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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8. 10.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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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부 주


아래 글은 자유게시판에서 납치되었습니다.

딴지일보는 삼진아웃 제도의 유구한 전통을 이어온 바, 

필자의 글이 3번 마빡에 올라가면 필진으로 자동 등록됩니다.


 





해외 여행도 많이 다니시고 당장 제주도만 가려해도 비행기를 타야 하니, 많은 분들이 공항(비행기)에 수하물을 맡기신 경험이 있을 겁니다. 여객기 승객이 많아질수록 분실 되거나 파손 되는 일도 부지기수겠죠.

 

한창 공항에서 일할 때는 한 편에 50건 이상 분실이 발생하기도 하고, 파손은 정말 자잘한 스크래치부터 리모와 하드케이스 깨지기까지 하는 일이 매일 발생했었네요.


그럼 간단하게 항공 수하물 분실 시 알아둘 점과 예방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1. 분실 - 가방은 왜 분실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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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실 케이스 접수시, 원인을 입력하는 코드만 50개 이상입니다. 세분화 하다보니 유사한 케이스들, 파생된 케이스들도 있지만 그만큼 수하물은 맡기는 순간부터 수십 가지나 되는 분실의 위험을 겪고 나서야 겨우 목적지에서 찾게(?)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빈번한 경우만 살펴보도록 하죠.


*MISTAGGING*


공항에서 체크인하는 직원의 실수로 엉뚱한 승객의 이름, 또는 엉뚱한 목적지로 수하물표를 발행, 부착하는 경우입니다. 항공사에서 가장 ㄷㄷㄷ하는 원인이며, 가장 큰 유책 사항이어서 아주 그냥 작살나게 깨집니다. 공항에서 6년 가까이 일하면서 딱 두 번 해봤습니다. ㄷㄷㄷ

 

여기서 파생된 게 NO TAG, 아예 태그를 발행 안 하거나 해놓고 안 붙인 상태로 짐을 보냈거나 하는 케이스입니다.



*TAG OFF*


인천공항에서 일할 때 도시괴담(?)처럼 선배들에게 듣던 말이 체크인 카운터에서 컨테이너 탑재하는 곳(BSA)까지 가방 하나가 4Km 가까운 자동 벨트 시스템을 통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정확히 확인해본 적은 없어서 진짜인지는 모르지만 암튼 엄청나게 복잡하고 긴 과정을 거치는 것은 맞습니다.


수하물이 지나가면서 수하물에 부착된 바코드 태그가 읽혀 해당 항공기의 수하물이 작업되고 있는 장소(LATERAL)로 분류됩니다.


이 과정에서 수하물끼리 접촉 사고가 나거나, 벨트 사이에 끼어 태그가 떨어지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러면 바코드 스캐너가 읽을 바코드가 없으므로 그냥 무작정 돌고 돌고 돌다가 NO TAG LATERAL이란 곳으로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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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따구로 붙이면 가다 떨어질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저러니 유럽에서 분실이 많이 일어나나봅니다.

 

 

*MISCONNECTION*


두 개 이상의 항공사 간의 연결 시, 보내는 항공사 또는 받는 항공사의 실수로 다음 연결편에 탑재하지 못한 케이스입니다. 저렴한 경유 항공편 이용이 많아지면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분실 케이스이기도 합니다.(라고 쓰고 미국계 항공사 욕을 합니다)


경유시 최소환승시간(MCT)라는 개념이 있는데, 보통 국제선-국제선 연결은 60분 이상, 국제선-국내선은 90분 이상이 환승을 위한 최소한의 시간이라는 뜻이며, 이 이하의 시간으로는 연결 발권이 안 됩니다. 하지만 도착편 지연으로 어쩔 수 없이 MCT 이하의 연결 시간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사람은 어떻게든 뛰어서라도 30분 만에 다음 편을 탈 수는 있지만 수하물은 컨테이너에서 하역하고, 환승 벨트에 투입하고 엑스레이 스캔하고, 연결편 수하물 탑재 장소까지 이동하고, 연결편 컨테이너에 탑재되고, 비행기에 실리기까지 그 시간에 절대 할 수가 없지요.


뭐 일부 공항에서는 특정 항공편으로의 연결수하물이 많은 경우에 하나의 컨테이너에 다 때려넣고 통째로 옮기는 경우가 있지만 보안 문제로 잘 허용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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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많이 쓰이는 AKE 사이즈 컨테이너 여기에 중소형 캐리어 4~50개가 들어갑니다.

 

 

*CROSS PICK-UP/OVER PICK-UP*


공항 수하물 수취대 위에 수하물표를 꼭 확인 하라는 안내문을 보셨을 겁니다(라지만 아무도 안 보더군요).

사실 수하물 200개 중 검정색 천으로 된 캐리어가 절반 이상인지라 아무리 내 가방의 모양을 잘 알고 있다 하더라도 꼭 똑같이 생긴 가방은 하나씩 있기 마련입니다. 이 때문에 자기 짐인줄 알고 남의 가방을 가져가고 자기 가방은 두고 간 게 CROSS PICK-UP, 내 것이 아닌줄 알고도 가져가거나 일행 짐인줄 알고 챙겨주려 잘못 가져가는 경우를 OVER PICK-UP이라고 합니다. 전자는 남은 가방의 주인을 찾아서 교환하면 되는데, 후자는 양심에 맡기는 수 밖에 없어 많이 난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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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검정색 천으로 된 캐리어(BK22WHX) 똑같은 게 수십 개 나옵니다. ㄷㄷㄷ


 

 

2. 분실 예방 방법



1)내 가방 모양은 반드시 기억해두자.


의외로 자기 가방이나 수하물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모르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멀쩡히 돌아가고 있는 짐을 두고서 내 가방 아니라고 우기다가 태그를 확인해드리면 그때서야 '아~' 하고 받아가는 일이 매일 일어납니다.


2)수하물표는 꼭 가지고 있자.


원칙적으로 항공사가 수하물을 돌려줄 수 있는 대상은 수하물표 소지자입니다. 따라서 무슨 일이 발생했을 때나 내 짐의 권리를 주장할 때는 수하물표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잃어버리지 마세요.


   KL_claim_tag.jpg

수하물표(BAGGAGE CLAIM TAG)입니다.

빨간색 동그라미 안에 있는 글자가 가방에도 붙어있는 태그 번호입니다.

 

3)가방에 나만의 표시를 해 두자.


가장 간단하고 확실한 방법이 손잡이에 손수건이나 스카프를 묶어 두는 방법입니다. 물론 그것마저 풀어지면 하늘의 뜻입니다...


4)가방에 넣은 내용물을 구체적으로 기억하자.


수하물 분실시 외형만으로 찾기 힘들 경우 내용물을 가지고 대조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따라서 내가 가방에 무엇을 넣어두었는지 정확히 기억을 하신다면 훨씬 빨리 찾을 수 있습니다. 기억하실 때는 '티셔츠, 바지, 양말...' 이렇게 기억하지 마시고 구체적인 브랜드와 색상 등으로 기억하시는 게 좋습니다.


5) 직항을 타자.


........................


6) 수하물을 맡기지 말자.


ㄴ(-_- )ㄱ=3=3=3=3=3


7) (진지) 귀중품을 넣지 말자.


이민가방에 금, 옥, 귀금속 들었는데 잃어버리면 어쩌냐고 뻥친 가족도 있었지만 의외로 맡기는 수하물에 어머니의 유품, 아버지의 시계를 넣고 다니는 분들이 많더군요.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원칙적으로 내용물 보상은 안 되기 때문에 진짜 귀중품이라면 위험물이 아닌 이상 기내로 들고 타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귀중한 물품을 남의 손에 맡기시는 게 더 이상하잖아요.



 


3. 수하물 분실시 대응 요령



1) 수하물 분실 신고 접수를 한다.


수하물 수취구역을 빠져나가기 전에 반드시 수하물 분실 신고를 하셔야 합니다. 항공사의 운송약관에는 승객이 사고 발생 당시 서면 신고 접수를 하지 않는 경우 모든 수하물이 정상 전달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이 있어, 공항 밖에서 벌어질 수 있는 분실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반드시 신고 접수는 그자리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수하물 분실 접수 서류 사본을 꼭 받으시고, 가능하다면 접수번호도 함께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해외에서 발생했을 경우에는 꼭 연락이 가능한 연락처, 체류 기간을 명확하게 알려주셔야 합니다. 


항공사에서는 도착지에 거주하지 않는 임시 체류자(관광객 등)들의 수하물이 분실 되었을 경우 일정 금액을 미리 제공하거나 AMENITY(생활 편의를 위한 시설, 물품)를 제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승객이 먼저 요청해야 하며, 운송약관에 따라 최종 분실 보상시 보상금액에서 공제됩니다. 보통 100달러 선에서 정해지니, 외국에서 사고 발생시 꼭 이게 있는지 먼저 말씀하시기 바랍니다.


2) 침착한다.


제 경험상 분실수하물을 3일 이내로 찾을 확률이 99%였습니다. 정말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라진 가방은 1년에 1~2건도 채 되지 않았죠. 일반적인 경우 이미 접수시에 소재가 파악 되어 오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항공사끼리 서로 모든 수하물 접수 상황을 공유하고 자동으로 추적해주는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고,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수하물을 원래의 목적지로 보내기 위해 자사편이 아닌 타사편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금방 발견됩니다. 접수 단계부터 최종보상금이 얼마인지 걱정하지 마시고 급한 생필품 부분은 위에 말씀드린 내용으로 요청하신 다음 2~3일 기다리시면 됩니다. (물론 찾고 나서의 보상 부분은 항공사마다 다릅니다)



 

이상 항공 수하물 분실과 예방, 대응 방법에 대해 졸라 재미없는 글이었습니다.


조금이나마 도움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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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딴지일보 홀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