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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2. 03.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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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 일지 - 4. 혁신적 기술과 신제품을 위한 연구 개발]














"그 기술이 좋은 기술인가?"


라는 질문은 곰곰이 생각해 보면 참 애매한 말입니다. 말 하는 사람마다 그 의도가 다릅니다.



1.  그 기술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시장성을 갖고 있는가?

2.  그 기술이 진보적이어서 다른 기술 보다 뛰어난가?



크게 나눠 보면 이렇게 두 가지로 명확히 할 수 있는 질문을 두루뭉술하게 "좋은 기술이냐?"고 묻죠.

 

사업가에게는 1, 2 중 어떤 기술이 좋을까요? 당연히 기업의 역량과 성격에 따라 다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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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술로 '1'을 선택하시는 분들이 유념해야 할 점은 이와 같은 기술의 상품들은 대부분 '히트 앤드 런'을 해야 하는 고달픔을 안고 있다는 것입니다. (시장 형성의 초기에 얼른 팔고 빠져야 한다는 의미에서 '히트 앤드 런'이란 표현을 저는 자주 씁니다.) 기술적 난이도는 높지 않고 시장성이 좋은 제품이라면 너도 나도 뛰어들 테니까요.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사오정 전화기, 공기청정기, 도어락 같은 제품들을 들 수 있겠군요.


이런 상품들은 블루오션이 삽시간에 레드오션이 되어버리는 시장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기업가가 선호하는 상품이 시장성이 좋은 제품인 경우에는 연구개발 기반의 제조업 보다는 상품 구성을 빨리 바꾸며 시장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통업'을 선택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제 경험상 창업을 고민하시는 분들께 유통사업에 대한 권유를 하면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편견과 선입견이 튀어나오는 걸 보게 됩니다.


기업가 = 연구개발 기반의 제조업유통사업자 = (폰, 용)팔이 정도로 비하하는 편견을 갖는 분들이 있는데,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해 개발기업에게 신제품의 개발방향을 제시하고, 작은 중소 벤처기업이 할 수 없는 소비자 대응창구 역할을 해주는 유통업자라면 산업에서 정말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마땅히 존경받아야 할 기업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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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출신, 연구개발/기술직 출신 또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이 너무 좋은 천성(?)을 갖고 있는 분들은 당연히 '2'를 선호합니다.


그러나 간과하시면 안 되는 것은 시장성입니다. 기술적 진보성이 뛰어나다는 것은 아직 시장이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며, 시장의 형성을 위해 기업이 직접 시장을 만들어 내고 선도해 나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기술력은 물론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마케팅 능력 또한 필수적으로 따라줘야 한다는 것이죠.


연구개발만 하면 소비자들이 서울부터 인천까지 내가 만든 제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설 것이라는 상상은 의당 신기술과 신제품에 도전하는 사람이 가져야 할 패기(?)이나 혁신적인 기술은 시장에서 참패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사회는 이런 실패자들이 많아야 발전합니다. 전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유럽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 대한민국 정부도 혁신적인 기술개발에 대한 지원책을 준비해 두고 있습니다.


자본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제대로 된 산업자본이라면 High risk High return을 꿈꾸며 블루오션으로 항해를 하겠다는 중소/벤처기업을 찾아 투자를 하기 위해 항상 전전긍긍합니다.


그러나 기업가들이 이런 자본의 이해관계를 읽어내지 못하면 자금을 유치할 수 없겠죠?

 

지난 시간에는 이미 기업의 틀을 갖추고 있는 일반기업에 대한 R&D(Research & Development)를 말씀 드렸고, 오늘은 창업 준비 또는 창업초기에 있는 기업들의 R&D를 위해 머니머니해도 가장 중요한 자금에 대한 얘기를 드려보겠습니다.

 

좋은 기술이라고 설명만 하면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찾아와 제발 투자 좀 받아달라고 할까요? 드라마에서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현실세계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당연히 기업가가 돈줄을 쥐고 있는 사람을 찾아가서 제게 돈을 대 달라고 사정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옛 어른들이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라고 했듯이 어떤 자금이 내게 가장 좋은 자금인지를 고민해보고 자금 유치의 우선순위에 따라 전략적으로 움직여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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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분석




I. 정부 보증 융자금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이 대표적으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보증기관입니다. 이 기관들이 하는 역할은 기업의 신용과 기술을 평가해서 은행에 보증을 서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런 보증기금은 '은행께서 대출을 해주고 싶어도 중소기업이라 돈을 갚지 못할까봐 걱정이 많으실 텐데 기업에게 빌려주는 돈 85%는 국가가 보증을 서 줄 테니, 부담 없이 중소기업 대출을 해주시구려.' 이런 식으로 약속해 주는 것이죠.

 

은행에서도 신용만으로 돈을 빌려주겠다고 하고, 내가 가진 재산이 있어서 귀찮게 여기저기 발품 팔고 싶지 않다는 분들도 간혹 있는데요. 기술적 진보성이 높은 상품, 혁신적 기술 기반으로 창업하시는 분들의 경우 실패 확률이 높다고 했잖아요? 이런 높은 실패가능성을 대비해서라도 국가 보증기금의 보증서를 갖고 융자를 받을 필요성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금융권의 직접대출보다는 정부기관의 융자지원금이 향후 실패시 상환 압박도 덜하고, 회생지원에도 더 적극적이기 때문이죠.


빚 없이 사는 게 만사 편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개인의 생활이 아닌 사업을 하다보면 전략적으로(?) 돈을 빌릴 필요성도 있습니다. 기술보증기금에서 보증을 발생시키면서 벤처기업 인증을 받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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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을 받은 기업들은 요렇게 홈페이지에 팝업창을 띄워 대대적으로 알리기도 한다.




기보, 신보는 많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이와 유사한 기관이 더 있는데 바로 지역신용보증재단입니다. 경기신용보증재단, 충남신용보증재단과 같은 곳들인데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이 중앙정부에 의해 재원이 만들어진 것이라면, 이 재단들은 명칭 그대로 지방정부가 기업의 지원을 위해 설립한 것입니다. 기본적인 지원 시스템은 기술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과 유사합니다.


이렇게 보증서를 기반으로 은행의 높은 문턱을 낮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정부보증기금과 재단들입니다. 특히 초기 창업 상태의 기술혁신형 기업이라면 기술보증기금이 가장 적합한 지원기관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II. 출연자금


연구개발에는 많은 시간과 인력, 자금이 들어갑니다. 자금이 넉넉지 못한 창업초기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죠. 게다가 계획과 달리 기술개발에 실패하기도 하고, 어찌어찌 기술개발을 하더라도 상품으로 그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이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고 당연한 일이기에 이런 경우를 지원하기 위해 정부에서는 다양한 출연자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청, 지식경제부 등 많은 부처에서 자금을 운영하고 있으니 기술 분야에 따라 적합한 출연자금을 찾아야 합니다.

 

출연자금은 정부와 기업이 함께 재원을 만들고 기업이 그 재원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매칭 펀드' 형태로 구성됩니다.


출연자금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으나 일반적인 예를 들어보면, 연구개발을 위해 필요한 자금이 100이라면 정부가 70, 기업이 30 정도의 배분 구조로 자금을 지원하는 거죠. 그나마도 기업이 부담해야 할 매칭 펀드는 현금 뿐 아니라 일정 수준의 현물(연구개발장비, 연구개발인력 인건비 등)도 인정해 줍니다. 기업은 연구개발에 필요한 자금이 100이었다면 10~20수준의 자금으로도 충분히 연구개발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인 거죠.

 

물론 출연자금도 갚아야 할 돈이긴 하지만 대부분 정부에서 출연했던 자금의 50% 수준을 몇 년간 나누어 갚게 해주기 때문에, 기술개발 성공 후 신제품 제조 및 시장 진출로 자금이 궁색한 중소기업을 최대한 배려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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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중소기업신문



III. 투자 유치


2,000년 초반 형성됐던 벤처버블은 성장을 위한 자산으로 남지 못하고, 우리 사회에 숨기고 싶은 부끄러운 기억과 잘못된 상식을 만들어낸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냉정하게 들리지 모르겠지만 우리 사회의 모험자본은 벤처버블 당시의 주먹구구식 투자방식에서 '앗! 뜨거!' 하고 데인 후 이제는 보수적인 자본 운영으로 로우리스크 하이리턴에 치중하고 있고, 그나마 많은 펀드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자본이 아니라 정부의 모태펀드에 의존하고 있죠.

 

일부 발명가나 예비창업자의 경우 무턱대고 벤처 캐피탈의 투자를 받아서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벤처캐피탈의 투자규모가 적어도 수십억 수준이니 한 방에 자금을 확충할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해서 그러실 수 있는데요. 아쉽게도 V.C(Venture Capital)들은 아무리 내 기술을 열심 설명하려 해도 들어주지도 않을 뿐더러 영화처럼 덥썩 투자를 해주지 않습니다.


많은 벤처창업주들이 여러 V.C에 전화를 하고 사업계획서를 보내 보지만 길게 통화도 하지 못하고, V.C의 심사역이 사업계획서를 읽었는지 확인할 길도 없습니다. 업계에선 이런 경우를 콜드 콜(cold call)이라고 하는데요. 단어 그대로 참 차갑고 냉담한 반응에 사장님들은 마음의 상처를 입게 됩니다.

 

기술의 가치와 사업성 모두에 대한 평가와 예측을 통해 투자를 하는 V.C들은 매우 보수적이고,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우리나라는 2,000년 초반 벤처버블을 겪으면서 초기 벤처기업에 대한 과감한 투자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V.C들의 처지에서는 High risk, High return이라는 벤처 투자의 특성상 단 1원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고, 국내 자본계는 영화 속 실리콘 밸리의 그것과는 전혀 다른 특성을 갖고 있기에 무턱대로 V.C에 사업계획서나 기술소개서를 보내는 것은 그리 좋은 판단이 아닙니다.


꼭 V.C를 만나고 싶다면 모태펀드의 전주인 정부가 주최하는 투자자설명회에 참석하여 V.C를 만나거나, 우리 기술과 기업에 대한 정보를 듣고 달려오는 V.C를 만나주는(?) 것이 기업인으로서의 가장 현명한 태도입니다.


투자자가 좋아할 만한 사업계획서를 만들기 위해 밤을 새고, 불필요한 콜드 콜을 일주일 내내 하고 있을 바엔 기술개발에 좀 더 신경을 쓰는 것이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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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기타


정부의 R&D 지원 자금 수준이 OECD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한민국이다 보니 위에서 열거한 것 이외에도 워낙 많은 지원제도가 있습니다. 중소기업진흥공단, 지자체가 운영하고 있는 산업진흥재단 등에서 여러 가지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만 대표적인 자금 유치 경로 3가지를 위와 같이 간단히 소개해 드렸습니다.


지난 기사 댓글에 PCT해외 특허출원을 한 후 개별국 진입을 위한 자금이 필요하셔서 문의하신 분이 계셨었는데요. 특허청이 운영하는 지식재산센터에서 개별국가 진입 시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고 있음을 알려드린 바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식품과 관련된 창업을 원하시는 경우라면 지방에서의 창업도 검토해 보실만한 사항입니다. 각 도와 시. 군에서 지원하고 있는 여러 사업들 중 특히 지역의 농수특산물과 연계된 식품 관련 사업은 운영자금은 물론 공장건축과 현물지원(마케팅 비용, 포장재 제작, 운송비용 등)을 받을 수 있는데요. 수도권보다 더 밀착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고, 경쟁자가 적다 보니 선정확률이 더 높습니다. 타 사업 분야에 비해 반드시 수도권에 본사를 두지 않아도 되기에 예비 창업자라면 검토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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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각도로 검토해야 돈이 보인다.




이쯤에서 요점정리를 해보겠습니다.


혁신적인 기술이나 기술 진보성이 높은 상품을 연구개발하기 위한 자금을 확보하려면



첫째, 정부 출연 자금을 통해 연구개발 자금을 확보하고,

둘째, 기술보증기금의 융자금 등을 통해 상용화를 하고,

셋째, 투자 유치는 자본이 적극적으로 내게 손을 내밀기 전에는 자제한다.




정도가 되겠습니다.

 

제가 1순위로 정부의 출연자금을 통해 연구개발을 위한 자금을 확보하라고 말씀 드렸는데요. 그 이유와 남들보다 앞설 수 있는 노하우를 몇 가지 설명 드리고 오늘 글은 마치겠습니다.


저는 출연자금을 받기 위해 덜덜 떨리는 다리로 심사장을 들락날락 거리던 기업인이기도 했고, 출연자금 심사의 전반을 운영하는 간사이기도 했습니다. 또한 날카로운 질문으로 기업인을 당혹하게 하는 까칠한 심사위원이기도 했죠. 아마 여러분이 출연자금 오디션(?) 장에 들어서서 해야 할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제일 잘 알려줄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일 겁니다. ^^;  아래 알려 드리는 세 가지 노하우는 꼼 염두해 두셨으면 합니다.

 

하나. 중소기업은 사장의 평가가 기업평가의 절반이다.


기업을 평가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입니다. 수많은 기업들이 있고, 기업마다 특성이 다른데 어떻게 천편일률적으로 획일화된 평가를 하느냐고 화를 내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기업의 가치평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수준이 아직은 그리 세심하지 못하네요.


기업의 평가는 6:4의 기준이 일반적입니다. 6은 정량적, 재무적 평가 이고 4는 정성적, 신용적 평가입니다.


이 중 4에 대한 평가 기준은 딱히 정해진 게 없습니다. 기관마다 이것을 구체화하려고 갖은 방법을 동원해 노력은 하지만 결국 기준은 '사장의 태도'로 귀결됩니다.


100점 만점에서 40점을 사장의 능력과 자세로 평가한다는 겁니다. 아마 평가 기준 중에 이렇게 큰 배점 항목은 없을 겁니다. 그런데, 정부자금 지원 심사장에 사장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어떤 사장님들은 자신보다 더 기술적인 설명을 잘 할 수 있는 개발팀장이 나서는 게 나을 거라고 비겁(?)하게 뒤로 빠지시는데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몇 년 전 제가 참여했던 정부출연기금 심사는 6개의 기업 중 2개의 기업을 통과시키고 나머지는 떨어트리는 식이었는데요. 최종적으로 3개의 기업이 물망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 A, B, C 3개의 기업은 정말 큰 차이가 없어서 심사위원들은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그 때 심사위원장은 이렇게 상황을 정리했습니다.


"A사의 경우 오늘 심사에 기업의 대표가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절박하지 않다는 거겠지요. A를 떨어트리기로 합시다."

 

여러 가지 이유로 심사장에 들어가길 꺼리는 사장님들께 저는 길게 얘기하지 않고 이렇게 말씀 드립니다.


"사장님, 췌장암에 걸린 스티브 잡스도 신제품의 발표는 본인이 직접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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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당신이 하고픈 말 보다 타인이 듣고 싶은 말을 하라.


남들과 구별되는 자기 기업만의 장점을 발표하는 것은 즐거운 일입니다. 그러나 그 장점이란 것이 나뿐만 아니라 듣는 사람들도 모두 동의할 만한 장점인지는 꼭 한 번 생각해 볼 일입니다.


정부자금지원 심사 중에는 기업이 기술의 개발에 대한 계획을 발표하기도 하지만 정부 자금 지원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외국과의 기술격차가 줄어들어 산업전반의 기술경쟁력이 향상되고 수입대체효과가 발생한다와 같은 표현은 참 좋은 설득방식인데요. 실제 자금지원 심사장에서는 안타까운 일도 많이 일어납니다.


甲이라는 회사는 심사발표 내내 자기 기업의 지원필요성에 '외투기업이다.'를 강조했습니다. 외국인투자기업의 줄여서 말할 때 외투기업이라 하는데, 이 외투기업이 정부지원자금심사에서는 좋게 작용할리 없다는 걸 몰랐나 봅니다. 한정적 국가 재원을 되도록이면 국내 기업에 투자해야지, 외국인이 지분을 갖고 있는 기업에 주고 싶지는 않겠지요. 외국인투자기업이 시중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기업도 자긍심을 갖는 건 좋지만 국비가 지원되는 사업에서는 신중하지 못한 행동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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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 말 한 마디로 신뢰를 얻어라.


평가자와 피평가자, 심사위원과 기업은 둘 다 존중받아야 할 분들입니다. 기업과 기술을 단 몇 시간 만에 평가한다는 건, 평가자의 입장에서 책임의 부담이 너무 크기에 심사위원 위촉전화를 피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산업의 허리가 되는 중소기업의 사장님들 또한 마땅히 존경을 받아야 할 분들입니다.


자금지원 심사가 시작되기 전 간사들이 심사위원들을 대상으로 한 오리엔테이션을 하는데요. 이때 반드시 안내하는 것이 고압적인 행동이나 언사를 자제하라는 겁니다.


그러나 막상 심사가 진행되면, 심사위원들은 기업이 행여 나라 돈을 눈먼 돈으로 보고 달려든 건 아닌지 돋보기를 끼고 보게 되고, 기업인들은 나름의 자존심이 있는지라 팽팽한 공방을 합니다.


심사과정 중 발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심사위원과의 질의응답에서 위원의 질문에 명쾌한 답변을 하는 것입니다. 그럼 나쁜 답변과 좋은 답변의 차이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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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귀사에서 책정한 연구개발비 중 시제품 제작비가 너무 커 보이네요. 설명 바랍니다.

[나쁜 답변] 아이고. 위원님~ 연구개발을 안 해봐서 그러시는데 목업제작비가 얼마나 많이 들어가는데요!

[좋은 답변] 계획 단계이다 보니 약간의 여유를 뒀는데, 제작과정에서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노력하고 남는 예산은 특허출원비용 등에 활용하도록 하겠습니다.

 

Q. 이 기술로 제품 만들어봐야 중국기업들이 바로 따라오지 않겠어요?

[나쁜 답변] 우리 기술은 대단히 독보적이라서 중국이 따라올 만한 기술이 아닙니다.

[좋은 답변] 혹시나 있을 역설계가 어렵도록 전자 기판은 불투명 코팅 처리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이번 자금지원으로 개발되는 제품은 파일럿 제품이니 즉시 2세대 제품으로 진행하면서 기술격차를 더 벌리겠습니다.

 

Q. 딱히 핵심적인 원천기술이 없는 것 같은데요?

[나쁜 답변] 중소기업이 무슨 돈이 있어 원천기술을 만든다고 이러십니까!?

[좋은 답변] 우리 회사는 장기적인 기술계획을 응용기술에서 시작해 원천기술로 발전시키는 것으로 하고 있습니다. 응용기술이라도 국제기술표준화 활동에서는 충분히 그 가치를 인정받아 별도의 분과가 있을 정도입니다. 응용기술이 갖고 있는 좀 더 안전한 시장진입을 무시할 수 없는 스타트업 기업의 처지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위의 질의응답 예를 보시면 막상 그 자리에서 질문을 받을 땐 혈압이 급상승할 수 있는 질문들이겠지만, 어떤 답변을 하느냐에 따라 기업에 대한 신뢰가 높아질 수도 불신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는 걸 아셨으리라 믿습니다.


오늘은 기술 개발 자금을 유치하는 방법과 특허 출원에 대한 말씀을 드리려고 했는데 특허까지 언급하기에는 지면이 부족할 것 같습니다.


음 시간에는 특허를 포함한 산업재산권 전반에 걸친 기업들의 전략과 사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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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 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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