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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2. 15. 월요일

SamuelSeong









1. 인도 ISIS전사


지난달 말, 볼리우드 코미디를 연상하게 만드는 기사들이 인도 매체들을 달구기 시작했다. 23살 먹은 인도 대학생 하나가 ISIS가 벌이는 '성전의 전사'가 되겠다고 이라크로 넘어갔는데, 토목공학을 전공했다는 이유로 공사현장에서 막노동하는 것부터 시작, 화장실 청소, 물당번 등을 시키는 것에 꼭지 돌아서 집으로 돌아 온 것. 특이 사항은 '집에 갈라요'라고 하니까 '응~ 그래. 차비해'라며 2000달러를 쥐어줬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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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아시아투데이


터키 이스탄불로 넘어온 그 청년은 부모의 노력으로 인도로 돌아왔지만 국가에 반하는 용병 활동 등의 이유로 인도 국가 수사국 NIA에 의해 체포되었고 12월 8일까지 구금된 상태로 조사를 받고 있다.


뭐 우리나라 매체에 달렸던 댓글들이야 '토목공학 전공이라고 노가다라니, ISIS도 한국군과 비슷하구나'라는 이야기부터 '퇴직금'을 받았다는 것을 두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나왔지만 비교적 웃자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한국 매체들이 받아쓴 인도 매체들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좀 깬다. 두 개만 보자. 



Please don't tell me the cops are that gullible to buy their story. First of all, ISIS is recruting people from all over the world, especially now that many of their soldiers have been killed. In such a situation, are they mad to hand over 2000US Dollars to let go of three of their soldiers? 2. Clean toilets is last thing on these guys mind. For ruthless, barbaric killers, do you think dirty toilets is something they'll even be bothered about? And anyway, they are out there in the open dessert, engrossed in all the shittiest business!! 3. I honestly believe these guys have been sent back to influence and regroup more soldiers. Wake up INDIA! Stop behaving like a gullible idiot. Our country is under threat. My advice is send these guys right back to wherever they've come from. They committed treason and that's enough to take their right to live in India.


제발 경찰들이 이런 말두 안되는 소리에 낚이지 않았으면 좋겠어. 무엇보다 ISIS는 전세계에서 모병하고 있다고, 특히 요즘은 그들 군인 중 상당수가 죽었기 때문이지. 이런 상황에서 병사 셋을 보내주면서 2000불을 줬다는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너넨 그 무자비하고 야만적인 살인마들이 화장실 지저분한 것을 신경쓸 것 같아? 화장실 청소는 거의 생각하지도 않을 인간들이란 말야. 솔직히 난 이 자식들을 풀어준 이유는 모병을 위해서 일거라고 생각해. 정신차려 인도! 멍청하게 낚이지 말라고. 우리 나라는 현재 위협에 처해 있다고. 난 이 자식들을 모두 그들이 돌아왔던 곳으로 보내야 한다고 생각해. 이 인간들은 반역죄를 저질렀고, 그것만으로도 인도에서 살 자격은 없다고.


출처 - 인디아타임즈

 



Some sleep cells are closely with us. Thye will slip away from the main stream of the human society to join ISIS. ISIS fighters are schizophrenic people. However hey are short-lived creatures but too dangerous, need to be completely annihilated from the earth.


우리 바로 옆에 몇몇 슬리퍼 셀(지령이 있을때까지 잠입해만 있는 간첩)이 있어. 그들은 인류 사회 주류로부터 벗어나 ISIS에 가입할 거야. ISIS전사들은 정신병 환자들이라고. 어찌되었건 이 놈들은 장수하진 못하지만 졸라 위험한 놈들이야. 반드시 지상에서 멸종시켜야 해.


출처 - 상동

 

 

얼랄라? 뭔가 좀 꾸리한 느낌 안 드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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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오마이뉴스





2. Taj Mah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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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굴제국 건축물 중 최고라고 할 수 있는 타지마할, 다들 아시다시피 무굴제국의 황제 사쟈한(Shah Jahan)이 세 번째 마눌인 뭄타즈 마할이 아이를 낳다가 죽자 그녀를 기리기 위해 무려 21년간 지은 환상적인 건축물이다.


지금이야 인도 공업지대 한 가운데에 있는 덕택에 항상 뿌연 스모그에 쌓여 있어 몇년마다 주기적으로 인도 전통 미용 기술이 첨가된 머드 팩으로 닦아내고 있지만, 대리석의 원래 색이 보존된 곳은 감탄사만 나온다. 돌이 어떻게 저리 투명할 수 있냐는 찬사와 함께. 하지만 이런 대규모 건축사업은 돈 먹는 하마인 법.


사쟈한 황제가 바로 이 옆에 똑같은 규모, 색깔만 다르게 해서 자신의 무덤을 만들겠다고 하니, 나이 마흔의 황세자가 쿠테타를 일으켜 아버지를 붉은 성에 가둬버린다.


그가 바로 정복왕 아우랑제브(Aurangzeb)다. 아무리 아버지라지만 마눌 무덤 하나 만든다고 국고를 탕진하는 꼴을 두고 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게 아무리 이성적으로는 이해가 된다고 하더라도 정권의 전통성은 약했다.


아마 영화 '황산벌'의 대사 중 이런 것이 있다. 


"보라우. 니 아바디 당태종이가 형제들 쳐 죽이고 황제 된 것도 하늘이 정해준 질서네?(김춘추가 정권의 철학적 정통성을 거론하자) 정통성? 기래. 내레 쿠데타 일으켜서 정권잡았다. 와? 김춘추 너레 반쪽자리 왕족 주제에 김유신이랑 짝짜꿍해서리 정권 잡디 않았서? 의자왕, 니 아바이도 서자디? 여기 정통성 있는 놈이래 누구래 있어야?! 전쟁은 정통성 없는 것들이, 정통성 세울려고 하는 기라야!"


대사대로다. 정통성을 세워야 했던 아우랑제브 시대, 전쟁을 통해 무굴제국의 영토는 최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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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부왕 시절까지만 하더라도 황제가 각 종교 지도자들을 불러 교리를 토론하게 할 정도로 관용적이었던 무굴제국의 종교정책은 180도로 바뀐다. 이슬람이 아닌 모든 것을 다 때려 부순 것. 힌두교도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라마신의 사원이 가장 많이 부서졌다. 심지어 그가 다스렸다고 하던 아요디야(Ayodhya)에 있던 라마사원까지. 이미 무굴제국의 초대 황제인 바부르(Babur)가 부수고 거기다가 이슬람 사원인 바브리 마스짓(Babri Masjid)을 1527년에 세웠지만, 그 주변에 있었던 라마 사원의 흔적은 철저하게 가루로 만들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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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성에서 본 타지마할


마눌 무덤 만든다고 국고를 탕진했던 것이 얼마나 미웠는지 아우랑제브는 붉은 성에 가둬놓고 물도 제대로 안 줬다고 한다. 2006년 5월에 저 곳에 갔었는데, 40도는 가볍게 넘어주고 있었는데 그런 곳에서 물 조차 제대로 안 줬으니...


근데 이 이야기를 왜 하냐고? 바로 다음 이어지는 이 이야기를 하려면 이것도 꼭 해야 하거든.




3. 아요디아 사태 & 인도열차 습격사건


아요디아에 세워졌던 바브리 마스짓은 1992년 약 15만명의 힌두교도들이 폭동을 일으켜 파괴해버렸다. 이거 정치적 기획이었다.


1991년 5월에 치뤄진 인도 총선에서 인도인민당(Bharatiya Janata Party, 약칭 BJP)이 처음으로 전국 정당으로 약진했었다. 인도는 인구 13억이 넘는 나라고 인구 1억이 넘는 주도 여럿 있다보니 지역에서 활동하는 정당들은 셀 수도 없지만 전국정당은 몇 개 없다. 네루, 인디라 간디, 라지브 간디로 이어지는 집안이 이끄는 인도 국민회의(National Congress 약칭으로 NC), 그리고 인도인민당(Bharatiya Janata Par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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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국민회의(왼쪽)과 인도인민당의 상징 깃발


그런데 바로 이 인도인민당의 강령 중에 하나가 힌두트바, 즉 힌두교들의 나라를 만들겠다는 이야기다. 인도 독립의 아버지들은 절대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힌두교도들의 나라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그들은 세속주의 국가를 만들겠다는 확실한 목표를 가진 이들이었다.


그래서 RSS 같은 극렬 힌두교도들이 간디를 암살했던 것이고. 그런데 바로 그 간디를 암살한 조직인 RSS가 대거 포진해 있는 정당이 바로 인도인민당이다.


이 양반들, 1991년 5월의 총선 선거운동을 라마와 함께 가장 인기있는 신인 크리슈나신이 죽었다고 믿어지는 곳이자, 인도에서 가장 큰 사원이자, 무슬림에 의해 초토화되었던 적이 있는 솜나트라는 곳에서 행진을 시작해 라마가 탄생한 아요디아에서 끝내는 것이었다.


시작하는 곳이 무슬림에 의해 뽀작난 사원이 있는 곳, 도착하는 곳도 마찬가지. 이거 냄새가 강렬하게 나지 않는가? 1992년 12월 6일 바브리 마스짓이 파괴되는데, 그 즈음에 인도에선 전국적으로 종교분쟁이 벌어져서 2000~3000명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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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기사 - 시사인


그리고 이 사건에 대한 보복이 벌어진다.


2003년 2월 27일, 인도 구자라트 주의 구드라 역 근처에서 무슬림이 힌두교도들을 습격, 아이 15을 포함한 57명이 죽고 기차가 전소하는 일이 벌어진다. 이 참사 이후, 힌두교도들의 보복으로 수천명의 무슬림들(대략 1500~3000)이 죽고 최대 50만명의 무슬림이 고향을 등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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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사건에 대해 공식 조사단을 파견한 EU는 무슬림에 대한 힌두의 인종 청소라는 격한 표현을 썼었다. EU보고서에 의하면 구자라트 주의 어지간한 도시에서는 힌두들이 무슬림 마을을 습격했고, 이 와중에서 무슬림 일가족 6명이 지프를 타고 인도를 탈출하는 도중, 힌두들에게 잡혀 산채로 불태워지기도 했다고 한다.


자세한 내용은 요즘 인도/홍콩/오끼나와 환타로 불리는 양반의 블로그 이 글을 참고하시면 되겠다. (본지에서 분리해나간 노메드에 기사가 올라가 있어야 하는데 인터넷 느린 네팔에서 검색할 방법이 없어서 필자를 졸라 블로그에 올려놓게 했다.)




4. 종교로 분리된 나라


많이들 알겠지만 인도대륙은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하면서 나라가 쪼개진다. 동, 서파키스탄과 인도로, 그리고 동파키스탄은 다시 방글라데시로 떨어져 나간다. 이 과정에서 수십만 명이 죽어 나갔고, 이후에도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은 형태의 종교분쟁은 심심찮게 벌어져왔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체포된 대딩의 이름은 아리브 마지드(Areeb Majeed). 그런데 Majeed는 전형적인 무슬림 성씨다. 그리고 이 대딩이 이라크로 향한 것은 지난 5월로 인도의 총선이 끝났던 시점되겠다.


올해 2014년 4월 7일부터 5월 12일까지 진행된 인도 총선은 인도인민당 (Bharatiya Janata Party)이 중심이 된 국가민주주의연합(The National Democratic Alliance)이 압승을 거뒀다. 총 543석 중에서 인도인민당은 과반인 272석을 훌쩍 넘어선 282석을, 연정파트너들을 모은 국가민주주의연합은 총 336석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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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올해 총선의 결과로 제15대 인도 수상이 된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는 2001년 10월 7일부터 2014년 5월 22일까지 구자라트의 제14대 주지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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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청년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구자라트 학살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날뛸 대상이 과반을 훌쩍 넘는 지지를 얻어 수상이 된 거다. NIA의 조사가 꽤 빡세게 진행되고 계속 후속 기사들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전후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주간조선의 최준석 편집장, 그리고 인도 특파원 경험도 있고 인도에 관한 책도 쓴 바 있는 KBS의 이재강 기자는 이런 전후사정 잘 알고 있는 분들이다. 하지만 4자방에 이어 마카다미아 항공에 이르기까지 주간지에서 정리할 뉴스가 쏟아지고 있는 즈음에 최준석 편집장이 이런 기사를 쓸 시간은 없어 보인다. 그리고 KBS 국제부장이었던 이재강 기자는 올해 8월에 대전방송총국으로 쫓겨났다. 길환영 사장 퇴진하라고 했다고. 언론 자유도가 구질구질하다보니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 볼리우드 코미디 영화 분위기로 전해졌던 거다.


다들 아는 이야기지만 ISIS는 서방국가들에서 태어나 2등 시민 취급 받으면서 살아온 이민자 가정 출신들을 집중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니네 나라에선 사람 대접 받지 못하지만 자신들에게 합류하면 너희를 사람 대접하지 않았던 이들의 목을 썰 기회를 준다고. 그러니 성전에 동참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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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지일보 독자투고 게시판에 올라온 일베하는 같은 반 친구 이야기

폭력을 경험한 이들에게 폭력성을 분출할 수 있게 해주는 제안은 솔깃하게 들릴 수밖에 없다.


이 선동, 꽤 잘 먹히고 있고 꽤나 많은 넘들이 ISIS조직원이 되겠다고 시리아와 이라크로 달려가고 있다. 고성능 폭약만 터지면 잠무 카쉬미르를 지역기반으로 하는 라쉬카르 이 타이바(Lashkar-e-Taiba, 줄여서 LeT)의 소행을 먼저 의심하는 인도에서 알카에다가 쫓아낸 ISIS 대원이라는 것이 준 충격파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현 수상이 그 때 그 사람인데.




5. 다시 종교분쟁이 벌어질까


이럴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BJP가 희대의 꼴통들이라고 하지만 나렌드라 모디는 만만한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양반이 지금 청와대에서 궁중사극 찍고 계시는 분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왔고, 또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 Orissa의 POSCO에서 언급했듯, 인도 대륙 동쪽 끝의 웨스트벵골주에서 유치했던 타타 나노 공장을 둘러싸고 토지보상분쟁이 발생하자 타타그룹을 설득해서 구자라트로 옮기게 만들었던 것도 이 양반이었고, 인도 루피가 50% 이상 절하되는 덕택에 안그래도 식량자급률 시망인 인도에서 식료품 가격폭등으로 쌩난리가 났던 다른 주들에 비해 구자라트의 상황은 훨씬 낫게 유지했던 것도 이 양반의 업적이다.


무엇보다 수상이 된 이후 남아시아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겠다고 나서고 있는 것을 보면 엔간하지 않다. 솔직히 말하면 졸라 부럽다. 예를 들어, 지난 8월 3일 네팔 제헌의회 국회에서 그가 했던 연설은 많은 네팔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간단하게 요약하면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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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받은 환대는 나 나렌드라 모디나 인도 수상에게 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인도 국민들에 대한 환대일 것입니다. 네팔과 우리의 관계는 히말라야와 겐지스강 만큼이나 오래된 것입니다. 네팔의 국민들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힘을 믿고 있는 모든 이들이 네팔과 네팔의 제헌의회를 주시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석가세존께서 태어나신 땅이고 동시에 풍부한 문화적 유산을 가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네팔은 용기 있는 자들의 나라입니다.


헌법이라는 것은 그냥 단순한 책이 아닙니다. 헌법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통합시켜내는 것입니다. 인도는 대단히 희망적으로 네팔을 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네팔 제헌의회에서 처음 연설하는 외국인이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낍니다. 당신들이 총탄 대신 투표용지를 선택했다는 것을 축하합니다. 우리 인도는 이 나라에 간섭하지 않고 지원하려고 합니다. 당신들이 애쓸때 우리도 최대한 지원할 것입니다.


헌법은 통합의 상징이지 분리의 상징이 아닙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민주주의의 경험을 갖고 있는 이웃으로서 당신들이 선택한 길을 기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단 한가지 바램은 네팔이 히말라야 만큼 성장하는 것입니다. 아쇼카 대제도 정복전쟁을 끝내고 석가세존의 길을 따랐습니다. 인도는 귀 연방 민주주의 공화국을 항상 환영하며 존중할 것입니다.


네팔은 세계 유수의 허브 의약품 수출국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으며 우리는 이를 예전부터 지원해오고 있었습니다. 네팔은 인도에 전기를 공급하는 국가로 성정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네팔의 전기를 공짜로 바라는 것이 아니라 구매하고 싶습니다.


네팔의 새 헌법은 반드시 만들어져야 하며 새로운 역사를 쓰고자 할때 인도는 항상 지원할 준비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하략)


  

항상 자신들을 깔보는 인도의 수상이 제헌의회에 와서 각종 이슈들을 이야기하면서 인도는 모든 것을 지원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무엇보다 내전 이후 네팔 국가 통합의 상징인 부처님이 태어나신 곳이 네팔이라고 했다는 것 가지고 뉴스 속보들이 터졌었다. 여기에 현금 보따리도 잔뜩 풀었음은 물론이다.


얼마전 있었던 남아시아지역경제협력기구(South Asian Association for Regional Cooperation, SAARC) 정상회담에서도 다른 의제들은 팽팽했었지만 인도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합의안이 나왔던 것은 단 하나, 전력협정이었다.


네팔은 히말라야 덕택에 잠재적 수력발전용량이 세계최대인 나라다. 하지만 빈곤한 기초 인프라에 댐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시멘트공장이 모두 남쪽에 있고, 역시 2700미터의 언덕(네팔인들은 4천 이하는 언덕, 7천 전까진 Peak, 봉우리라고 한다)을 여러개 넘어야 하기 때문에 만드는게 만만치 않다. 그래서 갈수기인 겨울에 들어가면 평균 9시간 정도 전기가 끊어진다. 이 문제의 우선 해결을 인도 수상이 이야기한 것이다.


밖에 나와서 이러고 있는데 안에선 잘못할 것 같은가? 국가간 현안들도 깔끔하게 정리하고 있는데.




6. 위 사건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


위 사건에서 우리 사회의 종교적 갈등 혹은 정치적 갈등을 떠올리는 건 어렵지 않다. 이 갈등은 언제나 다수가 되는 이들이 소수를 차별하고 비하하면서 극대화된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이런 사회 갈등에 한 가지의 양상이 추가되는 느낌이다.


정청래 의원이 아동복지법 개정안을 내놓자 야당성향의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새누리당 이자스민 의원의 발의라고 포장해서 쌩난리가 났었다. 이미 기존 매체들에서 다뤘으니 많이 길게 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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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BS


위 기사에서 한가지만 더 이야기하자면 저들이 허가받은 체류기간을 넘기기 전까지 4대보험 충실하게 납부했으면 그에 따른 권리 충분히 가진다는 것만 상기시켜드린다. 저 작자들이 치는 사기들, 종이 꺼내놓고 몇 분만 계산해보면 쌩구라인 내용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 잘들 낚인다.


사실 저 작자들이 치는 사기, 사막유랑민족의 잡신 섬기는 무리들이 치는 사기랑 비슷한 수준이다. 


원래 사회적 합의라는 것은 다양한 방향으로 가는 다양한 세기의 힘이 어디서 균형을 이룰까의 문제다. 어떤 현상에 대해서 모두가 하나의 합의를 향해 달려가서 뭐 어떤 것으로 결정나는것도 없거니와 초인을 바라는 정치 팬덤들이 바라는 것처럼 어떤 리더가 단일한 메시지의 리더십을 갖고 사회통합을 만들어서 어떤 결과물들을 만들어내는 일은 없다. 정치 환타지의 세계에서나 구할 일이다.


어떤 현상에 대한 답이 사실은 여러개 있을 수 있으며 그것들끼리도 서로 충돌할 수 있는게 현실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쥐좆도 없던 시절에 사람들을 묶어서 뭐 좀 해보자고 뽐뿌질 하던 시절에, 그러니까 현재 여왕전하의 선왕 시절에 만들어졌던 사기들은 여전히 먹힌다.


단결하면 된다. 조선은 붕당으로 망했다. 우리는 단일민족이다 등등.


사실 조선이 망해가는 과정을 복기해보면 '단결'해서, 그리고 '단일'해서 망했다. 역사학자 전우용선생의 <서울은 깊다>를 쫓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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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기 중반부터 서울 문체와 시골의 문체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서울의 경화 자제들은 시골 유생들이 배우기 어려운 새로운 문체를 배웠고 출제자들은 그에 합당한 문제를 냈다.


서울 선비들은 사륙문 (중국의 육조와 당나라 때 유행한 한문 문체, 4자로 된 구와 6자로 된 구를 배열하기에 사륙문이라 불린대) 을 익혔으나 시골 선비들은 그를 제대로 배울 방법이 없었다.  이렇게 해서 경화 거족들(서울에 뿌리내린 명문 세족들)은 자기 자식들에게 합법적으로 정당하게 급제할 수 있는 길을 넓혀주었고, 그럼으로써 자기들만의 서울, 자기들만의 나라를 만들어 나갔다.  정교하게 고안된 과거 제도의 여과장치를 거치면서 '명가의 자제는 날 때부터 다르다'는 생각이 퍼져나갈 공간도 넓어졌다.


(중략)


'당상 이상과 삼사의 반열에 시골 출신이 없다"는 점이 불안한 현실로 인지된 것은 현종 때부터의 일이었는데 영조대에 이르면 아예 과거 합격자 가운데 시골 출신들이 가뭄에 콩나듯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딴지 사회부장 산하의 표현을 빌자면 '조선이 끝내 고루하고 비루하게 망한 데에는 이른바 경화벌열들이 자신들의 권력을 대물림하기 위해 출세의 경로를 독점할 뿐만 아니라 그 독점을 아예 시스템으로 굳혀 버림으로써,  타 지역의 인재와 문화가 섞이는 것을 완벽히 차단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아니, 결국 망하기 직전에는 아예 한 집안이 다 말아먹는 세도정치로 이어졌고, 망하기 직전으로 가면 경제라곤 쥐뿔도 모르는 영감님이 변화하던 주변 환경에 적응할 생각은 안하고 나라 문 걸어잠그면서 털렸던 것 아닌가.


신라의 혜초는 걸어서 인도까지 갔었다. 우리의 전통놀이에 등장하는 사자는 인도 사자다. 우리의 전통 유과의 원조도 인도의 튀김과자에서 찾아볼 수 있고. 왕족끼리 결혼했다는 설화가 양쪽의 역사서에 기록되어 있을 정도고.


따돌림 당하는 애들이 모이며 성장한 일베가 결국에는 백색 테러 분자를 낳았듯, 예전부터 교류가 있었는데 최근에서야 인적교류가 생긴 것처럼 이야기하는 다문화 반대라며 실제로는 인종차별하는 이들이 가는 길의 끝에 있는 건, 인도 청년이 IS로 갔다가 청소하고 돌아온, 저 우습지도 않았던 사태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미 있는 소수자들을 뭐 어쩌자는 것인가?


상황이 이런데 우리 행정부 수장에게는 나렌드라 모디 같은 리더십을 기대할 수 없으니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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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Samuel Seong

트위터 : @ravenclaw69 

 

편집 : 퍼그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