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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0. 29. 수요일

raksumi










신해철 씨가 유명을 달리하셨습니다.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고3 때인가 '여름이야기', '우리 앞에 생이 끝나갈 때' 같은 노래를 테잎이 끊어져라고 들었는데, 그러면서 참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가슴이 아프네요. (개인적으로 최근 나이가 비슷한 지인들의 죽음을 많이 보면서 '사는 게 뭔가'하는 생각도 들고 이렇게 짧은 인생 '창피하게 살지 말자'라는 생각도 듭니다.) 


아직도 그의 죽음은 조금 베일에 싸여있습니다. 그리고 죽음에 관련된 여러 단어들이 실시간 검색어로 상위에 랭크되어 있지요. 그를 추모하는 사람들 간 불필요한 논쟁이 최소화되었으면 하여 오늘은 그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알려진 장폐색증과 패혈증에 대해서 알아보려 합니다.


장폐색(閉塞), 영어로는 bowel obstruction or intestinal obstruction이라고 합니다. (어째 영어가 더 쉽습니다.) 네이버나 다음에는 장협착증이 검색어 순위에 오르고 그러던데 엄밀히 말해 이건 장폐색과는 다릅니다. 우선 장폐색의 정의는 한마디로 '장이 막힌 것'입니다. 좀 더 자세히 적어보면 '장 안의 내용물이 정상적으로 흐르지 못하고 장 속에 멈춰 있어 막힌 쪽의 윗부분(proximal portion)이 부풀어 오르는 현상'입니다. 그리고 이런 장폐색이 일어나는 원인 중 하나가 '유착', 또는 '협착'인 것입니다. 


Thin-Wall-Stretchy-Elastic-Synthetic-Rubber-Tube.png


만일 장이 막혀 있는 데도 계속 음식을 먹는다면 장–정확히 이야기하면 음식물이 통과되는 관-은 점점 커지게 됩니다. 장 자체가 신축성이 있어서 어느 정도까지 커질 수 있지만 장에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은 커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장이 붓게 되면 혈관이 눌리면서 피가 통하지 않게 되어(strangulation) 결국 조직이 괴사하고 장이 터지게 됩니다. 


이 과정을 순서대로 


허혈(ischemia) > 괴사(necrosis) > 천공(perforation)


이라 부릅니다. 모든 수술하는 사람들(surgeon), 아니, 의사들이라면 가장 싫어하는 상황입니다.


참고로 위장의 경우 우리가 먹는 음식물을 소독하기 위해 pH가 1.5-3.5 정도인 위산을 분비합니다. 자연과학을 전공한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이 정도 산도면 어지간한 물질은 다 녹여버립니다. 그런데도 우리 위가 구멍이 안 나는 것 보면 얼마나 우리 위가 튼튼한 지 알 수 있습니다. (이런 튼튼한 위를 술을 먹어서 빵꾸 내는 사람도 대단한 사람입니다.) 비단 위산뿐 아니라 장에는 단백질 분해 효소도 있습니다. 이것으로 단백질을 녹여서 소화를 시키는 겁니다. 얘네들이 장내에 있을 때는 큰 문제가 없지만 밖으로 나오면 그야말로 대박입니다. 우리의 모든 장기는 단백질로 되어있기 때문이죠. 이걸 다 녹여버립니다.


수술을 할 때 가장 조심해야 되는 일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게 바로 장을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 것입니다. 혹 장을 건드려서 찢어지고 그 안의 물질이 밖으로 나오거나 하면 수술이 10배는 더 어려워집니다. 진짜 조심해야 합니다.




장폐색의 원인


 ① 과거에 수술을 한 경우


이유는 잘 모르지만 배는 처음으로 열었을 때 가장 깨끗하고 유착도 없습니다. 그러나 수술을 할 때마다 유착은 더 심해집니다. (이것은 제왕절개 같이 여러 차례 수술을 받게 되는 경우 큰 병원을 찾도록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수술 후에 주변 장기로 인한 유착으로 장이 막힐 수 있습니다.


장유착.JPG

유착으로 인한 장폐색, 밴드가 보입니다.


유착(adhesion)이란 서로 떨어져 있는 피부나 막 등이 염증이 생겨서 서로 들러붙는 것을 말하는데 가끔씩 위의 사진처럼 흉터가 자라거나 남아서 장폐색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수술을 많이 하신 분 같은 경우 배를 열어 보면 정말 어디가 장이고 어디가 자궁, 난소인지 헷갈리는 분이 있습니다. (이 때 쓰는 전문 용어가 바로 떡 되었다, 입니다.) 유착이 심하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장폐색이 일어날 가능성 또한 커집니다.


론 대개는 수술 직후 장폐색이 일어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수술 뿐 아니라 산부인과같이 다른 장기를 수술했을 때도 장폐색이나 장 손상을 우려하여 음식을 먹지 않도록 하거나 물만 먹으라고 하는 것입니다. 물론 방귀가 나오면 식사를 하셔도 되는 거고요.


 ② 탈장


탈장이란 장이 제 위치에 있지 않고 밖으로 나온 것입니다. 흔히 배꼽으로 나올 수도 있고 사타구니 쪽으로 나올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 밖으로 장의 일부가 나와버리므로 장이 막힐 수 있습니다.


 ③ 장의 염증


수술 후 염증이 장에 생겨서 좁아지거나 하면 막힐 수 있습니다.


보통 클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 혹은 결핵 같은 경우에 장에 염증이 생기는데요. 이런 경우 어느날 갑자기 생기거나 하지는 않고 다른 합병증과 같이 옵니다.


 ④ 악성 혹은 양성 혹


암에 걸리거나 혹은 양성 혹이 생겨 장이 막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장에서 암이 발생할 수도 있고 아니면 난소나 다른 곳에서 생겨서 장을 눌러서 막히게 만들기도 합니다.


 ⑤ 과거에 (암 등으로) 방사선에 노출된 경우


방사선 치료를 받을 때 방사선이 장기를 손상시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개는 암 환자가 방사선 치료를 받을 때 이런 일이 많이 발생합니다.


 ⑥ 이상한 음식을 삼켰을 경우


음식뿐 아니라 이상한 물질을 삼키면 당연히 장이 막힐 수 있습니다.


 ⑦ 그 밖에 


어른들 사이에서는 흔하지 않지만 애들인 경우 장중첩증(intussesception)을 통해 일어나거나 드물게 담석증의 경우에도 장폐색증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합니다.


GI_intestinal_strangulation.gif

맨 왼쪽부터 탈장, 꼬임, 장중첩증으로 인한 폐색입니다.




장폐색의 증상


-일단 배가 아픕니다. 


-속이 메슥거리고 토할 것 같은 느낌뿐 아니라 실제로 토합니다. 


-만일 장의 내용물이 밖으로 나왔다면 무척 아프고 참기 힘들 것입니다. 


-출혈이 되면서 정신을 잃을 수 있고 염증 반응 때문에 열이 납니다.


-만일 장폐색인데 열까지 난다면 그야말로 완전 '초대형 응급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뒤에 패혈증에서 다시 설명)




장폐색의 진단


진단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x-ray를 찍어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3191711.jpg

전형적인 장폐색 사진. 

검은 것이 가스입니다. 아래쪽이 막혀서 이렇게 보입니다.


막힌 쪽 위쪽이 공기로 가득 차 있어서 장 내에서 공기를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손으로 배를 두드려보면 '통통'하고 맑은 소리가 들립니다.


물론 단순한 진단이 아니라 어디가 막혔는지, 정확한 위치를 알기 위해서는 CT를 촬영해야 합니다. (참고로 장은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움직이는 것을 찍는 데 불리한 MRI보다는 CT 가 낫습니다. 비싸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라는 거!)




장폐색의 치료


어떤 장폐색의 경우 –특히 부분적인 장폐색일 경우- 저절로 좋아지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많은 경우 수술을 해야 되는데 이것의 방법도 장폐색의 원인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만일 환자가 열이 없고 통증이 그리 크지 않다고 하면 보존적인 치료로 금식을 시키면서 튜브를 코에 꽂고 가스를 빼내 줍니다. 가스 때문에 장이 더 커질 수 있으므로 가스를 빼내 주는 것이죠. 그러면 어떤 경우 장이 정신을 차리고 음식물을 아래로 내려보냅니다. 이것을 decompression이라고 합니다. 가스뿐 아니라 위에서 저절로 생기는 위액이나 침 등도 음압을 걸어주는 것도 총칭합니다.


이 빼내는 튜브를 L-tube라고 하는데 인턴 선생님들의 주된 업무가 이것의 삽입입니다. 코를 통해 위까지 연결 시키는 작업인데 처음에는 참 어렵습니다. 저는 처음 부터 성공했습니다만...


3191706.jpeg

이런 식으로 코에 삽입합니다. 

내가 해 봐서 아는 데 무척 아픕니다.


3191707.jpg

심하지 않으면 그냥 튜브만 꽂지만 

심하면 음압을 걸어주어 공기를 인위적으로 빼주고 

필요하면 위액을 비롯한 액체도 뽑아줍니다. 

그러면 위 쪽에 부담이 적어져서 장의 부담도 덜어지므로 

정상으로 돌아올 수가 있습니다.


이런 치료가 실패하면... 배를 열고 수술을 해 줘야 합니다. 막힌 장부위가 상해서 이미 돌이킬 수 없다고 생각되면 장을 자르고 두 끝을 이어줘야 하는데 이거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아, 물론 장이 아닌 다른 곳에 다른 혹 때문에 눌려서 막혀있으면 그 혹을 제거만 해주면 됩니다만 이 역시 말만 쉽지 보통 1-2년차 레지던트들은 잘 못 합니다.


수술 후에는 다시 음식물이나 위액 장액이 샐까봐 며칠은 굶어야 합니다. 물도 조심해서 먹어야 하고  입원도 1주일 이상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다가 가스-전문 용어로 방귀-가 나오면 '아 장이 잘 아물었구나'( 만일 장에 구멍이 있으면 가스가 그쪽으로 새겠죠)하고 의사와 환자 서로 부둥켜 안고 기뻐합니다.


수술 후 매일매일 환자에게 가스-방귀-나왔냐고 물어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반대로 수술 후 가스가 나오지 않으면 '아 내가 수술하다가 장 건드렸나'하는 생각에 의사는 잠을 못 이루기도 합니다.




패혈증


패혈증은 미생물에 감염되어 전신에 심각한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 의사들이 정말 피하고 싶은 상황입니다.


몸의 어디에선가에서 염증이 심할 때-폐렴, 신우신염, 봉와직염, 담낭염- 혹은, 어딘가가 고장 나서 몸이 조절이 되지 않을 때, 균이 번식하다가 혈관 속으로 들어가 돌아다니게 되면 패혈증이 됩니다.


그 결과 피 검사에서 균-미생물-이 검출되며 대부분 열을 동반합니다. 호흡수가 증가하고 심박수도 증가하며 혈액 검사에서 백혈구 수치가 증가합니다.


건강한 사람도 패혈증에 걸리면 많이 위험하지만 암과 같은 기존 질환이 있거나 수술이나 시술 후 패혈증에 걸리면 정말 생명이 위험합니다.




위밴드 수술


위밴드 수술은 위의 위쪽을 묶어주어 위의 크기를 조절하여 음식 섭취량을 조절하는 그런 수술입니다. 고도 비만 환자가 많은 미국에서는 과거에도 비만 환자의 음식물 양을 조절하기 위해서 위 절제술을 시행하곤 했는데 이 방법은 더 발전된 형태입니다.


3191764.png

밴드를 감은 위 사진입니다. 

실리콘으로 만든 밴드를 감아주는데 

이 밴드를 더 조여주거나 풀어줄 수도 있습니다.

(밴드에 연결된 튜브를 이용)

너무 힘들면 밴드를 풀어주고 

효과가 없는 것 같으면 더 조여줍니다.


요즘은 복강경으로 시술하기 때문에 외과 수술 중 유일하게 수술 당일에 퇴원할 수 있는 수술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간단하다는 이야기죠. 당연히 기존에 위를 잘라 내는 수술보다는 안전하지만 이것 역시 밴드라는 이물질을 삽입함-몸 안에 다른 물질이 들어가서 좋을 것 없습니다-으로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미국 FDA에서는 2011년부터 BMI(Body Mass Index, kg/m2, 몸무게를 키를 미터로 바꾼 후 제곱하여 나눔)가 30-40 사이인 사람에게 이 수술을 사용하도록 허가하였습니다.


신해철 씨가 이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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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는 기사만 보고 제가 임의로 추측해서 적어봅니다. 저는 사실 관계에 대해 오직 언론을 통해서만 알았고 개인적인 일이라 숨겨지거나 알려지지 않은 사항은 잘 모릅니다. 때문에 사실 관계에 대해서도 잘 못 알고 있을 수 있고 제 추측이 빗나갈 수도 있으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선 지금까지 알려진 사실은.



1. 신해철씨가 과거 밴드 수술을 받았다. 


2. 배가 아파서 병원에 갔다. (위 경련이라고 생각 한 듯)


3. 병원에서는 장 협착증 진단을 하고 10월 19일 수술을 받고 하루만에  21일 퇴원했다.


4. 그 후  20일 미열과 통증으로 다시 그 병원에 가서 치료 받음


5. 22일 증세가 심해져 다시 입원 그 도중 상태가 안 좋아져서 심폐 소생술을 받았다.


5. 아산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 수술을 받았다.


hidoc.JPG

참조 기사 - Hidoc



일단 신해철씨가 다이어트를 위해 위밴드 수술을 한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hupoko.JPG

5년 전 쯤 한 것 같습니다.

참조 - 허핑턴포스트코리아


그런데 배가 아프다고 해서 병원에 갔는데 수술을 하루만에 받고 퇴원합니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장협착 수술이라면 적어도 1주일은 입원을 해야 합니다. 장협착 수술을 하고 하루만에 퇴원 한 것은 뭔가 이상합니다.


제 생각엔 그냥 밴드를 제거한 것 같습니다. 아마 밴드 수술로 인해 불편 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보통 밴드는 실리콘으로 만드는데 어떤 사람은 평생 쓰기도 하지만 보통은 4-5년 정도 간다고 하고 이게 부작용이 생기면 제거해야 된다고 합니다. 장폐색증 치료로 밴드 제거술을 받았다고 하면 하루만에 수술하고 퇴원하는 것 가능합니다.


그런데 그 후에도 배가 아팠다고 했습니다.


물론, 수술로 인해서 상처 부위가 아파서 그럴 수도 있지만 이렇게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진 걸 보면 두 가지 원인을 떠올려볼 수 있겠습니다. 


 ① 밴드와 관련된 가장 큰 합병증인 장의 미란(erosion)이 생겼을 가능성 


미란이란 밴드가 위에 닿은 부분이  제거 하는 도중 혹은 여러가지 이유로 얇게 되어 구멍이 난 것입니다. 수술에도 불구하고 음식을 많이 먹거나 혹은 너무 조여지면 위가 자극을 받아서 얇아질 수가 있습니다. 또 제거하는 도중에 자극이 되어도 그럴 수 있습니다.


이렇게 얇아진 장이 만약 천공된다면 음식물들이 장 밖으로 쏟아져 나와서 염증이 생겨서 패혈증에 걸리게 됩니다.그리고 패혈증으로 혈관에 이상이 생기면 이로 인해 심장에 물이 차거나 할 수 있습니다.


 ② 밴드 제거 할 때 횡격막을 건드렸을 가능성


위장 바로 위로 횡격막이 있어 위밴드 제거 수술을 할 때 횡격막에 손상을 입혔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횡격막이 손상되었다면 심장도 영향을 받았을 수 있습니다.


심장에 물이 차있었다고 하던데 이런 이유라면 위의 것보다 더 그럴듯한 설명이 가능합니다.


사실 위의 2가지 경우는 수술하면서 있을 수 있는 부작용입니다. 그리고 과실을 따짐에 있어 중요한 것은 만약 저런 부작용이 일어났던거라면 거기에 대한 대처를 어떻게 했는지가 될 것 같습니다. 


아마 수술을 집도한 아산 병원에서 가장 잘 알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고 조만간 무슨 발표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끝으로 '신해철 형님'의 명복을 빕니다.









raksumi


편집 : 퍼그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