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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8. 24. 월요일

씻퐈









요즘 회사가 바빠서, 회사에서 진짜 계속 일만하고 딴짓을 못했다, 젠장. 모처럼 일찍 일 끝내놓고 국내뉴스를 좀 봤는데, '9월 위기설'이 나오더라. 나는 경제학자도 아니고, 이걸 분석해서 돈 버는 투자자도 아니니 이게 얼마나 신빙성 있는 이야긴지는 모르겠다.

 

뭐 '어차피 9월 위기설이 지나가면, 10월 위기설 나올 거 아닌가?' 하고 대수롭게 넘길 수 있는 얘기긴 한데, 이 떡밥을 좀 디벼보면, 의외로 좀 얻을 게 있을 것 같아서 물기로 했다.

 

일단 신문기사 하나를 물어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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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MBN STAR>

 


음, 제목 부분에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문제와, 중국의 경기불안이 눈에 띈다. 그리고 본문 중간 쯤에 신흥국 위기라는 말이 나오고, 마지막으로 다들 위기니까 한국도 위험이라는 논리의 전개가 아주 졸라 명쾌하다.

 

대충 중요 토픽을 다 건들기는 했는데, 인과관계를 느슨하게 연결해서 “한국이 위기래” 말고는 별로 얻을 게 없는것 같다. 결론을 검증하자는 게 목적이 아니라, 뭔 소린지 이해하는 게 목적임으로, 주요 토픽을 하나 씩 파보겠다.

 

먼저 미국의 금리인상. 근본적인 원인은 미국경제가 요 몇 년 사이 너무 좋았다는 데 있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에서는 목표 실업률을 5.00% 정도로 잡았는데, 지금 미국 실업률은 이에 매우 근접한 5.2% 수준이다. 일자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상태이고, 주식이나 부동산 가격 같은 자산 역시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였다.

 

연방준비은행에서는 이게 졸라 아니꼬울 꺼다.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돈 번다고 얘덜 월급이 늘어나는것도 아닌데다가, 애당초 얘덜의 제일 목표는 경제성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중앙은행이라면, 최우선 과제는 물가안정이어야한다. 시장에 거품이 껴서 가격이 폭등하거나, 혹은 반대로 일시에 거품이 꺼져서 가격이 폭락하는 일을 막는 게 연방준비은행의 목표이다. 고로,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선 조금씩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데, 그런 맥락에서 논의되는 게 기준금리 인상이다.

 

Federal Fund Rate라고 불리는 이 금리는, 연방준비은행이 시중에 대형은행들과 자금거래를 할 때 적용되는 금리이다. 2008년 이후로는 줄곧 연방준비은행에서 시장에 돈을 풀기 위해 0%에 고정을 시켜놨는데, 덕분에 집값도 많이 회복되었고 대출시장도 많이 안정되었으니 연방준비은행 측에선 이걸 정상화, 즉 인상하겠다고 연초부터 공표한 상태이다. 여기서 좀더 냅뒀다간 시장에 거품이 낄 뿐만아니라, 다음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연방준비은행이 쓸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음으로, 경기가 좋을 때 미리 좀 올려둘 필요성이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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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 FRB) 

 

문제는, 미국이 경기가 좋아서 이렇게 금리를 올려버리는 게, 개도국에겐 빅엿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1차적으로, 미국의 금리가 올라가면 미국 달러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상승하게 되는데(Interest Rate Parity), 이렇게 되면 당장 달러로 돈을 빌린 국가나 기업들은 돈 갚는 데 등골이 휘어진다. 일시적으로 달러가 졸라 쌔져서, 개도국이 엿 먹는 사태는 IMF사태를 떠올려도 좋을 것 같다.

 

당시의 상황을 영어로는 '1997 Asian Financial Crisis'라고 부르는데, 그 이유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동남아 곳곳에서 달러로 된 채무를 갚지 못해 연쇄적으로 시장이 폭락했던 경제위기였기 때문이다. 한국의 'IMF 사태'는 내부적 문제점(기업의 부채비율, 환관리정책 실패 등)에서도 원인을 찾을수있지만,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외부적인 충격으로(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화폐가치 동반하락과 그에 따른 안전 자산 선호로 인한 미국 달러의 가치상승) 달러로 된 채무를 갚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화폐전쟁>과 같은 책은 음모론으로 치부하기 때문에(재미는 있는데, 얼만큼 인과관계가 제대로됐는지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미국이 갑자기 막 패권을 되찾아오겠다고, “니들 다 X대바라” 하고 금리를 막 올려버릴 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올려도 좀 천천히 올리겠지. 0.25% 씩 몇 달, 혹은 몇 년에 걸쳐서.

 

그럼에도 미국의 금리 상승이 우려되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전세계로 퍼져갔던 자본들이 금리가 올라갈 때마다 미국으로 회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금리 더 쳐줄 때마다, 상대적으로 온갖 리스크를 떠앉고 한 푼이라도 더 벌겠다고 개도국에 투자를 할 인센티브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돈이 개도국에서 빠져나가면, 금융자산의 가치도 떨어질 거다.

 

자투리로 이걸 수식으로 간단하게 표현하면, 모든 금융 자산의 적정가격은 NPV, 즉 현재가치로 계산할 수 있는데, 공식은 다음과 같다.

 

Net Present Value (NPV)

 

이렇게 계산할수있다. 졸라 복잡해 보일 수 있는데, 걍 분자에는 금융자산으로 인해 기대되는 현금흐름(Ct)이 있는 거고,(참고로 C。는 자산취득할 때 들어가는 비용이다) 분모에는 그 돈을 빌리는 데 들어가는 이자 비용 r이 들어간다. 이자 비용이 올라가면, 분모의 R이 커지면서 전체적인 NPV는 줄어들 게 된다. 그냥 상식으로 알자고.


 

여튼, 지금까지 이야기를 요약하면 '미국 경기 좋음 ㅋ → 미국 금리 올릴 듯 ㅋ   개도국 ㅈ망 ㅋ'이된다. 근데 거의 모든 경제 현상에는 실과 득이있다. 원래대로라면 금융시장은 좀 불안하겠지만, 이렇게 미국의 달러가 쌔지면 미국에다가 수출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잘나가야 되는 게 정상이다. 근데 주요 수출기업들 성적이 그다지 좋지는 않다.

 

그 이유는, 현 세계 경제에 넘버2 중국 때문이다. 중국 문제는 좀 여러가지 문제가 결합되있어서, 조심스럽기는 한데, 나는 중국 경제가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본다. 오랫동안 중국의 경제모델은 졸라 심플하면서도, 강력크했다.


싸게, 그리고 많이.

 

1990년대부터 시장이 개방되면서, 중국은 값싼 노동력으로 고속성장을 해왔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로부터는 팍스콘 사태 같은 문제가 불거지면서 노동자들에 대한 임금과 처우가 개선되었고, 그 결과 베트남 등에 비하면 가격 경쟁력 자체는 다소 약화가 되었다. 그럼에도 독일, 일본 등을 제끼고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된 건, 우수한 'Supply Chain'의 힘이라고 본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면서 온갖 제품을 부품부터 조립까지 원타치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거다. 단순히 부품 하나를 싸게 만드는 건, 아프리카에서 만드는 게 제일 싸겠지만 이걸 다른 부품과 조립하고 다시 소비국으로 수출하는 데까지 드는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꺼다. 중국은 공장의 집약성으로 우수한 공업국가가 되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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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근데, 문제는 이 경제모델에 명확한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노동자들의 임금도 차츰 늘어날 테고, 이에 따라 몇몇 기업들이 이미 중국을 떠나 좀더 (임금이) 싼 곳으로 생산지를 옮기고 있다. 또, 로봇설비시설의 확대는 인건비에 대한 중요성을 낮추어 귀찮게 공장을 몇 년에 한 번 씩 옮기기보다, 소비국에다가 공장을 세우는 걸 가능하게했다. 이걸 Onshoring이라고 하는데, 대표적으로 중국기업인 Lenovo가 2013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 조립공장을 세운 걸 꼽을 수 있다.

 

이렇다 보니,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7%에 못미칠 걸로 전망된다. 뭐 몇 십 년 만에 최하라는 불명예가 따라다니긴 하겠지만, 사실 그동안 그렇게 고성장을 유지해온 게 용하다. 또, 중국 지도부도 호구는 아니니 이제 수출지향형에서 내수지향형으로 경제모델을 전환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뭐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물건을 내다 팔 중국시장이 확대되는 게 좋을 수는 있다. 근데 문제는, 아무리 경제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해도, 과도기는 겪어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금융시장에 대한 개편도 포함되는데, 최근 위안화 산정방식을 좀더 시장 중심적으로 바꾸었다. 가뜩이나 주식시장이 널뛰어서 불안하고, 경제성장부진으로 걱정이 많은 시장은 위완화 가치를 폭락시켰다. 뭐 요즘 경제가 안좋으니 수출을 유리하게 조작하기 위한 꼼수라는 설도 있는데, 그보다는 당장 IMF가 보유하는 주요 외화자금 중에 위안화를 넣기 위해서 사전작업을 한다는 분석도 있다. 

 

졸라 복잡하게 썼는데 어쨌거나 결론은, 중국이 사춘기를 겪는다는 거다. 이럼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는데, 첫째로 직접 중국에다가 수출을 해서 먹고 사는 나라들은 암울해진다. 요즘 원자재 가격이 폭락해왔는데, 이는 세계의 공장 중국이 휘청거리니 원료소비가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정론인 것 같다.(미국 금리 인상 리스크로, 상대적으로 달러 가치가 쌔진 것도 한몫하고 있다). 원유, 구리 할 것 없이 해외 원자재 가격이 요즘 계속 떨어졌는데, 이걸로 먹고 사는 러시아나 브라질, 동남아들은 그래서 요즘 참 암울하다. 단순히 원자재만 힘든 건 아니고,  우리나라 같이 대중 무역흑자가 큰 나라도 중국경제가 둔화될수록 점차 영향이 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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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로,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 물건이 상대적으로 더 싸진다. 역시 우리나라처럼 중국이랑 수출품목이 겹치는 나라는 가격경쟁에서 불리할 수 밖에 없다. 달러가 쌔졌으니 미국에다가 물건을 막 팔기 어렵단 소리다. 중국은 더 더 싸게 팔 수 있으니까.

 

지금까지 요약하면, 미국은 지들 잘나간다고 위에서 이자 올린다고 지랄하고, 중국은 지들 죽겠다고 밑에서 딴나라들을 힘들게 한다. 이렇게 두 굇수가 양쪽에서 난리니, 이 사이에 낀 다른 나라들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한다는 거지. 싯퐈.

 

이 간단한 소리를 왜 이렇게 길게 써놨냐면, 지금 시장 상황이 막 소싸움처럼 급박하게 치고 받고 싸우고 있지는 않다고. 미국이 갑자기 금리를 5% 상승 시켜서 진짜 시장에 빅엿을 선사하거나, 중국 경제가 파탄나서 회복불능에 빠지고 그런 상태는 아니야(그렇게 보고 돈을 거는 사람도 있기는 하겠지. 근데 이건 알 수 없는 걸 예상하고 거는 돈이니 투기지).

 

미국이 시장 간을 보면서 천천히 금리를 끌어 올릴 생각이고, 중국도 숨을 고르면서 일시적으로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생각해. 이럴땐, 사태를 좀 관망하면서, 내부적으로 적절한 대응을 해나가야 한다고 봐. 정책적으로 보면 소득 분배구조를 좀 개선시키고 가계 부채를 줄이도록 유도해야되고, 개인적으로 보자면 몰빵 투자 같은 거 하지말고, 현금보유 비중을 좀 늘려야겠지.

 

모 보수 언론사가 주장하는 것처럼 9월 위기, 제 2의 외환위기 같은 급박한 상황이 올 거라 단정지을 근거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구. 혹시 그런 위험이 닥치더라도 IMF 때보다는 우리가 대응할 외환보유고가 넉넉한 상황이니, 기억의 공포에 휘둘리지 않았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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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착해~






씻퐈


편집 : 딴지일보 홀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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