치를 사는 사람이 돈을 제일 먼저 받고, 'Subordinated Tranche'라고 부르는 제일 바닥에 있는 사람이 돈을 가장 나중에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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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경향신문]


A 트렌치를 사는 사람은 돈을 제일 먼저 받는 사람이니까, 조기상환위험에 노출이 많이 될 거지만 채무불이행위험에는 노출이 덜 될 거야. 반면에 맨 밑에 있는 사람이 조기상환위험을 겪을리는 거의 없겠지만, 채무불이행위험은 고스란히 떠안겠지.


여기까지만 이해하면 모기지 상품뿐만 아니라, 웬만한 증권화에 대한 개념은 이해한 거야. 근데 나름대로 쉽게 설명한 거라 건너 뛴 게 좀 있어. 혹시 오해할까봐 몇 가지를 정정할게.


그냥 뭉뚱그려서 MBS라고 했는데, 지금 여기서 얘기하는 거는 ‘Agency Collateralized Mortgage Obligation’이야. ‘Agency’는 Fannie Mae나 Freddie Mac 같은 기관이 만들어서 보증을 했다는 의미고, ‘Collateral’은 번역하면 담보거든. 회계적인 개념이 있는 사람이면 설명하기가 쉬워지는데 좌변에 자산이 있고, 우변에 부채 및 자본이 있을 거 아니야. 여기서 자산은 모기지가 되는 거고, 부채 및 자본을 시장에다가 내다 파는 거지. 그런 거 몰라도 모기지 수백 개 묶은 거를 담보로 투자자들한테 돈을 빌리는 거라고 이해하면 무리가 없을 것 같아. 참고로 현재 대부분의 MBS가 이런 형태로 발행되고 있어.


살을 좀 더하자면, 채무불이행위험은 CDR이라는 지표로 측정하고, 조기상환위험은 CPR로 많이 측정하는데, 2008년도 이후로는 Agency Collateralized Mortgage Obligation의 채무불이행이 없어졌어. Fannie Mae와 Freddie Mac이 보증해주거든.


돌아와서, 이렇게 트렌칭을 해서 팔다보니까 상위 트렌치는 나름 잘 팔려도 하위 트렌치는 위험하니까 투자자들이 꺼려했어. A 트렌치가 삼겹살이라면 아래 트렌치들은 부속고기라 그래야 되나?


여기서 월스트리트 애들이 나서는 거지. 인기가 떨어지는 위험한 트렌치 및 모기지 상품들을 긁어모으고 섞어서, 위험도는 낮추고 수익률은 높인 금융상품을 만든 거야. 그 이름도 유명한 ‘CDO(부채담보부증권 :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의 탄생이지. 남아도는 부속고기랑 기타 잡고기들을 섞어서 그럴듯하게 패티를 만들고는 그걸 비싼 가격에 파는 거야.



4.


만약에 500억짜리 REMIC이 있다고 치면, 상위 300 정도는 무리없이 팔겠지만, 밑에 200은 팔기가 힘들잖아. 월가에선 이 부속고기들을 모으기 시작해. 내가 부속고기라고 표현했지만, 따지고 보면 Fannie Mae랑 Freddie Mac에서 찍어낸 거잖아. 앞서 말했듯, Fannie Mae랑 Freddie Mac은 인공 시스템이 모기지를 살지 안 살지를 결정해. 예를 들면, 부채대비 자산가치가 80%를 넘어가진 않는다고 그랬잖아. 인공 시스템이 단순히 비율만 계산해서 걸러내는 건 아니고, 자산가치(Appraisal Value)를 평가할 수 있는 서류까지 스캔할 수 있어. 소득관련 비율도 마찬가지로 증빙서류 같은 걸 검토할 수 있고.


요는 최소한 Fannie Mae랑 Freddie Mac이 찍어낸 MBS에 들어가 있는 모기지는 썩 괜찮은 놈들이라는 거지. 문제는 Fannie Mae랑 Freddie Mac이 모기지를 싹싹 긁어가 주는데다가, 2000년대 초반에 미국 경제를 쥐락펴락하던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의 대빵인 그린스펀 형이 디플레이션 위험이 있다고 판단을 하고 단기금리를 역대급으로 낮췄거든. 이러니까 집값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하는 거지. 노무현 정권 때를 떠올리면 이해하기가 쉬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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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과잉유동성자금 증가 = 집값 상승


집값이 5억으로 올랐으면, 자기 자본이 1억은 있어야 4억을 빌려서 80% 부채비율을 맞출 수 있게 되었어. 집이 있는 사람은 몰라도 신규 주택자들은 죽어나는 거야. 그래서 그 비율을 못 맞춘 주택구매자들한테 빌려주는 대출을 ‘서브프라임(Subprime)’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어.


근데 꼭 이렇게 특정 비율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만 서브프라임이라고 부르지 않고, 어떤 이유에서든 하자가 있어서 Fannie Mae와 Freddie Mac에서 안 사가는 모기지들을 묶어서 서브프라임이라고 불러. 프라임보단 쫌 아래란 뜻이지. 네이밍 죽이지 않아? 실제론 걍 졸라 위험한 모기지란 뜻이니까 편의상 ‘잡고기’라고 부를게.


서브프라임 론(subprime loan)을 설명한 이유는 월가에서 아까 말한 부속고기 자투리랑 이 잡고기들을 섞어서 하나의 금융상품을 만들었기 때문이야. 이게 그 악명 높은 CDO(은행 등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채권을 특수목적회사에 이전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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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매일경제]


모기지란 말이 싹 빠졌지? 왜냐면 이게 졸라 잡탕이라서 그래. 기본 베이스는 위에 서술한 MBS랑 서브프라임 모기지이지만, 자동차대출, 학자금 대출, 신용카드 대출 등 여러 종류의 구조화 채권(모기지가 아닌 것들은 보통 ABS-Asset Backed Security, 자산유동화증권- 라고 불러)들의 하위 트렌치를 조금씩 갈아 넣었어. 그래서 딱 뭐라고 특정하기 어려우니까 'Debt'이라고 부른 거야.


졸라 복잡하지? 게다가 안을 갈라보면 이렇게 위험한 게 막 섞여있으니까 사람들이 안 살 거 아니야. 그래서 월가에서는 이걸 신용평가기관(Credit Rating Agency)인 M사, S사, P사에다가 보내서 신용등급을 받게 해. 그것도 자그마치 AAA. 웬만한 국채보다 등급은 높은데, 이자율은 한 5%씩 떼어주는 거지. 거기다 이 패티 안에 적절하게 소스도 쳐져있고.



5.


앞에서 월가에서 CDO를 MBS 채권의 하위 트렌치랑 서브프라임론, 기타 증권화채권 (ABS)들이 섞여서 만들었다고 했지. 딱 봐도 위험한 자산들이잖아. 근데 이걸 기초자산으로 찍어낸 CDO들의 상위 트렌치들은(CDO 자체도 증권화 채권이기 때문에 트렌칭해서 발행했어) 신용평가사로부터 AAA를 받고 시장에 유통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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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평가사가 위험을 제대로 평가했는지 안했는지를 따지기에 앞서서 (이 부분은 나중에 다룰게) 기초자산보다 파생상품의 신용도가 압도적으로 높다는 게 이상하잖아. 왜 그럴까? 사실 증권화 채권의 상위 트렌치가 기초자산보다 신용등급이 높은 건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야.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상위 트렌치들은 Overcollateralized(지나치게 담보된)됐거든.


예를 들어서 설명을 해볼게. 헤지펀드(단기이익을 목적으로 국제시장에 투자하는 개인모집 투자신탁)에 어떤 매니저가 5000만 불짜리 CDO를 만들려 한다고 가정을 해볼게. 규모가 어느 정도 되면 자가 조달을 하겠지만, 보통은 투자은행을 하나 끼고 연기금을 모아놓고 투자금을 받을 거야. 근데 투자를 받으려면 어느 정도 투자자들이 매니저를 믿을 수 있어야 할 거 아냐? 그래서 보통 헤지펀드 매니저가 제일 먼저 500만 불을 은행에다가 걸어. 이 500만 불은 5000만 불짜리 CDO에 제일 아래 트렌치(Subordinated note)를 사는데 쓰일 거야.


맨 밑에 트렌치를 사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나머지 투자자들이 원금회수를 할 때까지 이 매니저는 원금을 회수하지 않겠다는 의미가 있어. 자기 원금도 회수해가려면 당연히 투자자들 원금을 잘 지켜줘야겠지? 둘째로는 이 맨 마지막 트렌치를 가진 사람이 보통 의사결정권을 가져. 이 트렌치를 보유해야만 매니저는 자기가 원하는 대로 펀드를 운영할 수 있을 거야. 셋째로는 이 500만 불이 앞으로 이 증권화 채권이 겪게 될 손해들을 흡수해 줄 거야. 처음에 5000만 불을 모아서 돈을 굴리다가 혹시 손실이 나더라도 이 바닥에 500만 불까지는 제일 아래 트렌치(Subordinate Note)에서 까일 테니 나머지 투자자들한테 손해가 미치지 않을 거라는 거지. 


이 세 번째 포인트가 바로 ‘Overcollateralized’야. 5000만 불이 A 트렌치에 1000만 불, B 트렌치에 1000만 불, C 트렌치에 1000만 불, D트렌치에 500만 불, Subordinated에 500만 불 트렌칭이 되어있다고 가정하자. A 트렌치에 투자한 사람의 경우, 4000만 불의 손해가 나더라도 원금손실은 발생하지 않을 거야.


수학적으로 표현해보면 Overcollateralized 된 정도는 '총 자산 / (상위 트렌치 + 현 트렌치)'이야. A 트렌치의 경우, 5000 / (0 + 1000) = 500% 일 거고, B 트렌치의 경우 5000 / (1000 + 1000) = 250% 가 되는 거지.


여기서 핵심은 아무리 기초자산이 쓰레기라도 Overcollaterlized가 잘 되어있는 증권화채권은 수치적으로 봤을 때 안정적이게 보이는 거지.


이거 말고도 CDO 상품의 위험도가 낮게 측정된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바로 CDS(신용부도스와프 : Credit Default Swap)야. 일종의 보험 상품(기업의 부도위험 등 신용을 사고팔 수 있는 신용파생상품)으로, 이걸 판매한 회사는 평소에 위험에 대한 프리미엄을 받다가 CDO가 보유한 모기지가 부도가 나면 원금 손실을 메꿔주는 거야.


소수의 투기꾼들이 CDO를 사던 시절에는 CDS 같은 안전장치를 하기도 하고 안 하기도 했지만, 본격적으로 시장이 커지기 시작하면서 좋은 신용등급을 받기위해 CDS는 거의 보편화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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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수치적으로 잘 Overcollateralized 되어 있고, CDS 상품으로 안전장치까지 한 CDO는 AAA같이 말도 안 되게 좋은 신용등급을 받았지. 게다가 부동산 경기가 좋았던 2000년도 초반부터 중반까지 낮은 부도율(Default rate)을 보여줌에 따라 어느 정도 안정성을 인정받은 거지.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2006년도에 찍어낸 CDO가 225조 달러로 추산된대. 이렇게 월가에서 찍어낸 상품은 미국뿐만 아니라 아이슬란드 교사 연금재단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곳곳으로 팔려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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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지구상에서 찍어낸 CDO는 무려 520조


지금까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모기지의 생성부터 Fannie Mae와 Fraddie Mac이 묶고, 월스트리트가 이걸 잘 패키징해서 좋은 신용등급을 받고, 시장에다가 판 과정까지를 설명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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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 요약. 두둥


다음 글부터는 이걸 따로따로 보는 게 아니라, 연결해서 하나의 그림을 그려볼게.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워.








경제독투 씻퐈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 너클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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