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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0. 08. 수요일 

raksumi










지난번 먹는 것에 대해서 덜 쓴 것 같아서 추가합니다.


오늘은 칼로리의 허구성과 올바른 식습관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합니다.



1. 칼로리의 허구 


요즘 대부분 식품에 칼로리가 표기되어 있습니다. 식당의 메뉴판에도 과장 봉지에도 적혀 있습니다. 다이어트에 참조하라고 그런 것 같습니다. 어떤 음식에 지방이 10g 탄수화물이 10g 그리고 단백질이 10g이라고 칩시다. 지방은 1g에 9kcal 고 탄수화물과 단백질은 1g에 4kcal입니다. 이 음식의 칼로리를 계산하면 10*9 + 4 *9 + 4* 9로 총 170kcal입니다. 만일 이 음식을 먹었을 때 우리 몸은 어떻게 반응할까요? 음식의 성분대로 지방이 10g 생기고 단백질이 10g 생기고, 탄수화물이 10g이 우리 몸에 축적될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각종 영양분은 소화기관에서 흡수되는데 이 작용과 동시에 우리 몸에서 대사가 됩니다. 예를 들어 지방의 대사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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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대사과정



매우 복잡한데 참고로 빨간색 인슐린의 작용을 주목하십시오. (앞의 글 참조. 아무튼 인슐린이 지방 대사에서도 지방 생성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많은 부분이 에너지로 바뀌고 일부는 케톤으로 바뀝니다. 아, 물론 콜레스테롤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탄수화물 역시 에너지로 많이 쓰이지만, 나머지는 근육이나 간에 글리코겐-포도당-으로 저장되고, 그 외는 지방으로 변환됩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핵심은 우리가 '지방을 먹는다고 우리 몸의 지방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뒤에서 잠깐 언급하겠지만 지난 몇십 년간 미국에서는 저칼로리 음식 먹기운동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모두가 예상할 수 있습니다. 칼로리 높은 음식을 피하려고 저지방 우유를 선호하였고, 이제 완전히 우유의 스탠다드가 되었습니다. 심지어 무지방 아이스크림도 나왔습니다. 실 이것은 이제 저칼로리 먹기 운동은 실패로 규정지어도 되지 않나 싶습니다. 고칼로리 음식 섭취와 비만과의 상관성은 아직도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규정이 명확히 되고 우리가 잘 알고 있다면, 비만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더 복잡한 문제가 있습니다. 위키피디아는 칼로리를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물 1g을 1°C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이나, 물의 비열이 온도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히는 "1기압 하에서 14.5℃의 물 1g을 15.5℃까지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이다. 


1cal는 4.184J(줄) 이다.


여기서 칼로리는 알기 쉽게 자동차로 예를 들어 이야기하면 연료(디젤이건 가솔린이건)가 되겠습니다. 음식물은 아무튼 우리 몸에서 여러 대사 작용(연료가 소진되어 에너지를 내듯)을 거쳐 우리 몸의 에너지를 냅니다. 지방은 우리 몸의 가장 큰 에너지원, 그러니까 연료가 될 수 있습니다. 이 지방을 없애기 위해서는 운동을 해야 하는데, 그러니까 차로 이야기하면 달려야 연료(지방)가 없어집니다. 그럼 연료를 없애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기서 질문하나 해 봅시다. 


"휘발유 1L에 자동차는 몇 km를 주행할 수 있나요?"


이런 질문을 하면 욕을 먹을 겁니다. 차가 트럭인지 불도저인지 아반떼인지 에쿠스인지 혹은 티코 같은 경차인지도 알려주지 않았으니까요. 당연히 다 다를 것입니다. 제조사가 같은 똑같은 차라고 할지라도 주행거리는 운전 환경에 따라 차이가 날 수밖에 없습니다. 비포장도로인지 포장도로인지 시내 주행인지 고속도로 주행인지에 따라 엄청 달라집니다. 또 운전하는 곳이 시베리아 벌판인지 적도인지 아니면 비가 오는지 바람이 뒤에서 부는지 앞에서 부는지. 암튼 많이 복잡합니다. 


똑같이 만들어진 기계도 이렇게 복잡한데, 똑같은 경우가 없는 사람의 경우는 더 다를 것 같습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몸무게가 무거운지 가벼운지 그리고 나이는 어떤지, 또 가장 중요하게는 체질에 따라 달라집니다. 일반적으로 남자 그리고 몸무게가 무거운 경우에 그리고 나이가 어릴수록 같은 움직임에서 에너지 소비가 많습니다. '걷기는 시간당 몇 칼로리', '뛰기는 시간당 몇 칼로리' 이런 것을 현실에 천편일률적으로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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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kcal를 소모하기 위한 운동량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우리 몸의 연료가 지방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포도당이 있는데 아시다시피 운동을 처음 할 때 우리 몸은 지방보다 포도당을 먼저 에너지원으로 사용합니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9cal 만큼의 운동을 하면 지방 1g 이 제거되지도 않고, 9cal의 음식을 먹었을 때 지방 1g 이 생기지도 않습니다. 칼로리는 그냥 참고 하는 정도로만 합시다.


사실 이러한 '생리적 열량'이라는 것이 개념 자체는 틀리지 않았으나, 이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표현할 방법은 없습니다. 그리고 이 칼로리라는 개념은 1800년대 후반 에트워터의 실험에서 나왔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120년 전의 개념입니다. 아직도 우리가 이 개념을 사용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만일 칼로리의 허구에 대해서 더 자세히 알고 싶으신 분은 남세희의 '다이어트 진화론' 을 참조하시면 더 큰 도움이 되실 것입니다)



2. 포만감


솔직히 말씀드려서 몸무게를 줄이고 싶다면 운동 보다는 먹는 것을 줄이는 것이 훨씬 빠릅니다. 운동하면 근육량이 증가하여 처음에는 오히려 몸무게가 늘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계속하면 빠지기는 하겠지만. 결론은 덜 먹는 것이 몸무게 감소를 위해서 중요한데, 여기서 포만감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포만감을 느끼면 많이 못 먹으므로)


사람들은 포만감을 느끼는 기관이 2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물리적으로 느끼는 위이고 또 다른 하나는 중추 신경계입니다. 위가 음식물로 가득 찬다면 더는 못 먹을 겁니다. 위는 대단히 신축성이 뛰어난 장기로 많이 먹으면 배꼽 아래까지 내려옵니다. 그래서 다이어트 때문에 수술을 하는 사람들은 위를 잘라 주거나 위에 무엇을 걸어서 조금만 먹어도 포만감을 느껴 음식 섭취를 더는 못하게 합니다. 위암 환자같은 경우 어쩔 수 없이 위를 잘라내는데, 이 경우 많이 못 먹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먹다 보면 위는 늘어납니다. 참고로 위는 늘어나기는 하는데 조금 먹는다고 줄어들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도토리묵이나 우뭇가사리같이 양은 많고 흡수는 잘 안 되는 것을 먹으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됩니다. 사실 물만 먹어도 배고플 때 어느 정도 허기가 채워지는(것 같은)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매번 조금씩 먹다 보면 우리 몸이 적응해서 '아 이제 배부르다'고 느끼며, 조금만 먹어도 배부르게(것처럼) 됩니다. 계속 많이 먹는다면 우리 뇌는 그 정도는 먹어야 배가 부른 줄 알고 실제론 많이 먹었음에도 평소보다 조금만 덜 먹어도 배가 고픈 줄 알게 됩니다. 위를 줄일 수는 없으나 우리 몸에 그 크기를 적응시킬 수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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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적인 폭식으로 늘어나서 처진 위


또 다른 한가지는 중추 신경계의 작용인데, 중추신경계에는 여러 호르몬이 있어 포만감을 느끼게 합니다. 그런데 이런 포만감이 들려면 약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음식물이 들어온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호르몬이 나옵니다. 만일 폭식을 하게 된다면 중추 신경계가 느끼기도 전에 많이 먹을 수 있을 겁니다. 이런 경험은 다 한 번씩 있을 것입니다. 저도 예전 레지던트 할 때 맛있는 짜장면을 먹다가 응급 환자가 와서 해결하고 나니 결국 남은 짜장면을 다 먹지 못하고 버린 아픈 추억이 있습니다. (불어서 버린 것도 좀 있는 것 같기도) 간만에 고기 회식을 하는 데 전화가 와서 전화받고 왔더니 그 맛있는 고기가 별로가 되었던 적 다들 있으실 겁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포만감을 빨리 느낄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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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물리적 포만감을 위해서는 위에서도 잠깐 설명해 드렸다시피 부피는 큰 데 흡수가 잘 안 되는 그런 음식을 먹으면 됩니다. 묵이나 우뭇가사리 같은 것을 먹어도 좋습니다. 사실 이런 것들은 칼로리도 낮다고 알려졌습니다. 섬유질이 많은 음식도 좋은 데 과일이나 채소가 좋습니다. 다만 몸에 좋은 것이라고 많이 먹겠다기 위해 믹서로 갈아서 드시진 마십시오. 믹서로 갈게 되면 섬유소가 다 파괴되어 많이 먹을 수는 있으나 섬유 효소가 없어지게 됩니다. 참고로 섬유질은 식물의 세포에서 소화되지 않은 부분입니다. 섬유소(fiber)는 장에서 콜레스테롤에 붙어 제거를 용이하게 하고 게실염(Diverticulitis)을 감소시키며, 변비를 막아주고 장에서 박테리아 독(톡신)을 없애는 데 도움을 줍니다. 당연히 과일을 통째로 먹으면 다른 음식물을 많이 먹을 수 없습니다. 


또 중요한 한 가지는 지방과 단백질을 섭취하라는 것입니다. 왜 단백질과 지방이 많은 고기를 먹으면 속이 든든할까요? 그것은 소화가 잘 안 되기 때문입니다. 소화가 잘 안 돼 위나 장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많으므로 배가 부릅니다. 위에서도 잠깐 언급했듯이 지방을 먹는다고 다 지방으로 가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인슐린이 분비되는 탄수화물보다 지방이 덜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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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 비만율


맛있는 음식이 많고 미식가가 많기로 유명한 이태리와 프랑스의 비만율이 낮은 것에 주목하십시오. 반면 맛있는 음식이 드문 영국이 상위권인 것 역시 눈여겨봅시다. 과거 미국에서 저지방 다이어트가 유행하고 그 소모량 역시 줄었으나, 뚱뚱한 사람은 더 많이 늘었고 심장병 환자도 급증하였으며 동맥 경화 등 환자는 엄청나게 늘었습니다. 이는 저지방 다이어트의 실패를 의미한다고 봅니다. 반면 프랑스 사람은 푸아그라, 버터, 치즈 기타 등등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고도 미국 사람들보다 훨씬 날씬하고 아름답습니다. 단순히 많이 먹는다고 뚱뚱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반증입니다. 


지방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물질이고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영양분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저평가되어 있습니다. 저지방 우유를 먹어보면 정말 묽고 맛도 없고 배부르지도 않아 결국 다른 것을 먹어야 직성이 풀립니다. 베스킨라X스에서 무지방 아이스크림을 파는데, 무지방으로 만드느라 설탕을 많이 넣어 결국 탄수화물이 증가해 우리 몸의 지방은 불어납니다. 아무튼 탄수화물 대신 지방을 섭취 함으로 필요한 에너지도 확보하고, 저장된 지방이 분해되고 남은 케톤이란 물질은 식욕도 저하해 다이어트를 용이하게 할 것입니다. 그리고 미국이 몇십 년 동안 저지방 다이어트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왜 비만 조절에 실패했는지 상기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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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추신경계의 포만감을 위해서는 별거 없습니다.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라'


우리가 우리 애들에게 흔히 하는 말입니다. 물론 천천히 씹어 먹으며 음식을 잘게 부숴주고 침에서 나온 효소가 소화를 도와 체하지도 않지만 꼭꼭 씹는 사이에 위로 음식물이 천천히 넘어가고 그동안 중추 신경계의 호르몬이 나와서 우리 몸의 포만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그러니까 뇌에서 '어 이제 음식이 들어오네. 속도 좀 조절해야겠다.' 라며 '너 이제 배부르지?' 하는 사인을 보냅니다. 인슐린도 포만감에 어느 정도 작용을 하는데 만일 너무 급하게 먹는다면 당 수치가 급속히 올라가고 당 수치를 낮추기 위해 많은 인슐린이 출동하게 됩니다. 이는 다시 지방분해를 막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우리 딴지스들은 천천히 먹읍시다. 아니면 밥 먹다가 한 5분 정도 딴 데 갔다 오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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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생기기만 합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규칙적인 식사. 우리 몸은 항상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호르몬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 좋습니다. 어떨 때는 배가 몹시 고프고 어느 때는 배가 많이 부르면 항상성을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일찍 일어나는 것이 힘들어도 아침은 꼭 간단하게라도 챙겨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아침을 먹으면 끼니 중간에 간식을 자제하게 되고 자연히 점심시간이 되어서 배가 고프게 됩니다. (이는 인슐린 농도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아침 챙겨 먹는 것이 다이어트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직장인들은 회식때 폭식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장 다음 회식부터라도 위에서 제가 말씀드린 것 지켜봅시다. 비계도 좀 드시고 꼭꼭 씹어 천천히 드시고. 참고로 고기만 먹으면 밥이나 냉면을 많이 먹고 싶은데, 이때 참으면 그 다음날 속이 훨씬 좋습니다. 지방인 비계를 먹으면 밥이나 냉면 섭취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이것은 rabbit starvation과 연관 있는데 다음 기회에.)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 가지


'배부를 때는 먹지 말자'


배가 부른데도 뭘 먹는다면 포만감을 느끼는 것이 별 의미가 없습니다. 배부를 때 먹는 음식 중 소화된 것은 전부 잉여 영양분, 그러니까 지방으로 갑니다. (가끔 비만 목적으로 위 수술을 받으시는 분들이 수술 후 우울증에 빠지는데 이런 것과 연관이 있을 것 같습니다. 먹는 데 재미(?)가 들었는데 갑자기 적게 먹으니 우울해질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암튼 이는 수술 실패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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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ksumi


편집 : 나타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