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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0. 22. 수요일

trexx







편집부 주



인류 역사는 정보의 텀과 털림의 반복이라 할 수 있겠다. 최근 논란이 되었던 '까톡' 상황은 유구한 반복의 한 챕터라 할 수 있는 바,


본 연재를 통해 우리의 정보가, 니덜의 정보가 털려왔던 장엄한 연대기를 통해 온고지신적 관점을 장착하여 바로 오늘의 '털림'의 고찰해 보도록 하자. 








1. 욕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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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캐리 주연의 the Truman show: 태어날 때부터 인생이 방송이 된 사람 이야기다.



1998년 개봉한 짐캐리 주연의 트루먼 쇼 The Truman show를 보면 타인의 사적인 생활을 몰래 보고 즐기는 인간들의 심리를 잘 보여주고 있다. TV밖에서 남의 사생활을 은밀히 지켜보는 사람들은 마치 도촬한 포르노 영상을 보고 흥분한 듯 행동한다. 또한 트루먼의 인생으로 프로그램을 만든 크리스토프(애드 해리스 역)는 트루먼의 행동을 예측하여 그에 맞는 상황을 연출하여 마치 신처럼 행동한다. 영화는 타인의 사생활을 지켜보는 것과 온전히 자기의지로 움직이게 하는 것 모두 인간이 타인에게 원하는 자기 욕망이 아닌가 반문한다. 은밀히 보는 자와 만드는 자 모두에게서...


최근 인터넷이라는 온라인 네트워크가 발전함에 따라 개인정보를 배포하고 접근하기 쉬워졌다. 일반인들은 손쉽게 자기 생각을 공유하고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들은 사용자 정보를 손쉽게 취합할 수 있다. 여기에 독특한 위치를 가진 존재가 있는데 바로 국가다. 

 

사람들끼리 주고 받은 대화, 개인의 위치정보 등 국가는 개인 정보를 가지고 있는 기업에 권력을 행사하여 개인 정보를 가로채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국가의 개인 사찰은 최근에 있었던 일만은 아닌 역사적으로 언제나 있어왔는데 이 경우 국민 전체가 아닌 정권자에게 위협이 될 ‘내란’ 위험이 있는 반대 권력진영이 주로 해당되었다. 2차 대전 이전, 체제가 불안했던 국가들에서 권력 유지에 훨씬 필요한 정보는 전쟁 도발 위협이 있는 ‘적국’의 정보였다.

 

네트워크가 발달하지 못한 당시의 기술로는 국민 모두에게서 정보를 얻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러나 최근 기술의 발달로 국가의 개인 정보 사찰 대상은 ‘전국민’이 되었다.

 

전국민이 사찰의 대상이 되자 전국민이 국가의 언제든 ‘내란자’ 아니면 ‘적국’으로 취급받을 수 있게 되었다. 휴대폰의 발달로 쿠데타가 일어나지 못한다고 어느 사단장님께서 말씀도 하셨으니(월간중앙 2004년 9월호 현역 장군 "휴대폰, 인터넷 발달로 영원히 쿠데타 불가능” 참조) 국가의 전국민 사찰은 국민의 힘이 그만큼 커졌음에 대해 반증하는 것이기에 기뻐해야 하는 것일까? (당시는 참여정부였으니 이딴 말도 할 수 있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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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청래 의원이 스마트폰 네비게이션 앱에서 검색된 위치정보 또한 사찰되었다고 발표했다.

 

 

올바르지 않는 권력을 가진 위정자는 현재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정보 활용에 많은 유혹을 받고 있다. 바로 정보가 권력 유지의 핵심이 된 것이다.


개인의 정보를 포함한 모든 정보가 지 멋대로 털리기도, 수집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 연출될때마다 정보 보호의 의무가 있는 주체들은 하나 같이 '우리자 수집한 정보는 암호화되어 있어 블라... 블라... 블라... 블라...'라며 일장 연설을 늘어 놓는다. 그렇다. 암호는 '정보가 털린다'는 가정하에 맹글어진 일종의 보호막이라 할 수 있겠다. 그리하여 정보와 땔래야 땔 수 없는 '암호' 그것부터 시작해 보겠다.

 



 

2. 암호의 탄생


암호는 중요한 사실을 전달하기 위해 사용된다. 암호문이 역사적으로 사용된 사례는 일반 국민이 아닌 국가 기밀사항 정보를 주고 받을 때 주로 사용했다. 국가는 수많은 편지들을 일일히 다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국가가 국민들이 주고 받는 메시지를 일일히 확인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통신이 발달하기 전 암호는 종이 등으로 작성된 문자를 편지 등을 통하여 직접 전달 할 수 밖에 없었다. 


송신자(의사전달을 보내는 사람)는 특정의 수신자(의사전달을 받는 사람)에게만 의사를 전달하고자 할 때 수신자 외에는 다른 사람이 볼 수 없기를 바라기도 한다.(비밀통신) 보통 편지의 경우, 보다 안전하게 전달하기 위해 봉투에 씰링 왁스(Sealing Wax, 봉투를 뜯지 못하도록 촛농으로 마감)로 열지 못하게 하여 전달하였다.

 

문서를 뜯지 못하도록 아니 뜯으면 표시나도록 씰링 왁스를 사용할 경우 편지 자체가 눈에 보이기에 다른 사람이 문서 존재를 알 수 있다. 문서 존재를 알고 있는 첩자는 내용을 파악하고 난 후 교묘히 다시 조립하면 그만인 것이다. 그러한 연유로 다른 사람이 문서를 보지 못하게 전달하고자 할 때 문서 내용 자체를 감추는 방법, 즉 스테가노그래피(Steganography, 그리스어 ‘덮다’의 뜻 steganos와 ‘쓰다’의 뜻 graphein 합성어)가 탄생하게 된다.





스테가노그래피의 예


-고대 중국에서 얇은 비단에 메시지를 쓰고 공처럼 뭉쳐 밀랍으로 싼 다음 전달자(첩자)에게 삼키게 했다.

-탄소를 함유한 유기질 투명 액체(오줌도 가능)로 글씨를 쓴 종이를 살짝 그을리면 글자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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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통신분야




씰링 왁스나 스테가노그래프의 경우 문자 내용 자체를 숨기지는 못한다. 방법을 알게 되어 문서를 발견하게 되면 문서에 들어있는 온전한 의미를 그대로 알 수 있게 된다. 스테가노그래프 처럼 보이는 메세지의 존재를 감추는 것이 아닌 메시지의 의미를 감추는 것을 크립토그래피(Cryptography, ‘숨겨진' 뜻 크립토스kryptos 유래)이라고 한다. 이를 영어로 인크립션(encryption)이라고 하며 우리말로 ‘암호화’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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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와 복호화 과정

 

 

현대적인 암호의 기본적인 발상은 문서가 중간에 다른 사람에게 노출 되더라도 그 내용을 알 수 없게 하는데 있다. 배달되는 문서를 중간에서 누군가 가로챈다고 했을 때 그 문서는 암호화 되어 있기에 해독방법을 알아야 내용을 알 수 있다. 문서 내용을 암호화 하는 크립토그래피는 발전을 거듭하여 무선통신을 거쳐 컴퓨터 시대에서도 사용되는 방법이다. 현대의 암호기술을 알기 위해서는 기본이 되는 크립토그래프에 대해 언급해야 한다.

 



 

3. 크립토그래프


크립토그래프는 메시지를 주고 받는 사람들 사이에 미리 정해 놓은 규칙에 따라 메시지를 의미 없는 문자의 나열로 바꾸는 것이다. 중간에서 누군가에게 문서를 발각되더라도 규칙을 모를 경우 그 문서의 내용을 알 수 없게 된다. 수신인은 송신인과 공유한 규칙(열쇠와 알고리즘)을 이용하여 해독하여 원래 문장으로 환원해야 한다.

 

크립토그래프는 메시지 안에 있는 문자의 순서를 바꾸는 전치법(예: 국민TV 뉴스K 시사애너그램 ‘공갈' 참조)과 문자를 다른 문자로 대체하는 대체법이 있다. 전치법은 문장안에서 무작위로 문자들을 뒤섞을 경우 암호를 만드는데 있어서 해독하기 어렵다. 하지만 무작위로 할 경우 규칙을 정하기 매우 어렵게 된다. 전치법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수신인과 송신인이 손쉽게 공유할 ‘규칙'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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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치법 예: 한 문자씩 교대로 두 줄의 문장을 만들고 하나로 합친다.

 

 

위 예시 규칙은 한 문장을 한문자씩 교대로하여 두 문장으로 만드는 전치법으로 만든 암호문이다. 수신인과 송신인이 이 규칙을 공유하게 되면 손쉽게 해독할 수 있다. 단, 이 규칙은 너무 단조로워 다른 사람에게 쉽게 해독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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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치법 예: Scytale의 경우 끈이 풀렸을 경우 의미없는 문자들의 나열이 된다.

 

 

스파르타에서 쓰인 스키테일(봉) 암호의 경우 봉에 끈을 감아 암호를 해독하는 방법이다. 지름이 다양한 봉이 존재하여 끈에 해당하는 정확한 지름의 봉에 끈을 매고 해독해야 원문을 알 수 있다.


암호문을 만드는데 있어서 문장 안에서 문자를 서로 주고 받는 전치법은 암호 생성의 다양성에서 대체법에 비해 한계가 있었다. 대체법은 문장안에서 문자를 주고 받는 것이 아닌 문장안의 문자를 다른 문자로 대체하는 방법이다. 문자를 다른 문자로 대체하는 가장 고전적이고 유명한 대체법은 카이사르 사이퍼이다. 카이사르는 수많은 전쟁을 치루면서 정보를 적국이 해석할 수 없게 다양한 암호술을 사용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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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사르 사이퍼는 3단어를 뒤로 이동하였다.

 

 

물론 카이사르 사이퍼의 경우 알파벳 순서에서 몇 칸을(여기서는 3칸) 옮긴 알고리즘을 알게 되면 열쇠는 25개로 좁혀진다.(알파벳이 26개이므로) 그러나 순서에 상관없이 무작위로 뒤섞어 놓으면 열쇠는 400,000,000,000,000,000,000,000,000가지 방법이 나온다. 전치법과 달리 대체법은 여러 방법이 등장하게 된다. 무작위로 섞어 놓으면 송신자도 수신자도 규칙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보다 간편한 방법을 발명하게 된다. 한 예로 키워드(keyword)와 키프레이즈(keyphrase, 열쇠문장)의 방식이 있다. 예를 들어 DANZILBO라는 키워드를 사용한다면 중복된 글자를 빼고 ‘DANZILBO’로 만들고 알파벳 첫머리에 배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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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를 사용한 대체암호법.

 

 

대체법은 만들기 단순하고 보안이 뛰어나 10세기까지 가장 많이 쓰였다고 한다. 그러나 유럽과 달리 중세의 어두움이 없었던 중동 아랍은 상업의 발달로 경제적으로 풍요로웠으며 그로인해 과학문명이 발달하고 있었다. 그 이름도 긴 아랍의 ‘아부 유수프 야쿱 이스 하크 이븐 앗사바 이븐 옴란 이븐 이스마일 알 킨디'라는 철학자는 290여 권을 내놓은 다방면의 천재였다. 여하튼 문자를 하나의 대체문자로 변경하는 단일 대체사이퍼에 대해 그는 빈도분석을 통해 암호를 해독할 수 있음을 알았다.

 

보통 영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글자는 e, t, a 순이다. 한 문장이 단일사이퍼라고 했을 때 특정 단어 빈도가 높으면 'e'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 방법은 문자에 대한 빈도만으로 해독하므로 완벽하지 않다. 그러나 문장이 긴 경우 해독할 수 있는 확률은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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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도분석: 상위 6글자가 50%이상 차지한다.

 

 



4. 비즈네르 사이퍼


단일 사이퍼가 빈도분석을 통해 해독될 수 있음을 알게 되자 사이퍼 알파벳을 두개 이상 번갈아 가면서 사용하는 방법이 나오게 된다. 15세기 피렌체 출신의 알베르티는 그의 논문에서 처음으로 두 개 이상의 사이퍼 알파벳을 사용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 논문을 바탕으로 프랑스 외교관 출신인 비즈네르는 사이퍼 알파벳을 26가지를 제시한 비즈네르 표를 작성하게 된다. 이제 빈도분석법으로는 해독할 수 없는 암호문이 나오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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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 사이퍼 비즈네르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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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네르 암호로 만든 사이퍼 암호문.

 

 

비즈네르 암호를 만드는 방법은 키워드로 ‘WHITE’를 지정한 다음 문장이 끝날 때까지 반복한다 (WHITEWHITEWHITE…). 그리고 나서 비즈네르 표를 참조하여 대체 시킨다. 문장의 첫 문자 ’T’는 키워드 ‘W’를 비즈네르 표를 이용하여 ‘P’로 대체한다. 문장의 두번째 문자 ‘h’의 경우 키워드 비즈네르 표 ‘H’를 이용하여 ‘O’로 대체한다. 비즈네르 암호를 이용하면 같은 문자가 나와도 대체되는 문자는 제각각임을 알 수 있다.

 

철옹성 같았던 비즈네르 암호 또한 영국의 괴짜 과학자 베비지에 의해 1854년 경 깨지게 된다. 빈도분석을 사용한 빈도분포를 사용하여 해독해 낸 것이다.(단, 여기서는 해독방법을 언급하지 않겠다. 이 글에서 많이 참조한 ‘사이먼 싱의 암호의 과학’에 비즈네르 암호에 대한 해독방법이 잘 나와있다.) 그러나 베비지는 비즈네르 암호 해독방법을 공표하지 않았다. 비즈네르 해독을 공표하여 세상에 알린 인물은 1863년 프러시아 출신인 프리드리히 빌헬름 카시스키에게 넘어갔다.

 

베비지는 결과를 발표하지도, 연구를 마무리 하지 않기로도 유명한데 가장 유명한 사례가 현대 컴퓨터의 조상이 될 뻔한 디퍼런스 엔진 1,2호를 완성하지 못한 것이다. 그보다는 당시 크림전쟁 중이었기에 이 해독술을 정부에서 발표를 막았을 수 있다. 그래야 영국이 적국인 러시아에 비해 정보전쟁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후 유럽에서는 암호 기술에 대하여 국가적인 통제를 하게 된다. 20세기에 이르러 무선통신 발달로 전쟁은 지역전이 아니라 대륙을 넘어 세계전쟁으로 확대되는데 그 중심에 암호를 활용한 정보가 큰 활동을 하게 된다.

 

 

지금까지 상식수준에서 암호문 크립토그래프 대체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2편에서는 2차 세계대전의 승패를 결정했던 무선통신, 애니그마 그리고 앨런튜링에 대해 다루려고 한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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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너클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