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사 추천 기사 연재 기사 마빡 리스트
퍼그맨 추천10 비추천0

2014. 11. 21. 금요일

퍼그맨










20140928205455055.jpg


지난 9월 28일 과자 봉지로 만든 뗏목에 올라탄 대학생 2명이 한강을 건너는 데 성공한다. 이 퍼포먼스는 '질소를 샀더니 과자가 서비스'라는 카피에 공감하는 이들로부터 호응을 얻으며 국산 과자를 향한 불매운동으로 번질 조짐까지 보인다. 그러나 한두 달의 시간이 흐른 지금, 분위기가 반전되며 없어서 못 파는 국산 과자가 등장한 상태다. 바로, 해태에서 나온 '허니버터칩'이다. 


(001) P1010965.jpg


벙커1 근처의 편의점들을 돌아봤지만 이 '허니버터칩'을 확보하고 있는 곳은 없었다. '허니버터칩 없어요?'하고 물어보면 편의점 카운터의 사람들은 많이 들어본 질문이라는 듯 씨익 웃으면서 '네. 떨어졌어요'라고 말할 뿐이었다. 


"그거 어지간해서는 구하기 힘들 거에요."


혹시나 해서 홈페이지에 들어가봤다. 판매처를 알려주는 긴급 공지 같은 거나 생산을 늘리겠다는 계획의 발표 같은 거라도 있을 법하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haetae.JPG


하다 못해 사과문이라도 있어야 할 홈페이지에는 쌩뚱맞은 '황금을 찾아라'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을 뿐. 조용했다. 


 hbchip.JPG

제품 소개도 너무 무미건조하다. 제품을 구하는 건 포기하고 각종 후기를 보며 이 과자가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러자 고민하고 있는 내가 보기 안스러웠는지 여자친구가 한 마디 거든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래도 되는가봐..."


아이스크림 회사들이 가격 담합하다 걸려도 되니 벌금 쫌 물고 계속 비싸게 팔고 


아몬드 들어간 후레이크에 대장균 나와도 되니 300만원으로 퉁친 다음 팔던 거 그대로 팔고 


외국에서는 카카오버터 써서 만들던 초콜릿, 국내엔 식물성유지로 바꿔 넣어도 되니 양까지 장난쳐서 팔고


256165_9221_312.jpg


정말 또 냄비 근성인가 싶다가, 아니 그렇게 몰아갈 것만은 아니다 싶었다. 일단 인터넷 상에 맛있다고 소문난 것을 간과할 순 없었다. 맛이란 과자가 추구해야할 본질이다. 양이 적어도 맛에서 가격에 부합하는 가치를 느낄 수 있다면 소비자는 당연히 지갑을 연다. 단순히 짧은 기억력 탓으로 치부할 순 없는 면이 있다.  


그런가하면 이 '허니버터칩'이 중고 거래 사이트에 웃돈 주고 등장하는 현상이 눈에 밟힌다. 거기다 생산 중단 루머도 있었다니 이 정도면 단순히 맛에 열광하는 차원으로만 볼 수 있는 현상 또한 아니다. 


이 쯤에 사고가 이르자 기레기의 직감이 내 전두엽에 속삭인다. 이거 생각보다 복잡한 사안이 될 것 같다고. 그래서 마치 똥꼬 덜 닦인 것 마냥 시원치 못한 부분들부터 디벼봤다. 제품을 구하지 못해, 어디까지나 수집할 수 있는 정보에 의존해야 하는 작업이다. 다소 힘겨울 듯 하지만, 거기에 뭔가 불길하고 음습한 감각까지 느껴져 거듭 중단해야 한다는 충동에 사로잡히기도 하지만, 굴하지 않고 정리해본다. 



의문점


하나, 조용하다. 홈페이지만 조용한 게 아니다. 이 쯤 되면 '창조'를 참 좋아하시는 우리 레이디 가카께서 창조경제의 모범 사례라고 한 마디 해주실 법도 한데 그런 말씀도 없으시고, 담배값 인상 때는 사재기에 5천만 원 벌금 을 때릴 거라 엄포 놓았으면서 이미 중고 거래 사이트를 통해 3배가 넘는 차익을 챙기려 한 사람이 등장한 '허니버터칩'의 사재기에는 아무런 제재를 취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hankook.JPG

제목 뽑는 센스가 부럽다

출처 - 서울경제


일부 편의점에서는 허니버터칩을 창고에 숨겨놨다가 팔기도 한다는데 정부와 해태 본사는 사태를 계속 좌시할 것처럼 보인다. (물론,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니 아직 두고 봐야 하겠지만) 정작 시끄러워져야 할 두 주체가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지금, 허니버터칩으로 시끄러워진 곳은 오로지 SNS와 언론, 즉 인터넷 공간이다. 


둘째, 생산에 관한 여러 가지 루머다. 해태는 제품을 생산하는 원주 문막공장을 2교대에서 3교대로 전환하고 주말에도 '풀 가동'한다고 밝혔다는데, 이 때문인지 무리하게 설비를 돌리다 불이 나 생산이 중단되었다는 소문이 퍼진 거다. 


chosun.JPG

역시 루머는 이 분들이...

출처 - 조선일보


물론, 이것은 오래지 않아 허위로 드러났지만 대체 누가 이런 소문을 냈는지, 그 의도가 무엇인지, 어떤 경로로 전파되었는지는 쉬이 짐작해낼 수가 없다. 


루머를 제껴놓고 봐도 '허니버터칩'의 생산은 그 자체로 의문 투성이이다. 


htfactory.JPG


위 홈페이지를 보면 해태가 가지고 있는 천안, 광주, 청주, 대구 4 곳의 공장을 확인할 수 있는데 해당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는 원주 공장의 위치는 안내되고 있지 않다! 


2교대를 3교대로 바꿨다고 하지만 다른 생산 공장의 도움을 받지 않는 것도 의문이다. 설비가 다르기 때문이라고? 아래 영상을 보시라. 디스커버리 채널의 다큐인데 어차피 다른 감자칩 제품을 생산하는 해태 입장에서는 공정에서 시즈닝만 바꿔넣으면 되는 문제로 보인다. 




셋째, 개발자가 밝힌 개발기간이 너무 길다는 사실이다. 


hangyo.JPG

출처 - 한겨레


무슨 자동차도 아니고, 감자칩 맛 하나 개발하는데 1년 9개월을 썼다니. 더구나 과자는 1년 뒤 생존 여부를 신제품 성공의 기준으로 판단할 정도로 제품 개발의 위험이 크다. 만약 제품이 성공 못 했다면 2년 가까운 개발 기간은 회사로부터 엄청난 욕지거리를 들었을 소재다. 이렇게 긴 거 이상하다. 


넷째, 이미 해태의 대표 브랜드라 홍보하는 생생감자칩이 있는데 왜 별도의 브랜드를 만든 걸까? 


saengsaeng.JPG


원래대로라면 생생감자칩 허니버터맛이라고 나왔을 제품을 갖다가 '허니버터칩'이라는 별도의 브랜드를 만들어 낸 점은 이상하다. 특히, '허니버터칩'은 브랜드 명에 아예 어떤 맛인지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 추후 다른 맛의 감자칩을 개발해낼 경우, 기존의 인기에 편승해 'XXXX칩 OO맛' 같은 식으로 명명해놓고 파는 마케팅은 포기할 수밖에 없는 핸디캡이 있는 것이다. 



취재


위와 같은 여러 의문점을 풀고 싶지만 벙커1의 어둡고 축축한 지하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에 용산에 있는 해태 본사로 취재를 가봤다. 


(002) P1010970.jpg


본사 건물이다. 



(007) P1010981.jpg


역시 건물 외부에서 허니버터칩과 관련된 어떤 홍보물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이상한 부분 또한 없다고 생각하는 찰나, 


건물 맞은 편으로 눈을 돌린 나는, 순간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003) P1010971.jpg


이럴 수가... 오피스텔이...



(005) P1010978.jpg


완공되어 분양 중이었던 거시다. 

본 기레기도 용산구 주민이기에 이 오피스텔이 멀리서 보인다만, 

이거 얼마 전까지 공사 중이었다. 왜 완공된 것을 눈여겨 보지 않았을까. 

(이런 거에 왜 얼어붙냐고? 원룸 오피스텔, 인터넷... 뭔가 연상되지 않나?

자세한 내용은 아래 추리 부분에 몰아 쓰겠다.)



(006) P1010980.jpg


사람이 살고 있는 정도로 미루어 분양은 한두달 전부터 시작되었을 터였다. 



(004) P1010976.jpg


그렇게 오피스텔 쪽을 취재하고 본사 쪽으로 돌아오다 해태의 차들이 주차 중인 것도 목격했다. 



그렇다. 이제야 막연했던 불길함이 구체적인 어떤 것으로 형상화되는 느낌이다. 가설이 굳은 심증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해태제과 건물에 주차장이 없으니까 세워둔 거 아니냐고? 



(008) P1010983.jpg


명색이 본사다. 주차장이 없을 리가... 



위 취재 내용을 통해 도출한 결론은 아래와 같다. 물론, 아직 물증은 없기에 어디까지나 추리에 그치지만 너무 똥꼬털이 빳빳하게 서버리는 내용이라 발설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추리


추리 하나, 하필이면 근처 오피스텔이 분양을 하기 시작했을 때, 허니버터칩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와 유사한 사건을 어디선가 경험했었다. 바로 이거. 


0103_00147.jpg

한 여성이 원룸 오피스텔에 박혀 인터넷만 주구장창...


해태가 고용한 어떤 여성이 오피스텔에 은둔하며 다수의 계정을 생성해 댓글 작업을 하고 있다 가정해보자.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 이것만으로도 '허니버터칩'의 열풍이 유독 인터넷 상에서만 시끌벅쩍한 이유가 쉽게 설명이 되어버린다. 맛있다는 다수의 입소문, 그것만 만들어낸다면 각종 마트나 편의점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알아서 움직였을 것이다. (물론, 제품 자체가 맛 없으면 이런 인터넷 여론 조작도 아무 소용 없었으리란 거는 잘 알고 있다. 이에 관해서는 글의 마지막에 설명할 것이니 조급해 마시라.)


추리 둘, 위의 댓글 알바 가설은 인터넷 상에 특화된 '허니버터칩' 열풍의 성격만이 아니라 생산을 늘리거나 프로모션을 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이 없다는 것도 설명할 수 있다. 즉, 그런 걸 할 마케팅비가 원룸 임대비와 알바비 등 별도의 지출로 인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는 인과를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다. 


추리 셋, 제품 개발에 2년이 걸린 것이 아니라 2년 째에 출시하기 적합한 시기가 도래한 것으로 바꿔 생각해보면 역시 너무 긴 개발기간도 설명이 된다. 하필이면 질소 과자를 디스하는 뗏목 퍼포먼스가 잠잠해질 시기에 이런 제품이 출시되다니. 너무 절묘한 시기다. 때문에 제품 개발이 이 시기에 맞춰 끝났을 뿐이라는 설명은 지나친 우연을 담보로 한다. 한겨레 기사에서 언급된 TFT는 사실상 불매 운동에 대비한 한방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졸라 끼워맞추는 쪽이, 아니 설명하는 쪽이 더 핍진성을 얻는다. 이런 팀을 둘 필요성을 본사가 지속적으로 느꼈으리란 정황도 어렵지 않게 포착할 수 있다. 


2772524.jpg


MBC 모 다큐에서 상품명도 가리지 않은 채 나왔던 맛동산, 해태 꺼였다. 이런 국내외 상품의 차별을 두면서부터 이것이 문제될 경우의 대비책, 생각해둬야 했을 것이다. '댓글 공작을 통해 열풍을 조성했을 때 이것이 쉬이 사그라지지 않을 정도의 맛을 가진 제품이 필요하다. 그리고 시기가 도래해 이것을 풀었을 경우, 모든 사람들이 이 제품을 실제로 맛 보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도록 하여 이슈가 되는 시간이 짧아지지 않도록 콘트롤해주는 것도 필요하다' 아마 기사의 TFT가 올린 보고에 이런 내용이 있는 건 아니었을까? 


추리 넷, 남은 의문은 기존 브랜드에 편승하지 않고 나중에 제품을 다각화하기도 어려운 브랜드 '허니버터칩'을 새로 런칭한 것이다. 이는 앞서 추리한 해태의 전략을 관통하는 어떤 의도를 읽어내면, 간단히 설명해낼 수 있다. 바로, '이미지 쇄신'이라는 의도 말이다. 


우선 허니버터칩의 봉지 디자인을 보자. 노란색이다. 


2014112002165_0.jpg


반면, 9월, 한강 도하를 위해 뗏목을 만드는 장면을 보자. 빨간색, 파란색, 초록색이 있을 뿐, 노란색 포장의 과자는 보이지 않는다. 


406215_215078_2927.jpg


따라서 허니버터칩의 포장지를 노란색으로 디자인한 건 이러한 소비자들의 경험을 고려, 다른 이미지를 주기 위한 치밀한 계산에 바탕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감자란 단어 없이 '허니버터칩'이라 작명한 것과 서툴게 손으로 쓴 듯 보이는 폰트, 복고적 디자인, 하나하나 계산이 깔려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다.  


하지만, 내용물은 어떤가? 


editor_1411633344.jpg 20141112_2105283.jpg


왼쪽은 포카칩이고 오른쪽이 허니버터칩이다. 양적으로는, 욕을 먹던 기존 국산 제품에 비해 크게 나아진 것이 없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 호응을 얻는데 성공한 것을 보면, 이 제품을 통한 국산 과자의 이미지 쇄신은 성공적이었다 평해도 좋을 듯 하다. 


본 기레기의 추리는 여기까지만 정리해드리려 했다. 그러나 타자를 치는 손은 계속 쌀쌀한 기운을 감지하고 있다. 벙커1이 난방이 잘 안 되기 때문이라 생각하고 싶지만, 나 스스로를 속일 수가 없다. 이 기분, 분명 단순한 체온 저하가 아닌, 어떤 소름 돋는 기시감에 의한 것임을, 나는 안다. 


해리포터의 볼드모트 같이 언급하기 어려운 그 경험, 바로 하나의 당명을 역사 속으로 떠나보낸 경험이다. 


s_logo.gif


'나는 꼼수다'가 질소 과자 뗏목이었다면 이전에 쓰지 않던 색을 채택하고 이미지 쇄신에 성공한 새누리당은 '허니버터칩'에 정확하게 대응이 된다. 달라지지 않은 내용물에 대한 근본적인 혁신은 없었다는 점마저 판박이라는 것과 현재 '허니버터칩'의 품귀 현상에 대해 정부가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은 것은 새누리당과 해태 사이 어떤 전략적 제휴가 있었던 건 아닐까하는 의혹을 갖게 만들기 충분한 것이기에. 


그렇다. 이미 전세계 5번째로 기업하기 좋다건만 그냥 하기 좋은 나라가 아니라 '졸라 하기 좋은 나라'를 꿈꾸는 새누리당 정권에 소비자의 불매 운동 조짐은 통제할 수 없는 변수였을 것이다. 자신들이 이미 성공한 바 있는 전략, 공유해주면 좋았겠지. 


본사 규모를 보면 알 수 있듯, 롯데나 농심, 오리온 같은 그룹에 비하면 작다. 하지만 해태 홈페이지에 모든 공장이 안내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보면 저 건물 규모가 훼이크일 가능성 또한 생각해봐야 하지 않나 싶다. 


아무튼 추리를 통해 완성한 순차적 시나리오는 이러하다. 



해태가 내수용 제품과 수출용 제품을 차별화하기로 하면서 이에 비난이 일 것을 대비해 TFT를 구성. 


'허니버터칩'이 개발되었지만 이것은 TFT의 전략에 의해 바로 출시되지 않고 홀드. 


2014년 8월 MBC 보도와 2014년 9월 질소 과자 뗏목 사건으로 소비자 불만이 극에 달하자 '허니버터칩'의 출시 준비에 들어감. 


제품 출시만으로 여론을 뒤집는 것에는 한계가 있어 이미지 쇄신 전략을 수립. '허니버터칩'이라는 이름과 기존 감자칩에 잘 사용되지 않는 노란색 등으로 포장을 하나 양을 늘리진 않음. 양이 많아 인기있단 소리를 들으면 안 되니까. 


때마침, 본사 건물 근처 원룸 오피스텔이 완공. 국정원처럼 이곳을 이용해 인터넷 여론 조작에 들어감. 


이미지 쇄신 효과를 최대한 오래 보기 위해 설비는 늘리지 않으나 공장 가동 시간을 늘리거나 생산 중단 루머 등을 뿌리며 소비량을 콘트롤. 


이 이미지 쇄신 전략은 그 수법의 유사성으로 볼 때 현집권당과 전략적 제휴가 있었을 것으로도 의심해볼 수 있음.


 

어떤가. 똥꼬 주름 하나하나에까지 닭살이 전이되지 않나? 


그러나 아직 모든 것은 추리에 불과하다. 다만 모든 정황으로 미루어 볼 때 '허니버터칩'은 몹시 음험한 과자라 판단이 되는 바, 현 시간 부로 당 과자에 대한 수배령을 내리는 바이다. 


앞으로 독자 제위들 눈에 띄는 모든 '허니버터칩'은 회수하여 벙커1 주소로 보내주시라. 


더이상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지 못하도록 수뇌부가 전량 '먹어서' 처리하도록 하겠다. 









퍼그맨 

트위터 : @ddanzipugman

Profile
딴지그룹 마켓팀원. 편집부 일도 하고 왔다갔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