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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1. 13. 목요일

파토









<파토의 쿡찍어 푸욱>은 


시급한 현안에서부터 해묵은 숙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치, 사회 관련 문제를 다루는 코너임다.


과학 잡설 <호모 사이언티피쿠스>와 교대하면서 격주로 연재되니


 많은 사랑 주시던가.




지난 기사


<파토의 쿡찍어 푸욱> 1. 공포의 마스터플랜

<파토의 쿡찍어 푸욱> 2. 그들은 왜 변절했을까

<파토의 쿡찍어 푸욱> 3. 지금 우리에게 놓인 투쟁의 현실

<파토의 쿡찍어 푸욱> 4. 시대와 진보에 대한 단상

<파토의 쿡찍어 푸욱> 5. 사회의 품격(1)

<파토의 쿡찍어 푸욱> 6. 박정희, 이승만, 일제 그리고 개드립

<파토의 쿡찍어 푸욱> 7. 사회의 품격(2)

<파토의 쿡찍어 푸욱> 8. 하는 김에 하는 교통 이야기

<파토의 쿡찍어 푸욱> 9. 우리는 그들에게 대한민국인가

<파토의 쿡찍어 푸욱> 10. 비극으로 모자라서 이렇듯 철저하게 패배할 겁니까

<파토의 쿡찍어 푸욱> 11. 내가 수퍼맨이라면

<파토의 쿡찍어 푸욱> 12. 위선이라도 떨어라

<파토의 쿡찍어 푸욱> 13. 혁명의 상상

<파토의 쿡찍어 푸욱> 14. 줏대이야기

<파토의 쿡찍어 푸욱> 15.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바

<파토의 쿡찍어 푸욱> 16. 양식냉장고

<파토의 쿡찍어 푸욱> 17. 길, 그리고 사람

<파토의 쿡찍어 푸욱> 18. 권력이라는 손바닥

<파토의 쿡찍어 푸욱> 19. 신삼국 시대의 빵빠레

<파토의 쿡찍어 푸욱> 20. 소유냐 존재냐

<파토의 쿡찍어 푸욱> 21. 철이의 마운드













 

 

 

반기문.

 

그가 요즘 대통령 후보로 세간에 오르내린다. 그것도 여당과 야당이 동시에 물망에 올리고 있다. 유엔 사무총장에 당선된 직후부터 그런 이야기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이제는 꽤나 구체적인 그림을 그리려는 모습들이 보이는 것 같다. 진보 성향의 사람들도 '맞아. 반기문이라면' 하며 반색하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

 

글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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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유엔 사무총장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날리는 지위에 있지만, 10여년 전에는 노무현 정부의 외교통상부 장관이었다. 우원이 간접적으로나마 그와 연관된 것은 영국에서의 '이경운 사건' 때문이었다. 물론 대화를 하거나 만난 적은 없고 이경운 사건이 본지 지면을 통해 공론화되자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답변하는 모습을 본 정도다.

 

우원에게 그의 이미지가 그리 좋게 남아 있지 않은 이유는 그 자신의 문제라기 보다는 당시 외교부, 그리고 주영대사관의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그 때는 참신하게 시작한 노무현 정부 때였고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변화의 기대가 있던 시기였다. 그리고 우원이 들은 바, 일부 정부 부처나 공무원들은 실제로 태도가 열정적이고 개방적으로 변하기도 했었단다.

 

그런데 외교부는 아니었다. 그야말로 복지부동에 무슨 작은 문제라도 생겨서 시끄러워지거나 경력에 누가 될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역력했고, 그들의 존재 이유 중 하나인 자국민의 안전 보호에는 도무지 성의가 없었다. 머 오래 전부터 그래왔다고는 하지만, 기관장의 성향에 크게 영향을 받는 공무원 조직의 속성을 고려해 보면 장관인 반기문이라는 이가 변화를 향한 이상과 열정을 가진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생각해 보면 그가 그런 것을 가질 이유는 별로 없다. 전형적인 시골 우등생 출신인 그는 1962년 고 3, 우리나라가 지지리도 못살던 그 시절에 운 좋게도 한국 대표로 선발되어 백악관에 가서 케네디 대통령을 만나게 된다. 백악관은 고사하고 미국에 가 본 사람도 거의 없던 그 시대니 만큼 이 일이 소년 반기문에게 얼마나 강한 인상으로 남았을지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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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라미 안이 반 총장.

얼핏봐도 키가 작지 않은데, 실제로 당시 한국인으로는

꺽다리에 가까운 178cm. 어쩌면 그런 점이

백악관 행에 선발된 이유 중 하나 아니었을까.

 

 

이때 케네디가 그에게 장래 희망을 물어봤고 그는 외교관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그 시절 우리나라 고등학생이 외교관의 역할이 뭔지 정확히 알았을 것 같진 않고, 행운의 미국행과 평소 좋아하던 영어, 그리고 삐까뻔쩍한 미국의 문물과 케네디와의 만남의 자극 등이 그에게 외교관이라는 목표를 자연스럽게 끌어 냈을 것이다.

 

이런 전후 상황을 보면 그가 원했던 것은 그저 외교관이라는 직업이었다. 못사는 대한민국을 떠나 외국에서 세련되게 생활할 기회를 준다는 면에서 당시 외교관은 지금보다 훨씬 선호되는 직종이었다. 소년 반기문은 국제 문제를 해결하려는 열망이나 세상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들려는 진지한 뜻이 있었다기 보다는 외국 문물을 접하기 좋은 우아한 직업으로서 외교관을 선망하고 목표했을 거다.

 

머 후진국 시골 우등생이 미국가서 대통령 만나고 외교관이 되겠다고 마음먹은 것을 탓할 이유야 없고, 여하튼 그 목표를 달성했을 뿐 아니라 이런저런 행운과 국제적 이해관계가 겹쳐 외교관의 최고봉이라고 할 유엔 사무총장까지 됐으니 대단하기도 한 건 사실이다.

 

암튼 그렇게 서울대 외교학과를 거쳐 외무고시에 합격한 이후 그의 행보는 경력에 오점을 남기지 않으면서 출세길을 밟은 공무원의 모습이다. 어학 능력이 뛰어나고 기본적으로 부지런한 그는 외교부 조직 내에서 출세 가도를 달린다. 1972 20대의 나이로 인도대사관 부영사가 됐고 85년 총리 의전비서관, 87년 주미대사관 총영사, 92년 워싱턴 주미대사관 공사, 98년 주 오스트리아대사 및 국제기구대표부 대사, 2000년 외교부 차관을 거쳤고 2001년에는 한승수 당시 외무장관이 유엔총회 의장으로 선출되자 비서실장을 역임했다. 이후 외교부 장관을 거쳐 유엔 사무총장에 선출된 건 다들 아는 바와 같다.

 

그는 분명 똑똑하고 능력있는 사람이고, 본인의 노력과 실력으로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그런 점들을 폄하하거나 무시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하지만 그런 그가 과연 지금 이 나라의 대통령으로 어울리는지, 정권과 기득권 세력의 주도하에 민주주의와 인권이 뒷걸음질치고 합리성이 실종하고 있는 이 사회에서 건강한 리더십을 발휘할 인물인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반기문은 정치적으로 무색무취에 가깝다. 이는 그가 많은 공무원들이 그렇듯이 자기 색깔이나 주장을 가급적 드러내지 않고 정부와 권력, 힘센 사람들의 뜻을 거스르지 않는 참한 실무자 역할을 해 왔다는 뜻이다. 따라서 그런 사람들이 역시 으레 그렇듯이, 내면적으로는 보수적 세계관이 뿌리 깊이 박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들은 장관 시절 FTA, 파병 등과 관련해서 미국의 입장에 지나치게 동조하는 모습에서도 드러났다. 그의 친미 성향은 유명해서 위키리크스에 의하면 버시바우 전 주한 미국대사가 미국의 모든 것에 대해 본질적으로 호의적인 인물이라고 본국에 보고할 정도였다. 그리고 이런 성향이 유엔 사무총장에 오르게 된 배경으로 크게 작용했다는 관측도, 사무총장 직무를 수행하며 보여준 강대국과 미국의 대변인적인 모습을 보면 근거없는 소리는 아니다. 그래서 중동에서 그에 대한 반감은 무척 심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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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튼 그는 문제 안 일으키고, 조신하고, 자기 주장 강하지 않고, 높은 사람들이 시키는 일 잘하고, 부지런하고 친절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힘센 자들의 비위를 잘 맞추는 인물이다. 특별히 출세 지상주의자라던가 꼼수를 부려서가 아니라 원래 성격과 성향이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사람은 아무리 높은 자리에 올라도 관리자일 뿐, 절대 리더는 될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정치적 입장과 이익이 첨예하게 부딪히고 상식과 비상식, 합리와 부조리가 대립하는 사회에서 새로운 가치관을 제시하고 비전을 실현해 나갈 뚝심이나 주체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유엔 사무총장인데 리더가 아니라니?' 라고 반문할 수도 있지만 그게 그렇지가 않다. 처음 그가 선출됐을때 어떤 사람들은 세계 대통령이 된 거나 마찬가지라는 말까지도 했는데 유엔 사무총장은 그런 자리가 아니다. 상임이사국을 중심으로 강대국이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는 유엔에서 총장이 리더십을 갖기는 아주 어렵고, 리더십이 강한 사람을 굳이 뽑지도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적 주관이 뚜렷하지 않고 강대국의 뜻에 거슬리지 않을 사람 중에 강대국 출신이 아닌 사람이 주로 총장이 된다. 그래서 유엔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라는 것이 특별히 국격이나 국력을 증명하는 일도 아니다. 최근의 사무총장들은 미얀마, 오스트리아, 페루, 이집트, 가나에서 배출됐는데 이집트 출신의 부트로스 갈리는 독자성을 고집해 미국의 반감을 샀고 결국 연임에 실패하기도 했다. 갈리 체제하에서 미국은 압박을 위해 고의적으로 유엔 분담금을 내지 않아 15억 달러를 연체시키기도 했다.

 

따라서 유엔 사무총장은 비록 라벨은 화려하지만, 그 직위에 있었다는 것 자체가 오히려 대통령 같은 정치적 리더로서는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라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그리고 평생을 관료이자 임명직 공무원으로 살아온 그가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한 경선에 나가거나 본선을 치를 정도의 전투력이 있을 리도 없다. 결국 대통령 선거에 나서도 문제고, 대통령이 되도 문제다.

 

그럼 이제 한가지 의문이 남는다.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여야가 왜 갑자기 한 목소리로 반기문의 이름을 부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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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는, 반 총장이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내각제하의 대통령감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원은 작년 본지 기사를 통해 머지않아 새누리당과 새정연 내의 보수파가 합당이나 연정으로 합쳐질 것이고, 내각제 개헌을 통해 대선의 부담이 없는 자민당식 영구집권을 기도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아래 기사를 쿡 찍어보자)

 



<파토의 쿡찍어 푸욱> - 1. 공포의 마스터 플랜




  

그 글을 쓸 때만 해도 설마하는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얼마 전 김무성과 우윤근 (위 사진), 여당과 야당의 두 수뇌가 작심이라도 한듯 서로 입을 맞춰 내각제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기묘한 모습을 보면서, 분명히 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 확신을 갖게 됐다.

 

여야가 함께하는 보수 대연합이 이뤄지면 새정연내의 진보색 강한 사람들과 소위 친노, 그리고 그 밖의 야권은 모두 군소 세력으로 전락해 변방으로 밀려난다. 이어 개헌을 통해 내각제 체제가 들어서면, 대통령이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외교 등을 주로 맡는 상징적 존재로 그 권한은 극적으로 약화된다. 작년에 쓴 글에는 바뀐 헌법 하에서 ㅂㄱㄴ가 내각제 대통령으로 중임되는 그림을 그렸지만, 일단 권력의 맛을 본 ㅂㄱㄴ 보다 더 낫고 편한 대안이 있다면 굳이 그럴 이유는 없다.

 

그 대안으로 반기문 이상가는 사람이 있을까?

 

여야 어느 쪽 후보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정치적 색깔이나 주장이 없고, 노무현 때 관료를 했지만 한편 친미보수적 성향을 적잖이 드러낸 인물이고, 정치판에서 밑천 드러내거나 나쁜 이미지 만든 일 없고, 굳이 권력을 지향하거나 리더십을 발휘하려 들지도 않을 사람이고, 무엇보다 유엔 사무총장으로 국민적 존경과 기대를 두루 받고 있다.

 

그는 향후 통합 여당이 출범하고, 개헌이 이뤄지고, 김무성이 내각제 총리가 실권을 휘두르는 동안, 참하고 얌전한 대통령으로 거대 여당의 권력 독점 이미지를 희석하는데 최고의 역할을 할 인물이다. 내각과 의회는 대통령인 그에게 최대한의 예우를 보임으로써 내각제 경험이 없는 국민들을 호도하면서, 한편으로는 이미 노골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수구보수와 전체주의적 방향성을 더욱 강화해 갈 거다.

 

이렇듯, 최근 등장한 반기문 대망론에는 그런 여야 보수 정치인들의 공통된 입장이 가로놓여 있다. 따라서 그가 야권 후보로 나오기만 하면 정권을 되찾아 올 수 있을 거라는 우리 일각의 기대는 순진해도 너무 순진한 생각이다. 이런 식으로는 늘 늦고, 속고, 결국 패배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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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이런 모습이 낯설다면

한 때 동교동계와 상도동계에 몸담아 연합 전선을

구축했던 동지라는 점을 기억하자.

지금 이 두 사람은 그때와는 사뭇 다른 목표를 향해

함께 물밑에서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잊지 말자. 지금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것은 그럴듯한 사람을 불러와 대선에서 승리하는 게 아니다. 저들은 어렵사리 잡은 정권을 단 10년만에 넘겨줄 만큼 어리석거나 순진하지 않다. 게다가 이명박과 ㅂㄱㄴ 정권 동안 벌어진 천안함, 4대강, 세월호를 필두로 하는 오만가지 의문스러운 사태들 때문에라도 그들은 결코 정권을 놓을 수 없다.

 

그렇기에 이제 머잖아 판 자체가 갈아 엎어지고, 기존의 전략이 아무 쓸모도 없는 새로운 정치판이 그려질 거다. 이를 위한 정지 작업은 이미 완료 단계고 양당간의 물밑 대화는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김대중의 오른팔이었던 한광옥과 한화갑은 이미 대선 전부터 여당 진영에 합류해 터를 닦아 왔고, 지난 7.30 보궐선거에서는 새누리당 이정현이 전남 순천/곡성에서 당선됨으로써 호남에서 나오면 무조건 된다고 믿고 살던 새정연 의원들을 매우 현실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우리 눈 앞에서 또 한번의 3당 합당이 이뤄질 날이 멀지 않은 거다.

 

그런만큼 지금 반기문을 우러러 보면서 나와 주시기만 하면!’ 하고 김칫국 마시고 있을 때가 아니다. 다만 문제는 여야 합쳐 정치권 전체가 저런 움직임을 보인다면 과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뭐냐는 거다.

 

결국 개헌 저지밖에 다른 길이 없다. 개헌은 국민투표를 거쳐야만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들의 손이 직접 가 닿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 따라서 몇년 후 내각제 개헌의 카드가 정말 던져진다면 그들이 제시하는 명분들의 사탕발림에 넘어가지 말고 사태를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과연 ㅂㄱㄴ의 제왕적 권력대통령제의 폐해가 이 나라를 이렇게 만들고 있는 건지, 아니면 그녀를 바지사장으로 내세운 채 다음 세대의 영구적인 권력을 획책하는 세력이 이 모든 그림을 그리고 있는지 말이다.

 

, 작년에도 이야기했듯이 우원도 이 모든 게 그저 기우였으면 좋겠다. 그래서 열분들에게 '제가 지나쳤네요, 죄송합니다.' 하고 말씀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모든 것이 점점 더 아귀가 맞아 떨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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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토

트위터 : @patoworld


편집 : 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