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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8. 21. 금요일

너클볼러







2주 전, 우연한 기회에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의 프론트 맨인 나잠수와 쓸데 없는 뭔가를 상의하기 위해 서울 모처에서 만났더랬다. 뜬금없이 필자는 나잠수에게 다짜고자 인터뷰를 요청했고, 나잠수가 인정사정없이 받아 들이면서 진행된 인터뷰 전문이다. 다짜고짜 진행된 인터뷰인 만큼 다짜고짜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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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클볼러 : 다짜고짜 시작하는 인터뷰라도 인사는 하고 가자. 


나잠수 : 술탄 오브 더 디스코(이하 술탄)의 리더, 보컬,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나잠수다. 


너클볼러 : 다짜고짜 시작한 인터뷰인 만큼 다짜고짜 함 묻겠다. 인간 나잠수의 선택, 왜 음악이었나?


나잠수 : 이십 대 중반까지는 어릴 때부터 음악, 특히 헤비메탈을 접하고 좋아하게 되면서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음악을 자연스럽게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환경 속에 있었던 것 같다. 일곱 살 때 쯤 아버님이 가져오신 가정용 전자오르겐, 그리고 지금은 돌아가신 삼촌의 LP 덕분에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하고 경험하게 되었다. 그게 결정적이지 않았나 싶다.


너클볼러 : 집에 건반 하나 쯤 있고, LP 좀 있는 사람들이 모두 음악을 선택하는 건 아니다.


나잠수 : 많이 들었다. 집은 물론이고 아버님 차에서도 정말 많이 들었다. 삼촌은 음반 콜렉터였다. 대략 3,000장쯤 가지고 계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음악하라고 들려주셨나 싶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많이 들었다. 그리고 아버님 친구분 중 방송국에 계신 분이 있었는데, 그 분을 통해 1950년부터 1995년까지 해마다 100곡씩 빌보드 히트곡을 결산한 라이브러리를 얻게 되면서 정말 많이 듣기 시작했다. 그러다 중학교 때 헤비메탈을 듣고 나서... 망하게 된 거다.



뮤지션이 된 것... 망한 거란다. 



너클볼러 : 망했다는 말에 격하게 동감한다. 사춘기를 헤비메탈로 극복한 거구나?


나잠수 : 그렇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헤비메탈과 함께 보냈다고 할까. 당시 핫뮤직과 같은 잡지에서는 늘 ‘헤비메탈’이 최고의 장르라 부르짖었고, 왠지 헤비메탈을 하면 나도 록스타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너클볼러 : 그렇다고 모든 열혈 리스너가 뮤지션을 길을 가는 건 아닌데?


나잠수 : 고등학교 때 재미삼아 미디프로그램을 만지고 놀기 시작했다. 그게 시작이긴 했는데 그냥 취미였다. 곡을 만들고 완성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대학 진학 이후에 곡을 완성할 수 있는 정도가 된 것 같다. 그 즈음 음악 듣는 취향도 나름 다양해졌고, 좋은 곡을 써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기기 시작했다. 장비가 슬슬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너클볼러 : (웃음) 장비라... 안 봐도 비디오다.


나잠수 : 죽어라 알바를 시작해 장비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기쁜 마음으로 장비를 들인 후 2주만에 군대를 갔다. 


너클볼러 : 아니 나름 잘 나가는 밴드의 리더가 이렇게 허술할 수가.


나잠수 : 원래 군대를 일찍 가려고 준비하고 있던 차에 장비에 대한 욕심이 솟구쳤던 거다. 열심히 일해 장비 사고 나서 보니 2주 남았던 거지. 몸은 군대에 있고 장비는 집에 있는 그런 상황이었다.


너클볼러 : 마치 사귀던 애인처럼?


나잠수 : 그렇다. 그런 상황이다 보니 군복무하면서 음악에 대한 욕망이 더 커졌다. 


너클볼러 : 군에 있으면 애인이 더 막 그립고 사무치는 것처럼?


나잠수 : 군 복무 시절 대학동기인 김기조(현 붕가붕가레코드 수석 디자이너)에게 ‘붕가붕가레코드’의 소식을 전해듣고는 군 제대 후 나도 ‘붕가붕가레코드’에 합류하겠다는 의중을 전하기도 했다. 


너클볼러 : 그렇다면 김기조는 나잠수를 뮤지션으로 만든 원흉(?)으로 볼 수 있겠다.


나잠수 : (웃음) 사실 그때도 내가 음악인이 되겠다는 심각한 결심 같은 걸 한 건 아니었다. 사실 전공이 디자인이어서 나름 자동차 디자인을 업으로 삼으려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싸구려 커피>가 성공을 하면서 나름 목돈(?)을 쥐게 됐다. 원흉은 김기조라기 보다 바로 그 성공이었다. 그 때 전공이고 뭐고 음악을 함 제대로 해보자 그런 생각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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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알고 있는 바로 이 앨범



너클볼러: 장기하와 얼굴들의 등장 당시 이미지들을 보면 함께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나잠수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당시 나잠수를 뭘 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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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에서 세번째 처연한 표정의 나잠수



나잠수 : 다했다. 프로듀싱, 녹음, 자켓 디자인 그리고 장소제공까지... 


너클볼러 : 어머. 그렇다면 일등공신 아닌가. 그런데 주목은 장기하, 그리고 곰사장의 몫이었던 것 같은데?


나잠수 : 언론메이킹을 담당하고 있던 곰사장의 야망때문이었다. (웃음) 딱히 당시엔 그렇게 주목받고 싶었던 생각도 없었던 것 같다.


너클볼러 : 우리 거짓말은 하지 말자. 일종의 박탈감 같은 게 있었을 것 같은데?


나잠수 : 장기하와 얼굴들의 작업을 통해 많은 것들을 경험하고 느낄 수 있었다. 곡의 완성도에 대한 고민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었고, 기존에 장르나 스타일등에 집중했던 반면 곡을 대하는 태도와 표현방식, 그리고 구성에 대한 고민까지 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그리고 이것저것 많은 부분 참여하다 보니 수입도 좀 괜찮았다. 수입으로 상쇄시킬 수 있었다.


너클볼러 : 주목받고 있는 동료에 대한 분노를 수입으로 상쇄시킨 거구나?


나잠수 : 분노라기보다는 아쉬움과 부러움 같은 건 있었다. 그렇다고 내 공로를 내가 떠드는 건 멋 없다는 생각도 있었고, 언젠가는 알아줄테니 계속 잘 해보자 이런 생각들을 했던 것 같다.


너클볼러 : 장기하와 얼굴들이 그렇게 성공할거라 예상했었나?


나잠수 : 안될거라 생각했다 (웃음) 


너클볼러 : 안될 거라 생각했다면 왜 했나? 불나방도 아니고.


나잠수 : 재밌으니까 한번 해보자는 거였다. 그리고 어느 정도의 반응은 있을거라 생각했다. 


너클볼러 : 그럼 장기하와 얼굴들 앨범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뭐였나?


나잠수 : 그런 거 없다. 곰사장이 시켰다. 당시 내가 새 마이크를 하나 샀는데 “너 마이크 비싼 거 샀다며 녹음이나 해라” 이런 거다. 전화번호 하나 주고는 만나서 알아서 녹음해라. 그게 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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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악덕스럽지 아니한가



너클볼러 : (웃음) 전형적인 악덕사주 스멜이 난다. 이제 술탄 얘기 좀 해보자. 시작한지 10년이 되어간다. 대체 왜 만든 거냐?


나잠수 : 뭐랄까 의도하지 않고 저절히 생긴 일종의 이벤트 같은 거였다. 제대 후 붕가붕가레코드에 결합하면서 윤덕원(브로콜리 너마저), 곰사장, 김기조등과 자주 만났는데 당시 눈뜨고 코베인 합주실 겸 사무실에서 모여 수공업CD 라벨 붙이고 있는데, 윤덕원이 자기가 만들어 놓은 리프를 하나 들려줬고 어! 재밌는데. 함 해볼까 이러다가 시작된 거다.


너클볼러 : 윤덕원의 리프로 시작된 밴드라…


나잠수 : 사실 군 복무 시절에 휴가 나와 붕가붕가레코드 회식자리에서 뭔가 말도 안되는 걸 해보자. 가운데 멤버 하나는 누워있고, 뚱뚱한 멤버 하나가 하인들 데리고 나와 막 춤추고 하는 그런 밴드. 그냥 그 정도 컨셉만 얘기하고 말았는데 윤덕원이 ‘술탄 오브 더 디스코’라는 이름을 말했고, 내가 본격적으로 결합하게 되면서 술탄이 탄생하게 됐다.


너클볼러 : 레이블이 곧 술탄이였구나.


나잠수 : 그렇다. 레이블 멤버들이 그냥 재미삼아 시작한… 내 입장에선 곡을 쓰기 위한 일종의 습작의 기회이기도 했고, 다른 사람들도 이런저런 실험을 해보는 일종의 파일럿 같은 밴드였다.


너클볼러 : 그럼 데뷔는?


나잠수 : 눈뜨고코베인의 깜악귀가 술탄의 컨셉을 듣고는 자신들의 공연에 우리를 게스트로 세우겠다 선포를 했다. 그렇게 첫 공연이 결정됐다.


너클볼러 : 당시 눈뜨고코베인은 어떤 존재였나?


나잠수 : 높고 높은 선배였다. 저 정도의 밴드는 되어야겠다는 일종의 롤모델이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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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선. 배 Aka 롤. 모. 델


너클볼러 : 첫 공연이 지금도 눈에 선하겠다.


나잠수 : 멤버들끼리 없는 돈 각출해서 고속터미널 지하상가에서 괴상한 의상도 준비하고, 연습실이 없으니까 밤에 인근 초등학교 운동장가서 그림자보면서 동작도 맞춰보고 아…


너클볼러 : 개발독재를 경험한 부모님세대의 무용담을 듣는 듯 하다.


나잠수 : 좀 꼰대적으로 들렸나?


너클볼러 : 당연하다. 우리도 이렇게 고생했다. 뭐 이런 느낌.


나잠수 : 사실 시작은 취미생활과 같은 느낌이었다. 대단한 의지였다기 보다는 한번 재밌게 해보자는 식이었다. 그렇게 3명의 멤버로 시작했다. 그러다 무하마드 B마니가 탈퇴를 했고, 무스타파 더거(윤덕원)은… 내가 짤랐다.


너클볼러 : 아니. 술탄 결성의 일등공신을 자르다니?


나잠수 : 사실 연습도 잘 안나왔다. 브로콜리 너마저로 바쁘기도 했고, 스케치북 나갔다는데 혼자 안무 방향 막 틀리고, 그 뿐이 아니다. 자기 음악하다 쌓인 분을 술탄에 와서 막 풀기도 했다. (웃음)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를 막 쏟아내기도 했고… 


너클볼러 : (웃음) 연습도 안오고 맘에 안드는 터에 잘됐다. 안무 틀린 김에 해고다. 이런 거구나?


나잠수 : 사실 1집 발매 이후 자연스런 결과였다. 처음 술탄은 재밌는 취미생활과 같은 거였는데, 개인적으로 1집을 통해 웃기고 자빠진 컨셉밴드가 아닌 음악으로 인정받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실 나 역시 그리 열정적인 입장은 아니었다. 1집 발매 후 공연을 진행하게 되면서 뭔가 제대로 갖춰지기 시작했다. 1집 발매 후 공연을 진행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멤버를 섭외하기 시작했고, 덕분에 공연 퍼포먼스도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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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전 윤덕원(무스타파 더거)의 모습 (가운데)



너클볼러 : 사실 결성하고 2008년 싱글 요술왕자, 2010년 EP Groove Official, 2013년 1집 Golden Age가 나오기까지 상당히 긴 호흡으로 밴드가 달려왔는데 1집을 통해 얻은 교훈은 뭔가?


나잠수 : 오래 고민해서 만들지 말자. 똥 싸듯이 곡을 써야 한다. 이거다.


너클볼러 : (웃음) 똥 싸듯이라 말이 쉽다.


나잠수 : 이런 거다. 졸라 고민하고 노력한 곡들도 있고, 똥 싸듯이, 쾌변 보듯이 나온 곡들도 있다. 노력과 고민이 꼭 만족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거다.


너클볼러 : 장기하와 얼굴들에 이름을 잔뜩 올렸듯이 술탄의 1집에도 작사, 작곡, 프로듀싱 등 많은 것들을 했다. 전반적으로 모든 작업을 스스로 해내야 하는 상황. 이게 장단점이 있을 것 같다.


나잠수 : 일단 내가 음악에 있어 남을 잘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웃음) 솔직히 돈이 없어 혼자 여러가지를 할 수 밖에 없는 객관적인 상황이 존재한다. 상황이 넉넉하지 않으니까. 그리고 저렴한 비용으로 상황에 맞춰 어중간한 결과물을 뽑아내느니 차차리 내가 해결하는게 낫겠다는 나름의 판단도 있었다. 내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을 내가 모두 컨트롤 할 수 있다는 좋은 점도 있다. 


너클볼러 : 그렇다면 함께하는 멤버들 얘길 좀 해봐야 겠다. 1집 이후 지금의 멤버로 술탄의 진용을 갖추게 됐다. 지금의 멤버들은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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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탄 오브 더 디스코



나잠수 : 일단 지금의 멤버들과는 잘 맞는다. 비슷한 음악적 취향을 공유하고 있고, 멤버들간의 이견이 합의로 잘 이어진다. 기본적으로 내가 만들어내는 곡들에 대해 존중해 주는 편이다. 창작에 대한 충돌이 없다. 그래서 다른 멤버들 각각 활동에 대해 나름대로 열심히 지원해주고 있다. 베이시스트 ‘지(지윤해)’의 다른 밴드 파라솔 EP도 내가 녹음, 믹싱 등을 해줬다.


너클볼러 : 무급으로?


나잠수 : 돈 조금 받았다.


너클볼러 : 무급도 아니면서 생색은… 멤버간의 위기는 없었나? 다양한 멤버들이 함께 한다는 게 말처럼 그리 쉬운 게 아닌데.


나잠수 : 아직까진 없었다. 밴드가 잘 되면 그때부터 위기가 생기는데, 술탄은 아직 그 정도로 잘 된게 아니기 때문이겠다.


너클볼러 : 그럼 술탄이란 배는 순항 중이라 볼 수 있는건가?


나잠수 : 술탄이란 배가 출발할 때 목적지를 정하지 않았다. 목적지에 도달하는 것보다 침몰하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순위, 판매, 인기등의 목표보다는 우리가 하는 음악의 존재에 더 높은 가치를 뒀다. 술탄의 음악이 존재한다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한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술탄이란 배는 여전히 순항 중이라고 볼 수 있겠다.


너클볼러 : 그럼 1집 Golden Age는 성공적이었다고 보나?


나잠수 : 사실 1집이 나오기 전까지의 술탄은 상당히 헐거운 밴드였다. 6-7년의 시간이었는데 그 시간에 의미를 부여해준 게 바로 1집이었다. 그리고 1집 이후 공연을 준비하고 선보이면서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으로 뭔가를 해 볼 수 있겠구나라는 확신도 갖게 됐다. 각종 페스티벌에 참여해 콘돔으로 가장한 건강팔찌 등을 나눠주는 이벤트나, 공연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을 통해 재밌게 해볼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판매량등의 수치로 성공했다고 보기엔 힘들지만 밴드로서의 음악적 성취, 이런 측면에서는 성공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너클볼러 : 1집의 확신은 ‘탱탱볼’이라는 싱글로 이어졌다.



'탱탱볼'



나잠수 : '탱탱볼' 아이디어는 사실 1집 발매 직후에 바로 나왔다. 사실 1집에서 아쉬웠던 것 중 하나가 많은 대중들에게 어필할만한 강렬한 트랙이 없었다는 건데, '탱탱볼'은 그런 아쉬움을 좀 해결해 줄 수 있는 곡이었다. 데모부터 시작해서 매우 빠르게 진행되었던 곡인데 1집에 같이 넣지 못한 게 아쉽다. 1집에 들어갔더라면 1집의 전체적인 구성이 훨씬 더 보기 좋지 않았을까 싶다.


너클볼러 : 나잠수, 혹은 술탄이 생각하기에 '탱탱볼'이 대중들을 흡입할 수 있을 곡이란 거구나?


나잠수 : 방송을 많이 못 탔을 뿐이지 사람들이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흥이 있는 곡이라 판단했다. 그래서 싱글이었지만 정규 1집 앨범보다 더 큰 프로젝트로 진행됐다. 뮤직비디오에만 1천만원 정도의 제작비를 투입했다. 제작비만큼의 퀄리티를 뽑아내지 못한 게 살짝 아쉽긴 하지만…


너클볼러 : '탱탱볼'이 1집 이후 만족스러웠던 싱글로 보여지는데 그 다음 싱글이었던 '웨ㅔㅔㅔㅔ'는 어땠나?



'웨ㅔㅔㅔㅔ'



나잠수 : '탱탱볼' 이후 싱글이 새로운 곡을 선보여야 할 타이밍에 똥 싸듯이 '웨ㅔㅔㅔㅔ'가 나와줬다. '탱탱볼'이 후크송이라면 '웨ㅔㅔㅔㅔ'는 후크로 시작해서 후크로 끝나는 곡이었다. '탱탱볼'만큼의 괴상한 후크는 아니었지만 '웨ㅔㅔㅔㅔ'도 파급력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주어진 환경을 고려해 빠르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했다. 뮤직비디오를 직접 연출한 것도 그 이유다.


너클볼러 : '웨ㅔㅔㅔㅔ' 공개되기 전 벙커1에서 음감회를 진행했었다. 그 때 공개되기 전 '웨ㅔㅔㅔㅔ'의 싱글을 곰사장이 랩이 들어간 버전과 들어가지 않은 버전 이렇게 두 가지를 전달해 줬던 기억이 난다. 술탄의 곡에 랩이라… 이런 생각이 들어더랬다.


나잠수 : 사실 랩은 처음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너클볼러 : 술탄이 추구하는 디스코, 소울, 훵크에 랩이 왠말이냐. 이런 생각이 살짝 들기도 했었다. 게다가 술탄 최초의 협업이기도 했고.


나잠수 : 정확하게 '웨ㅔㅔㅔㅔ'는 술탄이 추구했던 70년대 디스코보다 좀 더 뒷세대 음악이다. Rick James가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Rick James의 Superfreak, 그러니까 M.C. Hammer의 You Can’t Touch This의 원곡이기도 했던 Superfreak을 모티브로 삼았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랩이 필요했다. 그래서 힙합 프로듀싱하고 동료들에게 많이 물어봤다. 누가 좋을 지. 그 과정을 통해 블랙넛과 함께 작업하게 됐다.



Rick James 'Superfreak'


너클볼러 : 블랙넛, 이제는 매우 익숙한 이름이다. 


나잠수 : 고민을 하고 조언을 들으면서 '블랙넛'이 좋겠다 생각했다. 일단 대중에게 그렇게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이었고, 당시 몇몇 괴작들로 서서히 주목을 받고 있기도 했었다. 게다가 김간지와 친분도 있어 조금 더 편한 측면도 있었다.


너클볼러 : 그냥 달랑 폼 안나게 블랙넛만 후보였나?


나잠수 : 후보가 몇몇 있었다. 당시 랩 피쳐링에 있어 가장 중요하다 생각했던 건 바로 좋은 목소리와 발음을 겸비한 랩이었다. 그런 지점에서 블랙넛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고민이 됐던 건 블랙넛이 술탄의 음악에 피쳐링을 함으로서 술탄의 이미지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정도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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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알고 나도 아는 블랙넛



너클볼러 : 역시 스타다운 고민이다.


나잠수 : 역시나 힙합전문가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대개 좋은 반응이었다. 그리고 시기적으로 나쁘지 않다는 반응도 있었다. 


너클볼러 : 시기라니? 변성기라도 앞두고 있었나?


나잠수 : 당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힙합 씬에서 매우 긍정적인 반응들을 이끌어내고 있던 주목받기 시작하던 타이밍이라 그랬던 것 같다. 더 뜨기 전에 잡아서 피쳐링하라는 머 그런... (웃음)


너클볼러 : 그럼 녹음할 때 느낌은 어땠나?


나잠수 : 솔직히 놀랐다. 내 생각보다 더 잘했다. 지금도 블랙넛의 랩을 들어보면 알겠지만 딕션이 너무 좋다. 발음과 리듬도 너무 좋고...


너클볼러 : 많은 사람들이 블랙넛을 쇼미더머니를 통해 알게되었는데 쇼프로와 실제 실력을 다르다고 봐도 되는 건가? 지금껏 실력을 볼 수 있는 장면들은 별로 없었던 것 같고... 일종의 가쉽 메이커로 자리잡고 있는 거 같은데?


나잠수 : 나도 그런 느낌을 받는다. 발음도 잘 안들리는 듯 하다. 랩퍼로 매우 정확하고 펀치라인도 훌륭한 친구다. 블랙넛의 '100'이라는 곡을 함 들어봐라. 어떤 랩퍼인지 알 수 있을 거다.


너클볼러 : 블랙넛에게 피쳐링을 의뢰하면서 곡을 전달했을텐데 그 때 블랙넛의 반응은 어땠나?


나잠수 : 마음에 들어했다. 멤버인 김간지(드러머)와도 친분이 있었던 터라 술탄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고…


너클볼러 : 현재 쇼미더머니를 통해 이슈메이커가 된 블랙넛을 보면 어떤 느낌이 드나? 나름 훌륭한 콜라보를 진행했던 동료 뮤지션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나잠수 : 슬기롭고 영민한 친구라 잘 할거라 생각한다. 아마 자기가 사전에 모두 기획한 걸 꺼다. '쇼미더머니로 성공한 다음에 망하고 추락할 거다. 그 다음 자숙의 앨범을 낼 거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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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클볼러 : 술탄에게 '웨ㅔㅔㅔㅔ'는 새로운 시도 그 자체였던 거구나?


나잠수 : 그렇다. 곡을 만들 당시의 내 취향을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고. 랩을 비롯해 다양한 시도들을 해봤다. 그리고 블랙넛과의 콜라보를 통해 새로운 대중들의 반응을 경험하기도 했다. 다만 12월에 발매한 탓에 연말과 신년 분위기에 묻혀 오래 가지 못한 게 아쉬운 부분이다.


너클볼러 : 1집 이후 공개된 두 곡의 싱글 '탱탱볼'과 '웨ㅔㅔㅔㅔ' 중 만족도는 어떤 곡이 더 높았나?


나잠수 : '웨ㅔㅔㅔㅔ'가 좀 더 좋았다.


너클볼러 : 좋다. 그럼 자연스럽게 다음 싱글은 'SQ(We Don’t Need No EQ IQ)' 얘기 좀 해보자. 세계적인 프로듀서 토니 마세라티와 함께 작업한 곡이다. 어떻게 나오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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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마세라티 : 제임스 브라운, 레이디 가가, 그리고 조용필과도 함께 작업한 프로듀서



나잠수 : 토니 마세라티와 작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원하는 곡을 만들어낼 시간이 없었다. 일종의 궁여지책으로 나온 곡이다. 거기서 오는 한계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전작 '웨ㅔㅔㅔㅔ'보다 대중적이지도 않을 것 같았고, 멜로디의 통일감, 곡 전체를 아우르는 유기적인 테마도 부족했다. 


너클볼러 : 그 모든 부족이 시간적인 제한때문이었나?


나잠수 : 시간도 시간이지만 내가 좋은 영감을 받고, 창작을 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아니었던 것 같다. 솔직히 힘들었다. 곡을 작업하는 동안 확신도 서지 않았고…


너클볼러 : 곡은 그렇게 나왔다 치고, 토니 마세라티와의 후반작업은 어땠나?


나잠수 : 오히려 후반작업, 편곡, 세션의 추가등으로 인해 그나마 힘들게 잡았던 테마가 흐트러진 느낌이다. 


너클볼러 : 토니 마세라티에게 항의라도 하지 그랬나. 헤이 마세라티 왜 내 곡을 이렇게…


나잠수 : 무서워서 못했다. (웃음)


너클볼러 : 스타답지 못하다. (웃음) 


나잠수 : 일단 우리에게 어떻냐고 묻지도 않았다.(웃음) 이거 이렇게 하고, 이건 노노노노노! 이 정도만 우리에게 이야기했을 뿐이다 (웃음) 사실 SQ(Sexual Quotient)등의 개념을 집어 넣어 전체적인 테마를 유지하려고 했는데 토니 마세라티의 편곡을 거치면서 화려한 세션에 조금 흐트러졌다는 생각이다. 


너클볼러 : 마치 마빈게이가 레이블에 앨범에 대한 전권을 요구하기도 했듯이 우리 음악은 우리가 해야 잘 한다 뭐 이런 느낌이 들면서 동시에 나름 좋은 경험이 되었겠구나 싶기도 한데.


나잠수 :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결과물에 대한 호불호보다 함께 작업하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것을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었다. 앞으로 ‘내가 마세라티랑 작업해봐서 아는데… 오.. 노노노' 이런 말도 해볼 생각이다.


너클볼러 : 미국가서 못된 것만 배워왔구나.


나잠수 : (웃음) 함께 대책회의를 하고 고민하던 끝에 국내버전과 유니버셜 버전을 따로 가기로 했다. 국내버전은내가 의도했던 것들을 살리기 위해 새롭게 편곡해 공개했고, 유니버셜 버전은 토니 마세라티의 버전으로 공개했다. 비교해 보시는 것도 재밌을 거다.



'SQ(We Don’t Need No EQ IQ)' - 내수용버전



너클볼러 : 이번 싱글 SQ에 대한 기사들을 살펴보니 하나같이 토니 마세라티와의 협업 정도만 언급되고 말더라. 이런 얘긴 나도 처음 듣고, 인터뷰를 보는 분들도 처음 듣는 게 아닐까 싶다.


나잠수 : 솔직히 값진 경험을 했다. 프로덕션 스케쥴, 그러니까 제작일정, 제작 업무, 타이트한 관리 그것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프로페셔널한 프로세스등을 체험하면서 멋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반면에 곡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아쉬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너클볼러 : 나는 사실 SQ 도입부에서 예전 미드, 그러니까 8-90년대 스릴러물의 시그널 같은, 초반부터 듣는 이를 긴장감에 몰아넣는 매력을 느꼈다. 의도한건지는 모르겠지만…


나잠수 : 그렇게 봐주니 고맙다. 그게 사실 토니 마세라티 버전에서는 빠져 있었다(웃음) 사실 6,70년대 시그널 음악들이 다음에 나올 2집의 테마포인트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최고로 꼽는 ‘아이언사이드’의 시그널 같은 곡들 말이다. 퀸시 존스가 만든 곡인데 고급스럽고 어색하지 않은 재즈의 느낌들을 재현하고 싶은데 가능할 지 모르겠다.


너클볼러 : 모든 작업이 끝난 뒤에 토니 마세라티에게 따로 연락은 왔나?


나잠수 : 안왔다. 사실 토니 마세라티도 우리곡을 안 좋아했던 것 같다. (웃음)


너클볼러 : (웃음)


나잠수 : 사실 '탱탱볼'을 먼저 듣고는 토니 마세라티가 ‘좀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겠다’고 하더니 'SQ'를 듣고는…


너클볼러 : 듣고는?


나잠수 : ‘어디서 들어본 것 같다’고 하더라. 


너클볼러 : 푸하하.


나잠수 : 그러고 나서는 반나절동안 비슷한 노래가 있는지 찾아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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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검색 좀 해보자고.



너클볼러 : 으아… 반나절 동안... (웃음) 사실 그 것도 값진 경험이긴 했겠다.


나잠수 : 근데 애초에 계속 데모를 보내줬는데 작업 시작하는 날 그러는 걸 보니 지금까지 안들어봤을 수도 있겠구나 싶더라 (웃음)


너클볼러 : 뭐든 닥쳐야 시작하는 습성은 국경을 초월하는 것 같다. (웃음) 최근 발표한 싱글 SQ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눠 봤는데 술탄의 프론트맨 입장에서 술탄의 음악은 어느 정도의 궤도에 올랐다고 보나?


나잠수 : 60%정도는 된다고 본다. 지금과 같은 활동을 유지하는 것도 유의미하다고 본다.


너클볼러 : 어떻게 보면 정규앨범 1장으로 국내를 포함한 세계 유수의 페스티벌에도 참가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은 것 같은데?


나잠수 : 사실 영국의 글레스톤베리 락 페스티벌에 다녀와서 우리의 위상의 크게 바뀔거라 기대하지 말자는 얘길 했었다. 그냥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는 정도의 에너지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섬머소닉이나 올해 5월에 캐나다에서의 공연도 그 유지를 가능하게 하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제공해 준 계기가 아닌가 싶다. 멤버들간의 사이가 매우 좋은 편이라는 것도 에너지에 한 몫 하는 것 같다.


너클볼러 : 멤버 중 좋은 관계를 유지하게 해주는 키 플레이어가 있나?


나잠수 : JJ.핫산이 그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전 멤버가 큰 집착없이 쿨함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지분에 있어서도 평등하고.


너클볼러 : 나잠수는 술탄의 프론맨이기도 하지만 송라이터, 엔지니어 혹은 프로듀서로도 불린다. 술탄 외에 어떤 작업들을 해왔나?


나잠수 : 우선 붕가붕가레코드의 소속된 밴드의 앨범에 대부분 참여한다. 그리고 지금은 떠났지만 장기하와 얼굴들의 앨범에도 계속 참여하고 있고, 이디오테잎, 한음파, 언체인드, 피해의식, 파라솔 그리고 곧 나올 힙합뮤지션 제이통 등의 앨범에 엔지니어, 프로듀서로 참여해왔다.


너클볼러 : 참여한 앨범을 놓고 보면 일렉트로닉, 힙합, 정통 헤비메탈까지 장르적으로 다양한 스펙트럼을 엿볼 수 있는 것 같다.


나잠수 : 기본적으로 대개 밴드 음악의 엔지니어, 프로듀서로 참여해왔고, 기존 한국 음악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두꺼운 드럼 사운드 등을 만들어내면서 내 스타일을 구축해 왔다. ‘내가 만들어내는 음악’을 정립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너클볼러 : 엔지니어, 프로듀서로 참여했던 앨범 중 가장 아쉬웠던 앨범과 만족감이 높았던 앨범을 꼽아 본다면?


나잠수 : 우천 언체인드 싱글이 가장 아쉽다. 언체인드 형들에게 말한 부분이기도 한데, 장비 상태가 좋지 않았던 이유도 있었다. 만족감이 높았던 앨범은 장기하와 얼굴들의 3집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협업이 매우 수월했다. 생각해보니 언체인드의 경우 멤버분들이 부산에 계시다 보니 의사소통을 꾸준히 하는데 한계가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너클볼러 : 뮤지션으로서, 엔지니어로서 나름 괜찮은 행보를 하고 있는 듯하다.


나잠수 : 사실 난 음악하는 사람으로서 복 받은 편이다. 뮤지션과 엔지니어를 겸업하면서 경제적인 문제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상황이니까. 그러다보니 요즘엔 솔로앨범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술탄도 그렇고 누군가의 앨범 참여하는 입장도 그렇고 모든 게 누군가와 조율하고 협의 한 결과물이다 보니 나잠수 개인으로 귀결될 수 있는 음악적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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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 받은 뮤지션



너클볼러 : 그래도 역시 술탄의 '나잠수'가 가장 잘 어울리는 듯 하다. 술탄의 역사가 8년쯤 되고, 소속 레이블인 붕가붕가레코드는 10주년을 맞이했다.10주년을 기념하는 레이블쇼를 진행하기도 하는데.


나잠수 : 나름 의미있는 기획들을 하기도 했는데, 10주년 기념 레이블쇼만 진행하고 조용히 넘어가자는 의견으로 모아지고 있다. 나는 그게 더 쿨한 것 같기도 하다. 뭐 고작 10년 가지고… 10년 했으니까 쿨하게 공연 한번 하고 앞으로도 잘 해보겠다 이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누군가에겐 장기하의 성공으로 기억될지도 모를 붕가붕가레코드의 리뉴얼도 준비하고 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키치함, 우스꽝스러움을 걷어내고 새로운 뭔가로 채워 넣을 생각이다. 여건상 쉬운 건 없겠지만 변화를 통해 재미를 찾아나가는 과정으로 만들어 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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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가붕가레코드의 10주년 기념 레이블쇼. (8월 22일 / 29일)



너클볼러 : 잘 될 것 같나. 10년을 지속해온 레이블의 변화를 만들어 낸다는 게?


나잠수 : 일단 김기조가 본업으로 너무 바쁜 게 문제고... 예전에 '똑똑함'하면 곰사장이었는데, 이제 나이를 먹었는지 뇌 활동이 확실히 예전같지 않다는 것도 문제인 듯 하다.


너클볼러 : 곰사장은 나잠수의 작은 키를 지적하기도 하던데.


나잠수 : 자기는 뭐 뚱돼지면서...(웃음)



그들의 관계가 어떤 모습인지 대충 그려진다.



너클볼러 : 다짜고짜 한 인터뷰치고는 너무 많이 했다. 팬들이야 지금까지의 술탄 행보를 훤히 알고 계실 거고, 술탄을 몰랐던 분들에게 술탄 입문용 곡을 좀 추천해 봐바라.


나잠수 : 1집에 수록된 '캐러밴'과 싱글 '탱탱볼'이 어떨까 싶다. 조만간 싱글을 하나 더 발표할 생각이고 내년 상반기 안에는 새로운 정규앨범을 발표하려고 준비 중이다. 딴지뮤직에서 1집 앨범을 정가로 구입해주시면 그에 걸맞은 좋은 곡들의 쫙쫙 나와주지 않을까 싶다.





너클볼러 : 시키지도 않았는데 고맙다. 끝으로 인사 한마디 하고 안주 좀 먹자.



나잠수의 입문용 추천곡 '캐러밴'



나잠수 : 계속 음악을 하게 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솔직히 누군가 음악을 하겠다, 생업으로 하겠다고 하면 무조건 말린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훌륭한 창작열이 생계의 문제로 사라지는 경우도 숱하게 보아 왔다. 지금 현실이 그렇다. 그나마 나는 음악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수준 정도가 되었다. 늘 복 받았다 생각하고 있고, 팬과 동료 뮤지션을 포함한 많은 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 이렇게 계속 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감사하다.


너클볼러 : 수고했다. 술탄의 나잠수, 뮤지션 나잠수, 엔지니어 나잠수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기를 기대하겠다. 안주 좀 먹자.


나잠수 : 안주 하나 놓고 이렇게 터는 게 말이 되나. 안주 하나 더 시켜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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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짜고짜 아무런 준비없이 시작한 인터뷰는 2시간을 달려서야 끝이 났다. 인터뷰를 마치고 밴드로 돌아왔다고 전해진 '원더걸스'에 대해 묻자 나잠수는 JYP에서 원더걸스 새앨범 곡 요청이 들어와 한곡 보냈으나 연락이 없다는 말을 했다. 나잠수는 분명 하고 싶은 음악을 하며 풍족하진 않아도 먹고 살 수 있는 상황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정도의 경우도 흔치 않다는 거, 하늘도 알고 땅도 알고 있는 엄연한 현실이다. 굳이 나잠수처럼 전방위적으로 활동하지 않더라도 많은 이들이 음악으로 먹고 살 수 있는 날이 좀 왔으면 싶다. 나잠수는 이에 대해 그런 날이 오지 않을 것이라 단호하게 말했다. 그럼에도 정말로 많은 이들이 음악에 전념하고 있다. 음악을 하고 있는 뮤지션의 미래는 여전히 '흐림'이나 우리의 귀꾸녕은 여전히 수많은 음악들에 의해 호강하고 있음을 한번 쯤 되새겨 볼 필요가 있겠다. 









너클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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