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사회]창렬VS혜자

2014-10-13 10:10

작은글씨이미지
큰글씨이미지
Anyone 추천3 비추천0

2014. 10. 13. 월요일

Anyone






연예인 김창렬씨와 김혜자씨가 싸웠다는건 아니고, 인터넷 유저 사이에서 반대되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는 두 단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창렬]

명사


의미 - 높은 가격에 비해 물건의 양과 질이 매우 형편없거나, 과대포장 됨

활용  -  창렬이다, 창렬스럽다, 창렬 음식, x미 창렬 등



2009년 모 업체에서는 편의점용 음식 상품을 내놓는 과정에서 연예인 김창렬씨와 계약 후 이름을 빌려 '김창렬의 포장마차 시리즈'를 출시합니다. 곧 이 제품들은 인터넷 유저들을 중심으로 놀라운 인지도를 형성하게 되지요. 긍정적인 측면의 인지도여서 잘 팔렸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정반대의 인지도가 구축되어 자신을 실험용 대상으로 선정하는 등의 케이스가 아닌 일반 소비의 경우에는 '구매시 조심해야 할' 제품으로 인식되었습니다.


3099918.jpg

대륙의 기상을 이어받은 듯 한 

'창렬의 포장마차 매운 곱창구이 (가격 5,500원)' 



나름 '위험군' 제품으로 인식된 이유는 간단합니다. 포장지의 제품 예시 사진은 매우 먹음직스럽고 풍성하였으나 실제의 내용물은 가성비 똥망(!)을 외치게 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내용은 당연히 빠르게 인터넷 공간들을 흘러다니게 되고, 급기야는 '창렬스럽다'는 단어로 정의되기 시작합니다.


이 상품이 출시되는 시점 이전까지만 해도 인터넷 유저들 사이에서는 김창렬씨의 이름인 '창렬'의 경우, 어감이 비슷한 단어인 '娼女(창녀)' 대신 간접적 욕설로 사용될 뿐이었으나(물론 이렇게 사용되는 것도 슬프겠지만) 이 제품들이 나름대로 인기(!)를 끌게 된 이후로 과대포장, 과대홍보 혹은 가성비 최악인(주로 음식인) 제품들을 정의하는 단어로 굳어지게 되지요. 최근에 와서는 현 시대의 네임드라 불릴만한 '질소 과자'도 창렬 시대의 하위 영역으로 흡수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는 바 그 발전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대 창렬시대'가 열리기 전과 후에도 '김수미의 꽃게적신 간장액'이나 '양가놈의 전복갈비찜'으로 대표될 수 있는 '어이없는 퀄리티+연예인 이름' 류의 상품은 존재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러한 유형의 제품들에 '창렬'이라는 접두어가 대표적으로 사용되게 된 데는 별 이유는 없고 '창렬'이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어감때문에 비속어로 사용하기에 찰지기 때문인 것으로 여겨집니다.


사실 이마저도 초기에는 잘 쓰이지 않고 해당 사건에 한해서 잠깐 웃고 말거나, 아니면 예전처럼 단순한 비속어로 사용되었으나 최근 2~3년 동안 질소과자와 같은 본격 소비자 호구만들기 상품들이 눈에 걸리기 시작하자 이러한 유형들의 제품을 규정할 무언가가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창렬'의 사용이 늘어난 것으로 생각됩니다. 심지어 검색사이트에서 '창렬'을 검색할 경우 김창렬씨에 관한 정보보다 창렬스러운 음식에 관한 이야기들이 더 많이 잡힐 정도가 되었습니다. 아마 김창렬씨 본인도 자신의 이름이 연예 활동 혹은 파이터 활동 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유로 오랜기간 사람들의 입과 손을 타고 퍼져나갈 거란걸 모르고 있었겠지요.


chang.jpg



실제 저 편의점용 음식들의 생산, 공급에 김창렬씨가 얼마나 관여되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유명 연예인의 이름을 옆에 끼고 홈쇼핑이나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많은 수의 상품들이 그러하듯이 이름만을 빌려주고 홍보에 일부 참여하는 정도였을 것이라 여겨지고 있지요. 이러한 상황에 대해 '단지 이름만을 빌려줬을 뿐인데 제품의 실제 퀄리티까지 연예인이 책임져야 하는가'하는 주장도 있는데 사업에 직접 참여하는게 아니라 이름만 빌려주는 정도라면 책임을 연예인에게 묻는 것은 좀 과하다는 생각은 합니다. 물론 욕을 먹는건 이름을 빌려준 연예인이 감수해야 할 몫이겠지요.


어쨌거나 이러한 일들로 인해서 '창렬'이라는 단어는 새로운 의미를 담고 많은 곳에 쓰이게 됩니다. 창렬 푸드, 창렬 순대, 창렬 떡볶이와 같이 초기의 의미와 유사한 용례에서부터 창렬 모터스, 창조창렬 경제, 창렬 국회, 창렬 노믹스, 창렬 시대, 창렬 단통법 등 다양한 바리에이션을 탄생시키며 소비자 혹은 국민을 호갱, 호구로 만드는 많은 상황에까지 적용되게 되었지요. 


연예인과 정치인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자신의 부고를 빼고는 그 이름이 노출되는 것을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이건 좀 안쓰럽긴 합니다. 그러게 평소에 소주병 좀 덜 깨시지...



[혜자]

명사


의미 -  가격대비 퀄리티가 나쁘지 않음, '창렬'의 대비용어

활용 - 혜자, 갓혜자, 혜자스럽다, 마더 혜레사, 엄마 혜자(좋은 의미로) 등





2010년 모 편의점에 연예인 김혜자씨의 이름이 붙은 김혜자 도시락이 등장합니다.


20130204_180707.jpg   

6찬 도시락 (가격 3,000원)



뭔가 크게 특이할 것은 없어 보이는 이 도시락 시리즈는 편의점 음식을 자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입소문을 타고 금세 유명해지게 됩니다. 김창렬 씨의 경우와는 달리 좋은 인지도를 쌓게 되는 상황이었고 판매 또한 크게 신장됩니다.


김혜자도시락1.jpg

출처 - 아시아경제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상품이었기 때문이지요. 기존의 편의점 음식들이 겉보기엔 그럴싸 해보이지만 포장을 뜯고난 실제 내용물은 보잘것 없는 경우가 많았는데 김혜자씨의 이름을 빌린 이 제품군은 겉으로 본 이미지가 실제의 내용물과 별 다를게 없었으며 제품의 질도 가격대비 아주 뛰어나다고까지는 할 수 없을지라도 적어도 모자라지는 않는다는 만족감을 받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제품 자체의 질도 괜찮은 상태에 연예인 김혜자씨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 - 어린 아해들은 알지 모를지 갸웃하지만 전원일기의 어머니 라는 - 는 상승효과를 갖게 되고 창렬스러운 다른 제품군과 비교되어 더욱 좋은 평가를 받게 됩니다.  실제 김혜자씨는 요리를 잘 못하신다고 하시지만 :) 


'창렬 푸드'에 둘러싸여 소비자로서 누려야 할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뭔가를 구매할때 속았다는 느낌을 자주 받곤하는 소비자들에게 있어 합리적인 상품으로써 '혜자 푸드'가 좋아보이는 것은 당연지사. '창렬'과 반대되는 개념 - 푸짐하고, 가성비 훌륭한, 속았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 의 단어로 '혜자'를 선택, 밀어주는 상황이 됩니다. 이러한 경향은 '창렬'의 경우에도 그러하였지만 김혜자 도시락 자체를 넘어서 합리적인 상품에 대한 전반에 사용되기 시작하는 중입니다. 이를테면 '딴지마켓의 커피아르케 더치커피는 혜자스럽다'처럼 말이지요 :) 그러니까 많이 사잡수시라. 


김창렬씨도 그렇지만 김혜자씨도 자신의 이름이 연예 활동과 상관없이 널리 쓰이게 되는 상황은 예상하지 못하셨겠지요. 뭐 이쪽은 좋은 상황이지만 말입니다.


연예인의 이름을 빌린 많은 제품들이 겉과 속이 다른 경우가 많은데 왜 김혜자 도시락의 경우는 그렇지 않은가에 대해서는 이 제품을 만든 업체의 오너가 김혜자씨의 아드님이기 때문이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사업을 위해 어머니에게 이름을 사용하게 해달라 하자 자신의 이름이 욕되지 않게 좋은 제품을 만들어주면 그러마하여 이런 제품이 나왔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니까 '혹시 그런게 아닐까?' 정도로 초단편 소설만 쓰시고 넘어갑시다.


창렬vs혜자. 소비자의 피드백이 기업으로 들어가지 못하니 이런식으로 발현되는가 싶어 아쉽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이제 한국의 소비자들이 가만히 앉아서 당하는 무리가 아니라는 표현을 하는 것 같기도 하여 좋기도 하고 뭐 그렇네요.

 

daum_net_20130605_135819.jpg


우리네 기업이 말하는 '합리적'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궁금하곤 합니다. '적절한 재료를 이용한 적정한 가격, 그것에서 오는 적당한 수익'일지 '최대한 적은 재료를 이용한 최대한 높은 가격, 그것에서 오는 가능한 최대의 수익'일지. 분명 둘다 합리적이라고 할 수는 있을것 같은데 참 뭐라 하기 그런 기분이 드는군요.


포장과 질소로 무장한 말도 안되는 과자를 만드는 업체들 중 하나가 앞장서서 제대로 된 상품을 만들어준다면 업계의 선두로 치고나가는데 큰 도움이 될 텐데 왜 아무도 하지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담합이거나, 그래도 되니까. 둘중 하나일거라 생각은 합니다만 어쩌겠습니까. 스스로를 과자회사가 아니라 포장회사로 생각하는 분들이니 그렇게 살다가 망해도 애국심 운운하며 소비자의 발목을 잡지 말라고 말해줄 뿐이겠습니다.


IE001757944_STD.jpg  

(아마도 비공식 명칭이겠지만) 고잉창렬호 너님들 멋짐 :) 

화이팅~





Anyone


편집 : 독구

Profile
醉生夢死

맥주와 홍차를 마시는 잉여

"그럼에도 불구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