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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Hunger Strike

2014-09-04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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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09. 04. 목요일

멀더요원










세월호 대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을 훌쩍 넘기고, 자식을 잃은 아버지가 자기 자식이 죽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나 좀 알자며 40일이 넘게 목숨을 건 단식을 했지만 '놀러가다가 교통사고로 죽은 걸 왜 정부한테 따지냐'는 권력의 태도에서 마치 자국민이 백만 명쯤 죽어도 전혀 끄떡 없을 것만 같은 어떤 '강철로 만들어진 거대한 벽'에 의한 통치를 실감하고 있는 요즘.


'세월호 대참사 여파로 내수가 침체되었고, 그로 인해 나라 재정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그러니까 이제 고만 좀 해라'라는 사회 분위기는, 미친 놈들과 같이 살아가려니 세상 참 어렵다는 깨달음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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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는 삭제된 <한국경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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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찌라시들이 구라치는거야 '전례가 많은 일'이지만 정부부처 장관들이 민생을 운운하며 '입법촉구 호소문'이라는 걸 발표하고 그러는 건 좀 별 일인 것 같다. 뭐, 좀 있으면 이런 것도 뻔해지고 우린 익숙해지겠지. 아마도 그동안 정부와 새누리당이 꾸준히 짖어오던대로 세월호 여파로 경기가 침체되었고 그걸 지들이 간신히 살려냈다는 뭐 그런 소리를 하고 싶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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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는 '심리'라고 한다면 시장의 심리는 우리를 하염 없이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간신히 지켜온 경기회복의 불씨에 다시 찬물을 끼얹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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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한 번 생각해보자. 혹시 여러분들이나 주변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대참사 때문에 친구들과의 여행약속을 취소했거나 사려던 물건을 안샀거나 아니면, 마시려던 술을 안마셨는가?


우리가 진짜 그랬던가?



1. 소매판매액지수


민간의 소비동향을 살펴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지표 중에 '소매판매액지수'라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설문에 의한 조사가 아닌, 실제 판매액을 근거로 하기 때문에 실제 소비에 대한 동향을 잘 나타내는 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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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최근 3년 간의 소매 업태 별 소매판매액지수를 살펴보자.(하늘색으로 표시된 '총지수'에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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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지수를 보면, 2014년 2월(번)이 2014년 4월(번), 5월(③번)에 비해 낮다. 세월호 사고가 2014년 4월 16일에 발생한 걸 감안하면 이미 2월부터 낮았고 5월에는 증가했다. 또한 2013년 4월, 2012년 4월에 비해 오히려 판매액지수는 증가했다.


그 밖에도, 경기동행지수도 이미 그전부터 하락하고 있었고, 숙박업생산지수 등 서비스생산지수는 5월, 6월에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렇듯 각종 통계지표들이 세월호 대참사와 민간소비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마치 통계에서 그렇게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하며 선량한 사람들을 선동하는 것은 그야말로 전형적인 '지록위마(指鹿爲馬: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우김)'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저들의 방식으로 다시 그래프의 2012년 12월을 살펴보자.


지난 18대 대통령 선거가 있던 2012년 12월. 이제 '이명박과 공구리들'의 막장통치를 벗어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사람들의 소비심리가 9월부터 12월(④번)까지 마구 살아나고 있다.

그러다가 쥐 대신 닭, '또 하나의 가축'이라는 멘붕 상황에 빠진 사람들은 18대 대통령 취임식이 있는 2013년 2월(⑤번)까지 소비를 줄였고 이후, 이왕 이렇게 된 거 다 쓰고 죽자는 심정으로 돈을 쓰기 시작해서 다시 소비는 늘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석해도 되는 거냐? 그러지 좀 말자.

왜 같은 통계를 보면서 전혀 다른 얘기를 하고 있는가?

통계라는 게 나쁜 의도를 가진 놈들이 사기 치는 데 쓰기 시작하면 이것만큼 지랄 맞은 게 없다. 세월호 대참사가 소비자의 실질적인 소비동향과 얼마나 상관이 있는지는 상식있는 여러분들이 알아서 판단하시라.


2. 경제순환


다들 잘 알겠지만 경제는 다음 그림처럼 각 주체들이 각자 역할을 하면서 순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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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네이버>


그런데 만약, 어느 사회에서 정부가 공공재를 가계에는 똑바로 공급하지 않고, 몇 개의 특정한 기업에만 공급하고 있다면. 게다가 그 공공재를 많이 공급 받은 기업이 정부에 세금을 적게 내면서 가계에는 후진 상품을 비싸게 팔고 있다면.


그런 사회에서 가계는 그저 열심히 일이나 해서 세금이나 내고 그 상품의 가치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하며 구입하는 것에 만족하며 '가만히' 있어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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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주권자, 소비자


국민 304명이, 모두를 구조할 수 있을 만큼 오랜 시간에 걸쳐 죽는 상황이 생중계되었던 대참사 이후에도 '권력자의 사생활 보호'에만 관심을 갖는 정부와 유가족의 목숨을 건 단식에 막말하는 여당, 그리고 수만 명이 모여 시위를 해도 똑바로 알리지 않던 찌라시들이 국민의 소비동향에 대해서는 왜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하는 걸까?

그것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이 나라의 '주권자'라고 주장하는 것과 달리, 저들은 우리를 그냥 '소비자'라고만 여기기 때문이다.

정부와 기업은 가계를 쥐어짜서 노동을 착취하고, 빚을 내서라도 가계가 소비를 하게 만들어야 자신들이 똑바로 역할을 하지 않아도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가계의 소비는 매우 중요하다. 이런 삐뚤어지고 극단적인 논리가 아니더라도, 소비는 경제순환에서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많은 경제학자들은 유효수요 즉, 소비에 대한 얘기를 주구장창 하는 것이다.

그동안 가계는 소비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는데, 소비를 위해 기업에 소득을 늘려달라고도 해봤고 소비자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정부에 공공재를 똑바로 공급해달라고도 해봤다. 특히, 정부에는 우리 주권자들 아니, 소비자들이 계속 소비를 하기 위해서는 계속 살아있어야 하니까 쓰레기 같은 고기가 밥상에 돌아다니는 것을 막아달라고도 했고, 기업에 계속 노동을 공급하기 위해서 작업장에서 일하다가 죽지 않도록 해달라고도 했다. 수백 명의 소비자가 한꺼번에 죽는 대참사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똑바로 수사해서 처벌하고 제도를 바꾸자고도 했다. 그것도 목숨까지 걸어가면서.

그러나, 다른 두 경제주체들이 자기 역할을 똑바로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전혀 개선될 여지가 없다면. 이 상황에서 '가계'라는 경제주체가 소비자로서 취해야 할 입장은 무엇일까?

세월호때문에 경기가 침체됐다면, 우리가 의도적으로 경기를 침체시켜 정부와 기업을 압박하는 게 가능하겠네?


올커니!



그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

소비를 거부하는 것이다.






4. 싸움의 방식


과거 군부독재정권시절의 정부가 사람을 잡아다가 직접 두들겨 패고 죽이는 야만적인 방식으로 국민을 통제했다면, 새누리 정권은 악법을 이용하고 필요하다면 만들어서라도 통제하는 나름의 '세련된' 방식을 쓰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국민들의 저항방식은 거의 변화하지 않았고, 스스로 힘들고 지쳐가는 방식을 그대로 하고 있다. 물론 주말에 거리에 모이고, 목숨을 건 단식투쟁에 동참하는 분들의 뜻을 폄훼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그러한 과거 방식의 투쟁은 인간의 생명가치를 존중하는, 구성원들이 각각 양심과 도덕이라는 인간성을 가진, 그래서 그런 투쟁이 벌어지면 사람들이 지지하거나 같이 싸울 수도 있는, 그런 사회에서나 통하던 방식인 것이지 투쟁 당사자들을 비난하는 사이트에서 순위를 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벌레들이 기사 쓰는 세상에서 통하는 방식은 아닌 것 같다.


예컨대 누군가 단식투쟁을 하면 과거에는 그걸 모욕하기 위해 열심히 쫓아다녀야 하니 힘도 들고 별 효과도 없었겠지만 지금은 트위터와 각종 게시판에 도배질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접하게 만듦으로써 그걸 믿게 만들거나, 점점 지겨워지게 만들어 관심이 멀어지도록 만드는 게 가능한 상황이다.

또한, 대한민국 시위의 메카가 되어버린 광화문은 이미 각종 최적화된 장비를 갖춘 경찰에게는 너무 뻔한 앞마당이라 시위를 진압하는 데에는 거의 완벽하게 최적화되어 있는 것 같다.


대부분의 시위에서 시위를 이끄는 강력한 지도부도 없고, 있다고 해도 그거 따라다닐 사람도 별로 없을 것 같다.아마도 이걸 계속 반복한다면, 이제 더 이상 촛불시위를 비롯한 대부분의 시위는 별로 효과도 없이 그냥 지쳐만 갈  것이다.


사람들의 분노는 이미 트위터라는 완충장치에서 다 소모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미안함을 표현하기 위해 일일단식에 동참하기도 하지만(그렇다고 그걸 '자위'라고 폄훼해선 안된다) 유가족이 목숨을 걸고 단식해도 꿈쩍 안 하던 정권이, 특히 사람사는 세상을 얘기하는 종교 지도자에게 의장대 사열이나 보여주는 그런 수준의 정권이 그걸로 충격 받을 일은 전혀 없다. 만약, 정부통계에 '국민단식투쟁 참여지수' 같은 게 있거나 UN통계에 '정부병신력지수' 같은 게 있어서 그게 정부의 국정방향을 결정하는 지표가 된다면 모를까.


그런 의미에서 많은 사람들이 소비를 거부하는 상황은 정부와 기업으로서는 수만 명의 단식보다 더 신경이 쓰이는 현상이 틀림없다.


소비자로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기' 또는 그냥 '죽은 척 하기'. 이건, 이 시스템의 소비자로서 실행하는 '단식투쟁(Hunger Strike)'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인구가 줄어드는 '시스템 단식'을 경험하고 있다. 이대로 몇 백 년 뒤에 한민족은 멸종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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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World Population Review (http://worldpopulationreview.com)>


만약 이 '절약투쟁'을 한다면 그냥 집에서 소비를 안하는 게 아니라, 이만저만한 불만이 있어서 소비를 안 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냥 소비가 줄어들면 저 멍충이들은 그게 세월호 때문이라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인구가 왜 줄어들고 있는지 모르는 것과도 같다)

물론, 특정기업에 대한 불매운동을 불법으로 간주하는 '국법'이 지엄한 나라에서, 게다가 효과적인 불매운동이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는 나라에서 그런 게 될 리가 없다.


하지만, 만약 어느 유명한 트위터리안이 "세월호 특별법이 유가족들 뜻대로 통과되지 않는다면 난 일주일 동안 XX마트를 가지 않겠다"라고 했을 때 그의 팔로워들이 "나도 안 가겠다"라고 동참을 하고, 그 결과로 세월호 특별법과 아무런 상관도 없는 XX마트의 매출에 문제가 생긴다면 우리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나라 살리겠다고 금반지 내 놓던 그 능력. 사회적 연대.


만약, 그런 게 남아 있다면, 그걸 확인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게 제대로만 된다면 꽤나 강력한 싸움의 방식이 될수도 있을 것 같다. 시스템을 불매하는 거니까.


매출이 부진해진 XX마트가 직원을 해고하면 어쩌냐는 반론도 분명히 나올 거다. 그런데 매출이 늘었다고 해서 XX마트가 사람 안 짜르겠나 하는 생각을 해보면 금방 답이 나올 거다. 원래 단식은 '자기파괴'를 전제로 하는 거다.

최소한 일부 정신나간 어르신들과 대학생들이 단식투쟁 하는 데서 음식을 잔뜩 처먹는 것과 같은 유치한 짓은 못할 거다. 뭐 걔네들이 '과소비 투쟁'이라도 하겠냐.

끝으로, 돈이 없어서 못 쓰는 것과 돈이 있어도 안 쓰는 건 다르다. 지금 이 시스템에 강력하게 경고하지 않는다면 나중에는 돈이 없어서 못 쓰는 상황이 올 거다.

뭐. 소비를 안 한다고 잡아가기야 하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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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더 열심히. 최선을 다해. 가만히 있는 거다.>




추가


1. 지록위마(指鹿爲馬 :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우김)


진시황 시절 막강한 권력을 가진 '조고'라는 환관이 있었는데, 진시황이 죽자 자신의 아바타를 황제로 앉혔다. 이후 아바타 대신 그냥 황제가 되려던 조고가 반대파를 색출하기 위해 황제 앞에서 사슴을 가리키며 말이라고 했다. 그러자 황제 주변의 공무원들은 닥치고 있거나, 말이라고 맞장구치거나, '그건 사슴이오'라고 하는 놈들로 갈렸는데.


그 중 사슴을 사슴이라 부른 자들이 모두 감옥에 갇히자 그 뒤로 모두들 제 의견을 말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사마천의 <사기>에 나온다.(읽은 척 사기 치면 곤란한 책)


2. 정약용의 편지


조선시대 학자 정약용이 18년 유배 기간 동안 책을 쓰며 아들들에게 쓴 편지 중에 이런 게 있단다.


"절약이란  아무리 값이 싸고 흔한 물건이라도 꼭 필요한 수량만 구입하고 아껴쓰며 소중하게 다루는 태도를 말한다. 또 더 좋은 것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싶은 마음을 자제하며 분수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생활에 여유가 있을수록 절약을 실천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라고 하여 절약의 중요성을 아들들에게 당부했다.


아마도 18년 간이나 유배를 시킨 못나빠진 조선 정권에 대한 '분노의 절약 투쟁'이 아니었을까 싶다.ㅎ


3. 미안한 마음에, 하루 정도 같이 굶어 줄 수는 있어도 소비를 끊는 건 못하겠다면,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게 아닐까.


4. Temple Of The Dog - Hunger Str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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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 @anarchyrok


편집: 홀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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