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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1. 03. 월요일

raksumi






편집부 주


이 기사는 당일(11월 3일) 오후 4시경 국과수의 故신해철 씨 부검결과 브리핑이

나오기 전 작성 및 편집되어 기사로 올라갔음을 알려드립니다.


기사는 SBS에서 취재한 내용과 의무기록을 바탕으로

글쓴이의 소견을 적은 내용입니다.


따라서 부검결과를 통해 나온 결과와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편집부의 늦은 확인으로 독자여러분께 혼란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국과수 발표 이후 이전 글에서 언급한 횡경막 손상에 대해 필자 역시 우려를 나타냈고

전화를 통해 병원 측의 잘못이 있음을 알려왔습니다.


다시 한 번 독자분들께 뒤늦은 확인과 혼란을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








관련 기사


[장폐색증과 패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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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출처 - SBS


이상은 앞으로 인용하며 살펴볼 조동찬 기자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서 분석한 의무 기록이 사실이라는 전제 하에 몇 가지 짚어보고자 합니다. 



1. 수술명 문제



신 씨는 10월 17일 오후 4시 40분 수술실로 이송됐습니다. 수술명은 장관유착박리술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처치기록에는 장관유착박리술과 함께 위성형술(gastroplasty)도 적혀 있습니다. 위성형술은 위나 하부 식도의 결손이 있을 때 이를 복구하거나 (Surgical repair of a defect in the stomach or lower esophagus.) 위 움직임의 속도를 변화시키기 위해 위의 모양을 변형하는 수술(A surgical procedure that alters the shape of the stomach with the intent of altering the flow of gastric content.)을 말합니다. 위 밴드 수술도 넓게는 위 성형술에 속합니다. 위성형수술에 대해서 유가족은 사전에 동의를 한 적이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의무기록지에는 어떤 목적으로 어떤 종류의 위성형술을 했는지 적혀있지 않았습니다.



수술명은 장유착박리술과 위성형술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유착이란 수술 후 상처가 아물면서 장기들 끼리 붙는 현상입니다. (제 이전 글을 참고하세요.)


물론 수술 하지 않은 부분도 유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수술한 장기나 혹은 그 근처에서 주로 생깁니다. 유착 박리술이란 수술명은 그런 유착을 박리-떼내어주는-해 주는 시술의 의미로 광범위하게 쓰입니다. 주로 다른 수술을 할 때 보조적으로 해주는데 이렇게 환자가 호소하는 복통에 장이 연루가 된 것 같으면 적극적으로 해주기도 합니다.


저의 경험을 예로 들자면 세 번째 제왕절개를 한 환자의 난소가 주변 대장이나 자궁과 붙어버린 케이스가 있어 서비스 차원에서 이 수술을 해준 적이 있었습니다.


증상이 없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고 특히 장 유착의 경우는 괜히 건드리다가 장 천공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건드리지 않거나 조심해서 건드려야 됩니다.


신해철 씨의 경우 과거 담낭염 수술력이 있으므로 유착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마 그 쪽을 박리한 것 같습니다.


참고로 언론에 따르면 수술 전 CT에서 장천공이 없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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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알려진 정보로는 17일 수술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입니다. 

(출처 - 역시 SBS)


문제는 위성형술인데 저는 병원에서 사실 이 수술을 하려고 복강경 수술을 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밴드 수술을 한 지 5년 정도 되었고 배가 아프다고 하니까 위치를 한 번 확인하고 싶어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런데 밴드 위치가 아마 미끄러지거나 제 위치에 있지 않으니까 아마 수술 들어간 김에 제 위치에 놓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미끌어진 걸 제 위치에 놓았을 뿐이라 병원측에서는 별 거 아닌 처치였다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위 밴드 수술은 과거 수술한 것을 보수한 셈이니 어떤 목적을 적을 필요가 없다고 여겼으리란 추측입니다.


사실 저는 처음에 이것을 수술하는 과정에서 미란(erosion)이 생기고 이것이 문제가 되었다고 의심했지만 소장에 천공이 되었다고 하니 직접적인 사망과 밴드 수술과는 관련이 없어보입니다. (밴드 수술이 문제가 되었다면 위에 천공이 되었겠죠.)



2. 통증을 호소 했을 때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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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씨는 3시간 20분 후인 오후 8시에 수술을 받고 병실로 복귀했습니다. 하지만 10분 뒤부터 통증을 호소했고 의료진은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했습니다. 수술 네 시간 뒤 신씨가 통증을 호소했을 때는 의사가 가장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했습니다. 수술 다음 날인 10월 18일에도 신씨는 4번의 통증을 호소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이 10월 19일에도 통증 때문에 새벽 1시 20분부터 진통제를 투여 받았고, 그 이후 3번 정도 통증을 의료진에게 호소했습니다. 병원은 역시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하고 육안으로 수술 부위의 이상이 없음을 확인한 뒤 퇴원조치를 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복강경 수술이라고 해도 배를 뚫는 것이므로 -생살을 찢는 것이지요- 안 아프면 이상합니다. 때문에 수술 직후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한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사람마다 듣는 정도가 다르니 처음 진통제가 듣지 않았으면 더 강한 진통제를 주는 것이지요. 


다만 수술이 며칠 지난 후 계속 진통제를 준 것은 사실 바람직 한 일은 아닙니다. 진통제는 안 좋은 전조 증상을 안 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병'을 '도둑'에 비유한다면 '통증'은 '집 지키는 개'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별 것도 아닌데 개가 계속 짖으면 좀 조용히 시킬 수도 있지만 진짜 심각한 도둑이 들어왔을 때 짖는 다고 조용히 시키면 정말 큰일 납니다. 아마 이 경우에 해당 될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진통제와 수면제까지 먹었으니 더 그렇습니다. 



3. 계속 병원을 찾은 신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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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씨는 다음 날인 20일 새벽 5시 열이 나면서 배가 아프다고 병원을 찾았고, 병원은 진통제를 투여한 후 귀가 시켰습니다. 그리고 그 날 오후 열이 나서 다시 병원을 찾았는데, 이 때 병원에서 측정한 체온은 38.8도로 상당한 고열이었습니다. 이 때 의료진은 입원을 권했지만, 신씨는 거부하고 진통제를 맞은 뒤 귀가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이틀 후인 22일 새벽 4시 40분 왼쪽 가슴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통증이 왼쪽 어깨까지 퍼져나가는 양상이라고 기술했습니다. 의대를 졸업한 사람이라면 심장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나타나는 통증이라는 걸 감지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던 겁니다. 게다가 신 씨는 복부 팽만에다 가스가 몸 밖으로 오지 않는 상태임을 의료진은 확인했습니다.  이 역시 복부 전체에 염증이 퍼졌음을 알리는 신호였지만 신 씨에게는 마약성 진통제와 산소만 투여됐습니다.




퇴원 후 계속해서 병원에 통증을 호소해서 왔습니다. 그 의무 기록은 여기에 잘 나오지 않아서 모르겠으나 


① 병원에서 그냥 수술 후 수술 상처 부위라고 생각해서 그냥 보냈을 가능성


② 병원에서 입원을 권유하였으나 신해철씨가 거부했을 가능성


2가지 정도가 있는데 아래 쪽 의무 기록을 보면 ②일 가능성도 배제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이것은 여기 의무기록에 나오지 않는 것이고 환자와 보호자에게 병에 대해서 얼마나 설명을 했는지 알 방법이 없기 때문에 섣불리 단정지을 수 없겠네요. 



4. 사진에 나온 의무 기록을 통해 본 제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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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수술을 받은 환자가 복통이 있으면 그것도 지속적으로 있을 때는 반드시 수술 한 곳에 혈종이 고여 있는지 염증 소견은 있는지 확인 해야 합니다. X-ray는 물론 복부 CT 등의 적극적인 검사를 반드시 해야 합니다. 그랬는데도 이상 소견이 발견되지 않으면 다시 배를 열고 직접 확인하는 방법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하지만, 신 씨는 간단한 혈액 검사와 X-ray 검사만 받고 퇴원했습니다.




병원에서는 분명히 장 손상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G/O 이란 gas out을 뜻하는 것 같은데 이를 분명히 기재하고 있으며 x-ray도 찍었습니다. 장천공에 대비하여 항생제도 주었습니다. 기자분께서는 x-ray와 간단한 피검사만 했다고 타박하셨는데 이거 사실 엄청나게 중요한 사실입니다. x-ray 와 피검사 결과가 어땠는지 모르지만 아마 이상이 보이지 않아서 괜찮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군다나 병원에서는 입원을 권유하고 있었는데 신해철씨가 거부하고 있습니다. 기자분은 왜 CT를 하지 않았는지 말씀 하시는 데 x-ray와 피검사가 정상 소견이었다면 의사 판단으로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x-ray 와 피검사가 정상이어도 장 천공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래서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이 환자 증상인데 어쩌면 환자의 호소 내용이 믿음이 안 간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자주 병원을 찾아오고 있었던 환자라 병원 측에서 조금 안일하게 생각한 면도 있는 듯 합니다.)


저도 의대를 졸업한 사람이지만 왼쪽 가슴 통증이 있다고 해서 심장병이라 100% 확신하지는 못합니다. 위궤양만 있어도 비슷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의료진은 큰 병원으로 옮기라는 권유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상황에서 진통제를 준 것은 잘 못한 것 같습니다만, 개인 병원에서, 환자가 이렇게 아파하는데 안 주기도 어려웠던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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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아마 진통제와 수면제 효과 때문에 심각한 증상이 가려졌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심전도 이야기는 없는데 찍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만일 장천공에 의한 패혈증이 생겨 가슴이 아팠다면 결과는 정상이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언론에 따르면 CT에서 수술 전에는 장 천공이 없었다고 하니 아마 유착 박리술 도중에 장에 손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수술 중 장 천공은 일어나서는 안 되지만 100% 예방할 수도 없습니다. 수술 한 병원에게 '왜 장천공을 만들었냐?' 라고 묻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엄연히 수술 중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입니다. 


'수술 후 환자에 대한 처치가 과연 옳았느냐'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그럼에도 병원 측에서도 장천공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고 어느 정도의 처치를 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로 보이기에 위 기사의 의무기록만 봐서는 일방적으로 병원이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것이 현재 상황입니다.






raksumi


편집 : 퍼그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