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12. 11. 목요일
젊은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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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친환경 유기농의 진실’이란 다큐멘터리에 대한 리뷰를 남긴 적이 있었습니다.
글의 말미에 총 2부작인 다큐의 2부에 해당하는 <농약의 유혹>편에 대한 리뷰는 생략한다는 이야기를 남겼습니다. 하나마나한 이야기인 것 같아서 말이지요. 한 번 직접 찾아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이유도 있었습니다. 헌데 불현듯 갑자기 그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뉴스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이효리 유기농 콩 사건’이 그것이었습니다.
논란의 시작
저는 조금 오래된 이 뉴스를 며칠 전에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제주도에 정착해 소길댁이라는 이름으로 전원의 삶을 살고 있는 이효리씨가 자신의 텃밭에서 직접 키우고 수확한 콩을 ‘유기농 콩’이라 이름 붙여 판매하여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조사 진행 중이라는 뉴스.
그 기사에 실린 문제의 그 ‘유기농 콩’ 판매현장의 사진을 보고 저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스케치북에 크레파스로 큼지막하게 쓰여진 ‘유기농콩’이란 글자가 불법이라는 것이 이 사건의 핵심이었습니다.
유기농이란 이름으로 농산물을 생산-취급 판매하기 위해서는 ‘친환경농업육성법’에 따라 관계기관의 인정을 받아야하는데, 소길댁 이효리 씨는 그와 같은 절차 없이 자신의 농산물을 유기농산물이라고 자칭하여 판매하였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지요.
이 뉴스와 제가 이어가고자 하는 다큐 리뷰가 얼마나 관계있는 것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제게 동기유발이 되긴 하였습니다.
얼마나 대단히 공정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기농산물 인증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는지, 친환경농업육성법이 친환경농업저해법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육성’에 보탬이 되고 있는 것인지 저 또한 궁금한 마음으로 영상의 남은 부분을 찬찬히 쫓아가 보기로 하였습니다.
친환경농업, 유기농
농약분석 또는 잔류농약검사는 유기농 인증 시스템의 ‘전가의 보도’입니다. 말 그대로 가짜 유기농을 가려내 잘라내는 날카로운 정의의 검이기도 하고, 유기농과는 거리가 먼 농사와 농산물에 ‘유기농 인증’이라는 간판을 선물하는 모순의 방패이기도 하지요.
유기농이란 텃밭 생명의 유기적 순환 과정이 조화롭게 이어지는 농업을 뜻합니다. 유기농이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이렇습니다.
화학 비료나 농약을 쓰지 아니하고 유기물을 이용하는 농업 방식.
유기물을 이용하는 농업방식이라는 말은, 텃밭 흙에 필요한 양분들을 텃밭에서 나는 유기물들을 이용해 만들어 보충해주는 농업이란 뜻입니다. 작물이 자라 농부에게 필요한 열매와 씨앗, 잎과 줄기 등이 거둬들여지고 남은 것들. 그 부산물들을 거름이나 퇴비, 또는 액비나 유기약재를 만들어 다시 텃밭으로 돌려주는 것.
그것이 말 그대로의 ‘유기적 순환구조’이며 그와 같은 순환이 어려움 없이 평온하게 이어질 때 그것이 바로 성공적인 유기농이 되는 것이지요. 이 과정에서 농부가 팔거나 먹어서 생긴 만큼의 부족분을 보충하기 위해 옛사람들은 사람과 가축의 똥오줌으로 퇴비와 거름을 만들고 산을 오르내리며 낙엽과 부엽토를 짊어졌던 것입니다.
화학비료와 농약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 둘은 무기물이지요. 화학비료는 식물이 바로 섭취할 수 있는 무기물. 말 그대로 잘 차려진 밥상입니다. 농약은 그 밥상에 다른 객식구들이 함께하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말 그대로 혼자서 거한 9첩 반상을 마주하고 있는 10대 독자와 같이 자신의 작물들을 키우는 것이 바로 화학비료와 농약이지요.
유기순환구조에서 유기물은 수많은 텃밭 생명들의 먹거리가 되어줍니다. 그것들을 원동력으로 수많은 곤충들과 미생물들이 살아가지요. 그리고 그 결과로 식물들의 영양분이 될 풍부한 양분(무기물)들을 만들어냅니다. 그 양분들을 먹고 작물이 잘 자라면 그것들 거두고 남은 것들을 다시 텃밭 생명들의 먹거리로 돌려주는 것. 그와 같은 순환.
생명의 유기적인 순환이 바로 유기농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깨끗한 농산물 = 유기농산물
과 같은 단순한 공식이 어쩌다 이 사회에 뿌리내리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유기농이란 말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고 유기농산물에 발걸음을 옮기는 분들이 그렇게 많은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 조금은 안타까운 현실인 것 같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유기농이 이루어지는 텃밭의 작물이라면 그것은 당연히 깨끗한 농산물이 맞겠지요. 그렇지 않은,순환구조 따위는 없고 말 그대로 ‘유기농 약재’라는 이름의 외부투입물에 철저하게 의존하는 농사와 농산물이 단지 ‘인증’의 절차를 거쳤다고 해서 깨끗한 농산물이 될 수는 없습니다.
남들보다 조금 덜 농약 쳤으니 ‘난 유기농’
농약은 사용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잔류농약검사기준을 통과했으니 ‘난 유기농’
사회의 인식과 농업의 현실이 이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우리는 더 이상 유기농이란 이름에 환호를 보낼 필요도, 더 많은 값을 지불할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사실 지금 현실이 그렇지요.
사실... 거의 모두가 거기서 거기일 것입니다.
‘유기농인증’이라는 이름의 이름값
“어느 기관도 분석 안 해요. 아무리 (농약을) 써도 친환경 농산물이예요.”
영상에 등장하는 인터뷰 中
앞서 이야기한대로 ‘유기농’은 ‘과정’입니다. ‘결과’로도 어느 정도는 이해되고 보여질 수 있는 개념이기도 하지만, 절대적으로 과정에 그 진정한 가치를 기대고 있는 개념입니다. 유기 순환 시스템을 유지하는 농사가 바로 유기농이지요. 유기농은 농부와 소비자 모두가 건강해지는 농사입니다. 작물과 텃밭 모두가 건강해지는 농사이고 말이지요.
앞선 글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유기농업 관리 시스템이 엉망입니다. 밭 여기저기에 농약병이 뒹굴고 있고, 어떤 농부는 자신이 친환경농업에 등록되어 있는지 조차 모르며, 아예 인증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까지 대행하고 있는 유관기관의 행태 등만 해도 커다란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과정’같은 건 개나 줘버리라는 식으로 느껴질 정도로 말이지요.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나마 결과로 말하자는 그들의 이야기들마저도 문제투성이라는 것입니다. 농약검사야 말로 그나마 남은 최후의 보루인데 그것마저도 엉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정말 커다란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생각해보면 그럴 법도 한 것 같기도 합니다. 친환경 농자재가 효력이 없다는 것, 약재 없이는 농사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농민, 수확을 위해 손수 친환경농가에 농약을 전해주고 있는 지자체와 유관기관. 이런 구조 속에서 인증을 담당하고 있는 기관들이 어떻게 자신의 잘못이 고스란히 드러날 제대로 된 농약검사를 진행할 수 있겠습니까.
“민간인증기관과 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올해는 엄격히 할 것이라고 했더니 농가가 자진 포기를 많이 했습니다.”
친환경 농산과 계장의 인터뷰 中
제작진이 직접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친환경인증 농산물들을 수거해 농약잔류검사를 실시했더니 아닌 게 아니라 친환경인증을 받은 농산물에서 농약이 검출되었다고 합니다. 기존분석으로는 사용여부를 알 수 없는 농약들도 함께 검출되었다고 합니다. 관행농에서도 사용하지 않고, 사용되어서도 안 될 미등록 농약이 검출되었다는 사실은, 현재의 유기농인증 시스템이 말 그대로 ‘관문만 통과하면 되는’ 지극히 결과론적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요. 미등록 농약이기에 검사 기준도 없으니 사용해도 친환경인증 통과에 아무런 상관이 없는 안타까운 현실.
출처 -KBS <친환경 유기농의 진실 2부 -농약의 유혹>
벌레 때문에 감자를 키우기 어려우니 살충제를, 병해 때문에 배추를 키우기 어려우니 농약을 뿌릴 수밖에 없다는 영상 속 농부들은 그냥 관행농부들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어 보였습니다.
딸기도 마늘도 그 어느 농작물도 약 없이는 키우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고 하며 하던 그대로, 지어오던 관행농사 그대로 이어가는 유기농부라는 말은 그저 모순이겠지요.(영상에는 수많은 사례들이 등장하니 한 번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모든 유기농부들을 매도할 생각은 없습니다. 영상의 사례가 빙산의 일각이든 절반 이상이든 아무튼 그 농부님들은 적어도 그냥 관행농사를 짓는 것과 아무 다를 것이 없는 관행농부님들이지요. 다만 친환경인증 농가라는 것만 다를 뿐입니다. 이름만 다를 뿐인 유기농.
우리는 그 이름뿐인 가치에 얼마나 많은 값을 지불하고 있는 것인지.
수많은 소길댁들
이효리씨 텃밭의 토양을 분석하고 다양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효리씨는 ‘친환경유기농인증’을 받지 않은 채 ‘유기농’이란 단어를 쓰고 자신의 콩을 판매하였기 때문에 말이지요. 인증시스템의 매서운 칼날은 이런 경우에 그 빛을 발합니다. 가짜 유기농산물을 걸러내는 곳에서가 아니라 말이지요.
출처 -이효리 블로그
분명 취지는 이해가 갑니다. 가짜 친환경농산물을 걸러냄으로서 진짜 어려운 길을 걷느라 누구보다 굵은 땀방울 흘리고 있을 유기농부들을 위한 길이라는 취지엔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입니다. 헌데 진짜 가짜를 구분하기 위해 존재하는 곳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지 못한데, 그 이름값을 지키기 위한 별개의 노력에는 누구보다 열심이니 이것이야말로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까요.
이효리씨가 어떻게 농사지었는지 저는 잘 모릅니다. 진짜 유기농으로 농사지은 콩인지 아닌지 저는 잘 알지 못합니다. 그러니 그것을 두고 옳은 처사인지 아닌지 말 할 자격이 없습니다. 다만 저는 두 가지 상황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은 친환경인증 시스템
그 시스템에 부여된 독점적 지위와 권한
저는 그 ‘고유한 이름’을 사용하는데 대한 권리를 ‘신뢰하기 어려운’ 현재의 친환경인증 시스템에 계속해서 독점적으로 부여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 효과적인 일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을 뿐이지요.
소길댁 이효리씨는 어땠는지 모르겠으니 제 이야기를 한 번 해볼까 합니다. 저는 하도 못나서 이효리씨처럼 내다 팔 만큼 무언가를 거둬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도 종종 네 식구 넉넉히 먹고 지인들 나눠 주어도 남는 것이 있을 때가 있기도 합니다. 그럴 때엔 이곳을 찾아주신 분들이나 평소 고맙게 생각하고 있던 분들에게 그 먹거리와 씨앗을 나눠드리고는 합니다.
제 농산물들은 말 그대로 친환경입니다. 작물을 키우느라 무언가를 구입하여 투입해 본 적이 없습니다. 거름과 비료에 대한 지식을 키우고자 텃밭 한 켠 아주 조그만 자리에 그것들을 쓰며 같은 작물을 심고 키워 비교 실험한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것마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봄-여름에 무성하게 자란 풀 베어다 한 쪽에 쌓아두면 자연스럽게 발효되어 흙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음식물쓰레기들을 손수 만든 고무통에 쌓아두면 그것들 역시 때가 되면 흙으로 돌아갑니다. 그것들이 우리 밭에 들어가는 퇴비의 전부이지요. 말 그대로 부산물 모두를 텃밭으로 돌려주기 위한 노력 빼고는 하는 일이 없어 창피한 생각이 들만큼의 ‘친환경농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비록 저 스스로는 친환경이니 유기농이니 하는 것들을 모두 말장난처럼 여기고 있지만 아무튼 굳이 비유하자면 제 농사는 친환경농사이긴 합니다.)
그런 제가 누군가에게 양배추 몇 포기를 건네주며 “이거 유기농이야~”했을 경우를 가정해 봅시다. 저는 그저 사실을 이야기했을 뿐인데 위법에 가까운 일을 저지르게 된 것입니다. 돈 한 푼이라도 받았다면 저는 조사를 받아야하겠지요. 실제 친환경농산물임이 입증되면 그 다음의 처사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저는 ‘인증’이라는 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실제 친환경농사 여부와는 상관없이 위법을 저질러 버린 것이 됩니다.
그와 같은 상황을 저는 쉽게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저야 아직은 판매를 위한 농사를 짓지 않으니 큰 상관없을 수도 있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친환경 농사를 짓는 농부님이 현재의 형편없는 인증시스템에 회의를 느껴 독자적으로 친환경 유기농이란 이름으로 농사와 판매를 이어간다면 그는 본의 아니게 위법을 저지르게 되는 지금의 현실. 친환경유기농 인증마크를 도용한 것도 아니고, 스케치북에 크레파스로도 그 이름조차 쓰거나 부르지 못하는. 볼드모트 같은 그 이름 유기농.
신뢰가 가지 않는 그 이름과 인증절차에 부여된 독점적 권한과 지위 덕분에 세상엔 아마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름 없는 소길댁들이 많이 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앞으로를 위해서
요즘 도시들마다 팜마켓을 늘리는 운동들이 이어지고 있더군요. 화분텃밭을 가꾸는 도시농부님들이나, 화단이라도 갖은 분들의 조금 더 넉넉한 농산물, 직거래 통로를 확보할지 모른다는 기대를 갖고 참가하신 농부님들 등 다양한 모습의 텃밭과 농작물과 농부님들을 만날 수 있는 좋은 장이 되어주는 팜마켓이 참으로 반갑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이런 상상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마켓에 나도 작은 손수레 하나 빌려다 놓고, 그 수레 가득히 우리 텃밭의 건강한 먹거리들 채워 넣고 예쁘고 귀여운 그림 아이와 함께 그려 넣으며 자랑스레 이름 써 붙여 소비자들과 만나보는 순간을 말이지요. 아이와 함께 스케치북에 먹거리 이름과 귀여운 그림 그리며 난 어떤 글귀를 덧붙일까?
‘자연농? 유기농? 친환경농산물? 자연의 먹거리?’
그 무엇이라 이름 붙이든 그 이름이 거짓만 아니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이 인정하고, 남이 인증해준 것이 아닌 스스로가 즐기고 증명할 수 있는 그런 먹거리라면 무엇이라 이름 붙이든 즐겁고 떳떳한 기분이 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때 아이가 제게
“왜 우리는 유기농이라는 말은 쓰면 안 돼?”
라고 묻는다면 멋쩍게 머리를 긁으며
“아빠가 게을러서 아직 친환경유기농 인증을 받지 못해서 그래”
라며 아이에게 미안해할 수 있을 정도로 인증 시스템이 신뢰를 회복하고 건강하게 운영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유기농’이란 그 이름값을 받고자 한다면, 그 이름에 담긴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겠지요. 그러한 노력에는 무관심한 채 누가 감히 무단으로 그 이름 부르느냐고 불호령 내릴 생각만 하고 있다면 아마도 오래지 않아 ‘유기농’이란 그 이름이 ‘관행농’보다 더 못한 대접을 받을지도 모를 일 아니겠습니까.
'유기농-친환경-건강한 먹거리'를 수호하겠다고 자처한 특공대들이 '유기농-친환경-건강한 먹거리'란 이름의 가치를 파괴하는 것과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족
사람은 꼭 그렇게 대단히 깨끗하고 영양분 넘치며 희귀하고 대단한 먹거리 먹지 않아도 건강할 수 있습니다. 관행농은 죄악이 아닙니다. 차라리 농토에 건물을 올리는 것이 낫다며 사다 먹으면 되니 농업 따위 중요치 않다는 생각들이 훨씬 죄악에 가까울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여전히 국민의 대부분은 값싼 관행농산물을 먹거리 삼아 살아가고 있고, 관행농이 이어질 수밖에 없는 사회적 요인을 무시한 채 이상론만 큰소리로 외치는 분들도 역시 공산품먹거리와 관행농산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긴 어려울 것입니다.
유기농산물이 영양이 높다고 누가 그러던가요? 유기농산물이 관행농보다 오히려 더 빨리 부패하고 상한다는 실험결과도 있습니다. 헌데 우리는 무엇 때문에 친환경, 유기농, 환경농업을 보존해야 할 가치로 여기는 것일까요?
결국 영양이 문제의 중심이라면 지금이라도 산야초나 들풀을 먹거리 삼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유기농이든 관행농이든 사람이 키운 먹거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영양가가 높으니까요.
문제는 바로 우리의 삶 역시, 우리 인간들 역시 지구라는 커다란 유기 순환 구조의 일부분임을 자각하는 것입니다. 텃밭에서 만나 볼 수 있는 그 작은 순환의 고리는 결국 지구환경이라는 거대한 고리와 같습니다. 좁쌀 한 알 속의 우주’라는 장일순 선생의 말처럼 끝없는 순환의 연결고리가 지닌 건강함은 텃밭과 지구가 함께 공유하는 것이라는 사실. 그 사실을 이해하고 조금이라도 더 ‘건강한 농업’을 위해 힘쓰자는 생각으로 접근하지 않는다면 유기농이니 친환경이니 하는 말들은 그저 수많은 경제논리와 비아냥들에 치여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입니다.
그러한 ‘공감대 형성’이 먼저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진지한 사유와 고민의 시간 없이 그것이 필요하다고 그저 외쳐대니 참여하는 혁명과 운동이란 바람 앞의 등불과도 같겠지요. 그러한 진지한 사유와 고민의 시간이 함께 한 뒤 찾아온 깨달음에서 시작된 혁명과 운동이라면 분명 꺼지지 않는 불길이 되어 그간의 잘못들을 모두 태우리라 생각합니다. 그런 확고한 동기로 ‘친환경유기농 인증 시스템’이 시작 되었다면 지금 같은 부조리는 일어나지 않았겠지요.
어쩌다 보니 옳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이상주의자’란 꼬리표를 받는 직행티켓이 되어버렸는지 모르겠는 세상에서... 한가롭게 한 번 유기농에 유감해보았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젊은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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