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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0. 24.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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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1.


몇 년 전 일이다. 예비역 장군님들이 모여 있는(단체가 입주한 건물의 소유주는 국방부인 걸로 안다) 단체에서 의뢰가 들어왔다.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어필할 만한 영상물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대본을 만들고, 영상물을 만들어서 납품을 했는데... 문제는 이 장군님들에게 '비용 감각'이 없다는 것이었다. 몇 번의 실랑이 끝에 나온 결론이 프로젝트 파기였다. 중장 전역자였던 예비역 장성께서는 병장 만기제대자와 얼굴을 붉히며 싸워야 했고, 결국 민간 연구원이 중간에서 정리를 해줬다. 당시 내 짧은 식견으로는 '군'에 너무 오래 있어서 '비용'에 대한 생각이 없었든가, 아니면 장군님이 입만 열면 말하던 그 '애국심'이 내게는 없었던 게 아닌가 싶다. 지금도 그 장군님이 당한 봉변(?)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한다.



에피소드 2.


10여 년 전 일이다. 외삼촌이 전역을 했다. 진급철이 되면, 온 가족들이 모여서 가족회의를 하고 각자의 사정을 염두에 두고 얼마씩 갹출 했던 기억이 난다. 외삼촌이 진급을 하면 지프차에 운전병과 부관을 대동하고 가족들을 일일이 방문했던 기억이 난다. 일종의 '군보험'이었다. 각자 다들 아들들이 있었기에(혹은 그 주변에 아들이 있었기에) 외삼촌을 진급시키면 훗날 도움이 될 것이란 현실적인 판단. 그리고 그 판단은 주효했다. 나는 그 혜택을 보지 못했지만(강원도 고성으로 보냈으니... 그것도 '빽'을 써서 말이다), 내 사촌들은 다들 편하게 군생활을 했던 기억이 난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군대에서 제법 높은 위치까지 올라가 있었던 상황이었기에 사회생활에, 아니 대인관계에 심각한 장애(!!)를 안고 있었다. 결국 외삼촌은 자신의 직위에 걸맞는 일자리를 찾다가, ‘영업’에 뛰어들게 된다. 누가봐도 바지사장이었지만, 외삼촌은 장(長)이란 직책에 연연했고, 가족들은 외삼촌이 한없이 ‘사기’에 가까운 사업에 발을 담근 걸 알면서도 돈을 갹출해 물건을 사줬다(다단계 비슷했다). 일종의 ‘퇴직금’이었다. 결국 외삼촌은 반 년 만에 호된 사회신고식을 치렀고, 이후 전역한 다른 동기와 같은 ‘길’을 걷게 된다. 한나라당 공천. 외삼촌은 고향으로 내려가 한나라당 공천을 받기 위해 무던히도 애를 썼고, 그때마다 외삼촌의 레이더에 걸린 것이 나였다(와서 선거연설문 써달라고... 쿨럭). 몇 번의 공천 실패 이후 외삼촌은 조용히 연금생활자의 길을 걷고 있다(아이러니한 게 외사촌 형님의 아내 되는, 내게는 형수님 되시는 분은 민주당 공천을 받아 시의원이 됐다. 외삼촌이 얼마나 '빡치셨는지'에 대해선 말 않겠다).



에피소드 3.


모 업체에서 군납품을 하기 위해 예비역 장군 한 분을 섭외했다. 납품은 성공했고(방산업체의 군납비리와는 무관한 납품이다. 재화가 아닌 서비스였고, 나름 합리적인 선택이라 본다), 장군님은 멍하니 사무실에 앉아계셨다. 최소한 30여 년을 군문에서 활동하신 분이라 사회 돌아가는 사정, 특히나 이쪽분야에 있어서는 문외한인 분이시기에 뭔가 의욕적으로 발언을 하고 의견을 개진했지만, 정말, 미안하게도, 안타깝게도, 장군님의 아이디어는 시대와 동떨어져도 너무 동떨어져 있었다. 결국 장군님은 멍 때리고 있다(과도한 ‘긍정마인드’로 몇 달간 사내 이곳저곳을 쏘다녔지만, 그것도 반 년을 넘기지 못하셨다. 그 다음부터는 밥 먹고, 신문 보고, 인터넷 검색하고의 반복). 나중에 그쪽 팀장에게 확인을 했는데,


“아... O장군님요?(엄연히 ‘이사’란 호칭이 있었지만, 여기선 장군으로 통용됐다) 군계약이 2년 돼 있는데. 2년 지나면...”


말끝을 흐리는 팀장의 말 속에 장군님의 운명이 숨어있었다. 늘 그래왔듯이 군납계약이 끝남과 동시에 장군님은 회사를 떠날 것이다(이쪽 업체의 관례다). 그건 장군님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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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장관 인사청문회를 할 때마다 곧잘 등장하는 게 '방산업체 근무' 기록이다. 다른 장관 후보자들이 대형로펌이나 유관기관에서 수십억대의 연봉을 받거나, 부동산 투기 등등의 의혹으로 낙마하는 것과 달리 국방부 장관 후보자들은 상대적으로 수수(?!)하다.


“역시 법대나 상대를 나와야 주류에 편입될 수 있다.”


란 단순한 품평으로 국방부 장관 후보자들의 수수함(?)을 설명할 수 있을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장군님들은, 갈 곳이 없다.


일반적으로 (육군)장교가 될 수 있는 길은 육군사관학교, 3사관학교, ROTC, 학사장교 등이다. 이 중 가장 많은 숫자를 채우는게 ROTC다. 매년 임관하는 육해공의 소위 중 80%가 ROTC 출신이다. 한해 평균 4200여 명의 (육, 해, 군)소위들을 배출하는 것이 ROTC다. 육군사관학교가 320여 명 내외를 매년 소위로 배출하고, 3사관학교가 400여 명 내외다.


학사장교와 ROTC들은 소위에서 대위까지의 계급을 대부분 책임진다. 초급간부의 대부분을 채워주는 건 ROTC와 학사장교지만, 계급이 점차 올라가다보면, ROTC와 학사장교, 3사관학교 출신들은 점차 사라지고 보이는 건 '육사'들 뿐이다.


2010년 기준으로 육군 각 출신학교별 장성 진출률은 육사 77.8%, 3사 14.7%, 학군 5.9%였다. 2011년 기준으로 육사 출신 장성 진출률은 78.4%로 늘어났고, 2012년은 육군 전체 장군 318명 중 육사 출신이 253명(79.6%)이다.


소위 시절에는 가장 적은 수였지만, 계급이 점차 올라갈수록 육사비중이 올라가더니, 장군이 되면 10명 중 8명을 육사 출신이 채우는 구조. 이게 대한민국 육군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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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군님들...어쩌지?


우리나라 장군님들의 숫자는 얼마나 될까?(계속 애먼 보직이 늘어나서 장군 수는 계속 늘어난다) 최근에 업데이트된 내 기억속의 숫자는 440여 명이다. 휴전선 155마일에 장군님들을 한 명씩 세워두면 약 500미터에 한 명씩 세워둘 수 있는 숫자이다. 더 충격적인 건 장군 바로 밑의 대령 계급이다. 3천 명 내외 정도로 안다(역시나 애먼 보직이 계속 늘어나서). 대령이 3천 명 내외라는 것에 대해서 실감이 안 날 거 같은데, 이게 '꽤' 심각한 문제다.


군생활을 경험한 독자라면 알겠지만, ‘대령=연대장’이란 개념이 박혀있을 것이다. 대령 계급이 맡는 최고의 보직은 야전부대의 '연대장'이다. 그런데 말이다. 대한민국에서 연대장 보직은, 정말 많이 잡아봐야 400개 내외다. 그럼 나머지 2천여 명이 넘는 대령들은 뭘 하고 있는 걸까? 이들에게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도 일이다.


더 큰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가 '장군'을 꿈꾼다는 것이다. 그 경쟁이 얼마나 치열할까?(덕분에 장군을 포기한 대령 ‘장포대’들이 깽판치는 것도 문제지만 국방부에서 ‘진급적기 경과자’란 이상한 말을 만들어 낸 덕분에 상당수가 깽판을 포기해야 했다. 그 이전에는 장군 진급을 포기하더라도 정년이 보장돼 있으므로 깽판을 쳤는데, 이꼴 보기 싫은 국방부가 2년 마다 적격심사를 거쳐서 부적격자는 바로 제대를 시켜버리니... 몸 사려야지)


이러다보니 진급철이 되면 ‘난리’가 난다.


국방부에는 투서가 쌓이기 시작하고, 20여 년 전 어깨를 감싸 안고 푸른 제복에 청춘을 담겠다 맹세하던 동기들이 적이 되어 물어뜯고 싸우게 된다.


여기서 말하겠지만, 지금 이 '잡설'은 장군들을 비난하려는 목적으로 쓰는 게 아니다. 이 많은 장군님들하고 대령님들을 어찌할지를 같이 고민하자는 차원에서 쓰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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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졸라 많다.



장군이 많으면 뭐가 필요할까요? 보직이요!!


삼국지 시절이나 만화 <킹덤>의 배경이 되는 춘추전국시대라면, 장군이 많다는 게 국방력 강화의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현대전에서 너무 많은 장군들은 오히려 문제만 양산해 낼 뿐이다. 군대가 전쟁을 해야지 정치를 하면, 그때부터 군대는 산으로 가기 때문이다.


군대의 고급간부들과 장군들이 정치를 하지 않는다 쳐도, 너무 많은 장군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전투력 약화에 지대한 공헌(?!)을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보직'이다. 일반 상식으로 보자면, 별 1개 준장의 경우 여단장 보직을 주면 되고, 별 2개 소장이면 사단장을 주면 된다라는 공식이 있다. 그러나 400여 개가 넘어가는 별들에게 줄 별자리가 없다. 늘어나는 장군들에 맞춰(군 규모는 줄어드는데, 장군수는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보직을 마련해 주는 것도 일이다.


이러다보니 군대 안에서는 무슨 일이 터지면 ‘00사령부’를 만들어 낸다(사령부뿐만 아니라 별별 희한한 부대들을 만들어 낸다). 연평도 포격 사건 터지자마자 서북도서사령부란 걸 만들어 내고, 북한 미사일 문제가 한참 여론을 지필 때에 유도탄사령부란 걸 만들었다(북한의 탄도탄과 장사정포 등등 비대칭 무기를 상대하겠다고 만든 것인데, 올해 미사일 사령부로 확대개편 됐다. 유도탄 사령부 덕분에 소장 한 명의 보직이 생겼다). 항공작전 사령부도 마찬가지다 보병사단을 보면 자체적으로 항공부대가 있었다. 이걸 끌어모아 항공작전 사령부가 탄생하게 된다(1999년 4월 창설됐는데, 2009년이 돼서야 보병사단 항공대는 모두 해체됐다. 즉, 그 사이 육군 항공전력의 운영에 애매모호한 상태가 얼마간 있었다. 보면 알겠지만, 전력의 확충 없이 지휘계통을 통합하거나 하면서 사령부 하나를 뚝딱 만들어 낸 것이다. 물론, 교리의 발전, 아니 ‘재해석’을 통해서 사령부 창설의 논리는 만들고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사령부가 너무 많다. 교육사령부, 군수사령부, 인사사령부, 수송사령부, 의무사령부, 화생방사령부, 지휘통신사령부, 기무사령부, 정보사령부 등등등 (이것 말고도 우리나라에는 ‘사령부’가 넘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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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장 핫한 사령부


사령부가 너무 많다. 실제로 이게 전쟁수행에 꼭 필요하고, 대한민국 군대의 전력(戰力)증강에 도움이 된다면 모르겠지만, 아무리 좋게 봐도 보직 만들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물론, 꼭 필요한 사령부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가 기존 전력을 지휘체제 통합이란 미명하에 흩어져 있던 거 모으고, 거기에 새로운 장비 1~2개 추가해서(미국에서 ‘에이테킴즈MGM-140 ATACMS’ 몇 개 수입해서 기존의 미사일들 지휘체계 모은 다음 유도탄사령부 하나 뚝딱 만든거처럼) 사령부 하나를 뚝딱 만들어 내는 게 관례(?)다.


장군 자리 하나 만들어 내면, 장군 보직 하나만 생기는 게 아니다. 그 밑에 수많은 준장, 대령, 중령, 소령, 기타등등의 보직들도 생겨나는 것이다.


이런 걸 두고 ‘보직 돌려막기’라고 해야 할까?



보직이 많으면 무슨 문제가 생길까?


보직이 많으면, 뭐가 문제일까? 앞에 말 한 ‘사령부’ 이야기를 계속 이어서 말해야겠는데 ‘사령부’가 만들어지면, 어쨌든 ‘병력’이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병력’이 어디서 오냐는 것이다. 이미 대한민국은 군인이 부족하다. 2020년이 되면 병력자원이 되는 18세 연령의 남성인구수가 지금보다 30% 이상 줄어들게 된다. 즉, 65만 병력을 유지하고 싶어도 사람이 없어서 병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그렇다고 여자들을 징병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 않은가?).


22사단 임모병장의 사건을 좀 더 파고들어가 보면 ‘병력’의 문제라는 게 내 생각이다. 왜? 병사 수는 적은데, 지켜야 할 범위는 다른 전방사단의 2배나 되기 때문이다(이건 언론에 많이 나왔지?). 그런데 말이다. 기존의 사단들이라도 완편, 그러니까 TO를 만땅으로 채우고 가도 병력이 부족하다. 경계만 서도 빡센데 이들은 봄 되면 풀 베고, 겨울 되면 눈 치워야 한다. 그 사이에 환자, 부상자 나오면 근무 열외시키고, 휴가자 빼고 하면 근무 돌릴 인원이 빡세다. 겨울철이면 하루에 4~5시간 자는 것도 많이 자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병력을 좀 더 채워주거나 사단을 더 투입해야 하는데, 그럴 ‘병력’이 없다.


재미난 사실 하나를 말해주겠다. 전 세계 최강인 미국의 경우 육군이 약 50만이다(얼추 대한민국 육군과 비슷하다). 그런데 이 미군의 사단 수는 10개다. 그럼 한국군은? 무려 42개나 된다(보병 사단 16개, 기계화 보병 사단 6개, 향토 방위 사단 12개, 동원 보병 사단 8개). 정말 많다. 소위 말하는 완편, 감편, 단편 사단들을 다 모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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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단이라면 다 똑같은 사단이지. 완편, 감편, 단편사단은 뭘까?


완편은 우리 머릿속에 있는 1만 명이 넘어가는 완전한 사단들이다. 전투사단이나 예비사단, 해안경계사단 등과 같이 편제와 실제병력이 일치하는 경우다(예비사단의 경우는 약간 모자라는데, 전쟁터지면 예비군 보충해서 편제상의 병력을 맞춘다). 단편사단은 우리가 길거리에서 흔히(?) 보는 향토사단이나 동원사단을 생각하면 된다. 편제보다 압도적(!!)으로 병력이 적다. 전쟁 나면 예비군 모아서 사단을 만든다고 보면 된다.


무늬만 사단인 사단이 있다는 소리다(그것도 많이)


물론 향토사단이나 동원사단이 필요하고, 전쟁을 대비해 미리 사령부를 꾸려두고 예비군들 훈련시키는 것도 맞다(그런데 거기에 꼭 현역장성이 들어가야 할 이유가 있을까?) 아무리 좋게 봐도 보직 만들어 주기처럼 느껴지는 건 뭐지?


그렇다. 지금 대한민국 장성들은 보직 찾아 삼만리를 하고 있다. 어쨌든 보직을 만들어야 하고, 보직을 돌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저 많은 별들을 미아가 될 것이다.


일단 별들을 위해서 보직은 만들어 놨는데, 이게 전투력 증진에 도움이 되냐는 전혀 별개의 문제가 된다. 분대를 만들고, 소대를 만들고, 중대를 만들고, 이걸 모아서 대대, 연대, 사단을 만든 건 다 그 전투력을 고려해서 인원을 편제하고, 조직으로 묶어놓은 것이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은 편제는 유지하되 병력은 줄이는 방식으로 장군들과 장교들의 ‘자리’를 만들어 주는 상황이 되고 있다.


국방부나 장군들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그들도 어쩔 수 없다. 일평생 군문에서만 살아왔는데, 이들이 옷 벗고 나가면, 할 게 없다. 정말 잘 풀리면 새누리당에 공천신청을 하는 것이고, 적당히 풀리면 국방부에서 마련해 준 건물에 들어가 골프 이야기나 한다. 아예 안 풀리면? 사기나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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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떨어지고 나면...



그럼 미국은?


우리나라 군대 편제와 각종 시스템은 미국의 영향 아래서 발전해 왔다(미군 걸 그대로 베껴서 만든 거도 많다).  그럼 미국의 상황은 어떨까?


현재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미군의 수는 150만 내외다. 그럼 장군 수는? 740여 명 내외다(많긴 많다). 까놓고 말하자. 미군도 장군들 때문에 골치 아프다. 이미 1980년대부터 미국의 국방개혁론자들이 말하는 단골논리가,


“야... 우리 인간적으로 장군이 너무 많지 않냐?”


미국은 1980년대부터 장군이 너무 많다며 사병 1만 명 당 장군 비율을 가지고 미국방부에 딴지를 걸었다.


2차대전 종전 때까지 미군의 장성 수는 2068명이었다. 사병 1만 명 당 장군은 1.9명이었다(사단단위로 나누자면, 사단장 1명, 부사단장 1명으로 보직을 나눠줬다고 보면 된다). 이게 냉전이 한참이던 1980년에 이르면 사병 1만 명 당 장군 수는 6.4명으로 급증하게 된다. 사병 수에 비해 장군수가 너무 많다는 압박 때문인지, 아니면 냉전 종식의 여파 때문인지 이후 사병 대비 장성 수는 꾸준히 줄어들었고, 2천 년 대 중반에 이르면 사병 1만 명 당 5명 내외까지 떨어지게 된다(병력수도 줄어들었지만). 그러나 여전히 장군수가 많다며 난리다.


그럼 한국은? 65만 병력에 장군 수는 440명(440명으로 고정했다치고)이니까, 대충 계산들 해봐라.


노태우 정부 때부터 국방개혁을 해야 한다며 저마다 국방개혁안을 내놓는데(노태우 때부터 따지면 818부터 시작해 노무현의 국방개혁 2020, 이명박 정부때의 국방개혁 307계획까지) 이제까지 성공한 적이 없었다. 군인 출신 노태우나 하나회 때려잡은 김영삼(이건 인정해야 한다!!), 군개혁보다는 나라 살리기 바빴던 김대중 대통령까지는 그러려니 하고 이해하겠는데, 노무현 정부 때부터 시작한 국방개혁 2020은 307 때 뒤통수치더니 박근혜 정부가 내놓은 국방개혁 기본계획에서는 아예 사라졌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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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차 다시 원점으로...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이 장군 수 60명 감축안이 사라졌다는 것이다(대신, 장교와 부사관 1000명 감축안으로 후퇴했다. 아놔). 병력 수가 앞으로 더 줄어들 것이란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인데, 장군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재미난 게 국방개혁을 할 때 마다 장군수는 계속 늘어난다는 것이다. 아니, 국방개혁 속에서도 장군수가 늘어난다고 해야 할까?). 만약 지금까지의 페이스가 앞으로도 이어진다면, 장군수는 늘어나면 늘어났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그 많은 장군들은 다 어디로?


장군의 현역 시절에 내가 그 장군의 부대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뻔뻔하게도 일병 계급장을 달고 수도방위사령부로 들어갔다. 장군은 사복 차림이었다. '나 때문에' 부대에 들어간 것인데 덕분에 사령부가 뒤집어 졌다(미안하다 관사병들아!!!!) 휴일 날 테니스를 치던 부관들이 헐레벌떡 달려와 경례를 붙이고 난리도 아니었다. 대위는 껌이고, 영관급들이 달려와 ‘충성!’을 외치며 장군 앞에 벌벌 떨었다. 일병 나부랭이는 어쩔 줄 몰라 하며 같이 ‘충성’을 외치며 굳어버렸다.


장군의 휘하 장교들이 슬그머니 내게 시선이 향하자 장군은 툭 한 마디 던진다.


“조카야.”


그 한마디에 그 자리에 모인 5~6명의 장교들의 표정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뒤이어,


“군생활 잘하게 생겼네요.”


“(사단마크보며) 전방에서 고생 많이 했겠네요.” (26개월 동안 장교들이 내게 그렇게 온화한 미소와 따뜻한 눈빛, 그리고 경어 비스므리한 어투로 날 대한 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당시 모인 장교들은 날 수방사로 차출하거나 안 되면, 전방에서 이곳으로 파견 보내는 방법을 고민하는 듯 했다. 당시 그 장군은 내게 ‘장군’의 위력을 잠깐 보여주기 위해 그랬던 듯 싶다(민간인 시절 그 ‘장군님’을 무시했고, 제대 후에는 의욕적으로 피해다녔다. 그러나 현역 시절에는 장군의 위력을 실감했다. 중대장 앞에서도 벌벌 기었는데 장군이라니...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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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장군’은 아버지의 부탁(?)에 의해(‘저 새끼 사람 만들어야 한다’란 게 부탁이라면 부탁이겠지) 날 ‘그곳’에 계속 짱박아 뒀다.


그곳에서 ‘장군’은 왕이었다. 실감했다. 그 왕의 행차 덕분에(?) 휴일 날 꿀을 빨고 있었던 수백 명의(최소) 군인들은 비상이 걸렸다. 일병 나부랭이 앞에서 ‘가오’를 잡기 위한 행동치고는 좀 유치했다.


...그 장군이 퇴역을 했다. 퇴역한 장군은 은퇴한 정치인의 그것보다 더 비참해 보였다. 장군은 현역시절을 잊지 못했다. 검사는 은퇴해도 불러주는 곳이 많지만, 장군은 은퇴하면 불러주는 곳이 없다. 장군은 30여 년 간 뼈속 깊이 박혀 있는 군인방식의 ‘인간관계’를 말했지만, 사회는 이를 용납하지 않았다. 군복을 벗은 장군은 그냥 ‘아저씨’일 뿐이다. 장군은 다시 한 번 그 시절을 떠올리며 사회에서도 ‘장군’과 같은 대우를 받는 직책을 찾아 헤맸지만, 사회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장군은, 어디로 가야 하는 것일까?



장군님이 가야 할 곳은?


꿈의 17사단의(지금은 아니라지만) 우리 송XX장군님. 이 분이 2009년 장군 진급 하셨는데, 이때 당시 육사 40기의 선두주자라고 여기저기 난리도 아니었는데, 격세지감이다. 이렇게 인생 쫑 칠지 몰랐다. 이 분이 구속되는 거 보면서(성추행 사건과 별개로),


“저 아저씨 군복 벗으면 뭐하고 살까?”


란 말이 튀어나왔다. 여군을 성추행한 파렴치한 사람이고, 죄에 합당한 벌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 그런데 그 이후.. 송장군은 뭘 할까?


송장군 뿐만 아니다. 지금 현역에 있는 많은 장군들. 그들은 뭘 해야 하는 걸까? 별 2개 소장이라면, 대략 50대 초중반이다. 이때 전역을 한다면, 이 장군들은 뭘 할까? 연금을 받아서 그걸로 먹고 산다? (까놓고 말해서 은퇴 뒤의 장군은 나름 살만하다. 군인의 특성상 결혼을 일찍 한다. 때문에 이때쯤 되면 자식들 얼추 키워놓은 상태이기에 자기 몸만 건강하다면 별 탈 없이 잘 살 수 있다. 문제는 사람이 밥만 먹고는 못 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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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장군들이 갈 곳이 없어 방황한다. 이러다 보니 이들은 호시탐탐 군 주변을 살펴본다. 뭔가 ‘아이템’이 있다 싶으면, 그걸 들고 국방장관실을 찾아간다.


“O장관? 내 후배야. 학교 다닐 때 엄청 예뻐했는데...”


대충 이런 레퍼토리다. 중장 이상 전역자의 경우에는 국방장관과의 연줄만 괜찮다면, 약속을 잡고 바로 국방장관실 문을 두들긴다. 재미난 게 국방장관도 학교에서의 관계를 떠올리면 깍듯이 ‘선배’ 대접을 해주며 응대한다. 그리고 그 ‘아이템’을 최대한 보기 좋게 거절하기 위해 해당부서를 떠올려 토스한다.


이런 게 아니라면 방산업체나 군납을 생각하는 몇 군데 회사에 취직하는 경우가 전부이다.


장군들은 사회가 두렵다. 군복을 벗고 살아온 시간보다 군복을 입고 살아온 시간이 더 많은 게 장군들이다. 이런 장군이 사회에 나와서 뭘 하고 사는지는 선배와 동기들의 모습을 통해 충분히 봐왔다. 장군들은 최대한 오래 군문에 남아 있으려 한다(어떤 분야이든 마찬가지겠지만). 게다가 그들은 군에 있으면서 사람을 ‘부리던’ 권력에 어느새 중독이 돼 있었다. 다른 분야라면 또 다른 기회나 대체재가 있겠지만, 장군들은 옷을 벗는 순간 이 모든 권리와 권력을 같이 내려놓아야 한다. 준장 정도면 사회적으로 성공한 대우를 받는 측이다. 아니, 성공했다!! 사회적 대우를 봐도 이사관급(2급)이다(우리나라에 8명 밖에 없는 ‘대장’들은 국방부 차관보다 의전서열이 높다).


공식적으로 전속부관, 운전병, 당번병, 공관병, 조리병(이건 비공식적이다)이 붙고, 행사 때마다 예포도 쏘고, 장성기에, 성판에... 그야말로 난리가 난다. 게다가 장군 진급이 되면 가문에도 영광이라 족보에 등재되기도 하고, 현수막은 기본으로 붙는다. 그야말로 가문의 영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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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로서는 한 번 누려볼 만한 위세일 것이다(만 명 정도의 사람들이 자기 한 마디에 그 운명이 왔다갔다 하는 그 권력의 느낌이란. 쉽게 느껴보지 못할 것이다).


이 모든 걸 군복을 벗는 순간 다 반납해야 한다. 또한 군복을 벗는 순간 자신의 정체성과 능력 자체를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이들이 진급에 목을 매다는 이유를 알겠는가?


...짧게 쓰려고 했는데 길어졌다. 여기서 끊겠다. 다음회에 이어서 마저 쓰겠다. 왜 이렇게 길어졌지?







펜더

 

편집 : 홀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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