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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8. 18. 월요일

견인차 










10일 날 뜬 슈퍼문은 다들 보셨나요? 


저도 밤에 밖에 나가 달이 뜨는 모습을 천천히 지켜봤습니다. 한국의 문화는 보름달과 많이 닿아 있어서 먼 타국에 있는 저도 밤하늘 휘영청 떠오른 보름달을 보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뭉클해지곤 합니다. (갑자기 강강술래 뛰어야 될 것 같기도 하고...) 


보름달이 뜨는 날에는 간만의 차만 커지는 것이 아니라, 늑대인간도 돌아다니고 뱀파이어도 돌아다니고, 응급실도 미어터지고, 미친 사람들도 더 많이 돌아다닌다는 외국과, 보름달을 보며 두 손을 모으고 소원을 빌며 달을 신성시하는 한국 문화 중에 저는 역시 조금 순진하고 조금 더 로맨틱한 한국의 문화가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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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 학점 A+ 주세요


여러분들께서는 달을 보면 뭐가 보이시나요? 어떤 사람은 책 읽는 여인이 보인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게가 한쪽 집게를 내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토끼가 보인다고 합니다. 저는 어릴 때 엄마가 알려주신대로 토끼가 달떡 만드느라고 절구질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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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떡쿵떡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엔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쎄쎄쎄-를 시작으로 어린 시절 우리 모두들 한번은 불러 보았을 법한 노래입니다. 서쪽 나라로 간 토끼는 어디로 갔을까요? 서쪽 나라는 도대체 어디일까요? 토끼는 달의 뒷면으로 갔을까요? 


그럼 오늘은 행불자 되신 토끼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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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토끼는 정말 ㅈㄹ 인가


세상에는 남녀를 지칭하는 참 많은 방법이 있습니다. 어떨 때는 찬사의 의미를 담아, 그리고 또 어떨 때는 까는 의미를 담아 지칭합니다. 이런 지칭들은 성차별적이고 불평등한 의미를 많이 담기 때문에 남녀 싸움의 시발점이 되기도 하죠. 이 성차별적인 지칭에는 일반화된 동물들도 많이 쓰입니다. 늑대 같은 남자, 여우 같은 여자, 곰 같은 남편, 여우 같은 마누라, 토끼 같은 자식들. 그리고 토끼 같은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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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토끼라니...


'토끼 같은 남자'는 다른 어떤 지칭들보다 모멸감을 많이 주는 지칭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나 성에 관련되어 폐쇄적인 나라에서 침실의 비밀로 놀림거리가 되다니! 하지만 토끼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성적이 낮은 동물이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그 정반대인 A+++학생이라고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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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라핫챳차챠


토끼의 평균 교배 시간은 약 10~20초 정도입니다. 짧죠. 하지만 사자의 교배 시간 또한 약 10초 정도입니다. 교배 속도는 자연에서 번식능력과 그닥 비례하지 않습니다. 야생의 생태계에서 토끼의 교배 시간은 결코 빠른 것이 아니죠. 오히려 아주 평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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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내가...


토끼의 번식력은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엄청납니다. 종에 따라서 좀 다르지만, 수컷은 4개월 후부터, 암컷은 6~9개월 사이면 교배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번에 1-14마리의 새끼를 낳죠. 토끼의 임신기간은 약 한 달간이며, 새끼를 낳자마자 바로 또 교배를 하고 임신을 할 수 있습니다. 만약 암컷 토끼 한 마리가 6마리 새끼를 매번 낳는다고 치고 그중 절반인 3마리가 암컷이라고 치면 일 년이면 36마리(1암컷 x 3새끼암컷 x 12달)의 암컷이 태어납니다. 그리고 대략 평균 6개월이면 임신을 할 수 있다고 치고 36마리의 암컷들이 평균으로 전부 새끼를 낳을 수 있을 것이라 가정하면 다음 해 말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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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마리 암컷 x 3 새끼암컷 x 12달 = 1,332마리의 암컷으로 불어납니다.


이런 번식력 덕분에 1859년 호주에 사냥용으로 들여간 24마리의 토끼는 1920년대에 백억 마리로 늘어나게 됩니다. 이때 토끼들이 뛰어다니면 대지가 울렁이는 것처럼 보였다고 합니다. (후덜덜) 이런 토끼의 수를 줄이기 위해 호주 정부는 여우도 들이고, 고양이도 들이고, 독약도 풀고, 다이너마이트도 터뜨리고, 3,256km의 펜스까지 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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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 방지 펜스


하지만 이런 토끼 없애기 정책에도 토끼들은 엄청나게 번식하여 오히려 토끼를 없애기 위해 들여온 포식동물인 여우와 고양이들의 든든한 먹잇감이 되어 외래종들의 급격한 개체 수 증가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1950년대 점액종병(Myxomatosis) 살포로 99%가 폐사되어 일억 마리까지 줄었지만, 그 살아남은 일억 마리가 치사율 99%의 점액종병을 이겨내고 번식하여 다시 3억 마리까지 증식하고 호주는 여전히 토끼와의 전쟁 중입니다.


조사에 따르자면 2007년까지 22종의 생물이 토끼, 여우, 그리고 고양이 등에 의해 호주에서 멸종했으며, 17종의 새, 13종의 포유류, 4종의 파충류, 1종의 어류, 그리고 1종의 곤충이 토끼들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고 합니다. (라고 발표는 했지만, 근본적 원인제공은 닝겐들임.) 덕분에 호주는 전 세계에서 토끼용 백신이나 치료 약이 전면 수입 금지된 유일한 나라가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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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들부들' 토니에벗(56세, 수상)



2. 토끼 가슴


토끼는 포유류 중 먹이사슬의 거의 밑바닥을 차지하고 있는 동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엄청난 숫자로 번식하고, 또 엄청난 수가 잡아먹히죠. 토끼는 몸에 비해 비교적 작은 심장(몸무게 중 0.3%)을 가지고 있는데, 포식자들을 피하기 위해서는 1미터 높이를 뛰어오르고 3미터 거리를 건너뛰며 최대 시속 48km/h까지 뛰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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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점프력!


이렇게 재빠르게 달리고 뛰고 반응하기 위해서 토끼의 심장은 분당 130~325번까지 뜁니다. 대단한 심장을 가진 토끼지만, 또한 양날의 검이기도 합니다. 토끼는 너무 놀라거나 스트레스가 극심해지면 심장마비로 죽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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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못미 ㅠㅜ


실제로 2011년 중국 저장(Zhejiang)에 개 3마리가 토끼농장에 쳐들어가서 약 400마리를 물어 죽였는데, 공격당하지 않은 다른 600마리의 토끼들도 놀라서 죽었다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토끼는 어린아이들에게 적합하지 않은 동물 중 하나라고 합니다. 



3. 24시간 사주경계


이렇게 유리 심장을 가진 토끼들은 깜놀 사태를 방지하고 효과적으로 달아나기 위해서 24시간 항시 사주경계를 합니다. 일단 길쭉한 얼굴로 양면에 달린 눈을 이용하여 뒤통수 바로 뒤 빼고 사방을 항시 주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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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 지켜보고 있어.


이런 시야를 양안시, 혹은 쌍안시(Binocular vision)라고 합니다. 양안시는 시야가 넓으므로 주변의 상황을 항시 주시할 수 있습니다. 올빼미나 사람의 입체감이나 원근감이 높은 단안시(monocular vision)과 차이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토끼의 눈은 순막(Nictitating membrane)이라고 하는 제3의 투명한 눈꺼풀이 있어서 실제로 잠을 잘 때도 이 순막만 감고 주변을 살피며 잘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토끼들은 코로 항시 숨을 쉽니다. (obligated nasal breather) 목구멍 안쪽에는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가는 것을 막는 후두개라는 기관이 있는데 토끼의 후두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늘 입과 기도 사이를 막고 있습니다. 입으로 숨을 쉴 수 있기는 하지만, 아주 비효율적이고 만약 토끼가 입으로 숨을 쉬고 있다면 스트레스가 극심한 상황이거나 상태가 아주 안 좋은 상황이라고 합니다. 토끼가 코로 항상 숨을 쉬는 이유는 사주경계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밥을 먹거나 물을 마시면서도 코로 킁카킁카 냄새를 맡아서 주변의 위협이 닥치고 있진 않은가 확인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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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 쿵!


토끼의 사주경계 시스템의 꽃은 역시 거대한 귀입니다. 토끼는 3km 밖에서 늑대가 재채기 소리까지 들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들을 수 있는 가청 주파수대 또한 광대합니다. 토끼가 들을 수 있는 주파수대는 360에서 42,000헤르츠로 인간의 대략 20에서 23,000헤르츠보다 훨씬 높은 소리까지 감지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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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경계 시스템 풀가동


주의)

토끼의 귀는 아주 민감하고 연약한 기관이므로 결코! 네버! 토끼 귀를 잡고 토끼를 들어서는 안 됩니다. 그건 사냥꾼들이 토끼 죽이고 들어 올릴 때 쓰던 방법입니다. 토끼를 귀만 잡고 들어 올리는 것은 사람 콧구멍에 손가락 끼워 들어 올리는 것과 비슷한 고통이라고 합니다. 토끼를 들 땐 놀라지 않게 조심스럽게 앞발과 엉덩이, 뒷발을 다 안정적이게 받히고 들어 올리도록 합시다. 



4. 토끼굴


루이스 캐럴이 지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이야기에서 앨리스는 토끼를 따라 굴로 기어들어 갔다가 이상한 세계에서의 여행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 이야기를 처음 읽었을 때는 그저 토끼가 이상한 데로 들어갔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토끼는 사실 풀밭에서 유유자적 사는 동물이 아닌 실제로 땅굴을 파고 사는 동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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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허그 받으려면 따라오세요. 


버로우 탄다고 할 때 말하는 버로우(Burrow)가 바로 이 토끼같이 굴을 파고 사는 동물들의 서식 방식을 말하는 땅굴에 살다라는 뜻입니다. 토끼의 땅굴은 머리 뉘일 굴 하나 정도의 사이즈가 아닌 수십 마리의 개체가 살아갈 수 있는 엄청난 땅밑 도시입니다. 어떨 때는 4km가 넘는 길이라고 합니다. 



5. 흰 토끼


여러분은 흰 토끼를 보면 어떤 것이 가장 먼저 떠오르시나요? 저는 역시 실험실 토끼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고등학교 때 생물 수업 듣던 친구들이 죽은 흰 토끼와 찍었던 셀카들도 떠오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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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실험의 대표동물 중 하나인 토끼는 1940년대부터 화장품이나 피부 관련 제품 실험에 주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냥 피부에 발라주는 것이 아니라, 토끼의 눈에 실험제품을 넣거나, 연약한 귀에 상처를 내고 바르는 등의 비윤리적이고 비과학적인 실험으로 시작되었죠. 


토끼가 실험의 대상이 된 이유는 피부과 사람과 비슷하거나 비슷하게 반응해서가 아닙니다. 단지 쉽게 번식시킬 수 있고, 작고, 실험 가능한 부위가 넓으며, 다루기 쉽다는 데 있었죠. 현재 대체 가능한 제품이 많이 나온 시점에 토끼를 계속 실험 대상으로 사용하는 것은 비윤리적일뿐더러 '인간적'이지 못 하죠. 고로 동물실험Free 화장품을 사용합시다.





아까 달을 보고 여러분들은 어떤 모습이 떠오르셨나요? 저처럼 토끼가 떠오르셨나요? 


인간의 인지 오류 중에는 대표격으로 파레이돌리아(Pareidolia)라는 인지 오류가 있습니다. 불특정한 대상을 보고 자신이 그 전에 가지고 있던 지식이나 과념 때문에 의미 부여를 하는 것을 말하죠. 예를 들어 개 엉덩이에서 예수님을 발견하는 것도 대표적인 파레이돌리아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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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달님을 보고 이런저런 모습들을 떠올립니다. 어떨 땐 게, 어떨 땐 아가씨 그리고 어떨 땐 토끼를 떠올리죠. 하지만 항상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가 바라고 보고 있는 것은 게도, 아가씨도, 토끼도 아닌 달이라는 것입니다. 잘못하면 달 속에 토끼만 쳐다보고 있다가 바로 옆에 토끼가 100억 마리로 늘어 날 수도 있으니까요. 


휘영청 뜬 달과 함께 많은 생각이 드는 한 달입니다. 


모두 즐거운 한 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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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합니다. 






참고자료


http://www.rabbitfreeaustralia.org.au/rabbit_problem.html

http://www.bio.miami.edu/hare/scary.html

http://www.fao.org/docrep/t1690e/t1690e05.htm

http://en.wikipedia.org/wiki/Rabbit-proof_fence

http://www.australian-information-stories.com/rabbits-in-australia.html

http://www.justrabbits.com/rabbit-anatomy.html

http://www.onekind.org/be_inspired/animals_a_z/rabbit/

http://www.speedofanimals.com/animals/rabbit

http://news.asiaone.com/News/Latest+News/Asia/Story/A1Story20110818-295081.html

http://animals.pawnation.com/five-senses-rabbits-depend-most-10900.html

http://www.rabbitmatters.com/wildrabbits.html

http://www.hsi.org/issues/becrueltyfree/facts/blinded_rabbits.html








견인차


편집 : 퍼그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