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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0. 16.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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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이언티피쿠스> - 2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 3. 중력의 임무 (1)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 4. 중력의 임무 (2)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 5. 중력의 임무 (3)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 6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 7. 시간을 여행하는...안내서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 8. 소설 '20년 전후'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 9. 시간과 평행우주..안내서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 10. 나는 대체 뭐냐 (1)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 11. 나는 대체 뭐냐 (2)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 12. 고대의 실험 (上)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 13. 고대의 실험 (下)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 14. 고대의 실험 썰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 15. 과학은 무엇을...있을까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 16. 무신론자를 위한 레퀴엠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 17. 위기의 시대, 과학의 힘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 18. 단편 소설 <30초>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 19. 단편 소설 <30초>, 썰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 20. 영구기관/무한동력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 21. 인류의 과학...실상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 22. 과학은 감동이다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 23. 계몽의 임무

<호모 사이언티피쿠스> -  24. '계몽의 임무' 해설편













이번화는 우원과 '과학과 사람들'이 9월 26일부터 10월 5일까지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진행하여 호평받은 <SF2014> 주제 전시 보고로 대신할란다. 글타. 우원이 디스크 수술을 하고도 전혀 쉴 수 없었던 이유가 바로 이넘이다. 지금도 후유증이 올까봐 전전긍긍하지만 여하튼 행사는 무사히, 성공적으로 마쳤다.


고백하지만 이 전시가 우리의 첫 작품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전시란 걸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다. 작년 이맘때 과학관 앞마당에서 작은 규모로 한 적은 있지만 – 거대한 망원경 모형을 세워 놨기 때문에 보기엔 그리 작진 않았다 – 국내 최대 규모이자 국립과천과학관의 가장 큰 행사에 주제 전시를 할 정도의 경력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런데도 우여곡절 끝에 결국 하게 됐다. 머, 할 수 있을 거라고 여겼고, 하면 잘하겠다는 의지와 자신감도 있었던 건 사실이다. 왜냐면 우리는 이것저것 다 하는 소위 ‘전시 업체’가 아니라, 평소에 과학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까 늘 생각하며 살고 있는 과학 팬이자 과학 커뮤니케이터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좋아하는 과학을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우리가 접하고 싶은 방식으로 전달하면 되는 거다.


그런 의미에서 일단 이 전시를 기획하면서 첨부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건 차별화였다. 울나라의 전시, 특히 관에서 하는 전시 및 체험의 경우 익숙한 그림이 있다. 대략 아래와 같은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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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실내라면 습관적으로 쇠로 된 프레임과 사각형 부스나 나무 판넬들이 등장하고, 실외에는 어김없이 몽골텐트가 놓인다. 각 섹션의 주제와 무관하게 다 비슷한 디자인에 최근에는 캐릭터와 스토리텔링의 유행으로 정체불명의 만화 캐릭터 같은 것이 – 예쁘지도 않은 – 덤으로 등장해 뭔지 모를 억지스러운 줄거리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아졌다. 아아, 그건 아니잖아!


이런 전시들을 보면 염려를 안 할 수가 없다. 여길 지나가고 나면 대체 뭐가 남을까? 관심있는 분야에 대한 약간의 정보 외에 과연 어떤 감정을 느끼고 돌아갈까.


글타. ‘감정’ 말이다.


어떤 전시든 예술품 전시회가 아닌 한 거기 있는 대부분의 정보는 인터넷을 뒤져보면 다 나온다. 세상에 공개되지 않은 전혀 새로운 내용을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전시에 내놓는 일은 없으니 말이다. 따라서 이런 정보들을 그냥 나열만 해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여길 통과해 지나가는 사람들이 작게는 참신하고 세련된 구성을 통해 즐거움을 얻고, 크게는 감정적인 임팩트를 받아 해당 주제에 대한 궁금증과 호감을 갖지 못한다면 그건 말 그대로 ‘전시 행정’, 즉 돈 낭비일 뿐이다.


그래서 <SF2014 우주 저 너머> 전시는 시간적 흐름과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풀려 나오는 인류의 성취, 그리고 우주에 대한 경이감을 담으려 했다. 못생긴 캐릭터가 나와 초등학생도 비웃을 스토리를 읖조리는 게 아니라 과학적이고 인문학적으로 의미있는 흐름을 그려내고, 거기에 과학적인 디테일들과 생각할 거리, 느낄 거리를 녹이고자 했다. 


일단 주제는 '외계 생명 찾기'로 정해졌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SF적인 이야기만 늘어 놓는다면 과학관의 전시가 아닐 터이다. 따라서 과학의 발전을 통해 자연스럽게 인류의 인식이 확장되어 우리의 우주가 커지고 구체화 되면서 점점 넓게 멀리 보게 되고, 그 일환으로 외계 생명을 찾아 나서게 된다는 과학사적 맥락을 펼치기로 했다. 


동시에 현재 이야기에서 어떤 포인트가 중요하고 흥미로운 부분인지 강조하고, 한편으로는 초등학생부터 어른까지 다양한 관람객층을 포괄할 수 있도록 했다. 앞서도 말했지만 (전시를 하는) 어른들은 애들을 너무 깔보고 만화적 요소를 집어 넣어야 한다는 착각을 하는데, 사실 초등학교 3학년만 되도 일반 어른들보다 과학을 더 많이 안다. 따라서 아이들보다 낮은 지점에서 ‘까꿍’ 해 주는 게 아니라 조금 위로 끌어 올려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우원은 생각한다. 이러한 걸 좋아하고 그런 것들을 전달받으며 우쭐해 하는 게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우쭐함이 바로 애들의 동력이다. 다들 소싯적 기억 안 나시나.


하지만 이런 의도를 충분히 전달하기 위해서는 내용 뿐만 아니라 사진, 그림, 색깔, 폰트 등 디자인 요소들과 각종 영상/음성/인터렉티브 미디어, 그리고 단어 하나하나의 선택과 문장의 구성까지 모든것이 철저하게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가 돼야 한다. 이론은 쉽지만 요 실행 부분은 절대 쉽지 않다는 거.


암튼 아래부터 사진을 통해 그런 우리의 시도를 좀 소개 해 보마. 우원이 직접 찍은거라 좀 미흡하다만 어쩌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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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의 모습. 

외계 지적 생명체를 찾는 의미를 생각하게 하고, 우주 진출을 감성적으로 느끼게 하는 

가로 4미터 규모의 LED 동영상 패널, 

그리고 과학 발전에 따른 우주의 변화를 그렸다. 

전시장 전체를 저 동영상이 깔린 우주적 음악이 감싸고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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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슨트를 운영해 과학적인 내용의 자세한 부분까지 설명했다. 

오른쪽 위 은색 물체는 우리가 만든 스푸트니크1호 실물 크기 모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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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내용은 인포그래픽적 관점에서 개별적으로 설계하고 디자인해

시각적 즐거움과 함께 중요한 정보가 직관적으로 받아들여지도록 했다.

문장도 딱딱한 전시용 문체가 아니라 구어체와 소설적 문장들을 구사하려 노력했다. 

이건 우원이 글쟁이이기에 가능한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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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련의 맥락이 있고 그것이 잘 소개되어야 

사람들의 지적 호기심을 끌어낼 수 있다.

이 국제우주정거장 1/100 종이 모형은 

실제 미국 휴스턴의 우주정거장 관제소에도 전시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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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의 주종목인 화성을 인터렉티브로 만들었다. 

폭 6미터의 거대한 스크린을 왼쪽 아래의 멀티터치 스크린으로 콘트롤해서 

화성 전체를 공처럼 돌려 볼 수 있게 하고, 

중요한 지점들에서는 사진처럼 지표면으로 내려가 

자세한 내용을 360도로 회전 및 확대, 축소하며 보게 했다. 

우측 위에는 나사에서 공개한 착륙 영상을 보여주었다. 

상설 전시 수준이라는 평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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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한가운데 있던 인터렉티브 화성관의 입구 간판. 

여기가 뭐에 대한 곳인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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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보이저 탐사선에는 외계인을 향한 메세지가 담긴 음반이 부착되어 있다.

그 음반에 수록된 소리를 실제로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아이 둘이 열심히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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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부터 미래와 상상의 영역.

물리 법칙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항성간 여행을 가능케할지 모를 

과학적 가능성들과, 자연선택에 근거한 외계인의 모습에 대해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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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지구에 오겠다는 외계인의 통보를 받은 상황을 가정하고

찬성, 반대, 중립 세 입장의 사람들이 토론을 벌이는 모습을 

3개의 스크린에서 개별적으로 상영했다.

세 스크린은 포함된 캐릭터가 말 할때 켜지고, 말이 없을 때 꺼지거나 

상대의 말을 들으며 리액션을 보이는 등

변화를 줘서 5분이 넘게 토론이 진행되는 동안

생길 수 있는 지루함을 최대한 줄이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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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 모형과 동영상 스크린을 배치했고, 

손으로 직접 작동하도록 해 이론이나 구조를 실감나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왼쪽의 원형 구조물은 한국의 외계 행성 탐색 시스템의 원리를 알 수 있는 수동 작동 패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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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에는 작별인사 대신 칼 세이건의 유명한 ‘창백한 푸른 점’ 을 발췌 인용해서 

이 모든 것이 가진 의미가 무엇인지 감성적으로 전달하려 했다.





마, 요로코롬 했고 평소 <과학하고 앉아있네> 팟캐스트에서 주안점으로 두던 것들을, 비록 방식은 다르지만 관람객들이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었다. 비록 예산과 인력, 능력 부족으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기존의 전시 분위기를 벗어나는 데는 성공했지 싶다.


물론 기술적인 부분과 디자인, 설치 등을 함께 해 주신 일급 협력업체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괜한 소리가 아니라, 평소라면 우리 같이 작은 곳을 상대하지도 않았을 훌륭한 분들이 새로운 시도의 참신함에 공감하면서 자기 일처럼 응원하며 도와주셨다. 꾸벅. 


오랜 과학 팬으로서 우원은 우리 보통 사람들에게 과학은 정보와 지식을 통해 느낌과 깨달음을 끌어내고, 과학적으로 사고하는 방식을 생활화할 때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한다. 그 속에서 과학의 가치와 즐거움을 알게 되면 그때부터는 정말 세상이 달리 보인다. 우원도 경험했고 <과학하고 앉아있네>를 듣는 많은 분들도 그렇게 말씀하신다. 


이런 건 인생을 살면서 겪기 쉽지 않은 새롭고도 값진 경험이다. 이 경험을 하는데 '과학과 사람들'이 하는 일들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우리들로서는 무척 보람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팟캐스트건 전시건 공연이건, '과학과 사람들'의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흠.










파토

트위터 : @patoworld


편집 : 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