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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똥꼬

2014-10-13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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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물 추천8 비추천-1

2014. 10. 13. 월요일

딴지팀장 꾸물








2014년 8월. 여느 때처럼 살인적인 업무와 더위에 허덕이는 와중에 이사한 집의 짐 정리며 세간살이도 채 갖춰지지 않아 죽을 똥 살 똥을 찔끔찔끔 흘리고 있었다.


내가 없으면 레알 진심 참트루 돌아가지 않는 회사. 몸을 혹사시켜 가며 일을 하는 게 독자들을 위한 길이라 스스로를 위안하며 살았던 지난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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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어느날. 거의 이틀 동안의 밤샘으로 컨디션은 말이 아니었다. 게다가 나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이상하게 밤을 새면 배에 가스가 많이 차고 자주 아랫배에 짜잘한 신호가 오는지라 일을 하면서 화장실에 들락날락 했다. 날은 왜 또 그렇게 더운걸까... 뜨거운 궁물은 물론이거니와 밥을 씹어 넘기기도 힘들었던 날씨. 냉면을 시켜 호로록 목구멍으로 넘겼다.


퇴근길. 밥 해먹기도, 라면 끓일 힘도 없었다. 집 앞 맥도널드에서 햄버거 세트를 시켰다. 얼음 동동 띄워진 콜라가 더 먹고 싶었던 것 같다. 점심의 냉면과 기름진 햄버거 때문이었을까. 뱃 속이 심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집에 오자마자 한 바가지를 쏟아낸 후 쓰러져 잠들었다.




다음날.


따가로운 햇살, 평화로운 여름냄새가 미치지 못하는 벙커1 지하 딴지일보 사무실. 전투를 치루는 듯한 업무에 빠져들어 있을 즈음. 사무실에서 3번째로 좋은 의자 위에 살포시 놓여있던 작고 귀여운 내 엉덩이 깊숙한 곳에서부터 전해지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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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랄까, 똥꼬의 주름이 말려들어가 외부와 내부의 경계를 이르는 지점에서 내 몸 속 안쪽으로 3cm 지점에 느껴지는 찌릿아릿 짜르르한 그 어떤 느낌적 고통. 지속적으로 오는 신호는 아니었지만 간혹가다 짜르르 전해오는 전기충격 같은 쌉싸르한 느낌이 똥꼬 끝에서부터 등골을 타고 목덜미 언저리까지 올라왔다. 통증이 올 때마다 반사적으로 허리를 세웠다. 통증을 조금이라도 덜 느끼고자 본능이 시키는 듯이.


통증은 똥꼬의 안쪽인데다가 의자에 앉아있다 보니 그 위치가 살짝 헷갈리긴 했었다. 설마 내 몸안의 올챙이 공장, 나의 2세를 생산하는, 거기인가 싶었다. 하지만 일어서 있을 때 찾아온 통증을 때를 놓치지 않고 그 시발점을 느껴보니 그쪽은 아닌 것 같았다. 인터넷에서 본 그쪽 증상과는 차이가 많아 역시 아니라고 생각했다.


전립선 쪽에 문제가 있을 때 증상은 대체로, 배뇨에 관련된 증상(소변이 급하게 자주 마렵거나 참기 힘듦)이나 통증이 고환, 음경, 회음부 및 허리에 주로 나타나고 일부는 발기부전을 호소하기도 한다고 한다.


오줌이 마려운 것도, 글타고 똥이 마려운 것도 아니었는데 30분 정도 간격으로 비슷한 강도, 위치, 통증이 올라오니 살짝 걱정되기 시작했다. ‘설마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치’로 시작하는 류의 증상?’ 하는 걱정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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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같이 섬세한 내 장은 설사를 하면 했지 변비는 커녕 일일일똥은 꼭 지켜야만 하는 신뢰의 아이콘이었는데... 걱정이 치질, 치루 등의 방향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하자 급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똥꼬쪽이 아픈 일은 평생 한 번도 없었거니와 민간요법이든 내가 어떻게 뭘 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떠오르질 않았으니까. 게다가 회사에서 일을하고 있었으니 뭘 볼수가 있어야 말이지.


마빡 업뎃이 끝나자 마자 집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내 마음은 아는지 모르는지 기르는 고양이들은 응가를 한 뒤였는지 열심히 자기 똥꼬를 할짝할짝 거렸다.


‘나도 니들처럼 똥꼬까지 허리를 접어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부러움의 눈으로 잠깐 녀석들을 바라본 후 바지와 팬티를 잡고 한번에 내렸다. 한 손으론 두루마리 휴지 아니, 플레이 버튼 아니, 손 거울을 들고 바닥에 누워 두 다리를 머리쪽으로 올린 후 거울로 천천히 똥고를 찾아 비춰보기 시작했다. 그곳이 어두울 것을 감안해 창 밖에서 들어오는 햇빛을 거울에 반사해서 깊고 어두운 그곳에 광명의 빛줄기를 쐬어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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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니까 대략 이런...

뭔 말인지 알겠지?

 

 

똥꼬와 내 눈의 각도가 아직 맞지 않아 처음 거울을 바라봤을 땐 누워있는 내 머리 위의 책상과 침대가 눈에 들어왔다. ‘아, 침대 옆 협탁 위에 어제 먹고난 사탕봉지 이따가 버려야겠다.’ 생각을 하며 거울의 각도를 천천히 엉덩이 쪽에 맞춰가기 시작했다. 거울의 기울기를 점점 아래로 내려가고 있을 때, 보고야 말겠다는 의지와 불안함에 어둠이 짙게 깔린 내 얼굴 표정이 거울 속에 들어왔다.


여름이라 아직 해가 떠 있어 어둡지 않은 방 안, 황금빛 햇살이 창문의 간유리를 통과하며 부서져 마치 금가루를 뿌린 듯한 오묘하고 평화로운 방안에는 빛을 받을 때마다 반짝이며 떠다니는 먼지가 내 눈 앞에 하늘하늘 부유하고 있었다. 그와는 너무도 대조적인 내 표정과 자세, 벗어 던진 바지와 팬티가 황금빛 방 안에 공존하고 있었다. 그렇게 거울로 비춰진 내 얼굴을 보다가 문득, 처량한 내 모습과 아직 확인하지 못한, 그래서 두려운 내 똥꼬가 생각나 살짝 눈시울이 젖었던 것 같다.


햇빛을 받은 거울은 찬란한 광명의 빛으로 엉덩이를 지나 서서히 똥꼬를 비춰주기 시작했고, 드디어 거울 속에 똥꼬가 보이기 시작했다. 자세가 꽤나 힘들어서 그런지 팔을 조금 더 뻗으려고 하거나 올린 다리를 조금씩 움직일 때마다 그에 맞춰 거울 속 똥꼬가 숨을 쉬듯 움찔움찔 주름을 호흡했다. 육안으로 확인한 똥꼬는 꽤 앙증맞고 앙칼지게 앙다문 모양을 하고 있었다. 혹시나 걱정하며 인터넷으로 찾아봤던 치질상태 똥꼬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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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귀엽고 앙증맞았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에 안심하긴 했지만 그래도 간간이 전해지는 통증이 있어 혹시 문제는 똥꼬 안쪽에 있지 않을까 싶어 입사 후 처음으로 병가를 내고(앞에서도 얘기했지만 내가 없으면 회사가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아파도, 일이 있어도 결근해본 적이 없다) 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검색창에 항문외과를 쳐보니 사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병원이 있었다. 홈페이지도 있어 대충 한번 훑어보고 다음날 병원에 가보기로 마음 먹었다.


살면서 똥꼬가 아픈 사람은 얼마나 될까? 병원에 가면 의사와 간호사 앞에 엎드려 엉덩이를 들고 똥꼬를 보여줘야 하나? 내시경 같은 걸 넣었는데 응가가 가득 차 있어서 카메라를 가리면 어떡하지? 똥꼬 안쪽에 상처가 나 있으면 응가가 차 있을 때 졸라 감염되고 그러는 거 아닐까? 별의 별 걱정과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다가 이내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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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모르게 악몽을 꾸었다




다음날은 우중충한 날씨와 함께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있었다.


점심 때쯤 일어나 배가 고팠지만 혹시라도 병원에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물 한 잔만 마시고 화장실에 가서 모닝똥을 때렸다. 평소처럼 구렁이 같은 응가가 나오진 않았지만 묽거나 피가 나오거나 하지 않아 나름 안심했다. 구석구석(특히 똥꼬를 집중적으로) 목욕재계를 하고 전날 검색한 병원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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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은 다행히 1층은 자동차 대리점, 다른 층은 사무실로 쓰이는 건물의 한 층에 자리잡고 있어 건물로 들어가는 일이 수월했다.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내가 항문외과에 가는지 업무 때문에 다른 건물 내 사무실에 가는지 알 수 없을 테니까. 엘리베이터의 올라가는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고 있는데 환자복을 입은 한 아주머니가 링겔을 행거 같은데 걸고 내 옆에 섰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아주머니와 둘이 탔다. 문이 닫힐 때쯤 택배기사 아저씨가 헐레벌떡 뛰어와 우리와 함께 탔다. 버튼 쪽에 서 계시던 아주머니가 병원이 있는 8층 버튼을 누르고 택배기사 아저씨는 5층을 눌렀다. 아주머니가 병원 층을 눌러 어찌보면 다행일 수 있겠지만 3명이 탄 엘리베이터에 눌려진 버튼은 5층과 8층 두 개인 게 괜히 신경이 쓰였다.


5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택배기사 아저씨가 내리자 아주머니와 나 둘만 남았다. 그로써 난 항문외과에 간다는 게 확실해 졌지만 어짜피 환자복을 입고 계신 아주머니와 단 둘이니 오히려 다행이다 싶었다.


8층에 도착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계단 중간에 놓인 병원 입간판이 내 눈에 먼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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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형색색으로 피어난...

 

 

쭈뼛거리며 접수대로 향했다. 하하호호 담소를 나누던 간호사 세 분이 내가 다가가자 하던 얘기를 멈추고 날 쳐다봤다. 그 중에 중학생 아이 둘 정도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제일 연장자로 보이는 간호사 누나에게 진료를 받으러 왔다고 얘기했다. 아무래도 아가씨로 보이는 간호사에게 얘기하기가 좀 부끄러웠다. 신분증을 보여주고 핸드폰 번호를 이야기 하자 컴퓨터로 뭔가 입력했다. 아마 건강보험을 검색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회사가 4대보험이 된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저 쪽에 가서 잠깐 앉아계세요.” 제일 예쁜 간호사 누나가 상냥한 말투로 병원 로비쪽 의자를 가르키며 얘기했다. 얼굴을 붉히며 로비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여기 저기 상장이나 학위 같은 액자들과 함께 정면 벽에 유화나 아크릴 물감으로 두껍게 그려진 그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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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내가 제대로 찾아왔구나

 

 

확실히 이쪽으론 증상이 많이 없는지 병원을 찾은 환자는 나 혼자였고 5분도 채 안돼 간호사 누나가 원장실로 날 안내했다. 포마드 기름인지 스프레이를 뿌린 건지 구별하긴 어려웠지만 뒤통수부터 정수리까지 멋지게 쓸어 올린 베컴 머리의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의사 선생님이 앉아계셨다.



“며칠 전부터 똥꼬 안쪽 끝부분 쯤에 통증 같은 게 있어서 진료를 좀 받으려구요... 이틀 정도 밤을 새고 그저껜가 심하게 설사를 하긴 했는데요...”


“그런 증상은 처음 들어보는 건데, 또 다른 증상 같은 건 없구요?”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처음 듣는 증상이라니? 뭔가 잘못된 건가?' 불안한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갈 때,


“어디 한 번 봅시다.”


의사 선생님이 내가 앉은 왼쪽 편 커튼 쪽으로 몸을 일으키며 말씀하셨다. 간호사가 따라 일어나 커튼을 걷자 제일 위에 모니터가 올라가 있고 그 밑으로 원래는 하얀색이었지만 햇빛에 바래 아이보리색으로 보이는 기계들로 채워진 책장 같은 게 나타났다. 그 앞으론 검은색 레자로 감싼 매트리스 침대와 베개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지를 벗고 옆으로 누워보세요.”


바지를 허벅지 중간까지 내리고 옆으로 돌아 누웠다. 간호사 누나가 모니터를 바라보며 내 옆에 등을 보이고 앉았다. 의사 선생님이 라텍스 장갑을 끼고 귀엽게 앙다문 내 엉덩이 사이를 벌려 똥꼬를 살펴보았다.


“흠... 별 이상은 없어보이는 데요. 조금 더 엎드려 보세요.”


옆으로 누워 있던 난 45도 각도로 몸을 더 엎드렸다. 간호사 누나는 내 허벅지를 잡고 몸을 고정시켜 주었다. 무언가 틱틱 하는 스위치 켜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윽고 차가운 게 똥꼬 끝에 느껴지는가 싶더니 어느 한 순간, 평생 무언가 밀어내도록 진화한 괄약근을 거슬러 무언가 쑤욱~ 하고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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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느껴보는 아니, 그 어릴 적 어머니가 밀어 넣어주신 좌약의 기억을 어렴풋이 생각나게 하는 아픔에 눈을 질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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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기 모니터 한 번 보세요.”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떠 모니터를 바라보려 했지만 45도 정도 엎드린 상태에서 고개를 들려 모니터를 본다는 게 무척이나 힘이 들었다. 오른쪽 눈 끝으로 살짝 모니터가 보이긴 했지만 이내 다시 느껴지는 아픔에 눈을 감았다. 의사 선생님은 모니터를 바라보시고 말씀하시는 듯 내가 모니터를 보고 있지 못하다는 걸 모르시고,


“특별히 이상은 없는데 조금 염증이 있는 것 같네요.”


원래 밀어내는 일을 담당하던 괄약근이라 그런지 내시경이 나올 땐 별로 아프지 않았다. 의사 선생님은 기계를 끄고 자리로 돌아가셨다. 기억날듯 말듯한 트로트를 흥얼거리셨다. 간호사 누나는 환자의 심정을 아시는지 바지를 입을 수 있게 커튼을 치고 돌아가셨다. 사랑 없이 욕정에만 이끌린 남자와의 잠자리가 끝난 여자의 심정이 이런 것일까 잠깐 생각하고 바지를 입었다.


특별히 이상이 없다는 얘기에 한결 홀가분해진 마음으로 다시 의사 선생님 앞에 앉았다. 치료를 하거나 그럴 필요는 없지만 혹시 모르니 약을 처방해 주신다고 하셨다. 주사도 한 방 맞고 가라는 말씀에 주사실로 안내되어 갔다. 병원 접수대와 원장실 사이에 조그맣게 주사실이 있었다. 문을 닫고 꽂혀 있는 진로카드나 선반 같은 걸 두리번 거리며 기다리고 있는데 아까 접수대에 있던 제일 예쁜 간호사 누나가 들어왔다. 멀뚱히 서 있었더니,


“바지 내리세요.”


하루에, 그것도 처음 보는 여자 앞에서 그것도 두 번이나 엉덩이를 까게 됐다. 설마 엉덩이 주사를 놓을까 생각하고 팔을 걷으려 했던 내 기대는 한 순간에 무너져 버렸다. 하지만 엉덩이에 맞으면 똥꼬까지 약효가 금방 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나름 위안이 됐다. 반쯤 내린 귀여운 내 엉덩이 위에 얼굴과는 다르게 따끔한 주사를 놓고 예쁜 간호사 누나는 문을 닫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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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처방전을 받아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그래도 별 이상이 없다는 의사 선생님 말씀 때문인지 무척 가벼웠다. 처방해준 약을 받기위해 근처에 있는 약국에 들어갔다. 약사 선생님께 처방전을 드리고 기다리고 있는데 제약회사 영업사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약 이름이 적힌 박스를 들고 들어와 영수증 같은 걸 카운터에 내려놓고 내 뒤에 섰다. 조금 있다가 한 아주머니가 들어오셔서 조제실 너머 약사 선생님과 수다를 나눴다.


약사 선생님이 나오시고 뭐 하루에 세 번 며칠 먹고... 이것 저것 설명하시다가 옆에 있던 상자를 여시더니 좌약 하나를 꺼내시며


“이건 저녁에 자기 전에 밀어 넣으시면 돼요.”, “좌약 넣어 보셨어요?”


“아... 아니요...”


“가족분이 계시면 도와달라고 하시고, 요즘 여름이라 그냥 보관하시면 포장에 약이 녹아서 들러 붙을 수 있으니까 냉장 보관하시고, 혹시 녹으면 냉장고에 넣었다가 사용하면 떨어져요.”


“ㄴ... 네... 알겠습니다.”


그냥 먹는 약만 받아서 계산하고 나오면 될 줄 알았는데 좌약에다가 사용법, 주의사항 같은 얘길 듣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얼굴을 붉히며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득드득- 드르륵- 지지징-‘ 하며 카드 승인되는 걸 기다리는 짧은 시간동안 ‘현금을 가져왔으면 부끄러운 시간이 조금은 단축됐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길게만 느껴졌던 병원 나들이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 모처럼만의 휴식을 취하고 있다보니 이상이 없다는 검사결과의 플라시보 효과인지, 좀 쉬어서 그런지 몰라도 통증은 거의 멎은 듯 보였고 강도도 많이 약해졌다. 다음날부터는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결국 약국에서 받아온 약과 좌약은 사용하지 않고 서랍에 고이고이 모셔놓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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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너무도 자연스럽게 기능을 하던, 먹으면 싸고, 방구도 뀌고 하던 부위가 아프다는 것. 게다가 아무리 가족, 볼 거 못 볼 거 다 본 연인 사이에도 내 똥꼬가 어떤지 봐달라 말할 수 없다는 것은 감기몸살이나 베인 상처, 삐거나 충치 같은 그냥 지내다 보면 괜찮은 것과 달리 사람을 매우 불안하게 만드는 것 같다. 혼자서, 가족, 애인, 친구가 있어도 어찌할 수 없어 병원을 찾게 된다. 그것도 무언가 잘못한 것만 같고 부끄러워 하는 종류의 병원.


하지만 이제와 생각해 보면 어디가 아파서 병원에 가는 당연한 일을 신체 중 드러내놓고 다니면 안 되는 부위이기 때문에 그 일련의 과정들을 부끄러워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병원에 가지 않았으면 어찌됐을지 모르고 악화될 수도 있는데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앞에서 병원과 의사 선생님, 간호사 누나들, 약사 선생님을 마치 우스워 보이게 묘사를 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분들이 없었으면 내가 이렇게 맘 편안히 지난 여름의 일을 추억하며 방귀도 빵빵 뀔 수 없었을 텐데...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그분들께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덕분에 난 예전의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가 일일일똥+α의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 여러분들도 지나친 야근과 기름진 음식, 차가운 음식은 되도록 멀리해서 똥꼬의 소중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다들 벽에 똥칠 할 때까지 건강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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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팀장 꾸물


트위터 : @ggu_m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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