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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8. 21. 목요일

요제프K









세상이 난리법석이다.


며칠 전 기사에 썼듯이 중동에서는 테러리스트들이 국가를 만들겠다고 설치고 있고 며칠 사이 아프리카에선 에볼라 환자들이 수용소를 탈출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절대로 민란 같은 것은 안 일어나야 할 것 같은 자칭 '세계의 경찰' 미국에선 요즘 시위가 한창이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겠다. 이 사건의 규모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훠어어어어얼씬 작은데 굉장히 민감한 사안이다.


사실 얼핏 보기엔 이렇게까지 커질 문제는 아닌데, 전 세계가 난리라서 (평소 이슬람이나 아프리카 이야기만 읽다 보니 그런 것일 수도...) 처음엔 의아하겠지만 내가 파악한 사건의 전말과 함께 적절한 설명을 읽으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실 것이다.


그럼 일단 지도부터 보고 가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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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미주리 주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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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 끝에 있는 도시가 세인트 루이스라는 미주리주의 큰 도시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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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라미로 표시된 곳이 퍼거슨이다.


위 영상은 대충 이 동네가 요즘 어떤 분위기 인지 잘 보여주는 영상이다.


그럼 이제 이 동네가 왜 이리 시끄러운지 짧게 간추린 타임라인부터 읽고 이야기 해보자.



 타임라인



8월 9일


미주리주 퍼거슨에 살던 18세 흑인 소년 마이클 브라운이 외할머니 집 주변에 있던 편의점에 갔다 오던 길에 한 경찰관과 승강이를 벌이다 총에 맞아 사망하는 일이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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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0일


거리에서 촛불시위가 일어나고, 그 후 격노한 사람들은 자동차를 파손하고 주변 상점을 습격하는 등 과격한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다.


8월 11일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한 미 당국은 FBI에게 브라운의 사망에 대한 수사를 위임한다. 한편 2명의 증인이 나타나 경찰관의 총격이 있던 당시 브라운은 양손을 들고 있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관은 여러 번 총격을 가했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그날 밤, 경찰은 시위대에게 고무총과 최루탄을 발사하기 시작했다.


8월 12일


경찰청장 톰 잭슨은 신변보호를 위해 브라운을 살해한 경찰관의 이름을 공개하기로 한 계획을 취소한다고 밝힌다.


8월 13일


화염병이 등장하고, 이에 맞서서 경찰은 최루탄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몇몇 기자들은 경찰이 무장차량을 대동하고 자동소총을 시위대에 겨누고 있는 장면을 포착, SNS에 급속도로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8월 14일


경찰관들의 휴식을 보장하기 위해 미주리 고속도로 순찰대가 지휘권을 잠시 넘겨받는 동안 거리에는 숨통이 트이기 시작한다. 음악이 흘러나오고, 무료 음식에, 웃음소리도 들린다.


8월 15일


경찰이 브라운을 총격한 경찰관이 28살의 6년 차 경찰 “대런 윌슨”이라고 밝힌다. 그리고 경찰은 사망 직전 브라운이 편의점에서 강도질하고 50달러어치의 시가를 피는 영상을 공개한다. 


이 영상을 보고 분노한 시위대는 또다시 경찰과 충돌한다. 시위대는 영상에서 등장한 편의점을 습격한다.


8월 16일


미주리 주지사 제이 닉슨은 주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퍼거슨에 자정부터 새벽 다섯시까지 통행금지령을 내린다. 그러나 통행금지 첫날, 또다시 최루탄은 발포되었으며 7명이 체포된다.


8월 17일


법무부 장관 에릭 홀더는 연방 차원의 2차 부검을 할 것을 지시한다. 최루탄과 화염병은 계속되고, 몇몇 기자들은 총이 격발되는 소리를 들었다고 보도한다.


8월 18일


닉슨 주지사는 주 방위군을 퍼거슨으로 보내고 통행금지령을 이틀 일찍 해제한다. 그리고 브라운의 가족에 의해 다시 진행된 부검결과로는 브라운이 최소 6번 이상의 총격을 당했으며, 그중 두 발은 머리를 향했다고 한다. 


(여기서 주 방위군이란.. 좀 애매하긴 한데, 주지사의 통수권하에 있는 정규군이다. 그런데 파트타임으로 직장도 다니고 이럴 수 있는... 예비군은 아닌데 예비군스러운... 규모도 꽤 크고 엄연히 정규군이긴 하다. 위급한 상황에는 해외 파병도 한다. 베트남이나, 이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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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9일


시위는 여전히 이어졌으나 약간의 소강상태를 보이기 시작한다.





 일이 왜 이리 커졌나?


1. 경찰 수뇌부의 판단착오


우선 비무장의 흑인을 총격한 경찰관의 잘못이 가장 크다.


만약 시위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살인죄로 기소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지만, 현재 이리 전 세계가 지켜볼 정도로 일이 커진 이상 미 검찰은 그를 살인죄로 기소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찰관 외에도 경찰 관계자의 대처 또한 일을 키웠다. “신변의 안전”을 이유로 브라운을 살해한 경찰관의 이름 공개를 일방적으로 취소하고 뜬금없이 브라운이 죽기 직전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개하는 등 시위대의 심기를 거스르는 행동을 하며 마치 우리나라 국방부를 연상시키는 듯한 답답한 일 처리 방법을 보여주었다.



2. 과잉 진압


결정적으로 일을 키운 것은 과잉진압이었다. 자극적인 기사를 쓰고 싶어하는 상당수의 미 제국 언론들은 경찰 장비가 이라크전에서 사용되던 것과 같은 군사 장비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기사를 싸질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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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식으로 군용 장비의 경찰 보급 현황까지 지도로 만들어서 기사를 써댔다. 해당 뉴욕 타임즈 기사에 들어가 보면 플래쉬로 아주 깔쌈하게 만들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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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밤에 방독면을 쓴 경찰들이 최루탄 연기 속을 뚫고 시위대를 향해 걸어오는 것은 섬뜩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런 사진들이 SNS 상을 떠돌고 '군사용 장비'를 소지하고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쏴대는 영상이 생중계 되자, 경찰의 진압이 너무 과했다는 의견이 여론을 휩쓸었다. 



3. SNS


민란을 진압하는 경찰의 모습을 찍은 사진과 영상을 본 (자극적인 모습을 주고 담은) 사람들은 격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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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들고 저항하지 않았는데도 백인 경찰관의 총에 맞아 사망한 브라운을 상징하는 Don't Shoot (돈 슈웃) 이라는 말이 써져있는 피켓을 들고 찍은 사진들이 SNS를 타고 전국에 번졌고, 휴가중이던 미제국 대장 오바마 횽도,


"니가 지금 골프 치고 있을 때냐?"


라는 비난을 듣고는 허겁지겁 백악관으로 달려왔다.


이 외에도 SNS를 통해 현지에 나가 있던 특파원들이 시위 현장을 생중계하기도 했다.




 왜 이리 난리인가?


글 도입부에 있는 영상을 보면 알겠지만, 화가 난 흑인 시위대 및 SNS상의 미국인들이 도대체 뭘 원하는 것인지 쉽게 알기 힘들다. 그리고 SNS를 돌아다니는 사진들에도 그냥 Don't Shoot이라는 말만 쓰여 있고, 딱히 뭘 원한다는 것인지는 명시되어 있지 않다. 당연히 브라운을 살해한 해당 경찰관에 대한 합당한 처벌이겠지만, 단지 그것 때문이 불길이 이렇게 번지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1. 트라우마


미국엔 예로부터 여러 번의 큰 흑인 폭동이 있었다. 마틴 루터킹의 사망 이후에도 대표적으로 1991년 일어난 LA 폭동이 있었는데, 이때 LA는 그야말로 난리 통이 되었고 사망 55명, 부상자 2,383명 등 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과거의 역사를 잘 아는 미국 경찰은 일의 커지자 지레 겁을 먹고 최대한 신속하게 일을 정리하려 들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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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폭동 당시의 사진이다.


흑인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지금까지 마틴 루터킹을 비롯한 그들의 선조들이 오랜 기간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에 대항하여 싸우고, 심지어 현 대통령까지도 흑인인데, 이런 일이 벌어진데 대한 분노와 놀라움, 그리고 인종차별에 대한 트라우마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2. 계급 갈등


미주리 주의 작은 도시 퍼거슨의 인구는 약 2만 명, 그중 2/3가 흑인이고 1/3이 백인이다. 흑인이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 도시의 권력은 백인들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시장도 백인, 6명의 시의원 중 흑인이 1명, 경찰은 94%가 백인이다. 어떤가? 


우리의 친구 맑스의 이론에 딱 들어맞는 그림이 아닌가?


다수의 프롤레타리아와 소수의 부르주아와의 갈등.


최근 SNS에서 본 말


"(냉면 때문에 싸워서 연인과 헤어졌다는 사연에 대해) 고작 냉면 때문에 헤어지는 사람은 없다. 그동안 쌓였던 것이 냉면 때문에 폭발한 것이지."


퍼거슨에서 일어나는 민란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본다. 백인에게 유리하게 기울어진 환경 속에서 흑인들의 분노는 오랫동안 쌓여왔고 그것이 모여 브라운의 사망으로 인해 폭발한 것이라 본다.



3. 빈곤층과 양극화


이러한 현상은 미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다. 특히 빈곤 문제는 심각하다. 미국 백인 중산층의 몰락은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여러 군데서 떠들어 대서 이제는 익숙할 것이다. 그러나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타격을 받은 계층은 백인 중산층만이 아니다. 


빈곤층이 전체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빈곤층이 급격히 증가하다 보니 최근엔 도심에만 머물던 빈곤층들이 교외로까지 퍼져가고 있다. 이러한 심각한 부의 양극화는 갈수록 이런 작은 불길로도 쉽게 터질 수 있는 폭탄들을 양산할 것이고, 이는 계급 간의 갈등, 그리고 인종 간의 갈등으로 표면화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선 학생들이 수백 명이나 죽었는데, 미국 흑인 한 명 죽은 걸로 뭘 저리 소란스럽게 떠드는가?"


라는 질문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인종 간의 갈등'은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 중 하나이다. 미국 내에서 일어난 사회적 혼란의 대부분은 인종 간의 갈등에 인하여 발생했다고도 할 수 있을 정도인데, 대표적으론 “남북전쟁”의 예를 들 수 있다. 사실 겉에 보이는 소수 흑인들의 시위는 수면 위 빙산의 일각일 뿐, 수면 아래엔 미국 사회의 양극화라는 거대한 문제가 숨어있다.




8월 19일 시위를 기준으로 시위는 어느 정도 누그러졌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 이라크의 IS가 미국인 기자를 참수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하는 등(절대 보지 마라. 해롭다.) 오바마가 이라크에 지상군을 파견하지 않으면 안 될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으니, 한동안은 미국 국내의 여론이 온통 이라크 사태에 쏠려 있을 것이 분명하지만, 언젠가는 다시 일어날 갈등이다.


우리나라에 여성 대통령이 생긴 것이랑 여권 신장이랑 아무런 상관이 없듯이


미국에서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것과 흑인에 대한 차별이 사라지는 것과는 딱히 무관한 것 같다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 들 뿐이다.


끝.



P.S.


딴지일보는 나에게 이제 직함을 하나 주세요. 기사 열심히 쓸게요.


다음 기사는.. 에볼라...?






편집부 주



본지는 지금까지 수뇌부가 특파하지 않았음에도 

자발적으로 특파원 역할을 소화해주시는 필진들에게 

기꺼이 '특파원' 직함을 바친 전례가 있다. 


그러나 이렇게 지속적으로 직함을 내놓으라 

본지에게 압박을 가해온 필진은 '전례가 없었다' 하겠다. 


따라서 본지 수뇌부는 이에 관한 특별법을 만들어 

본지에 호의적인 국회의원을 포섭, 

법안을 제출하려는 계획 중에 있다. 


이 법안에는 필진의 직함을 부분 유료화하여 

한 글자 당 싯가로 거래하는 내용도 포함시켜, 

매관매직의 아리따운 전통을 복원하실 기세로 

기관마다 낙하산 인사를 꽂아대시던 가카를 따르고자 하는 

본지의 뜻을 만천하에 황색찬란하게 발기시키는 

명문으로 함 만들어 볼까한다. 


만일 이 법안이 제대로 완성되었음에도 국회에서 계류된다면 

그건 모두 북한 탓으로 생각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절대로 그럴 리는 없겠지만 

행여 요제프K가 국회를 불신임할 경우를 배려해 

'미스터 딴지스 캐나다 진'이라는 임시 직함을 드릴까 한다. 

이 직함은 즉위식을 한 후에 정식으로 사용하실 수 있다. 

귀국이 어려우시다면 증명사진 하나만 보내주시라. 

은과 큐빅으로 장식된 왕관과 합성하여 

벙커1에 일주일동안 걸어 

모든 내방객의 축하를 받으며 즉위할 수 있게 해드린다.  






참고 자료


http://www.nytimes.com/interactive/2014/08/15/us/surplus-military-equipment-map.html?smid=tw-nytimes&_r=0


https://storify.com/cbccommunity/hands-up-don-t-shoot-gesture-spreads-online-in-su


http://www.bloomberg.com/news/2014-08-15/ferguson-unrest-shows-poverty-growing-fastest-in-suburbs.html


http://www.vox.com/xpress/2014/8/12/5994181/ferguson-is-67-percent-black-and-its-police-force-is-94-percent-white


http://www.cbc.ca/news/world/michael-brown-shooting-calm-prevails-in-ferguson-as-tensions-ease-1.2741423?cmp=rss


http://en.wikipedia.org/wiki/1992_Los_Angeles_riots


http://www.cbc.ca/news/world/michael-brown-shooting-and-ferguson-aftermath-timeline-1.2740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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