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 04. 목요일
독구
"하아... 배고프다."
일주일간 <과이언맨>(딴지라디오에서 런칭한, 구제같은 brand new 시사 팟캐스트) 출연자와 제작진이 주고받은 대화의 80%가 이런 하소연이었다. 우리덜 5명은 지난 11월 20일 목요일부터 한달 간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인간사 다 그렇듯 시작은 참으로 미약했다. 방송 주제를 논의하다가 다이어트 이야기가 나왔고 '이왕 하는거 딴지의 유구한 전통대로 몸소 임상실험을 해보자'는 누군가의 갑툭튀 무리수에(최초에 발언했던 나쁜 사람을 수첩에 적지 못한 게 한으로 남았다) 유신시절처럼 아주 민주적으로다가 만장일치 합의를 보았다. 처음에는 일주일만 하려고 했으나 일주일 가지고는 택도 없다며, 어그로를 끌려면 적어도 한 달은 해야 된다고 했다. 인기가 많아져야 팟캐스트계의 십상시가 된다나 우쨌다나. 그래서 겨울비가 촉촉하게 땅이 적시고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지는 이 멋진 초겨울날, 우리덜은 히딩크 마냥 매일 배가 고팠던 것이다.
1. 다이어트의 사전적 의미
일반적으로 '다이어트=살빼기' 의 의미로 사용하는데 먼저 다이어트&식이요법이 뭔지 정의부터 짚어보자.
다이어트 diet
명사
음식 조절, 체중을 줄이거나 건강의 증진을 위하여 제한된 식사를 하는 것을 이른다.'덜 먹기', '식이요법'으로 순화
식이요법 食餌療法
명사
<의학> 음식물의 품질, 분량 따위를 조절하여서 직접 질병을 치료하거나 예방하고장기를 보호하면서 전신의 영양을 완전하게 하는 방법,당뇨병, 위장병, 콩팥병, 비타민 결핍증, 순화기‧호흡기병 따위에 쓴다[비슷한 말] 식사요법‧식사치료법‧영양 요법‧음식치료법
diet
1. [C , U] (어떤 사람이 일상적으로 취하는) 식사[음식]; 식습관
2. [C] (식이요법을 위한) 규정식, 다이어트
3. [sing.] a ~ of sth (못마땅함) (제한된 범위에 국한된, 활동의) 많은 양
사전에서 확인해보니 다이어트나 식이요법이나 비슷한 의미, 그러니까 건강을 위해 음식 섭취량을 줄인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다이어트를 식이요법으로 순화해서 사용하라는 권고를 보면 아예 두 단어를 같은 뜻으로 간주해도 무방할 듯 하다. 물론 다이어트와 식이요법은 전혀 다른 단어라고, 분리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베리베리 센스티브한 사람들도 있지만 여기서는 걍 다이어트로 퉁쳐서 쓰도록 하겠다. 내가 외쿡에서 오래 안 살아봐서 어메리카나 구라파에서는 뭔 뜻으로 사용하는지는 모르겠고 마.
다이어트의 절대 공식인 소식하고, 운동하고, 담배 끊고, 술 줄이고, 스트레스 받지말라는 전문가들의 조언대로 살 수만 있다면 그거시야말로 바로 득도, 그니까 몸에서 사리라도 한 사발 나올 일이지만 안되니까 담배피면서 후두암 걱정하고, 술 마시면서 지방간 걱정하고, 운동 안하면서 고혈압 고민하는거 아니겠는가. 살빼기 참 고달프다.
<과이언맨>의 진행자 김남훈과 김현진, 김태용 PD, 나타샤 작가 그리고 나 독구는 (나타샤와 함께 미모의 작가 2인단을 구성하는) 운동은 배제하고 식사량 조절만 했을 경우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직접 체험해보기로 했다. 다이어트야 말로 운동 안하고 쉽게 쉽게 해야 제맛. 구국, 아니 구팟의 결단을 내린 우리덜은 11월 19일 '내일부터 다이어트다!'고 외치며 비장하게 폭식으로 그날 저녁을 마무리했다. 이제 진짜 진짜 다이어트할 일만 남은 것이다.
역사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대역사의 첫삽질을 시전하는 가카의 사랑스러운 모습
2. 다이어트 일지
과이언맨의 5인방이 선택한 다이어트
진행자 김남훈 : 저녁을 소식하거나 단백질 위주로 된 음식 섭취
진행자 김현진 : 레몬 디톡스
피디 김태용 : 16:8 간헐적 단식
작가 나탸샤 : 과식주의 (과일, 견과류, 씨앗만 먹는 것)
작가 독구 : 1일 1식
시행 기간 : 11월 20일(목)~ 11월 27일(목)
김남훈의 일주일
김현진의 일주일
레몬물 - 99% 레몬 원액 (15,000원) + 니라 시럽 (48,500원)
목록에 있는 '실내자전거'는 먹은 게 아니라 운동한 거외다.
김태용의 일주일
나타샤의 일주일
독구의 일주일
일주일간 힘들게 다이어트를 했건만 전혀 피골이 상접해지지 않은 우리덜은 방송 게스트로 모신 이유명호 한의사의 조언을 받들어 단박에 때려치웠다. 한의사님 말로는 삼시세끼 절식(반공기만)해서 먹는 게 효율성이나 지속성을 봤을 때 제일 효과적이란다. 그래서 녹음 끝내고 나서 다들 기쁘게 폭식을 했다는...
3. 독구의 1일 1식 소감
나는 1일 1식을 선택했다. 내심 힘들지 않을거라고,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살 좀 빼겠구나 하고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20대 초반 때, 6개월간의 미국 알바 생활을 마무리하며 한달 간 저녁 안 먹고 집근처에 있는 학교 운동장을 10바퀴씩 뛰며 두 치수를 줄였던 적이 있었고(리바이스 매장가니까 women이 아니라 junior 사이즈가 딱 맞아서 여러개 사왔음) 20대 후반에는 헬스 3개월만에 트레이너도 감탄할 만큼 체중과 체지방을 확 줄였던 적이 있었다.
나는 확신했다. 내가 해봐서 아는데 살 빼는 거 그렇게 힘들지 않다고.
먼저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잠깐 언급 해야겠다. 원래 술을 무척 좋아하기도 했지만 20대 후반부터 취업에 번번이 실패하고 비정규직 일자리를 전전하면서 술을 더 많이 마시게 되었다. 힘들게 들어간 모 회사에서는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다보니 거의 매일 저녁마다 술 (안주도 많이)로 시름을 달랬다. 게다가 술을 싫어하지 않는 남자와 연애를 하다보니 아예 마음 놓고 마실 수 있었다. 그러길 5년. 10kg가 불었고, 몸도 망가져버렸다. 간헐적인 두통이 자주 발생했고 심장 통증도 생겼으니 말이다. 옷 역시 새로 다 사야했고, 얼굴에 살이 붙자 내 나이보다 훨씬 더 들어보였다. BMI 지수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을 통해 지방의 양을 추정하는 비만측정법)는 내게 과체중이란 선고를 내렸다. 5년 사이 성격도 포악해져 버렸다. 나는 점점 B사감이 되어가고 있었다.
함께 술을 마시던 애인을 꼬드겨 결혼을 하게되자 이제 드디어 빡시게 다이어트를 할 시기가 왔다며 여름부터 다이어트에 돌입했지만 결국 말잔치로 끝났다. 단 1kg도 빼지 못했고, 결국 내가 원했던 웨딩드레스는 입지 못하게 됐다.
지난 5년간 입에 달고 살았던 '내가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뺄 수 있어'가 뻥이었다는 사실을, 결혼식이라는 충격요법 앞에서도 내 의지는 따로 논다는 사실을, 5년간 나를 달래주던 술이라는 친구와 헤어지는 게 지랄맞게 힘들다는 사실만 깨닫게 된 것이다. 나는 의지박약아였고, 지금의 건강상태로는 낭군님을 홀아비로 만들지도 모르겠다.
나에겐 다이어트가 절실했다.
<과이언맨> 회의 때 선뜻 1일 1식을 하겠다고 한 건 우리 집에 나구모 요시노리가 지은 '1일 1식' 책이 있기 때문이다. 몇 년전에 샀다가 한 번 읽고 쳐박아 놓은 책. 책이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덥썩 한다고 한 것이다. 20대 후반에 3년이 넘도록 하루 두끼만 먹었기 때문에 1일 1식이 그리 힘들지 않을거라는 자그마한 기대도 있었고. 나는 배부르면 끝인 인간인지라 '맛'에 그닥 관심도 없고, 먹는 걸 즐기는 타입도 아니다. 술과 고기와 밥 외에 주전부리를 즐기지 않는 (탄산음료, 라면을 제외한 인스턴트, 치킨을 제외한 패스트푸드, 분식, 과자, 빵&케이크 , 디저트류, 떡을 거의 안 먹는) 식습관 때문에 밥만 먹을 수 있다면 큰 애로사항은 없을거라 생각했다.
결론부터 말하지면 더럽게 힘들었다.
먼저 1일 1식을 제창한 일본의 의사 나구모 요시노리의 주장을 살펴보자.
최근 장수 유전자로 주목을 받은 시르투인 유전자가 공복 상태에 있을 때 50조개에 달하는 인간의 세포 속에 있는 유전자를 모두 스캔하여 손상되거나 병든 유전자를 회복시켜준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26쪽)
즉 시르투인 유전자는 기아 상태일 때에만 발현한다는 것이다 (27쪽)
출처 - <1일 1식> 나구모 요시노리 지음, 위즈덤하우스
10년간 하루 한 끼를 먹으며 50대에도 30대처럼 보이는 얼굴과 날씬한 몸매, 건강한 혈관 상태를 만방에 자랑할 수 있게 된 나구모 박사는 자신의 체험과 의학적 근거를 토대로 1일 1식을 주장하는 것이다.
나구모 요시노리 박사
당장 1일 1식이 힘들다면 일단 하루 세끼를 1즙 1채(국과 반찬을 어린이 밥그릇에 담아 먹는 일종의 소식식사법)로 먹다가 바꾸면 된다. 1일 1식은 박사 자신의 주장에 의하면 그리 엄격한 건 아니란다. 일단 뭘 먹어도 상관없다고 하니까 쉽게 느껴진다. 술을 좋아하는 자기 지인의 경우에는 하루 한끼 술과 안주를 실컷 먹고도 20kg 감량에 성공했다고 하니 왠지 나도 가능할 것 같은 희망이 막 생기지 않은가?
뭐 하나 유행한다 싶으면 불이 확 붙는 한국답게 포털 검색창에 '1일 1식' 만 입력하면 이걸 한다는 연예인 이름부터, 효과봤다는 각종 찬양, 체험 일지, 조언, 체중감량을 극대화 시키는 응용법, 부작용 토로까지 온갖 게 다 나온다. 언젠가는 유행이라는 거품이 폭삭 가라앉겠지만 2014년 현재까지도 간헐적 단식과 함께 핫한 다이어트 방법으로 여겨지고 있다.
나는 일단 점심만 먹기로 했다. 아침은 늦게 일어나니 패스하고, 저녁은 집에 도착해서 씻고 정리하고 뭐하고 나면 거의 9시니 식욕이 강하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그러니 자연스레 점심 낙찰.
오판이었다. 내가 습관에 쩔어있다는 사실을 너무 쉽게 생각한거다.
아침마다 야쿠르트 아줌마한테 받아먹던 우유와 요거트는 과채주스로 교체했다. 바꾸고 나니 미란다 커가 점심 때 요거트와 아몬드만 먹는 이유를 드디어 알게 되었다. 우유와 요거트는 꽤 든든한 식사 대용품이었던 게다. 물론 이건 배고픈 상태에 비해 상대적으로 든든하다는 거지 배가 부르다는 뜻이 절대로 아니다.
초딩때부터 즐겨마셨던 믹스 커피를 끊자 금단 현상이 왔다. 원래 단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믹스커피가 사무치게 그리웠다. 감잎차는 그냥 물배 채워 허기를 달래는 용도로 마셨다. 맛이 있을리가 없지.. .
사무실에는 검증용으로 들어온 각종 식품이 있다. 과일 한쪽 먹어보라는 유혹은 이기기 어려웠다. 그래서 냉콤 한조각 먹다보면 두조각이 되고 세조각이 되고 네조각이 되었다.
술 약속이 있는 날은 가장 쒼나는 날, '하루 한끼라면 무엇을 먹어도 좋다'를 확대 해석해서 술도 오지게 퍼 마셨다.
일주일이 지나서 보니 나는 변형된 1일 1식을 하고 있었다. 전반기에는 우유와 요거트로 배를 채웠고, 주말에는 술과 고기를 잔뜩 먹었으며, 사무실에서는 땅그지처럼 간식을 주워먹었다. 수요일에는 치느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운동하다 말고 허겁지겁 돌아와 치맥을 집에 모셔와서 뱃속에 봉인하는 만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평소 거들떠 보지도 않았던 길거리의 떡볶이와 붕어빵이 세상의 진미로 보였고, 내 돈 주고는 사먹지 않는 과자들이 맛있어 보였다. 식사 할 때를 제외하면 계속 배가 고팠다. 이게 다이어트인지 기아체험인지 점점 분간하기 힘들어졌다.
1일 1식을 엄격하게 하지도 않았는데도 나는 부작용에 시달렸다.
오전, 오후에는 괜찮은데 퇴근 무렵부터 극도의 피로감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어떤 날은 지하철에서 서있는 것조차 힘들었다. 겨우 겨우 집에 도착해서 바로 대자로 뻗어버린 적도 있었다. 평소 12시가 넘어야 자던 내가 10시를 넘기지 못했고, 날이 갈수록 취침시간이 당겨지더니 1일 1식을 한지 일주일째 되던 11월 27일 저녁에는 8시에 잠자리에 들었다. 기사도 써야하고, 방송 자료로 찾아야하는데 도저히 할 수가 없엇다. 노트북 앞에서 한참을 멍하게 있었다. 아무것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고,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힘들었다. 피곤했다. 죽도록. 극심한 무기력함에 양치질도 안하고 침대로 들어가서 다음날 아침 7시까지 무려 11시간을 잤다.
이러다가는 쓰러질까 싶어 결국 출근길에 빵을 사다가 믹스커피와 같이 먹었다. 점심은 배가 불러 밥 한공기를 다 먹지 못했다. 퇴근시간이 되니 배가 빵빵했다. 가스도 좀 배출했다. (내 옆자리는 퍼그맨이고 그는 내 사수다. 미안함의 정령 고승덕을 소환한다.) 배가 부르니 술 생각이 났다. 인간의 간사함이란...
내 1일 1식은 작심삼일 근처에도 못갔다. 제대로 한건 딱 하루에 불과했으니. 그래도 술로 다져진 뱃살은 많이 들어갔다. 늘 더부룩했던 속도 편안해졌다. 그렇다고 가희처럼 배에 복근이 생긴 건 당연히 아니지만 운동 안한 거 치고는 많이 들어갔다. 몸무게는 일주일 내내 거의 그대로다. 1~2kg야 응가 한번 하면 금방 줄어드니까 치지 말고. 일주일만에 뭐 얼마나 빼겠냐만서도 일단 실패 확정. 레몬디톡스를 하며 배고픔에 몸무림치던 김현진 작가는 4kg나 빼고 블랙 미니원피스를 입고 왔으니 말이다.
다이어트의 일반적인 목적은 건강과 미용.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건강보다 미용에 포인트를 찍을 것이다. 나는 내가 다이어트를 한다고 모델이나 연예인처럼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내 생에 가장 날씬했던 몇년 동안 나는 그 흔한 까대기 한번, '오늘 예쁘시네요' 류의 빈말 조차 받지 못했다. 에라이. 하지만 자기 만족도는 하늘을 찔렀다. 44 사이즈는 아니더라도 샤랄라 예쁜 옷을 입을 수 있었고, 뱃살을 가리느라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었다. 무조건 배와 엉덩이를 푹 덮어주는 옷만 입는 지금과는 달랐던 한 때였다.
10kg가 찌기 전의 나와 10kg가 찌고 난 후의 나는 무엇이 다를까. 나이, 주위 환경, 경제력 등 여러 조건들이 다르니 이렇게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말이다.
20대 후반의 날씬했던 그 시절에는 당장 먹고 싶은거 못 먹는다고, 매일 운동한다고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즐거웠다. 내 자신을 통제가능하다는 사실이 뿌듯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돈도 경력도 없지만 그땐 어렸으니까 불확실성에 대처하기가 더 쉽다고 느꼈다. 시간은 내 편이고, 그래서 나는 내 인생의 주인이 될 거라 생각했다. 욕망이 가득했었다. 몸도 마음도 활어회처럼 싱싱했다.
그런데 30대 중반으로 달려가는 지금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헛되게 보낸 지난 시절에 대한 후회가 두려움이 되어서 나를 잠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나날이 깨닫는다. 나약해지다보니 몸과 마음에 대한 통제력도 다 잃어버렸다. 지금 먹고 싶은걸 먹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죽을 것같아 바로 먹어버리는 반면, 내 뜻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 같은 일은 시도하지 않게 되었다. 강철같았던 내 의지력은 너덜너덜 넝마가 되어버렸다. 아무짝에 쓸모없는.
1일1식을 하고 나서 새삼 깨달은 건 이거다. 구석으로 숨어버린, 잃어버린 자신감을 갖자는 거. 쪼매 통통해도 괜찮다. 먹고 싶은 거 먹고, 좋아하는 술도 즐기자. 다만 예전처럼 실의에 빠져서 들이붓던 때로 돌아가지는 말자. 기왕 먹는 거 좀 비싸더라도 맛있고 제대로 된 음식을 먹자. 헬스장가서 운동하기는 귀찮으니 그건 됐고, 낭군님이랑 동네 공원이나 산책을 하자.
그니까 무리하지 말자는 거다. 단기간에 살빼기, 단기간에 돈벌기, 단기간에 성과내기 이런 거 말고 제대로 해보자는 거다. 한 방에 해결해 준다는 달콤한 유혹들이 대부분 사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유혹에 쉽게 빠지는 건 그만큼 자신이 나약해졌다는 증거다. 예전의 내가 가능했으니 지금도 가능하다고 믿는 '영원불변함'에 대한 맹신은 버리자. 사람은 변한다. 이제 그만 휘둘려야지. 인생의 반바퀴를 돌았으니 아직도 긴 시간이 남았다.
방송에 모셨던 이유명호 한의사는 이런 말을 했다.
"지금 하는 다이어트가 평생 할 수 있는 건지 생각해 보라."
다이어트만 그럴까. 인생도 마찬가지겠지. 당장 뭐가 달라지면 인생이 확 바뀐다는 환상과 착각에서 벗어날 시간이다. 쉽게 뺀 살은 쉽게 다시 찾아온다. 난 평생 다이어트한다고, 음식을 앞에 두고서 침 질질 흘리며 허벅지 꼬집어가며 살기 싫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미란다 커도 부럽지 않다. (증말?)
이제 이 무지막지하게 긴 글을 마무할 시간이다. 그래서 결론을 내린다. 1일 1식 못해먹겠다. 그대에게도 비추. 지속가능한 그대만의 다이어트를 찾으라. 난 즐겁게 먹고, 즐겁게 싸돌아 댕기는 걸로 할란다. SBS 스페셜 <비만의 역설>에서는 되려 과체중이 건강하게 산다는 의학적 결과를 소개했으니 나는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겠네. 아싸. 고로 내년으로 예정했던 미스코리아 출전이 무기한 연기되었음을 공표하는 바이다. 오늘은 곱창에 소맥. 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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