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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7. 28. 월요일

벨테브레 












유병언이 수배 중에 홀연 죽은 날은 로로피아나 잠바에 내복까지 갖춰 입고도 저체온증으로 죽을 수 있는 추운 날이자 사체가 열이레만에 썩어 문드러질 정도로 더운 날이기도 했다.


측근들은 '내 죽음을 검경에 알리지 말라'는 유병언의 유언을 좇아 마음대로 울지도 못하고 유병언의 죽음을 일체 입 밖에 내지를 않았다. 다만 유병언이 이른 대로 시신의 옷을 위아래로 걷고 신발을 벗겨 노숙자처럼 만든 뒤 유류품과 함께 매실밭에 방치하였다. 그런 다음 유대균에게 은밀히 명을 내려 검경의 추적을 피하게 하고 일부 신도들을 자수시켰다.


김기춘은 그때 굳게 청와대만을 지키고 있었으나 구원파의 동정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날 밤 가만히 천문을 보고 있는데 문득  큰 별 하나가 붉은빛을 뿜으며 동북쪽에서 서남쪽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놀란 김기춘이 자세히 살펴보니 서남쪽에 떨어졌던  그 별은 두세 번이나 유병언의 별장 위로 솟구쳤다가 떨어지는데 은은한 소리까지 들렸다. 김기춘은 놀라운 가운데도 기쁨에 차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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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이 마침내 잡히겠구나!"


김기춘이 별이 떨어져 솟는 걸 보고 유병언의 검거를 짐작한 것이었다. 이에 김기춘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검경에게 영을 내려 물러나는 구원파를 뒤쫓게 했다. 그러나 김기춘은 말 위에 올라 청와대를 나서려다 말고 문득 의심이 들었다.   


'원래 병언은 희한한 술법을 잘 부린다. 내가 나가 싸우지 않으니 이런 술법을 부려 나를 끌어내려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함부로 뒤쫓다간 또 그의 계책에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런 의심이 들자 김기춘은 다시 검경을 거두어 청와대를 지키기만 할 뿐 좀처럼 나설 생각이 없어졌다. 다만 구원파의 동정이 궁금해 김회종에게 수십 명의 수사관을 주어 구원파의 동정을 살펴보도록 했다.


그 무렵, 김기춘이 보낸 김회종도 금수원에 이르렀는데 보니 구원파라고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이에 김회종은 급히 돌아가 김기춘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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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를 놓치지 않고 있으며 비호세력을 많이 제거해 활동반경이 좁아지는 단계에 있어, 검거는 시간의 문제라고 봅니다"


그 말을 듣자 김기춘이 흥분을 참지 못해 소리쳤다.


"그렇다면 유병언이 틀림없이 잡히겠구나. 어서 빨리 뒤쫓아야겠다."


김기춘이 말 위에 올라 검경을 재촉하자 황교안이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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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거에 진전이 있고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으니, 실장님께서는 가볍게 뒤쫓지 마시고 김회종을 시켜 먼저 수색토록 하십시오."


그러나 마음이 급한 김기춘은 황교안의 말을 물리쳤다.


"아니다. 이번에는 반드시 내가 가야 하리라."


김기춘은 그 말과 함께 몸소 검사들을 이끌어 수사관들과 함께 일제히 송치재 별장으로 짓쳐들었다. 그러나 별장에는 현금 8억 3천만 원과 미화 16만 달러, 유병언의 체액이 묻은 휴지만 있을 뿐 유병언은 보이지 않았다. 김기춘이 김진태와 이성한을 돌아보며 일렀다.


"내가 먼저 검경을 이끌어 유병언을 뒤쫓을 터이니 너희들은 뒤에서 나를 따르도록 하라."


이에 김진태, 이성한 두 총장은 영을 좇아 앞서 가는 김기춘의 뒤를 따랐다. 김기춘이 검경을 재촉하여 산모퉁이를 돌아가니 멀지 않은 곳에 구원파가 물러나고 있는 것이 보였다.


"현상금 5억에 일계급 특진을 걸겠다. 어서 유병언을 검거하라!"


김기춘이 수배전단을 높이 들어 외치며 검경을 급히 몰았다. 그때였다. 홀연 한 방의 포 소리가 들리더니 산 뒤쪽에서 함성이 크게 일었다. 그와 함께 물러나던 구원파도 현수막을 돌려세우고 찬송가 소리를 드높게 울리며 되돌아오는 것이 아닌가. 거기다가 나무 그늘 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구원파의 현수막에는 한 줄로 크게 글씨가 씌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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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남이가!'


김기춘이 그걸 보자 대번에 얼굴빛이 달라졌다. 김기춘은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눈을 부릅뜨고 앞을 노려보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구원파의 무리 속에서 수십 명의 여성이 수레를 밀고 나오는데 그 수레 위에는 백발에 정장, 안경을 쓰고 카메라를 든 채 유병언이 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 김기춘은 정신이 아득했다. 


"유병언이 아직도 건재한데, 내가 가볍게 위태로운 곳으로 들어와 스스로 화를 불렀구나."


그 말과 함께 김기춘은 황망히 말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달아나는 김기춘을 향해 이태종이 뒤쫓으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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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검찰, 또 뻥치시네! 김기춘 실장,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


그 소리에 검경은 당황하여 제대로 정신을 가누지 못할 지경이었다. 모두 얼이 빠진 듯 제복과 신발을 벗어던지고 장구류도 내던진 채 그 자리에 드러누워 잠이 들고 말았다.


얼이 빠진 것은 졸개들뿐만이 아니었다. 김기춘도 뒤를 돌아볼 틈도 없이 말을 돌려 달아났다. 김기춘이 정신없이 50여 리를 달렸을 때 두 장수가 따라와 김기춘이 탄 말의 고삐를 잡으며 외쳤다.


"실장께서는 이제 진정하십시오."


김기춘은 그제야 두 장수를 알아보고 머리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내 목이 제대로 붙어 있느냐?"


두 장수가 김기춘을 안심시켰다.


"실장께서는 안심하십시오. 각하께서는 여전히 실장님을 신임하십니다. 이번 건은 최재경 사표로 끝내기로 했답니다."


김기춘은 그들 두 장수가 바로 김진태와 이성한임을 알아보고는 그제야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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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은 두 장수와 함께 지름길을 따라 청와대로 돌아온 후 장수들을 내보내 구원파의 동정부터 살피게 했다. 그로부터 이틀이 지났을 때였다. 그 고장 토박이 백성 한 사람이 달려와 김기춘에게 말했다.


"매실밭에 버려진 가방에는 '꿈같은 사랑'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고 세모에서 만든 스쿠알렌 빈 통도 놓여 있었습니다. 그걸 보아도 유병언이 정말 죽은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또한 제가 듣기로 구원파의 1천 신도가 마지막으로 물러나며 뒤를 끊었다 합니다. 그날 수레 위에 앉아 있던 유병언은 나무로 깎아 만든 거짓 아해였고 진짜 유병언은 송치재 별장 나무 벽 사이의 공간에 숨어 있었다 합니다."


그 말을 듣자 김기춘이 길게 탄식했다.


"나는 유병언이 살아 있다는 것만을 헤아렸을 뿐, 죽었다는 것은 미처 헤아리지도 못했구나!"


이 일이 있은 후부터 구원파 사람들 사이에는 '죽은 유병언이 살아 있는 김기춘을 쫓아 버렸다'는 말이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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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테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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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퍼그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