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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8. 28. 목요일

trex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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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치, 가격


극우파 친구 녀석이 개중 들을만한 말을 한 적이 있다.


“난 중국에서 건너온 X이 써빙하는 음식점은 안가! 인건비로 단가 아끼는 가게는 음식에 무슨 장난을 쳤는지 상상이 가니까! 사람에게서 돈을 아끼는 건 마지막 수단이거든.”


적극적으로 옳다고 말은 안했다만 일면 맞는 말 같긴 했다. 사람에 대한 비용을 아낀 식당은 식재료에 대해 절대 좋은 것을 안 쓸테니. (우리나라 음식점 단가에 절대적으로 영향미치는 건 인건비가 아닌 자리비용이겠지만)


상품은 판매를 목적으로 하고 판매의 목적은 판매자의 이익을 위해서이다. 판매자가 이익을 많이 챙기려면 판매 금액에서 원가를 뺀 나머지가 커야 한다. 그 극우파 친구놈의 논리는 식당 운영 시 가장 나중에 아껴야 할 원가가 직원 봉급이라나. 여하튼 그 말을 들은 다음부터 나한테도 이상한 선입관이 생겨 우리 말이 서툰 직원이 서빙을 하고 있으면 그 놈 말이 떠오른다.



상품들은 경쟁하기 마련이다. A사가 어느 제품을 만들어서 팔고, 많은 이익을 가지게 되면 B사가 비슷하게 물건을 만들어 상품을 판다. A사의 가치를 베끼되 가격을 낮춰 판다. 무식하게 말해서 상품을 판매하여 이익을 내는 방법은 처음 선보여 비싸게 팔던지, 베낀 다음 싸게 해서 많이 팔던지 이다. 비싸게 팔기 위해서는 ‘가치’가 올라가야 하고 많이 팔리기 위해선 ‘가격’이 내려가야한다. 즉, A사는 발명(혹은 발견)을 하여 가치를 만들고 B사는 A사 상품의 가치를 베껴 가격을 낮춰 판매한다.


이익을 만들기 위한 방법에서 원가를 절약하는 방법(싸게 하는 방법)은 ‘가치’를 만드는 일보다는 훨씬 쉽고 간편하다. 따라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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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90년대 MS와 애플


현재 MS와 애플이 경쟁 회사라 이야기 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90년대만 하더라도 IT계에서 MS, IBM, Apple은 최대 화두였다. MS는 애플을 이기다 못해 IT 산업 전체를 지배했으니 애플을 좋아했던(본인을 포함해서) 사람들에게 MS의 존재는 ‘악마’그 자체였다고 할까.


MS는 어쨌든 가치를 가져와서(애플에게서든 그들 주장으로 제록스에서든) OS 상품을 판매했다. 그런데 가치는 가져오되 가격을 낮춰 경쟁한 것이 아닌 플랫폼을 장악하여 시장을 지배했다. 플랫폼 가치를 알고 장악을 한 MS는 애플보다 아니, IBM보다 먼저 알아채고 움직였다고 하겠다. 이미 MS-DOS를 쓰고 있었던 PC 사용자에게 맥킨토시를 이전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되었을 터라고 말하기도 하겠지만(가격이 저렴해 지니) 애플이 MS에게서 정복당한 이유로 온전한 정답은 아닌 것 같다.




3. 애플 실패의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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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에게서 GUI라는 가치를 가져온 MS를 풍자: 과연 그럴까?>

 

 

MS가 IT 황제가 된 건 애플이 맥킨토시를 발표하고 10년이 지난 1995년에 이르러서이니 맥킨토시와 윈도우즈 하고 직접 경쟁했다는 건 좀 무리가 있다. 애플 팬이지만 애플의 상품, 맥킨토시의 가치가 상실된 건 MS 윈도우즈 때문이라기 보다는 1984년 이후 애플 스스로 개선을 하지 못한 맥킨토시 OS에 더 큰 이유가 있었다.


수잔케어가 디자인한 클래식 맥킨토시 아이콘들은 지금 봐도 예술적으로 훌륭하지만 1990년대 맥 OS는 안정성 등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서 많은 문제가 있었다. (물론 윈도우즈 95 만하겠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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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년 클래식 OS 데스크탑>

 

 

1984년 발표당시 맥킨토시 OS는

 

- 메모리 128KB, (1메가의 1/10 정도)

 

- CPU 8MHz (Motorola 68000)

 

- Floppy Disk 400KB


에서 구동이 가능한 OS 였다. (이런 말도 안되는 환경에서 GUI를 실현시키다니 이들은 진정 천재야)


맥킨토시는 단가*를 낮추기 위해 하드웨어가 처음부터 제한적인 수 밖에 없었다. 하드웨어 환경에 맞춰 기술적인 부분을 포기 하고 OS(S/W)를 작성 했다고 할까. 그 후 하드웨어가 급성장 하면서 OS에서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커널 등 핵심을 교체해야 했지만 애플은 90년대까지 여러 시도는 했으나 결과물이 없었다.


(하드웨어 제약조건 사례: 8088 CPU를 기반으로 구동했던 MS-DOS 또한 기본메모리 640KB 크기 제한이 있었다)

 

* 리사는 1983년 $9,995로 발표하였고 맥킨토시는 1984년 $2,495로 발표하였음

 

 




4. 실패의 기록


애플이 자신의 OS 개선을 위해 시도를 했지만 번번히 실패하게 된다.

 

 

1987년 : 핑크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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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프로젝트: 1987년 핑크>

 

- 사용자 인터페이스 개선등 간단한 변화는 파란색 카드에 선점형 멀티태스킹, 진보적인 파일시스템 등 근본적인 변화는 분홍색카드에 작성하여 프로젝트를 진행 하였다. 블루 프로젝트는 어느정도 성과가 있었지만 핑크프로젝트는 여러 난관에 부딪쳐 좌초되고 만다.

 

 


1991년 : 탤리전트 프로젝트 (핑크 + IBM)

 

- 애플을 말아먹은 혐의를 받은 존스컬리 CEO가 IBM PS/2에서 핑크프로젝트를 미완성 상태로 시연하였지만 애플 직원 내부 갈등 등의 이유로 결국 애플에서 손을 떼고 IBM이 독자적으로 진행하다 주목을 못 받자 외면 하게 된다.

 

 

1994년 : 코플랜드 프로젝트

 

- 애플은 기본 틀(System 7)을 벗어나지 못하고는 멀티태스킹, 진보적인 메모리 관리 등 기술적인 해결을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전혀 새로운 OS를 만들기 위해선 1994년 당시, 개발할 시간도 능력도 인력도 애플에게 허락되지 않았다. 결국 애플은 코플랜드 프로젝트를 폐기하고 OS 구입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그로인해 구매한 상품이 바로 스티브 잡스의 NeXT STeP이었다.

 

 

애플 내부 기술진이 개발을 시도했던 OS는 모조리 폐기 혹은 실패하였고 윈도우즈 95가 나올 무렵까지 맥 OS는 10번의 중요 업데이트를 한 7.5 버전이였지만 1984년 OS(Macintosh System Software, System)에서 근본적인 개선이 없었다. 아이콘을 비롯, UI는 윈도우즈 95를 유치하게 만들었지만 MS는 윈도우즈 95와 전혀 다른 OS인 NT를 동시에 발표하고 있었다.




5. 어쨌든 가치로 승리한 MS Windo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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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의 승리 Windows95

 

 

1995년 당시 기술우위에 있었던 즉, 가치가 높은 상품을 만드는 기업은 애플이 아니라 전적으로 MS였다. Windows 95는 공포의 블루스크린으로 사용자를 패닉에 빠트렸지만 MS는 Windows 95를 가리켜 32bit OS, 선점형 멀티테스킹, 메모리 관리, 플러그 앤 플레이(하드웨어 자동인식 등) 최신기술을 내세우며 마케팅하였고 성공을 거두웠다. (마케팅한 기술에 대해 MS 속으로 Windows 95 가 아닌 Windows NT 3.51이라 읍조렸겠지만) 당시 MS는 다가올 기술에 대한 환상을 소비자들에게 확실히 심어주었다. 이 약발은 21세기 초 Windows XP까지 지속 되었고.




6. 잃어버린 가치, Macintosh System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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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시스템 7 : 1991년 발표

 


애플이 1984년 맥킨토시를 발표할 때 이는 현존하는 미래였다. 따지고 보면 너무 일찍 나온 감도 있을 정도로. 맥킨토시는 1984년 잡스가 화려하게 발표 하자 사람들은 순간 열광했지만 어디에 쓸 줄 몰라 이내 관심에서 멀어졌다가 DTP(탁상출판) 시장이 활성화 된 80년대 말이 되어서야 가치있는 상품이 되었다. 잡스가 선임하였으나 잡스를 내쫓은 CEO 존 스컬리는 그 가치를 이용하여 맥킨토시 상품에 고가전략으로 밀어붙였다. 애플이 90년대 무너진 이유는 OS 개발 등 새로운 가치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80년대 말 90년대 초까지 통했던 고가 전략은 가치가 있을 때에만 통용이 되지, 보다 좋은 ‘대안'이 생기게 되면 가치는 상실하게 된다.




7. 결론 : 플랫폼의 승리자, MS Windo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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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점유율 그래프 : 맥은 최전성기 때(80년 후반~90년대 초) 20%를 넘은 적이 없다



상품을 개발한 회사는 소비자에 먼저 각인됨으로써 그 가치를 승부하고 후발 주자는 가격을 낮춤으로써 상품을 널리 판매하여 상품을 개발한 회사와 경쟁한다. 그렇지만 MS는 가격을 낮춰서 승리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플랫폼을 선점하여 독점적 가치를 세웠다.


MS는 IBM PC가 구축해준 MS-DOS 환경을 최대한 활용하여 사용자들이 MS-DOS에서 Windows 환경으로 자연스럽게 옮기게 하였다. 당시 MS-DOS가 훌륭한 OS라 생각한 기술자는 없었다. 프로그램을 구동하기 위한 Disk Operating System(디스크 구동 장치)으로만 생각했지 이를 플랫폼이라 생각하지 않았으나 MS는 이를 정확하게 간파하고 Windows를 이 플랫폼에 이식하는 데 성공하게 된다(Windows 3.1은 DOS 프로그램이었고, Windows 95 또한 엄밀히 말해 다르지 않다). MS의 승리는 OS 자체 개발에 따른 가치가 아니라 그것을 뛰어넘는 플랫폼의 가치에 있다. 


이는 무엇보다 10년 동안 애플의 삽질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이 시리즈는 계속됩니다.





trexx


편집 :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