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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8. 25. 화요일

K리S









 

알렉시스 치프라스,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그들은 누구인가?

 

이 둘은 공통점이 많다. 치프라스는 74년생, 이글레시아스는 78년생으로 젊은 녀석들이다. 이들은 중학생 때부터 공산주의에 관심을 가지고 정치에 대한 의식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대학생 때는 편협한 공산주의에서 멀어지며 반신자유주의 활동가가 되었다. 이것을 바탕으로 그리스와 스페인 각자의 나라에서 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좌익 정치가의 길에 접어들었다.

 

2015년 1월, '시리자'라는 정당의 당대표인 치프라스는 그리스의 총리로 당선되었다. 참고로 그리스에서는 대통령이 있긴 하지만 정권이 아예 없는 상징적인 존재일 뿐, 진정한 국가 원수는 총리다. 며칠 전 시리자 당내 갈등 때문에 치프라스가 사퇴했지만 9월에 있을 조기총선에서 국민들은 그를 돌아오게 할 가능성이 높다.

 

이글레시아스는 2014년 유럽의회 의원으로 선출되었고, 2015년 말에 있을 스페인의 총선 설문 조사에 의하면 그가 대표로 있는 '포데모스'1라는 정당이 엄청난 의석수를 휩쓸 거라고 예측했다.

 

즉, 둘 다 유럽에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인물들이 되었다. 여기 젊은 빨간 녀석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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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은 치프라스, 오른쪽은 이글레시아스

 

1. Podemos’ 스페인어로 우리는 있다 뜻이다.






그들의 동향과 공약

 

그리스에서는 시리자, 스페인에서는 포데모스, 유럽 2009년 재정 위기를 계기로 우뚝 선 새로운 급진좌파의 대표 정당들이다. 구식 이념을 버리고 현실을 토대로 무거운 교훈적 연설 대신에 가벼운 어조로 상식을 호소한다. 비판을 위한 비판에 빠진 옛 극좌파의 오만한 태도에서 벗어나 늘 대화와 토론을 추구하며 적극적으로 싸우는 정치 세력을 표방한다.


공약을 간략하게 보자면:

 

▶ 조세개혁 : 누진세 제도를 강화하고, 금융거래세 도입. 사치품에 대한 중과세. 비리와 부정축재를 막기 위한 탈세와의 투쟁.

 

▶ 복지제도의 강화 : 최저임금 인상. 영리병원을 국유화하고 의료 서비스의 보편화. 사회보장제도의 확산.

 

▶ 경제의 활성화 : 정경유착을 깨고 대기업의 혜택을 낮춰 중소기업을 적극적 지원.

 

▶ 친환경 정책의 장려 : 화석 연료를 줄이고 신 재생에너지의 사용을 장려. 대중 교통수단의 개선.


정치적으로는 각자 나라의 양당 체제에 격렬히 맞선다. 처음에 그리스의 시리자는 좌파 소당들의 연합으로 생겨났고 스페인의 포데모스는 몇 명만의 인터넷방송에서 출발했으나 유로존 재정 위기를 발판으로 양당 체제에 의한 기성 질서를 위협할 만큼 영향력 있는 정당들이 되었다.



그리스의 국가 원수는 젊은 빨갱이다? 스페인도 그럴 것이다? 남유럽사람들은 미쳤나 보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수도 있다. 특히 한국에서. 한국사람한테는 치프라스처럼 젊고 ‘빨간’ 정치가가 민주주의 국가의 최고 원수가 됐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아니, 이해하기 어렵다기보다는 말도 안 되는 일이겠다. 그러나 두 가지 편견만 버릴 수 있다면 그리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1) 급진좌파는 북한이 아니다. 6.25 전쟁의 트라우마 때문에 한국사람한테는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를 악으로 보고 금기시한다. 공산주의에 대한 혐오증은 대한민국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어 메커니즘으로, 정상적이라고 본다. 그러나 그 혐오증 때문에 모든 좌파 활동가가 ‘빨갱이’가 돼버리는 것은 너무 지나치지 않은가 싶다. ‘좌파’ 혹은 ‘진보’라는 단어만으로도 예민한 것을 보면 이 문제의 심각성을 확인할 수 있다. 덧붙이자면 북한에서는 진보 세력이라는 것은 없고 오래 전부터 파시즘과 가까운 극보수적 전체주의 국가가 되었다. 시리자와 포데모스와 같은 정당과는 아무 관계도 없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는 한 남유럽에서 왜 새로운 좌파가 나타나고 있는지의 여부를 절대로 파악할 수 없을 것이다.

 

 

2) 두 번째로 깨뜨릴 편견은 유럽은 사회민주주의의 천국이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인들이 상상하는 유럽과 실제의 유럽은 차이가 있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라는 속담이 있듯 한국의 복지제도나 민주주의의 결여에 집착한 나머지 사회민주주의를 대표하는 유럽을 미화시킨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에서는 왜 급진좌파 정당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지 한국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겠다. ‘도대체 왜? 복지도 잘 돼있고, 국민들의 행복지수도 높은 사민주의에서 살고 있는데 무슨 이유로 일부 유럽 사람들은 극좌파에 끌리는 것일까...’라는 생각은 어렵더라도 배제해야 한다. 일단 유럽은 한 나라가 아니다. 모든 유럽 나라들은 스칸디나비아처럼 사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유럽연합의 긴축정책, 기업 구조조정에 의한 대형 정리해고,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비정규직화, 어마어마한 탈세 현상, 소외 계층, 자신감이 바닥까지 떨어진 장기 실업자와 노숙자, 이민자들에 대한 혐오증, 등등 유럽에서도 사회 문제가 수없이 많다.

 

‘급진좌파는 북한이 아니다.’, ‘유럽은 사회민주주의의 천국이 아니다.’ 이 두 가지 조건은 남유럽의 새로운 급진좌파의 출현을 이해하기 위한 우리의 출발점이다. 이제는 그리스와 스페인의 경우를 더 자세히 살펴보자.




20세기의 우여곡절에서

 

20세기 중반, 그리스와 스페인은 잔혹한 내전을 겪고 나서 친미 군사정권이 되었다. 미국은 소련의 영향력을 막기 위해 가난한 남유럽 나라들에게 전략적 상담도 하고 경제적 지원도 시작했다. 냉전시대의 미국은 민주주의를 표방하면서 다른 나라들의 우파 군사 세력을 지원하곤 했다. 그 중에 그리스와 스페인이 있었다. 이처럼 군사 정권들은 미국의 도움으로 경제적 발전의 길을 들어섰다.


70년대는 양 나라가 군사 정권에서 벗어나고부터 두 개의 큰 정당이 정권을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정계를 독점했다. 정계는 좌파 우파의 갈등의 장이 아닌 미지근한 중도 정당들의 보금자리가 되었다. 우익이든 좌익이든 두 정당은 정치 색깔을 잃으며 오로지 생존을 위한 조직이 되었다. 그러다 정계는 자연스럽게 비리, 정실, 부정 정경유착에 서서히 얽매이게 되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정경유착에 의해 기간산업에 부여된 혜택들이 남유럽의 경제 기적을 이루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가난한 남유럽 나라들은 늦게라도 산업화가 완성됐고, 경제 성장과 함께 유로존에 가입됐다. 그리고 스페인은 1992년 그리스는 2004년에 올림픽까지 개최하면서 20세기의 우여곡절 끝에 국제적으로 선진국으로 인정받았다.




21세기의 경제 위기까지

 

그러나 2009년 모든 것은 순식간에 다 무너졌다. 원인은 경제 위기이었다. 독일을 선두로 유럽연합은 위기감을 느끼고 남유럽 나라들을 삿대질하며 재정에 상응하지 않는 복지 제도와 지중해사람들의 천성의 게으름 맹비난했다.


헌데 OECD의 통계에 의하면 그리스나 스페인의 복지 비용은 다른 유럽나라보다 그리 높지도 않고 연간 평균 근로시간은 독일보다 높다. 참고로 OECD 국가 중에 그리스가 바로 한국 뒤의 3위로 분류되는 반면에 독일은 재일 낮은 평균으로 나온다. 누가 게으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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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OECD나라 별로 평균 근로시간 (출처 : https://data.oecd.org/emp/hours-worked.htm )

 


편견을 떠나서 유럽 경제 위기에 대해서 좀 더 상식적으로 생각해봐야 되지 않을까 하면서 남유럽 국민들한테 존엄성을 되돌려주려고 하는 새로운 정치 세력들이 나타났다. 바로 그리스의 시리자와 스페인의 포데모스이었다.




유럽 경제위기에 대한 상식


1.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위기의 여파

 

모두들 남유럽의 국가 부채 위기라고 했지만 사실은 은행권에서 출발한 금융 위기이었다. 미국은, 아니 좀 더 자세히 말하면 월스트리트는 국제 자본 흐름의 80%를 흡수한다. 이러한 높은 의존도로 인해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위기는 유럽 금융시장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미국 투자은행들의 독성자산을 가지고 있던 유럽 은행들은 큰 손실을 입기 시작했다. 유럽의 나라들은 경제 붕괴를 우려하여 구제금융을 착수했다. 남유럽뿐만 아니라 모든 유럽 나라들이 일반 국민들의 세금을 통해서 위험한 투기에 손댔던 투자은행들을 도와줬다. 그렇게 투자은행들이 부추긴 금융위기가 유럽나라들의 부채 위기로 변했다.



2. 그리스의 부채 위기와 시리자

 

그리스는 유럽 위기의 희생자가 되었다.

 

오래 전부터 그리스의 국가채무는 비교적 높았다. 장기적 무역 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늘어난 국가 부채가 잘 알려진 이유지만, 사실 그것은 그리스의 문제라기보다는 유럽 연합의 전반적인 문제였다. 그리스와 같은 적자 국가 덕분에 독일과 같은 흑자 국가가 강해질 수 있다. 원래 흑자 국가들과 적자 국가들은 상호 의존관계에 있어야 한다. 통화가 달랐다면 적절한 통화정책으로 무역수지의 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었겠지만 같은 통화를 쓰는 유럽 연합 안에서는 안 된다. 대신에 유럽연합 안에서 흑자 국가들이 적자 국가들에 투자하게 해주는 메카니즘이 필요하지만 현재로서는 전무하다. 그렇다고 그리스에 문제가 없었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무역 적자와 연결된 유럽연합의 문제를 제외하고도 어마어마한 그리스 부채의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 대규모 탈세로 인한 세수의 부족. 상선 산업의 재벌가들, 정경유착에 연루된 정치가들, 그리고 식당, 호텔, 주식, 땅을 소유하고 있는 그리스 동방 정교회, 이 모두가 탈세를 이용해서 잠재적 세수의 큰 부분을 국가에게서 빼앗았다. 전문가에 의하면 매년 그리스 GDP의 25-30%정도가 조세피난처로 빠져나가고 스위스에 쌓인 그리스의 탈세 금액은 8백억 유로로 (100조원) 추정되었다.


둘, 부조리한 군사 비용. 그 비용은 터키와의 군비 경쟁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정당화 되지만 그리스와 터키는 NATO의 회원국이며, 동시에 두 나라는 미국, 독일, 프랑스에게서 군사장비를 산다.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과연 터키와의 군비 경쟁에 필요한지 그 정당성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2009년 부채 위기가 다가올 즈음 그리스는 백억 유로짜리 (13 조원) 프랑스산 헬기와 독일산 잠수함을 샀다2. 재정에 상응하지 않은 복지비용이라고 말한 나라가 어느 나라였던가?


그렇다면 왜 이렇게도 뻔한 적자 위기를 예상하지 못 했을까? 여기에서 금융계가 다시 등장한다. 국제 금융시장을 주도하는 골드만 삭스라는 투자은행이 그리스가 돈을 빌릴 수 있게끔 재정 적자의 은폐를 도와주었다. 심지어 골드만 삭스는 그리스 정부의 은폐를 도와주는 동시에 신용부도스와프(Credit Default Swap)라는 파생상품을 이용해 그리스의 파산에 투자했다3. 완전한 내부자 거래다.


어쨌거나 2009년 말에, 마침내 금융위기를 시작으로 몇 년 동안 곪아있던 문제들이 터지면서 천문학적인 금액의 적자 상황이 세계에 드러난 것이다. 부채 위기는 곧 경기 침체가 돼 트로이카4의 전문가들이 그리스로 파견돼 나서기 시작했다.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한 구제금융을 내세우며 국가 부채를 외채로 변형시켰다.


그리스 정부는 트로이카에 경제 주권을 맡기며 구조조정과 가혹한 긴축 정책들을 실행해야 했다 - 기간 공익사업의 민영화, 사회 보장 제도의 약화, 최저임금 인하, 고용시장의 비정규직화, 등등. 이런 반사회적 조치의 결과로 경기는 더욱 침체되고 위기는 더 악화되었다. 참고로 2012년에 젊은 사람들의 실업률이 43% 까지 급증했다.


엘리트 계층이 싸지른 위기를 무고한 그리스 국민들의 희생으로 치러야 했다. 분노가 폭발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저기서 시위가 확산되었고, 화염병이 등장하면서 폭동으로 변했다. 심지어 분신자살사건까지 일어났다. 나치주의를 표방하는 황금새벽당이 등장하고 그 정당의 지지자들은 무분별 폭행을 저지르기 시작했다. 그리스는 혼돈 상태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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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서야 시리자와 치프라스가 두각을 나타냈다. 시리자는 2012년 그리스 총선에 가담한 여러 정당 중 일반 국민들의 노여움을 평화롭게 가라앉힐 수 있는 유일한 정당이었다. 위기의 진정한 주범을 과감하게 지적함으로써 일반 그리스 국민들의 분노를 정치에 반영했다. 시간이 흘러 나라 상황에 지친 그리스 국민들은 IMF에 휘둘리는 자신의 나라를 보다 못해 2015년 치프라스를 총리로 당선시키며 정권을 맡겼다.


치프라스의 정치적 움직임과 정책들에 반대할 수도 있고 비판할 수도 있지만 모든 정치가들이 고개를 숙이고 모른 척 하고 있었을 때 그 혼자 일어나 그리스 국민들을 대표하고 외쳤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이젠 야당이 아닌 여당으로서는 쉽지 않을 것이다. 7월에 보였듯이 힘이 없는 작은 그리스한테는 금융기업, IMF, 유럽중앙은행, 독일과 같은 거인에 반대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치프라스는 유럽연합과 협상할 바엔 물러나라고 하는 강경한 입장의 당원들과 긴축정책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유로존 탈퇴를 불사하겠다는 채권자들 사이에 있다. 불가능한 등거리를 찾는 대신 8월 20일에 사퇴하고 조기총선에 국민들의 판단을 호소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 지 지켜볼 만하다.


2. http://www.theguardian.com/world/2012/apr/19/greece-military-spending-debt-crisis

3. http://www.nytimes.com/2010/02/14/business/global/14debt.html?pagewanted=all&_r=0

4. European Commission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European Central Bank (유럽연합 중앙은행), IMF (국제통화기금)



3. 스페인의 금융 위기와 포데모스

 

스페인은 조금 달랐다. 스페인의 부채 수준은 유럽 평균보다 낮고 부채 위기라는 표현자체가 적절하지 않다. 스페인의 경우에는 전형적인 금융위기라고 할 수 있다. 처음에는 미국 서브프라임 위기의 여파로 스페인의 금융업이 약화되었다. 그러다 몇 년 전부터 팽창되고 있던 부동산 버블은 터지고 말았다.


실제로 2000년부터 스페인 정부는 부동산과 건설업을 토대로 경제성장을 키우기 시작했다. 분양가가 계속 상승한 데 반해 고용 시장 유연화 정책 때문에 노동 시장은 침체되었다. 서민들의 가계형편은 나아지지 않았지만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계속 키우기 위해 이자를 줄이면서까지 집 담보대출을 권장했다. 그러나 금융 규제 완화로 인해 부동산 투기가 시작되고 투자은행, 건설업, 국회의원, 등등 모두가 한통속이 되어 일반 국민들의 맹신을 이용해서 부동산 버블을 부양하고 있었다.


2009년, 미국 위기의 여파로 부동산 버블이 터지고부터 금융위기가 곧바로 경제와 사회 위기로 변했다. 건설업 회사들이 파산하고, 실업률이 두 배로 급증되고, 분양가가 떨어지고, 집 담보대출의 이자를 못 갚은 실업자들이 퇴거되기도 했다. 스페인은 불경기에 들어서고 나서야 10년 동안 자랑했던 경제 기적의 참모습을 드러내고 말았다. 국가는 즉각 구제금융을 착수하고 퇴거된 국민들을 도와주는 대신에 은행들에 자본을 퍼주기 시작했다. 또한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긴축정책을 세웠다. 그 결과는 경기 침체가 악화되고 실업률이 25%까지 올라갔다.


스페인 국민들은 참다 못해 거리로 나가 전국적으로 대규모 시위를 시작했다. 그 중에 2011년 5월, 15-M이라는 운동은 역사적 기록을 남겼다. 그 때서야 학생들과 일반 국민들은 반긴축, 반정부와 반체제를 외치며 본격적인 활동이 시작됐다. 특히 마드리드 대학교 정치학과의 한 젊은 교수는 몇 명의 친구들과 같이 인터넷 TV프로그램을 만들고 방송을 통해서 진정한 민주주의에 대한 갈망을 부양했다. 이 젊은 교수는 파블로 이글레시아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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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에서 15-M 운동 (2011년 5월 15일)

 

2012년, 경제상황의 악화로 인해 IMF와 유럽연합의 전문가들에게 기댈 수 밖에 없었다. 트로이카는 예상대로 심화된 긴축정책 아래서 대형 구제금융을 시작했다. 그러나 경기 침체의 상태에서 긴축정책을 세운다면 더 심한 불경기로 빠지기 마련이다. 2013년, 실업률이 27 %까지 올라가고 설문 조사에 의하면 무려 70%나 되는 대졸 젊은 사람들이 다른 나라로 이주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나왔다. 반면에 위기를 일으켰던 은행들은 완전히 회복됐고 부동산 버블을 부양했던 투자은행의 경영진들은 황금낙하산을 받고 조용히 빠져나갔다.


2014년, 이글레시아스는 지지자들을 모아서 포데모스라는 정당을 만들었다. 그리스의 시리자에 못지않게 포데모스는 위기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상식적으로 비판하며, 시민들의 고통을 정치 문제로 해석할 수 있었던 유일한 정당으로 나타났다. 이글레시아스는 유명한 TV프로그램에 출현해 어느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쉽고 새로운 표현방식과 그 만의 통찰력을 이용하여 토론했다. 인기가 많아진 이글레시아스는 유럽의회 의원으로 당선되었고 몇 개월 후에 있을 스페인의 총선에서 포데모스는 스페인의 양당 체제를 흔들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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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월간 설문조사의 결과

참고로 파란색은 중도우익이고 (PP), 빨간색은 중도좌익이며 (PSOE), 보라색은 포데모스다

(출처: http://en.wikipedia.org/wiki/Opinion_polling_for_the_Spanish_general_election,_2015)




한국사람들이 고려할 만한 점은?

 

그리스, 스페인, 한국... 각 나라들만의 역사와 체제, 문화, 정서를 가졌기 때문에 절대 가볍게 비교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다른 나라의 경험에서 배울 수 있는 점은 많다. ‘우리는 안돼’라고 체념하기 전에 ‘그럼 우리는 뭐를 어떻게 할 수 있을까?’라고 현재 상황을 돌이켜 생각해보는 것도 긍정적인 자세다.


그렇다면, 한국사람들이 그리스나 스페인한테서 배울 점은 무엇인가?


일단 정계를 독점하는 양당 체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즉, 군사 정권 이후부터 5년마다 이름만 바꾸며 정계를 독점해왔던 새누리당과 야권의 주역을 맡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양당 체제를 흔들 수 있다는 얘기다.


정치는 선악 논리로 보는 것이 아니다. 나는 우파는 나쁘고 좌파가 좋다고 말하기 위해 쓴 글이 아니다. 정치와 정당의 역할은 시민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이고 대변자들이 건전한 토론과 논쟁을 하여 시민들의 의사를 법과 정책으로 올바르게 옮기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한국에서는 보편적 복지 제도는커녕 비정규직은 늘어만 가고, 억울한 노동자나 약자들도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다가 민주주의 국가가 맞나 싶을 정도로 삼권분립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해야 되는 언론인들은 명예훼손의 위협으로 침묵하고 있다. 약자들이 묵묵히 더 약해지는 대한민국에서 사람들은 왜 계속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것일까? 분노가 충분히 쌓였을 법도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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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아주경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 소위 진보라고 하는 야당이 정치적 매력이 없어진 것이 분명히 한 몫을 한다.

 

새누리당은 보수적인 정당이고 경제성장에 집착하여 복지 후퇴, 대기업의 법인세 인하와 규제 완화, 친기업 정책을 장려하며 신자유주의를 대표한다. 우파다운 우파 정당이며 일관성이 있다. 자본가를 대표하면서 자본가를 위한 정책을 세운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진보 정당이라고 표방하지만 언행불일치의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약자나 노동자의 편이라고 하면서 친기업의 신자유주의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 우파같은 좌파 정당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민주주의를 위해서 자신들의 피를 흘리고 열정적으로 싸운 투사들의 정당이었지만 지금은 일관성이 낮고 무미건조한 태도로 중도 정당의 성향을 보인다.


양당 체제는 우파만큼 일관성 있는 강한 좌파가 있어야 바뀔 것이다.


1997년 한국의 경제 위기는 충분히 파괴적이었다. 또 다른 위기가 나타나기 전에 의식해야 한다. 번영하는 복지국가, 제대로 된 일자리, 탈세와의 투쟁, 금융 규제화, 몇몇 재벌에 의존된 경제의 개혁, 신용에 의한 과소비 완화, 그리고 무엇보다도 민주주의의 강화... 위급한 숙제들이다. 그렇기에 대한민국도 강한 신흥 좌파가 필요하다. 해결책을 즉시 제공하는 마법과 같은 좌파라기보다는 위급한 체제적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정치적 아레나의 중심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새로운 세력 말이다.


그러려면 젊은 사람들이 나서야 된다. 3.1. 운동, 5.18 민주화 운동 등 한국의 20세기를 돌이켜 보면 젊은 사람들이 역사를 좌우했으나 요즘 젊은이들은 무관심하다. 정치얘기를 하면 늙은이 취급을 하는 둥 재미없다는 둥 무시하기도 한다. ‘모르면 그냥 가만히 있어라’, ‘나만 행복하면 되지’, ‘나선다고 뭐가 달라지냐’, 불평등한 체제에 항복하고 체념한 모양이다. 젊은 사람들이 정치, 경제, 사회에 무관심할수록 나라가 보수적일 수 밖에 없다.









K리S (교정 : KIMA)


편집 : 딴지일보 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