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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2. 17.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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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십니까. 연말이 다가온 관계로 더더욱 술 소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anyone이올시다. 연말이니만큼 회식, 송년회, 신년회, 소개팅, 소맥 한 사발 거하게 들이켜고 12일 동안 기절하여 현실에서 지워버리고 싶을 싱글들만의 서러운 크리스마스와 같은 알콜 가득한 자리가 많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그 알콜의 상당부분은 내가 마신 맥주가 맥스였는지 카스였는지도 기억하지 못할 '여기 생맥주 2000이~'와 그래도 생소주는 없는지라 이름을 불러주어 내게와 술이 되어준 여기 참이슬(혹은 처음처럼)이요~”가 되겠지요.


날이 추운 이유로 맥주를 마시기보다는 소주를 마시는 일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여 너님이 마신, 그리고 마셔야 할 그 소주. 희석식 소주에 대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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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에 앞서 술 소비에 관한 개인의 취향을 존중함을 알려드립니다. 

 

 

소주(燒酒)는 증제법(蒸製法)에 의해 만든 술로 노주(露酒화주(火酒한주(汗酒)라고도 한다. 아라비아의 명의(名醫)인 아비센나가 최초로 알코올의 증류(蒸溜)를 발견했다고 한다. 이후 몽골(후에 원나라로 칭함)이 페르시아의 이슬람문화를 받아들이면서 증류방식의 술을 들여왔는데 우리나라에 도입된 시기는 고려 충렬왕 때 칭기즈칸의 손자 쿠빌라이가 일본 원정을 목적으로 한반도에 진출할 때 전해졌다고 한다. 소주라는 말은 태워서 만든 술이라는 뜻이다. 소주의 원명은 알코올을 가리키는 아랍어인 '아라그'(Arag)를 한역(漢譯)'아자길'(阿刺吉)·'아리걸'(阿里乞)이라고 중국문헌에 나오며, 우리나라 평안북도의 경우 아랑주, 개성지방에서는 아락주라고 하는 데서도 그 흔적이 드러난다. 특히 몽고의 주둔지이던 개성, 전진 기지가 있던 안동, 제주도에서부터 소주 제조법이 발달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사(高麗史)에 공민왕 때 경상도 원수(元帥) 김진(金鎭)이 소주를 좋아하여 명기(名妓)와 부하를 모아 소주도(燒酒徒)가 되었다는 기록이 나오는데, 이것이 한국 최초의 기록이다. 이를 통하여 고려 말에 이미 소주가 유행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후 조선초기에는 왕실이나 사대부 등 주로 지배층이 많이 마셨는데, 후기에 들어와서는 농업기술의 발달로 인해 쌀 생산이 증가하고 양조업이 성장하면서 대량생산되어 일반인들도 즐겨 마시게 되었다.

한국 소주의 역사적 배경 -민족문화상징자료관

 

소주의 제법이 고려에 들어온 이래로 오랜 기간 증류식 소주는 전통주의 한 부분으로 생산, 소비되어옵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에 상당히 큰 타격을 주는 일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희석식 소주의 범람으로 이어지게 되지요.


1964년 '양곡관리법'이 그것인데 이로 인해 쌀을 원료로 한 전통 증류식 소주들의 생산이 중단됩니다. 원료가 고구마나 당밀 같은 것들로 대체되는 형태로 나타났고, 이것이 소줏고리를 이용한 단식 증류법에 비해 생산력이 월등한 연속식 증류법과 결합하여 당연한 결과로 희석식 소주의 생산이 압도적으로 증가합니다


그러다 88올림픽을 기점으로 올림픽 개최를 통해 우리 문화를 알리고자 하는 시도와 전통주 제법을 계승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노력이 이어져 전통 증류식 소주들의 복구가 시작되어 1990년대 초에야 본격화 되었습니다. 희석식 소주의 효율성(?)을 생각해보면 양곡관리법이 없었다 하여도 이러한 소주들이 득세하는 것을 막지는 못했겠지만 지금처럼 전통 소주들이 기를 펴지 못하는 결과가 만들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도 막걸리와 시바스리갈을 사랑하셨다는데, 나름의 술덕후로서 얼마나 마음 아픈 결정이었을까는 지랄... 안정적인 쌀 수급을 이루고자 한 일임은 알겠지만 외부효과만으로도 이런 결과를 만드시는 마사오짱의 위대한 영도력은 2010년대를 살아가는 나의 음주라이프에서까지 한 숨을 내쉬게 만드십니다 그려.

 

역사적 배경에서 알 수 있듯이 소주는 증류주입니다. 술은 제조방법에 따라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발효주와 증류주가 그것이지요. 발효주는 원료(곡류, 서류, 과실류 등)를 효모를 이용해 발효하여 만든 술입니다. 맥주, 막걸리, 와인 같은 것들이 여기에 속하지요. 증류주는 발효주와 같은 원료들을 발효, 밑술, 술덧을 만든 후 이것을 증류하여 만든 술을 뜻합니다. 소주, 위스키, 브랜디 같은 것들이 여기에 들어갑니다. 발효과정을 통해 얻어진 알콜을 증류과정을 통해 응축하는 것으로 본다면 좋겠습니다. 어렵다면... 발효주를 끓인 뒤에 모은 게 증류주인 것인가?‘라고 생각해도, 증류에 필요한 밑술의 상품화가 가능한 '완성된 발효주'와는 다른 성격인 것이기에 아주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이해의 편의를 돕는 정도로 느끼셨다면 끄덕끄덕하고 넘어가도 좋겠습니다.


~ 소주는 증류주구나하고 끝날 수 있다면 편했겠지만 국내 소주는 다시 2가지로 나뉩니다. 증류식 소주와 희석식 소주이지요. ‘아니 소주는 증류주라면서 희석식 소주는 또 뭐야?’라고 반문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증류식 소주는 어쩐지 흰색 도자기에 담겨서 수염 기른 조선시대 양반들이 너 한잔 나 한잔 마시는 영화나 드라마에나 등장할 것만 같은 전통 소주, 희석식 소주는 오는 주말 술자리에서 우리가 마시게 될 녹색 병의 그것들이라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모든 증류식 소주를 전통 소주로 불러도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해의 편의를 돕고자 함이니 넘어가주세요.


우리는 사서 마실뿐이지 직접 양조할 건 아니니까 각 방법의 생산과정을 아주 간략하게 알아보고 갑시다.

 

삼성소주_copy.jpg

믿거나 말거나 삼성소주 - 이미지출처링크


증류식 소주


1. 원료를 발효시켜 밑술, 술덧(wash)을 만듭니다.

2. 단식 증류기를 이용하여 증류를 합니다.

3. 정제, 숙성 등의 과정을 거칩니다.

4. 짜잔~술이 완성되었습니다.


 

희석식 소주


1. 원료를 발효시켜 밑술을 만듭니다.

2. 연속식 증류기를 이용하여 증류를 합니다.

3. 빡세게 증류하여 95%의 에틸알콜을 만듭니다. 이것을 주정이라 부릅니다.

4. 여러 과정을 거쳐 소주 회사에서 이 주정을 삽니다.

5. 주정에 물을 부어줍니다. 감미료를 넣어줍니다.

5. 짜잔~술이 완성되었습니다.

 

*이 과정은 이해를 돕고자 절대적으로 간략화한 것입니다. 증류식이고 희석식이고 저렇게 간단하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며 추가적인 과정들이 더 있습니다.

 

과정상의 차이를 간략히 보았는데 그 안에 담긴 차이들을 더 알아볼까요?

 

원료의 차이

 

증류식 소주의 경우는 제법에 따라 쌀 등의 곡류나 고구마 같은 서류를 이용하는데, 원료의 차이에 따라 증류과정을 거친 소주의 맛과 향이 다릅니다. 반면 희석식 소주에 사용될 주정의 경우는 완성품의 맛을 원료에서 찾을 이유가 없기에 결국 어떠한 재료를 사용하든 에틸알콜을 많이 뽑아내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 이유로 증류식 소주가 쌀과 같은 곡류를 주로 사용하는 것에 반해 희석식 소주의 주정은 쌀보리, 현미와 저렴한(국내산 쌀보리 대비 1/4의 가격) 동남아산 타피오카 같은 것들을 함께 이용해 만들게 됩니다. 주정 생산에 쌀보리, 현미를 사용하는 이유는 국내 농업 보호를 위해 국내산 농산물을 사용하도록 정부에서 각 주정생산업체에 그 생산규모에 따라 할당량을 배정해주기 때문입니다. 할당된 국내 곡물을 제외하고 사용되는 타피오카의 원료 중 비율이 업체별로 30~90%라니 희석식 소주가 싼 이유가 어느 정도는 이해되시리라 믿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희석식 소주를 마실 때 원료가 뭔지 한 번쯤 병 뒷면에 붙은 라벨을 본적이 있습니까? 무엇이 적혀있을 것 같나요? ‘희석식 소주는 쌀, 보리, 타피오카라고 했으니까 그게 적혀 있겠지?’라고 생각하시나요? 다른 식료품들에서 봤던 경험을 되살려 돼지고기xx%(국내산) xx%(중국같은 모습을 떠올리고 타피오카 xx%(베트남산)와 같은 문구를 생각했다면 그대의 영혼은 아직 순수한 것입니다.(순수한 영혼이 좋다. 나랑 사귀어봄이 어떠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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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 예시


아쉽게도 대한민국에서는 소주의 주정과 위스키 원액 같은 경우 그 원료가 무엇인지 밝혀야 하는 의무가 면제되고 있습니다. 지난 봄 주류 원재료 및 함량 표기를 강제하는 방침을 마련하려 했으나 주류업계의 반발(이라 적고 주류업계의 로비라 읽고 싶지만 고소당할 것 같으니 못 본 걸로 해주세요)로 인해 없던 일이 되었습니다.


술자리에서 앞자리에 앉은 이성의 입술을 바라보다 잠시 눈을 돌려야 할 것 같은 시간이 오면 눈앞에 놓인 소주병의 라벨을 천천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주정'이라는 단어가 있음을 알 수 있을 겁니다. 그 주정이 쌀로 만든 건지 타피오카로 만든 건지 국내산인지 베트남 산인지 몇 %나 들어간 것인지 첨가물이 더 있다면 무엇인지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라면의 봉지에 원료랍시고 '반죽'이라고만 적혀있는 것을 보게 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일부 희석식 소주에는 1%도 안 되는 증류식 소주가 첨가되었다는 문구를 적은 소주도 있던데 뭐랄까 대단한 센스라 하지 아니할 수 없군요. 그러한 노력을 다른 원료를 표시하는 것에도 기울여주시면 좋을 텐데 말입니다.

 

소주의 참혹한 진실이랍시고 희석식 소주에 사용되는 주정이 식용 재료가 아닌 석유의 부산물을 이용한 합성화학물질로 만든 것이라는 글이 인터넷을 떠도는 걸 본 적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럴듯해 보일지 모르겠으나 루머이고 잘못된 정보입니다. 공업용 알콜인 합성화학주정의 경우는 법에 의해 식음용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되어있습니다. 돈 좀 벌어보겠다고 법을 어겨가며 화학주정을 식품에 사용하는 영세업자들이 가끔 뉴스에 등장하기는 합니다만 소주회사들이 그러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증류기의 차이


증류식 소주-단식 증류기(ex. 소줏고리, 구리 증류기)

희석식 소주-연속식 증류기


소줏고리_copy.jpgpot still.jpg연속식 증류기_copy.jpg

좌로부터 소줏고리, 구리 증류기(pot still), 연속식 증류기(아일랜드 kilbeggan 증류소)


증류식 소주나 스코틀랜드 몰트 위스키의 증류에 주로 사용되는 단식 증류기는 증류 과정을 거친 후에도 원료의 맛과 향이 많이 남는 것이 장점입니다. 하지만 증류하는 양에 비해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이 단점이지요. 주정 생산이나 스코틀랜드의 그레인 위스키, 미국의 버번 위스키, 보드카의 증류에 사용되곤 하는 연속식 증류기는 한 번의 증류를 통해 단식 증류를 여러 번 거친 것과 유사한 결과를 냅니다. 단식 증류기에 비해 시간과 노력이 덜 들어가고 불순물이 적은 알콜을 얻어낼 수 있는 것은 장점입니다만 아쉽게도 원료를 증류하는 과정에서 단식 증류기에 비해 원료가 지니고 있던 맛과 향이 약해진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주의-연속식 증류법을 이용한 술은 맛없는, 저급한 것이구나라고 오해하시면 절대 안 됩니다. 단식 증류를 거쳤는데 맛없는 술과 연속식 증류를 거쳤는데 맛있는 술은 존재합니다.


하지만 희석식 소주에 들어갈 주정을 만드는 것의 목적은 술이 아니라 주정 그 자체입니다. 주정은 연속식 증류기를 이용해 보다 저렴한 가격에 빠르게, 많이 95%의 에틸알콜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맛과 향 따위는 고려하지 않는 패기의 증류를 거친다고 보시면 좋겠습니다.

 

 

증류 후 과정


증류식 소주-정제, 숙성 등

희석식 소주-팔고 사고 어쩌고... 한 후에 희석, 감미료 투입

 

증류가 끝난 후 증류식 소주는 맛을 안정화 시키고 판매에 적합하게 하기 위해 후처리 과정을 거칩니다. 숙성, 여과 등이 그것이지요


희석식 소주에 들어갈, 증류가 끝난 후의 주정은 국내 주정을 총괄하는 업체인 대한주정판매()’로 팔려갑니다. 사실 희석식 소주의 1~3 과정은 소주 회사가 아닌 주정생산업체에서 하는 일입니다. 소주 회사에서는 대한주정판매()’에서 주정들을 사갑니다.


주정판매구조_copy.jpg
주정의 판매흐름
주정생산업체들 대부분이 대한주정판매의 주주라는 것은 비밀 
전직 국세청 직원들중에 대한주정판매에 취업하는 일이 꽤 있다는 것도 비밀

 

이 에틸알콜 95%짜리 주정을 이용해서 소주를 만들어야겠지요. 물을 부어줍니다. 그리고 감미료(업체 취향 따라 사탕, 구연산, 아미노산, 자일리톨, 솔비톨, 무기염류, 스테비오사이드, 아스파탐 또는 물엿 중 일부)를 넣습니다. 요즘 잘 팔리는 희석식 소주들이 도수가 17~18%라는데 물이 얼마나 들어갈지는 직접 계산해보시길 바랍니다.

주정은 어느 소주회사든 다를 게 없을 것이라는 것과 소주들의 맛 차이는 물 그리고 감미료의 차이에서 올 것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소주 회사의 광고들이 '어쩌고저쩌고 해서 우리 소주가 맛있다!'는 것은 결국 '우리 소주에 들어간 물이 맛있어요' 라던가 '우리 감미료가 좀 더 입맛에 맞을 거에요'라고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유레카!


*그렇다고 ‘95%짜리 에틸알콜에 물을 부어넣고 설탕 좀 집어넣으면 소주를 만들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하시면 곤란합니다. 희석식 소주의 경우에도 정제, 제성, 여과 등의 몇몇 후처리 과정이 존재합니다.

 

이렇게 증류식 소주와 희석식 소주의 경우는 같은 소주라고 보면 안 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희석식 소주가 소주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것에는 이유가 있겠지요.


 

희석식 소주의 장점


1. 쌉니다. 놀라울 정도로 쌉니다. 발효주인 맥주들과 가격을 비교 해봐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증류는 그 특성상 버려지는 부분이 생기기 마련이기에 보통의 발효주보다는 비싸야 정상입니다만 희석식 소주는 그렇지 않죠. 주세법이 꽤 센 편에 속하는 대한민국에서 이정도의 가격을 보인다는 건 놀라운 일입니다. 아니... 주정의 중요한 원료인 타피오카의 가격과 부어넣었을 물의 양을 생각해보니 놀라운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군요.


너무 싼 이유로 술 소비를 높이는 데 일조하는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 시선도 있지만 술은 싸야합니다. 암요. 그래야 제 지갑이 버틸 수 있는 시간이 길어지거든요. 그러니까 술에 붙는 세금 그거 좀 낮춰주세요 씨바.

 

*다시 말하지만 에틸알콜을 직접 구해서 물을 탄 후에 설탕 좀 뿌리면 더 싸게 마실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도 절대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짓을 한다고 해봐야 맛있는 술이 나올 리 만무하거니와 혹이라도 구했다는 에틸알콜이 식용이 아니라 공업용(세금이 안 붙어서 싸다)이라면 인생 좋게되는 지름길로 가시는 겁니다. 혹시라도 그러한 짓을 하는 사람이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공업용 에틸알콜에는 메틸알콜이 일정 비율로 섞여있습니다. 고로 눈이 멀어서 붉은 안대를 끼고 어디로 가야하오를 중얼거리게 되거나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러 <위기탈출 넘버원>의 좋은 사망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리신.png

 어디로 가야하오

 

2. 숙취가 적습니다. 숙취를 일으키는 것은 알콜을 해독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물질 그리고 술에 섞여있는 일부 불순물들이 주요 원인입니다. 발효주는 증류주보다 이런 불순물들이 많고 그런 이유로 증류주보다 발효주를 마셨을 때 숙취가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증류주의 경우에는 증류의 과정에서 살아남은 불순물들이 그 이유가 될 수 있겠지요. 그래서 어르신들이 좋은 술을 마셔라라고 하시는 겁니다(발효주가 나쁘다는 말로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희석식 소주는 95%의 순도를 자랑하는 주정을 이용해 만들었기에 불순물이 매우 적습니다. 고로 숙취도 적죠. ‘? 난 희석식 소주 마시고 숙취로 고생한적 많은데라고 하실 분들이 계실 줄 알고 있습니다. 간단합니다. 과음하셨습니다. 아무리 킹조지 5세를 마시건 맥켈란 라리끄를 마시건 과음하면 숙취는 반드시 옵니다.

 

3. 맛이 단조롭습니다. 제조업체에 의해 엄선된 감미료만이 존재감을 내보이기에 크게 취향을 타지도 않으며 맛을 음미할 필요도 없고 꿀떡꿀떡 넘기기에 적합합니다. 특징없는 맛을 기반으로 소맥이라는 칵테일에 사용하기에도 좋습니다. 


감미료의 혼합이 예술적이어서 맛있게 느껴졌던 것을 뛰어넘어 진심으로 맛있었던 기억이 있다면 그 당시 옆자리에 앉았던 여자분 혹은 남자분의 미모가 상당했음이 그 이유일 것입니다. 농담이고 정말 맛있었을 수 있습니다. 개인의 입맛과 취향은 존중되어야 하니까요.


4. 구하기 쉽습니다. 적어도 한국 내라면 포장마차에 가도, 동네 주점에 가도, 슈퍼에 가도, 마트에 가도 어디에서나 볼 수 있습니다.

 

1+2+3+4= 결론적으로 취하기 좋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쉽게 내 몸의 알콜 비율을 높이길 원할 때 그 어떤 종류의 술보다 적합하다는 것이 희석식 소주의 장점입니다.


쓰다보니 제가 뭘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무슨말이 하고 싶으냐면


희석식 소주는 차마 좋은 술이라고는 못하겠지만 싸고, 접하기 쉬운, 부담 없는 술로써 그 나름의 가치는 인정받을만 합니다. 포장마차, 동네주점에서 친구들과 만 원 한 장씩 모아서 마시기에 아주 적합한 술이겠지요. 그러나 결혼식장에 가도, 장례식장에 가도, 명절이라고 시골에 가도, 제사라고 친척들이 모여도 우린 항상 희석식 소주를 만나게 됩니다. 때로는 속상합니다. “맥주는 이런 게 맛있어”, “소주는 이런 게 맛있어라고 말을 해봐야 "어제 술 마시러 갔는데 술집에서 그런 술 없다고 해서 그냥 마시던 것 마셨어"라는 말을 듣게 되는 일이 다반사라는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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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한번쯤 눈을 돌려서 증류식 소주를 마셔보세요.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마트에 갔을 때 주루룩 놓인 녹색 병을 따라 쭉 따라가면 뭔가 모양새가 다른 소주가 있을 것입니다. 증류식 소주라고 써있다면 마셔보세요. 적어도 희석식 소주보다는 나을 겁니다. 그리고 인터넷 검색창에 전통 소주를 검색해보세요, 인터넷으로 주문하면 며칠이면 옵니다. 확 들이켜지 말고 조금씩 음미하며 마셔보세요. 그동안 마셨던 희석식 소주보다 비싸긴 하겠지만 취하기 위한 술과 맛을 느끼기 위한 술이 어찌 다른지 조금씩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여러 전통주에 관심을 기울이게 된다면 더욱 좋겠지요.


이 있는 술도 마시고 전통주라는 우리의 문화도 이어가고 국내 쌀 소비량의 증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국산 쌀이 비싸서 중국 쌀을 수입해서 술을 만들고 계신 업체도 있긴 하지만) 취하는 것에 주력하는 우리의 음주 문화를 바꾸는 것에도 도움이 될는지도 모르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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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화 말고



한국 맥주를 앞에 두고 맛없는 술, 물탄 술이라고 정확한 지적을 하면서도 

희석식 소주는 맛있게 들이켜는 그대여우리 

알고나 마시자



*서울대 투자연구회(SMIC)의 '진로발효'에 대한 분석보고서(2014/4/12)를 참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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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 홀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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