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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1. 26. 수요일

정체불명 cocoa






편집부 주


이 글은 정체불명에서 납치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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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니버터칩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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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생은 먹자골목에 살았다. 곧장 남산(南山) 밑에 닿으면, 우물 위에 오래된 은행나무가 서 있고, 은행나무를 향하여 사립문이 열렸는데, 두어 칸 초가는 비바람을 막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나 허생은 연구하기만 좋아하고, 그의 처가 남의 바느질 품을 팔아서 입에 풀칠을 했다. 하루는 그 처가 몹시 감자칩(甘藷㙷, 편집부 주: 감자를 쌓을 칩자가 더해진 것으로 보아 납작하게 만드는 요리법으로 추정됨)이 고파서 울음 섞인 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평생 출시를 하지 않으니, 연구는 해서 무엇 합니까?"


허생은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아직 독서를 익숙히 하지 못하였소."


"그럼 제과점 일이라도 못 하시나요?"


"제과점 일은 본래 배우지 않았는 걸 어떻게 하겠소?"


"그럼 감자칩 장사는 못 하시나요?"


"장사는 감자가 없는 걸 어떻게 하겠소?"


처는 왈칵 성을 내며 소리쳤다.


"밤낮으로 글을 읽더니 기껏 '어떻게 하겠소?' 소리만 배웠단 말씀이오? 장인바치 일도 못 한다. 감자칩 장사도 못 한다면, 도둑질이라도 못 하시나요?"


허생은 읽던 책을 덮어놓고 일어나면서,


"아깝다. 내가 당초 제품 연구로 2년을 기약했는데, 인제 1년 9개월인 걸……."


하고 획 문 밖으로 나가 버렸다. 허생은 거리에 서로 알 만한 사람이 없었다. 바로 운종가(雲從街)로 나가서 시중의 사람을 붙들고 물었다.


"누가 서울 성중에서 제일의 감자 부자요?"


해씨(氏)를 말해 주는 이가 있어서, 허생이 곧 해씨의 집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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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생은 해씨를 대하여 길게 읍(揖)하고 말했다.


"내가 집이 가난해서 무얼 좀 해 보려고 하니, 감자 일만 개를 뀌어 주시기 바랍니다."


해씨는


"그러시오."


하고 당장 감자 일만 개를 내주었다. 허생은 감사하다는 인사도 없이 가 버렸다. 해씨 집의 자제와 손들이 허생을 보니 거지였다. 실띠의 술이 빠져 너덜너덜하고, 갖신의 뒷굽이 자빠졌으며, 쭈구러진 갓에 허름한 도포를 걸치고, 코에서 맑은 콧물이 흘렀다. 허생이 나가자, 모두들 어리둥절해서 물었다.


"저이를 아시나요?"


"모르지."


"아니, 이제 하루 아침에, 평생 누군지도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감자 만 개를 그냥 내던져 버리고 성명도 묻지 않으시다니, 대체 무슨 영문인가요?"


해씨가 말하는 것이었다.


"이건 너희들이 알 바 아니다. 대체로 남에게 무엇을 빌리러 오는 사람은 으레 자기 뜻을 대단히 선전하고, 신용을 자랑하면서도 비굴한 빛이 얼굴에 나타나고, 말을 중언부언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저 객은 형색은 허술하지만, 말이 간단하고, 눈을 오만하게 뜨며, 얼굴에 부끄러운 기색이 없는 것으로 보아, 감자가 없이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해 보겠다는 일이 작은 일이 아닐 것이매, 나 또한 그를 시험해 보려는 것이다. 안 주면 모르되, 이왕 감자를 주는 바에 성명은 물어 무엇을 하겠느냐?"


허생은 감자 일만 개를 입수하자, 다시 자기 집에 들르지도 않고 바로 불란서(佛蘭西)로 내려갔다. 불란서는 서반아, 스위스 사람들이 마주치는 곳이요, 대서양(大西洋) 길목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고매바타(高賣婆墮, 편집자주: 높은 가격에 팔리는 바타, 바타는 암컷의 피부에서 떨어진다는 의미로 보아 젖을 가공한 것으로 해석됨)를 모조리 두 배의 값으로 사들였다. 허생이 바타를 몽땅 쓸었기 때문에 온 나라가 오징어(烏賊漁) 바타를 못 먹을 형편에 이르렀다.


그는 다시 산청(山淸)에 건너가서 벌꿀을 죄다 사들이면서 말했다.


"몇 해 지나면 나라 안의 사람들이 허니(??)를 보지 못할 것이다."


허생이 이렇게 말하고 얼마 안 가서 과연 벌꿀 값이 열 배로 뛰어올랐다.


허생은 늙은 사공을 만나 말을 물었다.


"바다 밖에 혹시 감자칩을 제조(製造) 할 만한 빈 섬이 없던가?"


"있습지요. 언젠가 풍파를 만나 서쪽으로 줄곧 사흘 동안을 흘러가서 어떤 빈섬에 닿았습지요. 아마 사문(沙門)과 장기(長崎)의 중간쯤 될 겁니다. 장도리와 도라이바는 제멋대로 무성하여 달그닥 소리가 절로 나고 있고, 공구리들이 떼지어 놀며, 동바리가 무성합니다."


그는 대단히 기뻐하며,


"자네가 만약 나를 그 곳에 데려다 준다면 함께 부귀를 누릴 걸세."


라고 말하니, 사공이 그러기로 승낙을 했다.


이 때, 변산(邊山)에 수천의 블노거(不努居)들이 우글거리고 있었다. 각 지방에서 군사를 징발하여 수색을 벌였으나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블노거들도 감히 나가 활동을 못 해서 배고프고 곤란한 판이었다. 허생이 블로거의 산채를 찾아가서 우두머리를 달래었다.


"천 명이 천 냥을 빼앗아 와서 나누면 하나 앞에 얼마씩 돌아가지요?"


"일 인당 한 냥이지요."


"모두 아내가 있소?"


"없소."


"감자밭은 있소?"


불노거들이 어이없어 웃었다.


"땅이 있고 처자식이 있는 놈이 무엇 때문에 괴롭게 불노거가 된단 말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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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있으면 이러고 있겠냐?


"정말 그렇다면, 왜 아내를 얻고, 집을 짓고, 소를 사서 감자밭을 갈고 지내려 하지 않는가? 그럼 불노거지놈 소리도 안 듣고 살면서, 집에는 부부의 낙(樂)이 있을 것이요, 돌아다녀도 잡힐까 걱정을 않고 길이 의식의 요족을 누릴 텐데."

 

 

"아니, 왜 바라지 않겠소? 다만 감자가 없어 못 할 뿐이지요."


허생은 웃으며 말했다.


"불노거질을 하면서 어찌 돈을 걱정할까? 내가 능히 당신들을 위해서 마련할 있소. 내일 바다에 나와 보오. 붉은 깃발을 단 것이 모두 감자를 실은 배이니, 마음대로 가져가구려."


허생이 불노거와 언약하고 내려가자, 불노거들은 모두 그를 미친 놈이라고 비웃었다.


이튿날, 불노거들이 바닷가에 나가 보았더니, 과연 허생이 삼십만 개의 감자를 싣고 온 것이었다. 모두들 대경(大驚)해서 허생 앞에 줄이어 절했다.


"오직 장군의 명령을 따르겠소이다."


드디어 감자와 불노거들을 배에 싣고 그 빈 섬으로 들어갔다. 허생이 도둑을 몽땅 쓸어 가서 나라 안에 시끄러운 일이 없었다.


그들은 감자를 잘게 자르고, 팜유(油)에 튀겨 감자칩을 만들었다. 고메바타와 벌꿀을 바르니, 향만 맡아도 절로 군침이 흐르었다. 3년 동안의 허니바타칩을 비축해 두고, 나머지를 모두 배에 싣고 호구도(虎口島)로 가져가서 팔았다. 호구라는 곳은 삼백만여 호나 되는 한국(韓國)의 수도(首都)이다. 그 지방이 한참 흉년이 들어서 구휼하고 은 백만 냥을 얻게 되었다.


허생이 탄식하면서,


"이제 나의 조그만 시험이 끝났구나."


하고, 감자칩 공장을 모조리 불사르면서,


"만들지 않으면 살 수 있는 이도 없으렷다."


하고 감자 오십만 개를 바다 가운데 던지며,


"바다가 마르면 주워 갈 사람이 있겠지. 백만 개는 우리 나라에도 용납할 곳이 없거늘, 하물며 이런 작은 섬에서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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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량 폭등 때문이 아닌 것이다.


허생은 나라 안을 두루 돌아다니며 가난하고 의지없는 사람들을 구제했다. 그러고도 감자가 십만 개가 남았다.


"이건 해씨에게 갚을 것이다."


허생이 가서 해씨를 보고


"나를 알아보시겠소?"


하고 묻자, 해씨는 놀라 말했다.


"그대의 안색이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으니, 혹시 만 개를 실패 보지 않았소?"


허생이 웃으며,


"재물에 의해서 얼굴에 기름이 도는 것은 당신들 말이오. 감자가 어찌 도(道)를 살찌게 하겠소?"


하고, 감자 십만 개를 해씨에게 내놓았다.


"내가 하루 아침의 주림을 견디지 못하고 제품 연구를 중도에 폐하고 말았으니, 당신에게 만 개 빌렸던 것이 부끄럽소."


해씨는 대경해서 일어나 절하여 사양하고, 십분의 일로 이자를 쳐서 받겠노라 했다. 허생이 잔뜩 역적을 내어,


"당신은 나를 장사치로 보는가?"


하고는 소매를 뿌리치고 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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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씨는 본래 퍼그맨과 잘 아는 사이였다. 퍼그맨이 당시 단지마켓 검증기자가 되어서 해씨에게 혹시 쓸 만한 과자(菓子)가 없는가를 물었다. 해씨가 허생의 이야기를 하였더니, 퍼 기자는 깜짝 놀라면서,


"기이하다. 그게 정말인가? 그의 이름이 무엇이라 하던가?"


하고 묻는 것이었다.


"소인이 그분과 상종해서 3 년이 지나도록 여태껏 이름도 모르옵니다."


"그인 이인(異人)이야. 자네와 같이 가 보세."


밤에 퍼 기자는 구종들도 다 물리치고 해씨만 데리고 걸어서 허생을 찾아갔다. 해씨는 퍼 기자를 문 밖에 서서 기다리게 하고 혼자 먼저 들어가서, 허생을 보고 이 기자가 몸소 찾아온 연유를 이야기했다. 허생은 못 들은 체하고,


"당신 차고 온 술병이나 어서 이리 내놓으시오."


했다. 그리하여 즐겁게 술을 들이켜는 것이었다. 해씨는 퍼 기자가 밖에 오래 서 있게 하는 것이 민망해서 자주 말하였으나, 허생은 대꾸도 않다가 야심해서 비로소 손을 부르게 하는 것이었다.


퍼 기자가 방에 들어와도 허생은 자리에서 일어서지도 않았다. 퍼 기자는 몸둘 곳을 몰라하며 단지에서 어진 과자(菓子)를 구하는 뜻을 설명하자, 허생은 손을 저으며 막았다.


"밤은 짧은데 말이 길어서 듣기에 지루하다. 너는 지금 무슨 벼슬에 있느냐?"


"단지마켓 검증 기자요."


"그렇다면 너는 단지의 신임받는 신하로군. 내가 허니바타 같은 칩을 천거하겠으니, 네가 어준께 아뢰어서 삼고초려(三顧草廬)를 하게 할 수 있겠느냐?"


이에 퍼 기자는 고개를 숙이고 한참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제이(第二)의 계책을 듣고자 하옵니다."


했다.


"나는 원래 '제이'라는 것은 모른다."


하고 허생은 외면하다가, 퍼 기자의 간청을 못 이겨 말을 이었다.


"천조국(天朝國) 코쟁이들이 조선은 옛 은혜가 있다고 하여, 그 과자들이 많이 우리 나라로 망명해 와서 정처 없이 떠돌고 있으니, 너는 조정에 청하여 질소(窒素)의 덩어리들을 내어 모두 그들을 견제하고, 알맹이만 채워서 단지스에게 나누어 주게 할 수 있겠느냐?"


퍼 기자는 또 머리를 숙이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어렵습니다."


했다.


"이것도 어렵다, 저것도 어렵다 하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겠느냐? 가장 쉬운 일이 있는데, 네가 능히 할 수 있겠느냐?"


"말씀을 듣고자 하옵니다."


"무릇, 천하에 대의(大義)를 외치려면 먼저 천하의 호걸들과 접촉하여 결탁하지 않고는 안 되고, 남의 나라를 치려면 먼저 첩자를 보내지 않고는 성공할 수 없는 법이다. 지금 해태빠가 갑자기 천하의 주인이 되어서 롯빠 민족과 친근해지지 못하는 판에, 단지가 다른 나라보다 먼저 섬기게 되면 저들이 우리를 가장 믿을 터이다. 진실로 김(金)나라, 노(怒)나라 때처럼 우리 단지스들이 유학 가서 벼슬까지 하도록 허용해 줄 것과, 단지마켓에 허니바타칩을 공급 할 것을 간청하면, 저들도 반드시 자기네에게 친근하려 함을 보고 기뻐 승낙할 것이다. 벙거에 단지들을 가려 뽑아 변장(變裝)을 하고 해태빠의 옷을 입혀서, 그 중 선비는 가서 뽀리기를 하면서, 저 나라의 실정을 정탐하는 한편, 저 땅의 호걸들과 결탁한다면 한 번 천하를 뒤집고 국치(國恥)를 씻을 수 있을 것이다. 잘 되면 대국(大國)의 스승이 될 것이고, 못 되어도 백구지국(伯舅之國)의 지위를 잃지 않을 것이다."


퍼 기자는 힘없이 말했다.


"단지스들이 모두 조심스럽게 소비자보호법을 지키는데, 누가 변장을 하고 해태복(懈怠服)을 입으려 하겠습니까?"


허생은 크게 꾸짖어 말했다.


"소위 단지마켓 검증 기자란 것들이 무엇이란 말이냐? 벙거에서 일어나 자칭 사랑의 마켓을 만들었다 뽐내다니, 이런 어리석을 때가 있느냐? 수창은 호연지기(浩然之氣)를 이루기 위해 흰색 바지, 파란 잠바에 변장을 하고 베입로션을 아까지 않았고, 창중은 나라를 강성하게 만들기 위해서 나체(裸體)를 부끄럽게 여기지 않았다. 이제 어준의 재판을 막겠다 하면서, 그까짓 가오 하나를 아끼고, 또 장차 상품소개를 써내고 오류를 고치고 짤을 투척하며 악플을 읽고 대응을 해야 할 판국에 단지마켓 물품을 늘리지 않고 딴에 소비자보호법이라고 한단 말이냐? 내가 세 가지를 들어 말하였는데, 너는 한 가지도 행하지 못한다면서 그래도 신임받는 기자라 하겠는가? 신임받는 기자라는 게 참으로 이렇단 말이냐? 너 같은 자는 칼로 목을 잘라야 할 것이다."


하고 좌우를 돌아보며 칼을 찾아서 찌르려 했다. 퍼 기자는 놀라서 일어나 급히 뒷문으로 뛰쳐나가 도망쳐서 돌아갔다.


이튿날, 다시 찾아가 보았더니, 집이 텅 비어 있고, 허생은 간 곳이 없었다.



끝.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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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불명 cocoa


편집 : 퍼그맨, 너클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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