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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0. 21. 화요일

raksumi









우연히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민망한 글을 보고야 말았습니다.


insight.JPG

문제의 site 


차라리 안 보면 더 좋았을걸... 이런 기사를 본 이상 우리 딴지스가 사건의 사실 여부에 대해 궁금함에 몸 부릴 칠 것이라는 사실은 명약관화 한 일. 이런 일은 '내가 아니면 누가 밝혀 줄까'하는 책임감이 엄습하여 하루 동안 잠이 안 오길래, 게으름을 분연히 떨쳐내고 이 글의 진위에 대해 똥꼬 깊수키 함 파헤치기로 했습니다.


일단 구글링을 해서 실제로 사건이 일어났는지, 해석 과정에서 문제는 없었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찾아낸 사이트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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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사이트


내용 자체는 우리나라와 차이가 없어 보였습니다. 그대로 해석해서 기사를 내보낸 것 같았습니다. International Business Times 가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신문인 지도 검색해봤습니다. Alexa라는 인터넷 회사에 따르면 business newspaper 중 세계에서 4번째로 많이 방문하는 사이트라고 하니 듣보잡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혹시 아시는 분은 댓글이나 트위터로 멘션 좀)


아무튼 각설하고 우리 딴지스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사항, 바로 'penis captivus'가 과연 사실일까 하는 점일 겁니다.


penis의 뜻은 다 아실테고 captivus 란 영어로 capture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라틴어로 포로(prisoner of war)정도의 의미니 대충 '거시기 포로' 비스무리하게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러니까 성관계 중 남자의 거시기가 갑작스러운 질의 수축 때문에 빠지지 않는 그런 상황입니다. 아마 소설이나 만화 등에서 이런 내용을 한 번쯤은 다 보셨으리라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그것이 과연 가능할까요?


솔직히 저는 이것을 학교 다닐 때나 병원에 있을 때 한 번도 들어보지도 못 했습니다.


다만 산부인과 적으로 'vaginismus(질경련)'라는 병은 있습니다. 이것은 질이 수축이 되어 penis를 비롯하여 산부인과 기구인 스펙큘럼이나 초음파 등이 질에 잘 들어가지 않거나 들어가기 어려운 상태를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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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구를 벌려서 질 안 쪽을 살펴봅니다. 

사실 대개 남자의 그것은 이것보다 큰데

어떤 분이 자기 남편 것이 이것보다 더 크다고 해서 

-그래서 관계가 어렵다고- 같이 웃은 적이 있습니다.


당연히 아직 출산을 경험하지 않은 처녀나 혹은 성관계 경험이 적은 아가씨에서 많고 드물게는 자궁 경부암에 걸려서 방사선 치료를 받은 분이나 자궁 적출술을 받는 과정에서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출산을 많이 하셔서 질이 조금 늘어나 성관계시 불만인 분들이 있는데 -실제로는 질이 좁은 분들보다 이렇게 반대인 이런 분들이 더 많습니다- 이런 분들이 하는 수술이 바로 '이쁜이 수술'입니다. 이쁜이 수술 역시 너무 심하게 질 입구를 좁게 만들어 버리면 '질경련'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질경련은 (성기나 기구가) 삽입이 되기 전에 일어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특히 외부에서 자극을 주게 되면 더 좁아져서 삽입이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아예 불가능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반면, 위에서 언급한 penis captivus(우리 말로 뭔지 모르겠슴)는 처음에는 잘 되다가 갑자기 경련이 오는 것입니다. 비슷한 듯하면서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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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이 처음에 엄청 아파하는 것도 이 증상과 연관이 있습니다. 


여성의 질은 평균 둘레 33cm 정도의 신생아 머리가 통과하게 되는 기관인 만큼 신축성이 대단합니다. (여담인데, 가끔씩 다른 과 의사들과 자신의 과가 더 훌륭하다 뭐 그런 개드립을 칠 때가 있습니다. 하루는 어느 과가 가장 큰 구멍을 치료하나, 뭐 그런 싸움을 한 적이 있는데요, 당연히 이쪽으로는 다른 과가 산부인과를 당해낼 수 없습니다.) 즉, penis captivus는 원래의 신축성이 사라질 정도로 강한 경련이 삽입 후 갑자기 일어나야 한다고 정리해볼 수 있겠습니다.


다행히 워낙 의료계는 보고가 많고 기록도 많이 남기려고 하는 곳입니다. 그래서 드물게 그런 경련이 일어난 사례가 있는지 논문과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가장 눈에 먼저 띄는 게 1979년 British Medical Journal에 실린 내용입니다.


pdf.JPG

Kräupl Taylor, F. (1979). "Penis captivus - did it occur?"


바로 이것입니다.


저자는 여기서 penis captivus에 관한 내용은 거의 루머이고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있(많)으며 그나마 20세기 들어와서는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19세기에 두 번의 경우가 있었다고 상세히 기록되어 있기도 합니다. 여기서 언급된 2번의 경우는 모두 소문을 듣고 작성한 것이 아니라 담당 의사가 보고한 것으로 어느 정도 신빙성을 담보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경우는 결혼 한 지 6개월 된 건강한 여성이었는데 관계를 가지는 중 너무 아파서 자주 관계를 가지지 못했고 관계 도중 10분 정도 분리가 되지 않았다고 하고, 두 번째 경우는 결혼한 지 1년 정도 되었는데 그동안 성관계를 잘하다가 갑자기 생겼다고 합니다. 너무 당황스러워서 긴 시간 동안 그 상태로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몇 분 정도의 일이었다 하네요.


아무튼 위의 저자는 '그 이후에 100년 동안 아무도 이런 일을 보고하지 않았으므로 이제는 없지 않나'라고 이야기합니다. 예외적으로 자신이 Royal Isle of Wight County Hospital에 1947년 레지던트(houseman이라는 말을 제가 임의로 그냥 레지던트로 해석 했음)로 있을 때 이런 환자를 보았다고 주장한 의사가 나타났다고는 합니다. 자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 그는 친절하게도 당시 같이 근무하던 친구 의사에게 전화를 걸어서 확인까지 시켜줬다고 하네요. 대상은 신혼부부였는데 마취제를 줘서 두 사람을 분리시켰다고 하지만 case report를 쓰진 않았던 거 같네요. (썼으면 의학 연구에 큰 도움이 됨과 동시에 이름을 남겼을 텐데 말이죠.)


그 밖에는 의사가 아닌 다른 사람에 의한 많은 보고들이 있기는 하지만 아무튼 최근에는 보고가 되고 있지 않습니다. 제 생각에는 아무래도 검증이 최근에 더 철저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개인적인 의학 상식을 대입해 보면 아무리 수축이 되어도 발기가 수그러드는데 분리되지 않을 이유가 없으며 설사 일시적으로 어렵다고 하더라도 금방 분리가 되는 정도일 거라 추정할 수 있겠습니다. 실제 동물의 경우에서도 이런 일은 보고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아 대부분의 의사들은 이런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제가 특히 위의 기사를 의심한 까닭은 두 연인을 분리시킨 처방이 '임신 때 자궁 경부를 확장시키는 주사'를 놓은 것이었다는 부분에 있습니다. 임신 시 자궁 경부를 확장 시키는 주사는 아마 '옥시토신(피토신)'을 이야기한 것 같은데 안타깝게도(?) 남자의 성기와 자궁 경부는 상관이 없습니다. 설사 자궁 경부에 남자 성기가 닿을 수는 있을 지언정 자궁 경부에 성기가 들어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3145537.jpg

질 확대경(스펙큘럼)으로 보는 옆모습. 

cervix 라고 적힌 곳이 자궁 경부. 

남자 성기는 질(vagina)과 관계되지, 자궁 경부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자궁 경부는 굉장히 좁고 만삭 분만 전에는 손가락도 안 들어 갑니다.

보통 내진을 한다고 할 때 여기에 손가락을 넣어서 

분만이 어느 정도 진행되었는지 예측합니다.


그래서 이 주사를 주어서 자궁 경부가 확장되어도 '성기 분리'와는 관련이 없어 보입니다.


거기다 이 약은 임신하지 않은 사람에게 효과도 별로 없는 약입니다. 임신 말기에 가서야 수용체가 증가하여(이 수용체와의 작용 원리는 조금 어려운 얘기라 생략) 그 약이 잘 듣습니다. 그러니 임신 초기에도 잘 듣지 않는 약입니다.


물이 많아서 (해변가여서) 분리가 더 되지 않았다는 것도 이해가 안 갑니다. 오히려 물이 윤활유 역할을 하여서 더 분리가 쉬울 것이기 때문이죠. 요즘 물 온도도 낮을 텐데 그 온도에 발기가 계속 유지된 것도 조금은 신기하고요. (변강쇠? VS. 비아그라 복용?)


아마 섹스라는 세상에서 가장 관심 있는 주제에 호사가들의 입방아가 더해져서 이런 잘못된 기사가 나오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raksum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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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퍼그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