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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1. 10. 월요일

꼭그래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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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역특집 : 별 일 없는 사회는 없다(1)]

[노역특집 : 별 일 없는 사회는 없다(2)]












1. 일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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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네 누나는 그런 거 모른다.



이 사회는 책임회피라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족보가 그 증거라고 본다. 족보 안에는 어떤 악행도 기록되어 있지 않다. 악행을 일삼은 인물도 후대에 의해 재창조된다. 어느 성씨라도 이 전통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런 못된 짓만 배워 먹은 인간들의 일부가 국가를 운영하는 정치 엘리트가 되었고, 국가의 책임회피라는 결과를 낳았다. 예나 지금이나 민중들은 고통 속에 죽어갔다. 주자가례? 써글 넘의 것이 뭐길래! 대체 뭐길래! 이 땅의 수많은 민중을 죽여간 그넘의 족보라는 것이 뭐길래! 그럼 니가 책임질 거냐? 책임을 진다는 놈 없다. (한 명 있었지만, 아니 둘인가?)


책임회피의 전통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4.16 세월호 참사도 책임 없음이다. 곤궁함으로 죽어가도 개인 잘못이다. 그렇게 우리는 나쁜 짓을 해도 나쁜 기록만 남기지 않으면 된다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소송이 난무하다. 양심이 아니라 법으로, 법이 아니면 폭력으로라도 선행의 기록만 남기면 된다는 빌어먹을 추잡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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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 잘하세요"



해서 당신들의 어려움은 정치인도, 돈 많은 후원자도 해결해 주지 않는다. 당신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 이런 가혹한 시대에 태어났다고 원망한들 무엇하랴. 가난한 부모 밑에 태어났다고 푸념하면 무엇하랴. 한국 대다수가 그렇다. 당신만이 그렇지 않다. 주위를 둘러보면 당신과 같은 처지의 이웃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는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 그래서 일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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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해야 한다.



떨어지는 낙엽을 바라보며 멍 때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 글타. 우리는 일 해야 한다. 먹고 살아야 한다. 추수가 끝난 시골의 가을을 을씨년스럽다는 말을 한다. 전혀 그렇지 않다. 가장 뜨겁게 살아야 하는 계절이 가을과 겨울이다. 뜨끈한 방구석을 박차고 일어나 '내일은, 내일의 밥을 뜨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내일의 밥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한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생활고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접하게 된다. 없는 사람들에게는 겨울은 그만큼 견디기 힘든 계절이다. 해서 이번 편을 원래 봄에 올릴 예정이었으나 농번기도 끝나고 집 방구석에서 뒹굴고 있을 젊은 농부님들과 겨울을 나기 힘들다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생을 마감할지도 모르는 분들을 위해 급하게 쓴 글이기에 완성된 글이 아니다. 마냥 손 놓고 있을 수 없었고 너님들도 손 빨고 있지 말자.

 

"혹시 이 일 전에 해보셨어요?" 이제 이런 말을 듣는다. 그렇다. 세상의 좆 같은 일만 찾아서 '어디서 좆된 짓'만 배워먹었다. 처음 하는 일이라도 어떻게 돌아가는지 틀을 보면 된다. 단순 육체노동이라는 것이 다른 회사라도 비슷한 과정으로 이뤄져 있다. 원료 투입, 제품 생산, 제품 포장, 출고라는 기본적인 과정에서 어떤 과정에 배치받느냐를 알면 된다. 회사마다 차이는 있겠으나 처음 들어가게 되면 원료 투입이나 제품 포장을 주로 하게 될 것이다. 둘 다 힘을 기반으로 하는 일이다. 해서 2~3일 만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인간의 적응력은 당신의 생각보다 뛰어나다. 일주일만 참으면 적응이 된다. 길어도 2주만 참자. 그러면 몇 개월은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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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찾기는 이상형 찾기가 아니라는 점





2. 육체노동 일자리를 얻는 방법

 

-아는 사람 통해서: 좆될 가능성 높음. 그 회사의 인사부장이 밥만 먹고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 인사부장도 아닌 누군가가 대뜸 "너 여기서 일해 볼래?"라고 권할 경우 힘든 일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그 사람을 나무랄 수 없는 이유는 당신이 다른 일자리를 얻을 수 없다는 무언의 의사를 전달한 것인지 모른다. 다 당신 탓이다.

 

-직접 알아보기: 경험이 없는 젊은 분들이라면 이 방법을 권하지 않는다. 개고생하기 쉽다. 몇 개월은커녕 며칠도못 가 관두는 사람 태반이다. 물론 특정 업종에서 일을 배울 각오로 그런다면 할 말 없다. 이 회사는 뭐하는 회사지라는 무개념으로 접근했다가는 큰 코 다친다. 스스로 자영업을 위한 방법의 일자리 얻기라면 적극 환영한다. 돈도 벌고 기술도 배울 기회다. 주로 두부 회사나 한방제약 회사, 떡집 등을 권한다. 그렇다. 먹거리 일자리는 나중에 자영업에 유리한 기술 전수를 해준다. 그렇다고 단숨에 배운다는 생각은 하지 말자.

 

-용역회사: 용역회사가 알아서 찾아준다. 시골에서 좋은 직장 얻기 어렵고 또 타 지역으로 가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이 방법이 최선이다. 또 원하는 기간에 일할 수 있다. 스스로 찾거나 아는 사람 통해 얻는 일보다 노동의 강도가 낮을 수 있으며 휴일도 잘 지킨다. 용역회사 홍보글 같지만 대한민국 촌동네의 현실이 이렇다.

 





3. 용역회사에 등록하기(feat. 농약회사) 


농약 회사를 특히 강조한다. 대개 농약 회사는 10월 말이나 11월에 생산에 들어가기 시작해서 3월이나 4월에 생산을 종료한다. 5월부터 9월까지의 농번기를 피해야 하는 농민들에게 필요한 정보가 아닐 수 없다. 농약 회사들은 그래서 정직원이 아닌 용역회사에 의뢰해 5~6개월 일할 사람을 뽑는다.

 

생활정보지나 고용노동부의 워크넷을 통해 당신이 사는 지역의 농약 회사를 찾는다. 회사는 용역회사다. 그럼 용역회사에 등록하러 가자. 용역회사에 가지고 가야 할 서류는 간단하다. 이력서(잘 쓸 필요 없다), 등본, 자격증(있으면 좋고, 없음 말고), 사진, 통장과 신분증을 복사해 가지고 간다.


정직원의 꿈도 이룰 수 있다. 대개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의 경우 지게차를 열심히 연습해 둬라. 정직원이 될 수 있다. 물론 1~2년 그 회사에 아주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용접이나 전기도 마찬가지다. 자리가 나면 얼굴 낯선 사람보다는 낯익은 사람을 뽑기 마련이다.

 

용역회사의 부장이라는 사람이 당신과 이야기할 것이다. 그때 당신은 분명히 의사를 전달해야 한다. 1년 내내 일할지 아니면 가을 겨울에 일할지를 분명히 해라. 뜬금없이 여름에 전화 온다고 해서 놀라지 마라. 쌩까면 그만이다. 그럼 가을에 전화가 온다.

 

용역회사에 등록해 좋은 점은 실업급여를 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6개월 찍어준다. 대개 농약 회사가 5개월 정도면 일이 끝난다. 나머지 1개월은 다른 회사에서 채워야 한다. 개인이 다른 회사를 찾고 등록하고 또 신고하는 절차를 용역회사가 알아서 해준다.





4. 농약회사(근무시간 8시 30분~20시 30분, 노동강도 ★★☆☆☆, 20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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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중순 이후에 용역회사에서 전화가 오기 시작할 것이다. 그럼 통화한다. 대개 10월 말부터 생산에 들어간다. 농약 회사가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면 생산에 들어가는 이유는 화재경보기 때문이다. 생산의 특성상 높은 온도가 필요해서 그렇단다. 높은 온도 때문에 여름에는 생산을 가급적 피하는 것이다.

 

농약? 겁먹지 말자. 첫날 출근하기 겁내는 사람 있을 수 있다. 농약이 어디 몸보신 하는 것도 아니고 많이 먹게 되는 것 아닌가라는 막연한 두려움에 농약 회사에서 일하기 꺼릴 수 있다. 첫날 가보니 한두 명 꼭 그런 사람 있다. 그러나 막상 첫날 일해 보면 타 공장에서 먼지 먹는 환경보다 더 좋은 환경일 수 있다.

 

농약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처음이라면 당신에게 주어지는 일은 두 가지다. 원료투입과 포장작업이다. 원료투입은 용역회사에 등록한 지 몇 년 됐고 또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주어진다. 당신은 몸을 쓰는 포장작업에 투입될 것이다. 포장작업 중에서 또 가장 무거운 박스 포장일 것이다. 겁내지 마라. 1~2주면 적응한다. 작업 환경도 예상보다 청결하다. 농약 가루 마구 날리는 환경을 생각하지 말자. 일하는 중간 중간에 짬이 나면 눈치 보지 말고 의자에 앉아 쉬어라. 정직원 눈치 보면서 종일 서 있지는 마시라. 정직원도 그 일이 힘들다는 것 안다. 쉬어도 뭐라 할 사람 없다. 분말 농약은 이렇다.

 

액체 농약은 종일 서서 일해야 한다. 무거운 박스 아니다. 가볍다. 당신이 처음 가면 병에 약이 투입되고 마개를 닫는 일을 할 것이다. 마개 박고 박카스만한 용기에 담는다. 근육을 크게 쓰는 일이 아니다. 일하면서 '언제 쉬지? 시간 다 된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머리를 계속 두드릴 것이다. 쉬는 시간은 어느 회사나 마찬가지지만 1030, 330분 이렇게 하루에 두 번 주어지고 점심시간 1시간이 주어진다. 저녁 식사는 530분부터 6시까지 주어진다. 식사는 생각보다 좋다. 무농약 재배된 채소를 제공한다. 농약 회사라고 농약 쳐서 먹는 거 아니다.



5. 나만의 작업환경 DIY



-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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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 회사에 꼭 가져가야 할 것은 시계다. 회사 전 구역에서 핸드폰은 사용할 수 없다. 또한 회사 전 구역이 금연이다. 쉬는 시간 회사 밖으로 나가야 한다. 흡연자들은 보통 작업장 인근에 자전거를 가져다 놓고 밖으로 나간다. 종일을 서서 일해야 하는데 쉬는 시간에 걸어서야 되겠는가.


요즘 날씨가 쌀쌀하다. 그러나 작업복 안에 입을 옷은 가볍게 입고 가라. 아니면 얇은 옷을 두 겹 입어라. 더우면 하나 벗으면 그만이다. 11월에 가더라도 작업복이 동복이 아니다. 그건 땀나게 일한다는 것을 뜻한다. 작업복 안에 너무 두툼한 옷을 입고 가지는 말자. 농약 회사에서의 작업 필수 요건은 작업복, 보안경, 마스크는 필수 착용 의무 사항이다. 덥다고 벗을 수 없다.

 

안경 착용자는 보안경과 비슷한 안경을 맞춰가는 쎈스도 필요하다. 안경 벗고 작업할 수 있다면 상관없지만, 보안경과 안경을 겹쳐서 끼게 된다면 당신 코는 무게를 감당하지 못할 수 있다. 안경원에 가서 보안경과 비슷한 안경을 맞출 것을 권한다. 이 보안경은 다른 작업 환경, 다른 일 에서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마스크는 처음 당신에게 주어지면 좀 길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묶어서 길이를 줄인다. 그런데 너무 짧게 줄이면 당신 귀는 떨어져 나갈 것 같은 고통을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니 다소 헐렁한 상태를 권한다.

 

안전화는 기존의 사용되었던 작업화가 주어진다. 이 작업화는 장인이 한땀한땀 뜬 신발일리 없다. 무겁고 아킬레스건과 발등이나 발꼬락을 압박하는 상황일 것이다. 안전화 문제는 어딜 가나 그렇다. 미리 구매해 당신 발에 맞는 신발을 신고 가는 방법도 있겠지만 움직임이 저그냥 신어도 무방하다. 이동거리가 많은 일이라면 따로 용역회사의 부장이나 직원에게 말을 해 작업화 비슷하게 생긴 어두운 색상의 등산화를 신어도 좋다는 승낙을 받아라.

 

-돈 더 받기 스킬

 

근무 일은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다. 일명 '만근(~)'을 채우면 토요일과 일요일도 근무일로 쳐준다. 또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 근무를 하루 빼야 할 일이 생길 것이다. 되도록 금요일은 피해라. 금요일에 출근하지 않으면 월~목요일까지 일했다 해도 금요일 빠지면 토요일, 일요일의 근무 일수는 쳐주지 않는다. 더군다나 금요일은 530분까지 작업한다. 그래도 830분까지 일한 샘 쳐준다. 불금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니다.

 

-작업

 

작업은 아주 단순하다. 기계 조작은 정직원이 담당한다. 당신은 기계가 포장지에 적정용량의 분량을 담아 보내면 포장이 잘 되었는지 아주머니가 확인해 개수 맞춰 넘겨준다. 박스에 개수를 맞춰 담는다. 대략 1박스에 100개에서 50개 정도를 담아 포장한다. 개수를 맞춰 담으면 저울에서 오차범위 안에서 통과된 박스를 박스 테잎으로 봉한다음 밴딩기라는 기계로 양쪽을 묶는다. 그런 후에 빠레트에 쌓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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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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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밴딩을 마친 박스(이렇게 쌓으면 욕먹는다)




간혹 부족한 개수나 중량미달이 발생할 경우 확인 작업에 들어간다. 대개 개수 부족이거나 종이 패드를 넣지 않아서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시간이 남으면 의자에 앉아서 쉰다. 눈치 보지 말고 쉬어라. 간혹 중량 부족의 불량들이 나온다. 그거 무게 달아 봉해서 아주머니에 넘겨준다. 그런 경우가 발생할 경우 쉼 없이 움직여야 한다. 그런 상황을 감안해 쉴 시간이 나면 무조건 쉬어라. 그래야 오래 일한다. 며칠 못 가 그만둘 생각이 아니라면 쉬어라. 쉬라는 말을 강조하는 것은 5개월이라는 기간을 위해서다. 너의 몸이 강철 몸 이거나 고무 근육이 아니라면 쉬어라. 그렇게 일하다 보면 일주일 훅 간다. 잠을 잘 자둬라. 어차피 일 끝나고 집에 가면 10시다. 딴짓 못한다. 간혹 친구와 술 한잔 하면 다음 날 힘들다.

 

여기까지가 본인이 경험한 일들을 이야기했다. 20대 젊은 친구들이여 스펙을 위한 자격증이 아닌 생업을 위한 자격증 하나는 갖고 있어라. 용접이든 중장비(포크레인, 덤프트럭, 지게차 등)든 하나는 있어야 한다. 그럴 경황이 없는 친구들도 있을 것이다. 사업하다 실패해 어쩌지 못하는 젊은 친구들. 이런저런 취업 시험(사기업, 공기업, 공무원, 고시 등)을 준비한 친구들이다. 이런 분들은 지금 당장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또한 농업인들도 쌀시장 개방을 앞두고 근심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래도 살아남아야 한다. 꼭 그래야 한다.




6. 노역특집 끝내며

 

"자격증이 없는데요?"

괜찮다. 젊음이 자격증이다.

 

"너무 나이가 많아서 힘든 일 못 할 것 같아요."

괜찮다. 너님들보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도 일한다.

 

"몸이 허약한데요?"

괜찮다. 틈틈이 체력을 길러라.

 

"몸이 좀 불편한데요?"

괜찮다당신에게 맞는 일을 찾거나 찾아 준다.

 

"일이 저에게 맞지 않은 것 같아요."

괜찮다. 한 가지 일을 오래 해라. 자주 일을 바꾸면 쓰는 근육이 달라서 더 고달프다.

 

살아남아 내일도 내일의 밥을 뜨길 바란다. 꼭 그래야 한다.

이것이 내가 당신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다.


 

지난 16개월여의 일들을 경험하고 쓴 글이다. 그러다 보니 온몸이 망가졌다. 염전일이 얼마나 힘든지 경험해 보고 싶었고 뱃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아보고 싶었으나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담에는 내 몸을 좀 고쳐 보고자 한다. 해서 메디컬 특집을 준비 중이다. 뼈가 뒤틀리고 근육이 파열한 상태에서 지금 농약 회사에 다니고 있다. 의사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환자의 입장에서 메디컬특집을 생각하고 있다. 본인처럼 너무 자주 일을 바꾸면 이렇게 된다. 내년 봄. 벚꽃 필 무렵에 살아서 다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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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필 무렵 다시 온다.

TO BE CONTINUED








꼭그래야하나?


편집: 나타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