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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8. 24. 월요일

문화독투 그냥스윗








편집부 주


본 기사는 고품격 소비방송을 표방하고 있는 팟캐스트

[슈퍼의스타 K] 22화 '멀티플렉스 너~어' 편을 접한

그냥 스윗의 고품격 후기임을 알려드린다. 


*[슈퍼의스타 K]는 딴지라디오에서 마구 청취해 보실 수 있다.

(팟캐스트도 함 들어보기)






2014년 한국인 1인당 영화 관람편수는 4.19편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았습니다. 2012년 총 1억명을 넘었던 관객수는 2013년과 14년 2억명을 넘겼고 올해도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보입니다. 관객이 이렇게 많으니 극장은 항상 붐비고, 천 만명이 넘는 영화도 1년에 몇 편씩 나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관객들이 과연 자기가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해서 봤던 걸까요?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영화산업은 대기업들이 투자사, 배급사, 극장을 수직적으로 소유하고 있습니다. 대기업들이 커피도 팔고 김밥도 파는 나라이다 보니 이런 산업구조가 자연스럽게 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상당히 특이한 겁니다. 많은 나라 들에서 배급사가 극장을 소유하는 걸 법으로 금지하고 있거든요.

 

그럼 극장도 소유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형 배급사들은 극장을 어떻게 이용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1. 독과점은 옛말, 이제는 나눠먹기

 

극장가에서 방학과 휴가기간이 포함 된 7-8월의 여름시장은 1년 관객의 약 25%를 차지할 정도로 관객이 가장 몰리는 기간입니다. 대형 극장체인도 소유하고 있는 3대 배급사들은(CJ,롯데,쇼박스) 라인업 중 가장 흥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작품들을 이 기간에 개봉 시킵니다. 올해도 마찬가지로 [암살](쇼박스), [미션 임파서블](롯데), [베테랑](CJ)이 순차적으로 개봉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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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경쟁이 치열해야 할 여름시장에서 3편의 영화는 8월 21일 기준 각각 약1100만(암살), 약600만(미션 임파서블), 약800만(베테랑)의 관객을 동원하며 모두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실패하는 영화 없이 다 같이 흥행에 성공하면 참 좋은 일이기는 합니다만, 과연 이게 공정한 경쟁을 통해서 나온 결과인지 한번 보겠습니다. 

 

표1 일별관객.jpg

 

일주일 중 가장 관객이 많이 드는 토요일을 기준으로 3영화의 개봉 후 전국 극장에서의 상영횟수, 회당관객수, 누적 관객수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가장 먼저 개봉한 [암살]의 경우 개봉 후 한 달 동안 비슷한 회당 관객수를 유지하면서 천만 관객을 돌파하였지만 다른영화가 개봉함에 따라 상영횟수는 계속해서 줄어들고 있습니다.

 

[미션 임파서블]의 경우도 베태랑의 개봉 후 회당 관객이 줄었지만 그 다음주 까지 비슷한 수준의 회당관객을 기록하며 흥행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션 임파서블]의 경우 8월 15일 상영횟수가 많이 줄어들게 되는데 이것은 같은 배급사의 [협녀](롯데)가 개봉하였기 때문입니다. 


롯데는 수입한 작품인 [미션 임파서블]과 달리 직접 투자한 [협녀]가 개봉하자 약 1800회의 상영 횟수를 [협녀]에게 배려하였고 이후에도 상영 횟수를 비슷하게 유지하고 있습니다. (8월 15일 [협녀]의 회당 관객수는 약 47명에 불과하였지만 스크린이 줄지는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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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려받은 영화. [협녀] 


반면에 쇼박스는 [미쓰 와이프]가 개봉하였지만 흥행이 저조하자 [미쓰 와이프]에 주었던 상영관을 다시 [암살]로 돌렸습니다. 결국 3대 배급사들이 각각 가지고 가는 상영비율은 거의 비슷하게 유지 됩니다. 

 

[베태랑]의 경우가 조금 특이합니다. [암살]과 [미션 임파서블]을 보면 알 수 있듯이 통상적으로 개봉 후 2주차가 되면서 상영 횟수가 줄어들게 됩니다. 매주 다른 작품들이 개봉하니까 그 영화들에도 스크린을 배정해야 합니다. 그렇지만 [베태랑]은 오히려 2주 차에 상영 횟수가 늘어납니다. 쇼박스와 롯데가 다른 자사영화들에 주고 남은 상영관들을 CJ에서 가지고 간겁니다. 그리고 8월 14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관객수가 오히려 늘어나게 됩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단순 합니다. [베태랑]이 CJ가 기대했던거 보다 관객수가 적었기 때문입니다. 쇼박스와 롯데는 회당 관객수가 비슷하게 유지 되는데도 상영횟수를 줄여 줍니다. 별다른 불만이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이미 벌만큼 벌었거든요. 그래서 결과적으로 [베태랑]의 최종 관객수는 1,000만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원하는 관객수가 나올 때까지 계속 상영하면 관객이 들어 옵니다.

 

영화의 인기와 회당 관객 점유율은 극장들이 상영횟수를 정하는데 별로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상영을 많이 하면 관객이 많아지고 관객이 많아지면 흥행작이 됩니다. 어떤 영화를 얼마나 상영하는지는 배급사들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결정 됩니다.

 

그러다 보니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이나 [소수의견] 같은 영화는 상영관을 찾기도 어려워지고, 결국 흥행하기는 더 어렵습니다. 입소문이 좋아도 상영을 안하면 그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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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개훔방'논란도 있었던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2. 상영횟수 점유율로 보는 멀티플렉스 체인들의 친밀함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여름 시장은 경쟁이 치열합니다. 게다가 올해는 극장 체인을 소유한 3대 배급사 모두 각자의 기대작을 개봉 시켰습니다. 각자 자기들 영화 밀어주기 바쁘고 피 터지게 싸워야 할 것 같은데, 실제로 어땠는지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의 영화 별 상영횟수 점유율을 통해 함 살펴보겠습니다.

 

표2 극장별 점유율.jpg


[암살]이 개봉하고 4주 동안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각각의 극장 체인들이 상여한 영화들의 점유율은 위와 같습니다. 분명 따로 운영되고 있는 극장인데, 각각의 극장에서 상영하는 영화의 점유율은 비슷합니다.


롯데 시네마가 다른 극장 보다 자신들이 배급한 [미션 임파서블]을 아주 조금 더 상영하기는 하지만 상영하는 영화들의 점유율 순위는 물론이고 수치도 거의 비슷합니다. 매주 다른 영화가 개봉하고, 매일 상영스케줄이 변하는데도 이렇게 비슷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 멀티플렉스 체인들이 참 친하게 잘 지내는거 같습니다. 멀티플렉스 극장에서 상영작품을 선정하는 기준이 모두 같고, 상생을 위해서 다 같이 잘 살자고 이타적인(?) 판단들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명량]과 [국제시장]이 독과점 논란을 일으키며 스크린을 독식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영화 3편이 많아야 1일 총 상영횟수의 80% 정도 밖에 점유율을 가지고 가지 않는 걸 보면 독과점 논란도 이제 옛날 이야기인거 같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 에서는 2014년 말에 대형 극장 체인들과 '영화상영 및 배급시장 공정환경조성 협약' 체결을 통해 독과점을 막으려 하고 있는데 그 노력이 결실을 맺는걸까요?

 

물론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표3 상영편슈.jpg


영진위에서 발표하는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극장에는 하루에 약 75편 정도의 영화가 상영된다고 합니다. 극장에 가보면 많아야 10편 정도인 것 같은데 이렇게나 많은 영화가 상영하고 있다니 놀랍기도 합니다. 그 많은 영화들은 대체 어디서 상영하고 있는 걸까요?

 

영진위가 집계하는 상영편수와 상영횟수에는 우리나라 모든 극장에서 상영하는 작품이 전부 포함됩니다. 단편을 포함한 지역 영화제나 관객이 단 1명도 없는 상영도 집계에 포함 됩니다. 그러니까 일반적으로 관객이 접하게 되는 영화의 편수와는 크게 차이가 납니다. 당연히 상영 횟수도 실제 일반 관객을 대상으로 한 상영보다 훨씬 높게 집계 됩니다.

 

그리고 자연적으로 상영횟수 점유율은 실질적인 점유율보다 낮게 집계 됩니다. 다시 말하면 최근 한 달동안 3편의 영화가 80%를 훌쩍 뛰어넘는 점유율을 기록했고 극장에서 다른 영화는 거의 상영하지 않았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독과점 논란이 한창일 때는 순서대로 돌아가면서 자기들 영화를 상영했던 걸 이제는 동시에 상영하는 차이 입니다. 이렇게 몇 편의 영화가 높은 점유율을 가지고 가면 관객들은 어떤 영화가 상영하는지도 모르고 지나가게 됩니다.




3. 상영하는 영화와는 상관 없는 관객 수


물론 위에 예로 든 3편의 영화는 모두 스타감독과 스타배우가 출연하는 흥행성이 아주 높은 작품입니다. 영화가 재미있으니 관객이 많이 드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사실 상영하는 영화의 질은 관객 수 와 큰 상관이 없습니다. 

 

표4 분기별 관객수.jpg


2013년과 2014년의 분기별 관객 수 입니다. 매월 개봉하는 영화들은 분명 달랐을텐데 관객수는 비슷합니다. 극장에서 무슨 영화를 상영하든 극장에 가는 사람은 비슷했던 겁니다. 상영하고 있는 영화의 차이보다는 메르스나 태풍 같은 외부 요인이 관객수에 더 큰 영향을 줍니다.

 

특별히 다른 여가가 없어서 인지 관객들은 극장으로 몰려옵니다. 그리고 그 관객들이 배급사에서 정해놓은 영화들로 나누어 집니다. 관객들은 뭐가 재밌을지 고민할 거 없이 대문짝만하게 걸려있는 영화들을 보게 되는 겁니다. 그래도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대기업들이 자기들 영화를 밀어줄거 같은데 왜 경쟁사들과 나눠먹으면서 극장을 운영할까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CJ, 롯데, 쇼박스 같은 회사들은 영화를 만들어서 돈을 버는게 아니거든요. 


래서 다음에는 배급사들이 어디서 돈을 버는지 다뤄 보겠습니다.


 

** 자료참조 **

KOFIC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http://www.kobis.or.kr/kobis/business/main/main.do)







문화독투 그냥스윗


편집: 딴지일보 너클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