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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물 추천13 비추천0

2014. 10. 30. 목요일

딴지팀장 꾸물










날씨가 나날이 추워진다. 엊그제까지 2,900원 초특가 반팔을 입고 다녔던 기억이 나는데 어느샌가 지금은 잠자리에 들기 전 핸드폰으로 1~2시간 뒤지고 뒤져 간지와 보온, 두 마리 토끼를 잡은 38,000원짜리 잠바를 부들부들 떨리는 손가락으로 결제해서 입고 다니고 있다. 추워진 날씨 때문인지 안주머니, 뒷주머니의 얇은 지갑이 더욱더 가슴과 엉덩이를 애리게 한다.


얼마전 SNS에서는 “유니클로가 왜 인기 있는지 모르겠다.” “니들도 30~40대 돼봐라.” “싸니까 산다. 싸니까.” 등등의 설왕설래가 오고 갔다. 유니클로도 비싸서 거의 사보지 못한 나로선 다른 세상 얘기인 것만 같았다.


유니클로 말고 싸다고 소문난 다른 매장에도 가봤다. 근데 씨바 비싸다. 맘에 들거나 간지가 조금이라도 난다 싶은 긴팔 티샤쓰 한 장에 막 3만원씩 한다. 바지는 4~5만원이다. 결국 집에 와서 인터넷 쇼핑 페이지에 접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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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읽는 당신 또한 나와 같다면 내 마음과 똑같다면, 아님 매장에서 자꾸 따라다니며 멋져요, 딱이에요, 이건 어때요 삼단콤보를 시전하는 직원이 부담된다면, 그래서 가격표도 보지 못하고 입어 봤으니 미안해서 구매해야만 했다면!!


다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쥐마켓 VIP, 포켓 몬스터 골드 회원을 앞두고 있는 나님이 인터넷 빠숑 쇼핑 성공법을 갈챠주도록 하겠다. 글타고 다 옷만 사서 VIP, 골드 회원이 된 건 아니고... 아무튼.

 

 

 Jesus-says-COME-TO-ME.jpg

 

자, 나를 따라 빨로미 

내가 졸라 신세계를 보여주께

 

 


 

기본 지식

 

우선 빠숑의 세계에서 쓰이는 용어, 특히 인터넷 빠숑 마켓에서 자주 나오는 용어를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내 너희를 어얏삐여겨 중요한 몇 가지를 갈챠줄 테니 혼자 인터넷 쇼핑할 때 모르는 단어라고 ‘졸라 고급 기술이 쓰였나 보다’ 하며 지르지 말았으면 좋겠다.



먼저, 직물/편물

 

부직포나 폴라폴리스라고 하는 종류를 제외하면 대체로 옷감은 직물과 편물로 나뉜다. 직물은 실을 직각으로 엮어서 만드는 거다. 쉽게 생각하면 옛날 할머니들이 베틀에 삼베를 한 올 한 올 넣어서 모시를 짜시던 걸 생각하면 된다. 셔츠, 면바지, 코트, 자켓 등에 쓰인다. 편물은 한 올 또는 여러 올의 실을 바늘로 고리를 만들어서 얽어 만든 피륙으로 함기량이 많고 유연하며 신축성이 커서 구김이 잘 생기지 않는다. 니트나 스웨터를 생각하면 댐. 츄리닝, 티셔츠 같은 데 쓰인다.


직물.jpg

 

직물과 편물로 이루어진 옷감을 일일이 다 나열하자면 끝이 없지만 대체로 직물은 옥스포드, 데님, 벨벳, 코듀로이 등이 있고 편물은 어떻게 짜는가에 따라서 많이 달라지는데 분또, 쭈리, 싱글면, 양면, 후라이스, 저지 등이 있다. 기본적으로 직물이 편물보다 내구력이나 인장강도가 높지만 보온성, 유연성 등이 떨어지고 주름이 잘 진다. 




20수 30수

 

반팔티, 기본 긴팔티 상품 설명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다. 걍 간단히 말해서 같은 양의 실의 원재료를 땡겨 20만큼 늘려서 만든 실과 30만큼 늘려서 만든 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니까 숫자가 클수록 가는 실이라는 얘기. 실이 가늘면? 응. 옷감이 얇다.


2030.jpg



분또

 

최근(그렇다고 한 두달 정도는 아니고) 상품 이름에 쓰이기 시작한 것 같다. 분또자켓 이라는 상품이름 많이들 봤을 거다. 처음 분또자켓 이라는 걸 봤을 때 대체로 목 카라 부분이 접혀있지 않고 깃을 세워놔서 그런 디자인을 분또라고 하는 줄 알았다. (사진 참조) 원래는 'ponte de roma'라는 프랑스어다. 이게 일본을 거쳐 넘어온 듯. 대체로 나이스, 어디뒀어, 내복 등 유명 스포츠회사의 츄리닝 저지 재질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일반적인 자켓 원단과 다르게 신축성이 좋고 주름이 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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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인터넷 쇼핑몰의 남성 분또자켓

이러니 내가 헷갈려 안 헷갈려?

 

 


코듀로이

 

꼬르뎅이다.



후라이스

 

내복이나 쫄바지 등에 많이 쓰이는 신축성 있는 면 100% 원단이다. 일반 면 티셔츠 재질을 싱글(더블은 코트나 자켓 등 어느정도 실루엣이 잡히는 류)이라고 하는데 후라이스는 싱글에서 골이 조금 있어서 늘어나고 줄어드는 폭이 더 크다. 티셔츠의 목 부분에 머리 잘 들어가라고 덧대어져 있는 게 후라이스라고 한다.


후라이스3.jpg



쭈리, 기모

 

집에 다들 수건 한 장씩은 있지? 수건을 가까이 보면 작은 고리들이 촘촘히 늘어서 있는데 수건처럼 그렇게 된 원단이라고 보면 댐. 수건이 물기를 잘 흡수하듯 쭈리도 땀 흡수 등에 알맞아 츄리닝에 많이 쓰인다. 기모는 많이들 알고 있듯 마치 솜을 붙여 놓은 것처럼 보슬보슬한 보풀처리가 된 원단이다. 쭈리 원단의 수많은 고리를 기계를 이용해 잘라 긁어 보풀이 나게 하면 기모가 된다고 한다.


쭈리 기모.jpg



나그랑

 

머리가 들어가는 부분에서 겨드랑이 밑으로 재봉선이 있는 형태의 티샤쓰다. 원래 1800년대 크림 전쟁 당시 영국의 래글런이란 사령관이 부상병을 위해 고안해 냈다고 한다. 응. 이름을 따서 래글런인데 일본을 거쳐 나그랑이 됐다. 어깨 위로 재봉선이 없어 보통 후리 사이즈로도 나온다.

 


 나그랑.jpg

사진에서 아랫도리가 아니고 윗도리다



폴라폴리스

 

폴리에스테르 소재로 만들어진 원단이다. 구김이 가지 않고 강도가 높은 편이며 내약품성과 내열성이 우수하다. 가격이 싸고 다양한 색상으로 염색이 가능해 가공하는 데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대신 폴리에스테르로 만들어져 흡습성이 매우 낮다. 겨울철 무릎담요나 지하철 잡상인 아저씨들이 파는 장갑에 많이 쓰인다.


폴라폴리스.jpg



단가라

 

단가라는 옷 재질이 아니라 흰 바탕에 다른 색깔로 가로 줄무늬가 들어가 있는 디자인의 옷이다. 보통 세로 줄무늬의 옷은 스트라이프 셔츠, 티 등으로 말하는데 왜 가로 줄무늬는 단가라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일본어 '段柄(계단 무늬)'에서 유래된 말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단가라.JPG



실켓

 

면직물을 가성(可性)처리해서 실크와 같은 광택을 부여해 품질을 높인 원단이다. 염색 시 가공제의 흡수력이 증가하고 인장강도가 좋아진다고 한다. 원단 먼지나 겉면 등을 약품처리를 통해 말끔하게 정리해주고 이를 통해 빛 반사가 좋아진다. 무엇보다 큰 장점은 촉감이 부들부들 좋아지는 것이라고... (댓글 제보, 현재 실켓 원단은 많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실켓.jpg

부들부들 할 것 같다...

 

 

시보리

 

대부분 아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진으로 보면 된다.

 

 블루종 시보리.jpg

빨간색 동그라미를 친 고무줄 같은 데가 시보리

사진처럼 상의의 길이가 짧고 잠바와 자켓이 합쳐진 형태의 옷을 블루종이라고 한다더라





짹슨바지, 몇 부 바지, 배기바지, 스키니, 카고바지 등등 바지는 이렇다 할 특징이나 종류 같은 게 어렵지 않으니 하나만 설명하도록 하겠다. ('카브라'라는 것도 있는데 이건 요새 진짜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니 넘어가자)

 

 

슬랙스

 

이 글을 작성하며 검색하기 전까지 몸에 붙고 길이가 짧은 9, 7부의 짹슨바지를 슬랙스라고 하는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까, ‘느슨하다’는 뜻의 형용사인 슬랙(slack)에서 따온 명칭이고 1930년대에 입기 시작한 여유 있는 헐렁한 바지나 군대용 작업바지를 슬랙스라 불렀다고 한다. 그 후 주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바지를 말한다고. 슬랙스 중 인기 있는 종류가 슬림한 핏으로 다리를 길어 보이게 해주는 9부라서 내가 짹슨바지로 착각한 것.

 

슬랙스.jpg

 

 

 

자, 지금까지 많이 쓰이는 인터넷 빠숑 아이템 용어를 알아봤으니 이제 너님이 입고 싶은, 필요한 옷을 찾아 검색 해보자.

 


 

검색중... ...

 


 

검색질 하다가 싸고 간지나는 옷을 발견했다면 이제 당신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일이 남았다. 한 가지는 좀 쉬운 거고 나머지 한 개는 개개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건데, 특히나 개개인에 달린 과정은 모니터 화면만 보고 결제를 해야 하는 인터넷 쇼핑의 성패가 달려 있으니 쇼핑 실패로 당신의 뽕알 두 쪽 달려 있는 것도 건사치 못해 울지말고 내 말을 잘 들었으면 좋겠다.



좀 쉬운 거

 

보통 옷 사이즈에 M/L/XL 등이 적혀 있거나 95/100/105가 적혀 있지만 막상 입어보면 졸라 천차만별이다. 매장에선 직접 입어보고 사면 되지만 인터넷으로 사다보면 적혀있는 사이즈와 실제 입었을 때의 사이즈가 다른 경우가 많다.


그래서 당신이 해야 할 일. 우선 집에 갖고 있는 자신의 옷 중에서 자기 몸에 제일 잘 맞고 편한 옷을 하나 고른다. 그걸 바닥에 놓든 옷걸이에 걸어 놓든 해서 줄자로 어깨, 가슴둘레, 팔 길이, 총 기장 등등을 잰다. 보통 상의는 어깨 쪽에 재봉된 경우가 대부분이라 자신이 골라 놓은 옷의 어깨 길이와 맞으면 소매나 총 기장 등등의 오차는 애교로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 된다. (해봐서 아는데 어깨 길이가 제일 중요한 거 같드라)


다행히 쇼핑몰에선 사이즈 외에 옷 각 부분의 치수를 표시해서 보여주고 있으니까 그걸 보고 판단하면 된다. 물론 정사이즈면 괜찮은데 표시된 것보다 한 치수 크게/작게 나온다고 판매 페이지에 적혀 있으면 사이즈가 다를 수 있다. 게다가 사이즈를 재는 방법도 업체마다 다르기 때문에 크게는 2~3cm 씩 오차가 생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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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95/100/105 식으로 사이즈가 있고 치수도 같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

 

 

바지도 같은 방법으로 가지고 있는 제일 편한(간지나는) 바지를 갖고 하면 되는데 중요한 부분은 허리, 총 기장, 밑위, 바지통 정도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바지통은 취향에 따라 부츠나팔을 고르덩가 힙합을 고르덩가 일자를 고르덩가 스키니를 고르덩가...




자, 이제 너한테 달린 거

 

중요한 부분이다. 이건 개개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이걸 잘 하냐 못하냐에 당신의 인터넷 빠숑 쇼핑의 성패가 좌우된다.


자기 객관화라는 게 있다. 자신이 오징어인지 그냥 그런지 킹왕짱인지 스스로 객관화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보통 사람들은 쇼핑몰의 뽀샵과 수십수백 장을 찍은 사진 중 고르고 고른 사진 속 간지작살 모델에게 자신을 대입하는 실수를 한다.



‘아... 내가 저걸 사 입으면 졸라 멋있겠다.’ ‘저런 간지가 나오겠군...’하는 그런 거다.



그래서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숙지한 후, 머릿속에 자신의 얼굴, 체형과 해당 옷을 입혀보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야만 한다. 자기 객관화도 못하고 상상력까지 부족하다면 아무리 명품이나 비싼 간지 아이템을 입더라도 당신의 선택은 그저 패션을 창조하는 동일레나운이 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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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빈이니까 졸라 멋있는 거야

 


 

지금까지 최대한 실패하지 않는 인터넷 빠숑 쇼핑법을 알아봤다. 몇가지 팁을 더 주자면 마네킹에 입혀놓은 상품 사진은 등 뒤에 옷핀이나 집게로 허리라인을 찝어준 게 많다. 바디라인을 잘 살린 간지 슬림핏이라고 덜컥 결제하기 전에 마네킹 말고 모델이 입은 사진이나 상세 페이지를 유심히 보도록. 이건 동대문에 있는 마네킹도 글타.


컴퓨터로 그래픽 작업을 하거나 모니터 좀 안다 싶은 경우를 제외하곤 대체로 사람들의 모니터는 색상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은 휴대폰으로 보니까 그나마 덜한데) 따라서 쇼핑몰에 뽀샵까지 되어 올라온 상품의 색상과 실제 받아본 상품의 색상은 꽤 차이가 나기도 한다. 이를 감안해서 인터넷으로 옷을 살 때는 그나마 색상 차이가 심하지 않은 검은색, 흰색, 회색, 네이비(남색) 등 무난하게 입을 수 있는 색상 위주로 구입하면 구입 후 내상을 피할 수 있다.

 





 끄트로

 

서두에도 이야기 했지만 요즘 옷이라도 사려고 오프라인 매장에 가보면 디자인이나 색상, 필요한 제품에 앞서 가격부터 확인할 정도로 옷들이 비싸다. (물론 나한테나 그런지 모르겠지만...) 종류도 다양하지 않고 맘에 쏙 드는 걸 찾기도 힘들다. (옷감의 질은 좋다고 하더라) 하다못해 집더하기나 2마트 같은 곳에서 파는 옷도 인터넷을 뒤져 나오는 비슷한 디자인의 옷과 비교해 보면 더 비싼 경우가 많다.


혹자는 그냥 가릴 데 가리고 추우면 두꺼운 거 입고 하는 게 옷이지 할 수도 있겠다. 그치만 뭐, 날씨도 춥고 우리네 지갑 사정도 안 좋은데 어짜피 가려야 하고 두꺼운 거 입을 땐 입더라도 자신한테 어울리고 간지나는 거 싸게 사면 좋지 않겠나 마 그런 생각이다.


이처럼 비싼 건 차마 못 사겠고 걍 이것 저것 트렌드에 맞춰 입고 싶다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나름 노하우를 적어봤다. 원래 잘생긴 얼굴에 옴므 체형까지 갖춘 나 혼자 폭풍간지바람을 일으키며 살고 싶었지만 옆구리가 시려오는 계절, 뭇 남성들이 이성을 찾아 징징대는 모습이 못내 안쓰러워 알려주는 거니까 다들 고맙다는 감사배꼽인사 모니터에 대고 한 번씩 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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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빠숑 업계, 관련 학과 분들의 지적이 있다면 달게 받고 수정하겠습니다.







딴지팀장 꾸물


트위터 : @ggu_m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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