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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0. 31. 금요일

돼끼








할로윈에 대해서


10월 31일은 할로윈이다. 할로윈이라고 하면 무슨 생각이 드는가? 머리 누런 서양 꼬꼬마들이 이상한 코스프레를 하고 "trick and treat!(사탕 안 주면 장난칠꺼야!)"을 외치면서 가정집의 사탕을 삥 뜯어 가는 날? 왠지는 모르겠지만 모텔 투숙객들이 증가하고 둘이 들어가서 셋이 나오는 날? 마트마다 이상한 호박대가리 장식품을 왠 호구들에게 팔아제끼는 날이라고 생각한다면 셋 다 맞는 말이다. 한국 한정 할로윈을 놓고 말하자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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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은 멀리 양놈들의 축제라는 것은 모두 다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다들 한 번쯤은 이런 생각해본 적 없는가? 왜 서양 꼬꼬마들은 멀쩡한 가정집의 사탕을 삥 뜯는 행사를 가지게 되었는지, 대체 어떤 놈이 귀신 옷을 할로윈의 축제의상으로 정했는지 말이다. 뭐, 그런 의문 안 가져도 된다. 어차피 이거 읽고 나면 가질 필요도 없을테니까. 참고로 필자의 홈그라운드는 이런 신화나 축제의 기원에 관한 것이다. 지금 쓰고 있는 역사적 사실들하고는 거리가 꽤 먼 사람이다.



1. 왜 할로윈이지?


할로윈의 할로는 원래 할로우를 뜻한다. 유식하게 영어로 적어보자면 'hallow'인데 이 말은 앵글로색슨이라는 저 멀리 음식 못 만들어먹기로 유명한 민족의 말로 '성인'이라는 뜻이다. 가톨릭의 축일에는 11월 1일에 열리는 '올 할로우 이브'라는, 한국어로 말하자면 '성인 대축제 전야'라는 축제가 있었는데, 이 '올 할로우 이브'가 줄이고 줄여져서 '할로윈'이라는 이름으로 변한 것이다.



2. 11월 1일은 왜 할로윈이 되었나?


원래 성인 대축제는 5월 13일이었다. 전통적으로 서양의 민간에서는 11월 초순을 겨울의 초입으로 생각했었는데, 그것은 가톨릭의 총 본산인 로마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9세기 중반의 교황 그레고리우스 4세가 갑자기 5월 13일의 성인 대축제를 11월 1일로 옮긴다는 칙령을 발표한다. 그 이유는 자세하지 않지만 한창 농사를 짓고 있을 시기인 5월에 축제가 열리니 사람은 많은데 먹을 것이 없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추수가 끝나 먹을 게 풍족해지는 11월로 옮겼다는 설이 있긴 하다. 뭐 여하튼 11월 1일로 옮기긴 했는데 그 전통이란 게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다 보니까 대부분은 여전히 5월에 축제를 지내고 추수 전까지 쫄쫄 굶는 상황이 벌어지곤 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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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왜 할로윈에는 귀신 옷을 입냐?


앞서 이야기했다시피 11월로 바뀐 축제는 처음에는 잘 지켜지지 않았지만 서서히 바뀌기 시작하는데, 가장 먼저 바뀐 동네가 바로 아일랜드와 잉글랜드 지방이다. 이 동네 사람들은 다 알다시피 켈트족이라는 족속의 후예인데, 켈트족 전통으로 11월 1일에 열리는 '사윈'이라는 축제와 11월로 바뀐 '올 할로우 이브'가 맞물리면서 가장 먼저 할로윈을 11월에 여는 동네가 되었다.


켈트족은 계절을 여름과 겨울로만 구분했었고, 겨울의 시작이 되면 각종 귀신들과 악마들이 지하에서 튀어나와 사람들을 골려먹는 자기네들 축제가 열린다고 생각했는데, 사윈의 축제기간에는 이 잡귀들을 쫒기 위해서 각 집에 1년 간 소중히 다뤄온 불씨를 모조리 꺼버리고 마을의 대표자가 신성한 틀라흐 언덕에서 새로운 불을 받아와 집집마다 새로 불을 피우는 성화 봉송식을 치뤘다고 한다. 뭐 사실 이게 중요한 건 아니고 혹 사윈의 축제에 대한 독자들의 의문이 있을까 하여 적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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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복장이 나타나게 된 건 할로윈 전통이 아일랜드 이민자들과 함께 북미로 넘어가고 나서부터다. 그런데 귀신 복장을 하고 사탕을 삥뜯고 파티를 벌이는 전통은 할로윈을 가져온 사람들이 아닌 저 멀리 남미 부족들의 전통인 '죽은 자들의 날'에서 따왔는데, 이 날은 조상들이 지하에서 올라와 후손들과 만나는 날로 그 날 남미인들은 해골 분장을 하고 신나게 축제를 벌였고 이 흥겨운 축제와 복장이 북미로 전파되면서 할로윈 축제라는 게 탄생하게 되었다.


다만 할로윈 축제가 남미의 영향을 받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남미의 축제 날짜에 영향을 주어서 남미에서도 11월 1일에 '죽은 자들의 날'이라는 축제가 열린다.



4. 호박대가리의 기원


할로윈하면 왠 이빨 삐쭉하고 눈깔 세모나고 안에 촛불을 넣은 호박대가리, 전문용어으로 '잭 오 랜턴'이라는 것들이 종종 장식되는데, 이 호박대가리에는 슬픈 전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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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어!


서양의 잭이라는 구두쇠가 악마를 만났는데, 잭은 악마에게 나무 위에 올라갔다 내려오면 좋은 걸 주겠다고 약속을 한다. 그리고 악마가 나무에 올라가자 아래에 십자가를 그려서 악마가 못 내려오게 한 후에 실컷 골려주었는데, 그 후 이 작자는 천수를 누리고 죽는다. 그런데 이 사건 때문에 빡칠대로 빡친 악마가 이 죄 많은 영혼을 받아주지 않았고, 잭이 하도 나쁜 짓을 하고 살았기에 천국으로 가는 문턱은 너무 높아서 그의 영혼은 지옥도 천국도 가지 못해 구천을 떠돌게 된다. 


결국 지상을 떠돌며 추위에 시달리던 잭이 악마에게 사정사정해서 간신히 순무에 숯불을 넣은 등불을 받고 영원히 지상을 떠돌게 되었다는, 악마가 아무리 호구 같아도 놀려먹으면 아주 좋게 된다는 교훈을 주는 전설이다.


이 이야기에는 호박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데 왜 호박대가리의 슬픈 이야기이냐고 물어볼 수도 있다. 이제 그 이유가 나오니 조바심내지 마라. 원래 서양의 할로윈에서는 이 잭이라는 사내의 영혼을 기리기 위해서 순무에 숯불을 넣었는데, 이게 미국으로 넘어가면서 잘 자라지 않아 비싼 순무를 이상한 장난에 써먹기가 아까워 잘 자라는 호박을 순무 대용으로 쓰면서 지금의 호박대가리 잭 오 랜턴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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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오 랜턴 순무 Ver.



5. 왜 굳이 사탕을 뺏어가는가?


사탕을 삥뜯는 것의 기원은 서양에서 11월 2일에 '영혼의 날'이라고 부르며 마을 사람들이 서로에게 영혼 케이크라는 사각형의 빵을 나눠주는 것에서 시작된다. 이 빵을 받으면 죄가 정화되어 천국으로 가는 길이 더 쉬워진다고 하여 필사적으로 빵을 받아 챙기는 전통이 지금의 사탕을 받아가는 모습으로 변화된 것이라고 한다.



5. 서양의 할로윈


서양은 원래 할로윈을 지내던 동네인 만큼 나름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꼬꼬마들이 분장하고 돌아다니면서 잭 오 랜턴이 걸려있는 집을 찾아가 사탕을 받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가게에는 찾아가지 않지만 마음씨 좋은 주인은 사탕을 준비해놓고 찾아오지 않는 아이들을 기다리는 훈훈한 광경도 볼 수도 있을지 모른다.


아이들만 이렇게 할로윈을 즐긴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생각보다 어른들도 많이 장난을 치는데, 아이들 만큼 사탕 수확이 좋지는 않다고 한다. 애초에 징그럽게 어른이 이상한 분장하고 나타나서 사탕 내놓으라고 하면 사탕보다는 다른 걸 더 주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할로윈 기간에 분장하고 문을 두드려 주인이 나오면 총구를 들이대며 사탕대신 돈을 주면 안 잡아먹는다는 사람들도 종종 있기에 어른들의 분장은 서양에서도 그렇게 좋은 눈치로 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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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한국의 할로윈


원 기원이 아일랜드 이민자들인 할로윈이 한국에서 열리는 건 불가능한 풍토였기에 한국에는 그저 '서양에서 꼬꼬마들이 사탕 뺏어가는 날'로 간단하게 설명되었던 할로윈은, 간혹 서양물 먹은 한국인들이 돌아와서 자기들끼리 소소하게 즐기는 선에서 축제를 즐겼다. 그게 민간으로 좀 퍼져서 지금처럼 평생 쓰도 않을 소품을 팔아먹는 행사로 발전했지만 말이다.


다만 한국의 전통에도 할로윈과 비슷한 축제는 있다. 귀신들을 쫒고 겨울 내내 안녕을 비는 의미가 할로윈의 바탕이었기에 굳이 한국의 할로윈이라고 한다면 동지에 팥죽 먹는 것 정도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정월 대보름 다음 날인 음력 1월 16일이 귀신들이 세상을 활보하는 날이라고 하여 외출을 삼가고 신발을 숨기던 날인 '귀신날' 또한 한국의 할로윈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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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끼


편집 : 홀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