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2015. 08. 06. 목요일

엘랑









로켓을 동쪽으로 쏴야 지구의 자전속도를 훔친다


우주선이나 인공위성을 쏠 때 동쪽 방향으로 쏜다는 것은 많이 아실 겁니다. 지구는 매우 빠른 속도로 자전하고 있어서 자전 방향인 동쪽으로 쏘면 덤으로 지구의 자전속도를 얻어서 인공위성이 지구에 추락하지 않는 위성속도를 내는 연료를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죠.


연료를 절약하면 같은 로켓으로 더 큰 우주선이나 인공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어서 효율이 좋아집니다. 로켓 발사중량에서 고작 2~3% 무게의 인공위성만 궤도에 올릴 수 있는데, 만약 연료를 1% 절약하면 그 1%만큼 더 무거운 인공위성을 쏠 수 있으니까 실제로 효율은 1%가 아니라 30~40%까지 좋아지는 셈입니다.


대부분의 인공위성은 일단 지구저궤도인 200~300km 높이까지 상승해서 위성속도인 7.8km/sec까지 속도를 내게 됩니다. 이후에 추가로 궤도를 변경하는 것이죠.


지구표면에 있는 모든 물체는 위도에 따라서 다르지만 적도에서는 최고 0.46km/sec의 속도로 이동하고 있는 셈입니다. 늘 지표면에 붙어있어서 못 느낄 뿐이죠. 만약 지구가 갑자기 자전을 멈추면 지구상의 모든 물체들은 엄청난 관성을 받아서 동쪽으로 날아가고, 건물은 모두 무너집니다.


하지만 극점에서는 속도가 0km/sec가 됩니다. 자전축이기 때문에 빙빙 돌기만 하고 수평방향으로 이동하는 속도는 없죠. 적도에서 가장 자전속도를 크게 느끼게 되고, 위도가 높아질수록 자전속도는 줄어듭니다. 우주선을 동쪽으로 쏘더라도 발사장의 위도가 극점에 가까울수록 덤으로 얻는 추가속도가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적도에서 동쪽으로 로켓을 쏘면 로켓은 7.34km/sec의 상대속도만 더 내면 돼서 효율이 젤 좋습니다. 반면에 극점에서 로켓을 쏘면 어디로 쏘든 7.8km/sec를 고스란히 다 내야 합니다. 반면에 적도에서 서쪽으로 로켓을 쏘면 8.26km/sec의 상대속도를 내야 해서 최악의 효율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거의 모든 로켓들은 용도에 따라서 극점을 향해 발사되는 한이 있더라도, 서쪽으로 쏘는 경우는 없습니다.



궤도경사각이란 무엇인가?


1.jpg


만약 인공위성이 적도를 따라서 날고 있으면 궤도경사각이 0°라고 합니다. 궤도경사각은 적도(지구의 자전방향)에 대해서 인공위성이 돌고 있는 궤도와의 각도차이 입니다. 자전축(극점)을 횡단하는 인공위성은 궤도경사각이 90° 입니다. 그리고 적도를 날면서 지구자전방향과 정반대로 돌면 궤도경사각은 180°입니다.


궤도경사각이 90°를 넘어가면 지구의 자전방향과 역방향으로 돌고 있다는 뜻입니다. 180°는 완전역주행이죠. 그런데 궤도경사각은 적도를 기준으로 남쪽/북쪽 어디로 쏘던 적도와 기울기 차이만 적용하고 +/- 개념은 없습니다. 180°도가 최고입니다.


왜냐면 적도에서 로켓을 발사해서 북동쪽 45° 각도로 쏘면 궤도경사각이 45°가 되는데, 남동쪽 45° 각도로 쏴도 역시 궤도경사각은 같은 45°가 되기 때문입니다. 혹시 남동쪽으로 쏘면 빙 돌아서 궤도경사각이 270° (또는 -45°) 아니냐고 할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남/북 상관없이 자전방향과 기울기 차이가 같으면 결국 같은 궤도를 도는 셈이라 그렇습니다.


북동쪽으로 쏘아 올린 인공위성은 지구를 한 바퀴 돌면서 반대쪽에 가서는 북쪽으로 올라가는 게 아니라 다시 남쪽으로 내려가게 되죠? 처음 쏠 때 남동쪽으로 향하는 궤도와 같은 방향을 돌게 됩니다. 남->북->남으로 방향을 계속 바꾸니까 똑같습니다.


처음에 설명했던 로켓을 동쪽으로 쏘는 원리에 의해, 대부분의 인공위성은 궤도경사각이 90° 이내로 쏘아 올려 집니다. 남쪽으로 쏘던, 북쪽으로 쏘던 극점을 기준으로 서쪽방향으론 잘 안쏘죠. 예외적으로 궤도경사각 96~97° 정도로 살짝 서쪽을 도는 인공위성들이 꽤 있습니다. 극궤도 위성이라는 건데, 그렇게 쏘면 태양동기궤도 어쩌구 해서 인공위성의 건강(?)에 효과가 좋기 때문입니다. 태양동기궤도에 대한 설명은 보다 심화학습에 해당하므로 오늘은 패스합니다.



궤도경사각의 차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냥 적도 바로 위를 도는 궤도경사각 0°로 로켓을 쏘면 효율이 좋은데, 뭐하러 방향을 북쪽/남쪽으로 섞어서 여러 궤도경사각을 만드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그것은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의 용도에 따른 차이 입니다.


2.jpg

[ 궤도경사각 90°에 근접하는 극궤도 인공위성이 지나는 궤적 ]


위 그림은 흔히 지구전역을 관측하는 첩보위성, 관측위성 등이 사용하는 극궤도위성의 궤적입니다. 위도 90°는 극점입니다. 몇 가지 이유로 인공위성을 남극점과 북극점을 횡단하는 궤도경사각 90°으로는 쏘아 올리진 않습니다. 대신에 극궤도에 근접한 80°~100°(극점을 중심으로 10° 이내로 동/서 방향으로 살짝 기울여서)를 도는 것을 극궤도라고 부릅니다.


극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은 저렇듯 지구 전역을 거의 커버하면서 상공을 지날 수 있습니다. 극점 상공을 정확히 지나진 못하지만 높은 고도에서 보면 약간 떨어진 곳도 보이니까 극점도 커버하는 셈이죠.


both.gif


극궤도 위성들은 대부분 고도 500~1,000km 정도로 비교적 낮은 고도를 날고 있습니다. 물론 큰 타원궤도나 더 높은 고도를 지나는 위성도 있지만 극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은 지구 전역을 정밀관측하는 용도가 많으므로 대기마찰로 지구로 추락하지 않는 범위에서 최대한 지표면에 가깝게 날아야 유리하기 때문이죠.


적도를 따라서 낮은 궤도경사각을 돌면 로켓의 효율이 높아져서 유리한데, 굳이 극방향으로 쏴서 지구 자전속도를 훔치지도 못하고 손해 보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3.jpg

[ 궤도경사각 51.6°를 돌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의 궤적 ]


위 그림은 현재 국제우주정거장이 돌고 있는 궤도경사각 51.6°의 궤적입니다. 적도를 중심으로 북위 51.6°/남위 51.6° 사이만 돌기 때문에 북유럽, 캐나다, 시베리아 등의 상공을 지나진 못합니다. 하지만 인류가 거주하고 있는 면적의 2/3, 전체 인류의 90% 이상의 면적을 커버합니다.


사실 우주정거장이 51.6°를 돌고 있는 이유는, 우주정거장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러시아가 지리적 이유로 처음부터 애용했던 궤도경사각이 51.6°라서 그렇습니다. 미국도 스카이랩이라는 우주정거장을 한번 쏘아 올렸는데, 그때는 28.5°로 쏘려다가 과학자들 반대로 50°로 올렸던 일도 있습니다.


우주정거장이 저런 궤도경사각을 갖게 되는 이유는 아래에 더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어차피 우주에 나가서 무중력 실험만 하고, 지상을 정밀관측 할 것도 아닌데 가뜩이나 무거운 우주정거장을 적도궤도에 쏘아 올리는 게 예산도 적게 들어서 더 유리하지 않냐고 하겠지만 그게 속사정이 그렇지 못합니다.


표면상으로는 우주정거장 궤도경사각 51.6°의 이유가, 대부분의 인간 거주지역을 커버할 수 있고 미국, 러시아 등에서 로켓을 쏴서 공통적으로 접근하기 편리해서라고 합니다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4.gif

[ 궤도경사각 28.5°를 돌았던 아폴로 우주선들과 우주왕복선의 궤적 ]


위 궤적은 아폴로 우주선들이 달에 가기 전에 머무르던 위성궤도입니다. 궤도경사각 28.5°라서 적도를 중심으로 남위/북위 28.5°까지만 지나게 됩니다. 허블 우주망원경도 저렇게 궤도경사각 28.5°를 돌고 있습니다. 우주왕복선들도 우주정거장에 도킹하는 몇 차례 임무를 제외하면 대부분 저 궤도경사각을 돌았습니다.


영화 '그레비티'를 보면 허블우주망원경을 수리하던 우주왕복선 비행사들이 추진력이 매우 약한 제트팩의 힘으로만 국제우주정거장까지 가는 게 나옵니다. 이거 완전 허구입니다. 그레비티의 리얼리티에서 가장 큰 허점이죠.


처음 로켓을 쏴서 우주선을 위성궤도에 올릴 때 궤도경사각이 결정됩니다. 그런데 한번 올라탄 궤도에서 궤도경사각을 바꾸는 건 천문학적인 추가에너지를 필요로 합니다.


지구에서 로켓을 쏴서 우주에 인공위성을 올릴 때 필요한 에너지를 100이라고 칩시다. 만약 적도를 따라 지구자전방향으로 도는 궤도경사각 0°에서 역방향인 궤도경사각 180°로 궤도를 바꾸려면 필요한 에너지는 160 정도가 됩니다. 거대한 로켓이 겨우 100의 에너지를 내서 조그만 인공위성을 우주에 올렸는데, 지상에서 발사하는 것보다 더 큰 에너지를 써야 역방향으로 돌 수 있습니다.


우주에서 랑데부(편집자 주: 우주공간으로 날아간 발사체가 기존 우주 궤도를 돌고 있던 비행체를 붙잡거나 근접하는 것)하려면 반드시 두 물체는 거의 비슷한 궤도경사각을 돌고 있어야 합니다. 궤도경사각 차이가 단 1°만 있어도 매우 큰 추가에너지가 필요해서 랑데뷰가 힘들어집니다. 국제우주정거장과 허블망원경은 무려 23.1°나 궤도경사각 차이가 납니다. 우주왕복선이 허블망원경에 랑데뷰 했다가 다시 우주정거장을 향해 날아가서 랑데뷰 하는 건 기술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고작 우주왕복선 주위에서 잠시 이동할 수 있는 제트팩이 무슨 슈퍼로켓도 아닌데 그리 큰 궤도경사각 차이를 극복하는 건 더욱 불가능하고요. 그냥 영화의 재미를 위한 허구적 설정입니다.


51u1t.gif

요렇게 쉬운 일이 아니란 말씀


서로 다른 궤도경사각을 돌아도 궤도가 겹치는 부분은 있으니까 시간을 기다리면 언젠가 만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빠른 속도로 서로 휙~ 지나쳐버려서 도킹은 현재 인류의 기술로는 불가능합니다. 반드시 두 물체가 같은 궤도경사각으로 같은 고도를 돌고 있어야만 랑데뷰, 도킹을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인공위성과 우주선은 처음에 정해진 궤도경사각에서 아주 미세한 수정만 가능할 뿐, 한번 궤도에 오른 뒤에는 궤도경사각을 수정하는 게 다른 행성이나 달의 중력을 훔치지 않고서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왜 궤도경사각 51.6도로 우주정거장이 돌고 있을까?


오늘의 하이라이트 입니다. 우주정거장은 왜 궤도경사각 51.6°로 돌고 있고, 아폴로 우주선은 왜 28.5°을 돌았을까? 이것은 각국의 주요 로켓발사장의 지리적 위치에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먼저 러시아를 봅시다. 러시아의 주요 로켓 발사장은 카자흐스탄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입니다. 소련 시절에 영토 중에서 비교적 낮은 위도에 위치하고 있었는데(지금은 카자하스탄), 로켓의 발사 위도가 적도에 가까울수록 지구의 자전속도를 훔쳐서 효율적으로 위성궤도에 우주선이나 인공위성을 띄울 수 있다고 처음에 설명했습니다. 소련은 고위도에 위치한 나라이므로 그나마 위도가 낮은 바이코누르에 우주기지를 건설했지만, 그래도 북위 45.6°라서 동쪽으로 로켓을 쏴도 얻을 수 있는 지구 자전속도는 0.32km/sec여서 적도에서 쐈을 때의 0.46km/sec에 비해 이득이 적습니다.


5.jpg

[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 ]


위 이미지는 구글어스를 써서 제가 발편집한 것입니다. 상태가 안 좋아도 양해 바랍니다. 바이코누르에서 정동 쪽으로 로켓을 쏘면 위 궤적으로 날아갑니다. 로켓의 궤적에 1단, 2단 로켓의 잔해가 추락하게 되죠. 로켓은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인지 우주로켓인지 처음엔 분간하기 어려워서 궤적에 걸쳐있는 타국들에게 안보위협을 줄 수 있습니다. 로켓을 쏠 땐 미리 국제기구를 통해서 통보하는 것이 관례죠.


바이코누르는 최초의 ICBM을 발사했던 기지입니다. 당시 바이코누르에서 발사한 ICBM이 일본 북해도 바로 위쪽의 캄차카 반도에 명중했었습니다. 위 궤적보다 살짝 윗쪽으로 쏜 셈이죠. 만약 바이코누르에서 지구의 자전속도를 최대한 훔치기 위해 정동쪽으로 로켓을 쏜다면 궤적이 몽골, 중국 만주, 일본 북해도를 지나게 되어 심각한 외교-안보적 문제를 야기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단분리한 잔해가 추락할 우려도 있죠.


소련은 바이코누르의 지리적 위치 때문에 로켓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발사하면서, 궤적이 자국영토만 거치도록 위도에 비해 약간 위쪽으로 로켓을 발사하곤 했습니다. 그 궤도경사각이 51.6°입니다. 정동 쪽으로 쏘면 45.6°로 형성되는데 비해 약간의 에너지 손실은 있지만 지리학적인 문제로 그렇게 발사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소련은 샬류트 1~7호, 미르 우주정거장을 저런 궤도로 쏘아 올려서 우주정거장 기술에 관해서는 세계 최강이었습니다. 훗날 소련이 망하고, 미국의 지원 아래 소련의 로켓과 기술을 활용해서 바이코누르에서 계속 발사된 우주정거장 건설로켓들은 여전히 궤도경사각 51.6°를 애용하였고, 마침 그 궤도가 인류의 주요 거주지역을 대부분 커버해서 과학적 목적에도 적합했던 것이죠.


바이코누르에서 북쪽으로 로켓을 쏴서 극궤도 위성을 만드는 것은 상관없습니다. 북쪽은 북극지방이라 문제가 없죠. 서쪽으로 로켓을 쏠 일은 핵전쟁이 나서 ICBM을 유럽에 쏠 때 빼곤 없습니다. 남쪽으로 쏘나 북쪽으로 쏘나 궤도경사각은 어차피 위도차이에만 기인하므로 똑같고, 남쪽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인도, 동남아 등지라서 궤도에도 문제가 있어서 안 씁니다.


바이코누르에서 우주로 로켓을 쏠 수 있는 각도는 위 그림처럼 주로 51.6° ~ 90° 극방향입니다. 만약 적도궤도를 사용하는 정지위성 등을 쏘려고 한다면 발사장의 위도가 좀 난감합니다. 그래도 러시아의 로켓 발사장 중에서 그나마 이곳의 위도가 낮으니, 로켓의 효율성을 크게 잃어버리더라도 궤도경사각을 발사하는 과정에서 틀어서 변경해야 겠죠.


보통 저런 경우 1, 2단은 낙하시 타국 영토에 떨어지지 않게 자국영공을 지나는 궤도로 하고, 마지막에 우주권에서 위성속도까지 가속하는 3단 이상은 궤도를 틀어서 궤도경사각을 수정하곤 합니다. 일단 로켓에서 분리된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은 매우 제한적인 추진력만 있어서 스스로 궤도경사각을 많이 수정할 수는 없습니다.


러시아의 발사장들은 적도궤도로 위성을 쏘아 올리기에 손해가 많은 곳들입니다. 똑같은 로켓이라도 적도상에서 쏘는 것에 비해 손실이 큽니다.


6.jpg

[ 미국 케이프커너배럴 KSC 발사장 ]


이번에는 미국입니다. 플로리다에 위치한 미국의 대표적인 로켓 발사장인 KSC 입니다. 아폴로 우주선, 우주왕복선도 죄다 저곳에서 쏩니다. 케이프커너배럴은 북위 28.5°에 위치합니다. 미국 본토 영내 중에서 가장 남단에 위치하죠. 적도에 가까워서 동쪽으로 로켓을 발사하면 지구 자전속도로 인해 0.4km/sec의 추가속도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적도에서 쏘는 것과 비슷하죠?


게다가 바이코누르가 내륙에 위치해서 타국 영공침해 문제가 있는 것에 비해, 케이프커너배럴은 동쪽이 망망대해 대서양입니다. 1, 2단 잔해가 떨어지는 곳에 우려가 없죠. 그래서 그냥 정동 쪽으로 로켓을 쏘곤 합니다. 그 결과 케이프커너배럴의 위도와 동일한 궤도경사각 28.5°에 아폴로 우주선이 진입했었습니다.


미국은 과거에 특정한 궤도경사각이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곤, 일반적인 우주선은 케이프커너배럴에서 궤도경사각 28.5°으로 쐈습니다. 제일 경제적이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국제우주정거장을 러시아와 협력하여 궤도경사각 51.6°에 건설하다 보니, 미국에서 발사한 우주왕복선이나 모듈들을 우주정거장에 보내는데 애로점이 생겼습니다. 궤도경사각 차이로 인해서 아무래도 케이프커너배럴에서 발사하는 최적의 효과에 비해 손실이 생기는 거죠. 그래도 우주정거장 건설의 핵심국가는 러시아였기에 어쩔 수 없이 미국은 손실을 보더라도 궤도경사각 51.6°로 우주왕복선을 보내야 했습니다. 원래 28.5°로 쏘는 것 보다 화물적재량이 다소 줄어들겠지만요.


위 그림을 보면 케이프커너배럴에서 동쪽으로 발사하여 28.5°로 쏘는 것에 비해, 북동쪽으로 기울여서 국제우주정거장이 돌고 있는 궤도경사각으로 맞출 때 궤도가 나옵니다. 역시 대서양을 지나서 내륙에 로켓의 잔해가 추락할 염려는 없죠.


케이프커너배럴에서 발사해서 적도궤도에 인공위성을 올려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그나마 적도에 가까운 저위도라서 바이코누르에서 로켓을 쏘는 것 보다 손실이 더 적습니다. 물론 적도상에 위치한 발사장에서 쏠 때 보다는 추가로 얻는 속도도 줄어들고, 궤도를 틀어야 하는 것에서 발생하는 손실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첩보위성이나 관측위성 등이 애용하는 극궤도로 쏠 때 케이프커너배럴의 위치는 안 좋습니다. 북쪽으로 쏘면 인구밀집지역인 미국 동북부를 관통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미국은 극궤도 위성(주로 첩보위성이 많음)을 쏘는 로켓 발사장을 따로 가지고 있습니다.


7.jpg

[ 미국 캘리포니아의 반덴버그 공군기지 ]


미국은 양쪽으로 대양을 끼고 있어서 참 좋습니다. 서쪽 남단의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만약 정남 쪽으로 로켓을 쏘면 일단 남극을 지나서 다시 북극을 횡단하므로 결국 극궤도가 됩니다. 북쪽으로 쏘면 또 서해안의 주요인구밀집지역에도 영향이 있으니까요.


반덴버그 공군기지는 뉴스 등에서 많이 들었을 겁니다. 왜 케이프커너배럴이 있는데 반덴버그에서도 로켓을 쏘는지 의아했을 텐데 저런 이유 때문입니다. 극궤도 위성은 특성상 미공군이 사용하는 첩보위성이 다수 포함되므로, 공군 관할의 군사기지에서 로켓을 쏘고 있습니다. 서쪽으로 로켓을 쏠 일은 거의 없지만 만약 서쪽으로 쏜다면 역시 반덴버그의 위치가 좋습니다.


케이프커너배럴이나 반덴버그는 모두 미국 영내에서 낮은 위도에 있습니다. 반덴버그에서 동쪽으로 로켓을 쏠 필요성은 별로 없지만, 남쪽으로 쐈을 때 태평양을 바로 관통해서 대륙에 걸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죠. 케이프커너배럴이 지구의 자전속도를 훔치기 위해서 인것과 이유가 다르지만 결국 위도는 비슷합니다.


8.jpg

[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 ]


적도상에서 로켓을 쏘면 가장 효율이 좋고, 적도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에도 적합합니다. 정지위성 같은 것이 대표적인데요. 유럽은 공동으로 로켓을 개발하면서 주도국가인 프랑스가 지배한 기아나에 로켓 발사장을 건설합니다. 기아나 우주센터는 북위 5.9°에 위치해서 거의 적도상에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정지궤도 통신위성도 유럽의 아리안 로켓을 통해서 적도 정지위성궤도까지 발사되는 편입니다. 지리적 입지상 가장 적합한 발사장이라서 비용면에서도 유리하기 때문이죠.


우리나라가 보유한 극궤도위성들(주로 저고도에서 지구를 정밀관찰하는 아리랑 위성 같은 과학위성들)은 뭐 아무 곳에서나 쏴도 상관없어서 바이코누르, 러시아의 ICBM기지, 미국 반덴버그 등에서도 발사되곤 합니다.


기아나 우주센터는 정동 쪽으로 로켓을 쏘면 대서양이라서 로켓잔해의 추락염려에도 안전합니다. 북쪽으로 쏘면 극궤도 위성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로켓 발사장으로는 위치가 매우 좋죠. 국제우주정거장에 화물선을 보낼 때도 역시 안전합니다. 거의 모든 궤도경사각에 만능이고 지구의 자전속도 역시 0.46km/sec까지 덤으로 얻을 수 있어서 최적의 입지라고 할 수 있네요.


9.jpg

[ 일본 다네가시마 우주센터 ]


일본의 우주로켓 발사장입니다. 위도는 북위 30.4°라서 미국의 케이프커너배럴과 비슷합니다. 여기서 동쪽으로 로켓을 쏘면 지구자전속도를 0.39km/sec 정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동쪽으로 쏘면 태평양, 극궤도를 위해 남쪽으로 쏴도 태평양입니다. 다른 나라의 영공을 지날 우려가 없어서 좋은 입지입니다. 북쪽으로 쏘면 우리나라, 중국, 러시아가 걸려서 당연히 못 쏘죠. 대신 남쪽으로 쏴도 북쪽으로 쏘는 것과 동일한 궤도경사각을 얻을 수 있어서 상관없습니다.


다네가시마에서 정동 쪽으로 로켓을 쏘면 궤도경사각이 위도와 동일한 30.4°가 됩니다. 일본은 독자적인 우주화물선 HTV를 통해서 국제우주정거장에 보급임무도 수행했었습니다. 그때는 궤도경사각 51.6°에 진입시키기 위해 북동쪽으로 로켓을 쏘는 게 아니라, 남남동쪽으로 쏩니다. 여러 차례 설명했듯, 궤도경사각이란게 남->북, 북->남으로 이동하는 양면성이 있어서 다네가시마에서 남태평양쪽으로 쏴도 궤도경사각 51.6°로 우주선을 진입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동쪽으로 쏴도 될 듯 하지만, 일본 내륙을 관통하기에 로켓 잔해의 추락우려로 그쪽으론 안 쏠거 같네요(정확한 사실은 모릅니다만, 입지를 보아하니 그렇다는 말입니다. 누가 확인해보세요).


91.jpg

[ 한국 나로 우주센터 ]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전라남도 외나로도에 있는 나로 우주센터입니다. 북위 34.5°에 있고 동쪽으로 쏘면 지구자전속도를 0.36km/sec를 훔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쪽~동남쪽에 걸쳐서 일본이 떡~하니 가로막고 있습니다. 로켓 잔해 문제와 발사초기의 저고도에서 영공침범 문제로 사용할 수 없는 방향입니다.


그렇다고 북쪽은 북한, 중국, 러시아가 있고 우리나라 내륙지방을 관통하면서 안 되죠. 결국 남은 방향은 정남 쪽으로 쏴서 극궤도 위성을 올리는 코스뿐입니다. 동해를 빠져나가는 틈새가 있긴 한데, 역시 내륙통과 문제로 안 됩니다. 오로지 남쪽으로 쏴야 하는 지리적 입지라서 로켓 발사장으로는 용도가 한정되어 있습니다.


나로 우주센터에서 만약 적도궤도의 정지위성을 쏜다고 치면, 엄청난 에너지 손실을 강요받아서 궤도를 틀어야 하는데 그 수준이 너무 큽니다. 나로 우주센터는 적도궤도나 국제우주정거장이 위치한 궤도경사각 51.6°를 사용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2021년에 우리나라의 독자로켓으로 달 탐사 위성을 쏘는 계획이 추진중입니다. 달에 가려면 보통 궤도경사각을 낮게 해서 가급적 달이 지구를 돌고 있는 공전면과 비슷하게 맞추는 게 유리하죠. 달에 가는 것도 일종의 랑데뷰라서 서로 궤도경사각이 같거나 엇비슷해야 합니다. 하지만 달은 중력이 크고, 덩치도 커서 대충 비슷하게 가면 자동적으로 달 중력권에 끌려서 랑데뷰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달탐사 위성은 극궤도로 쏘아 올려져서, 비교적 달로 가는 타이밍을 잡기 힘듭니다. 그리고 달의 중력권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케이프커너배럴에서 쏘는 것보다 더 정밀한 궤도조절이 필요합니다. 이 모든 난점이 다 일본 때문입니다.


이미지는 없지만, 중국의 로켓 발사장은 깊숙한 내륙에 있습니다. 북쪽으로 쏴서 극궤도를 얻으려면 러시아가 껄끄러워서 그쪽으론 못 쏘고, 대신 동쪽으로 쏴서 황해쪽이나 남동쪽, 남서쪽으로 쏴서 원하는 궤도경사각에 우주선과 인공위성을 진입시킵니다. 로켓의 잔해는 중국 영내로 추락하고 있지만 그런 문제 따윈 별로 신경 안 쓰는 것 같습니다. 역시 중국답죠.


또 한곳의 특이한 발사장이 있는데요, 이스라엘 입니다. 이스라엘은 독자 첩보위성도 쏘아 올리고 있죠. 그런데 이스라엘의 지리적 입지상, 동쪽은 적대관계인 중동국가들이라 어쩔 수 없이 서쪽의 지중해 방향으로 로켓을 쏩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에서 쏘는 로켓은 지구자전방향과 반대쪽이라 손실이 이만저만 아닙니다.


이제 궤도경사각이란 녀석에 대해서 대충 이해가 되셨나요?





 엘랑


편집 : 딴지일보 cocoa

Profile
Science wri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