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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모르는숲 추천9 비추천-2

2014. 10. 21. 화요일

정체불명 잘모르는숲









편집부 주



이 글은 체불명에서 납치되었습니다.

  









나야 조또모르는숲. 저번에 경찰서 끌려간 놈(관련기사 참조). 그래 그 모지란 놈 맞아. 근데 어울리지 않게 나... 호화요트 타본 적 있어. 사람들은 요트를 탄다고 하면 '와 돈 많네', '재벌이네' 하지만 만만에 콩떡이야. 요트는 돈이 많아야 탈 수 있다고 하는 건 절반의 진실이야. 지금부터 내가 그 나머지 절반에 숨겨진 호화요트의 참혹한 진실을 이야기 해줄게.


오래전에 먹고 살려고 부산으로 내려왔어, 내려와서 보니 저 푸른 바닷가에 칙칙한 어선이나 화물선 말고, 머 좀 뽀대 나는 하얀 돛단배들이 떠 다니데. 그걸 보고 있자니 그 왜 비키니 쫙쫙 빼입은 이쁜 언니들과 선상에서 와인 쳐묵하는 무릉도원이랄까. 그런 훌륭한 생각이 내 맑은 뇌 속을 빠르게 스쳐 지나가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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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앗! 그래. 바로 저거그덩...


그래서 나는 당장 요트교실로 달려가서 강습을 받았어. 개고생 좀 했지, 여름 땡볕에 강습이 힘들었거덩. 그래도 비키니 언니들과 와인이 있는 무릉도원을 생각하며 꿋꿋이 견뎌냈어. 강습을 다 받고 보니 알겠더만. 복잡하게 설명하면 한없이 복잡하지만 간단히 설명하자면, 다음과 같이 알고 있으면 돼. 정말 간단해. 토 달지마.


요트: 바람을 동력으로 돛을 달고 가는 배

보트: 모터를 동력으로 가는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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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통의 호화요트?: 자동차로 치면 중고 티코라고 생각하믄 편할 거야...

실제로 초보들 배울 땐 저런 싸구려? 일인용이나 이인용(딩기라고 하데) 요트로 배워.


간단하지? 그리고 요트에도 모터는 달려 있는데 그건 주 동력원이 아니야, 바다에 바람이 노상 부는 것은 아니라서 비상시에 사용하려고 달려 있는 거야. 그래서 요트는 바람이 불지 않으면 바다에 잘 안 나가. 달리질 못하니까. 모양은 비슷하게 생겼어도 배 중간에 돛(세일)을 올릴 수 있는 커다란 기둥 같은 게 박혀있지 않으면 그건 보트더라고. 그리고 내가 영화에서 봤던 비키니 언니들과 와인을 먹던 배는 요트가 아니라 대부분 호화 보트였어. 그니까 쉽게 말하자면 나는 첨부터 보트를 요트로 착각했던 거야. 출발부터 심하게 어긋났던 거지.


무튼, 이제 생각도 잘 안 나는데 어찌어찌해서 '몸부림 요트클럽'이라는 곳을 가입을 해서 요트를 타기 시작했어. 비키니 언니덜이랑 와인은 있었냐고?  몰라 난중에 이야기 해줄게.


그리고 알고 보니 호화보트와 달리, 요트는 돈이 많아도 혼자 타고 다닐 수 없는 구조더라고. 요트가 크면 클수록 여러 사람이 협업하고 무게 중심을 잘 잡아줘야 달릴 수 있는 물건이라 선장이 인심을 읽으면 사람이 안 모이고 사람이 안 모이면 걍 주차장에 쳐 박혀 있는 고급리무진이라고 생각해도 돼. 보트는 아무리 커도 혼자서 몰 수 있지만 요트는 그게 안되거든.


아무튼, 그래서 타기 시작한 내 요트 생활이야. 들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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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는 이렇게 가. 낭만? 그렁거 음서... 머구리배 저리 가라야...


요트는 바람의 힘으로 가기 때문에 막상 타 보면 배 안은 생각과는 달리 오사리 난장판 이야. 와인? 바다에 나가면 그런거 없어. 비키니 언니나 와인은 고사하고 속도를 내느라 무지막지한 노가다가 필요한데다, 운전대 잡은 대빵 말고는 좁은 갑판 위에서 소리치는대로 오른쪽 왼쪽으로 잽싸게 옮겨서 무게 중심을 잡아줘야 하고, 그것도 조금 익으면 운전대 옆에서 굵다란 밧줄을 잽싸게 댕겼다 풀었다 해야데. 그리고 조금이라도 늦으면 욕지거리 날라 오고, 또 동작이 느리거나 방향을 잘못 읽으면 야구 방망이보다 두 배는 굵고 빠르게 요동치는 알루미늄 세일대(움직이는 돛대야)에 대가리 서너 번은 팅! 하고 부딪쳐야 '아! 니미... 이게 요트구나' 하고 정신을 차리게 되더라고, 물론 가끔은 정말로 세게 부딪쳐서 증신줄을 놓기도 하는 놈도 봤어. 정말이야. 후달리데...


그렇게 개고생을 하며 요트 생활 노가다를 하다 보니 심하게 회의가 들더만. 시바,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하며, 물집 잡힌 내 곱디 고운 손을 보며 참 마니도 울었어.


젖과 꿀이 흐르는 요트가 아니라 완전히 오사리 전쟁판이데. 그렇게 위험하니 계류장에 묶어 놓을 때 말고는 여자들은 잘 태우지도 않더라고. 그리고 그 끝없는 개고생을 한동안 계속하며 오륙도를 한 바퀴 돌고 온 저녁의 어느 날, 요트를 선착장에 계류하고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리며 차가운 맥주를 마시며 생각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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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 요트? 타봐. 진짜 이 사진이랑 분위기 비슷해. 증말이야


“니미... 이런 게 아니었어. 비키니 언니들과 와인은 고사하고 이런 상 노가다 생활을 며칠 더 하면, 내 대가리가 저 굶은 세일 막대기에 맞아서 언젠가는 해골빡이 완전히 함몰될 날이 오고 말거야. 무엇보다 이쁜 언니도 없고. 더 개고생 하기 전에 관두자 시바” 하고.


그런데 그때 같이 삐루를 마시던 선장 색키가 내 옆으로 슬쩍 당겨 앉으며 사악한 목소리로 그러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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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 거절했어야 했는데.


"어이 조또모르는숲. 요즘 고생이 많지? 쫌만 참어, 요번 여름엔 일본으로 요트를 몰고 가서 니폰의 환상적인 밤을 보내고 오자고. 션한 사케에 회도 좀 먹고, 온천도 하고, 그리고 대한해협을 건너서 부산으로 다시 돌아오는 거야. 요즘 바람이 좋을 때라 왕복해서 한 일주일이면 떡을 칠거야. 아마 운이 좋으면 쓰시마 해협을 지날 땐 참치를 낚을 지도 몰라. 너 낚시 좋아하지? 본래 요트는 신사의 스포츠라, 배에서 낚시를 하는 저렴한 활동은 금지하는데, 내가 조또모르는숲 니가 예뻐 보여서 특별히 낚시는 하게 해줄게. 알았지 응? 이렇게..."


그렇게 손에 물집 좀 잡히고, 대가리에 혹이 몇 개 난 걸로 대충 정리가 댈 뻔했던 나의 파란만장한 일본행 호화 요트체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 됐던 거지.


지금 생각하면 그때 관뒀어야 하는 건데. 니미. 


그렇게 시간은 자꾸 흘러서, 드디어 일정이 잡혔어. 가는 데 하루, 오는 데 하루, 일본에서 쳐묵 하는 데 이틀. 이렇게 총 4일. 가는 사람들이 모두 한량 같지만 그래도 직장들이 다 있어서 주말에만 배를 타는 인간들이라 4일씩이나 시간을 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어.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짬을 낸 인간들이 대충은 일본 가기에 부족함이 없는 한 여덟 명 정도가 모아졌어.


근데, 요트는 생각만큼 속도가 빠르지 않다고 말했지? 주로 바람을 이용해서 달리고, 바람이 없으면 멍청하니 바보처럼 멈추어 있거나, 배에 딸린 모터를 이용해서 가는데, 좀 심하게 말해서 빠른 경운기 속도로 간다고 하면 이해가 쉬울 거야. 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요트 경주대회인 아메리카컵 대회에서 기록된, 이 세상 요트의 가장 빠른 속력은 시속 40.7km라고 하니까. 그니까 통상 8노트 정도의 속도로 일본까지 갈려면 배마다 특성이 있겠지만 보통 한 20시간 걸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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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경운기 속도로 가는 거야... 자동차 속도, 아니야.


그리고 일본까지 갈 수 있는 어느 정도 덩치가 되는 세일 요트를 조금 설명하자면, 배 안에 화장실이랑 침대랑, 가스 등도 모두 구비가 되어 있어. 목숨을 건다면 모르겠지만 화장실도 없는 작은 요트로는 일본까지는 못가. 험한 파도를 견디기는 역부족이거든. 하지만 배에 침대가 있는 어느 정도 큰 요트도 대부분 배 상층부, 그러니까 갑판 위에 나와 있어야 돼. 무게 중심을 잡아야 하는 것도 큰 이유지만, 흔들리며 달리는 배 안에 들어가 있으면 상상 이상으로 어지러워서 있지를 못해. 파도가 심한 먼 바다에서는, 심한 사람은 순대까지 다 토할 정도로 배멀미가 나거덩.


그리고 식사는 컵라면이 거의 다야. 다른 걸 먹을 수는 있겠지만 흔들리는 배 안에서 멀 요리한다는 자체가 사실 불가능하고, 가스렌지를 이용해서 요리를 할려면 항구에 정박해 있을 때 외에는 잘 하지 않아. 모르는 사람들은 요트 타고 일본 간다고 하면, '와 뽀대 나네!' 하겠지만 사실은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갑판 위에서 대롱대롱 20시간 매달려 있는 게 다야. 수다나 떨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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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트라고 해도 움직이는 배 위에서 먹을 수 있는 건, 사실 컵라면 뿐이야.

 

머 그래도 가는 동안에는 바람도 좋았고 날씨도 좋았기 때문에 무탈하게 일본(후쿠오카)에 도착했어. 몇 번 일본에 가본 적은 있었지만 요트로 개고생해서 가니까 머랄까, 작은 성취감이랄까, 뿌듯함이랄까, 동지애랄까, 무튼 그런 복잡한 마음이 막막 들더라고. 등산을 하는 사람들이 왜 그 개고생을 하면서 쓸데없이 목숨 걸어가며 위험한 산에 올라가서 지랄하는지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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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 동안은 뽈뽈거리고 잘 놀았어. 땅을 밟는 기분이라는 게 이런 거구나 했거덩.

 

아무튼 일본에서의 이틀은 그런대로 좋았어, 선장 말대로 모두 참한 옷으로 갈아입고 아이들처럼 몰려 다니며 사케도 무꼬, 회도 무꼬, 온천도 하고 그랬어. 그렇게 한가하게 남의 나라 땅을 밟으며 즐겁게 지내다 보니 이틀이 금방 지나가데. 이제 남은 것은 집으로 돌아 갈 일만 남은 거지.

 

그나저나, 내 인생이 그렇듯이 지금까지 일이 술술 잘 풀린 것을 잠시라도 의심을 해 봐야 했었는데...


배를 점검하고 맥주랑 컵라면이랑도 챙기고, 그래도 해외로 왔다고 남은 돈 탈탈 털어서 가족들에게 줄 선물까지 사고 나서, 출렁이는 요트 속에서 잠자리에 들었지. 내일이면 집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니까, 올 때 오바이트도 좀 하고, 개고생 한 게 잠시 걱정이 되었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 극복할 용기도 생기더군. 고생을 끝까지 함께 해준 동료들도 믿음직스럽고.

 

그런데... 자다가 갑자기 배가 너무 심하게 요동쳐서 오밤중에 일어나 보니, 모두들 먼저 일어나 있더라고. 왜 그러냐고 물어 보니, 분명히 올 때는 예보에 없었는데 일본에 태풍이 접근중이라는 거야. 그래서 이 작은 배로는 한국으로 돌아가지 못하니까 태풍이 그치길 기다려 보는 수밖에 없다고 하데. 난감했지만 어쩌겠어. 우리가 여객선처럼 큰 배도 아니고 하루 정도 지나면 그칠 줄 알고 좁은 배 안에서 고도리도 치고, 라면도 먹고, 잡담을 하면서 그런대로 지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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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태풍이 올 때, 올 게 머냐고요.


그런데 하루 정도면 지나갈 줄 알았던 태풍이 경로를 바꿨다네. 그 태풍이 우리에게 바로 오고 있다는 거야. 갈 날이 갑자기 묘연해지니 그 끈끈하던 팀원 사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더라고. 모두 여정을 빡빡하게 계획하고 온 사람들이라, 긴 시간 동안 일본에 머물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이었거든.


그렇게 흔들리는 배 속에서 거지들처럼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태풍이 그치기를 기다리고 있는 동안, 일이 급한 사람들 순서대로 눈치를 보다, 비행기로 하나, 둘씩 귀국해 버리데.


위에 말했지만 요트는, 특히 장거리는 혼자서 배를 몰 수 있는 구조가 아니야. 많은 사람들이 있어야, 방향도 잡고 물도 끓이고, 교대도 해줘야 운행을 할 수 있는 거라서, 하나씩 떠나는 동료(?)들의 뒷모습을 보며 선장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데.


사실은 나도 가서 박스를 주워야 할 일들이 이미 삑사리 나기 시작했던 터라 마음이 복잡했어. 그런데 다 떠나버리고 선장과 나, 그리고 백수 한 사람, 이렇게 셋만 남아 버리니까 전우애고 머고, 나도 언제 집에 갈 수 있을지 걱정만 되는 거야. 그래도 가겠다는 말이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않고, 무거운 침묵만 늘어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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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 안 좋데...


그런데 배에서 갇혀 지낸 지 사흘짼가, 나흘짼가 선장이 내 옆에 다가와 앉으며 또 사악한 목소리로 말하는거야. 

 

“어이 조또모르는숲! 너는 남아 줄 거지? 너 마저 가버리면 배를 움직이지 못해, 배를 움직이지 못하면 배를 이곳에 두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고, 다시 사람들을 비행기로 실어서 와서 배를 가지고 가야... 중얼중얼... 계속계속... 설득설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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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또모르는숲! 내가 너 좋아 하능 거 알지?


그렇게 일본에 본의 아니게 인질(?)로 묶여서 머문 지 나흘 만인가 닷세 만인가 만에 드디어 배가 나가도 좋다는 일본 측의 승낙이 떨어지더군. 하지만 바다라는 것이 그래. 육지에서 바람이 좀 분다는 정도면 먼 바다에서는 파도가 장난이 아니더라고. 경험 많은 선장은 그래도 위험하니 하루나 이틀 정도 더 있으면 바다가 잔잔해 지니까 그 때 출발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명줄에 좋겠다고 했지만. 나는 이미 눈이 뒤집히고 속이 메스껍고, 돈도 떨어지고 해서 무조건 출발하지 않으면 나도 뱅기로 가겠다고 선장을 협박했어. 전우애는 니미. 나도 무꼬 살아야 했거던.

 

그래서 우리 세 명은 의논 끝에 이미 한국에서 출발한 지가 벌써 7~8일이 흘렀고, 바다의 상태가 좀 걱정되고, 아주 걱정되고, 몹시 걱정되었지만 결국 다시 부산으로 출발하기로 했어. 물론 내가 강력하게 우긴 덕분이었어. 지금 생각해보면 초보니까 가능한 주장이었던 것 같아. 무서운 걸 몰랐으니까. 다덜 그렇쟎아? 양이덜도 모를 때 지랄덜하지 머좀 알고나믄 대충 넘어갈 건 대충 넘어가...

 

태풍이 지나갔다고 해도 망망대해에서, 그것도 큰 배에 비하면 작은 어선급에 지나지 않는 배로 태풍의 여운이 남아 있는 바다를 항해 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더라. 더구나 딸랑 세 명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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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기억하기도 시러.


먼 바다로 자꾸 나갈수록 바람도 파도도 메머드급이어서, 잠도 못자고 배가 이리저리 발라당 거리니까, 배가 고파도 컵라면도 먹지를 못하겠데. 그리고 요트는 어느 정도 바람이 있으면 돚을 올리고 신나게 가는데, 바람이 너무 심하면 돚을 아예 내려버려. 세일이 찣어지거나 전복의 위험성이 있거던. 그래서 일본에서 부산까지 오는 길은 거의 세일(돛)을 내리고 요트에 딸린 모터를 이용해서 왔어. 그래도 파도와 비바람이 계속 몰아쳐서 우리 세 명은 갑판 위에서 살려고 별 지랄을 다했던 기억이 나네.


왜... 그 <트루먼쇼> 끝부분에 나오는 씬에 트루먼이 작은 요트 타고가다 죽을 뻔하는 장면 있잖아? 머, 설마 그 정도는 아니었겠지만, 비도 오고 바람도 쎄고, 큰 파도가 배를 자꾸 덮쳐서, 물이 들어 갈까바 실내로 들어가는 문을 잠그고 갑판 위에서 온종일 거의 똥을 쌌던 거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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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랑은 날씨 자체가 다르더라.


그 아무튼, 다시 오는 그 지랄 같은 여정은 이제 기억도 하기 싫어. 그냥 넘어 갈래. 섭섭하더라도 이해해줘.


아! 참치 낚시는 했냐고? 말도 마. 살려고 몸부림치느라 참치 낚시는 고사하고 참치캔도 하나 못 따 먹었어. ㅜㅜ

 

부산에서 일본으로 갈 때는 사람도 많고, 날씨도 좋고 그래서 한 20시간 걸렸나? 무튼 굉장히 즐겁게 왔는데. 다시 돌아 갈 때는 날씨가, 니미, 태풍의 여진이 작은 배를 덮치니까. 이대로 대한해협에서 물고기 밥이 되는구나 싶었어. 증말 무섭더라. 딸랑 세 명이서...

 

여튼, 온갖 우여곡절 끝에 우리 세 명은 거의 물오징어가 되긴 했지만 그래도 죽지 않고 무사히(?) 담날 새벽 즈음에 부산에 도착할 수 있었어. 딸랑 세 명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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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다는 게 기쁘더라.

 

하지만 내 손목 관절은 밤새 심한 노가다와 스트레스에 이미 망가졌는지 커다란 물혹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해서, 계류장에 도착해서 바로 병원 수술대로 가야만 했어.

 

그래서 수술은 잘 받았냐고? 왜 이래. 나야, 나. 조또모르는숲. 비키니걸과 와인이 꿀 같이 흐르는 뽀대나는 요트 타겠다는 꿈이 저렇게 아작 나는 어슬픈 인생인데 수술이라고 정상적으로 받았겠어?


본래 좀 큰 수술이었는지, 전신마취를 해야 해서 의사가 물도 먹지 말라고 했는데, 멍청하게 수술 직전에 긴장이 돼서 한 모금 해 버렸네.


......


바다 위에서 죽다 살아 났는데, 수술대 위에서 디지는 줄 알았어.


끝이야... ㅠㅠ



1. 세일요트 탄다고 하면 호화스럽네, 재벌이네 하는 편견이 있는데, 대부분 배를 한 사람이 소유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숟가락만 얹으면 되는 구조가 많아. 대부분 혼자서는 몰지 못 하는 게 세일요트라. 갯가에 살고, 흥미가 있는 사람들은 한 번쯤 도전해 볼만 해. 운동도 되고, 배를 소유할 욕심이 없다면 돈 들이지 않고 탈 수 있는 방법이 생각 외로 많아.

 

2. 동호회끼리 돈을 모아서 공동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어. 그런데, 잘 운영하면 좋은데 사람 많은 공동소유는 배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많아. 가격부담이 적은 대신에 인간관계가 힘들어. 모두가 주인이라 조율하기가 지랄 같거덩.

 

3. 어느 정도 덩치가 되는 세일 요트들은 겁나게 비싼 게 사실이지만, 그리고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요트들은 대부분 일본에서 중고로 들여오기 때문에 생각만큼 그렇게 비싸진 않아.

 

4. 와인은 계류장에서 간혹 먹어 본 적은 있지만, 영화에서 나오는 비키니걸들은 없다고 생각하는 게 편해. 그거 생각하다간 내 짝나.,, ㅠㅠ

 

5. 노통이 탈려고 했던 요트는 아마도 속도를 내는 작은 세일 요트가 아니었나 생각해. 그래서 그 쪼그만 딩기부터 차근히 배웠겠지. 그런 게 아니었다면 커다란 파워보트에서 와인이나 먹는 사진이 남았어야 했는데, 모자란 생각에는 그가 아마도 대통령이 되지 않았다면 본격적으로 요트선수가 될 꿈도 갖지 않았을까 해. 그랬으면, 그 모진꼴 안 당하고, 작은 배나 몰면서 허허롭게 소주나 즐기는, 순한 모습을 어느 저문 저녁날, 계류장에서 마주치지는 않았을까.


이 말하니까. 또 짠해지네. 니미.


증말 끝이야...





정체불명 잘모르는숲


편집 : 홀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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