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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0. 02. 목요일
슈르나








 






이슬람과 IS를 알아보는 시간이 돌아왔다. 

지난 글에서는 이슬람 초기로 타임워프하여 시아파와 수니파의 양대 종파를 낳은 역사에 대해 알아보았다. 몇몇 성급한 사람들은 'ㅅㅂ 그냥 두 종파가 있고 역사적으로 원수가 되어서 서로 죽이네 살리네 한다로 끝내면 되는 거 아니었어?' 라고 빡칠 수 있겠으나, 진정하라. 꼭 설명해야 했던 알리, 우스만, 무아위아 외에도 우마르 같은 사람의 특성은 알아두는 게 좋다. 앞으로 할 이야기에서 최소 한 번은 언급할 것이기 때문이다. (제발 그럴 수 있길) 그리고 솔까말, 재밌었잖냐. 그럼 됐잖아. 물론 역사적/정치적 관점만 푼 것이고 종교적/신학적으로는 다른 셈족 계열 일신교와 어떻게 다른가 정도를 짚기엔... 미안타. 내 공부가 아직 모자라다.

이제 시간을 점프하여 다시 현대로 돌아와보자.

그 동안 이슬람교는 아랍 지역을 벗어나 넓게 전파되면서 세계 종교로 발돋움했다. 특히 동남아시아의 인도네시아는 신도의 수와 비율에서 모두 세계 1위의 이슬람 국가다. 그간 있었던 십자군 전쟁, 살라딘의 간지, 터키의 자랑인 오스만 제국에게 처발린 이야기 등등은 생략한다. 다만 이 이야기 하나는 기억해두는 것이 좋다.

십자군 전쟁과 살라딘의 시대인 중세까지는 그리스-로마의 유산을 더 많이 보존하고 연구한 아랍이 유럽보다 철학/과학/문화 분야에서 죄다 앞서있었지만, 중세가 끝나며 오스만 제국에게 패권이 넘어갈 때 즈음부터는 그 찬란한 자리에서 내려오게 된다.

이 내용을 숙지한 상태로, IS가 발흥한 과정에 대한 현재의 이야기를 해보자.


솔직하게 인정하겠다. 이하의 내용 중에서 세부적인 정보-날짜, 경위 등은 틀릴 가능성이 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잘못 알고 있다 해서 너님이 알고 있는 게 맞다는 의미는 아니나, 그래도 너님 보기에 오류가 있으면 지적하라. 물론 그런 건 큰 줄기에 비하면 전혀 중요치 않다는 건 알고 있으리라.


현재 미승인국가 (아무도 승인해주고 싶어하지 않고 있다) 인 IS가 점유하고 있는 지역은 시리아의 일부와 이라크의 일부다. 그리고 이들은 지금도 진행중인 시리아 내전과 이라크 내전의 교전 당사자들이다.

내전의 주체들은 이렇다. 각 나라의 정부군, 그리고 그 정부군과 싸우고 있는 수니파 반군, 여기에 꼽싸리 끼어서 오랜 독립 국가의 염원을 실현해보려는 쿠르드 족.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각각 삼국지가 열리고 있고, 두 개의 삼국지는 현재 하나가 되었다. 그 이유가 오늘 제대로 디벼볼 IS, Islamic State, 이슬람 국가의 출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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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지도에 문맹인 자들을 위한 해설.
왼쪽이 시리아 영토, 오른쪽이 이라크 영토다. 그리고 회색이 IS의 점유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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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게 놈들의 1차 목표다. 그렇다. 1차 목표가 이렇다. 
최종 목표는 이슬람에 의한 세계 통일이다. ㅎㄷㄷ



이놈의 내전들이 어떻게 일어났는가? 내전만 두 개니 하나씩 디벼보자.

먼저, 시리아.

시리아는 현재 아사드 부자의 연이은 집권으로 독재 치하에 있다. 당연히 2011년의 아랍권 민주화 혁명의 불길을 피해갈 수 없었다. 문제는 아사드 일가가 수니파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들은 시아파에서 분화된 알라위파라는 소수 종파다. 수적으로 극소수다 보니 절대다수인 수니파를 제대로 밟아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기독교를 자기 지지기반으로 삼고서는 수니파를 안 까지는 않으면서, 그러니까 교묘히 잘 까면서 살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에, 민주화 혁명의 불길이 이르렀다.

혁명을 요구하는 민중의 대다수는 당연히 수니파다. 그럼 생각해보자. 시아파-기독교-기타 종파-기타 소수 종교를 다 긁어모아 합쳐도 수니파에 안 되는 상황에서, 가뜩이나 수니파를 은근히 탄압해오던 아사드 정권이 무너지고 수니파 정권이 탄생하면? 말 그대로의 헬게이트가 열릴 것이다. 그래서 비 수니파들은 살기 위해서라도 아사드 독재 정권에 적극 협력할 수밖에 없다. 이러자 시리아의 알 카에다 지부는 수니파 민중들에게 무기를 지급하고, 나아가 자기들이 직접 시위대가 되어주었다.

그 결과, 나라가 두 동강이 났다. 시리아 정부군과 알 카에다가 되어버린 혁명세력의 맞짱이 시작된 것이다. 여기에 북동부의 쿠르드 족 자치구도 자기 보호를 위해 무기를 든다. 2011년 후반이 되어 민주화 운동이 좀 격하구나 싶던 것이 진짜 내전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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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의 아사드. 국제 사회가 뭐라 해도 강경진압을 고수하다가 내전을 불러왔다.


시리아 정부군은 내내 밀리다가 2013년 들어서 제대로 반격해 전세를 뒤집었다. 시아파 국가인 이란이, 알라위파도 시아파에서 갈라져나간 동포랍시고 지원을 해주었다. 레바논에서는 무장단체에서 합법정당으로 성장한 특이한 이력의 헤즈볼라가, 자기네 지지율을 까먹어가면서까지 시리아 정부군을 지원해주었다. 이 때문에 알 카에다가 주축이 된 시리아 반군(인지 혁명군인지)은 전쟁의 주도권을 잃고 밀리는 형국에 처했다. 설상가상으로 반군 또한 두 개의 파벌로 갈려 투닥투닥하는 상황이 되었다. 간단히 보면 '아예 새 국가를 세우자'는 쪽과 '헐, 님 자제염' 하는 쪽 정도라고 설명할 수 있겠다.

2014년 4월에는 아사드 대통령이 '올해 안에 내전 끝낸다'고 호언장담을 했고, 실제로 6월에는 재선까지 된다.(내전 중의 선거에 선거감시단을 파견한 나라 중 부카니스탄이 있다는 것은 깨알같은 현실 개그다.) 이게 올해 6월 초까지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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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는 레바논에선 합법정당이니 약간의 태클이 가능하긴 하지만, 대략 이런 상황이었다.



다음, 이라크.

이라크의 유명한 남자, 후세인 정권은 수니파 정권이었다. 그리고 지난 회에 얘기했듯, 이라크의 시아파는 60%에 달한다. 절대다수는 아니지만 적지도 않다. 그리고 후세인은 수니파답게 시아파를 물심양면으로 깠다. 그러다 이라크 전쟁으로 후세인이 훅 갔다. 특히 은신한 후세인의 검거 과정에서 시아파가 큰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체포된 후세인을 서둘러 사형시켜 버린 것도 시아파가 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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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다니던 사담 후세인을 잡긴 했는데, 만약 해를 넘길 경우에는 
후세인의 나이가 70이 넘어가기 때문에 법에 의거하여 사형이 불가능해진다.
때문에 말리키 정권은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판결 후 사흘만에 그를 사형했다.
집행일은 2006년 12월 30일. 말일 처형만은 아무래도 불쌍해서 그랬다고.


그리고 후세인 정권 후 들어선 말리키 총리 정권은 시아파 정권이다. 복수의 시간이 온 것이다. 이라크의 수니파는 시리아의 아사드 지지자들과 똑같이 공포에 떨었다. 그나마 미군이 있을 때는 서로 눈치를 보는 상황이었지만, 미군이 떠나자마자 양 종파는 눈치를 보지 않기 시작했고, 말리키 정권의 연이은 탄압은 수니파로 하여금 내전의 문을 열어젖히게 했다. 문제는 수니파 쪽에는 알 카에다 이라크 지부가 있었다는 것이다. 얘네는 시리아 반군과 정반대의 형국을 만들었다. 내전을 주도하는 입장이 되어 이라크의 상징이나 다름 없는 티그리스 강과 유프라테스 강 유역까지 차지해버리는 기염을 토해버렸다. 물론 이후에는 잠시 잃기도 하고. 북쪽의 쿠르드 자치구가 살기 위해 내전에 참전하여 제3의 유력 플레이어가 되어 전선이 확장되기도 하였지만, 주도권은 아직도 반군에게 있다.

내전이 이렇게 된 이유는 거의 다 이라크 정부군의 무능 때문이다. 걸프전 이후 후세인은 군부가 자신을 위협할 가능성을 두려워하여 군사 분야의 인재들을 자기 친위대에 몰아주고 여기에 지원을 퍼부었다. 덕분에 이라크 전쟁에서는 참패했고, 이라크 관리를 시작한 미국은 후세인 친위대의 인사들을 죄다 잘라버리는 병크로 이라크군의 약체화를 돌이킬 수 없게 만들어버렸다. 때문에 이후 집권한 말리키 정부가 사용할 군사력은 3류 수준이었고, 역으로 이렇게 잘린 요인들이 반군에 들어가 활동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되었다. 그나마 미군에게 훈련받은 인재라도 써먹어야 했겠지만, 쿠데타를 염려한 말리키 총리는 이런 병력을 검문소에 배치하는 뉴 병크를 저질렀고, 내전 발발 직후 검문소 병력은 당연하게도 전멸한다. 거기다가 시리아에서 밀리는 통에 이라크 쪽으로 넘어온 ISIL 인사들까지 반군에 가세했다.

이라크 정부군은 현재 영토를 방어하는 게 역량의 전부인지라, 결국 시아파 정부는 시아파 민중의 궐기를 요청했다. 이에 화답한 시아파 민병대는 정부군보다 역량이 월등하다. 후세인 정권, 미국, 기타 수니파 무장단체와 싸운 것이 이라크 시아파의 역사이니 당연하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의 지원이 들어오자 간신히 대등한 싸움을 벌일 수 있게 되었다.

어쨌든 전쟁이 상당히 자기들 입맛에 맞게 돌아가자 이 친구들, 간이 배 밖으로 나왔다. ISIL의 아이디어에 자신들도 합류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앞서 4월에 이미 ISIS라는 단어가 등장한 바 있다. Islamic State of Iraq and Syria의 약자다. 이전에도 인적 교류는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두 내전의 반군들이 결합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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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난 야한 합체 사진을 짤로 쓰고 싶었지만...


합체는 정확하지 않지만, 2014년 6월 중순경부터 시작된 것 같다. 아사드 대통령은 내전 승리를 내다보며 재선의 기쁨을 누리고 있었지만, 두 파벌로 나뉘어 갈등하던 시리아 반군 진영이 이때를 기점으로 면모를 달리하고 있었다.

ISIL을 부르짖던 친구들은 이미 알 카에다를 탈퇴해있었다. 그리고 다른 파벌은 아직 알 카에다 소속이었다. 당연히 빡친 알 카에다는 ISIL의 토벌을 명령했는데,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역으로 ISIL이 상대를 흡수(!)해버렸다. 내부 분열로 투닥투닥하던 시리아 반군이 통일된 것이다. 그리고 이라크 반군을 맡고 있는 지부도 알 카에다를 탈퇴해버렸다. 그래서 알 카에다는 아라비아 반도 지부 자체에 토벌령을 내린다. 그랬더니 아라비아 반도 지부는 하라는 토벌은 안 하고, 자신들의 인원과 자원을 고스란히 반군들에게 갖다바쳤다. 혈압이 올랐을 알 카에다 지도부에게 애도를. (이 부분은 세부 경위가 틀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이건 알 카에다와 같은 연합형 무장 단체의 특징 때문이다. 어차피 테러 단체는 지역 기반의 조직이 될 수밖에 없는데, 이런 각 지역의 토착 조직들이 모여서 연합을 구성한 게 알 카에다와 같은 대형 조직이다. 때문에 '지부'라고 표현은 하지만 지역 조직들은 원래 존재하고 있던 무장 단체인 거고 이들을 알 카에다 지도부가 포섭하여 가입시킨 형태다. 그런데 이런 상하 관계가 깨진 것이다. 덕분에 현재 알 카에다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었다. 가장 치열한 투쟁 현장인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자라난 정예들이 하루아침에 배신을 때린 것이니.

이렇게 해서 갑자기 형세가 싹 바뀌었다. 우세에 있던 이라크 반군 + 이제 막 열세를 극복한 시리아 반군 + 주변의 수니파 극단주의자가 합체하더니, ISIL이고 ISIS고 하는 이름 대신 쌈박하게 IS를 내세워버린다. Islamic State의 등장이다. 국가명에 지역 이름이 빠지면서 이들은 자신들이 떠드는 신생국가 노래가 더 이상 농담이 아님을 선포해버렸다. 이게 6월 29일의 일이다.

그러나 아직 이들의 간은 배를 온전히 탈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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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건 상대도 되지 않는 스케일의 서스펜스를 경험해보자.



이제부터 IS의 간이 벌이는 엑소더스가 펼쳐진다.

IS의 건국 이전까지는, 이들도 어쨌든 수니파였기에 여기저기에서 지원을 받고 있었다. 알 카에다 탈퇴 전에는 알 카에다 지원도 당연히 받았고, 수니파 이슬람의 큰형님인 사우디 아라비아 왕가의 지원도 음지를 통해 받았다. 그런데 IS 설립 이후에는 사우디를 대차게 까버린다. 이유는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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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교 제1성지 메카의, 카바 신전.



"우상 숭배를 하는 이슬람은 이슬람이 아니다. 
그런데 메카의 카바 신전은 성지 순례라는 명목으로 사실상 우상이 되어버렸다. 
그러니 사우디를 공격해 카바 신전을 폭파해버리겠다."



맞는 말로 시작해서 개소리로 끝맺는 솜씨가 일품이다. 게다가 어제까지의 후원자를 차버리는 것도 모자라 선전포고를 한 셈이니 그 패기가 위대하다. 결국 참고 참던 사우디는 이후 미국이 주도한 폭격 작전에 참가하여 파일럿이자 계승권도 높은 자국의 왕자를 참여시켰다. 물론 사우디 정도만 적대 대상인 게 아니다. 주욱 읊어보도록 하자.

여기에 너무도 당연하게, 이교도인 이스라엘과 시아파인 이란에게도 선전포고를 했다. 중동에서 공인된 개자식인 미국이 선전포고 리스트에 빠져있으면 섭섭하다. 레바논의 무장단체로 출발해 이제는 어엿한 합법정당이 된 시아파 단체 헤즈볼라에 대해서도, 시리아를 지원하는 데다가 시아파이기까지 하니 죽어버리라고 저주하고 있다. 덕분에 레바논 정부도 테러 공격을 받고 있다. 이라크 정부를 지원하고 있는 영국과 프랑스도 선전포고를 먹었으며, '이라크와 시리아를 정리한 후엔 유럽, 니들 차례야!' 라는 말도 잊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시리아 정부군에 전투기를 지원해준 전력과 체첸과 캅카스의 이슬람 교도들 때문에 '푸틴을 끌어내리겠다'라는 가상한(?) 협박을 들어야 했다. 중국 또한 신장 위구르의 이슬람 덕분에 선전포고를 들어먹었다. 터키는 애초에 역사적으로 사이도 안 좋았던 북쪽 놈들이니 당연히 적인 거고, 자꾸 반항하는 이교도인 쿠르드 족도 토벌 대상이다. 여기에 배신 당해 뒷방 늙은이 신세가 된 알 카에다도 IS에 이를 갈고 있다. 얘들이 상상 이상으로 막나가기 시작하자 그나마 우호적이었던 아랍 연맹의 26개 국가가 이들을 적대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안 끝났다. 이란, 터키,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인도를 이슬람 탄압 국가(엥?)로 규정하고 지하드(Jihad), 즉 선전포고를 선언했다.(지하드 이야기는 다음 편에 좀 더 하자.) 저 명단 중 중국을 제외하면 죄다 이슬람 강세 국가가 아닌가 싶지만, IS가 내세우는 논리는 '이슬람은 궁극의 종교이고 진정한 이슬람은 수니파이므로 수니파 이슬람이 지배하지 않는 나라는 이슬람을 탄압하는 것' 수준이다. 즉 IS에게 이슬람은 세계에 군림하는 것이 정당한 권리인 종교라는 것이다. 결국 이들이 꿈꾸는 최종 목표는 이슬람에 의한 세계 정복이다. 스케일 참 후덜덜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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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IS의 공식 야망, 1차 버전. 
역사적으로 이슬람이 들어간 적 있는 지역은 죄다 표시했는데,
프랑스 남부와 같이 표기되지 않은 부분이나 
오스트리아, 스리랑카 같이 들어간 적 없는 곳은 표기되어 있다. 
무식인가?


이쯤 되면 IS의 비난이나 선전포고를 듣지 않는다면 세계에서 한가락하는 나라가 아닌 것 같아 보인다. 한국 정부는 뭐하고 있는가. 빨리 IS를 비난하기라도 해서 존재감을 어필하지 않고.

그러나 IS가 진짜 이목을 끈 측면은 이제 나온다. 이들은, 세상에나, 자기네 지도자를, '칼리파'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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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가 내세운 칼리파, 알 바그다디!


총알이 오가는 전쟁터에 갑자기 중세의 낭만성이 강림했다. 시아파야 당연히 'ㅅㅂ 이번 참칭은 참신하네...'로 반응했지만, 수니파는 상당히 당황했다. 오스만 투르크가 칼리파를 빼앗아간 것이 500여 년 전이었으니 그 이후로 아랍인 칼리파는 처음이다. 당연히 그 낭만적 정서 때문에 IS를 욕하려던, 정신 똑바로 박힌 수니파도 잠시 움찔할 수밖에 없다.

이 칼리파 추대 사건은 기념비적인 신의 한 수다. 이 때문에 전세계의 수니파 이슬람들이 IS를 생각하는 이미지가 상당히 희석되었다. 아니, 희석된 것을 넘어 극단주의자들을 중심으로 아예 진짜 칼리파 대접을 하는 분위기가 퍼지기 시작했다. 수니파는 본래 선출된 칼리파들에 대한 지지로 시작한 다수파이니, 우마이야 왕조부터 세습제가 된 역사를 거슬러서 최초의 전통으로 회귀한 것이라는 주장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알 바그다디는 IS에서 '선출'된 사람이니까, 선출직 칼리파의 재림이 되지 않는가. 물론 이래저래 IS에 대한 시아파의 원한과 분노는 깊어질 수밖에 없다.

현재 IS의 건국과 알 바그다디의 칼리파 취임 때문에 꽤 불편해진 국가와 단체도 여럿 된다. 알 카에다 입장에서는 자기네 영웅이었던 오사마 빈 라덴의 꿈을 저것들이 이상한 형태로 실제화하고 있으니 고인드립 당한 기분이다. 요르단 입장에서는 자기들 왕가가 무함마드 집안의 후손인데 감정이 상한 상태다. 사우디 아라비아 입장에서는 3대 성지 중 둘을 자기들이 관리하고 있어 자기네 왕가의 별칭도 '두 성지의 수호자'인데 그건 싹 무시하고 대신 폭파 위협을 하고 있으니, 게다가 그게 뒤로 지원해준 데 대한 대가여서 요르단과 함께 꽤 기분이 상한 상태다.

제일 우스워진 건 미국이다.

시리아 내전 이전과 내전 초기, 그러니까 IS는 커녕 ISIS도 ISIL도 없을 때... (이러니까 되게 옛날 같이 들리지만 고작 3년 전이다.) 아사드 정부가 시위대와 반군을 진압하기 위해 화학무기를 사용한 것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 이전부터 독재정권인 아사드를 맘에 안 들어했던 오바마이기에, 화학무기 사용이 눈에 띄자마자 아사드를 까면서 반군을 지원해주었다. UN에서 푸틴이 난색을 표하는데도 오바마는 강경하게 아사드를 깠던 바 있다. 그런데 그 반군이 진화하여 IS가 되어버렸다. 아사드 이상의 문제거리가 된 IS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명분상으로나 실리상으로나 아사드 정권과 공조를 취해야 하는 입장이다. 특히 아사드와 가까운 이란과 중국이 아사드 정권과의 공조를 미국에게 강력히 요청하는 중이다. 작년까지는 아사드를 씹어먹을 태세였는데, 세계 정세가 참 무상한 것이다.

IS 덕에 이득을 본 최고이자 유일한 인사는 아사드다. 일단 자기 반대파가 대부분 IS로 가버렸으니 살아있기만 한다면 이후 무한 집권도 꿈은 아니다. 가장 골치아팠던 미국의 어그로도 IS가 다 가져가주었다. 아마 할 수만 있다면 아사드는 알 바그다디에게 키스라도 해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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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씐나! 화학무기로 학살하면 미국 니덜이 어쩔 거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사드 대통령의 속마음으로 추정


하지만 시리아와 이라크는 전망이 어둡다. IS는 현재 옛날 헤즈볼라와 싸우며 그들에게 배운 것인지 나름의 행정 역량을 발휘해 실제 통치 행위에 들어갔다. 그 통치 행위라는 것이, 행정 조직을 꾸리고 사회 기간 시설을 운영하는 것도 있긴 하다. 다만 그건 자동차, 핸드폰, 발전소 같이 실생활에서 뗄 수 없는 분야에나 그렇고... 자기들이 왜 극단주의자들의 국가인지를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서구의 독이라며 도서관에서 잔뜩 책을 꺼내 분서갱유를 시도한다던가, 이슬람 혁명 이후의 이란처럼 여성 인권을 무함마드 시절로 되돌려놓는다던가, 이교도들에 대한 세금을 팍팍 올린 후에 반항하면 학살해버린다던가 하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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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래봐야 저 도서들 죄다 디지털화 되어 있지만...
현대 과학 기술이 서구의 것이라며 마구 배척하는 행정은 행정이라 부르기도 병맛이다.


만약 IS가 이대로 세력 굳히기에 성공한다면 시리아와 이라크는 분단 상황에 들어가게 된다. 아마 IS의 영향으로 양국의 쿠르드 족은 연합하여 별도의 독립국가를 만들게 될지도 모른다. 설사 IS가 끝내 망한다 해도, 이미 한 번 독립국가와 칼리파의 맛을 보고 있는 수니파 극단주의자들이 쉽게 수그러들 리는 만무하니, 현재는 앞으로 더 이어질 난세를 예고한다 하겠다.

독립이란 단어는 은근히 사람 심장을 뛰게 하는 측면이 있다. 이는 쿠르드 족뿐만이 아니라, 드디어 칼리파를 다시 세웠다고 좋아하는 IS에게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칼리파의 회복이라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이 상당한 수의 수니파 이슬람교도들이 세계 각지에서 IS에 합류하고 있다. IS를 적대하기로 결정한 수니파 무장단체들도 있지만, 그 반대로 IS를 지지하거나 합류하는 단체들과 개인들도 꽤 있다. 중동,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합류하는 중인데,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젊은이'라는 점이다.

극단주의의 종합선물세트가 되어버린 IS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젊은이들. 대체 이 젊은이들은 왜 이러고 있는 것일까.

마지막이 될 다음 회에서 보자.





슈르나

편집 : 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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