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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1. 14. 금요일

Samuel Seong










본 기자, 트위터 타임라인에서 유부남 최대의 민폐 캐릭인 팔불출을 담당하고 있다. 게다가 공처가다. 독자 너님들께서 열심히들 '구르카'가 어떤 부대냐, 엔하위키 배낀 것 갖고도 기사 만드냐 등등의 정말 쓸데없는 댓글들 다셨던 산하의 기사(#링크)의 주인공이 본 기자 되겠다. 술자리에서 이야기해서 쬐까 오해가 있었던 것 같은데, 쿠크리 칼은 네팔의 산악부족들에겐 기본 의전장식품이며(결혼식 신랑 복식의 장식품 중 하나) 그 이야기 나왔던 분위기도 영락없는 My Greek Weeding 의 한 장면이었다. 물론 이 말 해봐야 아무도 안 믿는건... 나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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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옷의 공식 장식품이 꾸끄리 칼이란 말씀

 

 

여튼 부족하기 짝이 없는 남편 놈 하나 믿고 생면부지의 만리타향에서 살겠다고 결심한 초미녀(이건 모 일간지 기자님의 표현) 아내님을 받들어 모시기 위해 상시 돌쇠 모드를 유지하고자 매일 플랭크 7분에 스쿼드 200개를 하고 매일 아침 저녁을 뭔가 다른 재료를 이용하고 좋아하시는 것들 하나라도 챙겨서 만들어 드리고 있는건데... 본의 아니게 민폐 캐릭이 되고 말았다. 시시때때로 버튼 눌러드린 트위터 팔로워 분들껜 이 자리를 빌어 사과드린다.


사과드리는 김에, 취로사업도 좀 해보는게 어떨까 싶어 키보드를 두들기기 시작했다. 공공이 볼 수 있는 정보라는 것 자체가 그 취로사업처럼 그리 티나지는 않지만 사회적 의미는 있는거니까. 뭐 많이들 궁금해 하시는, 어떻게 결혼했느냐는 이야기는 본 기사의 반응을 보고 쓸까 말까를 결정하도록 하고, 다른 나라의 명절을 겪는 외국인 사위의 체험담부터 송고한다.


본지의 선진적인 기사 송고 시스템인 300이 30KB/s의 속도를 자랑하는 네팔 인터넷 속도로는 상시적으로 request time out을 외치며 업로드한 글을 모조리 날려주시는 것을 몇 번 경험한 뒤로는 편집부로 직접 이멜을 보내는 방식으로 기사 송고를 하고 있기 때문에, 딴지 계정을 본 기자가 쓸 일이 없다. 따라서 독자 너님들이 뭔 댓글을 달아주신다고 하더라도 내가 대답할 방법은 없다. 뭔가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기사 끝에 있는 트위터 주소로 알려주시기 바란다.



1. DashainTihar

 

힌두교 문화권에서 그래도 가장 유명한 명절은 아무래도 색의 축제, Holi일 것이다. 기나긴 겨울이 가고 다시 꽃피기 시작하는 봄이 시작됨을 축하하기 위해 여러 색의 색소들과 물을 뿌리면서 노는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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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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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고

 


물 뿌리고 색소 뿌리고 논다. 그래서 이 날에 길에서 이런 얼굴 발견하는 게 그닥 어렵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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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본 기자가 남자니까 그나마 이런 사진을 찍는 게 가능하지, 여자들의 경우에는 이런 상황에 바로 놓이게 된다. (꿈과 현실은 다른법이죠, 홀리. http://orangekuma.blog.me/60127042622?Redirect=Log&from=postView) 뭐 일부에선 이 날을 네팔력으로 새해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거 아니다. 네팔력으로 새해는 양력 4월 16일에 시작한다. 왜 그런지는 아직 나도 모르겠다.


여튼 두르가 여신이 악귀를 무찌른 것을 축하하는 Dashain과 빛의 축제 Tihar는 며칠 간격으로 붙어 있는 축제로 민간에서 Dashain에는 약 보름, Tihar는 닷새간 논다. 약 일주일 간격으로 있는 축제이므로 거의 한 달을 논다.


대략 이야기가 이 즈음 가면 그렇게 노니까 못 사는 것이라는 택두 없이 사기 치는 꼰대들이 등장하는데, 그 분들은 어서 정신과 병원 예약하시길 바란다. 유럽은 잘 살아서 휴가 몇 달씩 쓰고 네팔은 한 달을 노니까 가난하다는 이야기를 한 입으로 하는 건 일종의 분열증이다.


Dashain의 첫 날은 Ghatasthapana Dashain이라고 한다. 이 날은 말 그대로 두르가 여신을 상징하는 항아리의 날로 뭐 이런 저런 의식들이 치뤄지지만, 요즘 많이 단축되어서 간단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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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카 준비

 

 

악령들을 쫓아내는 역할을 하는 티카를 집안의 어른이 찍어주시고 용돈을 나눠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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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은...? 뭐 우리랑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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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 도는 현금 속에 쌓이는 가족간의 정이라는 건 한국이나 네팔이나 비슷하다. Falas 카드라고 하는 이 놀이는 5카드 혹은 7카드로 할 수 있고 사람들이 많으면 여러 세트의 카드를 갖고 한다. 5카드의 경우에는 투 카드와 조커를 먼저 만드는 사람이, 7카드의 경우에는 6카드와 조커를 먼저 만드는 사람이 이긴다.


물론 사위의 역할은 졸라 딴 다음에 최대한 잃어주는 것... 세 시간동안 열심히 잃었는데 한국 돈으로 400원 잃어서 좀 난감했다.


이 사이에 아이들은 그네를 타고 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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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Dashain과 Tihar 기간에는 이 그네가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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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 4개를 기둥 삼아서 만드는 이 그네는 그 구조 때문에 상당한 가속을 즐길 수 있다.


대체로 아이들이 많으면 밖에 나가는 것보단 TV틀어놓고 이렇게 놀게 만드는 게 부모들이 덜 걱정하는 건 한국이나 네팔이나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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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대륙이 아이들 유괴 범죄가 꽤 자주 일어나는 곳이라 아무래도 밖에서 놀게 될 경우에는 어른들도 꽤나 많이 나가서 논다. 이걸 약 보름간 한다고 보시면 되겠다.




그 다음, Tihar. 인도에선 디왈리라고 한다. 빛의 축제다. 그런데 이게 우리랑 꽤 비슷한 게 있다.


첫 번째 날이 까마귀의 날, 두 번째가 개의 날, 세 번째가 소의 날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고 네 번째 날부터 본격적인 Tihar축제이기 때문이다(사실은 그 전날부터) 우리 설날 이야기랑 비슷하다는 생각 안드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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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자 장인 어른의 작품인데 대충 위의 세 동물이 다 등장한다. 다른 동물들보다 개의 날이 제일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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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마귀나 소가 장식한 것보단 개들이 꽃단장하기가 훨씬 쉬워서 그런지 사진 속의 이런 모습을 꽤나 볼 수 있는 기간 되겠다. 여튼, 개의 날 그 다음 날 저녁에는 Laxmi신에게 예를 올리고 집안의 안과 밖을 빛으로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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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초로 하는 집도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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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트리 연상시키는 깜빡이 전구들로 장식하는 집들도 꽤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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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산의 신인 Laxmi신에게 예를 올릴 준비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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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위란

 

회사 장기 출장과 네팔의 이 두 명절과 겹쳐진 상태였던지라 출국전부터 꽤나 준비할 것이 많았다. 집안 모든 사람들을 위한 선물을 챙기고 네팔로 잠시나마 돌아갈 수 있는 모든 이들이 몰리는 기간에 비행기표를 끊어놨던 덕택에 평소에 본 기자가 누릴 수 있는 이런 저런 편의들은 깡그리 무시된 상태로 짐짝 취급 받으며 날아와야 했다.


언젠가 모 트친께서 이런 명언을 남기신 바 있다. 어느 집안이나 보면 매체들의 사회면에서나 볼만한 일들이 벌어진 친척은 있기 마련이라고. 여기도 마찬가지다. 다만, 실업율이 40%를 상회하기 때문에 그나마 일자리가 외국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해외에서 일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 정도나 다를까... 그리고 물가 수준이 한국의 1/15 정도라는 것도.


인도 대륙 전체가 주류관련 세금이 꽤 센 편인데, 네팔은 와인값이 꽤 낮은 편이다. Pino Noir나 Shiraz가 대체로 북인도 음식들과 궁합이 잘 맞는 편인데, 얘네들은 여기서 대충 한국돈으로 1만 5천원 안쪽에 괜찮은 것들을 맛볼 수 있다. 물론 물류 시스템과 보관창고가 좀 아스트랄해서 뽑기 운이 꽤나 작용하지만 한국 가격의 1/5 수준이다.


그런 까닭에 네팔 중산층에서도 와인 붐이 꽤 일고 있다. 이러다보니 와인을 만들어보지 못한 주류 업자들이 에탄올, 설탕물, 포도즙 혼합액을 와인이라는 이름으로 파는 것들이 생기고 있다. 처남댁이 워낙 와인을 좋아해서 장인 장모님도 가끔 즐기셨었는데... 여기서 제대로 말아먹고 사우디에서 개고생하다가 얼마전에 돌아온 사촌 처남이 그 혼합액을 와인이라고 갖고온 거다.


언젠가 봤던 요리책에서 와인을 이용한 닭요리가 있었던 것이 기억났던 본 기자, 트위터로 상황 설명을 하고 도움 요청을 했고, 고맙게도 선배 형수님의 지도로 요걸 만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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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찜 비슷하게 된 꼬꼬뱅

 

 

닭이야 제대로 키운 넘, 거기다 각종 채소는 집 앞의 밭에서 구할 수 있는 데다가 인도 네팔에선 '기'를 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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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도전해봤는데... 약간 걸쭉하게 된 소스가 문제였다. 역시 와인이 아니라 에탄올, 설탕물, 포도즙 혼합액은 답이 안나오더라. 물론 이렇게 해서라도 갖다준 것을 치워버린 덕택에 사촌 처형 면은 좀 세워줬고... 그 덕에 조금 더 친해지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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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두 가지가 계속 돌아가고 며칠 뒤에 감기로 내가 자빠지는 바람에 내 가오가 좀 많이 깎였고.


이 와중에 TV에선 모범적으로 명절을 보내는 가족들의 영상들을 만들어서 내보내는건 꼰대들이 채널권을 장악한 곳에선 어디든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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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론소킨의 망작 Studio 60 on the Sunset Strip에서처럼 종교적 근본주의자 혹은 보수주의자라고 하는 양반들이 권력을 잡으면 '건강한 명절문화 창달'이라는 숭고한 목적하에 '가정의례준칙' 비슷한 것을 설파하는 건 어디나 마찬가지. 2차 제헌의회 선거에서 네팔 국민의회와 공산당 연정이 들어서고 마오주의자들이 3당으로 찌그러지면서 여기서도 건전한 명절 문화를 외치는 공공 캠페인이 꽤 늘었다.


그도 그런게, 다샤인과 띠하르 축제가 둘 다 행운이 모이는 기간이라고 해서 꾼들이 한 해동안 모은 모든 돈을 도박판으로 밀어넣어서 가산 탕진하는 날이기도 하기 때문. 뭐 옛날에 우리나라 촌에서 아버지들이 소를 판 다음 그 돈으로 화투 한 판 돌리고 읍내의 미스 리, 미스 김, 박마담을 찾는 순례를 한 다음 집에는 고등어 한 마리 들고 들어갔다가 어머님에게 쫓겨나는 그림과 비슷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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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갈콧에서 찍은 쿠마리 댄스

 

 

2006년 가을에 처음 네팔에 와서 그것도 어지간한 인간들은 이용하지 않는 동서횡단도로를 이용해 20시간 걸려 카트만두에 도착, 이 나라에서 처음 지내기 시작한 이후 부탄에서 법왕노릇 하고 계시는 림포체부터 시타르 연주자, 동화 화가, 네팔의 주요정당 정치인을 만나고 이제는 네팔의 거의 모든 부족들의 춤을 구분할 수 있을 정도까지 된 까닭에 어지간한 네팔 사람들보다 네팔을 더 잘 아는 외국인이라는 소리 듣고 산다. 그럼에도 결혼하니 또 다르긴 하다.


아무래도 어떤 부분에선 반응이 상대적으로 느릴 수 밖에 없다. 아내님은 한국에서의 사건 사고들을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고, 나는 네팔에서의 사건 사고들에 대해 조금 다르게 반응하다보니 한 소리 나오고 그게 또 오해가 되어서 반 나절동안 툭탁거리는 경우 졸라 많다. Duck을 dog으로 발음해서 친구가 맛있게 만들어준 오리고기찜이 개고기로 둔갑하는 거 정도는 개그다. 아내님을 두고 전생에 우주를 구했냐는 농담을 듣지만 결혼은 생활이다. 투닥거림이 있을 수 밖에 없는.


본 기자, 다문화라는 단어 자체가 사실 졸라 깬다고 생각한다. 문화 자체가 단문화라는 게 있을 수 없으니까. 거기다 기껏 그 단어가 활용되고 있는 현장이 주로 '한국인 농촌 노총각과 결혼한 제3세계 출신인 외국인 아내의 한국화'라는 걸로 가면 그냥 웃고 만다. 사실 '다문화'에 대한 논란들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문화적으로 빈약한지를 보여줄 뿐이다.


작년에 본 기자의 많은 지인들이 세상을 떴다. 그 중에 한 놈이 지난 8월에 1주기라 전국에서 친구들이 모여들어 간단하게 제사를 올렸었다. 그런데 죽은 넘은 충청도 넘이고 제사 준비를 하던 그 녀석 마눌은 경상북도 출신, 나랑 또 한 넘은 경상남도, 또 한 넘은 제주도 등등 전국 각지의 인간들이 앉아있다보니 젯상에 음식 올리는 순서부터 헷갈리더라. 다 다른 지방 출신으로 충청도 넘만 없었으니. 거기다 추도식을 집행할 사제도 없이 제를 지낸다고 사람들 앉아 있는 거 보고 어리둥절 했던 아내님은 보너스. 술로 죽은 넘에게 안주 너무 많이 줬다고, 그 넘이 안주 신경 쓸 넘이냐고 대충 넘어갔지만, 몇 초 동안 전통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었다.


사실 한 지역을 내부적 식민지로 이용해 정권의 취약성을 보완했던 이들이 주류로 그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나라에서 통일, 국가통합, 다문화 등의 이야기를 거시적으로 하는 것도 티라노사우루스 강아지풀 뜯는 소리다. 공부 짧은 주자학자들이 해설집 하나 대충 외운 다음에 거기다가 현실을 모조리 뜯어 붙이던 것부터 시작하면 꽤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삽질이기도 하고.


스타로 비유하자면 본 기자나 독자 너님들이나 SCV이거나 잘 해야 마린들이다. 거시적인 시각 갖고 있어봐야 미네랄 캐는데 도움 안된다. 거꾸로 필요한 것은 서로간의 이해지. 공공취로 사업 삼아 쓰겠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개인이 겪는 개인의 삶에 대한 이해들이나 좀 하자고.







 

 

국제부 Samuel Seong 

 트위터 : @ravenclaw69


편집 :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