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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술에 관해

2014-09-16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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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ksumi 추천11 비추천0

2014. 09. 16. 화요일

raksumi




오늘 인터넷에서 정말 이상한 글을 보았습니다. '할 말은 하는 신문' 에서 나온 글인 것 같은데 전문을 읽어보지는 못했습니다만 - 돈을 더 내야 해서- 스크랩한 것이 돌아다니길래 읽어보았습니다. 


2941841.png


게 무슨 말인지 막걸리인지?


조선일보 기사.jpg

먹고사니라 만사 귀찮은 딴지스들은 아래 링크 쿡 눌러 전문 확인하라

출처 - 조선일보



이번 기회에 딴지스들이 좋아하는 술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합니다. 전문적으로 들어가면 복잡하고 읽지도 않을 실 것 같아서 액기스(extract) 만 적어봅니다. 


1. 알코올의 분해과정


술은 화학적으로 에탄올입니다. 화학식으로는 CH3CH2OH 이렇게 쓰는 데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억할 것 같습니다. (정말?)  저는 고딩때 화학식 공부하면서 '언젠가 먹고 말거야' 하는 치토스틱한 생각에 더 잘 외웠던....


에탄올.png

손에 손잡고 에탄올을 넘어서


이 에탄올은 물에 잘 녹습니다. 간략하게 우리 몸 내부에서 일어나는 에탄올의 분해 과정을 식으로 풀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C2H6O(Ethanol)→C2H4O(Acetaldehyde)→C2H4O2(acetic Acid) →Acetyl-CoA→3H2O+2CO2



참 지랄맞게 쉽죠~



'에탄올'에서 '아세트알데하이드'로 변하는 과정에서 alcohol dehydrogenase (ADH : 알코올탈수소효소) 가 작용하고 '아세트알데하이드'에서 아세틱 액시드'로 변하는 과정에서는 acetaldehyde dehyderogenase (ADHL :아세트알데하이드 탈수소효소)가 작용합니다. 


기사4.jpg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참고로 이런 일련의 과정들은 물을 많이 소모하므로 술 마신 다음날 미친듯이 물을 찾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2946447.jpg

나는 아직도 배 고프 목 마르다



2.  알코올의 대사와 흡수 


자, 기사를 다시 읽어봅시다. 


기사3.jpg

앞으로 돌아가 링크를 누르기 싫은 딴지스들을 위하야  다시 보여주는 친절한 서비스



기사에서 대충 후려치고 넘어간 알코올의 대사와 흡수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봅시다.

몸에 들어온 알코올은  20%는 위에서 그리고 나머지 80%는 장에서 흡수 됩니다. 혈관을 통해 체내 순환을 하던 알코올은 주로 간에서 대사 되는데 2가지 기전으로 이뤄집니다. 자자, 힘들어도 쫌만 쫓아오세요~


간의 대사작용 들어갑니다. 간의 cytosol (시트졸 : 세포기질) 이라는 곳에서 80% 가 대사가 되고 그리고 나머지 20%는 간의 microsome (마이크로솜) 이라는 곳에서 대사가 됩니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cytosol 의 대사기능은 술을 아무리 마셔도 늘지 않지만 microsome에서는 약 30% 정도 대사량을 늘릴 수 있기 때문에 '술은 먹을수록 는다'는 말은 맞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 효과는 무척 미미하다고 말씀드려야겠네요. 신입생 환영회때 '저는 술 냄새만 맡아도 취해요'하던 동기가 방학이 지나고 나면 괄목상대하여 나타나기도 하는데 바로 이 때문입니다. 하지만 술 느는 효과는 위에서 언급드린 대로 겨우 20%의 30% 정도니까 술을 잘 마시려면 다른 재능과 마찬가지로 타고 나야 한다고 보는게 맞을 듯합니다. 즉,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퍼마셔봤자 주량 증대보다 간 파괴 효과가 더 크다는거죠.


그리고 일반적으로 동양인 보다는 서양인이, 여성 보다는 남성이  ADH(alcohol dehydrogenase) 와 ALDH( acetaldehyde dehydrogenase)가 더 많습니다. 참고로 ALDH가 부족하면 우리의 체내에서 알코올이 분해되지 않아서 얼굴이 빨개집니다. 이런 사람들은 알코올 중독자가 될 수 없습니다. 다이술피람(disulfiram) 이라는 알코올 중독 치료에 효과 있는 약이 있는 데 이것이 바로 이 효소를 막아 체내에 '아세트알데하이드' 를 축적시켜 더이상의 음주를 막아줍니다. (참고로 이 약은 술 깨는 약이 아니라 술 끊는 약입니다. 어떤 사모님이 남편이 술을 먹고 들어오자 술을 깨게 한다고 꿀물에 이 약을 섞어서 줬다가 남편이 죽을뻔한 일이 전설로 내려옵니다. 술을 먹고 다이술피람을 먹으면 술이 분해 되지 않아 생명이 위태롭습니다.)


하지만 이는 원론적인 이야기이고  알코올이 위장관에서 흡수 될 때 위 내 음식물의 존재 유무, 알코올 음료의 종류, 알코올 농도, 섭취시간 등 여러 변수로 인해 흡수율이 달라집니다. 당연하게 빈 속일 경우 술이 빨리 흡수되며, 단백질이나 지방, 밥 같은 탄수 화물과 같이 먹으면 흡수가 느려집니다. 그리고 탄산 음료는 빠른 흡수를 촉진시키니 빨리 취하고 싶으신 분은 차가운 칠성 사이다와 같이 드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소주 같이 20 도 정도의 술을 물에 타서 먹어도 금방 취한다고 하니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또 위에서는 음식을 많이 먹거나 하면 술의 흡수가 느려지지만 일단 소장으로 넘어가면 음식물과 상관없이 빨리 흡수되므로 빈 속에 알코올을 먹거나 혹은 위암 등에 걸려 위 절제술을 하여 위가 없는(?) 사람들은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남들보다 빨리 취하게 됩니다.

 

섭취한 알코올의 대부분은 산화되는데 섭취한 양의 2% 정도며, 비록 다량을 섭취하더라도 10% 미만이 땀 및 소변으로 배출 되므로 술 깨겠다고(특히 음주단속하기 전에 많이 이러시죠) 물을 많이 마시거나 이뇨제를 먹거나 혹은 사우나 가서 땀을 빼는 일은 체내의 알코올 농도를 감소시키는 데 별 도움이 안 됩니다. 술 어정쩡하게 마시고 운전대 잡으려 하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쓰잘데기 없는 몸부림 대신 그냥 대리 운전 하시는게 백번 천번 낫습니다.)


술은 오히려 분해가 안 될 때 몸과 정신에 더 좋을 수 있습니다. 술을 많이 마시지 못하므로 '구토' 나 '안면 홍조' 그리고 술을 분해 하려고 에너지를 많이 쓰다보니 쓰러져 피곤해서 자는 등의 현상이 나타나는데, 술을 많이 마시고 나서 생기는 여러가지 부작용들, 그러니까 ' 남 패기' ' 깽판 부리기' ' 성희롱하기' ' 그랩하기 ' 등등은 술을 너무 잘 마셔서 생기는 짓거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할 말을 하는 신문'의 해당 기사를 쓰신 분이 어떻게 저런 이해 and 결과에 도달했는지 저로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3. 알코올 중독과 술주정


그리고 한 가지 더. 우리나라는 실제로 먹는 술의 양에 비해 알코올 중독이 적은 편입니다.그 이유는 트위터를 보면 대표적으로 알 수 있는 데 기본적으로 안주를 먹다가 술 생각이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 사람들은 술 보다는 안주가 먼저인 사람들이 많습니다. 반주로 많이 먹다 보니 위에서 흡수가 느려지고 상대적으로 덜 취하는 것 같습니다.


서양 사람들을 보면 그냥 디립다 술만 먹습니다.  우리나라 중독자들도 마찬가지로 안주는 거의 안 먹습니다. 그래서 그런 지 알콜 중독자들 중에는 뚱뚱한 사람보다 마른 사람이 많습니다. 참고로 우리나라 술꾼들은 소주를 주로 마십니다.


alcohol_consumption.png 

 2011년 자료. 많이 마시기는 하지만 아쉽게도(?) 1등은 아닙니다



alcohol.png

심지어 알콜 의존도(alcohol dependence)에서 빠졌습니다. 

역시 추운나라에서 많은 듯. (응? 콜롬비아가 추워?)


출처 - http://epianalysis.wordpress.com/2012/02/28/alcohol/



참고로 alcohol dependence는 술 없이 못사는 사람들로 술 주정꾼과는 다르지만 사회적으로는 비슷한 개념으로 받아들여지는것 같습니다. 


의학적으로 보았을때 술을 마시면 인지능력이 떨어지지만 - 계산을 잘 못하거나 사람을 못 알아보는 등- 행동을 할 때 실수를 하지는 않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술에 취해 나중에 기억을 못 할 지언정 설사 정신을 잃는다고 해도 정신 매커니즘을 살아있어서 자기가 의도 하지 않으면 실수를 하지 않습니다. 난리부르스를 떨어도 최소한 자기가 사회 규범을 어기고 있다는 점을 인지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예를 들면 술에 취해 술집 주인과 여기자를 헷갈릴 수는 있지만 자신이 성추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본인이 정확하게 안다는 뜻입니다. 나중에 기억이 안 나 더라도 말입니다. 결론은 술이 죄가 아니라 사람이 죄라는 말입니다. 


저는 한국사회에서 술주정이 너그럽게 받아들여지는 이유가 유전자(체질)가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사회는 술에 너무나 관용적인 사회지요. 취해서 거하게 깽판을 벌여도 술이 무슨 죄냐며 용서해 주니까 다시 그리고 자주 술주정을 하는건 아닐까요? 


우리 민족은 술과 인연이 깊어서 예로부터 취하도록 마시기를 즐겼습니다. 경주의 안압지에서 발견된 신라시대의 놀이용 주사위에는 한 잔 가득 술 마시는 벌칙이 적혀 있었습니다. 또한 오늘날에도 자주 말썽이 되는 폭탄주, 강권, 술잔 돌리기 등은 조선왕조 실록에도 빈번히 등장 합니다. 실록에서는 술에 의한 사망 사고가 간간이 기록되어있으며, 술 때문에 요절했다는 인재는 여러 번 등장 합니다. 까다롭게 예의를 지켰던 조선시대에도 임금이고 대신이고 술만 들어가면 볼썽 사나운 일이 자주 생겼다고 하니 술자리에서 벌어진 일은 탓하지 않는다는 관행도 음주 문화 만큼이나 오래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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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세조의 주량은 엄청나서 술로 대신들을 녹다운 시켰다고 알려져 있으며 연산군 때 이세좌라는 사람은 술을 못 마셨는데 연산군이 내리는 술을 쏟음으로써 유배 당하고 사형까지 당하게 됩니다. 하긴, 술 먹다가 정색하면 지릴정도로 무섭긴 하죠. 하지만 이런 일들은 모두 과거의 일입니다. 이젠 바꿀 때가 되었습니다.


술을 안 마셔도 어색하지 않게 소통을 자주 하고, 직장에서는 굳이 술자리가 아니어도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한다고 봅니다. 특히 상사와 부하 사이에 말이지요. 늘 억눌려 있고 분위기가 경직되어 있으니 술만 먹으면 꼭지가 도는 사람들이 많은것 같습니다. 윗분들은 제발 술 드실 때 본인은 긴장 좀 하시고, 아랫사람들에게는 긴장을 풀어주고 존중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스스로 긴장 봉인해제한 채 이상한 짓거리 하다가 인생 망친 사람 많습니다.


음주운전 사고가 일반 교통사고 보다 더 무겁게 처벌 받듯 음주 성추행 또 음주 폭력도 그렇게 해야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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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ksumi


편집 : 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