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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0. 30. 목요일

펜더






지난 기사


[이 많은 장군님들을 어찌할꼬? <上>]










 

에피소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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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35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백악관 회담이 예정돼 있던 날이었다. 당시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들고 나와 이란과의 전쟁을 촉구할지도 모른단 관측이 워싱턴 정가에 떠돌던 시절이었다(미국 정치인들에게 가장 큰 압력을 행사하는 집단이 유대인이란 사실은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이날 <워싱턴 포스트>지에 하나의 전면광고가 실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A9면에) 광고의 제목은,

 

'대통령님, 이란과의 전쟁 방안에 대해 노(No)라고 말하세요.'

 

였다. 광고 제목만 보면 시민단체가 올린 광고 같아 보이는데, 이 광고를 올린 이들은 폴 이튼(Paul eaton) 예비역 소장 (이라크 전에 참전한 전쟁영웅이다)을 비롯한 예비역 장성 6명과 전직 정보기관 고위인사들이었다. 내용은 더 충격적인데,




(중략) 


다행스럽게도 외교적 방안이 소진되지 않았고 평화적 해결책은 여전히 가능하다.


현 시점에서의 군사적 행동은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미국과 이스라엘을 위해서도 위험하다.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을 선택하라는 압박에 굴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 



 


충격적이지 않은가? 군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임에도 불구하고. '다행스럽게도 외교적 방안이 소진되지 않았고 평화적 해결책은 여전히 가능하다.' 라는 발언을 할 수 있다니. 이들은 군인의 임무가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생산해 내는 일 이란 걸 잘 알고 있는 이들이었다. 전쟁이란 최후의 최후에 선택하는 것이지, 마음에 안 든다고, 혹은 정치적 입장'만'을 고려해 섣불리 선택할 문제가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도 잘 알고 있었다.

 


에피소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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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신세키



에릭 신세키(Eric Ken Shinseki)란 미국 군인이 있다. 이름에서 느낌이 오겠지만, 일본계 미국인이며 (조부모가 1901년 히로시마에서 하와이로 이주), 아시아계 최초로 4성장군이 된 인물이다. 백인계가 아닌 인물로는 최초이자 아직까지 유일무이하게 육군참모총장이 된 인물이다


그가 참모총장이 돼서 추진했던 일들 중 유명한 게 두 가지 있는데, 하나가 전군의 베레모 착용이었다. (정예화 느낌도 들지만, 제작단가가 싸고, 휴대가 용이했기에) 이때 원래부터 베레모를 착용하고 있던 레인저 부대가 반발을 했지만, 신세키가 레인저 출신이었기에 저항은 크지 않았다


또 하나가 그 유명한 스트라이커 여단 창설이었다. 이 스트라이커 여단의 창설은 세계 어느 곳이든 24시간 내에 미 육군을 파견할 수 있는 기동력을 가진 신속대응군이 필요하다는 신세키의 판단 때문이었다. (물론, 스트라이커의 장갑이 빈약해서 RPG나 중기관총에 뻥뻥 뚫리는게 함정이지만, 전략 자체는 충분히 의미 있고, 애초 신세키가 판단했던 전략적 가치는 지금도 충분히 논의할 만한 가치가 있다. 그리고 지금 스트라이커 장갑차에 대한 보강을 하고 있다) 문제는 당시 국방장관 (이라고 쓰고, 악의 시스로드라고 읽어야 하는 개막장 쓰레기 국방장관이었던 도널드 럼즈펠드 (이 '성' 때문에 당시 독일계 혹은 독일에서 '럼즈펠드'을 성을 쓰고 있는 사람들이 엄청난 반발을 했다는...쿨럭) 가 이 스트라이커 여단에 홀딱 반해서 M1 전차의 개량과 크루세이더 자주포의 개발 취소를 밀어붙이자 (신세키가 말한 '신속전개' 를 경량화로 받아들여) 신세키는 결연하게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과도한 경량화가 초래할 전력약화에 대한 우려였다.

 

이라크 전 참전에 대해서도 럼즈펠드에게 딴지를 걸었는데,

 

"사담 후세인 정권 붕괴 이후 치안을 위해 최소 60만의 병력이 필요할 것이다!"

 

라고 주장했다가 럼즈펠드에게 공개적으로 비난을 받았다.


(당시 신세키의 발언에 대해 군부인사 대부분은 동의했다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신세키는 전쟁영웅이었다월남전에 소위로 참전해 전쟁영웅급으로 활약했고보스니아 내전 당시에는 NATO군 총사령관으로 전쟁을 지휘했다군내외의 신망도 대단했다


신세키의 딴지에 럼즈펠드는 '15만이면 충분해!'를 연발했고, 15만 명 발언이 헛소리란 사실이 증명되는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200611월 미 중부군사령부의 사령관은 의회증언에서 "신세키가 옳았으며, 그의 말대로 우리는 더 많은 병력이 필요했다." 라고 말한다. 럼즈펠드에게 빅 엿을 먹였다.)

 

신세키뿐만이 아니었다. 당시 막장으로 치닫고 있던 럼즈펠드의 미친 짓을 보고 군부 (예비역 장성들을 주축으로)는 요동쳤고, 이들은 집단으로 럼즈펠드에게 항명을 했다. (물론 군복을 벗고 나서 말이다!! 신세키도 럼즈펠드의 정책에 공개적으로 저항하다가 임기가 끝나자마자 조기전역을 선택한 뒤 럼즈펠드에게 쓴소리를 했다)

 

합참 작전국장을 지냈던 그레고리 뉴볼드 (해병 예비역 중장), 2003년 이라크 보안 병력의 훈련 책임자였던 폴 이튼 (예비역 소장), 미군 중부사령부 사령관 (이라크 전쟁을 수행하던 사령부)을 지냈던 앤서니 지니 (예비역 해병 대장), 이라크 전쟁의 작전수립부터 수행까지 깊숙이 개입해 럼즈펠드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존 베티스 (예비역 육군 소장)는 군복을 벗기 전부터 럼즈펠드의 군사행동에 대해 우려를 표하다가 결국 옷을 벗고는 공개적으로 럼즈펠드에게 반대의사를 밝히고는 현역 군인들의 마음을 대변했다. 당시 백악관은 의례적으로 부시 대통령이 나서서 럼즈펠드의 재신임을 밝히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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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시와 럼즈펠드. 2006년에는 지못미 ㅜ.ㅜ



두 개의 미군 에피소드를 가지고 미군장성, 미군예비역 장성들 모두를 대변할 수는 없다. 미군 장성들 중에도 막장이 있고, 로맨티스트도 있다. (합참의장 자리를 제안 받았지만, 아내의 투병생활을 함께하겠다고 조기전역 후 아내 곁을 지킨 장군도 있다)

 

우리나라 국방부장관 인사청문회를 보며, 방산업체에 재취업한 장군들을 비난하기도 하지만, 미군의 경우는 이보다 더 심하다.

 

미국 <보스턴 글로브>가 지난 20년 동안 전역한 미군 최고위 장성 750명의 전역 뒤 행보를 조사분석 한 프로젝트가 있었다. 당시 이 기사는 미국 사회에 충격과 공포를 안겨 줬는데, 2004~2008년 사이에 전역한 중장과 대장급 장성의 80%가 군수산업체에 재취업했던 것이다. (2007년에 정점을 찍었는데, 2007년에 전역한 미 육, , 공군의 최고의 장성 39명 중 34명이 군수산업체의 자문이나 중역의 자리로 갈아탔다)

 

미국도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아이젠하워가 말한 '군산복합체'가 시스템화가 된 것이다. (이런 거 까지 미군을 따라갈 필요는 없는데 우리나라도 심각하다. 그러나 미군에 비하면 애교수준이란 게 내 판단이다)

 

분명 말하지만, 이건 으로 금지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문제라고 본다. (상당히 어렵다. 이건 미군뿐만 아니라 한국군도 마찬가지다미국의 경우에도 로비금지법이 있어 전역 후 1년 간 현역시절 관련기업의 취업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들은 옷 벗기 전부터 군수업체에 취업해서 열심히(!?) 로비를 하고 있다. (군수업체는 전혀 상관없는 방계회사를 만들어서는 여기에 예비역 장성을 꽂아 두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 이들을 활용해 로비를 하는 것이다. 아니면 퇴직금을 쥐어주는 것이다. 이들은 현역시절에 어떤 '교감'을 나누고, 그 대가를 퇴역 후 주는 것이다)

 

미국에서 전역한 장군들은 군수업체에 취업하는 것이 기본적인 관례이고, 이들은 현역 시절의 3~4배의 연봉을 받는 게 일상화 되어 있다. (평균적으로 말이다. 이보다 훨씬 더 '땡기는' 별들도 많다. B-2 폭격기 한 대 가격이 얼마일 거 같은가? 20148월 환률로 대당 24천억이다. 이 폭격기의 생산과 후속지원에 대해 가장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인물이 누굴까? 바로 미 공군 군수사령관이다. 2005년 미 공군 군수사령관 자리에서 퇴역한 그레고리 마틴 대장은 전역식을 마치자 마자 B-2 폭격기의 생산자인 노스롭 그루만 사의 자문역을 제의 받았고, 전역 한 지 2주일 만에 몇 개 업체와 기관으로부터 '자리제안'을 받았다나중엔 '포스타 그룹' - 아놔, 이름의 끝내준다 - 미군 퇴역 4성 장군들끼리 모여 만든 국방자문회사인데, 여기 이사까지 맡게 된다. 여튼 전역 후 '퇴직금' 하나는 기가 막히게 땡겼다. 천조국이 괜히 천조국이 아니다. 스케일부터가 다르다.)

 

우리나라 '별'들만 문제가 아니었다. (하긴 미국 따라 만든 군대이니,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도 고스란히 따라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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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에게 물어보자



장군들만의 문제일까?

 


20126군단에서 정말 쇼킹한 사건이 있었다. 총수와 딴지의 제2의 전성기를 만든 <나꼼수>를 종북앱, 정부비판사이트로 규정한 것이다.

 

이 문제의 정치성이나 심각성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말했기에 여기서까지 말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다른 것이다.

 

장군님들은 사회와 다른 세상에서 살고 있다.”

 

라는 것이다. 이건 어떤 비유나 은유가 아니다. 정말로 그들은 우리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성추행 사건에 대해 말들 많은데 (물론, 중요하긴 하다), 이 보다 더 무서운 게 있다. 바로 군인들의 음주운전이다. 일반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군인들의 음주운전은 무섭다.

 

2014921일 국방부는 '군인 징계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는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뿌렸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일반인들은 잘 모를 것이다) 그 내용을 잠깐 살펴보면,

 



... (상략) 징계권자(지휘관)는 성폭력, 성희롱, 성매매, 음주운전, 군사기밀 누설 등의 사유로 징계위원회가 징계를 의결한 군인에 대해 징계를 감경하거나 유예할 수 없도록 했다.

현재는 금품 및 향응 수수나 공금 횡령 및 유용 사유에 대해서만 지휘관이 징계를 감경 혹은 유예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성 군기 위반사건을 비롯해 음주운전, 기밀누설 등 기강 문란 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확인하고 온정적 처분을 막기 위한 차원에서 개정안이 마련... (하략)



 


성폭력, 성희롱, 군사기밀 누설 등등에 대해서는 다들 이해하겠지만, 음주운전에 대해서는 의아해 할 것이다. 그렇다면 술 마시고 운전하다 사고를 낼 경우 이 사람은 어찌될까? (사병의 경우는 얄짤 없을 것이다. 휴가 중 운전도 금지 시킨다, 만다 말이 많은데... 쿨럭) 여기서 이 보도자료를 잘 살펴보기 바란다. 바로 '징계권자(지휘관)' 란 말에 주목해 보라.

 

20007월 국방개혁위원회는 군 법무체계를 개편했다. 이때 개정된 제도 중 하나가 군사법원의 확대다. 이전까지는 군단급 이상 부대에만 있던 군사법원을 사단급 부대에도 확대했다. (당시 이에 대한 이유는  설득력이 있어보였다. 전시에 사단장의 지휘권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쿨럭) 다 필요없고, '징계권자(지휘관)'이란 말의 의미를 보자.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고, 재판장은 자신의 양심과 법 만을 가지고 죄의 유무를 따지도록 돼 있다. (... 그렇다고 한다... 그걸... 그래 믿자. 걔네들이 그러니까다 떠나서 판사는 법을 적용하기 위해 최소 수년간 공부를 했고, 훈련받아왔다. 그러나 군대는 지휘관이 왕이다.

 

형식적으로는 사회의 법조체계와 비슷하다. 군검찰이 검사, 군 판사가 판사를 한다. 그러나 형식이 내용을 지배하지 못하는 예외가 군대다. 바로 조직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민간에서는 검찰총장이 대장이라 검찰총장 명령 한마디면, 각 지방 지검장이 그 명령에 따라 사건을 수사한다. 하지만, 군대는 검찰단이 있지만, 각 군과 예하부대의 검찰들을 지휘할 수 없다. 얘네들은 각 예하부대 지휘관의 명령을 받는다. , 지휘관 마음 먹은대로다.

 

군검찰 조직이 지휘관으로부터 독립돼 있지 않아 검찰관이 소속 부대장의 지휘를 받기 때문이다. 정말 소신 있는 군검찰이 사건에 대해 제대로 수사하고, 이를 재판에 회부하고, 장교가 (재판관은 일반장교가 맡는데, 최근 국방부에서 이에 대한 개선을 말하긴 했다. 아놔) 정말 제대로 된 장교가 이 사건에 대해서 옷 벗을 각오하고 판결을 내려도 재판이 뒤집어 질 수 있다. 바로 지휘관 (그래 이다) 감경권 (형량을 까주는 요술봉이다) 을 행사하는 것이다. 판결이 나서 이를 지휘관에게 보고하면,

 


"야! 뭐가 이리 쎄게 때려

이 자식 저번 RCT때 보니까 빠릿빠릿 하던데

씨바 벌금을 왜 일케 많이 때렸어

군바리 월급이 얼마나 된다고? 안 돼! 벌금 6만원만 받어!"


", 저기 6만원이면 경범죄 범칙금 스티커 값도 안됩니다

요즘 강남에서 담배꽁초 버려도 10만원 끊는데

음주운전은..."


"아 씨바, 까라면 까야지 뭔 말이 이리 많아!!"

 


이렇게 되는 것이다. 이게 바로 감경권이다. 판결이 나도 사단장이 까라면 까줘야 한다. 대한민국 사법체계 밖에 존재하는 게 군대이고, 이 군대에서 처럼 사는, 말 그대로 법위에 사는존재가 바로 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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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국민일보



오죽하면, 장군이 전역 후 사회에서 가장 적응하지 못하는 게 경찰이란 말이 나왔을까?

 


"야, 씨바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날 세우는 거야?"


"술 마시고 운전하면 안 되는 거야?"


"신호위반? 그게 뭔데?"


 

그렇다. 장군들은 군복을 입은 후부터는 대한민국 사법체계 '밖'에서 살았다. 이러다보니 사회의 체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이 없어진 것이다


우리나라는 2014년 현재 두 개의 사법체계로 돌아가고 있다. 5천만의 국민들이 지키고 살아가는 '대한민국 헌법'안에서의 세상과 65만 군인들이 지키는 '군법체계' 안에서 말이다. (우리나라 율사들이 몇 번이나 강력하게 의견개진을 했지만, 국방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최근에 들어와서 지휘관의 감경권에 대해 제한 의지를 보이지만,음주운전과 같은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는 슬그머니 뒤로 빼고 있다).

 

우리 장군님들은 군대 안에서는 말 그대로 인 것이다. 이건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제도 자체의 문제다. 물론, 기득권을 지키려는 그들의 움직임은 이해한다. 하지만, 군통수권자가 의지만 가진다면 이거 고칠 수 있지 않을까? (통수권자가 누군진 모르겠지만)

 

견제 받지 못한 권력은 필연적으로 부패하기 마련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장군들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을 견제 할 생각을 못 한 우리의 문제이다.

 

우리 장군님들에게 우리는 너무 많은 권력을 준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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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 노릇하는 재미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장군님들



전역 후에 잘 풀린 케이스

 

지난 회에 말했듯이 1년 평균 320명의 장교를 배출 하는 육군사관학교가 30년 후에 삼정검을 받게 되면 장군 10명 중 8명이 육사출신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해사나 공사는 더 심하다. 장군 10명 중 9명 혹은 그 이상이 해군사관학교, 공군사관학교 출신이다)

 

이게 뭘 의미할까? 간단하다.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진다는 것이다. 풀어서 설명해 볼까?

 



폐쇄적인 구조에 의해서 그들끼리의 군피아 형성


선후배 구조 속에서 30여년 이상을 좁은 군문에서 활동하면서 얻게 된 인맥의 깊이


상명하복의 명령체계가 당연시 되는 군이란 조직의 특수성



 

이게 뭘 의미할까? 그들은 군복을 벗어도 군인의 삶속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건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그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대한민국 헌법체계 안에서 살아가야 하지만, 이들은 공식적으로(!?) 대한민국 헌법 체계 밖에서 살아왔다. 만약 그들이 사회로 나온다 하더라도 이들을 사회에서 제대로 받아줄 수 있을까? 아니, 다 떠나서 그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을까? 사회에서 수많은 스펙을 쌓은 이들도 사회진입에 실패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수십년 간 다른 삶을 살아온 이들이 쉽게 사회의 문을 두드릴 수 있을까? 2000년대 초반 중소기업청에서 장군과 간부(영관급 이상)들을 대상으로 취업과 창업 설명회를 개최했지만, 그 실적은 미미하기 그지 없었다.

 

그럼 이들은 어찌해야 할까?

 

첫코가 막코다란 말이 있다. 사회에 처음 발을 디딘 분야가 끝까지 간다는 것이다. 군인들도 어쩔 수 없다. 결국 이들이 선택한 것은 군 언저리일 수 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문제가 생길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장군님들을 걱정해야 하는 건, 장군님들만을 위한 게 아니라 우리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는 걸 알아야 한다).

 

얼마 전 국방과학 연구소(ADD)의 신임 소장에 정홍용 전 합참 전략기획본부장(예비역 육군 중장)을 앉혔다. 9년 만의 일이다. 9년 전 대통령이 누구였을까? 그 당시 정부는 전문성 강화를 위해 민간인에게 국방과학 연구소 소장을 앉혔고, 이후 9년 간 쭉 민간인이 앉았다. 국방관련 분야지만, 공돌이를 갈아서 신무기를 만드는 (외계인이 없으니 공돌이를 갈아 만들어야지... 쿨럭우리나라 국책 연구소 중에서 효율 면에서는 거의 최고 수준의 연구기관이다. (다른 나라의 비슷한 연구소와 비교불가이다. 소총부터 시작해, 어뢰, 미사일, 전차에 항공기까지 우리나라에서 찍어낸 국산무기의 대부분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

 

군이 소요제기를 하면 모르겠지만 분명 말하지만, 우리나라 군대의 신무기 도입의 대부분은 군에서 소요제기를 해서 만들거나 수입하는 게 아니다. 보통의 경우 업체에서 카탈로그를 만들어서 군대에 돌리고, ‘영업을 뛰고 난 얼마 뒤 놀랍게도군대가 그 물건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방식이다. 어쨌든 ADD는 군대 무기를 만들지만, 군부대가 아니라 연구기관이다. 그것도 두뇌들이 모인 집단이란 것이다. 당연히 군인보다는 민간전문 연구원이 더 적합한 자리이다(ADD는 방위사업청 소속이지만, 그 나물의 그 밥이라고...난 확신한다!!)

 

ADD뿐만 아니다. 이번 (금지어) 정부 들어와서 국방부는 점점 더 예비역 장성 친화적인 인사를 펼치고 있다.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번 정부 들어와서는 .’이란 타이틀이 들어간 곳은 거의 다 예비역 장성들로 채우고 있다) 국방부 산하 기관 6곳 중 5곳의 기관장이 예비역 육군 장성으로 채웠고, 군인공제회의 사업체 6곳도 모두 퇴역 장성들로 채웠다. 방위사업청? 거기도 예비역 장성이 심심하면 거쳐 가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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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중앙일보



여기서부터는 좀 생각을 해봐야겠다. 한번 생각을 해보자.

 

'군이란 특수성 때문에 군관련 지식과 경험이 많은 예비역 장성을 군관련 사업에 투입하는 것이 좋다.'

 

란 주장에 대해서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할까? 국방부 대변인실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드는,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 확보를 위한 선택'

 

이란 말도 생각해 봐야 한다. 놀랍게도 이 말은 미 국방부 주변에서도 심심찮게 등장하는 말이다. (한국군은 역시 미군의 영향력 아래인 걸까?) 이 말을 곱씹어봐야 하는데, A라는 장군이 현역시절 B라는 무기개발 사업을 주관했다. 그러던 와중에 A장군은 퇴역하고, B라는 무기체계 개발 주관사에서 A장군을 모셔간다. 이유는 간단한데, A장군이 B라는 무기체계 개발의 시작부터 같이 했기에 B의 완성을 위해서는 A장군의 전문적인 식견과 조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과연 맞는 말일까? 이걸 누가 판단할 수 있을까? (그 누구도 판단할 수 없을 것이다. ? 군 무기사업의 특수성 때문에)

 

미국도 그렇고 한국도 그렇다. 무기체계의 도입과 (혹은 개발) 유지에 있어서는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실질적인 주력인 KF-16 전투기는 120대가 완전하게 편제되고 (추가 생산 20대 결정 나기 전에) 나서도 약 10년의 세월이 걸려서야 완전한 전력화가 이루어졌다. 무기는 들여온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이것의 운용과 정비, 조종사나 운영요원의 훈련이 필수적이다. 거기에 걸리는 시간과 돈은 어마어마하다.

 

, 그렇다면 직구를 던져보자. 이들 예비역 장성들이 국방부 산하 기관이나 유관기관에 낙하산으로 꽂히는 것이 과연 옳은 걸까란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무조건 나쁘다라고 봐야 할까?

 

일단 군인공제회 같은 곳에 낙하산으로 꽂아넣는 건 반대다. 전문적인 경영마인드가 필요한 곳에 예비역장성이 꽂히는 건 문제다. 비용에 대한 개념부터가 다른 인물을 앉힌다는 건 문제다. 그럼 ADD? 연구 인력들의 사기진작과 기타 연구의 방향성을 위해서도 이건 아닌 듯 하다. 물론, 군내부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거나 현장에서의 요구사항을 전달한다는 의미에선 찬성이다. 이 경우에는 연락관이자문위원 등등의 역할로 들어가는 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그러나 진짜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바로 군맥(軍脈)’이다. A라는 무기를 전력화 하는 프로젝트가 있는데, 아무리 봐도 이게 소요제기까지는 갔지만, 전력화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그럼 이걸 접어야 하는데, 이게 싫은 업체에서는 짱짱한 예비역 장성을 데려온다.(전관예우다!!) 그리곤 이 장성을 선두에 앉혀놓고 로비에 들어가는 것이다. 바로 장군의 군맥을 활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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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군맥이 아니지만 제대후에도 잊을수 없다는 게 공통점



PS. 또다시 쓰다 보니 길어졌다. 처음에는 1회에서 끝내려 했다가, 에이 2회까지 가보자 했는데, 2회에서도 안 끝났다. (그 만큼 우리 장군님들의 사정이 복잡해서 일 수도 있겠지만) 다음 회에는 반드시 끝내려 한다. 그런데 가능하려는지... 다음회에는 업체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한다. 다음회에서 끝내야 하는데, 쩝.









펜더

 

편집 : 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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