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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탐사 예산 책정 문제가 갑자기 화두로 떠올랐다. 내용인즉슨, 정부가 달 탐사용 궤도선 발사 시기가 2017년으로 앞당겨졌다면서 400억원짜리 달 탐사 쪽지 예산을 갑자기 들이밀었다는 거다. 이래서 대선 이벤트용이라는 의혹이 생기고 또 여러 언론도 아래처럼 비판적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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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 보육에 무상 급식 등 복지 예산은 없다고 징징대면서 허황된 달 탐사에 쓸 돈은 있냐는 비판, 그리고 제 2의 로봇 물고기라는 지적들, 이 시점에서 나올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원래 2025년이었던 걸 ㅂㄱㄴ가 대선 토론에서 2020년으로 앞당기겠다고 했던 게 지금 2017년으로 계속 앞당겨 진 것도 여러가지로 좋아 보이진 않는다.

 

그런데 우원 입장에선 달 탐사, 혹은 우주탐사 계획 자체를 비난하기는 좀 어렵다. 물론 쪽예산이라는 형태도 그렇고 정치적으로 미심쩍은 정황들도 있으니 그건 그것대로 짚고 넘어가야 한다. 하지만 총체적인 의미에서 바라봤을 때, 이건 나라가 돈을 써야 할 일은 맞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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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실용적인 측면부터 생각해 보자. 달 탐사는 과연 전임 가카의 악명 높은 로봇 물고기만큼 쓸모없는 짓거리일까?

 

로봇 물고기는 50여 억원이 들었으니 적은 돈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국가 예산의 관점에서 큰 사업이었던 건 아니다. 따라서 로봇 물고기가 문제가 된 건 돈을 썼다는 자체가 아니라, 처음부터 미심쩍은 컨셉과 기술이었는데 마치 당연히 되는 것처럼 대통령부터 나서서 떠들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결과적으로도 전혀 기능을 하지 못해 그 돈을 전부 갖다 버리고 말았다. 정책 진행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실수나 실패도 아닌, 그냥 첨부터 안되는 일에 삽질한 걸로 끝난 셈이다.

 

반면 달 탐사를 로봇 물고기와 비교하기에는 억울한 측면이 많다. 국제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엉뚱한 것이었던 로봇 물고기와는 달리 달 탐사는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시도하고 성공해 온 구체적 실체다. 1959년 소련의 루나 1호부터 미국의 유인 아폴로 계획을 거쳐 최근에 이르기까지 수십 번의 달 로켓 무인, 유인, 착륙, 궤도선 포함 - 이 발사됐다. 80년대까지도 미국과 소련의 전유물이었지만 이후 일본, 중국, 인도 등에서도 탐사선을 보냈고 현재 미국과 러시아도 새로운 계획을 갖고 준비 중이기도 하다.

 

머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미국이 옛날 고리짝에 가서 별 거 없는 거 확인하고 성조기까지도 꽂은 달에 왜 우리가 또 돈 쏟아 부으면서 가야 되냐. 머 큰 의미가 있다고.

 

근데 그게 마냥 그런 것만은 아니다. 이미 우리는 나로호의 성공적인 발사로 발사체에 대한 경험을 가졌다. 나로호는 여러 번 연기되고 실패하면서 욕도 많이 먹었지만, 여하튼 이 땅에서 우리 기술이 많이 포함되어 발사에 성공한 로켓인 건 사실이다.

 

가장 중요한 1단 로켓은 러시아에서 사 온거나 다름없다는 말도 있지만 실제 개발에 참여한 과학자들은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미완성이었던 새로운 1단 로켓을 공동개발한 것에 가깝고, 직접적인 기술이전은 되지 않았지만 어떤 나라도 1단 로켓 기술을 공식적으로 이전하지 않는다. 대륙간 핵미사일의 기술이전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 그 과정에서 직간접적 경험을 통해 얻은 게 아주 많다고 한다. 나로호 이전에는 울나라에 발사체 기술이 아예 전무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 수확이 적지 않다는 거다.

 

그럼 이제, 나로호 한번으로 끝내 버리고 기왕에 얻은 경험과 기술을 썩히지 않으려면 다음 목표가 필요하다. 그런데 한번 인공위성 띄우고는 또 다시 비슷한 일을 반복하는 건 동기부여도 안 되고 기술적인 발전의 의미도 없다. 따라서 다음 스텝이 우주 공간에서의 다음 지점, 즉 달이 되는 건 사실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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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탐사, 달 착륙 하면 얼핏 황당하고 거창하게 느껴지지만

실은 인공위성 다음 단계가 바로 달이다.

 

 

다시 말해 달을 목표로 하는 건 그간의 경험과 성과를 계승해서 울나라 로켓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는 수순의 의미가 있다는 뜻이다. 말이 거창해 달 탐사지 사람이 갔다 온다는 게 아니라 나로호의 연장이라고 할 수 있는 무인 우주 계획인거고, 그 개발 과정에서 체득하게 되는 다양한 로켓 기술이나 경험이 가지는 가치는 달에 도달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

 

여기서 머, 여전히 많이들 헷갈리는 부분이니 기본적인 것들 좀 정리하자. 발사체 기술과 인공위성 기술은 전혀 다르다. 인공위성이란 건 발사체에 실려서 궤도에 올려지는 작은 부분을 의미하고, 예전 우리별 1호나 과학기술위성 등 나로호 이전에도 우리 기술로 이미 만들어서 여러번 궤도에 올렸다. 심지어 미디어 아티스트인 송호준씨도 개인이 직접 만든 작은 위성을 자비를 들여서 러시아 우주선에 실어 올렸다.

 

따라서 이 인공위성에는 거대한 로켓이나 연료 탱크같은 건 전혀 붙어 있지 않다. 최초의 위성 스푸트니크의 경우는 라디오 송신기 하나와 안테나 3개가 붙어 있는  쇠로 만든 직경 58cm짜리 공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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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만한 물건이었고 지금의 인공위성들도

이보다 그리 크지 않은 것들 천지다.

 

 

하지만 저걸 지상 수백~수만 킬로미터의 지구 궤도에 올려 놓기 위한 발사체, 로켓은 전혀 다르다. 이 넘은 엄청난 엔진 출력을 갖춘 상태에서 안전하게 발사될 수 있어야 하고, 총알보다 훨씬 빨리 날면서 목표하는 위치에 양궁 과녁 맞추듯 도달할 만큼 정교해야 한다. 그래서 지구상에서 만들어진 모든 물건 중 가장 부품이 많고 복잡하고 또 다양한 기술이 집약되야 하는 것이 바로 로켓이다.

 

그래서 이걸 자력으로 만든다는 건 그 나라의 우주, 항공, 재료, 컴퓨터, 제어계측, 기계 조립 등 아주 많은 분야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이 정점에 올랐다는 의미고, 역으로는 그 노력을 통해 이 분야들의 과학기술을 그만큼 끌어 올릴 수 있다. 미국과 소련도 우주 경쟁 시대에 그런 성과를 얻었던 건 두말 할 필요도 없다.

 

지금 국제 발사체 시장은 사기업들이 뛰어들 정도로 경쟁이 가열되는 중이지만 막상 기술력을 가진 곳은 미국, 러시아, 유럽, 일본, 중국, 인도 등 몇 나라 되지 않는다. 지난달 국제 우주정거장으로 가는 물품을 싣고 발사됐던 미국의 오비탈 사이언스 사의 시그너스 로켓이 발사 6초만에 추락하는 등 로켓 기술의 신뢰성 문제도 여전히 도마에 올라 있다. 이 말은 아직 절대적으로 안정된 기술을 보유한 나라나 회사가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우리가 자력으로 달에 도달할 정도의 발사체와 로켓 기술을 갖게 되면, 발사체 기술은 없지만 자기네 인공위성을 궤도에 올려놓고 싶어하는 나라들을 상대로 큰 경제적 효과를 노릴 수 있고, 또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 기술력에 대한 이미지 재고 효과도 매우 크다는 사실이다. 적어도 이게 로봇 물고기와 똑같은 건 아니잖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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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비단 이런 실용적인 의미만 있는 건조 아니다. 사람에게는 때로 비실용적이고 비현실적인 부담과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좇을 이상과 목표가 필요하다. 근데 열분들아, 지금 우리는 그런 걸 얼마나 갖고 살고 있을까. 한 때 있었다 한들 최근 들어 얼마나 깎이고, 퇴색되고, 사라져 갔냐.

 

당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고 새로운 전망과 가능성을 끌어내기 위한 사회적인, 정치적인 노력들은 물론 중요하고 계속해야 한다. 하지만 항상 정면승부만이 필요하고 또 효과적인 건 아니다. 우원이 이 코너나 팟캐스트에서 '과학은 태도'라고 자주 이야기하는 것도 결국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태도를 통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바탕의 역량'을 키우자는 의미다.

 

달을 향해 가려는 과정 속에서 우리는 아마 여러 번의 실패를 경험할 거다. 이 분야의 종주국인 미국이나 소련도 늘 실패와 사고를 끼고 사니 당연한 일이다. 이런 것을 극복해가며 달에 도달하는 것이 가지는 의미의 수위는 각자의 입장에 따라 다르겠지만, 우원은 적어도 이 시도가 삽질이나 낭비만은 아니며 우리가 지금은 알기 힘든 여러 새로운 가치들을 우회적으로 던져주고 심어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문제는 정부가 하는 일에 신뢰감이 들지 않는다는 거고 그건 우원도 마찬가지다. 돌이켜보면 50억이 든 로봇 물고기에는 아무 이상도, 나아가 현실조차 없었다. 그리고 이 삽질의  모태가 되는 훨씬 거대한 삽질, 최소 22조의 돈을 쏟아 부은 4대강 사업은 되려 이상과 현실을 동시에 짓밟는 거대한 죄악이자 오류였다는 점은 다들 아는 바와 같다. 이러니 달 탐사 프로젝트도 의심받아 싸고, 이런 의심을 사게 된 건 전적으로 정부 책임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우주 계획에 들어갈 예산 자체를 무상 보육이나 복지 예산과 대비시키는 것은 경직된 관점이 아닐까. 나로호의 경우 투입된 총 예산은 5천억원 수준이었다. 큰 돈인 것 같지만 프로젝트의 규모와 어려움, 그리고 기술적 성과 등을 감안하면 아주 싸게 든 거다. 그래서 나로호에 대한 온갖 비판에도 불구하고 예산 집행의 실질적인 부분에 대해 문제제기가 있었던 적은 없다.

 

달 탐사도 마찬가지다. 올해 400, 3년간 1단계로 총 2600억원이 소요된다는데 울나라 올 한해 무상 보육 예산만도 3 4 2백억원이고 내년 예상액은 3 9 4백억원이다. 3년 전체로 계산해도 약 10조원 대 2600억원으로 2.6%에 불과해 무상 보육의 가부에 영향을 끼칠 정도의 금액이 아니다. 4대강에 쏟아 부은 22조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게다가 앞에서도 말했듯이 지금 이걸 새로운 목표를 향해 끌고 나가지 않으면 기껏 쌓인 나로호의 경험과 지식마저 퇴색하게 된다.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 박사에 대한 먹튀 비판이 많지만, 그의 독특한 경험을 살릴 수 있는 어떤 사업도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이 그 배경인 것도 사실이다. 마찬가지로 만약 이 시점에서 신속하게 돈과 노력이 투입되지 않는다면 나로호를 위해 이미 사용된 5천억원 마저도 의미없게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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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부터 검찰은 로봇 물고기를 연구개발하려 했던

생산기술연구원을 수사한다고 밝혔다.

초속 2.5m의 속도를 목표로 했던 이 물건의

실제 시험 속도는 초속 23cm.

이런 삽질은 당근 근절돼야 하지만

한편 진짜 개삽질과 나름 의미있는 도전은 당연히 구별해야 한다.

 

 

, 앞서 말했듯 우원도 걱정이 없지 않다. 방산비리 터지는 거나 기타 꼬라지들을 보고 있노라면 열불도 난다. 그렇지만, 우원은 보다 근본적인 관점으로 볼 때 울나라도 이런 분야에 돈을 쓸 수 있고 또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후에 깔렸을 지 모를 정치적 의도나 문제의 가능성들을 경계하고 감시하면서 말이다.

 

발사체를 만들고 관련 기술을 개발해서 달에 가는 게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온갖 문제들을 해결해 주지는 않고, 또 다른 곳에 쓸 돈을 일부 소모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에 도둑과 화재가 난무한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경찰관이나 소방관이 되거나 거기에만 예산을 퍼 부을 수는 없다. 그 와중에 누군가는 책을 쓰고 노래를 하고 여행을 하며 잉여짓을 해야 맞다.  

 

<과학하고 앉아있네> 팟캐스트에서 필자와 K 박사가 농담조로 '4대강 22조면 화성에 10번은 갔다 왔겠네'란 말을 했었다. 이번 유럽우주국 로제타의 역사적인 혜성 착륙도 발사 후 부터만 따져도 10년의 기간이 소요됐지만 총 경비는 16억 달러, 1 7 6백억원이 소요됐을 뿐이다. 1년으로 따지면 1700억원씩 든 거다. 우리나라 1년 예산은 그 2,000배인 350조원에 달한다.

 

물론 4대강으로 낭비한 돈을 근거로 수십 조를 들여 우주 개발에 나서자는 소리는 아니다. 또 딱히 쪽예산까지 무조건 받아들여 줘야 한다는 소리도 아니다. 그런 문제를 어떻게 풀지는 여야가 해결할 일이다.

 

다만, 국고와 혈세의 낭비를 막으려면 말도 안되는 곳에 말도 안되는 돈을 쓰는 일을 막고, 들어와야 하는 돈이 제대로 들어오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하는 거지, 다소 실생활과 거리가 있어 보인다 한들 투자할 가치가 있는 일에도 무조건 돈을 안 쓰는 건 해법이 아니라는 원칙을 말하고 싶은 거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기초과학이나 인문학도 결국 마찬가지 입장에 놓인다.

 

그래서 정부는 미워도 달 탐사나 차기 우주계획이 가진 가치까지도 그저 황당한 쇼로 매도되지는 않았으면 싶다. 언제까지나 핸드폰과 반도체만 만들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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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