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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아이폰6 MemoryGate

2014-11-25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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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1. 25.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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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파이낸셜뉴스







1. 전구와 스위치, 아날로그와 디지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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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신호 또한 노이즈로 왜곡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아날로그와 마찬가지다. 

, 노이즈 제거(복구)가 아날로그보다 쉽다.

 


"컴퓨터에 들어가는 칩들은 아날로그야."

 

연구소의 어느 박사님께서 하신 말씀이다. 들었을 당시 무슨 뜻으로 하신 말씀인지는 알겠는데, 논리적 비약이 너무 심한 것 아닌가 싶었다. 진공관으로 연산하는 에니악 시대도 아니고 말이다. 물론 전자의 세계도 물질 세계와 별반 다르지 않기에 그 박사님 말씀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01로만 연산하는 컴퓨터를 가리켜 아날로그라고 하면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 어렵다. (에니악은 2진수가 아닌 10진수로 연산한다. 그래도 근본적으로 진공관 역할이 스위치이므로 이진수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번 애플 iPhone 6TLC, MLC 사안에서 몇 년 전 그 박사님과의 대화가 생각났다. "컴퓨터는 아날로그다."의 의미는 무엇일까 생각하게 되었다. 첫째, 현대 컴퓨터는 '전구와 스위치'로 구성된 에니악 때와 별반 다른 것이 없다. 같은 규격의 전구라도 어느 것은 밝고 어느 것은 오래간다. 둘째, 에니악 때 실제 버그가 '수명'과 '오류'에 영향을 주듯 지금 컴퓨터 버그 또한 그렇다. 버그는 디지털에 존재하는 아날로그 노이즈다. 가장 중요한 셋째, 과연 컴퓨터에서 처리하는 0이 온전히 0이고 1이 온전히 1일까? 물론 셋째는 첫째와 둘째와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다. 00이 아니고 11이 아니게 될 때 디지털은 더이상 디지털일 수 없다iPhone 6에 들어있는 NAND Flash Memory 이야기 하면서 웬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하겠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TLCMLC의 근본적인 차이를 설명하기 위하여 메모리의 아날로그적인 특성을 '전구와 스위치' 예시로 설명하고자 한다. 세상 물질처럼 메모리도 '수명'이란 것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가격'과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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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니악에는 17,468개 진공관이 들어갔다.


 

컴퓨터의 조상쯤 되는 것이 에니악이다. 1944년 에니악으로 당시 01을 연산하기 위해서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전구와 비슷한 진공관을 사용했다. 켜짐이 1, 꺼짐이 0 이런 식이었다. (진공관은 전구하고 다르다이 글에서는 이해의 편의를 위해 진공관을 스위치가 달린 전구라고 생각하고 0, 1 개념으로 설명한다) 켜고 끄는 것을 제어하기 위해 스위치가 있었다. 지금의 컴퓨터가 알아듣는 건 01뿐이다. 그러니 '전구와 스위치'라고 말해도 무방하다. 에니악에서 전구를 사용하다 보니 덩치도 커지고 먼지도 쌓이고 벌레(버그)도 돌아다니고, 무엇보다 무지막지하게 전기도 많이 쓰고 하니 이를 쇼클리라는 정신이 오락가락한 천재 양반이 등장하여 트랜지스터를 개발하여 1956년 노벨물리학상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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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지스터: 포레스트 진공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1947년, 벨 연구소의 세 명의 물리학자, 윌리엄 쇼클리(William Shockley), 존 바딘(John Bardeen), 월터 브래튼(Walter Brattain)가 공동 발명하였다. 트랜지스터는 진공관의 기능이었던 증폭작용과 스위치 역할을 하는 반도체 소자로 아날로그, 디지털 회로에서 증폭기, 스위치, 논리회로, RAM 등을 구성하는 데 이용된다. 컴퓨터 등에서 사용되는 디지털 신호의 경우, 트랜지스터는 0과 1을 전환하는 스위치의 역할을 하여, 2진법의 정보를 처리한다. 집적회로(IC)는 수많은 트랜지스터의 집합으로 IC의 집합체가 컴퓨터에서 CPU, 스마트 폰에서 AP이다.

 

 

그 이후 컴퓨터 세계는 그야말로 '전자'의 세계로 진입하게 되었다. 주 기억 장치 RAM, ROM CPU의 조상은 트랜지스터이고 보조 기억 장치인 플로피디스크, 하드디스크의 조상은 마그네틱 테이프(자기 기록 매체, 장치). 반도체 트랜지스터는 집적회로(IC)에서 추후에 휘발성, 비휘발성 메모리로 발전하였고 결국 오늘의 주인공인 NAND Flash Memory까지 발전하게 된다. 보조 기억 장치의 몇십 년 주인공인 마그네틱테이프 후계자 HDD의 자리를 위협하게 되었다. 드디어 실리콘 천하가 된 것이다.


트랜지스터 이야기한 이유는 컴퓨터 발전과 더불어 빠지지 않는 '가격'때문이다. 전구와 트랜지스터의 차이는 크기, 신뢰성뿐 아니라 무엇보다 가격에서 차이가 난다. 전자의 세계에서는 소재와 크기 차이로 가격이 비약적으로 하락한다1955년 진공관에서 트랜지스터로 옮기자 같은 성능에 크기는 1/300, 전력은 1/1,500으로 줄일 수 있었다. 결국, 전자의 세계로 들어오자 진공관 크기를 작게 하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작게 만들 수 있게 되었다. 16개월마다 2배 때려 박을 수 있다는 인텔 '무어의 법칙'이니 따라쟁이 삼성이 말한 1년마다 저장공간이 2배로 커진다는 '황의 법칙'이니 다 같은 공간에 얼마나 많은 전구를 넣느냐에 해당한다오늘의 주인공 플래시 메모리 MLCTLC의 근본적인 문제가 바로 '가격'이다.

 


2. 기억 장치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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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플래시 메모리

 


플래시 메모리는 주변에 널려있다. 요즘 누구나 USB 메모리를 흔하게 가지고 다니고, 디지털카메라에 플래시 메모리가 반드시 들어간다. 어느 순간부터 하드디스크 대신 플래시 메모리가 컴퓨터 보조 기억 장치로 더 잘 쓰였다. 당연히 오늘 말하고자 하는 iPhone 같은 스마트 폰 또한 필수적인 보조 기억 장치로 플래시 메모리가 들어가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플래시 메모리의 다양한 규격, 오늘 말하는 TLC, MLC 같은 용어에 낯설어한다. 하드디스크 작동원리는 비닐 레코드판(LP)에 비유해서 설명하면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지만, 플래시 메모리의 작동원리는 설명 자체도 어렵다. 그래서 이번 글은 읽는 사람이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는 전제하에 '전구와 스위치'로 설명하고자 한다.


컴퓨터 입문서를 보면 가장 첫 페이지에 컴퓨터 본체를 해체한 구성이 나온다. CPU, RAM, ROM, FDD, HDD. 웬만한 용어는 약어로 되어있다. 이 세계 사람들은 쉬운 말도 어렵게 사용하는 데 천부적이어서 그렇기도 하고 일반인들이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도 그렇기도 해서 그렇겠다.


플래시 메모리의 이해를 위해 살펴볼 만한 용어는 RAM, ROM, HDD이다ROM(Read Only Memory)은 읽을 수만 있는 메모리다. ROM은 공장에서 나올 때 이미 내용을 기록되어 있다컴퓨터에서는 부팅 시 필요한 하드웨어 정보만 저장되어 있다. 컴퓨터 전원이 들어오면 하드웨어를 체크하는데 이 때 ROM에 등록된 하드웨어를 빠르게 읽어드린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하드웨어 정보가 등록된 것이 아닌 BIOS를 통하여 하드웨어를 CPU에 인식시킨다는 것이 옳다. 요즘에는 EEPROM이 나와서 사용자가 ROM의 내용을 업데이트할 수 있다.


RAM(Random Access Memory)은 컴퓨터 운영 시 주 기억 장치로 상대적으로 느린 보조 기억 장치 하드디스크(HDD)에 담겨있는 OS나 프로그램을 빠르게 로드하여 사용한다. 컴퓨터 전원이 꺼지면 RAM의 정보는 사라진다. RAM은 전자적인 특성으로 전원이 있을 때에만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하드디스크(HDD)는 보조 기억 장치로 마그네틱 카세트테이프처럼 물리적으로 정보를 저장한다. 기록된 정보는 컴퓨터 전원이 꺼진다고 하여 RAM처럼 기록이 사라지지 않는다. RAM에 비교해 속도가 무지 느리다.


여기서 컴퓨터 공학자들의 기본적인 물음이 시작되었다. RAM은 빠르지만, 전원이 꺼지면 내용이 사라진다. HDD는 컴퓨터가 꺼져도 정보가 보존되지만 졸라 느리다. (물론 충격에도 약하다) RAM처럼 빠르고 HDD처럼 저장할  방법이 없을까 하는 고민이 시작되었고 메모리의 전기적인 특성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위에서 말하는 ROM의 특성은 공장에서 이미 등록된 정보를 가지고 있다. 컴퓨터 전원과 관계없이 정보가 저장되어 있다. 컴퓨터가 단순했을 때는 ROM의 역할은 단순했지만, 컴퓨터가 발전함에 따라 주변기기의 발전 또한 매우 빨라졌다. , 하드웨어 규격에 대한 업그레이드가 간혹 필요하게 되었다. 또한, 컴퓨터의 발전에 따라 ROM의 역할이 많아졌기에 ROM 자체도 업그레이드가 필요했다. 그 결과 ROM의 기록된 정보를 변경 할 수 있는 PROM이 개발되고 이를 전기적으로 손쉽게 사용자가 변경이 가능한 EEPROM이 개발되었다. EEPROM은 현재의 플래시 메모리와 비교 시 기록(Write)을 위해 전압을 활용하여 기술적으로는 비슷한 작동원리가 다르기에 기록하는 것이 매우 느리다.


 

3. 플래시 메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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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 메모리를 전구와 스위치 비교

각 전구는 한 개다. TLC의 경우 전구가 8개가 아니라 1개의 전구가 가질 수 있는 8개의 정보를 가리킨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전구와 스위치'로 플래시 메모리의 작동원리를 살펴보자. 물론 내부에서 벌어지는 일은 매우 복잡하고 난해하니 여기서 언급할 수도 없고 필자도 잘 모른다위에서 말했든 기본적으로 컴퓨터는 01로 연산, 기록하게 된다. 주 기억 장치 RAM의 경우 전자적인 특성으로 전기 공급이 안 되면 기록이 날아가 버린다. (휘발성 메모리) , RAM의 경우 전원을 끄면 전구는 꺼지고 스위치는 원위치가 된다. 그런데 플래시 메모리는 전원은 꺼지되 스위치는 원위치 되지 않는다. 엄밀히 말해서 스위치가 가리킨 정보를 기억하는 것으로 스위치가 정보를 담아 놓은 것이다플래시 메모리에 정보를 기록하는 방법은 메모리 빈공간에 정보를 넣은 다음 높은 전압으로 정보를 고정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전원이 나가 있더라도 어느 정도 시간까지는 고정이 된다. 그렇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플래시 메모리 또한 RAM처럼 정보는 사라지게 된다. 단 그 기간이 5~10년 정도여서 매우 길다. (플래시 메모리에 대해 보다 자세한 설명은 http://cappleblog.co.kr/582를 추천한다)

 

하드디스크와 달리 플래시 메모리는 Cell에 정보를 담는다. 위 그림에서 SLC, MLC, TLC 모두 1개의 전구로 보자. (1개의 전구= 1개의 Cell) 하나의 셀에 01, 1 Bit를 저장하면 그것을 SLC(Single Level Cell)이라 하며, 2 bit를 저장하게 되면 MLC(Multi Level Cell)라고 하고 최근 이슈가 된 TLC(Triple Level Cell)의 경우 3 bit1 cell에 저장한다. 1 Cell3 bit 저장한다고 하면 매우 합리적인 방식처럼 생각되나 그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사실 디지털의 경우 01 정수 사이에 다른 수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전구가 전원이 들어오면 막 설치했을 때 불빛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서서히 약해지다가 결국 필라멘트가 끊기고 만다. 전자의 세계에서 또한 현실 세계와 마찬가지로 01이 정확하게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바로 MLCTLC라 생각하면 된다.


위 그림에서 보면 SLC의 경우 한 셀에 01밖에 없다. 가장 이상적인 디지털이다. 문제는 1 Cell에 넣을 수 있는 정보가 적다 보니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공학자들은 가격을 낮추기 위해 꼼수를 쓰는데 1 Cell2 bit 00, 01, 10, 11 를 넣는 방법을 고안하게 된다. 이 방식을 도입함에 따라 '가격'은 낮아지고 가격이 낮아 지자 플래시 메모리가 대중화 되었다. 하드디스크를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자 우리의 삼성은 840 Series1Cell에 무려 3bit가 저장되는 TLC 방식을 양산하여 세상에 선보였다. TLC의 경우 1 Cell8가지의 정보(000, 001, 010, 011, 100, 101, 110, 111)를 넣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지만, TLCSLC3배 가까운 정보를 넣을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구조적인 문제가 있기에 에러 체크를 위한 정보가 필요하여 3배보다 적게 저장한다.


MLCTLC에서 중요한 건 스위치에 해당하는 Control Gate이다. 그냥 스위치라고 하면 SLC의 경우 구조가 매우 단순하여 토글스위치처럼 +, -로 제어하고 MLC의 경우 4단으로 제어하고 TLC의 경우 8단 제어가 된다. 위 그림을 보면 SLC에서는 분명하게 구분이 되지만 TLC의 경우 빛의 크기를 구분하기 어렵게 된다. 플래시 메모리에 기록할 때에도 전기의 크기에 따라 정보 기록이 달라지는데 001010을 기록을 위해 거기에 해당하는 정확한 전압을 걸어 줘야 하는데 그게 그리 간단하지 않다. 가령 001 기록 할 때는 1V가 필요하고 010 기록할 때는 3V가 필요하게 되는데 여기에 어중간한 2.2V가 들어오면 001로 기록할지 010으로 기록할지 애매해진다. SLC에서는 이런 문제가 거의 안 생기고 MLC의 경우 TLC보다 이런 문제가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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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LCCell의 집적도가 높아질 수록 수명은 급격히 떨어진다.

 


TLCMLC와 비교에서 1 Cell에 더 많은 정보를 저장하여 가격은 낮춰지지만, 수명과 성능에서 많은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스위치가 정확한 전압을 걸어줘야 하는데 물리적인 스위치와 마찬가지로 시간이 지날수록 정확한 기능을 못 하게 된다. 기록을 위해 정확한 전압값을 걸어주기 위해서 TLCMLC보다 더 복잡하기 때문이다. 이는 전구에도 문제가 생긴다. 세분된 빛의 세기를 나타내기 위해 TLCMLC보다 더 복잡하기 때문이다. TLC가 수명이 빨라지는 이유는 스위치가 시간이 지날수록 정확한 전압값을 걸 수 없기 때문이다. 일상 전구 스위치에서 로터리 방식이 On-Off 토글 방식에 비해 쉽게 헐렁거리게 되는 이유와 같다.

 


4. 애플 부품 공급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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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의 부품 공급망은 전세계적으로 매우 넓게 퍼져있다.

 

 

애플 iPhone 6의 경우 128G에서는 TLC를 모두 적용하고 64G에서는 두 개를 혼용하게 되었을까? 이는 애플이 실수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첫째, 애플의 근본적인 부품 공급망 문제가 아닐까 싶다. 애플은 아이폰을 외주 생산하고 부품 대부분을 타사로부터 공급받는다. 물론 매우 까다로운 QC를 부품사에 요구하고 그것에 합격한 제품만 자사 제품에 부품으로 채용하게 된다. 그 결과 하나의 회사에서만 부품을 조달하는 것이 아니라 애플이 제시한 품질 규격에서 신뢰 구간에 들어온 제품이라면 2개사 혹은 그 이상의 회사에서 같은 종류의 제품을 생산 공급하게 된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설계 및 생산방식이 달라도 같은 인치라면 LG든 삼성이든 샤프 든 상관없이 특정 제품에 똑같이 적용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뽑기 운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수많은 제품을 부품 공급망에 의존하다 보니 성능과 가격이 좀 차이가 나더라도 같은 해상도 등 규격이 같으면 그대로 조립하게 되는 구조이다. 디스플레이 경우 또한 회사마다 부품 단가가 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제품 구매자는 똑같은 금액으로 완제품을 구매하게 된다그래도 다른 제품의 경우 편차가 있다고 하여도 뽑기 운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번 TLC, MLC의 경우에서는 좀 양상이 다르다. 성능, 가격에서 차이가 난다고 소비자들이 알게 되었다.


TLC를 아이폰 6에 적용할 당시 애플 내부에서도 TLCMLC에 대한 기술적인 고려는 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사람이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할 때 빼놓고는 TLCMLC에 대한 구분을 철저하게 하지 않는 것으로 생각했고 노트북 사용 시 대용량인 경우와 마찬가지로 64GB에서 TLCMLC의 체감 성능 차이가 그리 큰 문제가 아닐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 MLC가 훨씬 우수한 성능과 수명을 보장하니 우선 많은 물량을 MLC로 하였는데 샌디스크에서 납품한 제품이 TLC인데 애플 기준으로 신뢰구간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그렇지만 지금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TLCMLC가 별 차이 나지 않는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분명 두 제품은 성능으로 차이가 나고 수명에서도 차이가 난다. 체감 성능 이야기는 할 필요 없다.

 


5.메모리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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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LC, MLC, TLC 가격 비교

 


TLCMLC보다 성능이 떨어지는데도 소비자는 같은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단순히 뽑기 운이라고 치부해서는 안 될 것 같다. TLC는 보통 MLC와 비교하면 2/3 가격이다. OCZ 가격표로 64GB의 경우 MLC의 경우 $57.6(6만 원)이고 TLC의 경우 $38.4(4만 원)으로 약 2만 원 차이가 난다. 1대 가격으로 볼 때 그리 큰돈이 아니라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몇 천 만대의 경우 애플이 겸허히 받아들이기엔 큰 액수이긴 하다이번 메모리 게이트 사안에 대해 애플은 아직 공식적인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다. 기술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가격에 대해서도 이렇다 할 공식성명이 아직 없다애플 아이폰으로 소비자들에게 가장 원성을 샀던 사건은 아이폰4 안테나 게이트였다. 결국, 잡스는 여름 휴가를 반납하고 2010716일 아이폰4 안테나 문제에 대한 해명을 위한 공식 성명을 하였다.

 



애플 아이폰4 이슈 이벤트(2010. 7. 16.)

 


안테나 게이트가 문제가 발생하고 초기에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잡스에게 직접 이메일을 보내자 "그렇게 잡지 마"라고 대응했다. 답변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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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의 이메일이 공개되자 애플은 비난에 휩싸이게 되었다.

 

 

이 같은 대응에 소비자들은 원성이 폭발하게 되었고 광범위하게 퍼지게 되었다. 애플은 더는 모르쇠로 일관할 수 없었고 결국 애플만의 방식으로 이벤트를 열었다. 사실 내용을 보면 좀 뻔뻔하긴 했다.

 

(1) 우리도 누구도 완벽하지 않아.

(2) 아이폰은 그냥 폰일 뿐이야.

(3) 아이폰만 그런 거 아니야. 다른 폰도 다 그래.

(4) 알았어. 범퍼 공짜로 줄게.

 

그런데 이런 억지 발언이 통했다. 내용을 보면 사과가 아니었는데 소비자들은 애플 산 중국 제조 범퍼 배포에 수긍하게 되었다. '그래. 범퍼 끼우면 문제없잖아.' 하면서. 그리고 아이폰4 리 버전(버라이존 CDMA)에서는 이 문제를 소리소문없이 해결해 버린다안테나 게이트는 어떻게 보면 통화를 주로 하는 휴대전화에겐 치명적인 오류였다. 근데 애플은 잡스를 정면에 앞세우고 돈 주고 사기엔 아까운 범퍼를 나누어 줌으로써 문제를 순식간에 잠재웠다. 황당하지만 CEO가 정면에 나서는 대처는 어쨌든 타당해 보였다. 결국, 범퍼를 공짜로 동봉한 아이폰4는 대박 상품이 되었다.

 

그렇지만 이번 사안은 제품의 '설계 오류'가 아니란 점에서 안테나 게이트와는 사안이 다르다. 원가 절감을 위해 애플이 의도한 것이었는지, 공급망 관리가 안 되어 샌디스크 부품사가 문제였는지, 폭스콘 등 조립 회사가 고의 잘못했는지 모르겠지만, 이는 애플이 소비자를 소홀히 다루었다는 사실 자체를 피하기 어렵다. 스마트폰은 컴퓨터와 달리 TLC를 사용한다고 하여 체감 성능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고 2년 마다 바꾸는 스마트폰 주기상 수명에 대해서도 그렇게 크게 생각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리고 파일시스템 자체를 어느 기업보다 잘 다루는 애플이 TLC 구조에서 MLC와 다른 기술을 적용했을 수도 있다. (물론 밝혀진 방식이 꼼수에 가까웠다. 애플은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운영기술에 너무 자만한 측면도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이 문제가 단순해질까? 처음에 말했든 이 문제의 핵심은 '가격'에 있다. '100만 원 제품에 2만 원이 대수냐?' 하고 특정 팬들이 옹호할 수 있겠지만 반대로 '아니 100만 원 제품에서 2만 원을 아껴야 하느냐?'라고 되물을 수 있다. 물론 이렇게 되묻게 되면 애플이 억울할 수 있다. '부품을 생산하는 모든 회사에 똑같은 제조방법을 요구할 수 없다.'라고 하겠지만, 솔직히 말해 소비자가 그것을 따져가며 이해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물론 공급망 문제는 애플만이 가진 문제는 아니다. 많은 전자 기업들이 애플처럼은 아니겠지만(규모가 넘사벽이니) 한가지 부품에 여러 회사 부품을 혼용해서 사용한다. 그리고 위에서 디스플레이 예시처럼 그 부품마다 어느 정도 성능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듯 제조 공장의 제조방식, 기술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회사를 비교할 것 없이 아이폰은 애플에서 제조한 다른 상품하고도 차별된다. SSD 이슈는 맥북 에어(2012년 제품)에서 먼저 나왔었다. 결국 펌웨어 업데이트로 문제가 생긴 경우 리콜하는 것으로 아름답게(?) 결론이 났지만, 아이폰의 경우 훨씬 뜨겁게 반응하게 있다.


 

6. 결론: 보다 투명하게


다시 돌아가서 소비자가 이번 사안에 화가 난 이유는 우리가 원하는 좀 더 완벽한 제품을 만들지 못해서가 아니다. 성능과 수명이 차이가 나는 저렴한 부품을 사용했음에도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공지를 하지 않았다는 것에 있다. 게다가 애플은 iOS 8.1.1. 업그레이드하면서 TLC, MLC에 대한 확인을 못 하도록 하여 소비자들이 원하는 스펙 공개 대신 오히려 숨겨버렸다64Gb 모델에 모두 TLC를 사용했다면 상황은 조금 달랐을 것이다. 물론 현재도 일반 사용자들이 자신의 iPhone 6에 들어있는 메모리가 TLC인지 MLC인지 관심 없이 그냥 사용하고 있다. 애플이 내세운 "It just works."에 많은 사람이 세뇌되어서일까? 아니면 "어차피 스마트폰이잖아." 하며 TLCMLC의 차이가 생각만큼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아서일까전자제품이 100만 원 상품이면 꽤 고가이다. 타사 제품에 비해 높은 금액을 책정한 애플 제품에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이유는 단지 디자인이 예뻐서가 아니다. 성능과 편의성을 위해서다. 아이폰6 RAM1Gb이지만 타사 제품에 비해 성능과 편의성에 문제 되지 않았기에 이슈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같은 제품에서 같은 가격을 지불한 상품이 성능상의 차이가 난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부품의 스펙 차이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번 메모리 문제가 향후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겠다. 애플의 스펙 미공개 태도에 소비자들이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세상에 완벽한 제품은 없다. 완벽한 회사도 없다. 사용자들도 완벽하지 않다. 하지만 사용자들은 자신이 사용하는 제품에 대하여 알 권리가 있다. 제품을 선택하여 대가를 지불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지불하여 손안에 있는 제품에 대해 더 자세한 정보를 알고 싶은 건 당연하다.

 

애플이 보다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시기가 도래한 듯한 느낌적 느낌이다.






trexx

트위터: @trexxcom


편집: 나타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