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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8. 11. 월요일

Anonymous






 

 



 

 

 



필자 주: 이 글을 적어 내려간 때는 이미 4월이었음을 알려 둔다. 세월호 사건이 터지고 난 뒤, 시시콜콜한 연애 얘기나 적고 있는 게 왠지 마음에 걸려서 묻어두기 시작했다. 벌써 8월. 4개월 남짓 지나도록 시간은 그대로 멈춰져 있는 듯 하다. 더 이상 동굴에 갇혀 있을 수 없어 다시 글을 쓴다. 이미 퇴색되어 가고 있는 글을 별다른 수정 없이 슬쩍 공개함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모든 것을 내던진 사랑이 참 허무하고 무참하게 끝이 나고 근 1년을 솔로로 살았다(지금은 아니다). 그 누구에게도 진정으로 마음이 가지 않았지만 내 마음은 계속 간절히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그러다 한 남자가 그냥 그렇게 가슴 속으로 들어 왔다. 이제 드디어 내 마음에 봄이 왔나 싶었다. 그런데 아닌 것 같다(그 남자 얘기는 언젠가 할 때가 있으리라 믿는다). 나는 겨울의 끝자락에 잠시 비춘 햇살에 성급하게 꽃을 틔운 개나리마냥 갈 곳을 잃고 오들오들 떨고 있다(한여름이 다 된 지금 이 문장을 다시 읽어 보니 왠지 쑥스럽다).


결국 마음의 치유는 스스로의 몫이기에 컴퓨터 앞에 앉아 내 과거나 끄적이며 자위해 본다.


0. 로리타 콤플렉스

 

1. 안전지대와 멜빵

 

2. 오봉 배달부

 

3. 음성사서함과 러브레터, 그리고 스토커

 

4. 첫눈에 반한다는 것

 

5. 김짱과 노짱

 

6. 그에게 가는 막차

 

7. 첫 담배

 

8. 애기야

 

9. 감기

 

10. 벽

 

11. 수컷들

 

12.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13. 쓰리썸과 그리스

 

14. 고목나무의 다람쥐

 

15. 일본남자는 별로

 

16. 첫사랑이 돌아오다

 

17. 이탈리아 남자란

 

18. 영혼이 닮았다

 

19. 11살

 

20. 놓치고 보니 아까운 남자

 

21. 여행지의 불길

 

22. 와우폐인

 

23. 하늘에 별이 보여?

 

24. 손호영 닮은꼴

 

25. 청산리 벽계수

 

26 자살금지

 

27. 그의 친구

 

28. 첫 프로포즈

 

29. 12년의 우정

 

30. 꽃돌이

 

31. 섹스도 사랑이라면

 

32. 에이즈의 기억

 

33. 상상인연

 

34. 부잣집 외동아들

 

35. 줘도 못 먹는 남자

 

36. 애 딸린 남자

 

39. 친구라며?

 

38. 진심이 항상 통하는 것은 아닌가 봐

 

39. 현재진행형?

 

40. 흑형



1. 안전지대와 멜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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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초반을 휩쓸었던 X세대의 의류브랜드 '안전지대'

사진출처: <경향신문> 1994년 11월 28일자 기사


1996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시대가 가고 HOT의 시대가 왔다. 국민학교는 초등학교가 되었고, 나는 국민학교의 마지막 졸업생이 되었다. 중학생이 된 나는 김영삼의 도시에서 김대중의 도시로 이사를 했다. 국민학교 때까지 배우던 피아노도, 무용도, 그림도 그만두어야 했고 본격적으로 입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엄마의 성화에 보습학원을 다니게 되었다.


나는 본래 왈가닥이었다. 국민학교 시절 고무줄을 끊고 도망가는 남자아이들은 끝까지 쫓아가 한 방을 먹여줘야 성미가 풀렸다. 말다툼 끝에 남자아이가 나를 밀어버리자 나도 그녀석을 힘껏 민다는 게 계단 끝에서 밀어버려 의도치 않게 부모님이 깽값을 물어준 적도 있었다.


그런 내게 새로운 도시에서의 중학 생활은 녹록하지 않았다. 독특한(!) 말투 때문에 쉬는 시간마다 아무 말이나 좀 한 번 해 보라는 짓궂은 여중생들에게 시달림을 당하곤 했고, 그 때마다 나는 당당하게 나름의 표준어를 구사했으나 그래봐야 그저 '나름'이었으므로 결국은 더욱 놀림감이 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을 뿐이었다. 그만하면 주눅이 들 만도 한데, 나는 성적으로라도 너희를 누르겠다며 이를 꽉 물고 공부를 했다.


놀림과 소외는 학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수업시간에 두 눈을 반짝이며 집중하는 나를 선생님들은 예뻐했지만 아이들은 나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다 일이 벌어졌다. 무슨 이유에선지 선생님은 교실 내 책상 배치를 바꾸라는 주문을 하고서는 교무실로 돌아갔다. 학원 수업이 시작되기에는 약간 이른 시간이라 교실에는 나와 어떤 남학생 둘만 있었다. 엄마 말은 안 들어도 선생님 말은 참 잘 듣던 나는 곧 책상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아이는 나를 멀뚱멀뚱 바라만 보다가 곧 외면하고 워크맨으로 음악을 듣기 시작한다.


“야, 니는 안 옮기나?”


“뭐?”


“책상 말이다. 선생님이 책상 자리 바꿔 놓으라고 하셨는데?”


“경상도 가시내야, 내가 오늘 기분이 좀 거시기항게 좀 냅둬라잉.”


기분이 나빴다. 억울하기까지 했다. 학교에서 당하는 걸로 모자라서 학원에서까지 쪼꼬만 경상도 가시나 취급이라니.


“야! 니는 뭔데 그카고 앉아 있는데? 얼른 옮기라!”


“아 이게 미쳤나?!”


그 때였다. 눈 앞이 번쩍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맞아 보는 따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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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뺨을 때리다니 어머, 이런 남자 니가 처음이야. 매력적인데? 나랑 사귀자!”

이런 건 만화책이나 드라마에서나 등장하는 거다.


수 초간 멍해 있다가 정신을 차렸다. 분했다. 악이 받쳤다. 그래서 나도 때렸다, 따귀. 


다른 따귀가 다시 날아온다. 피하지 못했다. 나도 그 애의 뺨을 또 한 번 힘껏 때린다. 둘은 서로 노려보며 씩씩거린다. 금방이라도 무언가 더 심한 일이 터질 태세다.


“야! 너네 뭐하냐!”


그 때 누군가 교실 문을 박차고 들어 왔다. 나와 따귀를 두 대씩 주고 받은 그 아이와 나는 동시에 문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처음 보는 남학생이다. 얼굴이 구릿빛으로 까만 게 잘 익은 알밤 같이 생겼다.


“아 형, 이 가시나가 지랄하잖아요…”


“임마, 너는 그렇다고 여자를 때리냐? 병신아.”


“……”


그리고 그 오빠인 듯한 남학생은 나를 쳐다본다.


“너는 또 가시나가 그리 바락바락 대드냐잉. 다음에 그런 일 있으면 그냥 오빠 찾아와라.”


그러고는 내 뺨을 때린 못난이를 다시 바라보며


“나와!”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멍했다. 뭐가 지나갔나 싶었다. 그 남자애는 다시 교실로 돌아오지 않았고 마음을 다시 추스린 나는 빨갛게 부어 오른 뺨을 달래며 학원 수업을 들었다. 3시간 수업은 참 빨리도 지나갔고, 집으로 가는 학원차를 탔다. 작은 봉고차는 학생을 모두 실어 나르기에는 비좁았고, 가장 나중에 내리는 나는 봉고차 가장 뒤 구석에 앉아 창 밖만 멍하게 바라보며 차가 출발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 또 너냐?”


그 오빠다. 차를 타며 구석에 있던 나를 발견한 오빠는 내 옆에 와 풀썩 앉는다. 왠지 반갑다. 지금은 기억 나지 않는 자기 이름을 밝히며 묻지도 않은 자기 이야기를 주절거린다. 고등학교 2학년 오빠란다. 그런데 이제 보니 이 오빠 스타일이 영 구리다.


“오빠 근데요, 옷이 왜 그래요?”


“어?”


오빠는 커다랗게 한자로 '안전지대(安全地帶)'라고 새겨진 버클이 달린 벨트를 매고 그 위에 또 선이 굵은 멜빵을 매고 있었다. 그 둘의 조합이 워낙 인상 깊어서인지 바지와 상의의 색깔이나 재질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여하튼 내게는 그 모습이 꽤 우스꽝스러워 보였고, 앞서 나를 구해준 은혜도 잊은 채 배은망덕하게도 오빠의 스타일을 지적하기 시작했다.


“오빠 누가 벨트에다가 멜빵 같이 매요. 거기다 오빠는 키도 작잖아요. 몸이 더 압축되어 보여서 더 작아 보인단 말이에요. 멜빵을 하든 벨트를 하든 둘 중 하나만 해요.”


잠시 말을 잊은 오빠는 곧이어


“이거 안전지댄데...”


하며 의아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사실 그럴 만도 한 것이, 당시 ‘안전지대’는 ‘292513 스톰’과 함께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브랜드 중 하나였고, 이것을 입는다는 건 소위 잘 나가는, 요즘 말로 트랜드세터임을 스스로 입증하는 거였다. 우리 엄마는 이 브랜드들의 유행이 한참 지나고 난 뒤에도 이거 스톰이라며 자랑스럽게 내 옷을 골라와 나를 당황시키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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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지대의 미친 존재감


이 글을 쓴 김영동 학생은 지금은 무슨 생각을 하며 지금 10대들을 바라보고 있을까? 

출처: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동아일보> 1994년 6월 10일자 기사


다음날 다시 학원차에서 마주친 오빠는 내 생각이 나서 멜빵은 빼고 왔다며 다시 그 안전지대 허리띠를 자랑스럽게 내보이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 오빠의 스타일이 그리 나아지지 않았던 것을 보면 아마도 문제가 멜빵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 듯 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참 인상적이었다. 밤 10시, 학원차 안에 켜진 옅은 주황색 조명 아래 탄 알밤 같은 피부와 대조적으로 하얀 치아가 빛나고 있었다. 뭔가 더 로맨틱해 보였다.


아마도 나는 낯선 도시에서 처음으로 보호랄까 애정이랄까 뭐라 콕 집어 표현하기 힘든 그런 호의를 베푼 그의 마음씀씀이가 좋았던 것 같다. 결국은 마음의 빈 자리를 채워주는 이에게 이끌리는 것일까? 여튼 우스꽝스럽기만 하던 커다란 안전지대 버클이 달린 허리띠의 첫인상에도 불구하고 오빠가 한 번 내 마음에 들어오자 모든 것이 좋아 보였다. 오빠도 그런 나를 귀여워했고, 우리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학원차에서 만나 조금씩 가까워졌다. 내 기억으로는 수줍게 아무도 모르게 손도 잡았던 것 같다.


사실 남자친구라고 부르기에 지금 생각하면 한참 모자라긴 했지만 당시 오빠는 내 마음 속의 모든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핸드폰이라는 게 없던 시절, 삐삐도 귀했던 지방에 살았던 나는 오빠가 학원에 나오지 않는 날에는 집으로 전화를 해 보기도 했다. 혹여나 오빠의 엄마가 전화를 받으면 소스라치게 놀라며 전화를 끊어버리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빠는 학원에 나오지 않기 시작했고 내 마음은 그리움과 불안감으로 가득 채워져 갔다. 하루는 용기를 내어 오빠가 다니는 학교 정문 앞에서 하교 시간에 맞추어 오빠를 하염없이 기다려 보기도 했지만 어디에도 오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전학을 갔을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어쨌든 그렇게 나의 첫 번째 연애의 기억은 별 특별한 순간 없이 점차 옅어져 갔고, 지금은 사실 그 오빠의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처음 그 오빠를 본 날의 안전지대 벨트만이 기억 속 희미한 이미지로 남아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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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기억 속을 헤집어 보아도 이 이상은 그리 생각나지 않는다. 아마도 김창규 기자는 나한테 또 이런 일반적인 거 말고 딴지스러운 걸 생산해 내라고 잔소리를 하겠지 싶다. 저번에 선보였던 체크리스트에도 딱히 채워 넣을만한 게 없다. 기억나는 부분, 그러니까 외모와 성격 면에서만 보면 70점 만점에 34점이다. 절반에 1점 모자라지만 그의 하얀 미소를 생각하면 30점 정도는 더 추가해 줘도 괜찮을 것 같다. 그래서 내 마음대로 총 64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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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이대로 글을 마치기에는 뭔가 아쉬워서(김창규의 질타가 두려워서) 체크리스트 이야기를 좀 해 보려 한다. 저번에도 언급했다시피 이는 완벽히 주관적인 것으로 모든 이가 이에 공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일반적인 남녀관계가 대부분 그렇듯이 이 모든 것을 극복하게 만드는 이른바 FEELING과 콩깍지라는 게 있으니 여기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한다 해서 좌절할 필요도 없는 듯 싶다.


실제로 필자는 신체사이즈 면에서 44에서 88(!)까지 아우른 적이 있는데, 과다비만인 저질 몸으로도, 너무 말라 버려서 가슴이 실종된 상태로도 (내 눈에) 잘 생긴 남자랑 연애만 잘 했다. 그 비결은? 이 시리즈를 계속하다 보면 뭔가 나오지 않을까 싶으니 기대하시라.


여튼 여기서는 체크리스트 중 많은 (은밀한 루트로의) 질문을 유발했던 성기의 크기 부분에 대해 코멘트를 달고자 한다. 그리고 여기에 대한 코멘트는 역시나 절대 주관적임을 밝힌다. 물론 나와 이 주제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던 대부분의 여성들은 여기에 100% 동의한 바 있기는 하다.


동서양을 불문하고 많은 남성들의 공동 관심사는 성기의 크기인 듯 하다. 간혹 자신의 성기 크기에 대한 의문을 품는 이들이 있는데, 대부분의 경우 그들은 '크기는 별로 중요하지 않아. 정작 중요한 것은 테크닉이지!'라는 자위로 결론을 맺곤 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결론부터 이야기해 보자.


어느 정도의 길이와 굵기는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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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중요하다.

다만 클수록, 굵을수록 꼭 좋은 것만은 아닐 뿐.

 

남성의 성기는 방망이가 아니다.


상상을 해 보자. 남자의 성기가 여성의 질로 들어가고 그 강도와 깊이 및 속도 등을 달리해 가며 피스톤 운동을 계속한다. 이 때, 길이와 굵기가 어느 정도는 되어야 질 내부의 곳곳을 부드럽건 거칠건 간에 애무해줄 수 있을 것 아닌가. G-spot 운운하는 사람들 있는데, 개인적으로 질 내부에서도 확실히 자극이 더 많이 되는 부위가 있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그 부위가 정확히 어디인지 찾기도 힘들거니와, 그 날의 몸 상태와 기분에 따라 그 부위도 조금씩 달라지는 경향도 있는 듯 하다.


그러하므로 만족을 최대한 보장해 줄 수 있으려면은 빨래 방망이 같은 페니스까지는 필요 없다손 치더라도 어느 정도의 크기와 굵기는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 실제로 웨스트 스코틀랜드 대학의 연구는 "여성의 질과 자궁의 보다 넓은 부분을 자극하여 손쉽게 오르가즘에 도달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보다 큰 페니스가 필요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기의 크기가 정말 중요하다고 이야기 답한 여성은 6.3%에 불과하지만, 인터뷰에 응한 여성들이 원하는 평균 페니스의 크기는 발기시 14.8~15.5cm였다는 건 함정.


물론 이는 영국에서 진행된 연구이므로 이를 여기 먼 한국에까지 적용시켜 미리부터 좌절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또한 한국 남성의 발기된 성기의 평균 크기가 9.66cm라 하더라도 여성이 매력을 느끼는 최소한의 발기 후 남성의 페니스 크기는 7.6cm에 불과하다니 너무 실망하지는 말길. 게다가 여성의 오르가즘이 질 오르가즘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므로.


필자 개인적으로도 엄청난 크기로 겁을 주는 남자보다는 다소 아담하더라도 내 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 하는 남자와의 섹스가 훨씬 즐겁고 흥미로우며 만족스러웠다는 진심어린 위로 아닌 위로를 건내며 오랜 공백을 깬 77남 2편을 마무리 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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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페니스 평균 크기 지도

출처: 2013년 영국 얼스터 대학교 연구 결과


연구 신뢰도에 대해서는 필자도 모르겠다.







anonymous


편집 : 홀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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