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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7. 31.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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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삼국지 - 죽은 병언이 산 기춘을 쫓다]










서장

      

근혜여왕 재위 2, 화려한 복색에 정신이 팔린 여왕이 정사를 돌보지 않는 사이 조정의 실권은 권신 김기춘에게 넘어갔으며 잇따른 재난과 경기침체로 백성들의 삶은 도탄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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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은 수많은 백성들이 죽고 다친 재난의 책임을 물어 구원파와 그 장문인 유병언을 토벌하기 위한 군사를 일으켰으나, '죽은 병언이 산 기춘을 쫓는다(死炳彦 走生淇春)'는 어록만을 남긴 채 씁쓸하게 청와대로 퇴각하였음은 전작에서 살펴본 바와 같다.

      

그 무렵 무림의 고수들은 근혜여왕 및 조정대신들을 추종하는 새누리방과 그에 반대하는 새정치파의 양대 세력으로 분화되었으니, 양대 방파는 이미 지난 6월 각 지역의 패권을 놓고 치러진 비무대회에서 우열을 가리기 힘든 접전을 펼친 바 있다.

    

이후 강호에는 "재보선(財寶選) 15개를 얻는 자가 천하를 얻는다"는 전설이 떠돌았으니 재보선이란 일찍이 무림에서 보기 드문 재물과 보화로 손꼽히던 물건 15가지를 일컬음이라.

      

그리하여 양대 방파의 고수들은 저마다 15개 재보선을 차지하는데 혈안이 되어 전국 각지를 주유하게 된다.

    

새누리방의 새 방주가 된 김무성은 기다리지 않는 거침없는 성품으로 무대(無待)라는 별호를 갖고 있었으나, 소심한 척 속마음을 숨긴 채 4개의 재보선만을 얻으면 족하다며 군웅들을 안심시켰다.

    

반면 평소 욕심 없는 성품으로 양보왕이라 불리던 새정치파의 공동장문인 안철수는 '재보선 중 다섯 가지만 찾아와도 성공'이라고 하였으나 그의 진심을 아무도 믿어 주지 않았다.

    


1

      

15개 재보선의 소재에 대하여 강호에는 "12345"이라는 풍문이 떠돌았으니 서울에 하나, 영남에 둘, 충청에 셋, 호남에 넷, 경기에 다섯 개가 있으리라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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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영남 지방의 양대 재보선은 '해운대기장' 이라는 기장과 '울산나물'이라는 나물이었으나, 영남에 근거지를 둔 새누리방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찾아냈다. 울산에서 오랫동안 고군분투하던 송철호가 반새누리방 연합을 대표하여 울산나물을 찾으러 갔으나 울산태수를 역임한 숙적 박맹우에게 가로 막혀 이번에도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충청 지방의 3대 재보선은 귀고리에 다는 구슬을 뜻하는 충주(珫珠), 대전대덕구(大轉大德球)라는 이름의 공, 산처럼 쌓인 책도 모두 놓아둘 수 있다는 서산태안(書山太案)이란 이름의 책상이었다. 이 또한 불사조라는 별호를 지닌 떠돌이 무사 이인제와 충청감사를 역임한 이완구의 활약으로 새누리방이 전부 접수해 갔다.

    

새정치파의 본거지인 호남에는 4개의 재보선이 있다고 전해져 왔으며, 강호 사람들 모두 여태까지 그래왔듯 네 가지 모두 새정치파에게 돌아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광주에 있다고 전해져오던 빛나는 산호, 광산(光珊)을 놓고 새정치파 내부에서 자중지란이 일어났다. 원래 광산은 청년협객 기동민과 무현왕 때 형조판서를 지낸 천정배가 노리고 있던 것으로, 특히 천정배는 광산을 얻어 호남의 맹주로 행세할 생각이었으나 새정치파 장문인들은 이를 달가워하지 않았기 때문.

    

그들은 천정배에게는 이렇다 할 언질 없이 기동민에게 광산 대신 서울로 가서 동작(銅雀)을 찾아오라 명한 뒤, 광산을 찾는 일은 여걸 권은희에게 맡긴다고 공표하였다. 권은희는 본디 포도대장 김용판의 수하로 김용판의 비행을 폭로하다 조정의 눈 밖에 난 사람인데, 그 능력과 의기를 높이 산 김한길이 권은희를 새정치파에 영입하여 중용하려 했던 것이다. 그러나 아직 무공이 검증되지 않은 연약한 여인에게 그런 중책을 맡기는 것은 강호의 도리가 아니라는 문파의 반발이 적지 않았으며, 그녀의 부군이 상인들에게 점포를 임대하여 먹고 사는 자라는 것이 드러나며 많은 비난을 사기도 했다.

    

파문을 각오하고 혼자서 광산을 찾아 가려던 천정배는 결국 천사인불투(踐死忍不鬪)라는 별호처럼 밟혀 죽을지언정 참고 싸우지 아니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리하여 무사히 광주에 내려간 권은희는 어렵지 않게 광산을 찾아낼 수 있었으며, 새정치파는 토박이들을 시켜 호남에 있다는 다른 두개의 재보선도 무난히 얻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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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호남의 마지막 재보선은 순수한 샘물이 흐르는 골짜기, 순천곡의 맑은 물로 빚은 순천곡성(純泉谷成)이라는 술이었다. 이 술을 얻기 위해, 또 얻고 나서도 얼마나 많은 검객과 협사들이 사라져 갔던가!

    

지난 날 순천곡성을 얻은 서갑원은 한 모금에 취해 상인 박연차 무리와 어울려 놀다가 이를 빼앗겨 버렸고, 이를 다시 차지했던 김선동이라는 이는 술김에 최루탄이라는 암기를 쓰다가 무공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순천곡성이 호남에 있는 것만큼은 확실했기에 새정치파 식구들은 순천곡성을 얻는데 있어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순천곡성의 원래 주인인 서갑원을 내보내 순천곡성을 찾아오기로 결정하였다.

    

한편 새누리방에서는 순천곡성을 찾기 위해 호남 출신으로 근혜여왕의 심복이 된 이정현을 보냈는데, 새누리방의 누구도 이정현이 순천곡성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날 새누리방의 고수들이 수백 명의 호남 백성들을 살해한 사건으로 인해 30년이 지난 지금도 호남지방에서는 새누리방 무리들이라면 치를 떨고 있었기 때문. 그리하여 호남 출신인 이정현조차 새누리방의 일원이 된 이후로는 호남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었다.

    

이정현은 새누리방에서 붙여준다던 호위무사들도 마다한 채 혈혈단신으로 호남에 내려갔다. 그가 믿는 것은 근혜여왕이 건네준 비장의 무기 뿐그는 입술을 꾹 깨물며 반드시 순천곡성을 찾아 근혜여왕에게 바치겠다고 맹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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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파의 서갑원은 이정현이 온다는 소식에 쾌재를 불렀다. 무현왕의 심복이었던 그는, 이정현을 베어 고인이 된 선대왕의 원수를 갚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리고 박연차로 인해 땅에 떨어진 명성을 회복하겠다는 의욕에 불타올랐다.

    

순천곡으로 가던 서갑원 일행은 농가를 지나다가 코를 찌르는 듯한 악취를 맡았다. 그 근원을 찾아 매실밭에 들른 서갑원은 부패하여 반쯤 백골이 된 시신을 발견하고는 부하에게 물었다.

    


"매실밭에 웬 시신이냐?"

    

"그러게 말입니다."

    

"순천곡성을 찾으러 가는 길에 시체를 보다니, 흉한 징조가 아닌가!"

    

"그냥 반도의 흔한 노숙인 같습니다만."

    

"이 근처는 유병언과 구원파 일당이 출몰하는 곳 아니더냐. 어서 가자."

    

"그래도 포도청에 연락은 해야 할 것 같습니다만."

    


포도청에 연락하여 변사체의 신원을 확인하는 사이 40일이 흘렀다. 게다가 그 시신이 조정에서 쫓던 유병언이라고 하는 바람에 서갑원 일행의 발길은 더욱 지체된다. 일행 중 박범계가 '그 시신이 유병언이 아니라는 포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여 간신히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가까스로 순천곡성에 도착한 서갑원 일행은 이미 이정현이 순천곡성에 와 있는 것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의 곁에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걸 찾나?"

    

"저것은 순천곡성! 네가 그걸 어떻게?"

    

"그렇게 원한다면 건네주지, 자 받아랏!"

    

"!"

    


이정현이 손에 들고 있던 순천곡성을 서갑원에게 던졌다. 서갑원은 깜짝 놀라며 순천곡성을 받으려 했으나 부하가 서갑원을 밀치며 외쳤다.

   


"엎드려!"

    

"!"


 

순천곡성으로 위장한 그 병은 터질 시간을 미리 셈하여 만들어둔 예산폭탄(豫算爆彈)이라는 강력한 화기였다. 순천곡성을 찾으러 적지로 뛰어든 이정현에게 준 근혜여왕의 선물이자 비장의 무기가 바로 예산폭탄이었던 것. 서갑원과 부하들은 몰살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고, 이정현은 유유히 순천곡성을 찾아 새누리방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2

    

서울에 있다고 알려진 재보선은 동작(銅雀), 즉 구리로 만든 참새였다.

      

이 물건은 원래 대부호 몽준의 것이었는데, 비무대회에 출전한 몽준이 미처 신경 쓰지 못하던 사이 그의 아들이 전당포에 팔아버렸다고 한다.

    

원래 새누리방에서는 경기감사를 지내고 쉬고 있던 김문수를 보내 동작을 얻으려 했지만, 김문수는 '경기감사는 경기도 안에서는 힘이 좀 있는데, 지금 여기는 경기도가 아닙니다'는 말과 함께 소록도로 떠나버렸다.

    

결국 동작을 차지하는 임무는 나경원에게 맡겨졌으니, 그녀의 자는 국화처럼 예쁜 모습을 띄고 있다하여 국상(菊像)이요, 별호는 아이를 끔찍히 위한다 하여 자위녀(子爲女)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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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새정치파에서는 오랫동안 그 일대를 지켜온 허동준이라는 무사가 있었으나 그 명성이 강호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기에, 김한길과 안철수 두 장문인은 그에게 중임을 맡기는 것이 영 미덥지 않았다. 안철수의 심복인 금태섭 또한 동작을 찾겠다고 나섰으나, 새정치파 사람들은 동작이 안철수에게 넘어가는 것 또한 원치 않았다. 결국 새정치파는 광주에서 광산을 찾으려 하던 기동민을 서울로 급파하기로 타협한다.

    

기동민은 서울의 수장 박원순의 오른팔 같은 존재였기에 동작의 행방도 쉽게 찾을 거라 믿었으나, 허동준의 반발로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한편 양대 방파의 세력에 미치지 못하는 정의파에서도 동작을 찾기 위해 사람을 보냈으니, 재야의 고수 노회찬이 그 주인공이었다.

    

노회찬은 몽준을 능가하는 부호 삼성세가의 정체에 대한 비급을 얻어 연마하던 중, 삼성세가와 결탁한 검사(劍士)들의 암습을 받아 주화입마에 빠졌다. 고된 수련 끝에 가까스로 돌아온 그는 기울어져가는 정의파를 살리기 위해 동작을 찾아 나선 것이다.

    

그 외에 지난날 노회찬과 같은 문파에서 활동하던 김종철, 유선희 등의 협객이 동작을 찾으려 했으나, 그들의 무공과 세력으로는 역부족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그리하여 관심은 압도적인 자위녀 나경원의 무공에 맞서, 기동민과 노회찬이 연대하여 동작을 찾을 수 있느냐로 압축되었다.

    


"기 소협, 나경원에게 대항하기 위해서는 우리 두 사람이 힘을 합치는 게 필수요. 기 소협이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면, 나도 기 소협을 돕지 않겠소."

    

"노 형, 역시 말씀은 청산유수로군요. 그러나 이제는 젊은 저에게 기회를 주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새정치파의 장문인들이 기 소협을 이곳으로 보낸 건 결코 좋은 뜻이 아니었소. 따지고 보면 기 소협과 20년 지기인 허동준을 이간질시키려 했던 것 아니오. 또 정말로 동작을 찾고 싶다면 나경원을 이길 방법에 대해 새정치파 차원에서 나와 의논을 했어야 할 것인데, 장문인은커녕 장로 중에서도 연락온 이 하나 없는 걸 보면 새정치파는 동작에 의지가 없는 게 아니오. 여기서 더 버티다가는 기 소협 또한 명분과 실리를 모두 잃고 재기불능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지 모르오. 차라리 나를 도와준다면 어찌 아름다운 일이 아니겠소?"

    


격분한 기동민은 고민 끝에 스스로 동작을 찾는 것을 포기하고, 노회찬을 돕기로 결심한다. 그와 동시에 전국 각지로 흩어진 정의파 협객들은 모두 서울로 모여들어 노회찬과 함께 동작을 찾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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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앞에 동작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곳에 이미 나경원이 와 있는 게 아닌가. 나경원은 화사하게 웃으며 노회찬 일행을 맞이한다.

    


"어서 오시지요. 노 대협님! 동작을 찾으러 오셨군요."

    

"그렇소."

    

"이 곳은 제 외가가 있는 곳이니 제가 노 대협을 안내토록 하겠습니다."

    

"그대가 새누리방의 명을 받아 동작을 찾으러 온 것을 잘 알고 있소. 피차 긴 말을 하는 건 부질없으니 내 칼을 받으시오"

    


기동민이 일검을 휘두르자 나경원이 비명을 질렀다.

    


"! 두 남자가 함께 연약한 여인을 공격하는 구나! 두 문파의 야합으로 나경원이 어렵습니다. 나경원을 살려주세요.”

    

"거 참 되게 말 많네. 정 어려우면 쫓지 않을 테니 도망치는 게 어떻소?"

    


새정치파의 허영일이 나경원의 엄살을 비웃었다. 그때였다. 사방에서 뱀과 개들이 튀어나와 노회찬의 무리를 에워싸고 마구 물어뜯기 시작했다.

    


", 이것은 강남사구(江南蛇狗)!"

    


나경원은 노회찬의 공격에 대비해 강남에서 가져온 뱀과 개를 근처에 있던 자기 외가에 은밀히 매복시켰다가, '나경원을 살려달라'는 주문에 맞추어 풀어 놓도록 안배해 두었던 것이다. 노회찬 일행은 닥치는 대로 강남사구를 공격하여 가까스로 살아났으나, 동작은 간발의 차로 나경원이 가져간 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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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경기지방에는 평평한 집 평택(坪宅)과 금을 파는 점포 김포(金鋪) 등의 가옥이 재보선에 든다 하였다. 하여 양대 방파는 지역 토박이들을 내세워 평택과 김포를 찾아낼 것을 명하였다.

    

새정치파에는 12년간 평택을 맡아 관리했던 정장선이라는 고수가 있어 무난히 평택에 입성할 것을 의심치 않았다. 허나 정장선이 평택에 도착해 보니 이미 새누리방의 유의동이라는 자가 가옥을 차지한 뒤였다. 쓸쓸히 돌아서는 정장선의 뒷모습을 보며 근처 쌍용세가에서 우마차를 만들던 김득중이라는 자가 한탄했다. "새정치파나 정장선 당신이 진작 이 일대 민심에 귀를 기울였다면 새누리방이 그리 쉽게 평택을 찾진 못했을 거요. 새누리방 김무성 방주는 며칠 사이 여러 차례 찾아와 백성들에게 평택이 어디 있느냐고 정중하게 물어보는 등 온 정성을 다했소."

    

한편 김포는 시장에서 닭을 팔던 새누리방의 홍철호와 경상감사를 지낸 새정치파의 김두관이 찾아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무공이나 명성, 배분으로 봤을 때는 당연히 김두관이 홍철호를 이기고 김포를 차지할 것이라 여겨졌지만 이게 웬일인가. 김두관은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채 홍철호에게 김포를 넘겨주고 말았다.

    

지나가는 백성들이 김두관과 새정치파를 비웃으며 손가락질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찌 닭장수한테 재보선을 빼앗기나"

    

"모르는 소리, 시장에서 닭 파는 장사꾼이야말로 점포 위치에 환한 법일세."

    

"그건 그래. 포졸들을 피해 숨어 있던 역적 유대균도 닭을 좋아했다고 하니, 닭장수들은 유대균이 어디 있는지 알았을 게 아닌가?"

      

"그나저나, 새정치파는 김두관이 경기감사인줄 알았나 보군!"

    

"김두관이 김포랑 김해를 헷갈린 건 아니고?"

    

"아무리 고수라도 지리나 지역 사정을 모르면 눈뜬장님이 되기 십상이지. 새정치파는 아직 멀었어."

    


경기지방의 나머지 재보선은 모두 수원에 있다고 전해졌는데, 권선(捲扇)이라는 부채, 여덟 개의 달을 상징하는 조각인 '팔달', 그리고 영롱한 통을 뜻하는 영통(玲筩)이 그것이었다.

    

권선은 검사(劍士) 출신인 두 여인의 대결 끝에 새정치파의 백혜련을 꺾은 새누리방의 정미경에게로 돌아갔다. 원래 영통을 찾으러 가던 백혜련은 새정치파의 명으로 권선을 찾으러 다니는 등 좌충우돌하였으며, 가까스로 권선을 찾아왔지만 오랜 기간 칼을 갈아온 정미경에게는 역부족이었던 것.

    

팔달은 대대로 수원을 지켜온 남씨 일가의 유물이었는데, 그 후계자 남경필이 경기감사가 되며 행방이 묘연해졌다.

    

이에 새누리방은 검사 출신 김용남을 보내 팔달을 찾도록 하였고, 새정치파에서는 전 장문인이었던 손학규를 내보내 팔달의 행방을 좇게 하였다. 손학규는 경기감사를 지낸 적이 있기에 수원 지리에 밝고, 무엇보다 옛날부터 재보선을 찾는데 귀신같은 능력을 보여주었기 때문.

    

결국 팔달 앞에서 마주친 김용남과 손학규는 일합을 겨루게 되는데... 싸움은 새누리방과 남씨 일가의 세력권 아래서 치러졌지만 손학규의 내공에 힘입어 대등한 양상으로 진행되는 듯 보였다. 내력 대 내력의 대결은 소모전이니만큼 이대로 간다면 결국 내공이 심후한 손학규가 이기게 될 터. 손학규는 내심 쾌재를 불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사색이 되어가던 김용남의 얼굴빛이 발그레해지더니 갑자기 강력한 공격이 손학규를 강타하기 시작했다.

    


"! 어떻게 갑자기 내공이 강해질 수 있지?"

    

"손학규! 넌 나의 진가를 과소평가했다. 나에게는 네가 모르는 숨겨진 재산이 있었다. 그 재산을 팔아 내공을 얻었지. 숨겨둔 재산의 맛이 어떠냐?"

       

"이럴 수가! 재산을 숨기는 것은 협의의 도에 어긋나는 일이 아닌가. 강호인들이 이를 안다면, 너를 죽이고 팔달을 되찾으려 할 것이야."

    

"상관없다. 어차피 1년 반만 버티면, 새누리방의 다른 고수가 팔달을 지켜줄 수 있을 테니까."

    

"안 돼~ 안 돼!"

    


수원이 자기의 마지막 지역이 되리라던 손학규는 그렇게 내상을 입고 쓰러졌고, 김용남은 팔달을 거두어 유유히 새누리방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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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 은퇴




4

      

곳곳에서 들려오는 패전 소식에 새정치파의 장문인과 원로들은 사색이 되었다. 5개 재보선만 얻으면 성공이라던 안철수의 표정도 시무룩해지고 김한길 또한 짜증 섞인 목소리로 측근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영통, 영통은 어찌되었나?"

    


그때 한 소녀가 나타나더니 김한길에게 예를 표한다.

    


"넌 누구냐?"

    

"소녀는 영통을 찾으러간 박광온의 딸이옵니다. 아버지가 찾아온 영통을 여기 바치겠나이다."

    

"오오, 그렇다면 소저가 래인선효녀(來引善孝女)겠구려. 과연 사람을 끌어당겨올만큼 착한 효녀답소이다."

    

"과찬이십니다."

    

"그대의 활약상은 익히 들었소. 아비를 닮아서인지 소저도 머리가 크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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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말이 헛나왔소. 그건 그렇고 새누리방에서는 명박왕의 둘도 없는 심복, 임태희를 내보냈다는데 그대의 부친이 어찌 싸웠는지 궁금하구려 ."

    

"영통은 본디 우리 파 고수 김진표가 관리해왔던 물건이옵니다. 제 아비 또한 수원이나 김진표와 연고가 없기에 우여곡절은 있었으나, 그의 도움을 얻어 수원 백성들에게 영통의 행방을 물을 수 있었나이다. 평택을 노리던 임태희가 갑자기 진로를 바꾸어 영통을 찾아온 것도 우리에겐 득이 되었고, 아울러 정의파 장문인 천호선이 함께 해주어 임태희에게 맞설 수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대가 여러 번 방을 돌려 백성들에게 도움을 호소했다 들었소이다."

    

"황공하옵니다. 백성들은 사실 무림에서 벌어지는 싸움에 식상해 하고 있기에, 일방적인 홍보나 지시만으로는 백성들의 도움을 얻기가 무척 힘듭니다. 그러므로 방을 통해 너무 많은 걸 얻으려 하기보다는, 그들의 눈높이에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최선이 아닌가 하옵니다. 제가 돌린 방은 그저 제 아비가 누구인지를 알리는 역할만을 했을 뿐, 임태희를 꺾고 영통을 얻은 건 제 아비와 새정치파 사람들, 더 나아가서는 수원 백성들의 단합된 힘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전국의 새정치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적을 앞두고 작은 이익을 위해 아웅다웅할 게 아니라, 대의를 위해 군웅들끼리 단합하고 민심과 결합한다면 지금의 위기도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과연! 훌륭한 식견이오. 듣자하니 새누리방은 혁신작렬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이준석이라는 젊은이를 중용하여 쇄신을 꾀한다는데 우리 새정치파도 소저와 같은 젊은이를 중용해야 하겠소이다."

    

"대부분의 재보선을 새누리방에 빼앗겼으니 어차피 두 장문께서는 퇴진하셔야 할 것입니다. 많은 고수들이 재보선을 얻으려다가 내상을 입었기에, 당분간은 지도력에 공백이 생기는 것도 불가피하겠지요. 그러나 누가 장문이 되건 간에 개인보다는 새정치파의 미래를 생각하고, 더 나아가 강호의 백성들을 어루만져 주시길 바라나이다. 새누리방의 방해가 만만치 않겠지만 하루속히 세월호특별법을 연마하여 내상을 입은 고수들과 백성들에게 널리 가르쳐주시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여 거듭된 재난과 경기침체로 피폐해진 민생을 어루만져주소서. 그렇게 한다면 재보선은 얻지 못했더라도 민심을 얻어 능히 천하의 주인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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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마친 래인선효녀는 총총히 사라져갔다. 김한길과 안철수는 서로를 쳐다보며 고개를 떨구었다. 전각에 모여 있던 군웅들 역시 한숨을 쉬었다. 저 소녀도 알고 있는 평범한 진리를 몰랐던 것은 아닐 것이다. 눈앞의 이익에 정신이 팔려 애써 외면했을 뿐. 그래, 힘들지만 이제부터다. 그 옛날 충무공 이순신이 칠천량의 대패로 열두 척밖에 남지 않은 수군을 추슬러 명량의 기적을 일구었듯이, 언젠가 오늘의 시련을 웃으며 추억할 날도 올 것이다. 새정치파의 군웅들은 이를 악물고 재기를 다짐했다.  <끝>








벨테브레 

트위터 : @backtalkking


편집 : 꾸물,보리삼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