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09. 15. 월요일
정치불패 wookhyun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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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대표 무능기野黨 代表 無能記 : '야무기'>
야당(野黨) : 정당 정치에서, 현재 정권을 잡고 있지 아니한 정당.
대표(代表) : 대표자. 전체를 대표하는 사람.무능(無能) : 능력이나 재능이 없음.
-> 현재 정권을 잡고 있지 아니한 정당을 대표하는 사람의 능력이나 재능 없음을 써두다.
헛발기 (2013.10 - 2014.3)
1. 선거 헛발질의 시작, 10·30 재보선
어쩌면 무능력을 본격적으로 보여주는 시기라고 해야 할까.
10월 재보선을 앞두고 손학규가 돌아왔다. 당내 대권 주자로서 대선 패배의 책임을 지고 자숙해야 한다며 다소 거절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출마 여지를 차단한 것은 아니다."며 여운을 남겼다. 새누리당에서는 '올드보이' 서청원이 화성갑에 출마를 선언했다. 친박 중의 친박으로 꼽히는 서청원의 컴백은 화성갑을 이슈의 중심으로 만들어냈다.
빅매치가 가능할지 다들 기대하는 가운데 (지금은 자주 나오는 표현이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어색했던) '공천 잡음'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공천 과정에서 당 지도부의 교통정리 실패는 결국 선거 패배의 지름길이라는 것을 이때는 몰랐을까. 김한길 대표는 손학규에게 '삼고초려'까지 해가며 출마를 권유했다. 당내 단독 출마를 선언한 화성갑 지역위원장 오일용 후보에 대해서는 '선당후사'(최근 몇 달 동안 자주 들어보지 않았나) 라는 표현을 꺼내기 바빴다. 이때부터 지역위원장 따위는 아웃 오브 안중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상당기간 화성갑 지역에서 활동하며 지역 기반을 다져왔던 오일용 후보가 있었지만, 서청원이라는 카드에 손학규로 맞불작전을 펼치고 싶었는지 당내 공천 심사위원회 일정까지 변경해가며 손학규를 기다렸다. 하지만 손학규를 나서지 않았다. 삼고초려는 실패했고 손학규의 출마만을 생각했던 당 지도부는 '멘붕'이 왔다. 손학규가 빅매치에서 당선 가능성을 내다보며 한 발 뺐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손학규 외에는 전략을 세우지 않았던 민주당 지도부 역시 책임이 있다. 그저 친박인 서청원을 이겨 정권심판 바람을 불러일으키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작전이 없었다. 어차피 새누리당 텃밭인 거 '져도 본전'이라는 생각을 했을까.
서청원은 경선에는 뛰어들었을지언정 화성이 본인 지역 기반이 아니었다. 경선이 있었을 뿐 사실상 빈자리에 '꽂힌'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는 11대부터 16대까지 6선 내내 서울 동작 지역구 국회의원이었다. 그리고 친박연대에서 비례대표로 당선됐으나 공천헌금 사건으로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고 조용히 있다가 박근혜 정권 출범 후 아무렇지 않게 비어있는 지역구에 나타난 것이다. 굳이 손학규를 밀어붙여서 빅매치를 만들지 않아도 됐다. 오일용 위원장이 인지도가 떨어지더라도, 패배하더라도 지역을 중심에 둬야 했는데 손학규만 바라보다가 오일용 위원장의 힘만 빠지게 한 것이다. (왠지 얼마 전 선거를 보는 듯한 데자뷰같이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
이 시기에 김한길 대표는 복귀를 선언했다. 아무것도 하지 못했으면서 전국순회투쟁 결과를 발표하며 원내로 복귀하겠다고 했다. 천막에 있으면서도 틈틈이 국회에 갔고 당사에 갔었다. 마치 원내로 복귀해서 원내 투쟁을 하겠다는 것이 대단한 무슨 의미가 있는 것처럼 이야기했다.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대화록 사건 등 주요 현안 어느 것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채 노숙을 접고 장외를 접었다. 있어 보이는 액션만 많을 뿐 알맹이는 아무것도 없는 헛발질만 하고 돌아갔다.
선거를 앞두고 화성갑과 포항-울릉에는 당 지도부가 총출동했다. 그저 선거사무소 개소식과 몇몇 유세에 함께하면 '지원사격'이 빵빵하게 되는 줄 알았나 보다. 화성갑 오일용 후보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서는 역시 기분 탓을 해야 할 것만 같은 발언이 나왔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에게 유권자들이 매서운 회초리를 들어주길 바란다"
화성갑 지역구에 뭘 어떻게 하겠다는 공약이나 정책 따위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그저 '회초리' 타령만 한 것이다. 상대가 서청원이니 여당과 대통령 심판론만 펼치면 이길 줄 알았을까. (이것 역시 낯익은 전략이라는 건 기분 탓으로 돌리자.)
선거 판세가 요동치는 (민주당 표현상) 가운데 검찰은 윤석열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을 직무배제했다. 수사를 방해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이 뻔히 보이는 처사였다. 윤 수사팀장은 법사위에 출석하여 수사에 개입이 있었고 압박이 있었다고 발언했으며 논란은 날이 갈수록 커졌다. 촛불은 퍼져나갔고 분위기만 보면 재보선을 이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김한길 대표는 그저 '법무장관-국정원장-중앙지검장'이 즉각 퇴진해야 된다는 뻔하디 뻔한 요구만 앞세웠다. 윤 팀장을 특임검사로 임명해야 한다는 말은 도대체 왜 했는지 모르겠다.
이쯤 되니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다시 폭탄을 하나 던지기 시작했다. '불복'이라는 이름의 폭탄. 김한길 대표의 일부 발언에 대해서는 '소설'이라며 반격하기도 했다. 그러나 역시 주 무기는 '불복론'이었다. 문재인 의원의 성명서에 대해서는 '대선 불복 본심을 드러낸다'며 '불복폭탄'을 휙휙 던져댔다. 그러자 김한길 대표와 민주당 지도부는 한발 멀찍이 도망갔다. '공식질문-너네 불복임?'이라는 질문에 '공식입장-대선 불복은 아니얌'이라는 것이다. 단지 '헌법 불복'일 수 있는 세력을 심판해달라는 말만 하기 바빴다. (들이대는 민주당 입 다물게 하기엔 '불복'폭탄이 짱인듯.)
결국 10·30 재보선은 새누리당의 완승으로 끝났다. 올드보이 서청원은 무사히 돌아왔고, 포항-울릉은 뺏어올 가능성 조차 없어 보였다. 어느 시점부터 선거는 관심에서 멀어졌고 아무 전략 없이 선거를 치른 민주당은 가져갈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검찰총장 아웃-수사팀장 아웃'이라는 국민의 지지를 결집할 수 있는 적절한 타이밍이 연속적으로 있었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불복'폭탄에 한발 두발 피해가기 바빴을 뿐이었다. '둥글게 둥글게'를 외치다 의자를 뺏어와야 하는 게임에서 늘 의자앉기에 실패하는 민주당. 이번에도 1석도 얻지 못하고 헛발질만 하다 끝났다. (선거에 분명 졌지만, 당 대표는 물론 원내대표도 사퇴하진 않았다. 어쩌면 이게 비극의 신호탄이었을까.)
2. 국정원과의 한 판. 전술, 전략도 없었다.
이 시기 정국은 혼돈이 몰아치는 상황이었다.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은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은 채 정부와 여당의 물타기에 휩쓸렸다. 물타기 작전 중 하나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이석기 내란음모사건으로 통합진보당은 정당 해산 위기에 몰리기도 한다. 새누리당이 던져대는 또 다른 신종 폭탄 '종북'은 민주당으로 하여금 국정원을 상대하기 어렵게 만들기 충분했다.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사건과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논란은 지금 이 시대가 70년대 유신으로 돌아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녹취록 일부가 잘못 해석됐거나 오류가 있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지만, 민주당과 김한길 대표의 태도는 '종북' 폭탄부터 피하자는 식이었다. 국정원과의 싸움에서 늘 '불복론'에 한발 빠지며 힘 빼기 급급했던 민주당은 '종북'으로 몰릴까 봐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이다.
이런 와중에 검찰은 대화록 논란과 관련해서 문재인 의원은 소환조사, 김무성 의원은 서면조사를 하는 누가 봐도 대놓고 불공정한 수사 태도를 보였다. 편파 수사가 아니냐며 검찰을 몰아쳐도 모자랄 판에 김한길 대표는 "지난 대선 관련 의혹 일체를 특검에 맡길 수밖에 없다"며 총괄 특검을 제의한다.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에 대한 수사가 여러 가지 행태로 방해받고 있는 가운데 물타기로 국정원이 직접 정치판에 뛰어든 대화록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댓글조작'과 '대화록 논쟁'을 한꺼번에 해결하자는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윤석열 수사팀장 배제 당시에도 윤석열 팀장을 특검으로 임명해야 된다는 말까지 꺼냈던 김한길 대표였다. 중립을 지키지 못하는 검찰이 있다면 특검을 통해 공정한 수사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의 경우 검찰을 방해하는 행위가 많았으므로 꼭 필요했다. 그러나 대화록 논쟁까지 특검으로 해결하자는 말은 조금 무책임하진 않았나 싶다.
이 시점부터 민주당은 늘 강경투쟁할 것처럼 하다가도 곧장 국회로 돌아가곤 했다. 강력한 야권 특검연대를 통해서 국정원 댓글 조작사건 특검을 관철하겠다고 하면서도 국회 일정에 복귀하겠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꾸준히 나오는 요구 중 하나가 바로 '김기춘-황교안-남재준' 해임이다. 결과는 알다시피 세 사람 모두 끈덕지게 버티고 있고 최근에 남재준만 불쌍하게도 사퇴했다. 그것도 국정원 댓글 사건 책임이 아닌 세월호 참사 책임 추궁성 사퇴다. 아직도 국정원 댓글 조작사건은 해결되지 않은 문제로 남아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전히 자기와는 상관없다는 제스쳐를 취하는 가운데 김한길 대표는 일심단편 박근혜 대통령만 바라보았다. "대답도 없는데 자꾸 말씀드리는 것이 솔직히 모욕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꼬인 정국을 풀어야 하겠기에 간절한 심정으로 또 말씀드린다"며 특검과 특위구성을 요구했다. 대답이 없으면 다른 방안을 마련하고 다른 형식으로 특검과 특위구성을 추진해야 하건만 그저 대통령의 열리지 않는 입만 바라보는 것이다. 툭하면 단독으로 만나자며 졸라대기만 했다. (국회의원직까지 가지고 있는 제1야당의 대표가 대통령의 결단만 기다리니... 본인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는 현직 대통령에게 결단을 바라면 그게 가능하겠나.)
2013년 11월 18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회에서 취임 후 첫 시정연설을 했다.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점을 찾아주면 존중하고 받아들일 것"이라는 유체이탈 화법의 진수를 보여준다. 나랑 상관없으니 그대들이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는 대로 책임을 물을 일이 있다면 반드시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도 했다. ('응분의 조치', '책임'.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 말은 기분 탓으로 돌리자.) 특검보다 검찰 수사를 기다리겠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서 김용판은 무죄 판결을 받았다.) 민주당은 곧장 의원총회를 가졌다. 황교안 장관, 남재준 국정원장, 박승춘 보훈처장 해임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한편으로 예산 통과를 막는 작전도 구사했다. 예산을 걸고넘어지면 새누리당이 뭔가 움직임이 있을 거라는 기대하에 벌인 일이었다. 매번 속는 짓은 이때도 고쳐지지 않았다.
팀장이 바뀐 댓글조작 수사팀은 국정원 직원의 트위터 글 122만 건을 추가로 발견해 공소장 변경을 신청한다. 추가적인 수사 결과가 나올 때마다 많은 국민이 기대했다. 이 정도면 정말 문제가 되는 수준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 하고 장외로 나와 국민들 곁에서 싸워야 마땅당하겠지만 민주당 지도부와 김한길 대표는 그러지 않았다. 황교안 사퇴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다가 황우여를 만나서 '정국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더니 그냥 끝났다. '4인 협의체' 같은 걸 제안하다가 오히려 김재원 따위에게 무시를 당하기까지 했다. (맨날 무슨 만남, 회동, 협의만 원한다. 싸움이 없다.)
국정원 이야기와는 별개지만 이 시기 국회에서 민주당은 무력함 그 자체였다. 감사원장 임명동의안 표결 과정에서 새누리당은 단독 표결 처리했다. 새누리당은 전원 참석했고 국회의장, 안철수 의원 (당시 무소속) 등이 참여했다. 강창의 의장이 표결 상정하자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작전을 꺼내 들었다. 127명 전원 명의로 무제한 토론을 신청했고, 1964년 김대중 의원의 5시간 19분짜리 연설 이후 첫 필리버스터가 실현되나 하는 기대를 품게 만들었다. 하지만 (두둥) 강창의 의장은 무제한 토론은 하지 않는 것이 관례라며 표결을 한다. 투표를 지연이라도 시키겠다고 민주당은 가만히 앉아서 뻣대기에 나섰지만 노련한 강창의 의장은 세 번 물어보더니 투표를 마치고 개표를 선언했다. 아무것도 못 하는 무능력한 127석의 제1야당이었다.
무능력한 제1야당 민주당의 모습의 꽃은 바로 연말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나왔다. 따로 만나기 좋아하는 민주당 지도부답게 4자회담을 갖고 '합의'를 해준다. (합의... 이 역시 낯설지 않은 것은 기분 탓으로 돌려두자.) 75분간 테이블을 내려치고 고성이 오고 가더니, 다음날 다시 만나서 어느 순간 합의했다는 거다. 졸라 낯익은 모습이지 않은가.
"민생 위해 국회 정상화를 택했다"고 말한 김한길은 "특검을 반드시 관철하겠다는 당의 의지는 조금의 변화도 없다"며 "시기적으로 실효성이 담보되는 특위를 우선 구성하고, 특검은 국회 의사일정 진행되는 과정에서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이며 특검을 포기한 것이 절대 아니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사실상 예산 통과를 위한 합의라고 볼 수밖에 없다. '예산안 통과'는 유일하게 민주당이 여당을 상대로 협상을 시도할 수 있는 카드인데 이것을 쉽게 포기한 것이다. '특검'이 아니라 단순히 '특위' 구성일 뿐인데 말이다. 특검을 받아내기 위해 예산안 통과를 합의해줘도 모자랄 판에 '특위' 하나에 합의해놓고 잘한 선택이라고, '민생'을 들먹이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선택에 최선을 다했다 듯이 이야기했다. (아무것도 얻지 못한 합의를 '합의안'이라고 꺼내와서 떳떳한 모습, 어딘가 낯익은 모습이라는 것은 기분 탓으로 하자 그냥.)
2013년 12월은 정말 추운 겨울이었다. 철도 민영화 관련해서 철도노조가 파업에 돌입했고,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은 점점 의혹이 아닌 사실 그 자체가 됐다. 취업난에 힘들어하는 대학생들은 자기 자신들과 많은 국민에게 '안녕들 하십니까'라며 안녕을 물었다. 안녕하지 못한 세상에서 말이다. 국민 총파업과 촛불은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을 가득 채웠다. 추운 겨울, 시민들을 지켜야 할 경찰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집회에 참여하고 조용히 행진하는 시민들을 상대로 채증을 하고 물대포를 쏘기 바빴다. 이 땅에는 민주주의도 정의도 없었다.
민주당 청년비례대표인 장하나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정원 트위터 글 2091만 건 더 있다'는 헤드라인이 적힌 신문에 '대통령은 사퇴하라, 보궐선거 실시하라'는 글을 써서 올렸다. 부정선거가 확실하니 책임지고 내려오라는 이야기다. SNS에서 이 사진은 지지를 받았다. 누구도 쉽게 꺼내지 못했던 이야기를 했다는 의미였을까. 하지만 민주당은 지지는커녕 피하기 바빴다. 왜냐, 새누리당이 '불복'폭탄을 크게 던졌으니 김한길의 민주당은 늘 그래 왔던 것처럼 한발 빠진다.
단순히 부정선거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 '대선 불복'으로 연결되는 것도 웃기지만 이 상황을 차단하기에 바빴던 민주당에서 더 웃긴 상황이 발생했다. 장하나 의원의 SNS가 올라온 다음 날에 양승조 최고위원이 "박근혜 대통령은 신(新)공안통치와 신유신정치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발언을 한것이다. 그러자 새누리당에서 본 회의와 국정원 개혁특위를 보이콧 한 것이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마침 잘된 거나 마찬가지일 거다. 하기 싫은거 안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당당하게 보이콧하며 상황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드리블해갈 수 있는 이 능력, 정말 대단하다.)
민주당은 '불복' 폭탄을 위해서 한 발 뺀다. '역풍' 차단이란다. 그것을 역풍으로 몰고 가는 것은 새누리당뿐인데 마치 모든 국민이 민주당을 공격할 것처럼 몸을 사린다. 김한길 대표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지난 대선과 관련한 민주당의 입장을 다시 묻기에 다시 답한다. 선거를 다시 하자는 것이 아니라고 이미 여러 차례 공식적으로 밝혔다. 민주당은 "이 땅에 유신 시대와 같은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다. 대통령의 위해를 조장하는 일은 안된다"고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답한다. '불복'이 아니라고 제발 날 좀 믿어달라는 의미일까.
그리고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민주노총 건물이 공권력에 의해 초토화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철도노조 간부들을 잡겠다는 일념하에서 경찰은 모든 힘을 모아 건물을 쳐들어갔다. 하지만 그곳에 철도노조 간부들은 없었고, 경찰은 믹스커피만을 전리품 삼아 돌아갔다. (경찰청에 믹스 커피 한 박스라도 보내드려야 될까.) '정동 대첩'이라고도 불리는 이 사건은 이 나라 공권력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추운 겨울에 유리문이 깨진 경향신문 건물은 얼마나 더 추웠을까.
대선 1년. 모든 것이 드러난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 사건은 지속적으로 진실이 밝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다. 지금도 여전히 수사는 (더디지만) 진행 중이고 재판도 진행 중이다. 국정원뿐 아니라 군 사이버사령부도 선거에 개입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그러나 민주당은 제자리걸음 뿐이었다. 새로운 사실이 나올 때마다 '불복'폭탄 하나면 김한길 대표와 민주당은 돌아서기 바빴다. 그렇게 2013년이 지났다.
3. '국정원 털기', '기초선거 무공천' 그리고 신당창당
김한길 대표의 신년 기자회견에 '국정원'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기자회견문 전체 중 2/3가 민생이었다.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는 '특검' 하나만 꺼냈다. 대통령이 말하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특검을 통해 해결하자는 거다. 그마저도 대선개입 문제는 특검에게 맡기고 우리는 민생에만 집중하자고 말한다. 고작 5문장 안에는 '특검 좀 받아주라, 그러면 민생만 이야기한다니깐' 이라는 내용이 담아있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상 2014년이 되면서 국정원 대선개입사건은 민주당, 그리고 김한길 대표에게 털어버리고 싶은 문제로 남은 건 아닐까.
이런 김한길 대표의 기자회견 핵심은 후반부에 나온다. '제2 창당의 각오로 정치혁신을 통해 지방선거에 승리하겠다'는 것이다.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으니 정쟁으로 보일 것 같은 국정원 대선개입 문제는 (제발) 특검으로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아니었을까. 취임 이후, 아니 더 크게는 대선 이후 각종 재보궐선거에서 승리하지 못한 민주당의 입장에서 대선 이후 첫 큰 선거인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해결하지 못한 것이 산더미인데 선거 승리만 바라보는 것이 안타깝다.
한편, 안철수는 신당 창당을 위해 바쁜 모습을 보였다. '국민과 함께하는 새정치 추진위원회'라는 '신당 창당을 추진하기 위한 추진위원회의 준비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창당인 듯 창당 아닌 창당 같은' 준비위원회를 만든 것이다. 민주당과의 합당설은 '혁신'과 '새정치'가 우선이라며 도대체 내용을 알 수 없는 이야기들로 인터뷰에 답했다.
이 시기 안철수에게 꽂힌 '새정치 프로젝트'는 바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다. 지난 대선에서 세 후보가 동시에 공약한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늘 주장해왔다. 그리고 새정치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세웠다. 기초선거 공천 폐지는 정당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새로운 인물이 지역일꾼으로서 입문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그러므로 '새정치'의 입장에서 안철수는 이것을 틈나는 대로 꺼내기 바빴다. 게다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창당을 하려는 안철수 입장에서 모든 지역에 기초공천을 통해 후보를 내기에는 민주당과 새누리당 보다 정당을 통해 지원하기 힘들어서 내세우는 작전이기도 했다. (물론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1월 24일,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은 한 식당에서 만났다. 별도의 배석 없이 단독회담이었다. 이 만남을 통해 두 사람은 '특검도입'과 '기초공천폐지'를 합의했다. 선거를 앞두고 연대논의가 있을 거라는 예측이 많았지만, 지금은 논의할 때가 아니라며 일축했다. (불과 한 달 정도 후에 두 사람이 통합, 아니 합당, 아니 흡수통합, 아니 뭐라고 말해야 될지 모르는 새로운 정당을 창당한다며 발표한 것을 생각해보면 이 만남부터 둘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하지만 공천폐지 문제는 새누리당의 협조 없이는 국회 내에서 통과가 힘들다. 아무리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다지만 공약 따위 개나 줘버려 하고 있는 대통령에게 무얼 바랄쏘냐.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 없이는 이 나라 국회에서 새누리당이 결정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는 사실을 민주당도 잘 알고 있다. '공약파기'라고 백날 폭탄을 던져봤자 대통령은 물론 새누리당도 끄떡하지 않는데도 '공약파기'여론을 몰고 가서 벌써 정권심판을 주장하려는 작전이었을까.
이때부터 김한길의 민주당과 안철수는 슬슬 헷갈리기 시작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 때의 공약이 '공천제도 폐지'인지 아니면 그냥 공천 하지 말자는 것인지 말이다. 새누리당이 협조하지 않아 제도 자체 폐지가 어려우니까 그냥 공천을 안 하려는 시도가 조금씩 엿보였다. 새누리당 후보는 1번을 달고 나오는데 민주당은 후보가 '민주당'이름도 달지 못하고 나오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는데도 말이다. (사실상 이때부터 지방선거 패배는 눈에 보이는 일이 아니었을까.)
국정원 대선개입 관련 특검을 주장할 때도 김한길 대표는 한결같았다. '대통령의 결단', '대통령이 결정해야'라는 방식의 발언이다. 마치 '나는 그럴 능력도 결정할 수 있는 위치도 아니니 당신이 제발 받아주라'는 듯한 표현이었다. 기초선거 공천폐지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께서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인 오늘 중에 꼭 답해주시면 좋겠다"며 대통령의 결단을 또다시 요구한다. 그러면서 민생투어라며 전국을 돌며 세배투어를 시작한다. 이번에는 아내 최명길도 옆을 지켰다. 지방선거가 급하긴 급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지난여름에 있었던 투어와 마찬가지로 진짜 지방 곳곳을 누비지는 않았다. 안철수 신당에 밀리는 듯하니 호남 중심으로 거점만을 돌기 시작한다. (진짜 민심을 얻기 위해서는 '방방골골' 곳곳을 다니고 세배를 드려야 한다는 사실을 아직도 깨닫지 못한 것이다.)
2월 6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대선개입 혐의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1년간 매우 많은 증거가 나오고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재판부는 '무죄선고'를 했다. 이유는 하나라고 생각한다. 지난 1년간 제대로 파헤치려는 시도가 없었기 때문이고 또 검찰 수뇌부 및 수사팀 찍어내기 등 정권의 압박도 강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새해가 되자 야당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으니 더는 질질 끌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기억을 더듬어보자. 청문회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모든 것을 숨기기 급급한 진상조사위가 아니었나. 또 기억을 더듬어보자. 새해가 밝자 민주당에서는 국정원 대선개입에 대한 언급은 손에 꼽을 정도로 없었다. 그저 '특검'뿐이었다. '특검'따위 도입되지 않을 거라는 것은 재판부도 알고 있는 사실 아니겠는가.
무죄 판결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도 모자랄 판에 김한길은 이제 강원도와 영남을 돌겠다고 나섰다. '김한길-최명길의 토크콘서트'도 열었다. ('전국을 계속 돌면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 되는데 왜 국정원이 자꾸 나오고 그래'라는 생각을 갖진 않았을까.) 국정원 대선개입사건은 지방선거를 앞둔 김한길 대표의 머릿속에서 아예 사라져 버렸다. 해결하지 못한 사안은 끌고 가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김한길의 전략-전술에 대해서는 정청래 의원의 말을 빌려보자. 정청래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한 일을 김한길 대표는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10년 전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예산안과 연계해서 사학법 개정을 막았던 것에비교하며 김한길의 무능을 비판한 것이다. 박 대표는 사학법 개정 반대 투쟁을 벌이며 예산안을 연계시켜 50일 동안 국회에 들어오지 않고 끝내 막아냈다. 심지어 박근혜 대표는 촛불까지 들었다. (그녀 옆에 서 있던 이명박 전 대통령도 기억나지 않는가.) 지난 12월 예산안 통과 과정에서 특검 도입을 반드시 관철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정권과 새누리당은 더는 아쉬울 게 없었다. ('무능함'이 '야당성'을 짓누르니 결과가 이렇게 됐다.)
국정원 사건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중에 여전히 김한길은 선거가 우선이었다. 안철수와 손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연결고리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라는 것을 알기에 안철수와 계속 정당공천 폐지를 촉구했다. 지난 설까지 대통령이 결단해서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으나 대통령은 답하지 않았다. 답하지 않은 대통령에 대해서 김한길은 아무 대응이 없었고, 또다시 2월 25일까지 대통령이 응답해야 한다며 결단을 요구했다. 이때까지는 그래도 '정당공천' 제도 폐지에 대한 공약 이행을 바란다는 메시지를 꾸준하게 날렸다. (아직까지 '제도폐지'와 '무공천'에 대해서 헷갈리진 않는 모양이다.)
그러나 당내에서 여러 논의 끝에 정당공천제 유지로 가닥이 잡혔다. 제도 자체가 폐지되지 않고, 새누리당이 정상적으로 공천한다면 민주당 역시 정당 공천을 해야 한다는데 의견이 좁혀진 것이다. 기초공천 없이 진행한다면 광역선거도 승리를 보장할 수 없다는 인식이 그들을 사로잡았다. 김한길 대표는 국민참여경선을 통한 혁신적인 상향 공천제를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제도 자체가 폐지되지 않는다면 공천을 정상적으로 당연히 해야 한다는 합리적인 생각을 한 것이다. 물론 이런 결정을 하게 되면 당내에서 초 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이번에도 당연히 있다. 조경태다.
안철수가 공천제도 폐지가 되지 않더라도 기초선거 '무공천'하겠다는 방침을 들고 나오자 조경태도 맞장구를 친다. 약속을 지키는 것만이 민주당 지지를 회복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면서 새누리당이 공천하더라도 민주당은 무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친안'이라고 불리는 조경태는 안철수가 무공천을 결정하자 "안 의원이 새정치를 가장 잘 실천하는 세력이라고 본다"고 치켜세우기까지 한다. (대체 이 사람은 왜 민주당에 남아있는지 굉장히 궁금하다. 어떤 면을 바라봐도 민주당 색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닌데 말이다.)
김한길 대표가 대통령에게 못 박은 시일인 25일이 지났다. 그러자 26일 김한길은 2월 안에 대통령이 입장을 밝혀야 한다고 또 '결단'을 요구한다. 그러면서 결국 기초공천에 대해서 자신의 입장표명을 유보한다. 불과 며칠 사이에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제1야당 대표가 말이다. (대통령에게 입장을 요구하기에 앞서 자신의 입장이라도 확실히 정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다.) 지방선거를 불과 100여 일 앞둔 시점에 야당 대표가 이런 식으로 자신의 입장을 정확히 정하지 못하니 각 지역에서 지방선거를 오랫동안 준비해온 사람들은 얼마나 참담한 심정이었을까.
이에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의원이 다시 만났다. '제도폐지'와 '무공천'을 헷갈리며 '무공천'을 결정한 안철수가 김한길에게 합께 '무공천'을 하자며 꼬드겼다. 새누리당은 아무렇지 않게 기초공천을 밀어붙이며 지역에서 선거를 위해 밑바닥부터 준비하고 있는데 폐지되지도 않은 공천제도를 무시하고 그냥 '무공천'하자는 것이다. 민주당 이름으로 예비후보를 달고 있는 지역의 후보들은 마냥 김한길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민주당 후보가 될지 무소속 후보가 될지 결정만 기다리는 것이다.
둘의 짧은 만남은 아무런 결과를 낳지 못하고 끝났다. 안철수는 '무공천'을 요구했고 김한길은 '참고하겠다'며 벙개를 마무리했다. 결정하지 못한 김한길에 대해서 박지원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결정을 빨리하는 것이 혼선 방지, 예측 가능한 정치"라고 일갈했다. 그리고 김한길, 안철수 두 사람은 다시 회동한다. 2월의 마지막 날이 지나는 시점이었다. 3월 2일 그들이 기자회견을 통보하자 많은 사람들이 '무공천'으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측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신당 창당을 선언한다. 무공천은 무공천대로 진행하고 두 세력이 '새정치를 위한 신당 창당으로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아무도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안철수의 무공천 제의를 김한길이 받으며 통합을 제의했고 안철수가 다시 이를 받은 것이다. 둘 사이에 어떤 말이 오고 갔는지는 알 수 없으나 둘 외에는 아무도 몰랐던 결론이다. 기초선거 무공천, 그리고 새로운 정당으로의 통합 창당. 과연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
<말말말>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명한 공천을 실천하겠습니다. 상향식 공천과 개혁공천으로, 호남을 포함한 전 지역에서 당 내외 최적 최강의 인물을 내세워 승리할 것입니다. 당 대표와 지도부에게 부여된 권한을 오로지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엄정하게 행사할 것입니다."
-김한길 대표, 신년 기자회견
이제와서 결과만 놓고 보자면, 투명한 공천은 없었고 개혁공천도 없었다. 호남에서부터 최적인지 최강인지 모를 공천이었고 심지어 무공천 파동으로 인해 기초선거에서는 제대로 된 승리가 없었다. 당대표와 지도부에게 부여된 권한은 오로지 지방선거에서 자기 사람 꽂기에 바빴다.
"선거만을 위한 연대는 없을 것"
-안철수 의원
맞다. 선거만을 위한 연대는 없었다. 당을 합쳤으니 연대는 없었다.
'의욕기' '헛발기'에 이어 '몰락기'로 이어진다.
P.S.) 이 글을 기다리는 사람은 없었을거라 생각하지만...혹 있었다면 늦게 올린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곧 3부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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