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2014. 09. 11. 목요일

스케치북










지난 일요일 아침, 걸그룹 레이디스코드의 권리세 양이 결국 회복하지 못하고 하늘나라로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마음이 너무 아프더군요. 꽃다운 20대 초반의 두 명의 여성이 자동차 사고로 인해 생명을 잃은 이번 사건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과 슬픔을 안겨줬는데요. 특히 사고 당시 그녀들이 타고 있던 스타렉스의 바퀴가 빠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차량 자체 결함 가능성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일어나고 있는 상태입니다.


차량 충돌의 영향으로 바퀴가 빠진 것인지, 아니면 바퀴가 빠지면서 차량이 충돌 사고가 난 것인지는 일단 정밀한 조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이고, 그래서 지금 시점에선 논란이 될 수 있는 이 부분의 언급은 최대한 자제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바퀴 빠짐 사고를 제외하면 스타렉스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이 차는 탑승자 보호에 매우 취약한 차량이라는 게 살펴본 후의 제 결론이었습니다.


1.jpg

그랜드 스타렉스. 사진=favcars.com



대한민국 승합차 시장의 독과점 모델 스타렉스


스타일 좋고, 동력 성능 나쁘지 않고, 11명에서 12명까지 태울 수 있는 다인승 차량에, 무엇보다 경쟁 상대가 전무한, 대한민국의 유일한 승합차량이 바로 스타렉스죠. 배기가스 기준이 강화되면서 다른 브랜드의 경쟁 승합차들이 모두 사라지고 난 뒤 홀로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바로 이러한 독점적인 시장이 스타렉스의 안전성에 헛점을 만들었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 있는데,  'H-1'이란 이름으로 유럽에 수출되고 있는 유럽형 스타렉스와 비교를 해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왕 확인하는 거, 유럽에서 판매되는 다른 밴들과도 비교를 해보았습니다. 유럽 승합차에는 있고 한국 스타렉스엔 없는 3가지, 바로 확인해 볼까요?


1. 에어백 있고, 없고


2.jpg

VW 멀티밴. 사진=폴크스바겐 홈페이지 제공


3.jpg

에어백 전개 이미지. 사진=폴크스바겐 독일 홈페이지 캡쳐화면


이 차는 독일 폴크스바겐이 만들어 판매하고 있는 T5, 정식 명칭 멀티밴이라는 모델입니다. 유럽은 우리 식의 승합차 개념이 없기 때문에 그냥 밴, 혹은 트랜스포터라고들 부르는데요. 이 차에는 1열 운전석과 동반석 모두 에어백이 달려 있습니다. 물론 에어백 수동 잠금 버튼도 달려 있죠. 거기다 2열과 3열 승객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이드 에어백과 커튼 에어백 (옵션)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4.jpg

포드 투어네오 커넥트. 사진=netcarshow.com


5.jpg

투어네오 커넥트 에어백 전개 이미지. 사진=투어네오 프로셔


포드가 최근에 내놓은 투어네오 커넥트 콤비 모델인데요. 이 차 역시 2열과 3열에 사이드 에어벡과 커튼 에어백이 모두 적용이 되고 있습니다.


6.jpg

피아트 스쿠도. 사진=favcars.com


이 건 이태리 피아트의 스쿠도라는 밴인데요. 이 차 역시 2,3열에는 사이드 에어백이 기본 장착 되어 있습니다. 한국 차들이 좋아져서 이제 '피아트 쯤이야'라고 하시겠지만, 보행자 보호 등은 폴크스바겐의 멀티밴보다 더 안전한 것으로 평가 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현대 H-1보다도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독일 ADAC 평가 기준) 그렇다면 독일 등에 수출되는 스타렉스는 어떨까요?


7.jpg

현대 H-1 에어백 전개 이미지. 사진=현대 독일 H-1 브로셔


독일 현대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는 브로셔에 나와 있는 이미지인데, 운전석과 동반석 외에는 뒷좌석엔 에어백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옵션으로도 적용이 안되게 되어 있죠. 이는 한국에서 판매되는 스타렉스도 동일합니다. 이 부분 때문에 독일에서 평가 시 마이너스 점수를 받기도 했는데요. 왜 사이드 에어백 등을 장착하지 않고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에어백 결론 : 유럽에 판매되는 스타렉스와 한국 내수용 스타렉스는 모두 2열 이하는 에어백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2. 머리 보호대 있고, 없고


두 번째 내수용 스타렉스에 없는 건 머리보호대(헤드레스트)입니다. 추돌 사고 시 목과 머리를 보호하는 데 매우 중요한 안전장치인데요. 스타렉스의 경우 중앙 접이식 의자에 이 헤드레스트가 장착돼 있지 않습니다.


8.jpg

피아트 스쿠도 실내. 사진=favcars.com


9.jpg

포드 투어네오 커넥트 실내 투시도. 사진=netcarshow.com


피아트와 포드의 사진인데 모든 좌석에 머리 보호대가 장착돼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폴크스바겐 멀티밴에도 장착돼 있죠. 그렇다면 현대 스타렉스 수출용에는 어떨까요?


10.jpg

현대 H-1 2009~2012년형 실내 모습. 사진=favcars.com


2012년까지 수출된 스타렉스엔 이렇게 머리보호대가 없는 좌석도 있었는데요.


11.jpg

현재 판매되고 있는 현대 H-1 실내 모습. 사진=현대 독일 홈페이지


최근에 수출되는 스타렉스에는 모든 좌석에 머리 보호대가 장착되어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수용의 경우도 전 좌석에 머리보호대가 붙어 있을까요?


12.jpg


그랜드 스타렉스 카다로그(PDF)에 있는 이미지인데, 제가 화살표로 표시한 2,3,4열 중앙 좌석들에는 모두 머리보호대가 빠져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좀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11인승으로도 구입이 가능한 기아 카니발의 경우도 중앙에는 머리보호대가 빠져 있었습니다.


13.jpg

카니발 11인승 실내 모습. 사진=기아 카니발 브로셔



3. 3점식 안전벨트 있고, 없고


14.jpg

멀티밴 실내. 사진=favcars.com


15.jpg

스쿠도 실내. 사진=favcars.com


16.jpg

포드 투어네오 커넥트 실내. 사진=favcars.com


17.jpg

현대 H-1 실내. 사진=현대 독일 홈페이지


사진 4장인데 차례대로 VW 멀티밴, 피아트 스쿠도, 포드 투어네오 커넥트, 그리고 마지막이 현대 유럽수출형 스타렉스 H-1입니다. 모두 어깨와 허리를 동시에 잡아주는 3점식 안전벨트로 구성돼 있습니다. 그렇다면 내수용 스타렉스는 어떨까요?


18.jpg


아까 확인시켜드린 이미지를 다시 보면 알겠지만 1열 운전석과 동반석을 제외하면 모두 허리만 잡아주는 2점식 안전벨트로 돼 있습니다. 안전벨트 역시 유럽 모델은 당연하고, 수출형 H-1에서조차 모두 3점식을 쓰고 있는데 내수용엔 2점식을 아.직.도 쓰고 있는 것인데요. 도대체 왜 현대차는 이처럼 내수용과 수출용에서 차이를 보이는 걸까요?



유럽엔 없는 11인승 개념? 변명이 될 수 없는 배짱 장사의 결과물


현대차 입장에서 내수용과 수출용이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로 변명할 수 있는 부분은 유럽에서 판매되는 밴 모델들은 기본이 8인승, 많아야 9인승이 전부인데, 우리나라는 11, 12인승이라는 점일 겁니다. 차의 폭과 길이는 비슷한데 11명이 앉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려다 보니 4열까지 시트를 만들었고, 다양한 공간 활용을 이유로 중앙 시트는 앉는 부분까지 접을 수 있는 구조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중앙 좌석에 기술적으로 3점식 좌석벨트를 적용하기 어렵고, 아무래도 보조좌석이라는 의미가 강해서 머리보호대 등이 빠진 것입니다... 라고 말할 수도 있다는 것이죠. 그런데 좀 더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이것들도 다 핑계일 뿐입니다. 일단 앞서 보여드린 카니발 11인승의 경우 중앙 보조석을 제외하면 모두 3점식 안전벨트가 적용됐죠. 또 머리 보호대의 경우 높낮이가 조절이 되기 때문에 얼마든지 달려고만 하면 장착이 가능합니다. 특히 사이드 에어백과 커튼 에어백 등은 좌석 수와는 무관하게 적용을 할 수 있는 안전장치입니다.


즉, 현대차가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에도 내수시장에서는 대안이 없기 때문에 안전띠, 머리보호대, 그리고 에어백 등 승객을 보호하기 위한 기본적인 3가지 안전장치들 모두에 이처럼 소홀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셋 중 하나만 없어도 비판을 받을 상황인데 세 가지 모두 없다는 건, 정말 배짱 장사, 소비자 무시가 아니고 뭘까 싶습니다.



법의 문제


위에 잠시 언급했지만 우리나라에는 11인승이라는 게 승용차와 승합차를 나누는 기준이 되어 있죠. 정확히 말하면 승합차는 버스예요. 그 버스에서 다시 인원 수와 차량 크기로 세부적인 분류가 이뤄지고 있고, 이 기준에 따라 11인승 이상에는 세제 혜택이 부여되기 때문에 안전에 소홀한 승합차가 돌아다닐 수 있는 것입니다.


19.jpg


그런데 위의 법 기준에 따르면 15명까지 탈 수 있는 승합차의 길이와 너비가 말이 안 되는 수준이에요. 그랜드 스타렉스 전장이 5미터가 넘고, 폭이 1,920mm나 되는데, 저 기준에 따르면 스타렉스는 소형 승합차에 들어갈 수 없는 겁니다. 특히 11인승 이상 15인승 이하의 승합차는 고속도로 버스 전용 차료를 주행하는 혜택을 받는데요. 제 개인적으로는 11, 12인승을 아예 없애든지, 아니면 안전벨트, 에어백, 머리보호대를 모두 갖춘다면 인정을 해주는 방식으로 법이 보강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부에서는 작년부터 11인승 이상 승합차의 경우 속도제한장치를 의무장착하게 했는데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속도제한장치 외에 안전벨트 3점식, 최소 사이드 에어백 기본장착, 그리고 모든 좌석에 머리보호대 장착 등도 법으로 강제 되길 바랍니다.



이미지 재고를 위해서라도 결단이 필요. 그리고 왜 수입 승합차는 없을까?


이렇게 안전장치가 추가 되면 차량 가격이 올라갈 수 있을 텐데요. 지금 레이디스코드의 사고로 인해 치솟고 있는 국민적 반감을 생각하면 오히려 마진을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원가 상승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한 대응자세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사실 스타렉스는 일반적인 승합차로써 뿐만 아니라 특장차로 다양하게 활용이 되고 있는 의미 있는 자동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안전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것입니다.


독일에서 벤츠가 그러하듯 한국에선 현대가 다양한 차량들을 만들어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죠. 이런 수요와 공급의 연결 고리가 독과점적인 의미가 아닌, 꼭 필요한 공급업체로서의 소중함으로 대중에게 인식되기 위해서라도 더 안전한 차량으로 거듭나야 할 것입니다.


20.jpg

스타렉스 캠핑카. 사진=현대차 홈페이지


21.jpg

휠체어 싣고 내릴 수 있는 장애인 차량. 사진=현대차 홈페이지


22.jpg

특수 구급차 스타렉스. 사진=현대차 홈페이지


23.jpg

어린이집/유치원용 승합차. 사진=현대차 홈페이지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소비자 입장에선 억울한 부분이 있습니다. 선택지가 없다는 거죠. 그래서 외국의 승합차가 좀 수입이 되면 좋겠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게 되는데요. 유럽에 많은 승합차류의 밴들이 있지만 이게 일단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수입이 마땅치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과연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 이상 비싼 유럽 모델들이 한국에서 경쟁을 펼칠 수 있겠냐는 것이죠. 더더군다나 11인승이라는 이상한 기준에 맞춰 별도로 개조된 모델을 내놓아야 하는데, 이 또한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입니다.


한 때 중국의 15인승 승합차가 한국에 들어간다 어쩐다 이야기가 있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현재까지 별 다른 소식이 들려오지 않고 있네요. 자 이제 간단히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현재로서는 현대 스타렉스 외엔 대안이 없습니다. 소비자들은 원하든 원치 않든 승합차가 필요하다면 현대 스타렉스, 또는 카니발 11인승 같은 변형된 미니밴을 구매해야 합니다. 어쨌든 상황이 이러니 그룹 차원에서 나서 다인승 차량에 대한 안전성을 높여주길 바랍니다. 만약 현대차가 스스로 못하겠다면 정부라도 나서 승합차의 안전기준을 강화시켜 주길 바랍니다. 그리고 현대차 외에 한국에 제조 공장을 가지고 있는 다른 브랜드들도 다시 한 번 승합차 시장에 관심을 가져주었음 좋겠습니다.



부록 : 안전벨트 꼭 좀 하세요 - 아이돌 / <아빠 어디가> 케이스


포털에 뜨는 연예 기사의 자료사진이나 예능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많은 아이돌 그룹과 그 외 연예인들이 뒷좌석에서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고 있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피곤하다는 이유로 의자를 눕혀 잠을 청하기도 하는 등, 아예 안전벨트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 못하고 있는 것 같던데요. 예전에 <아빠 어디가>라는 프로그램을 보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아빠들은 물론이고 어린 아이들조차 밴이나 승합차 안에서 안전벨트를 하지 않더군요.


아빠들의 부주의도 문제지만 그런 장면을 그냥 당당하게(?) 내보내는 제작진의 태도 또한 이해가 안됐습니다. 이렇게 안전에 무관심한 소비자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제조사나 정부가 스스로 나서 돈 들고 귀찮은 안전성 보강에 노력을 할 일은 없겠죠. 정말 다시 한 번 이번 레이디스코드의 안타까운 사고를 통해 우리 국민들의 안전에 대한 인식에 변화가 있었으면 합니다.








스케치북

트위터 : @rheingang

블로그 : http://humandrama.tistory.com


편집 : 홀짝

Profile
딴지일보 공식 계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