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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8. 14. 목요일

독일특파원 타데우스











이번 주에는...


미국이 이라크 사태와 관련하여 무인 폭격기를 띄웠다. 그런데 미국은 현재, "난 누구? 여긴 어디?" 하고 있어 상황이 좋게 좋게 가기보다는 존나게 존나게 막장으로 가는 듯하다. 미국이 관여하는 이스라엘, 중동 문제와 그 외의 여러 가지 사건에서 미국의 이성적인 판단은 계속해서 실패하고 있다. 좀 잘해라...


우크라이나에서는 오늘도 정부와 분리주의자들 사이의 유혈전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 누가 잘 한 것 없는 사건 역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주변 강대국들은 현지에서 몇 명이 죽어 나가든 우리 편 이겨라를 외치기만 할 뿐이다. 현재 분리주의자들이 점령하고 있는 도네츠크 지방에서는 계속해서 피난민이 목숨을 걸고 외부로 탈출하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는 도네츠크 지방으로 생필품을 전달하고 있으며 정부군은 이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우울증을 앓고 있던 시대의 배우 로빈 윌리암스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고 한다. 항상 행복한 웃음으로 많은 사람을 치유하던 그가 정작 자신의 삶은 그 웃음으로 치유하지 못했나보다. 어릴 적 <후크>라는 영화에서 처음 본 늙은 피터팬이었던 그가 현실에선 자신의 네버랜드를 찾지 못한 것일까? 이제 후크선장이 없는 네버랜드에서 편안하게 눈을 감길 바란다. 


에볼라 바이러스가 계속해서 퍼지고 있다. 미국에서 개발한 백신이(아직 완벽하진 않은 백신이지만) 급한 대로 투입이 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던 미국인들은 이 백신을 통해 상태가 안정되었으나 스페인 신부는 이 백신을 주사하였음에도 하루 만에 사망했다고 한다. 무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이 재앙이 그냥 빨리 끝나기 만을...







그래서 오늘의 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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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터키임.. ㅜ.ㅜ




현지시각으로 일요일 터키에서는 처음으로 대통령 직선제가 시행되었다. 뭐 터키라는 나라가 형제라는데... 뭐 축구 할 때 빼고는 관심이 없을 수도 있겠지만(참 요즘 예능에 나와서 유명한 애도 하나 있긴 하지만)...


아무튼 우리와는 꽤 멀리 떨어져 있지만, 꽤 비슷한 나라인 터키가 첫 대통령 선거를 치렀다. 내각 총리제인 터키가 대통령중심제(?)로 변하는 중요한 선거였다. 나름 서구 언론에서도 이번 선거를 주목했고 결과는 모두의 예상대로 에르도안이 당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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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겼음. 므흣~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이 어떤 인물인지는 지난번에 한 번 설명한 적이 있다. <링크> 물론 재미도 없고 읽기도 귀찮은 너님들을 위해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갖은 비리 플러스 국민에 대한 폭압은 덤이고, 사그라질 줄 모르는 권력에 대한 의지는 다까끼 마사오 상과 엇비슷한, 한 마디로 완전체 정치인이라 할만하다. 


월요일에 이미 터키의 현 총리 에르도안이 선거에서 승리했다는 소식이 외신으로 퍼져 나갔다. 이로써 터키는 처음으로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과반수가 에드로안을 선택하여 결선투표 없이 한 번에 당선되었고, 그는 선거의 여왕  마왕으로 등극했다. 

 

사실 에르도안은 터키인들로부터 사랑과 증오를 동시에 듬뿍 받는 바쁘디 바쁜 몸이다. 몇 년 전부터 끝날 줄 모르는 시위에 대한 강경 진압, 국민들을 통제하려는 반민주적인 통치방법, 개인적인 비리 등 최악의 정치인이 보이는 모습을 두루두루 지니고 있다. 반면에 경제를 살린다는 이미지와 민족주의 강조를 통해 열성적인 팬층을 지니고 있는 정치인 이기도 하다(그니까 저기도 뭐 오유와 일베가 공존하는 뭐 그런 세상이라고 하자).

  

이미 3월에 치러진 지방선거에서도 에르도안이 이끄는 정의개발당이 무수한 논란(투표함을 개표하는데 갑자기 정전되고 누가 들어왔다 나갔다... 등등)에도 승리를 이끌어 냈지만, 이번의 승리는 더 많은 논란에도 더 큰 득표 차로 승리를 얻은 졸라 구린 영광을 얻게 되었다.


터키와 이래저래 얽혀있는 유럽, 미국, 아랍국가들과 이 선거를 지켜본 수많은 사람들은 (최근 유행하는) 민주주의와 맞지 않는 그의 통치방식과 정치력에 우려를 나타낸다. 에르도안은 터키인들에게 비록 민주주의적인 가치는 개나 줘 버렸지만, 경제성장, 터키의 민족 정체성, 안정된 사회를 가져다주는 상징으로 군림하는 것처럼 보인다.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 결과만 보면 확실히 그렇게 보인다. 이제 그는 평생 염원하던 대통령 궁에 들어앉아 다시 한 번 나라를 들었다 놨다 할 힘을 갖게 된 것이다.


그가 비록 선거에서 이기기는 했지만, 아직 터키는 그렇게 대통령의 힘이 센 나라가 아니다. 그는 헌법을 바꿔 한국, 미국, 프랑스 같은 선진국의 모델을 도입해 내각 총리제에서 대통령 국가로의 변화를 꿈꾸고 있다. 그의 말에 따르자면 대통령제가 선진국형 모델이라고 한다. 한국은 역시 선진국인가 보다. 러시아 빼고 빨리 G8에 드가자..


그가 이미 총리로 3선을 연임했기 때문에 더는 총리가 되지 못하자 스스로 대통령이 되려 했다는 의혹이 있지만, 이는 부차적인 이유일 뿐이다. '역시 나라는 대통령이 이끌어야 제맛이다'라고 생각한 그는 대통령제 국가를 밀어부쳤지만 아쉽게도 국회에서 2/3의 찬성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게다가 다음번 국회에서도 그에게 더 더 큰 권력을 주기 위해 이 법안이 밀어부쳐질지는 미지수다(그의 정의개발당이 여당이긴 하지만 국회의 2/3에는 조금 못 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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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헌법재판소 역시 사사건건 에르도안의 큰 뜻을 이해해주지 못하고 있다. 에르도안이 유튜브를 차단하려 해도 못하게 하고 트위터를 금지 시킨 것도 풀어비리고... 이렇게 손발이 안 맞는다. 오죽하면 에르도안이 언론에서 "헌법재판소가 내린 판결이니 어쩔 수 없지만, 재판 결과는 절대 존중할 수 없습니다. 이건 아니에요."라고 말했겠나. 일반적으로 아무리 불만이 많아도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한다"고... 빈 말은 해주지 않는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에르도안의 정의개발당이 세질수록 헌법재판소의 판결도 더욱 정의롭게 이루어져 왔는데, 이제 에르도안의 눈엣가시이던 하심 킬릭 헌법재판소장이 은퇴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 에르도안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있다. 그가 나가면 세상은 아니, 터키는 온전히 그의 것이 될지도...


물론 그가 지명해야 하는 내각 총리가 말을 안 듣고 권력을 잡으려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다. 하지만 그쯤이야 에르도안의 탁월한 탄압력 정치력으로 극복해 낼 것이다. 터키인들은 에르도안이 총리를 지내던 지난 11년간을 경제적 황금시대로 보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서방 언론에서는 이것이 많이 부풀려져 있고 터키의 경제가 에르도안의 말처럼 그리 좋은 것이 아니라고 지적질을 하고 있다. 후임 총리가 들어서면 이러한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에르도안과 필히 부딪힐 수 밖에 없을 거란 의견을 내기도 한다. 감히! 


실제 에르도안이 집권한 지난 11년간 터키의 1인당 국민소득은 엄청나게 뛰었다. 4,000불에서 12,000불로. 하지만 1인당 국민소득에 집착하는 나라들이 그렇듯 그 내부의 빈부격차 역시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고 한다. 터키는 항상 한국을 보면 된다. 우리가 늬들이 겪을 거 조금 더 일찍 잘 겪어 주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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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의 흔한 시위진압! 

 



그런데 터키인들은 에르도안을 도대체 왜 대통령으로 뽑는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쉽게 내리기 어렵다. 게다가 필자가 그런 건 판단할만한 깜냥도 너님들의 기대와는 다르게...  안되므로 얼마 전 스치듯 읽은 유명한 사람 이야기를 빌어 선거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프랑스 사회 심리학자 귀스타브 르 봉이 대략 100년쯤 전에 <군중심리>라는 책을 썼다. 그는 생전 많은 작품을 남겼는데 그 중 나름 가장 유명한 책이 <군중심리> 되겠다. 


이 군중심리라는 책을 마치 한국에서 몇 년 전 유명했던 국개론과 연관 지어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듯하지만 필자의 의견은 좀 다르다(그는 군중을 멍청하다고 했지 ㄱㄱㄲ로 평하지는 않았으니까). 사실 국개론은 "너덜때문에 정치도 이모양 이야!"라는 꼰대질 이상으로 비춰지진 않는다.  


아무튼, 책자가 나름 얇아 겁대가리 없이 읽기 시작할 수 있는 이 책에는 <선거 군중> 이라는 챕터가 나온다. 즉 투표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통해 정치인들이 선거 군중을 어떻게 유혹하는지에 대해서 나름의 근거를 들어가며 설명하고 있다. 






위세


그가 첫 번째로 내세운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조건은 위세다. 그는 이 위세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를 '돈'이라고 규정했다. 이 책이 100년 전에 쓰였다는 점을 기억하자. 당시 유럽의 상황에서 돈이 있는 사람들은 더욱 큰 연단에서 그리고 더욱 큰 유세를 조직할 수 있고 자신을 위해 일해 줄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할 수 있었다. 


21세기인 지금 그 상황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이제는 돈으로 언론을 조종하고 사람들을 사서 SNS를 시키고 수많은 차량을 동원해 더욱 거대한 선거유세를 한다. 여기에는 어떠한 재능이나 천재성(혹은 정의감이 넘치는 인물이라 할지라도) 선거에서 승리의 요소가 될 수 없다고 그는 단정적으로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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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기쁘네요.

몇 주간 계속해서 에르도안만 보이던 방송에서 드디어 제 모습을 여러분에게 보일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쿠르드 족을 대표하는 대통령 후보 셀라하틴 데미르타쉬가 선거 며칠 전에 국영방송 TRT에 나와서 한 이야기다. 위의 한 문장으로 터키의 언론지형이 얼마나 한쪽으로 치우쳐져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되겠다. 에르도안에게 집중되는 언론의 조명은 반대로 나머지 두 명의 후보인 데미르타쉬와 이사노글루 후보에겐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오죽하면 후보가 티비에 나와 저런 말을 하겠나. 방송국 사장님 빅터드셈을 시전하셨다. 


국영방송이 저 정도다. 사기업이 소유하고 있는 방송국들의 상태는 더 심하다고 한다. 에르도안의 압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는 하나의 현상이다. 이러한 지형이 형성된 순간 이미 저 두 야권 대선주자들의 자질이나 정치력은 선거의 결과엔 영향을 줄 수 없는 저 멀리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린 지형이 형성되었다.  


실제로 이사노글루 후보는 처음으로 이런 대규모 선거에 출마하긴 했지만, 평생을 교수로 많은 업적을 이루었다고 알려졌다. 실제 투표에서도 야권 지지자들의 표 대부분을 흡수하며 많은 득표를 했다. 특히 터키의 시위대와 야권성향의 사람들에게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에 에르도안은 그가 6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는 점을 꼬집으며 "여러분 저희가 지금 통역사를 뽑는 겁니까 아니면 대통령을 뽑는 겁니까?"라며 때늦은 디스전을 벌이기도 하였다. 


물론 이러한 반론이 가능하다. 그럼 지금까지 선거에서 승리한 사람들은 다 뭔데? 전부 돈 혹은 그 위세를 이용해서 승리한 것은 아니잖아? 


그에 대해서 르 봉은 이렇게 답한다. 



후보자에게 있어서 위세를 지녀야 할 필요성, 즉 논란의 여지 없이 자신을 인정하게 해야 할 필요성은 아주 중요하다. 그 대다수가 노동자와 농민으로 구성되어 있는 선거인들이 자신들을 대표하는 자로 그들 중의 어떤 사람을 그토록 드물게 선택한다면, 이는 그들 계급 충신의 인물에게는 자신들에게 어떠한 위세도 없기 때문이다. 우연히 그들이 자신들과 대등한 사람 중 어떤 이를 선출한다면, 이는 대부분의 경우 부차적인 이유때문이다. 예를들면 선거인이 매일 의존하는 어떤 뛰어난 사람이나 권세 부리는 우두머리를 거부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선거인은 그렇게해서 한 순간이나마 지배자가 된다는 환상을 갖는다.



문제는 여당이나 정권을 잡은 이들이 누리는 저 위세의(돈을 포함하여) 대부분이 결국 우리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의 주머니를 털어가서 자신들이 위세를 부리며 자신의 뛰어남을 뽐내는 이러한 구도는 생각할수록... 아이고 배 아파!! 






아첨


정치인들이 선거 군중을 상대로 아첨하는 모습을 새삼스레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그만큼 너무도 많이 봐온 그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평소에는 가슴에 코딱지만한 황금 뱃지를 달고 불룩 나온 배를 한껏 앞으로 내밀고 다니는 그런 정치인들이 선거 때만 되면 허리가 부러지도록 인사를 하는 모습이 이젠 귀엽게 느껴질 만큼 보고 또 봐왔던 모습이다. 르 봉은 이러한 것을 가리켜 "선거인은 자신에게 아첨하며 탐욕과 허영심을 만족시켜 주는 것에 집착한다“고 표현했다. 과격한 표현이다. 하지만 뜯어보면 지금껏 선거판의 모습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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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이 할 수 있는 아첨 중 가장 효과가 좋은 것은 아무래도 '허황된 미래에 대한 약속'일 것이다. "제가 당선된다면..."으로 시작하는 이 정치인들의 레토릭은 그 어떠한 약속도 가능하다. 만약 지금까지 정치인들이 한 약속들이 다 이루어졌다면 지금쯤 세상은 천국이 되어있을 텐데 말이다. 책이 쓰인 당시의 기준으로 <르 봉>은 어떠한 약속을 해도 좋으나 서면이 아닌 구두로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아무리 많은 대중 앞에서 한 약속일 경우에도 단지 구두로 전달되었을 경우 후일 약속을 지켰냐 안 지켰느냐로 시끄러울 일이 크게 없다고 보았다. 100여 년이 흐르고 미디어의 발달로 요즘은 구두로 하는 약속조차 전부 기록으로 남는 시대가 되었다. 그럼 그만큼 정치인은 <허황된 약속>을 하는 경우가 줄었을까? 그럴 리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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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키지 않는 공약에 대한 새로운 대응방법

찍은 너님 잘못론! 




터키가 계획하거나 꿈꾸고 있는 자신들의 이상, 경제 목표는 2023년 즉, 현재의 터키가 생긴 지 100년이 되는 해까지 자신들의 경제력을 세계 10위에 끌어 올려놓겠다는 것이다. 뭐 희대의 747 공약이나 저거나 말로는 뭐든 못하겠나 싶긴 하다. 이러한 경제발전을 위해 에르도안이 선택한 방식은 역시나 대규모 토목공사다. 으아~ 참신하다. 이스탄불에 거대한 국제공항을 건설하겠다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중심에 있는데...


이러한 대규모 토목공사가 경제를 살려주는지 아닌지에 대한 논란은 있겠으나 '이 공사가 경제를 살릴 것'이라는 정치적 언어는 효과가 굉장히 좋다. 공항 건설을 위해 에르도안은 우리 돈으로 308조를 투입한다고 한다. 잠깐... 308조? 공항이 308조? 4대강이 22조였는데 공항이 308조라고??!!! (필자가 잘못 계산한 걸까봐 심히 겁나는 숫자다) 


아무튼 이를 통해 창출될 공항 연간 이용객을 그들은 1억 5천 만 명으로 계산하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이용객이 많은 공항은 영국의 히드로 공항이다. 작년 기준으로 7천2백 만 명이 이용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스탄불에 이 두 배 규모의 공항을 엄청난 혈세를 투입해가며 지을 필요가 있는지 매우 큰 의문이 들지만 그런 건 아무렴 어떠랴 어차피 세금으로 짓는 건데.


공항이 완성되면 세계에서 가장 큰 공항이 되고, 이제 터키인들은 외국인들과 만나면 "우리나라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공항이 있다. 부럽지?"라며 터키부심을 마음껏 부릴 수 있는 자랑스러움을 추가 장착하게 될 것이다. 졸라 부럽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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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경제는 토목공사가...




터키 역시 세계적 경제침체 속에서도 자신들은 경제위기를 굉장히 잘 극복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승승장구하고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이 분야에선 최고라고(뭐 MB 정부 시절 한국이 경제위기 극복을 너무 잘해서 세계가 감탄하고 있다던 정부관계자의 설명이 생각나는 것은 필자가 심히 꼬인 좌빨일 뿐이라 그런 건가 싶다. 그렇게 잘 극복 했으면 복지재원이나 좀 늘려봐라 이거뜨라). 친정부 성향의 신문들은 이 프로젝트가 가져올 장밋빛 경제전망에 하루가 다르게 열광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한 반대의견도 당연히 있다. 이미 이스탄불에는 2개의 공항이 있고 이 공사를 위해 250만 그루의 나무를 베어내야 한다고 한다. 어찌 반대가 없을 수 있겠나. 공항이 들어서는 주변 시민의 반대와 환경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었다는 점을 이유로 터키의 행정재판소는 이 공사에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하지만 공항 건립에 관계된 정부부처는 이 공사를 강행하기로 했다고 한다(어차피 맘대로 할 거 법원은 왜 있나 싶다). 물론 공항 뿐 아니라 현재 터키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다리, 세계 최초의 대륙간 이동 터널, 이스탄불 대운하 등의 대규모 공사를 계획 혹은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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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의 페북에 MB가 좋아요를 누를 것만 같은 느낌적 느낌이 든다.   






비난 


비난은 아첨의 한 방식이자 중요한 선거전략 중 하나이다. 르 봉의 말을 들어보자. 


선거인이 노동자라면, 고용주들을 아무리 모독하고 비난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상대후보에 대해서는, 그가 악당 중의 악당이며 또 여러 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단언, 반복 및 전염을 통해 밝히면서 그를 깔아뭉개려고 애써야 한다. 물론 어떤 증거 같은 것을 찾을 필요는 없다. 만일 상대후보가 군중심리를 잘 모른다면, 그는 다른 주장으로 그러한 주장에 응수하는 데 그치기는커녕, 근거를 제시하면 자신을 정당화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그때부터는 그는 승리할 가능성이 없을 것이다.



한국의 예를 들어보자. 


필자가 보기에 분명 새누리당은 이 책을 여러 번 읽은 듯 보인다. 지금까지 많은 정치인, 독재자들에게 완소 아이템으로 등극했다고 알려진 르 봉의 <군중심리>를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활용하는 정치 세력이 있다면 그것은 당연히 새누리당일 것이다. 


여당에 대한 가장 흔한 비판 가운데 하나는 부패한 친일파 후손이라는 이미지 아닐까 한다. 개개인의 성품이나 이력으로 보았을 경우 당연히 모두가 부패하지도 친일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비난에 대응하는 새누리당의 거의 일관된 태도는 '무시'다. 새누리당이 "우리는 친일이 아닙니다."라고 변명을 하는 모습을 필자는 아직 보지 못하였다. 반대로 새누리당에 의해 민주당(새 어쩌고 하는 당명은 길어서 기억도 못 하겠음)에 씌워진 '종북'이란 이미지에 대응하는 민주당의 태도는 자못 이와 다르다. 자신들이 종북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굳이 작은 정당들(당연히 이들도 종북인지 아닌지 밝힐 수 없지만, 저쪽에선 종북이라 주장하는...)과 거리를 두며 북한 얘기만 나오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전법을 구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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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우리의 삶과는 개미 똥구멍만큼도 상관없는 소위 정치적 논쟁이 주를 이루게 될 경우 어떠한 문제가 발생할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철학자 오노라 오닐은 이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불신과 의심이 생활의 모든 영역에 퍼져 있는데, 아마도 이렇게 된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시민들은 더 이상 정부, 정치인, 장관, 경창, 판사, 교도소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한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기업, 특히 대기업과 그들의 제품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무도 은행, 보험사, 연금 기관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한다. 환자들은 더 이상 의사들을 신뢰하지 않고, 특히 병원과 그 진료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한다. 요컨대, 신뢰의 상실’은 우리 시대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다.

- Onora O’Neil 2002



이러한 신뢰의 상실은 결국 투표율의 저조로 이어지고 (실제 오닐이 제시한 2차대전 이후 영국의 투표율을 보면 그 비율은 조금씩이나마 계속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결국 민주주의라는 제도의 위기로 이어진다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누구는 투표율 좀 제발 떨어지라고 빌고 있는지는... 뭐 잘 모르겠지 말입니다. 


얼마 전 있었던 유럽의회 선거에서 투표율이 떨어질 경우 어떠한 결과가 나왔는지 잘 나타났다. 프랑스는 극우전선 국민전선이 가장 많은 득표를 해 극우당이 최대의석을 차지하게 되었으며 그 외 많은 나라에서 극우정당이 상당한 득표를 하였다. 이를 두고 많은 의견이 엇갈리지만 사실 유럽인들에게 법 제정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투표로 가결과 부결만 할 수 있는 유럽의회는 그 중요성이 크지 않다. 따라서 그 저조한 투표율과 극우정당의 협동심과 단합심이 아름답게 콜라보레이션 되어 저러한 결과가 나타났었다. 하지만 프랑스에서 가장 많은 의석을 받긴 했지만, 유럽의회 전체 의석을 기준으로 봤을 때 극우의 의석수는 의회를 개판으로 만들기에 아직 충분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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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전선의 수장 마린르펜은 자신들을 극우라고 부르는 것을 싫어한다. 





웅변 


군중 앞에서 하는 웅변을 어릴 때 배웠던 "~~ 이 연사 크게 외칩니다~~" 정도의 수준으로 이해한다면 설득력이 없겠지만 사실 선거에 나오는 후보들이 개인적으로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이 이 '말'이 아닐까 한다. "제가 얼마나 잘 할 수 있는지 봐주십시요.“라는 말은 그만큼 설득력도 약하고 조리 있게 연설하기도 쉽지 않지만 "드러운 자본, 비열한 착취자들, 훌륭한 노동자, 부의 사회화" 같은 말들은 내뱉기도 쉽고 임팩트도 강하다. 그만큼 낡은 말투이기는 하지만 국가와 지역을 떠나 언제 어디서나 가장 잘 먹힌다.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재벌에 대한 채찍이 선거가 끝나면 깃털 채찍으로 바뀌어 서로의 성감대를 애무애무 해주는 꼬라지를 한두 번 본 것은 아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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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의 흔한 웅변학원 모범생







르 봉의 시선 


귀스타브 르 봉이 이렇게 선거에 임하는 군중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을, 그리고 모든 사회적 현상들을 군중이라는 틀 속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보았다는 점은 후에 많은 논란을 낳았다. 필자도 그의 책 속에 나오는 많은 부분은 동의하지 않는다. 그는 선거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특징을 미미한 추론능력, 비판정신의 부재, 흥분하기 쉽고, 쉽게 믿으며 모든 것을 지나치게 단순화한다고 비판했다. 그가 일평생 넉넉하게 살며 결혼도 안 하고 자식도 없이 그저 비판적인 시선으로 사람들을 싸잡아 멍청한 놈들이라고 욕이나 한 것처럼 보이는 대목이다. 하지만 그런 그의 글에도(비록 대안은 제시되지 않지만) 일반 사람들 뿐 아니라 그것을 이용해 먹으며 사는 정치인 혹은 권력자들에 대한 비판적 시선을 전제로 깔고 있다는 점이 그의 의견을 그냥 가볍게 넘길 수만은 없는 부분이다. 뭐 양비론이라 무시할 수도 있고. 


그의 시선에서 이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획기적인 대안을 찾고자 한다면 읽을수록 사람들에 대한 자괴감과 절망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현실을 인정하고 바라보며 조금 느리더라도 대안과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면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마 그래 생각한다. 


다만 그동안 이스탄불에서 한국의 자랑스러운 최루탄을 맞고 피 흘리고 쓰러져간, 터키의 민주화를 바라는 사람들에게 이번 선거결과는 그들이 아직 한참 더 피 흘리고 저항하며 버텨야 한다는 점만을 확인시킨 결과였기에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안타깝다. 


자식을 바다에 묻고 광장에 앉아 한 달이 넘게 곡기를 끊은 한국의 아버지, 탁심 광장에서 경찰의 가스를 온몸으로 막아내는 시민...


민주주의는 전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하고 있지만, 말 뿐이 아닌 진짜 민주주의는 약자들에겐 참으로 멀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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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중의 선거가 제한된 것이든 일반적인 것이든, 공화국에서 맹위를 떨치든 군주국에서 맹위를 떨치든, 프랑스에서 실행되든 벨기에에서 실행되든, 그리스에서 실행되든, 포르투갈에서 실행되든 아니면 스페인에서 실행되든 (한국에서 실행되든 터키에서 실행되든) 간에, 그것은 어디에서나 비슷하다. 그것이 종종 나타내는 것은 민족의 무의식적인 갈망과 욕구이다. 선출된 사람들의 평균은 각 나라에 있어서 민족의 평균적인 혼을 나타낸다. 세대가 바뀌어도 그것은 거의 똑같다는 것을 알아볼 수 있다.



아무튼, 계속해서 사회에 대해서 딴지나 끊임없이 걸고 힘내고 다음에 보자! 







타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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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