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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08. 25. 화요일

물뚝심송









우울한 한반도


태풍이 북상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부슬비가 내리고 있으며, 남부지방은 이미 지리산 작두라는 예명을 가진 태풍 고니의 영향권에 들어 강풍이 불고 있다고 한다. 태풍이야 여름철이면 서너 차례씩 한반도를 방문하는 단골손님이고, 오면 반드시 간다는 자연의 흐름에 절대 순응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4대강 녹조나 남해안 적조처럼 태풍이 청소해 줄 수 있는 것들과 달리, 해방 이후 70년, 거의 백년이 다 되어가도록 사라지지 않고 한반도 상공을 뒤덮고 우리를 우울하게 만들며 끈적거리는 것들이 있다.


아무리 반복해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지구상 최후의 분단국가 남한과 북한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 그 위기상황이 초래하는 긴장의 연속은 365일 24시간 바로 등 뒤에 달라붙어 우리 사회가 좀 더 밝고 명랑해지는 것을 막고 있다. 또 수시로 발작을 일으키며 우리의 피와 살을 뜯어가곤 한다.


아, 우울해...



사건일지


2015년 8월 4일, 한반도의 허리를 가르고 있는 비무장지대에서 대한민국 국군 소속의 두 젊은 하사가 철책 통문 근처에서 지뢰를 밟는다. 21세의 하 하사는 이 사고로 인해 우측 무릎 위와 좌측 무릎 아래가 절단됐고, 23세의 김 하사는 우측 발목이 절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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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사고 직후 남측은 ‘대북 강경 대응’을 선언했고, 대응책의 일환으로 확성기를 이용한 대북 방송을 재개한다. 이는 2004년 대북 비난 방송이 중단된 이래 최초의 조치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북측은 8월 20일 15시 경 14.5mm 고사총을 한 발 쏘았고, 16시 경 직사화기 76.2mm 세 발을 쏜다. 14.5mm 고사총은 대단한 화력은 아니고 대공기관총 정도의 화력을 갖고 있지만, 남측의 대북 방송 개시에 응대하기 위해 스피커를 표적으로 하는 직접적인 포격이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고사총은 아서-k 기종의 대포병 레이더에 검출되었고, 실제 포연이나 탄착점이 정확하게 포착된 것은 아니어 보인다. 이에 관한 실질적인 증거는 아직 국방부에서 발표하지 않고 있다. 2차로 발사된 직사화기는 포연이 관측되었다. 남측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17시 경 155mm 29발을 북측에 발사한다. 원점 대응 같은 실질적인 타겟이 있는 포격은 아니었고, 북한군 GP 근처에 대고 쏘는 위협사격 정도였다. 하지만 이 포격사건으로 인해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연천 일대의 주민들에게는 대피령이 떨어지고,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소집되고, 강화도 주민(갑자기 강화도는 왜?)들에게도 대피령이 떨어지는 등 전 세계 언론들이 모두 주목할 정도로 사태가 악화된다.


북측은 22일 오후 5시로 기한을 정해 대북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을 개시하겠다고 선포를 했고, 이 부분에 대해 북한 표준시인가 남한 표준시인가를 놓고 설왕설래가 있었다. 북한 표준시가 최근 아무 이유 없이 30분 변경된 것에 따른 웃지 못할 해프닝이라고 할 수 있다.


워치콘은 4에서 3단계로 승격되고, 여기저기에서 주민들에게 대피령이 떨어지고,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엉뚱하게도 청와대 벙커나 한미연합사가 아닌 3군사령부에 가서 군복 코스프레를 시연하신다. 군 내부의 지휘 계통을 아는 사람들에게야 웃음거리였겠지만 현직 대통령이 군복을 입고 일개 야전군 사령부 작전지휘실 한 가운데에 앉아있는 모습은 세계 언론의 흥미를 유발할만한 기괴한 풍경이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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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점은 이렇게 긴장이 고조되는 대치국면에서는 서로 이런 저런 무력시위를 하거나 엄포를 날리는데, 북측은 주로 주중대사나 주러대사등 관료들의 입을 통해 엄포를 날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질적인 무력시위는 남측이 더 많이 실행한다. 주민 대피령과 동시에 주한미군 제210화력여단이 전투태세로 돌입한 것, F-15K와 F-16 전투기 8대로 이루어진 한국공군-미군 혼합 전투비행 편대가 강원도 앞바다에서부터 경기도 오산까지 편대 비행을 한 것을 들 수 있겠다. 210화력연대는 그 유명한 M270 MLRS 다연장 로켓포를 다수 보유한 부대로 사실상 화력의 끝판왕급 부대이기도 하다. 이런 남측의 무력시위에 대해 북한은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못한다. 하다못해 흔한 미그기 한 대 못 띄운다. 정말로 기름이 없는 걸까? 아니면 잠수함 띄우느라 기름을 다 쓴 걸까? 물론 항공기 기름과 잠수함 기름이 다르다는 사실 정도는 안다. 아니면 그저 돈이 없는 걸 수도 있겠다.


그러면서 최후통첩의 시한이 다 되기 전에 남북고위급 회담이 성사된다. 더 우울한 내용은 이렇게 남북양측이 물밑에서 고위급 회담을 성사시키기 위한 접촉을 하는 동안에도 여야의 대표들은 이 사실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야당 대표인 문재인 대표는 남북고위급 회담을 해서 긴장을 완화시키라는 주문을 했고, 여당 대표인 김무성은 지금 국면에서 강경대응을 해야지 무슨 회담이냐고 반발을 했다. 양측 모두 정부로부터 아무런 귀띔을 받지 못한 거다. 시간이 지나 고위급 회담 성사 소식이 알려졌을 때 얼마나 뻘쭘했을까.


최종적으로 47시간의 마라톤 회의 끝에 남북 고위급 회담은 합의문을 도출했고, 몇 주간 한반도를 뒤덮고 있던 긴장의 먹구름은 한 순간에 소멸되었다. 그러나 긴장의 먹구름이 가셨다 하더라도 분단과 분단에 의한 대치상황은 그대로다. 돌이켜 보면 변한 것은 하나도 없다.


여기까지가 시간 순으로 살펴본 이번 사건의 전모다.



또 우울한 한반도


한반도를 강점하던 일제가 물러간 것이 벌써 70년 전이다. 그 이후 한반도는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남북으로 분단되었고, 분단 직후 엄청난 규모의 내전을 겪는다. 바로 6.25 한국 전쟁이다. 그 이후로 한반도의 긴장상태는 하루도 풀린 적이 없다. 분단에 의한 대치는 남북 모두를 전 세계 랭킹 탑10에 들어갈 수 있는 군사대국으로 만들었고, 남한에는 아예 주한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중이다. 중국 역시 북한의 군사적 우방으로 엄청난 지원을 퍼붓고 있으며 알게 모르게 북한 영토 내에 주둔한 중국군도 꽤 된다는 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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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접경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보이는 장갑차와 탱크

중국의 한 네티즌이 본인의 웨이보에 올린 사진이다.


어떤 암울한 긴장상태도 몇 십 년 이상 지속되면 익숙해지고 평화적으로 녹아내리기 마련이다. 칼같이 대치하던 동독과 서독도 통합된 지가 벌써 수십 년이 지난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남북관계는 조금도 녹아내리지 않았다. 주변의 강대국들이 ‘지속되는 긴장’을 원하지 ‘긴장의 원천적 해소’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반도 내에서 전면전이 발생할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하나 통일이 될 가능성도 그다지 높지 않다. 그저 소소한 도발과 국지적 성격의 충돌만이 가능한 상황이 유지되고 있다.


왜 그럴까? 분단을 유지하는 원심력이 통합을 원하는 구심력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주변 강대국들이 통합을 원치 않고, 그 욕망을 넘어설 만큼의 강력한 통합 의지가 없다. 아니, 오히려 남북 양측 모두 실제로 통합을 원하는지 의심이 갈 정도로 분단 상황을 즐겨 이용하곤 한다. 이 점은 역사적으로 너무나 잘 알려져 있다. 7.4 남북 공동성명이 통일을 위한 포석이 아니라, 북의 김일성 정권과 남의 박정희 정권이 각자의 통치를 공고히 하고자 하는 정치적 쇼였던 것처럼 말이다.


사실 이런 군사적 위기상황은 독재자들의 내부통치용으로는 더 이상 좋을 수가 없는 수단이다. 지지율이 하락할 때마다 여지없이 불어오는 북풍이 바로 그 증거다. 북이 원할 때에는 북측이 도발을 한다. 그러면 한반도 내의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한바탕 태풍이 몰아치나 화해를 하고 원점으로 돌아간다. 남이 원할 때에는 북측에게 돈을 주고 도발 하청을 준다. 또 한반도에는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한바탕 태풍이 몰아치지만 화해를 하고 원점으로 돌아간다. 매커니즘이 정확하게 같다. 이런 매커니즘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도발이 발생하고 긴장감이 조성되면 두려워한다. 그리고 두려움은 국가와 사회의 명랑성을 후퇴시킨다.


“그래, 우리는 아직 전쟁 중인 나라였지. 그러니 독재 좀 하겠다는데 어쩔 수 없지.”


이러면서 양보를 해 준다. 그게 아주 체질이 될 정도로 몸에 배어 버렸다. 이렇게 분단 상황을 이용한 도발 쇼는 아주 전통적이고 정기적인 행사가 되어 버린 걸 도대체 어째야 할까? 그래서 한반도는 우울한 거다. 그런 사람들에게 도발이 아닌 남북 정상대화를 하고 북한과 실질적인 협상을 하는 김대중과 노무현 대통령이 얼마나 이질적으로 보였을까를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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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새벽 남북 고위급 접촉이 막을 내렸다.


이렇게 일상적인 도발과 화해가 반복되는 한반도는 우울하다.



왜 그랬을까?


우울하든 말든 다 좋다고 치자. 이번 도발은 도대체 누가, 왜 일으킨 걸까?


모든 사건의 발단은 목함지뢰 폭발이었다. 그런데 정말 북한 병사가 군사분계선과 DMZ를 넘어 남측 통문까지 살금살금 기어와 항일유격전 시절에나 썼음직한 목함지뢰 세 발을 묻어놓을 것일까? 그것도 남측 통문 앞에 대검으로 땅을 파서?


물론 현재 상황에서는 그 이외의 논리적인 해답은 없다. 대한민국 국군이 한반도 긴장상태를 초래하기 위해 자국의 젊은 병사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자작극을 기획했다는 음모론은 예측 하지도 말고 입에 담지도 말기로 하자. 그건 우울함을 넘어 비참한 일이다. 돈 가방을 싸들고 정상회담 구걸하러 갔다가 돈이 부족해서 쫓겨난 것만큼이나 비참한 일이다.


하지만 사건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왜?”라는 질문을 입에 달고 살아야 한다. 도대체 왜 북한은 지뢰를 묻었을까? 다양한 가설이 난무하지만 그 중 가장 합리적인 것으로 보이는 가설을 하나 설명하기로 하자.


모든 문제의 시초가 ‘북-중 관계의 악화’였다는 해석이다.


물론 북한의 대외 전략에 대한 기조는 ‘생존’이다. 북한은 이 생존을 위해 자신들의 생존을 가장 위협하는 미국과 대화를 해야 한다. 그것도 미국 측이 양보를 전제로 숙이고 들어오는 형식의 대화를 해야 한다. 그래서 보통 북측의 도발은 언제나 미국을 상대로 하는 시위다. 지뢰사건 역시 유엔사가 먼저 나서서 조사를 하고 미국이 먼저 대응책을 마련했다. 관습적으로 북이 도발을 하면 미국이 나서서 조사를 하고 남측은 미국의 판결을 기다린다.


그런데 이번엔 미국이 뒤로 빠져 버렸다. 특별한 조치도, 특별한 입장 표명도 없이 남측에게 일을 넘기고 뒤로 빠졌다. 갑자기 관찰자의 역할로 물러났다는 것이다. 오히려 중국의 대응이 더 신속했다. 북-중 국경지대에 중국의 정규군들이 이동하는 것이 포착되기도 했고, 발 빠르게 물밑대화를 시도한 정황도 포착된다.


즉, 과거와 다른 점은 바로 ‘북-중 관계’에 있다.


상징적으로는 다가오는 중국 최대의 명절인 전승절에 박근혜 대통령을 초청한 것을 들 수 있겠다. 비록 중화인민공화국이 중공이 아니라 중국으로 대접이 바뀌고, 국교관계도 생겼지만, 만약 남북 간에 충돌이 발생한다면 당연히 중국은 우리의 적국이 된다. 그런 적국의 군대가 우리 대통령 앞에 서서 사열을 받고 충성을 맹세하는 광경은 중국이나 우리에게는 별 문제 없겠지만, 북한의 입장에서는 참기 힘든 ‘친구의 배신’으로 보일 수도 있다. 거기에 비공식적인 형태지만 중국이 대북한 경제지원의 폭을 줄이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도 솔솔 나오고 있다.


또 해킹에 의해 노출된 문서이긴 하지만, 북한 정권에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중국이 ‘북한의 영토를 미, 중, 러, 남한 4개국이 공동 통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는 루머까지 돌고 있는 중이다. 물론 확인된 사실은 아니며 현 상황에서 가능한 제안도 아니겠지만 어쨌든 북한은 진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일 거다. 결국 김정은의 입에서 ‘중국X들에게 역사와 오늘이 다르다는 것을 똑바로 알게 해주겠다’는 폭언이 나왔다는 소문까지 흘러나오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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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은 미국과 함께 중국을 끌어들이고 싶었던 것이다.

<동아일보>



회담의 결과


남측은 북에게 ‘지뢰사건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 요구’를 협상 목표로 하고 회담에 참여했다. 북측도 나름대로 들고 왔겠지만, 실제로 북한이 관심 있는 것은 남한이 줄 수 없는 것들이기에 그저 대외적으로 아름답게 보이는 얘기들만 들으면 된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정확하게 그대로 나왔다. 남측은 5.24 제재조치를 해제하지는 않고, 그냥 대북 방송을 중단하고 이산가족 상봉이나 지속적인 남북 대화를 한다는 정도의 선물을 북에게 준다. 그 대신 북은 사과는 절대 아니지만 남측에서 ‘우리는 사과를 받았다’고 선전할 수 있는 만큼의 유감을 표시하는 걸로 합의를 본다.


이게 사과네 아니네 싸울 이유도 없다. 어차피 외교라는 것은 그런 거니까. 재발방지 약속이 없었다는 것도 문제가 안 된다. 앞으로 지속적으로 벌어질 남북대화에서 구체적인 재발방지 노력을 서로 하기로 합의했다고 하면 되니까. 실제로 김관진 협상 대표는 그런 식으로 표현을 한다.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남북 고위급 접촉 공동보도문 발표

<조선일보>


궁금한 것은 실질적인 결과이다. 과연 미국은 뭘 줬을까? 사실상 별로 줄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그저 남한 정부를 통해 남한 정부가 줄 수 있는 걸 주는 것에 대해 ‘허락’하는 게 미국의 선물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미국은 실제로 북-중 관계가 얼마나 악화되었는지, 과연 이 상황에서 중국은 북한에게 뭘 주는지를 보고 싶었을 것이다.


제일 중요한 것인 ‘과연 중국은 북에게 뭘 줬을까?’이다. 무슨 약속을 해주고, 무슨 양보를 해 줬을까? 그건 절대로 실시간으로 알아낼 수 없는 얘기다. 그래도 앞으로 북한과 중국의 관계를 유추할 수 있는 사건들이 생길 때마다 우리는 이번 사건으로 인해 중국이 북한에게 준 선물이 이거였구나 하는 점을 추정할 수 있다.


47시간 마라톤 회의가 왜 47시간이 걸렸는지 이 정도면 알 수 있다. 남북의 대표들은 뭐 그다지 할 얘기도 없었을 거고, 살아가는 얘기나 나눴겠지. 단지 북한이 중국과 미국과 얘기할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라는 점을 서로 알고 있었을 테니 말이다. 


여전히 우리는 한반도에서 벌어지는 일에 들러리를 설 뿐이라는 현실이 한반도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우리에게는 무엇이 남았는가


미국이고, 러시아고, 중국이고, 다 소용없다. 과연 우리에게, 대한민국에게는 무엇이 남았을까?


분단으로 인한 남북의 대치상황,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 휴전선 근처의 긴장 고조와 해소, 한국 전쟁 이후 정례행사로 치러온 일이니만큼 별다른 소회도 없다. 남북 회담의 결과 한반도의 긴장 상황이 완화된 것, 전쟁을 하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 그나마 좋아 보이지만 전형적인 착시현상이다. 전문용어로 그런 현상을 ‘병 주고 약 주고’라고 한다. 더 좋아진 것은 하나도 없고 딱 그대로, 도발 직전의 상황으로 돌아간 것뿐이다.


북한의 사과를 받아낸 것? 유감 표명을 사과라고 좋아하고 싶다면 그 빈약한 자존감을 비웃어 줄 일이다. 일본이 유감이라고 하면 사과 안했다고 욕하고, 북한이 유감이라고 하면 필살의 사과였다고 칭찬하고... 이러지 말자.


우리에게 남은 것은 단 하나, 현직 대한민국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가 상승한 것뿐이다. 정권의 안전이 한층 더 보강되었다. 심지어 여야 당대표에게 물을 먹여가면서 말이다. 그거, 정파를 떠나 대국적인 견지에서 보면 그리 나쁜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그 ‘지지율 상승’이라는 알량한 대가를 위해 우리가 지불해야 했던 것을 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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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미터>


20대 초반의 아름다운 청년 둘이 다리를 잃었다. 그 ‘정권의 안정’이라는 가치가 이 젊은이들의 일생을 망가트려 버릴지도 모르는 끔찍한 상처와 맞바꿀 만큼 중요한 것인가?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려 신음하는 것은 언제나 일개 민초들이었지만 이런 피흘림에 도대체 무슨 가치가 있는 것인지 나는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겠다.


이래서 한반도를 뒤덮고 있는 우울함은 나에게 슬픔으로 다가온다.



뱀발


애국심 마케팅 이런 것들은 그냥 피식 웃으며 흘려보내도록 하자. 대신 전역을 연기하겠다고 나선 젊은 친구들, 그냥 육군 규정대로 정시 전역시켰으면 좋겠다. 그들은 이미 국가에 대해 할 만큼 한 젊은이들이다. 사회에 나와봐야 군대보다 더 열악한 상황이라 하루라도 더 세상에서 제일 편한 병장놀음을 하고 싶다면 뭐 굳이 말리지는 않겠다만..







물뚝심송


편집: 딴지일보 챙타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