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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8. 03. 월요일

워크홀릭









오늘은 '브랜드'라는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중소기업의 처지에서는 중요한 것 같으면서도 딱히 신경 써서 하려 해도 뭘 해야 할지 모르는 분야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놔 보겠습니다.


저는 연재를 하는 기사에 한해서는 글을 작성하기 전에 담당 기자와 미리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편집국의 의견을 들어봅니다. 제가 주제를 정하면 최근의 시사동향을 브리핑 해주면서 독려를 해주는데, 다음 회에는 '브랜드'가 주제라고 하니 '파리 바게뜨'와 '텐센트'에 대한 최근 신문기사들을 안내해주더군요.


이 두 회사에는 재미있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기업의 이름이라는 브랜드' 인지도보다는 '상품(제품+서비스)이 갖는 브랜드' 인지도가 더 크다는 것입니다.


우선 '파리 바게뜨'는 SPC 그룹 산하 주식회사 파리크라상의 제과.제빵 브랜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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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그룹은 여러 브랜드를 갖고 있지만 가장 핫한 브랜드는 역시 파리 바게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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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파리 바게뜨가 실제로 프랑스 파리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는 기사가 있는데요. 점포 하나 가지고 이 상황을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PARIS BAGUETTE'라는 브랜드를 만들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음은 유럽상표 출원현황만 봐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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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view에서 'PARIS BAGUETTE로 검색한 결과


이 회사는 1945년 상미당이라는 제과점에서 시작해 제과.제빵 관련 대기업으로 성장했고, 현재 종합식품그룹으로 성장해서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로는 떡전문점 bizeun, 커피 전문점 CAFFE PASCUCCI, 또한 외국 유명 브랜드인 Baskin robbins, DUNKIN DONUTS의 국내 판권까지 갖고 있습니다.


복잡한 브랜드들이 얽히고설키다 보니 최근에는 SPC 기업들의 이미지를 일원화시키려는 듯한 움직임도 보이기도 하는 이 그룹은, 연 매출 2조7천억 원을 올리고 있습니다. 그 중 파리그라상의 매출액이 1조 6천억원으로 가장 크고, 더불어 모든 종속회사의 지분을 갖고 있다 합니다. 


삼립식품과 샤니를 기억하시는 분들이라면 이 또한 SPC그룹의 종속회사이며 브랜드라는 것에 놀라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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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미당이나 삼립식품이라는 기업의 이름을 계속 쓰기에는 빵과 과자라는 분야가 유행에 민감하기에 파리크라상이라는 브랜드를 쓰게 되었고, 프랜차이즈와 IT까지 사업영역이 확장되면서 SPC라는 이름으로 기업의 C.I(Corporate Identity)가 이어져 왔습니다.


SPC는 앞으로도 많은 노력을 하겠지만 C.I보다는 B.I(Brand Identity)가 더 소비자에게 친숙할 것입니다. 그리고 SPC가 떡 전문점 bizeun, 커피 전문점 CAFFE PASCUCCI를 운영하고 있다는 것에 사람들은 계속 놀라워(?)하겠죠. 


이렇게 다수의 상품 브랜드를 운영하는 기업들은 기업의 이미지가 상품브랜드와 함께 시너지를 내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의외의 장점이 있는데요. 어느 개별 브랜드가 사건. 사고에 휘말려 그 이미지가 훼손되더라도 다른 브랜드와 기업에게는 그 악영향이 전파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실례로 Baskin robbins가 약속한 경품지급을 안했다가 당첨자인 변호사에게 사무실 에어컨을 압수당했던 굴욕적인 사건이 2009년에 있었습니다만 이때 다른 브랜드들에게 딱히 악영향을 끼치지는 않았습니다.


텐센트는 중국의 인터넷 서비스 회사로 중국에서 QQ메신저를 기반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했고 이제는 중국 1위의 게임퍼블리셔로 성장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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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시가총액은 삼성전자와 엇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텐센트를 몰랐을까요? 당연히 중국내수 시장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이기 때문이고요. QQ메신저라는 강력한 브랜드가 있다보니 기억할 게 너무 많은 정보 홍수 속에 사는 소비자들은 굳이 텐센트라는 기업의 이름까지 기억할 필요가 없었던 거죠.


SPC와 텐센트는 기업보다는 기업이 제공하는 상품의 브랜드가 더 소비자에게 강력하게 인식된 사례입니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브랜드 전략은 C.I와 B.I, 이렇게 두 개의 전략을 갖고 갑니다. 기업을 알리기 위한 전략과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전략을 모두 고민한단 말입니다. 


하지만 반드시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은 아닌데다 아무리 노력해도 야속한(?) 소비자들 때문에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걸 파리바게뜨와 텐센트의 예로 설명드려봤습니다. 그럼 이번 주제인 '브랜드'에 대해 좀 더 깊게 들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1. 브랜드란 무엇인가?


브랜드의 어원은 유럽에서 소나 말과 같은 가축에 불로 달군 쇠로 낙인을 찍은 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Brandr'이라는 어원보다는 바로 이 '낙인'의 효과일 듯 합니다. 머릿 속에 새겨 넣듯 확실하게 기억되게 하는 각인, 바로 이것이 기업이 해야 할 브랜드 활동이고 전략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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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과 관련된 단어들은 ~ing가 붙어서 진행형으로 쓰입니다. marketing, managing 그리고 최근에는 브랜드에 관련된 활동도 branding과 같이 표현하고 있습니다. 기업의 경영활동은 언제 한 번 하고 끝나는게 아니라 기업이 존속하는 한 계속되어야 하기 때문이죠.


브랜드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정의가 있지만 짧게 요약해보자면 브랜드는 소비자가 인정하고 기억하는 기업의 가치입니다. 좋은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각인된 브랜드이고, 나쁜 브랜드는 소비자가 언제 봤는지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이름, 로고, 캐릭터, 슬로건 등등인 것입니다.




2. C.I와 B.I의 전략적 운영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브랜드를 위해 많은 투자를 할 수 없습니다. 브랜드를 만들어내고 확산시키기 위해 해야 할 많은 활동들, 즉, 브랜드 네임 만들기(네이미스트 고용?), 브랜드 로고 만들기, 캐릭터 디자인 개발, 슬로건 및 카피 개발, SNS(트위터, 페이스북 등) 운영, 제품 패키지 디자인의 개발 등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거죠.


그래서 브랜드 전략 중 


기업의 이미지(C.I) 위주로 접근할 것인가?


상품의 이미지(B.I)로 접근할 것인가?


를 선택하고 집중적으로 쏟아부어야 합니다. 


사장님들 중에는 두 개 다 갖고 싶다는 분들도 있는데 최소한 딴지그룹 정도의 인지도가 생길 때나 시장내 Top 3안에 드는 지위를 획득하기 전에는 투입한 노력에 비해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기 힘들겁니다. 단, 제가 언급한 정도의 위상을 가졌을 때는 기업 이미지와 브랜드 이미지를 동시에 만들어 나가야 하는 필수 상황이 오니 그 때 열심히 하셔도 되겠습니다.



 1) C.I 기반의 전략


딴지일보를 대표적인 사례로 삼아야겠군요. 똥꼬를 정조준하는 손모양의 로고와 딴지+'일보', 딴지+'마켓', 딴지+'라디오'와 같은 브랜드 계열화로 딴지그룹이 제공하는 상품은 소비자들에게 각인되어 왔고, 벙커원이라는 걸출한 독립 브랜드까지 제대로 탄생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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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딴지일보가 벙커원이라는 브랜드를 설립초기부터 만들어 썼다면 지금만큼의 인지도는 없었을 겁니다. '딴지'라는 탄탄한 토대 위에 만들어졌기에 급속도로 성장할 수 있었던 거지요. 


C.I기반의 브랜드 전략은 제품 제조보다는 서비스 업종에 관련된 기업의 경우 기업의 아이덴티티를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형태로 사용하면 좀 더 효율적입니다.



 2) B.I 기반의 전략


이 쪽 사례는 글 초반에 안내한 파리바게뜨와 텐센트가 있겠습니다.


또, 중소기업 토종 브랜드 중에는 'IP Time'이라는 브랜드로 중소기업임에도 오랜기간 브랜드 파워를 유지해온 인터넷 공유기 전문기업 EFM Networks가 있겠네요.


싸구려 일본차라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사명을 감추고 렉서스라는 고급차종의 브랜드만 부각해서 성공했다는 도요타의 렉서스 전략도 유명하고요. 또 이것을 벤치마킹했다는 KIA의 오피러스라는 브랜드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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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KIA를 언급했으니 영문 브랜드를 만들 때 유의할 점도 말씀 드려야겠네요. KIA는 영어에서 Killed In Action의 약자이기도 한데요. '전사자'라는 뜻입니다. 브랜드 개발과정에서는 여러가지 원칙적 프로세스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부정연상 체크' 입니다. KIA자동차가 내수 위주의 시장 전략을 펼치다가 해외로 나가다보니 이런 부정연상 체크를 못했던 것인데, 다른 기업들도 유사한 사례가 꽤 있으니 영문 브랜드를 만들때는 이 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가끔 우리 회사의 브랜드 전략을 C.I와 B.I 중 어느 것에 중점을 둬야 하냐고 묻는 사장님들이 계시는데요. 제 답은 소비자가 정해주는 것을 고르시라는 겁니다.


무슨 소리냐 하면요. (주)워크홀릭에서 '굿잡'이라는 브랜드로 ERP 소프트웨어를 내놓은 상황이라고 생각해 보죠. 고객지원실에 제품 문의가 오고, 홈페이지 Q&A와 SNS를 통해 고객들과 계속 대화하게 될텐데요. 이 때 고객들이 "거기 (주)워크홀릭이죠?", "거기가 '굿잡'이죠?" 둘 중에 하나의 브랜드를 말하게 됩니다. 이런 반응을 잘 분석해 보시면, C.I가 소비자들에게 각인되어 있는지, B.I가 각인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지요. 이렇게 자연스럽게 서열정리를 할 수 있을 테니 거기에 중점을 두면 되겠습니다.



 3) 딴지 마켓 입점 업체 살펴보기


브랜드와 마케팅에 대해서는 대기업, 외국의 예 위주로 설명된 책이나 기사가 많아서 브랜드를 공부하려는 분들은 먼 나라 얘기처럼 이질감을 느낄 때가 많으셨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국내 업체를, 마침 딴지일보에 연재되는 글이니 딴지마켓 입점 업체를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PPL은 아닙니다.)


딴지마켓에서 김치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있는 서부농산은 '이담채'라는 브랜드를 사용하고 있는데요. '담채'라는 단어는 '담금'+'채소'의 합성어로, 그리고 김치의 고어인 '팀채'라는 단어의 존재 때문에 김치 관련 브랜드로 '담채'라는 단어가 많이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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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청 상표검색 시스템에서만 92개의 상표가 검색됩니다.


조심스럽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담채라는 브랜드는 농식품 관련기업들이 쓰고 있는 타 브랜드와의 유사성으로 브랜드 확산이 쉽지 않을 것이 예상됩니다. 이담채와 유사한 유담채, 어담채, 미담채와 같은 브랜드들이 유사한 업종과 상품에서 많이 쓰이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혼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죠.  


또한 농산물 브랜드들은 대기업의 신규 브랜드 홍보, 지자체가 특정 지역기업에 한 방에 퍼부어주는 홍보비 등으로 인해 갑작스럽게 성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는 근근이 브랜드를 키워오던 중소기업의 브랜드가 갑자기 순위권에서 밀려나는 위험상황에 처하기도 하고요.


이런 경우라면 브랜드의 이미지보다는 기업의 이미지에 집중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소비자의 인식에서 "아! 그 제품!"이 아니라 "아! 그 회사!"로 각인되는게 낫다는 거죠.


서부농산은 절임배추의 판매도 이미 하고 있으니, 시래기와 같은 신상품의 개발도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쌀과 같은 농산물의 직접판매도 사업화할 수 있는 상품 확장성이 높은 곳이니까, '서부농산 = 믿을 수 있는 농식품 기업'이라는 기업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노력이 좀 더 필요해 보입니다.




3. 브랜드 컨설팅 사례


제가 기업의 브랜드 컨설팅을 하면서 겪었던 사례들을 몇 가지 소개해 드릴 텐데요. 자신과 유사한 사례가 있다면 가보지 않은 길이지만 미리 그 길의 위험에 대해 알고 새롭게 방향을 잡는 계기가 되셨으면 합니다.



 1) 사훈이 뭡니까?


기업에 내공이 축적되어 있지 않다면 아프게 느껴지는 질문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이런 질문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바로 브랜드 전략 회의 때인데요. 대부분 최근의 유행, 사장의 아이디어(라고 쓰고 공상이라 읽음) 사이에서 도돌이표를 찍는 경우가 많더군요. 브랜드 전문가들이 말하는 '브랜드 에센스'의 부재 상황이기에 끝없는 회의만 되풀이 되는 거죠. 


제대로 된 브랜드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기업내 임직원들의 목소리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기가 내놓는 상품이 부끄러운데 어떻게 소비자들에 마음을 움직일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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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멋진 로고나 특이한 이름 만이 기업의 브랜드를 알리는 건 아니죠. 식품회사를 컨설팅 할 때의 일 하나를 들려드리겠습니다. 기존의 브랜드가 타인의 상표권을 침해하고 있는 상태였는데 그걸 모르고 있다가 급하게 브랜드를 다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네이미스트를 통해 이름을 만들었는데, 사장님은 딱히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습니다. 거기다가 귀도 얇은 분이라 아는 지인이 좋은 상표를 무상으로 빌려주겠다는 제안을 해왔다고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네이미스트의 네이밍이 마음에 안들면 다시 하라 시키시고, 상표를 빌려주겠다는 분에게는 대가를 지불하고 차라리 상표를 양도 받으시라고 했지만 이도저도 안 하고 시간만 흘러가던 때였습니다.


어느 날 전화가 왔는데, 그 사장님 말씀인즉 '(주)별하트식품'이라는 사명으로 변경을 하고 싶다고 하시더군요. 그 회사의 식품이 별과 하트모양으로 만들어 지거든요. 더불어 별과 하트 모양의 예쁜 로고까지 만들면 참 좋을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그때 제가 물었습니다.


"사장님, 회사의 사훈이 뭡니까?"


갑자기 이게 뭔 소리인가 싶었는지 수화기 너머 사장님 쪽에서는 정적이 감돕니다.


"사장님이 고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별과 하트입니까? 수년간 사업을 하시면서 직원들과 함께 '우리 이런 제품을 만들자', '우리 이런 기업이 되자'라고 약속한 거 없습니까? 일단 그걸 말해보세요. 거기에서 브랜드 명을 뽑아내든 로고를 만들든 하자구요."


그 후 이 회사는 우여곡절 끝에 브랜드를 만들었고, 제가 아픈 소리를 해서인지 그 이후로는 직원들과 사장님이 같이 워크숍도 가고 한다네요. 제조과정이 까다롭고 어렵더라도 유기농산물과 무농약농산물을 원료로 하고 HACCP인증도 받아서 최근엔 고객들이 많이 늘었다고 합니다.


'회사의 사훈이 뭡니까'라는 질문은 제가 어지간해선 하지 않는 말입니다. 하지만 잘 안 풀리는 브랜드 전략회의 때는 꼭 이 말을 하게 되더군요. 


또다른 어느 회사에서도 유사한 일이 있었는데 기업을 방문하고 나오는 길에 배웅 나온 사장님이 이번엔 저를 아프게 하는 말을 하시더군요. 


"아무 생각 없이 돈만 많이 벌고 싶었습니다. 돈을 많이 벌면 다 잘 될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사업을 하니 사훈 하나 없는 회사로 몇 년을 지냈습니다. 참 부끄러운 일이에요."



 2) 완벽을 사랑하는 겁쟁이 


제가 아는 기업 중에는 4년 넘게 제품 출시만 준비하는 곳이 있습니다. 오랜 기간 브랜드 명칭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변리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대기업과 유사한 상표명을 출원했다 거절 당하고, 로고 디자인도 결국엔 디자이너의 조언을 무시하고 유명기업과 비슷하게 만들었다가 이 또한 특허청에서 거절결정통지서를 받았더군요.

 

상표가 거절된 상황에서 미리 만들어 놓은 제품 포장재를 쓸 수도 없기에 다시 브랜드를 만들고 포장도 새로 디자인해야 하는데, 그러다 제품을 잘 꺼내고 수납할 수 있는 포장재 개발도 덩달아 해야겠다는 욕심까지 추가되었습니다.

 

그렇게 욕심이 더해지다보니 회사이름도 XXX텍 으로 끝나는데 이젠 흔한 이름이라서 이것도 바꾸고 C.I 작업도 해야겠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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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을 준비하는 분들 중에는 완벽을 추구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또한 그 기준을 대기업과 유명기업의 그것에 두다보니 현실적으로 그 만큼의 투자나 전문인력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유명한 모 회사의 참 쉬워 보이는 수준의 것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네이미스트와 디자이너들을 한심하게 생각하시죠. 


화초를 키울 때를 생각해 보죠. 


구근을 사다가 화분에 심습니다. 이 구근이 어느날 멋진 백합이 되길 바라지만 구근 만을 보고 아름답게 잘 클거라고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구근의 외관을 살펴서 상하지 않았는지, 너무 마르지는 않았는지, 병들지 않은 것인지 정도만 판단하고 곱게 흙을 덮고, 물을 주고 비료를 주며 키웁니다. 아침마다 밤새 꽃이 얼마나 컸는지 살펴보고, 푸르게 오른 잎사귀에 올라 앉은 먼지를 닦아주고, 갑자기 웃자라면 지지대를 세워서 줄기가 힘을 얻을 때까지 보살핍니다.


기업의 브랜드도 이와 같습니다. 처음 브랜드를 만드는 날, 이 브랜드가 성공할 거라는 판단은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상표 등록 가능성이 있는지, 브랜드가 소비자에게 부정적인 연상을 일으킬 요소는 없는지 정도의 사전점검 정도 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겁니다. 


그런 후에야 그 브랜드를 알리기 위해 SNS를 열어 수시로 관리하고, 매일 매일 회사 홈페이지 웹로그를 분석해 포탈의 검색어 유입을 확인하고, 패키지 디자인을 할 때는 브랜드와 어울리는 색상과 소재를 찾아 배치하려고 노력할 수가 있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1년이 2년이 시간이 흐르며 그 브랜드는 조금씩 소비자들에게 알려지고, 초반에 생각하지 못했던 브랜드의 약점을 소비자와의 교감을 통해 수정해 나가고, 다시 리뉴얼이 주기적으로 일어나며 소비자들은 기업이 그 브랜드를 키워나가는 노력을 알게 되고 인정해 줍니다.

 

4년째 브랜딩 작업만 고민하고 있는 이 기업의 사장님에게 제가 '완벽을 사랑한 겁쟁이'라는 별명을 달아드리게 된 이유입니다.


혹 이 사장님과 같이 브랜딩에 마냥 겁만 내고 계실 분들을 위하여 제가 트위터에서 브랜드와 관련된 실험을 해봤습니다.

 


 ① 이 브랜드를 평가해 주세요~


트위터에 아래와 같은 로고라고 말하기도 좀 어색한 로고를 올리고 솔직하게 평가를 해달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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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② 뒤 이어 나온 반응들


대체로 안 좋은 브랜드라는 의견들을 보여주셨습니다. (더 험악한 반응을 예상하긴 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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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③ 사실은...


제가 올린 이미지는 대천김이라는 조미구이김 전문회사의 로고였습니다. 다만 제가 대천김이라는 글씨까지 올렸다가는 바로 눈치 채실 수 있어서 특유의 바탕색은 그대로 두고 글자를 '워크홀릭'으로 바꿔서 올렸던 겁니다.


대천김은 연매출액 2백억원 수준의 탄탄한 중소기업인데요. 그리 잘 만들었다고 할 수 없는 로고를 갖고도 보령시를 대표하는 중소기업으로 성장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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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오래 될수록 좋은 것이 술과 친구라고 하죠? 저는 여기에 브랜드까지 더하고 싶습니다. 오래된 브랜드는 설혹 지금의 유행과는 달라 촌스러워 보일지라도 그 세월 만큼의 인지도를 갖게 됩니다. 단, 화초를 가꾸듯 기업의 임직원이 정성을 다한 브랜드였다면 말이죠.




오늘 브랜드 전략 편은 여기까지입니다. 컨설팅 일지 연재가 딱 중반에 다다랐네요. 


다음 시간에는 현재까지 진행된 연재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그간 어려운 경영을 쉽게 풀어보겠노라고 나름 노력을 했는데, 뒤돌아보니 쉽지 많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 만큼 진짜로 쉽고 부담 없는 복습 편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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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비상장주식

2. 영업비밀 겸업, 그리고 경업

3. 사장의 월급

4. 혁신적 기술과 신제품을 위한 연구 개발

5. 기술개발자금

2014 결산. 컨설팅 일기

6. 지적재산권 1

7. 지적재산권 2

8. 우리회사 자산은 얼마일까

9. 니 사업을 알아라

10. 판매 예측과 적용: 패턴을 파악해라

11. 기업의 조사와 평가: 경남기업 협력사를 위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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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딴지일보 퍼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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