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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8. 21.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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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3일 오후, 한국기원이 바둑방송을 차리겠다며 발대식을 열었다. 그런데 이 발대식의 내용이 심상치 않다. 보통 발대식이라면 앞으로의 비전과 방송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이 발대식은 기존 <바둑TV>에 대한 단죄의 의미로 한국기원이 바둑방송을 차린다는 내용 일색이다.


발대식 내용을 요약하면, 1.바둑계 위기 2.바둑계 위기는 <바둑TV> 때문 3.그래서 한국기원이 새로운 바둑 방송을 차림. 요렇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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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악의 근원으로 몰린 <바둑TV>


바둑계 문제의 본질은 한국기원 집행부 자체고, 프로기사 제도를 개혁 못 하는 게 문제인데, 자꾸 물타기를 한다. 대다수 바둑 팬들은 바둑TV가 문제냐, 한국기원이 문제냐로 싸우는데, 이거야말로 한국기원 집행부의 물타기다.


썰을 풀기 전에 현재 상황을 간략히 설명하자면, <바둑TV>와 한국기원 간의 갈등은 이렇다.



바둑TV는 96년 세계 유일의 바둑 전문 채널로 출범 후 17년간 자본 잠식, 180억 원 누적 적자 등 고전해오다 2년 전 처음 흑자로 전환한 회사다.


한국기원은 바둑TV에 대해 "보급·영업 등 측면에서 기원 시책을 안 따라줘 도저히 함께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바둑 발전을 위한 재투자를 외면하고 양자 간 협약도 어겨 고심 끝에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말한다.


한국기원은 한 발 더 나가 정보 이용 계약, 기전 계약 등 바둑TV와의 기존 협약을 연말 만료 후 갱신하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바둑TV가 공존 아닌 퇴출 대상임을 선언한 셈이다. 이에 대해 바둑TV는 "백기 투항하다시피 하며 모든 협약을 지켜왔는데 숨 쉴 공간조차 안 주고 몰아내려 한다"고 항변한다. 어느 쪽이 옳고 그르냐를 떠나 바둑계로선 처음 겪는 민망한 장면이다. 

<조선일보>



요런 상황이다. 자세한 설명은 한국기원 박치문 부총재의 인터뷰 내용(관련기사: 한국기원, 바둑방송 만든다)을 기반으로 설명하겠다. 인터뷰를 진행한 <사이버오로>는 한국기원의 입장만 게재하고 있으므로 약간의 반론과 필자의 생각을 첨언해 보았다.



- 바둑방송이 하나 더 탄생한다는 것은 바둑계로선 경사스런 일인데 의외로 조용한 발대식이다.


“새로운 바둑채널이 생기는 게 팬들한테 큰 뉴스는 아니다. 또한 너무 요란하게 하지 않고 싶지 않았다. 그간 바둑TV가 나름의 공로가 있었다. 그런데도 사태가 이렇게 된 데는(굳이 한국기원이 직접 나서 방송을 하나 더 준비하게 된 데는) 한국기원의 책임도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표현이 있다. 이렇게 (바둑TV가 바둑계의 갑으로) 일방적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게 한 데는 우리의 책임도 있다는 얘기다. 장황하게 남의 잘못을 헐뜯고 싶지 않다. 발대식이라고는 하지만, 바둑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불러 바둑계의 앞날을 걱정하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사랑방 같은 자리를 갖고 싶었다.”



새로운 채널이 생기는 건 큰 뉴스다. <바둑TV>가 바둑계 갑이라는 발언은 일리가 있다. 왜냐하면 한국기원은 바둑계의 초월자로 저 높은 곳에서 굽어보시며 아랫것들인 갑과 을들이 노는 걸 관장하시기 때문이다. 갑자기 유체이탈 화법의 달인이신 그분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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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 앞에서는 갑도 을도 없다



- 사태가 이렇게 됐다는 뜻은?


“바둑TV와 작년에 6개 조항으로 MOU를 맺었다. 바둑이 왜 위기인지를 우리가 얘기했다. 우선 3대 위기를 말했다. 첫째, 유소년 팬이 없어 뒷물결이 끊어지게 된 것. 둘째, 60~70대 연령대의 바둑을 사랑하던 판검사라든가 CEO 등 사회지도층들이 현역을 떠나게 된 것. 바둑을 사랑하고 후원하던 분들이 하나둘 물러나고 바둑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50대 중역들이 자리를 대신하면서 현실적으로 당장 어려움에 봉착했다. 한국기원 부총재로 실무를 보면서 뼈아프게 느끼는 부분이다. 셋째, 2013년 중국에게 국제대회에서 6대0으로 진 바, 실력적으로 밀리는 것 등 동시에 이런 위기가 부각됐다.



1. 유소년 팬이 없어진 이유는 바둑이 한참 잘 나갈 때 보급을 제대로 못 해서다. 이건 사례가 너무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2. 60~70대 연령대의 바둑을 사랑하는 판검사, CEO가 현역을 떠나고, 지금 중진들이 바둑을 이해 못 하는 게 문제라는 건데, 이 마인드가 바로 문제다. 거지도 아니고, 바둑이 홍보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서 스폰서를 유치할 생각해야지, 바둑 좋아하는 개인이 돈 내주기를 언제까지 바랄 것인가. 바둑 좋아하는 독지가들 이만큼 털어먹었으면 그만해라. 일례로 바둑계 큰 공헌을 하신 이붕 선생도 결국 윤 모 기사가 바둑판으로 사기 치지 않았는가.


3. 중국한테 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바둑의 신이 조훈현, 이창호, 이세돌 이렇게 시대마다 세계 1인자를 한국에 꽂아주지 않았는가. 이게 기적인거다. 인구도 적고, 지원도 적고, 시스템도 중국보다 안 좋은데 어찌 이기겠는가. 버티는 게 용하다.



바둑으로 치면 형세판단을 해볼 때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또 하나의 복병이 바둑TV 문제였다. 바둑계에서 매체파워가 큰 바둑TV는 가장 막강한 실력자로 군림하게 됐다. 이 실력자가 바둑발전을 저해하는 3대 위기를 해소하는 데에 동반자가 되느냐, 아니면 기업의 이익극대화만 추구하느냐는 바둑계에 극명한 영향을 끼친다. 바둑TV는 CJ E&M의 여러 채널 중 한 부서로서 독자적 운신이 쉽지 않다. 사기업으로서 어쨌든 이익을 극대화할 수밖에 없는 처지를 전혀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하지만 바둑계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선 이대로 갈 수 없었다. 6개항을 놓고 바둑TV와 숱한 입씨름과 샅바싸움과 고공플레이(높은 쪽과 얘기)까지, 여러 달에 걸쳐 논의한 게 6개항이다.”



그렇다. <바둑TV>가 모든 문제의 원흉이었다. 종북이다. 그동안 <바둑TV>로 먹고 살던 프로기사들도 종북이란 얘기인가?



- 6개항은 공개하지 않았으니 누구 말이 맞는지 어떻게 알겠는가?


6개항의 내용이 궁금하다. “이런 걸로 진흙탕 싸움, 멱살잡이로 보이는 것은 싫다. 아무튼 핵심은, 한국기원은 대회를 개최하고 바둑TV는 방송을 하는 것이다. 이게 서로의 본디 역할이다. 그런데 한국기원에 와 보니까 바둑TV가 대회를 주최하고 후원사와의 계약체결도 바둑TV가 하고 기전예산도 바둑TV 매출로 잡고 있었다. 이걸 본디 자리로 돌려놓자는 것. 이게 1항이다.지금까지 바둑TV가 전체 예산의 10%를 제작지원비로 가져갔다. 바둑대회는 그 자체가 콘텐츠다. 방송국은 자기 예산을 들여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데 바둑계는 어찌된 영문인지 기전예산에서 방송 제작비를 충당하는 형식을 고수하고 있다. 대국 한판 방송할 때마다 일정액의 제작비가 기전예산에서 지출된 셈이다. 하지만 어디에나 관행이란 게 있고 이를 하루아침에 뜯어고치게 되면 피차 부담이 크다. 해서 그걸 총규모의 3%로 협찬고지비 명목으로 지급하기로 한 것. 이게 2항이다. 한국바둑리그처럼 과도기가 필요한 대회는 단계적으로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이제 3항이다. 바둑TV가 노력하여 기전 창설할 경우 한국기원이 공로금을 지급한다는 게 4항이다. 5항은 아마추어 기전의 경우 한국기원의 공인을 받도록 요구했다. 아마추어 선수가 대국할 때는 선수등록을 제대로 하여야 한다. 아마추어 선수에 관한 측면은 한국기원(대한바둑협회)의 동의를 받으라고 했다. 조기축구나 경로당과 같이 일상에서 부담없이 즐기는 애호(愛好)가 생활체육이고 이 차원은 선수등록이 필요없다. 하지만 한국기원이나 대한바둑협회에서 주최주관하는 아마대회는 등록한 선수들만 참가하는 시스템으로 자리를 잡아가야 한다. 아마강자들은 이른바 ‘세미프로’다. 선수등록을 하는 게 맞다. 프로-아마-생활체육, 이런 3단계 시스템이 유기적인 틀을 잡는 게 바람직하다.한국기원과 바둑TV는 바둑발전을 위해 운영협의를 지속적으로 하기로 했다. 이게 6항이다.”



1항부터 보자. 한국기원이 영업을 못 해, <바둑TV>가 영업을 해서 대회 유치하는 거다. 그리고 대회유치비용을 챙기는 개념이다. 영업해서 기전유치하면 한국기원에 주관료 때준다. 혼자 다 먹는 게 아니다.


2항은 제작지원비가 많다는 건데, 한국기원의 주장은 왜 콘텐츠를 우리가 제공하는데 다른 스포츠처럼 중계권을 안 사고, 제작비를 줘야하느냐? 이런 주장이다. 이래서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나온다. 야구, 축구, 농구, 배구 같은 스포츠나 중계권을 팔 수 있지 그 외 스포츠는 대부분 제작비를 줘야 한다. 제작에는 실비가 든다. 스튜디오, 카메라, 음향, 미술, 그리고 바둑해설과 진행자. 광고로는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한국기원이 바둑TV에 제작비를 아까워하며 다른 스포츠들은 안 그런다고 하는데 반문하고 싶다. 그렇다면 스폰서에게 주관료를 전체 대회 규모에서 10~20% 받는 종목이 있는가? 한국기원이 인증하는 자체로 주관료를 10~20% 떼간다. 기원의 문제는 자기가 좋을 때는 스포츠, 불리할 때는 바둑은 다르다. 요게 문제다.


3항은 두리뭉실한거구, 4항은 원래 기전 끌어오면 브로커 비용 준다. 5항은 한국기원이 아마바둑까지 독점하고 싶은 거다. 한국기원은 엘리트스포츠인데 왜 생활체육까지 넘보려하는가. 대한바둑협회도 기어이 통합해서 프로기사 전무로 앉혔더니 횡령하고 짤리지 않았는가. 그리고 아마강자는 세미프로라고 하는데 꼭 이럴 때 말로만 세미프로라고 한다. 6항이야 뭐 말뿐인 거니깐 노 룩 패스.



- 제작비 10%를 받아오던 바둑TV에선 대응하고 싶지 않았겠나.


“저쪽이 합의한 거다. 한국기원이 (지금 상황이) 너무 심하니까 정돈을 하자고 한 거다. 바둑TV가 연간 정보이용료를 내고는 있지만 제작지원비를 가져가는 부분에 대해서는 (가져가면 안된다고) 지속적으로 얘기해왔다. 너무 갑작스러울 수 있겠다 싶어 과도기적으로 3% 주겠다고 한 거다. 앞으로는 그걸 없애고 바둑TV가 거꾸로 돈을 내야 하는 게 맞다. 3% 얘기는 우리가 바둑TV의 기존 위치를 배려한 거였다.”



주관료나 좀 줄여라. <바둑TV> 제작은 대회홍보라도 되지. 주관료는 대회홍보에 별로 도움도 안 되지 않는가.



- 이렇듯 6개항까지 합의했는데 어찌하여 새 바둑방송 개국을 결심하게 됐는지.


“6개항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여러 난감한 상황이 벌어졌다. 내 심정을 말하자면, 현재 상황이 계속되면 도저히 바둑계는 운신할 수 없다고 봤다. 구구절절 사례를 들고 싶지 않다. 다만 바둑팬들의 이해를 구하기 위해 작년 12월에 출범한 한국여자리그 예를 말씀드리겠다. 아다시피 요즘같은 불황기에 여자리그를 어렵게 어렵게 마련했다. 스폰서는 후원하는 기전이 인터넷은 물론 바둑TV로도 방영될 것을 기대한다. 이 점에 대해선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여자기전이 인기가 없다고 볼 수도 없는 것이고, 방송국으로선 좋은 콘텐츠가 생긴 거 아닌가. 그런데 바둑TV는 방송을 안 하겠다고 말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굉장히 당황스러웠다. 빌어야 하나. 3%보다 더 많이 다시 10%를 줘야겠다고 해야 하나. 답이 나오질 않았다.바둑TV는 관성에 의해서 이윤 창출쪽으로 갔다. 기전을 따올 때도 바둑TV가 막상 방영을 거절하면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한다. 한국기원이 갑인 듯하지만 독점적 지위를 그쪽이 갖고 있다. 독점적 지위를 기업의 이윤에 초점을 맞추면 미래가 없다. 오죽하면 (직접 바둑방송을 만들) 이런 생각을 했겠나. 바둑TV는 MOU 6개항을 어겼다. 동반자로의 자세전환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조치를 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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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한국기원


우선 여자바둑리그부터 얘기하면, 대회 전체규모가 2억 정도다. 2억의 3%는 600만 원이다. 이걸로 모든 대국을 방송하라고 하니, 말이 되는가. 이래놓고 프로들이 해설하고, 진행하는데 돈 조금 준다고 난리다. (사실 그렇게 적은 것도 아니다) 바둑돌만 안 들었지 강도나 다름없다. 아직까지 바둑만 가지고는 광고가 붙지 않는다. 그래서 CJ도 <바둑TV>만으로는 영업이 안 되는 CJ 다른 계열에 방송에도 광고 내주는 조건으로 영업하는 거다.


6개 조항에 대해서는 <바둑TV>는 타이젬 기사(링크)에서 이렇게 반박했다.


공문서를 포함하여 공식적인 어떠한 제안도 받은 적이 없다. '6개 조항'은 한국기원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받았던 것이지 우리가 협상을 시도한 것은 아니다. 그리고 '6개 조항'을 어겼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원래 10%는 받았다는 것도 설명이 필요하다. 방송제작비는 10%도 있고 5%도 있고 다양하다. 마치 주관료를 떼듯 절대 돈만 또박또박 떼어간 것은 아니다.


타이젬이 <바둑TV>의 입장도 같이 실어주는 이유는 순망치한이라. 사이버오로가 한국기원의 자회사라 타이젬과 경쟁하고 있으니, <바둑TV>의 현재 상황이 타이젬에서는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 다른 분야의 협회들을 보면, 이런 일은 없다. 이건 협회가 운동장에서 직접 뛰겠다는 것 아닌가. 멀쩡하던 방송사를 주저앉히는 역기능을 초래하진 않을까?


“바둑TV는 바둑계 발전을 도모하는 동반자가 돼야 한다. 바둑TV는 언제라도 CJ라는 그룹 안에서 변신하면 그만이지만, 그들에겐 여럿 중 하나(One of them)일지 몰라도 바둑계는 (잘못 되면) 갈 곳이 없다.”



그렇다. 니들때매 바둑계가 갈 곳이 없다.



- 공존의 방안은 모색할 수 없나?


“한국기원은 힘이 없는 단체다. 이 사업이 어떤 불가피한 이유로 시작했지만 사업이 성공하지 못하면 이 작은 단체는 좌초하게 된다. 올 12월로 바둑TV와의 중계권을 포함한 모든 계약이 종료된다.”



한국기원은 힘이 없다. 청와대나 국정원, 국회에 비해서. 더구나 한국기원 총재가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이다. 힘이 없긴 개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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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2위이자 연매출 3천 억원의 소박한 언론사



- 바둑TV로선 존폐의 위기일 것이다.


“나도 바둑TV에 출연도 했다. 가슴이 아프다. 같이 오래 살아왔다. 이전투구, 적대관계 이런 건 싫지만 어쩔 수 없다. CJ는 이런 게 중요하지 않다고 보고 있는데 우리한테는 사활이 걸렸다. 거긴 대기업이다. 움직일 데도 많다. 그쪽은 약자가 아니다. ”



<바둑TV>에서 그간 짭짤하게 벌었는데, 내심 미안할 거다. 바둑채널 사업단에 보면 <바둑TV>에서 짭짤하게 벌던 사람들이 있다. 그동안 CJ에서 돈 벌다가 JTBC오니깐 갈아 탄 거다. 친일하다가 미국 들어오니 친미가 된 거라고 보는 건 억지지만, 최소한 바둑채널 사업단에서 들어가서 <바둑TV> 죽이는 짓은 안 하는 게 옳지 않을까? <바둑TV>가 그렇게 문제라면 자신들은 그동안 일신의 영달을 위해 <바둑TV>에 부역한 것 아닌가. 사람들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 한국기원 홍석현 총재가 중앙일보와 JTBC 회장이다. 오비이락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외부 돈을 안 끌어들인다. 한국기원이 직접 경영한다. 출자금도 100% 한국기원이 다 댄다. 당연히 경영권도 한국기원이 행사한다. 한국기원 것이니 걱정 없다. 그러나 방송경험이 전무한 한국기원이 이 상황에서 JTBC의 도움 없이는 잘 해낼 수 없다. 총재가 가진 자산 중에 방송 자산이 충분하다. 오해할 이유가 없다. 바둑방송을 만들어 홍총재에게 이익 가는 부분이 없다. 오로지 바둑을 살리겠다는 생각뿐이다. 홍석현 총재는 취임사에서 한국바둑 창달을 역설하셨다. 바둑을 널리 보급하고 국제경쟁력을 키우는 것, 바둑은 바둑인들의 소유로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 그래야 바둑으로 번 이윤이 다시 바둑계로 선순환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한국기원에서 40억 투자한다고 한다. 방송국을 요걸로 운영할 수 있을까? <바둑TV>가 호구라서 그동안 계속 투자했겠는가. 운영하다가 적자나면 JTBC가 손쉽게 꿀꺽하게 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 한국기원이 바둑방송을 운영하려면 돈이 많이 들 텐데.


“그 얘기는 복잡하다. 비장한 승부수다. 좋아서 하는 일은 아니다. 아무것도 안하면 그대로 죽는다고 생각했다. 올인한다는 각오다.”



승부수 하지 말라니깐. 기존에 <바둑TV> 있잖아. 협상할 생각을 해야지.



- 개국까지 4개월 정도 남았다. 졸속 우려는?


“충분하고 스케줄대로 되고 있다. 의심하면 끝이 없다.”



믿어야 한다. 저 하늘 위에 절대신이 있다고도 믿는데 이 정도야 못 믿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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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도 믿었던 우리덜 아닌가..

출처 - <mbc>



- 차질 없겠나?


“9월에 방송인력 인선 완료, 10월부터 사전제작 착수하고 내년 1월에 개국한다.”



한국기원이 답답하긴 하지만 직장인으로선 꿈의 직장이다. 일 적고, 안정적이다. 딴지스들 이력서 준비하시라.


바둑에 대한 애정만 없으면 정말 좋은 직장이다.



- 가장 중요한 건 내용이다. 기존 바둑TV가 미비하다고 생각하는 바를 보여주고, 차별화하지 못하면 비난받을 수 있다.


“하루 24시간씩 일주일 방송하면 168시간인데, 바둑TV는 그중 97%인 163시간을 기전 대국으로 채운다. 방송편성이 온통 대국 프로그램 일색이다. 바둑방송에 바둑뉴스조차 없다. 바둑역사물 같은 다큐나 바둑보급을 위한 기획물은 찾아볼 수 없다. 프로대국만 방송하면 제작비도 적게 들고 만들기도 편하다. 아무래도 이익극대화 제작편의 위주로 하다보니 163시간을 대국 방송으로 메우게 된다. 안주한 측면이 크다. 독점적 지위가 초래하는 폐해다. 오랜 세월에 걸쳐 조정하지 못한 한국기원의 잘못이라고 해야 하나… 바둑TV는 워낙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니….



제작비는 누가 낼 것인가? <바둑TV> PD들도 이런 거 만들고 싶어 한다. 돈이 없어서 못 만들지. 한국기원이 진즉 의지가 있었으면, 정부사업 받아와서 이런데 투자하면 되지 않았는가. 프로기사들 챙겨주는 용도로 쓰지 말고 (정부사업은 눈먼 돈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일례로 프로기사가 강의 한 번 뛰면 20만 원 정도 책정된다. 애들 입문 가르치는데 프로가 움직일 필요 없이 해당 지역 강사면 5만 원이면 충분히 움직인다. 이런 예가 많다.


필자가 소설 써보겠다. 한국기원이 정부 돈 타는 건 쉬우니깐 아마 방송으로 녹이려는 게 아닌가 싶다. 기존에는 정부 돈 녹이려면 쉽지 않았다. 인건비로 해봐야 얼마나 하겠는가. 걸리기도 쉽고, 그런데 방송은 규모가 크니 녹이기 쉬울 것이다.



새로 선보일 바둑채널에서는 강좌도 늘리고 아마추어대회 현장 표정도 담고 뉴스도 해야 하고 온라인과 결합한 쌍방향 방송시스템을 구축하여 많은 관중을 이끌어들이는 연구를 할 것이다. 하나 더 구체적인 사례를 들면, 현재 바둑TV가 방송하는 기전은 16강을 8일에 걸쳐 치르는 시스템이다. 하루이틀에 다 끝내면 방송에 내보낼 수 없는 사판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면 대국당 제작비도 줄어들거니와 줄어든 대국만큼 다른 프로그램을 제작해 방영해야 하는 노고와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질질 늘어지더라도 될수록 많은 판이 방영되기를 바라는 건 스폰서의 뜻과 일치한다. 해서 바둑TV와 스폰서가 강력한 의지를 천명하면 한국기원으로서는 팬들이 더 바라는 박진감 넘치는 대회를 진행할 수 없게 된다. 대국 스케줄을 짜기도 매우 힘들다. 대국은 월단위는 물론 연간일정이 새해초 공시되고 지켜져야만 한다.



당연히 스폰서가 원하는 걸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스폰서도 기업홍보효과를 산출해서 어느 정도 문서 상의 숫자라도 가치가 나와 줘야 돈을 주지 않겠는가. 옛날부터 바둑 좋아하는 회장이 지시하고 홍보팀은 싫어하는 상황에서 오너가 교체되니 바둑이 아웃되지 않겠는가. 대기업 홍보팀이나 사회공헌 팀 사람들 만나서 얘기해보시라. 바둑대회 할 돈으로 얼마나 기업홍보나 사회에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지.



현재 대다수의 대국이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출전이냐 출연이냐 개념도 모르겠다. 가령 오후1시에 경기하고자 하는데 조명이 고장나 1시간 지연되면 양자패냐 뭐냐? 책임은 누가 지냐? 이런 식으로 대회가 돌아가는 것도 문제다. 작은 문제부터 큰 문제까지 산적해 있다. 원래는 한국기원과 바둑TV가 머리를 맞대고 협의해야 하지만 바둑TV는 기업논리로 일관하고 있다.”



프로기사들도 지각해서 실격패 당하지 않는가. 또한 구장 사정으로 대회가 지연되는 경우가 다른 스포츠들도 있다. 우천으로 중단되기도 하고, 최소한 바둑은 날씨 영향은 안 받는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조명 탓을 하는가. 거기서 양자패가 왜 나오나? 양자패 처리도 어차피 한국기원이 관할하는 거지, <바둑TV>가 관할 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이렇게 기가 턱하고 막히는 논리를 전개한 후에 ‘<바둑TV>는 기업논리로 일관하고 있다.’ 아! 똥꼬가 벅차오른다.


심판규정이나 제대로 만들면서 이러면 이해하겠다. 바둑의 룰도 정확하게 숙지 못한 심판이 있다. (바둑의 룰이 은근 복잡하다) 그리고 심판자격증이나 연수제도도 미비하다. 그냥 나이든 프로들 알바자리가 현 심판(입회인)자리다. 바둑에 심판이 왜 필요하냐고 하는 사람들은 그동안 심판이 어리버리해서 터진 몇 가지 사건을 찾아보시면 아실 것이다.



박치문 부총재는 대화 내내 바둑의 명맥에 대해 우려했다. “어린이 유소년 등에서 허리층이 완전히 없다. 위기라고 생각을 하지 않으면, 저수지에 물이 끊어졌는데 당장 괜찮다고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되는 이치와 같다. 바둑을 직업으로 선택하겠다는 이의 수가 얼마냐, 이게 가장 객관적인 통계”라며 이러한 추세의 선회가 한국기원이 바둑방송을 설립하는 주된 이유라고 거듭 강변한다. 박부총재의 목소리는 비장했다.



근데 왜 그게 <바둑TV> 탓이냐고, 니들이 그동안 한 걸 생각해야지. 박 부총재도 기자생활 할 때 <바둑TV> 빨아주지 않았는가. <바둑TV>에서 고정칼럼도 연재하고, 바둑발전위원회에서 한 역할이 무엇인가? 현 바둑계의 문제는 바둑계 시스템이지 않는가.



“고난의 행군을 감행할 수밖에 없다. 앞에 계신 기자들, 바둑팬 여러분도 성원해 주시길 바란다.” (인터뷰 끝)



그렇다. 고난의 행군 많이 들어본 말이다. 앞으로 가열차게 <바둑TV> 박살의 위업을 달성해야 할 것 같다.


필자가 <바둑TV> 편들어 주는 건 아니다. 그러나 바둑기자들이 제대로 된 글은 안 쓰고 한국기원이 불러주는 대로 받아쓰는 게 참 한심하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기자랍시고, 기레기들 욕을 한다. 제발 바둑기사 제대로 좀 쓰자. 바둑커뮤니티 댓글 보니 가관이더라.


<바둑TV>는 억울해도 어쩔 수 없다. 평소에 한국기원 뻘짓 제대로 보도 안 하던 것이 <바둑TV>에 그대로 돌아온 것뿐이니.







kimgonma


편집: 딴지일보 coco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